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입다의 서원과 승리

성경 : 삿 11:29-40

입다는 암몬 자손과 협상을 통해서 분쟁을 해결하려고 시도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그 이유는 암몬 자손의 왕이 입다가 사람을 보내어 말한 것을 듣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번 분쟁은 전쟁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말씀은 두 가지 중요한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입다가 암몬과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전쟁 과정에서 입다가 서원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먼저 입다의 승리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입다의 승리

삿 11:29 이에 여호와의 영이 입다에게 임하시니 입다가 길르앗과 므낫세를 지나서 길르앗의 미스베에 이르고 길르앗의 미스베에서부터 암몬 자손에게로 나아갈 때에

입다의 승리의 근원은 바로 여호와의 영이 임함이었습니다. 입다에게 성령이 임하였다는 사실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1>하나님의 인준을 의미합니다.

다른 사사들에게도 하나님의 영이 임하여 사사로서의 확실한 증거를 보이셨던 것처럼(3:10, 6:34) 하나님께서는 입다에게도 성령을 부어 주심으로써 그를 이스라엘을 다스릴 사사로 인정하신 것입니다. 입다는 길르앗 장로들에 의해 그들의 장관으로 추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성령이 임하심으로 하나님이 세우신 일꾼이라는 것이 인정된 것입니다.

2>입다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하심으로, 하나님께서는 의로운 재판장으로서 잘못을 저지른 암몬 자손을 징계하시기 위해 일어나실 것이라는 입다의 논증(27절)이 사실임이 입증된 것입니다.

입다에게 성령이 임하시고 그가 길르앗과 므낫세를 지나서 길르앗의 미스베로 나아갔습니다. 이것은 싸울 군대를 모집하기 위함이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입다를 따르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요? 그것은 입다에게 하나님의 영이 임하였기에 사람들이 입다를 따라 전쟁에 참전하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영은 그가 싸울 수 있도록 강화시키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주신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령이 임하기전 너무나 평범했던 사람들이 성령님과 함께 놀라운 능력의 사람이 됩니다. 약점 많은 사람이 오히려 강한 역사를 일으킵니다. 약한 자가 강해지고 미련한 자가 지혜로워지고 겁쟁이가 용맹한 장수가 됩니다.

9장에 엔티 사사 아비멜렉이 나옵니다. 아비멜렉에게는 여호와의 영이 임하는 것이 아니라 9장 23절에 보면 “악한 신”이 임합니다. 그러자 아비멜렉이 몰락해 가게 됩니다. 잘 나간다 싶던 아비멜렉에게 악령이 임하자 급반전되어 죽음의 길을 갑니다. 옷니엘에게, 기드온에게, 입다에게, 삼손에게 “여호와의 영이 임하자” 급반전되어 승리의 길을 가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사사기 이야기는 오늘 교회의 이야기요 성도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그리스도인들이 영적인 전쟁에서 이기는 길이 성령의 능력을 받는 것입니다. 연약하고 무능한 사람들에게 성령님이 함께 하시면 권세 있고 용감한 성도가 됩니다. 너의 능력이 무엇이며, 너의 기적이 무엇이냐? 임마누엘 하나님이 함께 하는 것이니라!

행 1:8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입다와 암몬 자손 사이에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전쟁은 어떻게 끝이 납니까? ‘여호와께서 그들을 그의 손에 넘겨주시매 아로엘에서부터 민닛에 이르기까지 이십 성읍을 치고 또 아벨 그라밈까지 매우 크게 무찌르니 이에 암몬 자손이 이스라엘 자손 앞에 항복하였더라.’ 할렐루야!

여호와의 영이 입다에게 임하시므로 이스라엘은 암몬과의 싸움에서 크게 승리하게 됩니다. 입다의 용맹함 때문에 승리한 것이 아닙니다. 여호와께서 그들을 넘겨주셨기 때문입니다. 승리의 근원은 바로 하나님이셨습니다. 이스라엘은 암몬으로부터 20개 이상의 성읍을 빼앗고 완전항복을 받아냅니다. 약속한 대로 입다는 이스라엘의 장관 - 머리가 됩니다.

