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 4:3~4) - 지금은 기경해야 할 때입니다 -

3 ○야훼께서 유다와 예루살렘 사람에게 이와 같이 이르노라 너희 묵은 땅을 갈고 가시덤불에 파종하지 말라 4 유다인과 예루살렘 주민들아 너희는 스스로 할례를 행하여 너희 마음 가죽을 베고 나 야훼께 속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너희 악행으로 말미암아 나의 분노가 불 같이 일어나 사르리니 그것을 끌 자가 없으리라
(개역개정판 렘 4장)

수년 전 굉장한 인기를 끌었던 <내이름은 삼순이>라는 드라마에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유명한 장면이 있습니다. 아버지와 딸인 삼순이가 대화하는 장면입니다. 아버지가 말합니다. “이번에는 어떤 놈이야?” 그러자 삼순이가 “어떤 놈? 어떤 놈이냐면 완전 무슨 왕싸가지에다가 지가 무슨 왕잔 줄 아는 아주 이기적인 바람둥이야!”라고 말하자, 아버지가 삼순이에게 말합니다. “어쩌다가 그런 놈을 좋아하게 됐어?”..... 다시 삼순이가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아부지, 서른이 되면 안 그럴 줄 알았어. 가슴 두근 걸릴 일도 없고, 전화 기다리면서 방새 울 일도 없고, 그게 얼마나 힘든 건데... 그냥 나 좋다는 남자 만나서 가슴 안 다치게, 내 이 맘 안 다치며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근데 이게 뭐야, 끔찍해. 그렇게 겪고 누굴 좋아하는 내가, 나는 내가 너무너무 끔찍해 죽겠어. 아주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아부지.”

여기 삼순이가 말한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라는 대사가 뭇 여성들을 '멍' 때리게 만들었던 유명한 대사라고 합니다. 그런데 의학적으로 보면, 심장이 딱딱해지면 사람은 죽습니다. 딱딱해진 심장은 신체 구석구석으로 피를 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피가 덜 통하게 되면 나중에는 뇌경색, 협심증, 심근경색, 중풍 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우리 신체 부위가 딱딱해지면 문제가 됩니다. 허리나 어깨나 가슴 등 우리의 신체가 딱딱해지면 문제가 됩니다. 하다못해 변이 딱딱해져도 문제가 됩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 신체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생활의 전반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고기도 질기고 딱딱하면 맛이 없습니다. 옥수수도 딱딱하면 먹기가 싫습니다. 과일도 익지 않아서 딱딱하면 먹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리 교회 서쪽 주차장에 자두와 배와 체리 등의 유실수들이 많이 심겨져 있습니다. 작년에 익지 않은 자두 열매를 하나 따서 먹었다가 너무 시어 중간에 먹는 것을 멈춘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몸이나 고기나 과일은 부드러워야 합니다. 대부분 딱딱한 것보다 부드러운 것이 훨씬 좋습니다.

