"승리의 십자가"
정 관 호 목 사 (뉴욕만나교회)
골로새서 2:8-15
8.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
9. 그(예수 그리스도)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
10. 너희도 그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 그는 모든 (영적 천사들인)통치자와 권세의 머리시라.
11. 또 그 안에서 너희가 손으로 하지 아니한 할례를 받았으니 곧 육의 몸을 벗는 것이요, 그리스도의 할례니라.
12. 너희가 세례로 그리스도와 함께 장사되고 또 죽은 자들 가운데서 그를 일으키신 하나님의 역사를 믿음으로 말미암아 그 안에서 함께 일으키심을 받았느니라.
13. 또 범죄와 육체의 무할례로 죽었던 너희를 하나님이 그와 함께 살리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시고
14. 우리를 거스르고 불리하게 하는 법조문(의문)으로 쓴 증서를 지우시고 제하여 버리사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15. (악한 영적천사들인)통치자들과 권세들을 무력화하여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시고 십자가로 그들을 이기셨느니라.
역설적인 진리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우리의 지식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또한 명쾌한 지식과 논리적인 이성(reason)으로도 풀 수 없는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도리어 서로 양립될 수 없는 일, 한마디로 말도 되지 않는 일인데,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겉으로는 서로 모순되고 이율배반적인 것 같은데, 실상은 사실이며 진리로 여겨지는 일들도 많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일이나 사실을 일컬어 역설(paradox)라고 부릅니다. 이 역설은 사실이나 진리와 반대되는 것 같으나 일종의 진실과 진리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이런 역설적인 표현들을 많이 사용합니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죽는 것이 사는 것이다.” 패배가 그 자체로는 승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패배가 항상 패배로만 남아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외견상 패배로 보이나 실제로는 위대한 승리도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 주님의 교훈 가운데 이런 역설적인 진리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 주님의 말씀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통념들을 뒤집어버리고 엎어버립니다. 세상 사람들은 가난이 불행이고 부요가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실패가 불행이고 성공이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마5:3)라고 말씀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세상을 즐기고 유쾌하게 지내는 삶을 좋고 훌륭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애통하는(슬퍼하는) 자가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마5:4)라고 말씀합니다. 불신자들인 세상 사람들은 물론 신자인 우리들마저 주님께서 이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오신 줄로 여깁니다. 그러나 우리 주님은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마10:34)고 말씀합니다. 여기서 우리 주님은 한걸음 더 나갑니다. “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버지와, 딸이 어머니와, 며느리가 시어머니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마10:35-36)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마10:39) 한 마디 한 마디, 한 구절 한 구절 잘 음미해 보면 실상 우리 주님의 교훈이 진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역설 중의 역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저는 이와 같은 역설 중의 역설이 다름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임을 믿습니다. 이 십자가에는 양립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가 동시에 함께 나타나 있으며, 하나님의 저주와 영광도 함께 나란히 나타나 있습니다. 또한 이 십자가에는 패배와 승리도 분명하게 함께 드러나 있습니다. 저주가 구원으로, 패배가 승리로 바뀌어 지는 일이 이 십자가 안에 들어 있습니다. 사실 기독교와 기독교적인 신앙은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합리적입니다. 아니 합리적인 것을 넘어 초자연적이고 초이성적인, 그리고 역설적인 진리와 계시의 종교입니다.
우리는 이미 이 십자가가 저주의 십자가임을 살펴보았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의 저주, 하나님의 심판, 하나님의 형벌을 다 받으셨습니다. 우리를 위한, 우리 죄를 대신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받아야 할 하나님의 형벌을 대신 받으심으로 우리의 죄가 예수 그리스도에게로 옮겨졌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그 거룩한 의 곧, 하나님의 의가 우리에게 옮겨졌습니다. 이 일로 우리는 죄 사함을 받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으며,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기업으로 상속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십자가야말로 수치와 고난의 십자가인 동시에 승리와 영광의 십자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십자가야말로 저주와 영광의 십자가요, 패배와 승리의 십자가입니다.
십자가가 영광과 승리의 십자가인 이유
예수 그리스도께서 갈보리 언덕에서 십자가에 피 흘려 죽으실 때에 이는 분명 영원한 실패자의 모습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십자가에 피 흘려 죽으심은 사탄의 권세, 사망의 권세, 죄의 권세, 율법의 권세를 깨뜨리고 무력화시키는 승리의 사건이었습니다. 저는 요한복음을 읽으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내(예수 그리스도의) 때”, “영광의 때”가 죽음에서 부활하실 부활의 때, 승천하실 때뿐만 아니라,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인 것을 발견하고 참으로 놀라움과 경이로움에 사로잡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십자가야말로 이제 구원 받은 우리에게는 더 이상의 저주와 형벌의 십자가가 아니라, 구원과 승리와 영광의 십자가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바대로 창세기 3:15에는 최초의 복음(원시복음)이 나타나 있습니다. 이 구절은 오실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으심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우리 주님께서 당하실 십자가의 고난과 치욕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주님의 십자가로 인한 위대한 승리가 나타나 있습니다.