입다의 서원

그러나 이 과정에서 입다는 돌이킬 수 없는 한 가지 실수를 했고 그 일로 그는 참으로 기가 막히는 비극을 초래했습니다. 암몬 자손과 싸우려고 나아갈 때에 그는 하나님께 서원하기를 “주께서 과연 암몬 자손을 내 손에 넘겨 주시면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 한 것입니다(30-31절).

그런데 그가 암몬을 물리치고 개선하며 미스바에 있는 자기 집에 이르렀을 때에 자기의 무남독녀인 딸이 소고를 잡고 춤추며 나와서 그를 영접한 것이었습니다(34절). 입다는 그것을 보고 자기 옷을 찢으며 울부짖어 말하기를 “어찌하면 좋으냐 내 딸아. 너는 나를 참담하게 하고 나를 괴롭게 하는구나. 내가 내 입으로 하나님께 서원하였으니 돌이킬 수 없는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냐?” 라고 했습니다(35절). 이 어이없는 상황을 깨달은 그의 딸은 그러나 그의 아비에게 말하기를 “아버지, 아버지께서 아버지의 입으로 하나님을 향하여 서원하셨으면 아버지의 그 말씀대로 내게 행하셔요. 그것은 아버지가 대적 암몬 자손에게 원수를 갚기 위해서 하신 일이고 하나님께서는 아버지를 위하여 허락하신 일 아닙니까?” 했습니다(36절). 그 딸은 단지 자기가 남자를 알지 못하고 처녀로 죽게 된 것을 아버지에게 청하여 허락을 받았습니다(37-38절). 두 달 만에 그 딸은 아버지에게 돌아왔고 그의 아버지 입다는 자기가 서원한 대로 실행하고야 말았습니다. 그에게 아무 잘못한 것 없는 착한 딸을 제 손으로 번제의 제물로 바쳐야 했던 입다의 비극입니다.

하나님께 서원이나 중요한 서약(약속)을 해 본적이 있습니까?

서원이란 감사제의 일종입니다.

서원에는 히브리어로 「아싸르」라는 말이 있고 「네데르」가 있습니다.

「아싸르」는 “묶는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어떤 권리나 자유를 묶는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을 묶는다는 뜻입니다. 즉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해서 자신이 누리는 행복의 일부를 묶고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네데르」는 “맹세한다”는 뜻입니다. 자발적으로 헌신과 헌물을 맹세하는 것입니다. 자발적으로 어떤 희생을 결단하는 것입니다. 즉 서원자가 어떤 목적을 두고 적극적인 맹세를 하는 것입니다. 감사의 표시로 자기 소유 중 가장 값진 것 때로는 목숨까지 드리기로 결단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의 서원은 바로 이 네데르입니다.

성경에 보면 야곱이 눈먼 아버지와 형 에서를 속여 장자의 명분을 빼앗아 도망을 갑니다. 깊은 밤 베델 땅에서 하나님께 맹세를 합니다.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 계셔서 이 여행길에서 저를 지켜 주시고 먹을 음식과 입는 옷을 주셔서 무사히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주시면 여호와를 저의 하나님으로 섬기겠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제게 주신 모든 것의 십분의 일, 십일조를 하나님께 바치겠습니다.” 이것이 서원입니다.

사무엘상 1장 11절에 보면 한나가 서원을 합니다.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아보시고 나를 기억하사 아들을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아니하겠나이다.” 이것이 서원입니다.

원래 서원은 나쁜 것이 아니라 좋은 것입니다. 오늘 신앙인의 문제는 서원 즉 감사의 결단, 헌신의 결단이 없는 것입니다. 지키지 못할 맹세를 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주님을 위해 멋지게 살아보겠습니다. 주님의 은혜가 너무 커서 마땅히 내가 누릴 수 있는 자원을 흔쾌히 주님께 드리겠습니다. 내 삶을 주께 드려 주의 뜻대로 살겠습니다.” 하는 결심 한번이 없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는 것이지요.