땅도 마찬가지입니다. 땅이 딱딱하면 식물이 자라기 어렵습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자라서 꽃과 열매를 내기 위해서는 땅이 부드러워야 합니다. 물론 씨앗도 중요합니다. 죽어버린 씨앗을 백날 심어보아야 싹이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살아있는 씨앗을 심는다 할지라도, 흙이 좋지 못하면 풍성한 열매를 거둘 수 없습니다. 원래 비가 오고 해가 나고, 비가 오고 해가 나기를 반복하면서 흙이 딱딱해지고 잡초가 무성해집니다. 농부가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그러한 상태에 있는 땅에 씨앗을 뿌려서는 안 됩니다. 지혜로운 농부는 겨우내 굳어진 땅을 갈아엎어서 공기가 들어가게 하고 흙을 부드럽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나서 씨를 뿌리면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나중에는 풍성한 결실을 얻을 수 있습니다. 기쁨으로 추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도 보면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 농사짓는 방법을 예를 들어 말씀하고 계십니다. 예레미야는 남 유다의 16대 왕인 요시야 왕 때인 주전 627년 경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선지자가 되었습니다. 예레미야가 활동하던 시대의 유다 백성들은 악행을 저지르고 있었고 나라는 망하기 직전이었습니다. 중간에 몇몇 왕들은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솔로몬 왕 이루 300년간 대부분 우상을 숭배했습니다. 그러다가 급기야 14대 므낫세 왕 때에는 왕이 자기 아들을 우상에게 제물로 바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므낫세 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아몬 왕 때에는 왕을 비롯한 백성들이 더 심하게 우상숭배를 하고, 미신과 점술에 빠져 있었습니다. 온 나라가 부정과 부패로 가득차고 불의가 득세하면서 나라가 엉망이 되어버려 언제 망하게 될지 모를 위기에 빠졌습니다. 아몬 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16대 요시야 왕은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개혁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성전을 수리하다가 율법책을 발견한 후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고 종교개혁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은 오랫동안 우상숭배와 악행에 물들어 습관화되었기 때문에 말처럼 개혁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나님께서는 예레미야 선지자를 통해서 농사를 비유로 들어 말씀하십니다. 다같이 3절을 볼까요? “야훼께서 유다와 예루살렘 사람에게 이와 같이 이르노니 너희 묵은 땅을 갈고 가시덤불에 파종하지 말라.” 여기 ‘묵은 땅을 간다‘는 말을 한자로 ‘기경(起耕)’이라고 하고, 영어로는 ‘cultivation’이라고 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농사를 지으려면 묵은 땅을 갈아서, 즉 기경을 해서 딱딱한 땅을 부드러운 옥토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뒤 씨앗을 뿌리면 풍성한 결실을 거둘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에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너희 묵은 땅을 갈아라,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여기에서 말씀하고 있는 땅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마태복음 13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씨 뿌리는 자의 비유를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 비유에서 길가 땅, 돌밭 땅, 가시덤불 땅, 좋은 땅, 등 4가지 밭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마태복음 13장 18절과 19절에 보면, 그 밭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즉 씨 뿌리는 비유를 들으라. 아무나 천국 말씀을 듣고 깨닫지 못할 때는 악한 자가 와서 그 마음에 뿌려진 것을 빼앗나니 이는 곧 길 가에 뿌려진 자요” 이 말씀에 의하면 밭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마음을 의미합니다. 마찬가지로 오늘 본문의 ‘너희 묵은 땅을 갈아라,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는 말씀에서 ‘땅’은 사람들의 ‘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딱딱해진 마음을 어떻게 기경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딱딱해진 마음을 부드럽게 할 수 있을까요?

일반 상식이지만 설탕에 수분이 들어간 뒤 한 참 지나면 딱딱하게 굳어지는데, 딱딱해진 설탕을 부드럽게 하려면 방법이 있습니다. 봉지에 들어있는 설탕은 전자레인지에 넣어 30초 정도 가열하든지, 그릇에 보관했던 설탕에는 식빵 조각을 넣어두면 수분을 흡수해서 설탕이 잘 부스러지게 됩니다. 또 먹다 남은 햄이 딱딱해졌다면 우유에 담가두면 햄이 우유를 흡수해서 부드러워집니다. 또 구두약이 딱딱하게 굳어서 못쓰게 됐을 때는 석유를 조금 부어두면 다시 부드러워집니다. 변비가 생기거나 변이 딱딱해졌을 때는 야채나 과일을 먹어 부드럽게 할 수 있습니다. 목과 어깨, 허리근육 등이 뭉쳐서 딱딱하게 되었을 때는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다든지 스포츠마사지를 통해서 부드럽게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딱딱해진 것을 부드럽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의 딱딱해진 마음도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의 딱딱해진 마음을 기경하여 부드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 보면 그 방법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1) 잡초를 뽑으라

