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두 본문 중 앞의 것은 예수님의 마지막 예루살렘 입성에 관한 증언입니다.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예루살렘 성에 들어오실 때 예루살렘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종려나무 가지를 가지고 맞으러 나가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하며 외쳤습니다(본문 12:13). 종려나무 가지를 흔드는 것은 이미 쟁취된 승리를 선포하는 것이며 그 승리자에게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종려나무 가지를 가지고 예수님을 맞으러 나간 사람들은 그를 이미 왕처럼 영접하고 있었던 것이며 그가 로마군대를 몰아내고 로마제국의 지배를 종식시키며 이스라엘 나라를 다시 회복시킬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에게는 허황된 환상이 아니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예수님이 행하시는 놀라운 권능을 이미 여러 차례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물로 포도주를 만드신 일, 보리떡 다섯 개와 생선 두 마리로 남자들만도 오천 명 이상을 배불리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게 하신 일, 온갖 귀신을 다 쫓아내시고 모든 병을 다 고치신 일, 심지어는 죽은 사람도 살려내신 일, 물 위를 걸으신 일, 바람과 파도를 말씀 한 마디로 가라앉히신 일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예수님을 억지로라도 임금으로 삼으려 하게 할 만했던 것입니다. 그들은 모세 이후 그만한 지도자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제 아무리 로마 군대라 해도 그를 당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여길 만했던 것입니다. 갈릴리에서만도 평소에 오천 명 정도의 무리가 그를 따라다녔습니다. 그가 대로마 독립전쟁을 선포한다면 전국에서 수만 명의 군대를 모으는 것은 문제도 아닐 것이었습니다. 수적으로 로마군대를 압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군량미 같은 것은 걱정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군대 수가 얼마가 되든지 예수님께서는 무제한으로 배불리 먹이실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싸우다가 부상자가 발생할 걱정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예수님이 다치는 사람마다 말씀 한 마디로 즉시즉시 다 낫게 해주실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사자가 생겨도 다 다시 살려내실 것이었습니다. 여차하면 비바람이나 벼락천둥까지도 다 동원하셔서 로마군대를 완전히 패주시키실 수 있으실 예수님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모세나 여호수아나 기드온이나 사무엘이나 히스기야 왕 때 거두었던 수많은 기적적인 승리가 로마를 상대로 통쾌하게 재현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할만 했던 것입니다. 종려나무 가지를 가지고 예수님을 맞으러 나간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하나님이 보내시는 메시야 바로 그였던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으로 들어오시는 그때야말로 로마의 지배와 암울한 삶으로부터 구원받을 절호의 기회였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예수님을 향해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하며 외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호산나”는 “지금 구원하소서”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두 번째 본문에서 우리는 너무나 큰 사태의 돌변을 봅니다. 그것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붙잡아 로마의 유대 총독 빌라도에게 끌고 가서는 그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라고 소리 질러 끝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게 한 것입니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히는 돌변입니까? 물론 그 배후에는 예수님을 시기하고 그 때문에 그들이 로마제국과의 타협을 통해 누리던 이권과 평온한 삶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대제사장을 비롯한 유대교 지도자들의 사주와 선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토록 이스라엘 땅에서 로마를 몰아내고 이스라엘의 독립과 자유를 되찾아줄 메시야라고 환호하며 영접하던 예수님을 불과 며칠 사이에 돌변하여 민족의 적인 로마의 총독에게 끌고 가서 죽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군중은 예수님이 그들의 왕이심을 부인함으로써 그들 자신의 며칠 전의 행위를 부인했습니다. 로마 총독 빌라도는 붙잡혀온 예수님을 죄가 없다고 여기며 놓아주려고 하는데 그들이 오히려 소리 지르기를 “이 사람을 놓으면 가이사의 충신이 아니니이다. 무릇 자기를 왕이라 하는 자는 가이사를 반역하는 것이니이다.”(본문 19:12) 하며 예수님을 반역자로 몰았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유대인이기를 버리고 로마인들이 되었으며 로마 황제의 충신들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 곧 이스라엘의 왕이시여.” 하던 예수님을 가리키며 소리 지르기를 “없이 하소서, 없이 하소서. 그를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했습니다. 빌라도가 그들에게 묻기를 “내가 너희 왕을 십자가에 못 박으랴?” 하자 대제사장들은 대답하기를 “가이사 외에는 우리에게 왕이 없나이다.” 했습니다(본문 19:15).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은 민족의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과 자존심을 송두리 채 내던져버린 것입니다. 그것도 바로 하나님의 아들을 죽이기 위해서입니다.