“내(하나님)가 너(사탄)로 여자(사람)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네(사탄) 후손(악한 영들과 불신자들)도 여자의 후손(메시아, 예수 그리스도)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예수 그리스도)은 네(사탄)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사탄)는 그(예수 그리스도)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창3:15)
십자가는 예수그리스도의 고난과 수난 그리고 죽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사탄의 권세를 깨부수는 놀라운 승리를 보여줍니다.
John Stott 목사님은 "그리스도의 십자가"(The Cross of Christ)라는 유명한 저서 가운데서 하나님의 구원계획의 6단계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제1단계는 창세기 3:15에 나타난 예고된 (사탄과 악에 대한) 정복이다.
제2단계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과 공생애사역에서 시작된 (사탄과 악에 대한) 정복이다.
제3단계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에서 성취된 (사탄과 악에 대한) 정복이다.
제4단계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확증된(선언되어진) (사탄과 악에 대한) 정복이다.
제5단계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를 통해서 확장된 (사탄과 악에 대한) 정복이다.
제6단계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에 의해 완성될 (사탄과 악에 대한) 완전한 정복이다.
특별히 우리는 제3단계인 예수그리스도의 죽음 곧 십자가를 통해 성취된 사탄과 죄와 사망과 세상에 대한 정복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는 곧 십자가가 승리와 정복을 보여주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골로새서 2:8-15의 본문에 나타난 십자가의 승리
오늘의 본문 골로새서 2:8-15 말씀은 우리가 그 배경을 잘 알지 못하고서는 그리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본문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본문은 우리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예수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이 되시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승리자(victor)가 되심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십자가가 자리 잡고 있음도 보여 줍니다.
골로새교회 및 성도들은 특별히 율법주의적인 유대주의와 잘못된 철학사상인 영지주의와 천사숭배 등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도바울은 골로새서 2:8에서 이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누가 철학과 헛된 속임수로 너희를 사로잡을까 주의하라 이것은 사람의 전통과 세상의 초등학문을 따름이요 그리스도를 따름이 아니니라.”(골2:8)
여기에 나타난 세상의 초등학문이란 영지주의적 철학, 신화(myth), 점성술 등이 혼합되어 있는 혼합주의적인 교훈이라 하겠습니다. 요즈음으로 말하면, New Age Movement라든가 Post-Modernism의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절대적인 가치나 체계를 인정하지 않고 상대주의적인 것만을 주장하는 일입니다. 또는 그런 혼합주의로 이끄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같은 악한 영(천사)들을 가리킨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골로새서 2:18에 나타난 천사숭배를 보아 골로새 교회 성도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악한 영적 세력을 숭배하는 일도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하튼 골로새교회 성도들에게 위협적인 것은 “예수 그리스도로만은 부족하다. 예수 그리스도 역시 필요하지만, 거기에 율법주의, 철학(영지주의), 천사숭배도 필요하다”라는 것이었습니다. 곧 예수 그리스도를 상대화시켜서 그 가치를 절하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사도바울은 단연코 이 일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경고하면서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모든 것이 되시고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완전한 승리를 이루셨음을 보여줍니다.
“그(예수 그리스도) 안에는 신성의 모든 충만이 육체로 거하시고”(9절)
“ 너희도 그(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충만하여졌으니 그는 모든 (악한 영적 천사들인)통치자와 권세의(over) 머리시라.”(10절)
저는 오늘의 본문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구원의 성취가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의 십자가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사실, 이 죄와 사망과 사탄에 대한 승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인한 것이지 부활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십자가의 승리를 확인해주고 선언해주는 의미가 강한 것입니다.
14절과 15절을 보십시오.
“(하나님께서) 우리를 거스르고 불리하게 하는 법조문(율법의 행위로서 구원을 얻고자 하는 의문)으로 쓴 증서를 지우시고 제하여 버리사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악한 영적 천사들인)통치자들과 권세들을 무력화하여(무장해제하여)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시고 십자가로 그들을 이기셨느니라.”(골2:14-15)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의 죄로 인한 우리가 지불해야하는 모든 채무, 곧 형벌을 다 갚으셨습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를 억압과 질곡으로 고통스럽게 할 악한 세력들 곧 마귀와 악한 영들(천사들)을 무장해제 시켜 우리를 자유하게 하셨습니다. 따라서 이제 우리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승리자가 되어서 개선가를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사탄과 죄와 율법의 종으로서 살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오히려 하나님과 의와 생명을 소유한 하나님의 자녀와 자유인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로 성취한 구원 때문입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만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예수 그리스도 안에 각종 보화와 보물과 지혜가 들어 있습니다. “그 (예수 그리스도) 안에는 지혜와 지식의 모든 보화가 감추어져 있느니라.”(골2:3)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음으로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 됨의 모든 복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니 지금도 그 복락을 누리고 있습니다. 죄 용서와 하나님 자녀 됨의 축복과 성령의 내주와 확신과 인도와 열매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풍성한 그리스도인의 삶 말입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로만 되어 진 일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로 승리하신 영광의 주님임을 믿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승리자이심을 믿습니다. Christ is the Victor! 더 나아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으므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연합되어 있으므로 우리도 지금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승리자의 삶을 살고 있으며, 승리자로서 살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 모두 이 승리의 십자가와 승리자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죄와 육신과 세상과 마귀와 악한 영들과 싸워 늘 승리하기를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