문제는 은혜에 대한 감사의 결단이 조건부 약속으로 변질되는데 있습니다. 하나님과 하는 거래를 서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다급하고 해결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때 “이번 문제만 해결되면 이렇게 헌신하겠습니다.” “내 아이의 병을 이번에 고쳐주시면 이 아이를 목회자로 바치겠습니다.” 결단이 조건이 되면 서원이 변질됩니다. 서원은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하는 약속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축복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서원을 하면 하나님의 도우심이 보장된다고 믿고 하나님과 흥정하는 뇌물이 서원 헌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원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하나님을 내가 원하는 소원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사업 일으켜 주시면 얼마를 드리겠습니다.” 이런 서원에는 인간의 욕심, 이기심이 깔려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가 아닙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감사합니다. 하는 고백이 없습니다.

목사님과 노랭이 장로님이 등산을 하고 있었습니다. 장로님은 온 교인이 하는 건축헌금을 한 푼도 안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더니 벼락이 땅 땅 장로님 눈 앞에 있는 바위에 떨어졌습니다. 장로님이 바들바들 떨며 서원을 했습니다. “오, 하나님. 이 비를 피하여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면 건축헌금 천 만원 드리겠습니다.” 목사님이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했습니다. “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한 번만 더 벼락을 내려주옵소서. 아니 다섯 번만 더 내려 쳐 주십시오!”

입다는 왜 이런 서원을 했을까요?

30절 31절입니다.

“그가 여호와께 서원하여 이르되 주께서 과연 암몬 자손을 내 손에 넘겨 주시면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물로 드리겠나이다.”

“나를 영접하는 그”를 바치겠다고 합니다. 여기 “그”가 짐승 한 마리를 바치겠다는 뜻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지금 입다가 싸워야 할 암몬에는 사람을 죽여 제사하는 풍습이 있었지만 그러나 하나님은 인신 제사를 싫어하십니다. 율법이 엄히 금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입다는 이런 서원을 한 것일까요?

1)하나님과의 대타협

입다가 하나님과 외교적, 정치적 대 타협을 한 것이라고 보는 입장이 있습니다. 입다는 이스라엘 사령관으로 초빙 받는 과정에서 장로들과 멋진 타협을 이루어냅니다. 입다는 정식 장관 - 통치자로 청빙 받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 통치자로 남을 수 있도록 확실한 보장을 받습니다.

입다는 암몬 왕과의 역사 논쟁에서도 정치가로서 능숙함을 보입니다. 암몬 왕 앞에서 이 길르앗 땅이 “내 땅”(12절) 이라고 주장합니다. 여기서 암몬 왕은 입다를 길르앗의 통치자로 인정해 버리고 맙니다. 이처럼 정치적 타협에 능숙한 입다가 이제 하나님에게도 동일한 수법을 사용합니다. 하나님과 흥정하는 무모한 도박을 벌입니다. 이 엄청난 서원을 통해 입다는 하나님의 확실한 도움과 승전을 약속 받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하나님과의 흥정, 타협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얘기입니다.

2)입다의 오염된 신앙

입다의 신앙이 주변 이방인의 신앙에 오염되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소위 신앙 오염론입니다. 인신 제사는 분명 하나님이 싫어하고 율법이 엄히 금하고 있는 제사였지만 입다는 이런 전통을 모르고 있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입다가 가정에서 쫓겨나 살았기 때문에 아버지로부터 율법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입다는 이방인들이 흔히 행하는 사람 번제를 드리겠다고 하나님께 약속을 했다는 것이지요.

3)입다의 엉터리 서원

세 번째는 입다가 불신앙 때문에 이런 엉터리 서원을 했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입다는 이번 전쟁이 길르앗 사람 모두가 사느냐 죽느냐 하는 대단히 중요한 전쟁이라고 보았습니다. 전쟁에서 지는 날에는 출전했던 군사들뿐만 아니라 후방에 남아있는 백성들 가족들도 살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중차대한 전쟁에서 이긴다는 확신이 모자랐습니다. 그렇다면 군사들이나 그들의 가족이나 모두가 생사를 같이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나의 가족 하나가 하나님께 번제로 드려져 이 전쟁에서 이길 수만 있다면 못 죽을게 뭐가 있겠느냐 라고 판단한 것이지요. 이런 승전에 대한 불신앙과 두려움이 이런 큰 서원을 하게 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들은 서로 반대되는 해석이라기보다는 서로 보완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호와의 영이 임한 사사의 영적 판단이 이 정도였으니 당시 이스라엘이 얼마나 비참한 상태였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서원이 어떻게 이어집니까? 34절 35절입니다.