딱딱해진 마음을 기경하여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잡초를 뽑아야 합니다. 다시 한 번 3절을 보겠습니다. “야훼께서 유다와 예루살렘 사람에게 이와 같이 이르노니 너희 묵은 땅을 갈고 가시덤불에 파종하지 말라.” 어디에 파종하지 말라고 합니까? 가시덤불에 파종하지 말라고 합니다. 여기 가시덤불이란 쉽게 말하면 잡초를 의미합니다. 잡초가 무성한 밭에 씨를 뿌리면 어떻게 됩니까? 싹은 틔울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자랄 수는 없습니다. 뽑을 것은 뽑고, 버릴 것은 버려야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1993년 11월 4일 성철스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 분은 한 때 한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분이셨습니다. 세상적으로 보면 이만한 성자가 없습니다. 20년 동안 세상과 등진 채 산속에서 고행을 하면서, 20년 동안 산을 내려오시지 않았습니다. 그분은 20년 동안 정좌불화, 즉 다리 뻗고 누워서 잠을 자지 않고 앉아서 수행을 하셨다고 합니다. 또한 자신의 영혼을 맑게 하기 위해서 20년 동안 생식을 하셨다고 합니다. 30년 동안 옷 한 벌 가지고 사셨습니다. 깁고 또 깁고 계속해서 30년 동안 기워서 입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쑤시게 한 개를 30년이나 사용하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훌륭하신 어른이 54년 만에 만난 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필희야, 내 죄가 크다. 나는 잘못 살았다. 나는 지옥에 떨어진다.” 또 그분이 이러한 유명한 말을 했습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무슨 뜻입니까? 산이 물이 될 수 없고, 물이 산이 될 수 없는 것처럼, 그렇게 수행을 했지만 아직도 멀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성철 스님은 자신의 지은 죄가 너무 커 수미산보다 높다고 했습니다. 수미산이 얼마나 높은지 아십니까? 불교에서 말하는 수미산은 130만 킬로미터나 되는 높은 곳입니다. 내 죄가 그보다 더 크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고행을 했는데도 자신의 죄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돌아가시기 직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나는 지금 죽어 천만 갈래 찢어져 아비규환 지옥으로 간다.” 불교에서는 지옥이 여덟 개가 있다고 가르치는데, 여덟 번째 지옥은 가장 나쁜 사람들이 가는 지옥이며 그 이름이 아비지옥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나쁜 사람들이 가는 지옥이 일곱 번째인데, 그 이름이 규환지옥입니다. 그래서 ‘아비규환 지옥으로 간다’는 말은 여덟 번째와 일곱 번째 지옥으로 간다는 말입니다. 만약 그 분이 마지막 돌아가시기 전에 하신 이 말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그 분은 버릴 것은 버리지 못하고 얻어야 할 것은 얻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그 분이 30년 동안 옷 한 벌만 가지고 산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옷 한 벌 가지고 30년 입으면 뭐합니까? 다 낡아빠진 옷을 버리지 않고 30년 동안 기워 입으면 뭐합니까? 차라리 2~3년 입은 후 낡으면 버리고 새로운 옷을 사서 입는 대신에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죄의 문제를 해결했으면 더 좋았을 것입니다. 여러분, 이쑤시게 한 개를 30년 동안 사용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쑤시게 한 개를 붙들고 사는 것보다 우리를 영원히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시는 주님을 붙드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저는 식사를 마치고 이쑤시게를 사용한 후 절대로 보관하지 않습니다. 그냥 중간을 뚝 부러뜨린 후 쓰레기통에 던져 버립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쑤시게 하나는 제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쑤시게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세상에는 너무 많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버려야 할 것과 얻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버려야 할 것과 얻어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버려도 되는 것, 포기해도 되는 것들은 목숨 걸고 붙잡으려고 하면서도, 정작 꼭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버릴 것을 버리지 못하고 뽑아내야 할 것을 뽑아내지 못하면 결코 변화도 성장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 마음에는 욕심, 미움, 시기, 질투, 교만, 음행, 자랑, 게으름과 같은 가시덤불과 잡초들이 자라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잡초들로 인해 우리의 마음이 딱딱해집니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이 딱딱해지지 않고 부드러워지려면 마음의 잡초를 뽑아내야 합니다. 잡초를 뽑아내지 않으면 땅에 심겨진 씨앗이 자랄 수 없는 것처럼, 우리 마음속에 있는 잡초들을 뽑지 않으면 신앙이 계속해서 자랄 수 없습니다. 끊어야 할 것은 끊어버리지 않으면 결코 주님께서 주시는 풍성한 삶을 살지 못합니다. 음행의 잡초를 뽑지 못하면 가정이 평안할 수 없습니다. 도박의 잡초를 끊지 못하면 절대로 행복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만약 여러분들이 열매 맺는 삶을 살기를 원하신다면, 버릴 것을 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뽑아버려야 할 그 잡초들을 뽑아버리시기 바랍니다.

