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와 양선은 너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서 서로 바꿔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필요를 인식하고 충족시켜 주려는 적극적인 갈망을 의미합니다. 이 둘의 밀접한 관련 때문에, 이 장에서는 둘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자비(kindness)는 다른 사람의 행복에 대한 진지한 갈망이고, 양선(goodness)은 그러한 행복을 증진시키고자 다각적으로 벌이는 활동입니다. 자비는 성령이 우리의 마음속에 심어놓은 것으로, 자비의 마음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필요에 민감하게 되며, 양선은 말과 행동으로 그 자비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즉 양선은 행동하는 자비입니다.

그러나 이런 표현들을 하려면 주변 사람의 행복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에서 떨어져 있는 우리들 대부분은 천성적으로 나의 일, 나의 문제, 나의 계획에만 신경 쓰려고 합니다. 그러나 자비의 성품을 연습한 사람은 자기 자신과 관심사 바깥으로 생각을 확장하여, 주변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에 진심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됩니다.

양선에 대한 가장 실질적인 정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성품에 주어져 있습니다. 우리가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자신을 헌신한 예수님을 닮아 있는 한, 우리는 양선의 성품을 소유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닮기를 갈망한다면, 주변 사람들의 필요를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늘 민감해야만 합니다.

◆ 하나님의 무한한 자비

신약성경에는 하나님의 자비에 관해 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인간, 심지어 배은망덕하고 사악하며 완전히 길을 잃고 절망한 자들, 반역자들까지도 차별하지 않고 자비를 베푸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하나님을 닮고자 하면, 우리 역시 모든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스럽게 정이 쌓인 사람들 즉 가족과 친구와 마음에 드는 이웃들에게만 자비를 베풀려고 합니다. 우리의 천성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가장 비열한 사람들에게도 자비를 베푸십니다. 배은망덕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려고 시도해 본 적이 있습니까? 하나님의 은혜가 당신의 심령을 감동시키지 않는다면, 은혜를 모르는 그 사람을 향해 “그런 사람하고는 절대 상종을 안 하겠어”라고 반응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은혜를 저버린 사람들에게서조차 등을 돌리지 않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오직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고 선대하며 아무 것도 바라지 말고 꾸어주라(눅6:35).”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는 자비의 성품을 연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민감해지고 그들의 행복을 진정으로 갈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민감함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양선의 성품은 그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우리더러 행동하라고 촉구합니다.

◆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

우리는 대부분 에베소서 2장 8-9절 말씀에 익숙합니다. 이 말씀은 우리가 행위에 의해서가 아니라 믿음으로 말미암아 은혜로 구원받았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다음 구절인 10절 말씀에도 역시 친숙해져야 합니다.

“우리는 그가 만드신 바라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심을 받은 자니 이 일은 하나님이 전에 예비하사 우리로 그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

이는 아주 놀라운 선언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지으심을 받았을 뿐 아니라 선한 일을 위해 새로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선한 일을 위하여 지으신 자들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선한 일이란 단조로운 일상의 삶속에서 행하는 모든 것을 가리킵니다. 어쩌면 세상의 행복은 소소한 일상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바울은 과부로 교회의 명부에 올릴 자의 자격을 “선한 행실의 증거가 있어 혹은 자녀를 양육하며 혹은 나그네를 대접하며 혹은 성도들의 발을 씻으며 혹은 환난 당한 자들을 구제하며 혹은 선한 일을 행한 자라야 할 것이요(딤전5:9,10).” 바울이 이 구절에 명시한 것들 중에서 특별히 뛰어나거나 화려한 것들은 전혀 없습니다. 선한 일이란 일상의 삶 속에서 접할 수 있는 평범한 것들입니다. 우리가 선을 행할 기회들은 대부분 일상의 삶을 사는 가운데서 생길 것입니다. 우리를 향한 도전은 바로 이것입니다.

◆ 일터에서 선을 행하기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선을 행하라고 준비해 주신 영역 가운데 가장 분명한 것은 아마도 인생의 소명 혹은 직업의 영역일 것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일터에서 보냅니다. 만약 우리가 그곳에서 선한 일을 할 기회를 찾지 못한다면, 우리는 삶의 절반을 버리고 있는 셈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교역자나 선교사와 같은 전임사역만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소명’의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종교개혁자 루터가 밝힌 것처럼, 우리 삶의 모든 영역이 바로 우리의 사명지요, 사람들의 필요를 채우기 위해 수고하는 모든 우리의 헌신이 바로 ‘소명’인 것입니다.