“입다가 미스바에 있는 자기 집에 이를 때에 보라 그의 딸이 소고를 잡고 춤추며 나와서 영접하니 이는 그의 무남독녀라”

“입다가 이를 보고 자기 옷을 찢으며 이르되 어찌할꼬 내 딸이여 너는 나를 참담하게 하는 자요 너는 나를 괴롭게 하는 자 중의 하나로다 내가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열었으니 능히 돌이키지 못하리로다.”

입다가 서원을 하며 가정할 수 있었던 상황 중에 가장 나쁜 상황이 벌어져버렸습니다. 송아지라도 한 마리 우쭐거리며 나왔다면 얼마나 좋았겠어요? 종들 중에 하나가 나와도 괜찮지요. 심지어 아내가 나와 영접했어도 부모가 자식을 죽이는 아픔보다 컸을까요? 그런데 무남독녀 외동딸이 나왔습니다.

이 세상에서 많은 아픔과 고통이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만큼 아픈 고통은 없습니다.

어떤 분이 여든이 다된 나이에 아내를 잃었습니다. 인생 살만큼 살다가 아내를 잃었건만 눈을 뜨나 감으나 아내 생각뿐입니다. 고독감에 매일 같이 눈시울을 적시다 일기장에 이런 글을 썼습니다.

오늘 아침도 6시가 되었다. 행여 그이가 새벽기도 갔다가 돌아오지나 않나 대문 있는 데를 기웃거려 본다. 저녁이 되어 어두워지면 하루 종일 심방하고 지금쯤 돌아오지나 않나 하고 내 마음은 동리 골목을 헤매게 된다. 손주를 부르는 내 목소리에는 그이의 목소리가 섞여 있고 그이가 읽던 붉은 줄친 성경을 보면 안경 낀 흰 머리 그 모습이 떠오른다. 아낙네들이 우중우중 서 있으면 행여 그 속에 서 있지나 않나 다시 한 번 두리번거리게 된다. 오 주여! 제가 죽는 날 꼭 하늘나라에 가서 그 이를 만나볼 수 있겠지요.

그리고 그 밑에 추사 김정희가 아내를 잃고 쓴 시 한 줄을 쓰고 이렇게 토를 달아놓았더랍니다. “저 세상에 가서는 당신과 나의 처지가 서로 뒤 바뀌어져서 나는 먼저 죽고 당신은 천리밖에 혼자 외로이 살아 이 내 가슴 아픈 마음을 당신으로 하여금 맛보게 해 보고 싶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얼마나 아프게 느껴지고 죽음의 이별이 얼마나 서글프고 그리웠으면 이런 글을 썼을까요.

우리 시대의 지성 이어령 교수도 암으로 시력을 잃고 죽어 가는 딸 앞에서 자신의 지식이나 가진 그 무엇도 무능 무력함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나가 본적이 없는 동네 작은 예배당에 엎드려 “사랑하는 내 딸을 살려 주신다면 나의 남은 삶을 주님 위해 살겠습니다.” 기도합니다. 이어령 교수는 딸의 치유를 통해 주님을 영접합니다. 이게 부모이지요. 자식을 위해서라면 나를 드리겠다고 서원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지요.

사랑하는 딸의 죽음 앞에서 쓴 한 아버지의 글입니다.

신희는 만 29세를 일기로 세 살과 다섯 살 난 두 딸과 남편을 남겨 놓고 주님의 부름을 받아 세상을 떠나갔다. 신희의 병은 어쩌다 늦게사 발견되어 1981년 12월에 개복수술을 받은 때는 이미 위암 말기였다. 집도의의 말에 따르면 수술 중 그냥 덮어버릴까 하다가 수술을 계속 진행했는데 위와 비장 전부를 몽땅 잘라내고 간장 일부와 췌장 일부까지 절제한 후 소장 일부를 잘라서 대용 위를 만들었다고 한다... (중략)

가족들 걱정을 안 끼치려고 그런 건지 아무리 아파도 꾹 참아버리는 신희의 그 성격이 암을 4기가 될 때까지 참아버리게 한 것이었으리라.