2) 익숙함을 버려라

딱딱해진 마음을 기경하여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둘째로 익숙함을 버려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행동하기 전에 먼저 생각합니다. 그런데 계속해서 반복하다보면 생각과 상관없이 자동적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이것을 ‘익숙해졌다’고 합니다. 익숙해지면 생각을 하지 않아도 손과 발과 몸이 자동적으로 움직입니다. 익숙해지면 굉장히 편리합니다. 처음 신발을 샀을 때는 신발이 이상하게 느끼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신발을 신었다는 사실조차 느끼지 못합니다. 처음 새집으로 이사를 가면 수리해야 할 부분들이 눈에 띱니다. 그러나 한 5년 쯤 지나면 수리해야 할 부분들이 여전히 그대로 있지만 그 부분들이 눈에 거슬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때때로 익숙함이 오히려 우리 인생에서 부정적인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처음 데이트를 할 때는 가슴 설레며 좋아했는데, 결혼한 후 20년 30년 살다보면 배우자가 익숙해져서 가슴이 설레기는 것은커녕 오히려 귀찮아질 때가 있습니다. 처음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을 때는 수선화와 벚꽃을 보려고 일부러 Hagley 공원에 가서 봄의 정취를 만끽했는데, 이민 생활이 길어지고 익숙해지다 보니 나중에는 꽃이 피었는지 꽃이 지었는지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익숙함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제가 더니든에서 사역할 때, 사택에 딸린 텃밭이 굉장히 넓었습니다. 새벽기도를 다녀와서 운동 삼아 텃밭에 알타리 무씨를 심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잡초라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잡초는 씨를 뿌리지도 안했는데 나옵니다. 잡초는 때와 시기와 상관없이 사시사철 끊임없이 돋아납니다. 얼마 전에 잡초를 뽑은 것 같은데, 어느새 잡초가 보입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며칠 동안 잡초를 뽑지 않으면 야채밭인지 잡초밭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자라납니다. 제가 첫해에는 그런대로 텃밭을 잘 가꾸었지만, 둘째 해에는 사역을 하면서 오타고 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하고 제자훈련을 실시하다 보니 너무 바빠서 텃밭을 돌보지 못했습니다. 나중에는 텃밭에 잡초가 우거지고 묵은 땅이 되고 말았습니다. 묵은 땅이 된 텃밭을 보며 ‘잡초를 제거하고 땅을 갈아엎은 다음 다시 씨앗을 심어야 하는데’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한 번 묵은 땅이 되고 나면 다시 개간하기 위해서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또 거쳐야 됩니다. 좀 더 묵은 땅이 되어버리면 땅이 굳어져서 다시 옥토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합니다. 이것은 비단 텃밭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우리 삶에도 동일하게 해당되는 말입니다.