자신의 일터의 상황을 돌아보십시오. 비록 그곳이 당신에게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한 필요악의 장소라 할지라도, 당신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그곳에서도 여전히 빛과 소금으로 부름 받았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당신이 학생이라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얼마든지 말과 행동으로 자비를 실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학업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잠재적인 선행일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전업 주부라면, 가사는 하나님이 당신을 부르신 가치 있는 영역일 뿐 아니라 당신의 소중한 사역현장입니다. 설거지, 기저귀 갈기, 빨래, 요리 그리고 청소가 때로는 무의미하고 값어치 없는 일로 여겨질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사만큼 당신의 가족들에게 큰 혜택을 주는 직업이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리고 가사일에 여유가 생기면 봉사활동으로 양선을 행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집에서 선을 행하기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딤전5:8).” 선한 행실은 집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우리가 배우자, 부모, 자식들의 필요는 소홀히 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집 밖에서 선한 일을 하고 있다면, 양선의 성품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가정에서는 누가 쓰레기를 치웁니까? 평범해 보이는 집안일들이 많은 그리스도 인 가정에서도 소홀히 여겨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자비와 양선의 성품을 닮기를 원한다면, 귀찮고 하찮아 보이는 집안일들을 통해 선한 일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자녀들에게 선한 일을 하도록 가르치려 한다면 그들은 마땅히 훈련받아야 합니다. 선한 일을 하는 것은 저절로 터득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녀들에게 본을 보여야 합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자녀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이 아버지가 걸레를 빨고 거실을 청소하며 설거지를 돕는 장면을 보는 특권을 누려봤는지 궁금합니다. 모든 이에게 선한 일을 행하되 특히 우리 가족에게 선한 일을 행합시다.

◆ 모든 사람들에게 선을 행하기

선을 행할 기회는 사실상 무한하기 때문에, 성령이 우리에게 주시는 기회를 잘 알 수 있도록 하나님의 영에 민감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너무 바빠서 다른 사람을 돕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양선은 결코 충동적이지 않고 이성적이고 신중한 것입니다.

따라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고, 그것을 채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일지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양선은 단지 돈과 상냥한 말과 동정어린 모습만이 아니라 시간과 생각과 인내와 노동까지도 기꺼이 내주는 것이어야 합니다.

“힘에 지나도록(고후8:3)” 자원하여 성도를 섬기는 일에 참여하였던 마게도냐 그리스도인들처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선을 행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은 시간이 없을 때라도 시간을 내주어야 할 때가 많을 것입니다. 이것은 여력이 안 되는 중에도 돈을 내는 것과 꼭 같은 믿음의 행위입니다.

선을 행하다 몇 번, 아니 수십 번 지치는 상황에 처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끝이 없는 선을 행하면서 날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특히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그런 선한 행위를 당연한 것으로 여길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양선은 수혜자의 감사나 보상을 바라보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봅니다.

마태복음 25장의 심판 날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큰 경각심을 줍니다. 그날에 심판의 기준은 선한 행실입니다. 굶주린 자에게 먹을 것과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고 헐벗은 자에게 옷을 입히며 나그네를 환대하고 병자를 돌보는 것, 그리고 감옥에 갇힌 자를 찾아가는 것 등등. 핵심 메시지가 무엇입니까? 착한 일을 해야 천국에 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라, 착한 행실은 우리가 천국을 향해 가고 있다는 필수 증거라는 것입니다.

◆ 기회를 살피기

당신의 은사, 재능, 직업 그리고 상황들은 다른 사람들을 섬김으로써 하나님을 섬기라고 하나님께서 당신에게 특별히 주신 것으로 여기기 바랍니다. 베드로는 “각각 은사를 받은 대로 하나님의 여러 가지 은혜를 맡은 선한 청지기 같이 서로 봉사하라(벧전4:10)”고 말했습니다. 세상에서 필요한 모든 선한 일을 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당신을 위해 예비해 놓으신 것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또한 선을 행할 대부분의 기회는 평범한 일상의 삶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사람의 주목을 받을 만한 극적이고 눈부신 기회가 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기 바랍니다. 불타는 자동차에서 희생자를 끌어내는 선을 행한 사람은 지금껏 몇 사람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겐 상냥하고 위로를 나누는 말을 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작고 착한 일이 다른 누군가의 삶을 더 기쁘게 해줄 것입니다.

선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생각과 노력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선을 행할 기회는 우리 삶의 방해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획의 일부이자 축복의 통로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을 할 시간은 언제나 있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한 은혜를 갈망하게 될 때, 영혼은 확장되고 자기를 벗어나 주변 사람들의 필요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런 다음 자비와 양선의 열매를 잘 맺는데 필요한 은혜를 얻기 위해 담대하게 하나님의 보좌 앞에 나아가기 바랍니다. 그 옛날 초대교회 시대에 도르가에 대해 사람들이 말했듯이, 여러분 모두도 그같이 칭송받는 복된 삶을 살아가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도르가는 “언제나 착한 일을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힘썼습니다(행9: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