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일이 시작되기 전에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은 안식일 하루만 온전히 시신으로 무덤에 머물러 계셨습니다. 안식일이 지난 첫날 새벽에, 즉 우리의 주일 새벽에 이미 주님께서는 다시 살아나셨고 무덤을 찾아온 막달라 마리아에게 나타나셨습니다(요20:15-18). 그리고 그날 저녁에 제자들이 모여 있는 집으로 찾아오셨습니다(요20:19-23). 그런데 그때 그 자리에 열두 제자 중의 하나인 도마는 함께 있지 않았습니다(본문 24절). 예수님께서 거기를 떠나시고 도마가 그 자리에 합류했을 때 부활하신 예수님을 본 제자들이 그에게 말하기를 “우리가 주를 보았노라.” 했지만 도마는 그들의 말을 믿지 못했습니다. 그는 말하기를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본문 25절) 했습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도마를 포함하여 제자들이 다시 집 안에 모여 있을 때 문들이 닫혔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 다시 그들 가운데 나타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향해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본문 26절) 하시고는 도마에게 말씀하시기를 “네 손가락을 이리 내밀어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본문 27절) 하셨습니다. 그러자 도마가 대답했습니다: “나의 주님이시요 나의 하나님이시니이다.”(본문 28절) 그러는 도마에게 예수께서 또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본문 29절)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승천하시기 전까지의 행적 중 한 가지를 전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습니까?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다는 사실입니다. 그가 참으로 부활하셨다는 것입니다. 그가 참으로 부활하셨다는 확실한 증거를 남기셨다는 것입니다. 다름 아니라 그의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입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예수님께서 생전에 제자들에게 여러 차례 십자가의 고난을 받으시고 죽으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시리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실제로 부활하셔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으시고 혼자 훌쩍 하늘로 올라가셨다면 믿음이 약한 제자들이나 그들보다 이천 년 뒤에 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 말씀이 이루어졌다고 믿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가장 확실하게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모습을 보여주신 것은 얼마나 감사할 일인지 모릅니다. 그것도 같은 장소에 두 번씩이나 나타나신 것입니다. 주님이 너무나 그리운 나머지 꿈을 꾼 것도 아니고 환상을 본 것도 아닌 실제 사실임을 확신할 수 있게 해주신 것입니다.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영상으로만 나타나신 것이 아니라 손의 못자국과 옆구리의 창 자국에 직접 손을 넣어 만져볼 수 있도록 자신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의심의 여지없이 믿을 수 있게 해주신 것입니다. 그리고는 말씀하셨습니다: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믿음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일입니다.
둘째로 오늘 본문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배신한 제자들을 찾아오셨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배신한 제자들을 용서하셨음을 의미합니다. 비록 배신한 제자들이지만 그들에 대한 주님의 사랑이 변함없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들이 그들의 믿음 없음과 연약함과 비겁함과 배신을 뉘우치고 회개하며 주님께 돌아오기를 원하셨다는 뜻입니다. 그들이 주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과 충성을 회복하기를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주님과 제자들 사이의 관계가 계속되기를 원하신다는 것입니다. 처음 그들에게 찾아오셔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겠다고 하신 주님의 뜻이 변함없음을 알게 하시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맡기실 일이 있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셋째로 본문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예수님은 주님이시고 참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가 신약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해의 가장 간명하면서도 완전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빌립보 가이사랴에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하시는 예수님의 질문에 베드로가 내놓은 신앙고백인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니이다.” 한 고백 이상으로 훌륭한 고백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의심 끝에 도마의 입에서 나온 신앙고백에 만족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런 믿음을 가진 이들은 복되다 하셨습니다. 다만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도 믿을 수 있기를 바라셨습니다.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말씀하신 것입니다.