예수님에게 십자가 처형의 판결이 내려진 것은 제사장들이 성전에서 유월절 양을 잡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낸 시점이었습니다. 그들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성전에서 유월절 양을 잡을 뿐 아니라 빌라도의 법정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죽인 것입니다. 절묘하기 이를 데 없는 시점에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의 속죄와 구원을 위하여 스스로 참된 유월절 양이 되신 것입니다.
이 돌변의 원인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그로 말미암은 잘못된 기대였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분명 온 세상의 왕이셨지만 이 세상 왕들 같이 정치적이고 군사적으로 왕권을 사용하는 왕이 아니심을 유대인들은 몰랐던 것입니다. 예수님의 메시야 왕국도 정치적 독립과 경제적 회생을 위해 무력으로 세우는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의 진리를 드러내고 영원한 생명을 펼치는 데서 이루어지는 나라라는 사실을 유대인들은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빌라도에게 말씀하시기를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요18:36) 하셨는데 유대인들은 하나님나라와 세상나라를 혼동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에 어린 나귀를 타시고 들어오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것은 선지자 스가야의 예언(슥9:9)을 이루시기 위해서였습니다. 본문 14-15절에서는 “예수는 한 어린 나귀를 보고 타시니 이는 기록된 바 ‘시온 딸아, 두려워하지 말라. 보라, 너의 왕이 나귀 새끼를 타고 오신다.` 함과 같더라.” 하는데 마21:4-5에서는 예수님이 어린 나귀를 타시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신 이유가 하나님께서 선지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임을 보다 분명하게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는 선지자를 통하여 하신 말씀을 이루려 하심이니 일렀으되 ‘시온 딸에게 이르기를 네 왕이 네게 임하나니 그는 겸손하여 나귀, 곧 멍에 메는 짐승의 새끼를 탔도다 하라.` 하였느니라.” 실제로 슥9:9에 보면 “시온의 딸아, 크게 기뻐할지어다. 예루살렘의 딸아, 즐거이 부를지어다. 보라, 네 왕이 네게 임하시나니 그는 공의로우시며 구원을 베푸시며 겸손하여서 나귀를 타시나니 나귀의 작은 것 곧 나귀 새끼니라.”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이 겸손하시며 공의로 구원을 베푸시는 왕이심을 보아야 합니다. 칼을 차고 말을 타고 오는 왕이 아니심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구약성경에서 말은 종종 전쟁과 힘과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는 교만에 연관되고 있으며 나귀는 평화와 겸손을 상징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의도적으로 나귀 위에 타심으로써 정치적, 군사적 힘을 쥔 세상의 군왕으로서가 아니라 이 세상나라들과 전혀 다른 나라의 왕, 겸손한 평화의 왕으로 당신 자신을 나타내셨던 것입니다. 그것을 깨닫지 못했기에 예루살렘의 군중은 예수님에 대한 그들의 기대가 어긋나자 쉽게 돌변하여 그를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라고 소리 질렀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님의 겸손을 단순히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일반적인 겸손이 아니라 보다 깊게 신학적이고 구원론적인 의미의 겸손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빌2:6-8에서 쓰기를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셨고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했습니다. 즉 본래 하나님도 아니면서 하나님과 같이 되려는 교만과 불순종의 죄에 빠지고 죽음에 이르게 된 인간을 살리시기 위하여 본래 사람이 아니시고 하나님과 하나이신 그의 아들이 자기 자신을 비우시고 사람의 몸으로, 종의 형체로 낮추어 오셔서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신 그 겸손입니다. 주님께서는 어린 나귀 위에 타심으로써 자기 백성을 구원하시려고 스스로를 낮추어 오신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드러내셨던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 그리스도와 그의 어린 나귀 타고 오심의 의미를 바로 이해하지 못하면 옛 예루살렘의 군중처럼 금방 돌변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왕 되심을 부인하고 그에게 등을 돌리는 일은 언제나 우리에게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바로 알고 우리의 믿음 속에서 세속적인 기대와 목적을 내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환호가 곧 배신으로 돌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가 며칠 동안만 아니라 영원히 찬송해야 할 우리의 왕이시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