한 스승이 제자를 데리고 산에 갔습니다. 스승은 제자에게 세 그루의 나무를 보여주며 뽑으라고 말했습니다. 심은 지 얼마 안 되는 첫 번째 나무는 쉽게 뽑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1년 된 나무였는데, 제자는 힘들여서 겨우 겨우 뽑았습니다. 세 번째는 심은 지 오래된 나무로 아무리 애써도 뽑을 수가 없었습니다. "도저히 못하겠는데요!"라고 말하자 스승이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습관이라는 것도 이와 같단다. 선이든 악이든 습관을 들이고 오래되면 그만큼 뽑기 어려운 법이란다." 반복해서 행동을 하다보면 습관이 됩니다. 한 번 습관이 생기고, 익숙해지면 그것들을 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버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버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인생을 살려면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힘이 들어도 잘못된 운전습관을 버려야 안전운전을 할 수 있고, 더 이상 경찰에게 딱지를 떼이지 않습니다. 쉽지 않지만 카지노에 가는 익숙함을 버려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책에서 <묵은 닭과 묵은 교인은 비슷하다>는 제목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닭은 한 2년 알을 낳으면 더 이상 낳지 못한다. 알을 낳지 못하면 묵은 닭(폐계)가 된다. 교인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열심히 전도하던 교인도 한 2년 지나면 전도를 잘 못한다. 주위에 불신자들이 하나 둘 없어졌기 때문이다. 전도를 다 해버렸든지, 아니면 이제 노는 물이 달라져서 불신자들과는 교제를 안 하든지 그 둘 중 하나다. 어쨌든 더 이상 전도하지 못하는 묵은 교인이 되는 건 닭과 다를 바 없다. 묵은 닭은 질기다. 교인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풍성하게 은혜 받고 줄 감동을 해대던 교인도 한 몇 년 지나고 나면 매너리즘에 빠져서 점점 질겨진다. 웬만한 충격에는 끄떡도 않고 눈만 껌뻑껌뻑 해대는 질긴 교인으로 점점 변해져간다. 웬만한 은혜에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전혀 감동하지 않으면서도 아주 감동적인 문자를 예사로 구사해대며 기도도 잘하는 질기디 질긴 교인으로 변해져간다. 묵은 닭은 싸움을 잘한다. 오래된 교인도 곧잘 싸움질을 한다. 갈수록 순한 양이 되어야 할 교인들이 자칫하면, 갈수록 거친 닭이 될 수가 있다. 힘써 하나님의 의를 알아가야 하는데, 자칫 자기 의만 강해질 수가 있다. 그래서 한다는 일들이 보이는 모든 사람들을 정죄하고 판단하고 시비를 걸고. 그러면서 점점 무서운 싸움닭으로 변모되어져간다. 하지만 본인은 전혀 모른다.”

처음 예수님을 믿기 시작했을 때는 교회당에 들어오기만 해도 좋고, 십자가만 보아도 눈물이 납니다. 최선을 다해 예배를 드리고 성찬예배라도 있는 날에는 미리부터 기도로 준비합니다. 찬양을 드려도 한 구절 한 구절이 은혜가 됩니다. 주님의 말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순종을 잘 합니다. 그러다가 익숙해지면 점차 게을러지고 나태해집니다. 편안함과 익숙함에 길들여지면 합리화시킵니다. “이만하면 괜찮을 거야. 하나님도 다 이해해주실거야.” 이렇게 되는 이유는 우리 마음에 영적인 잡초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익숙함 때문에 우리 마음이 굳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익숙함을 조심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신앙의 익숙함 때문에 초심을 잃어버려서는 안 될 줄로 믿습니다. 마음과 심령이 굳어지는 익숙함을 버려야 할 줄로 믿습니다.