신희의 최대 공포는 참을 수 없는 극한 고통이었다. 수술한 날로부터 167일 동안 다른 암환자들은 단속적으로 통증이 온다는데 신희는 끊임없이 육체의 극한 고통을 받다가 갔다. 끊임없이 토하고 국물만 먹어도 장이 유착되는데다 장 전면에 퍼진 암 때문에 장 기능이 마비되어 아무리 관장을 해도 보름씩 변이 차고 가스가 찼다. 나중에는 복수가 차서 배가 터질 것 같은 팽만감에다 간 장애로 호흡곤란까지 겹쳤다. 집에 있을 때 깊은 밤이 되면 식구들에게 방해가 안 되도록 텅 빈 응접실에 혼자 몰래 나와서 그 무서운 복통을 참느라고 몸을 비틀며 울면서 신음하던 것을 나는 볼 수 있었다.

진통제들이 잘 듣지 않아 몰핀을 써야 하는데 말기 암환자에게는 몰핀도 듣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의사들은 최후까지 몰핀 쓰는 일에 인색하여 많은 암환자들이 죽기 전 일주일 정도는 거의 광란 상태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그 오랜 투병기간 동안 밤이면 혼자 울어 눈이 부었는데도 누구보다 먼저 세수를 했으며 식구들이 보는데서는 결코 울지 않았고 너무나 태연했다. 문병 온 사람들이 울어도 신희는 일부러 태연했다...(중략)

신희를 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도밖에 없었다. 신희가 토할 때마다 나는 내 죄를 창자까지 토했고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주님과 신희를 번갈아 부르며 숨 쉬듯 기도했으나 내 생애의 가장 애절한 기도는 무참히 거절당했다...(중략)

죽던 날 아침 8시에 내가 가서 기도해 주고 아내도 신희도 잠시 잠든 것 같아서 병실 문을 나오려고 하는데 신희가 손을 들고 “아빠, 아빠.” 부르더니 “기도, 기도.” 두 마디를 외쳤다. 내가 붙잡고 기도했더니 신희는 다시 잠이 들었다. 마음을 놓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간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곧바로 달려가 보니 신희가 숨을 거두고 있었다.

신희는 죽었다. 아내가 신희의 눈을 감겨 주었다....(이하 생략)

김준곤 목사님의 “딸의 죽음-그 존재의 제로섬에서”이라는 책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서원을 통한 교훈

여기서 입다는 과연 딸을 죽였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1)먼저 입다는 딸을 죽여 번제로 드렸다는 주장입니다.

입다는 암몬을 물리치고 고향 땅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들어서자 외동딸이 소고 치고 춤을 추며 가장 먼저 아버지를 반겨 맞았습니다. 그 순간 입다는 아차 하나님께 한 서원이 생각났습니다.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한 그를 번제로 드리겠습니다”고 한 서원이 생각났습니다. 입다는 승전소식을 알리며 춤추고 기뻐해야 할 시간에 자신이 한 서원 때문에 자식을 죽여야 하는 비통한 슬픔에 빠집니다.

딸아 어쩌면 좋으냐? 내가 여호와를 향하여 입을 열었으니 내가 어찌 돌이킬 수 있겠느냐? 그때 입다의 딸이 놀라운 신앙을 보입니다. “아버지, 아버지께서 하나님께 드린 서원이오니 말씀하신 대로 내게 행하십시요” “다만 아버지께 대를 이어드리지 못하고 처녀 몸으로 나라의 비운을 안고 죽는 것을 일정기간 애통을 하고 당당히 죽겠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두 달을 울고 아버지의 서원대로 죽어 갑니다. 그 옛날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번제로 바칠 때 나타나신 하나님도 이번엔 침묵하셨습니다. 수양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사사시대가 영적으로 이만큼 어둡고 암울했던 시대였습니다. 백성들은 입다의 딸이 죽은 날이 되면 국가적인 애도일로 기억했습니다. 성급한 아버지의 서원을 비난하고 질타하는 날이 아니라 하나님께 서원한 아버지의 허물을 탓하지 아니하고 시대의 비운을 끌어안고 죽어간 한 처녀의 향기로운 믿음을 기리는 슬픈 축제일로 지켰습니다.