이 말씀은 도마를 향해 하셨지만 사실은 제자들 모두에게 하신 말씀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누가복음에 따르면 안식일이 지나고 제일 먼저 예수님의 무덤으로 달려갔다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사실을 알게 된 여인들이 무덤에서 돌아가 제자들에게 알렸을 때 그들도 여인들의 말이 허탄한 듯이 들려서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눅24:1-11). 예수님께서는 생전에 제자들에게 여러 차례 당신의 십자가에서의 죽음과 부활을 말씀하셨지만 실제로 부활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기 전에는 안 믿으려 하기는 도마나 다른 제자들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오늘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어진 우리도 말씀을 따라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다면 우리는 복된 사람이라고 주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어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뿐이겠습니까?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서 오직 한 분 하나님이시라는 것,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천지만물을 창조하셨다는 것, 말씀이 육신이 되어 오신 예수님의 동정녀탄생을 비롯해서 신구양성경이 말하는 온갖 기적 등 우리의 경험과 상식을 넘어서는 모든 것을 우리가 보지는 못하지만 믿으면 우리는 복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이 얼마나 감사할 일입니까?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셔서 제자들을 찾아오셨다는 사실은 제자들에게 있어서 사실 엄청난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어쩌면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신 일보다 더 충격적이었을 것입니다. 부활하셔서 찾아오신 예수님을 다시 만나게 된 제자들이 가진 것은 단순히 배신의 죄를 용서받았다는 기쁨과 안도감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가졌을 죄책감과 수치심과 자괴감은 그가 부활하셔서 그들 앞에 다시 나타나셨을 때 더욱 커졌을 것입니다. 자기들이 배신했고 다시 얼굴을 대할 면목도 염치도 용기도 없었을 예수님께서 확실하게 하나님이시고 지금 자기들 앞에 나타나 서 계심을 확인하는 순간 제자들이 받은 충격은 말로 다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배신으로 말미암은 죄책감과 수치심과 자괴감에 제자들을 함몰시킨 부정적인 충격상태에서 벗어나 찬찬히 생각을 가다듬으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엄청나게 긍정적 의미를 갖는 대사건입니다. 인류의 전 역사에 있어서 이보다 더 큰 반전의 역사는 없을 것입니다. 인류역사에 수많은 전쟁이 있었고 그만큼의 승리가 있었지만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보다 더 큰 승리는 없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를 믿는 우리 모두에게 있어서도 그의 부활은 우리 자신의 승리의 힘이고 확신이며 위로와 용기와 기쁨과 소망의 원천이 되는 것입니다. 부활신앙은 우리를 죽음조차 이기게 하며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도 살아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인 것입니다.
자기들 자신도 예수님을 배신하기는 했지만 사실 예수님의 제자들만큼 예수님의 죽음이 부당하고 억울하고 원통하다고 여길 사람도 없었을 것입니다. 삼 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예수님을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보고 듣고 안 사람들입니다. 그에게서 아무런 잘못이 없음을 가장 잘 알았을 사람들입니다. 그에게 십자가 처형이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었습니다. 그보다 더 선하신 분이 없었습니다. 그보다 더 지혜 있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보다 더 사랑이 넘치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보다 더 거룩하시고 의로우신 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십자가라니 말이 되는 일이었겠습니까? 가장 억울하고 분에 터져 죽을 것 같았을 이들이 그 제자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 항변도 못하고 힘 써볼 틈도 없이 예수님께서 덜컥 십자가에 달리시고 죽으셨으니, 게다가 자기들도 비겁하게 다 도망치고 말았으니 그들의 비통함이 어떠했겠습니까? 모든 것이 허망해진 제자들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제자들이었기에 더더군다나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다시 찾지 않을 수 없으셨을 것입니다. 그들을 부활시키셔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부활은 곧 제자들의 부활이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에서의 죽음은 사실 세상의 모든 악의 결집의 결과였습니다. 유대인 고위성직자들의 시기와 자기안위에 대한 욕망, 음모와 모함, 선동과 배신, 매수와 협박, 정치적 야망을 위해 의를 희생시키는 냉혹한 계산 등 인간의 온갖 추악함이 어우러져 빚어낸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예수님의 십자가의 죽음은 놀랍게도 사실은 하나님의 뜻대로 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승리인 것입니다. 거짓된 세상이 진리를 이긴 것 같았고 악한 자들이 선을 파괴한 것 같았으나 그들은 참되고 영원한 진리와 생명이 승리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도구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승리하시고 세상이 그 앞에 무릎 꿇은 것입니다. 위대하신 하나님의 위대한 승리, 그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인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바르게 살면서 불의한 자들에게 고난당하는 이들에게 끝까지 견딜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약해서 비겁해지고 그 때문에 죄책감과 수치심과 자괴감에 시달릴 사람들에게 용서와 위로와 다시 일어설 용기와 소망을 주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선과 진리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을 주는 것입니다. 모든 거짓은 반드시 드러나고야 만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착한 사람들은 먹지도 못하며 고생하는데 악한 자들은 배부르고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하는 이들에게 인내하며 의의 승리를 기다릴 수 있게 해주는 치유의 약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에서 메는 십자가가 영광의 십자가이고 승리의 월계관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이 세상이 아무리 부당한 채찍과 험악한 창칼로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를 위협하며 공격해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할 때 언제 어디서나 모든 일에 있어서 궁극적 승리자일 것임을 확신하며 이 세상에 굴복하지 말라고 깨우치는 하나님의 계시인 것입니다. 이 부활신앙을 언제나 새롭게 하고 더욱 튼튼히 하며 매일 매일의 삶에서 승리하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