3) 마음에 할례를 행하라

딱딱해진 마음을 기경하며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셋째로 마음에 할례를 행해야 합니다. 이스라엘 남자들은 태어난 지 8일 만에 생식기의 표피를 잘라내는 수술을 했는데, 이것을 ‘할례(circumcision)‘라고 합니다. 4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할례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다같이 4절을 보겠습니다. ”유다인과 예루살렘 주민들아 너희는 스스로 할례를 행하여 너희 마음 가죽을 베고 나 야훼께 속하라. 그리하지 아니하면 너희 악행으로 말미암아 나의 분노가 불 같이 일어나 사르리니 그것을 끌 자가 없으리라.” 여기 ’너희 마음 가죽을 베고‘라는 말씀은 몸의 할례가 아닌, 마음의 할례를 의미합니다. 신약에 와서 사도바울도 로마서 2장 28절과 29절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무릇 표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 아니요. 표면적 육신의 할례가 할례가 아니니라. 오직 이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며, 할례는 마음에 할지니” 그러니까 육체의 할례보다 마음의 할례를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육체의 표피를 자르려고 하기보다 우리 심령 속에 있는 교만과 불신앙과 탐욕과 불순종도 잘라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순종하는 겸손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신명기 30장 6절에서 “네 하나님 야훼께서 네 마음과 네 자손의 마음에 할례를 베푸사 너로 마음을 다하며 성품을 다하여 네 하나님 야훼를 사랑하게 하사 너로 생명을 얻게 하실 것이며”라고 말씀하고 있는 것처럼, 마음에 할례를 행하면 생명을 얻고 풍성한 삶을 살게 된다고 약속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마음속에 있는 죄악을 버리고 새로운 마음, 새로운 각오, 새로운 결심을 가지고 하나님 말씀에 순종함으로써 마음에 할례를 행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할례를 행하면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고 하나님의 사랑이 임하고 하나님의 복이 임할 줄로 믿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제 이미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한신교회를 섬기셨던 고 이중표목사님이 쓰신 <하늘을 품은 마음>에 나오는 한 글을 소개하고 말씀을 맺겠습니다. “차갑고 굳은 것에는 생명이 없습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에 생명력이 넘치는 법입니다. 생명없는 광물질은 차고 딱딱하지만 살아있는 모든 것은 따뜻하고 부드럽습니다. 나무도 껍질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 죽어 가는 고목이 됩니다. 부드럽고 연한 가지에서 푸른 잎이 움트며, 아름다운 꽃과 열매가 맺힙니다.” 그렇습니다. 부드럽고 연한 나무 가지에 움이 트고 꽃이 피지만, 딱딱하게 죽은 고목나무에는 아무 것도 피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따뜻하고 부드러운 마음과 심령이 중요합니다. 닫혀있는 마음에는 하나님의 은혜와 복이 임할 수 없습니다. 딱딱한 마음을 가진 사람은 풍성한 열매를 얻을 수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마음상태입니다. 햇볕에 버터를 놓으면 녹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진흙은 딱딱해 집니다. 동일한 햇볕에 전혀 다른 반응과 결과를 보게 됩니다.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심령이 더 부드러워져서 은혜를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마음이 더 딱딱해져서 은혜를 놓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똑같이 주님 안에 있지만 부드러운 마음을 가진 성도는 풍성한 열매를 거두는데 반해, 딱딱해진 마음을 가진 성도는 풍성한 열매를 거두지 못합니다. 여러분, 여러분들의 심령이 딱딱해지고 있습니까? 아니면 부드러워지고 있습니까?

이제 만물이 새롭게 시작되는 봄이 왔습니다. 한국은 가을이지만 이곳 뉴질랜드는 봄입니다. 농부는 가을에 풍성한 결실을 거두기 위해 봄에 열심히 땅을 갈아엎어 기경을 합니다. 우리도 농부처럼 우리의 심령 안에 굳어짐의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줄로 믿습니다. 그런데요, 묵은 땅을 갈아엎는 시기도 중요합니다. 아무 때나 기경하는 것이 아닙니다. 봄에 씨를 뿌려야 할 시기에 기경해야 합니다. 영적으로 마음을 기경할 때도 때와 시기가 있습니다. 하나님께 은혜 주실 때, 해야 합니다. 성경에 보면 “보라, 지금이 은혜받을 만한 때요, 보라 지금이 구원받을 만한 때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은혜받을 만한 때를 놓치지 말고 마음을 기경하시기 바랍니다. 구원의 문이 닫히기 전, 은혜의 문이 닫히기 전에 마음을 기경하시기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 마음을 딱딱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잡초를 뽑아버리시기 바랍니다. 마음을 굳어지게 하는 익숙함을 버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음에 할례를 행하여 딱딱한 마음을 부드럽게 함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임하고 하나님의 복이 임하고 풍성한 열매를 거두는 여러분들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순복음교회 조상호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