성령이 함께 하는 믿음의 사람 입다였지만 가나안 풍습에 찌들어 하나님의 뜻과 말씀을 분별하지 못할 만큼 이 시대는 엉망이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도 입다의 서원을 막지 아니하시고 침묵하신 것은 이때 이스라엘은 “승리를 기뻐하고 축하할 자격이 없다”는 단정이었습니다.

사사시대는 이제 하나님께서 쓰시는 사람들조차 영적 분별력이 없을 만큼 점점 더 어두운 터널로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입다가 딸을 실제로 죽였을 것이라는 사람들의 주장입니다.

2)입다가 딸을 죽여서 제물로 바친 것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본문을 읽어가는 동안 우리가 딸을 실제로 죽여서 바쳤다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이유는 우리말 성경 본문 37절, 38절 “처녀로 죽음을 인하여” 즉 죽음이라는 단어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개역 번역엔 39절 “남자를 알지 못하였더라” 즉 “남자를 알지 못하고 죽으니라”고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성경 원문엔 이 죽음이란 단어가 없습니다.

영어 성경에도 (NIV) “처녀로 죽음을 인하여” 이 말을 “because I will never marry.”

즉 “내가 결혼을 하지 못한 것 때문에”라고 번역합니다.

여기서 입다가 딸을 번제로 드렸다는 말은 성경전체로 볼 때 성막에서 평생 수종들도록 하나님께 드려졌다는 말입니다. 신명기 12장 31절에서는 인신 제사를 엄히 거절하고 있습니다.(출20:13, 레18:21, 20:2-5) 레위기 27:2에서는 사람을 번제로 드린다고 서원했을 때는 그 값을 돈으로 계산하여 바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하나님께서 받으실 수 있는 인간 피의 제물은 오직 하나 뿐! 예수 그리스도의 피입니다. 설사 입다가 영적 무지로 딸을 죽였다할지라도 하나님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과연 입다가 딸을 죽여서 번제로 드렸느냐의 이 싸움의 결론이 무엇입니까?

성경적으로 모른다는 것입니다. 왜요? 성경의 관심이 죽였느냐 아니면 살려서 드렸느냐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경이 분명이 명시적으로 말씀하고 있지 않는 부분을 우리가 알려고 하기 때문에 혼란에 빠지는 것입니다.

왜 성경이 이 중요한 문제를 애매하게 기록했을까요? 이 사건의 중심 주제가 제물 문제가 아니라 “서원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죽었느냐에 관심을 갖지 말라는 겁니다.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입다와 그의 딸이 고통 가운데 서원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아비멜렉은 약속의 땅을 떠나고 세겜과의 약속을 쉽게 깨뜨리다가 자기 머리가 깨져 죽습니다. 그러나 입다는 언약의 공동체로 돌아가 자신이 하나님께 했던 언약을 고통스럽게 이행했다는 것입니다.

약속의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과의 언약을 깨뜨리고 짓밟고 살았습니다. 이때 입다의 극단적인 언약, 서원이라는 이야기를 통해 언약을 지켜줄 것을 사사기 저자는 역설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어떻습니까? 하나님과의 약속을 너무나 쉽게 깨뜨립니다. 사사시대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심지어 장로, 권사, 안수집사로 임직 받을 때 했던 서약을 헌신짝처럼 버립니다. 두려운 일입니다. 임직 후 1년도 안되어 자신의 언약을 지워버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보십시요. 입다가 자신의 외동딸을 서원을 지키기 위해 제물로 드리는 것처럼 하나님은 자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언약의 십자가 위에서 죽이십니다. 이것이 기독교입니다. 이처럼 언약을 지키시는 하나님이 우리 구원의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 인생에 결정적 실패가 있을 때 행여 하나님 앞에 했던 서원, 약속을 깨뜨린 적이 없는지 살펴보십시요.

사사시대의 결론이 뭔지 아십니까? 룻기서가 사사시대의 결론입니다.

언약의 땅으로 들어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입다의 서원 말씀이 외치는 결론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언약 백성으로 살기 위해, 하나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라는 것입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되기 위해 자신을 죽이고 포기하고 손해 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나라의 복을 얻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