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 사사기(15)/사사

제목 : 기드온의 성공과 실패

성경 : 삿 8:1-21

기드온은 300 용사를 가지고 미디안의 135,000명의 군대를 대파하였습니다. 그 중에 도망하는 자들이 있었는데 막판에 에브라임이 이 전투에 참가하여 큰 공을 세우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미디안의 방백인 오렙과 스엡을 체포하는 전공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에브라임 지파는 고대인들의 전쟁 풍습에 따라 오엡과 스엡을 죽이고 전승을 축하하는 트로피로 적장들의 머리를 가지고 기드온에게 나아옵니다(7:24-25). 이들의 전과는 순전히 그들의 공만은 아니었습니다. 이미 미디안 군대는 용사이신 여호와에 의해 격파 되어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지리멸렬 직전에 모인 패잔병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에브라임은 먼저 하나님께 공을 돌렸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에브라임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전쟁이 끝나자 에브라임 지파가 기드온에게 찾아와서 불평하며 시비를 겁니다.

에브라임의 불만

삿 8:1 에브라임 사람들이 기드온에게 이르되 네가 미디안과 싸우러 갈 때에 우리를 부르지 아니하였으니 우리를 이같이 대접함은 어찌 됨이냐 하고 그와 크게 다투는지라

에브라임지파는 단지 불만을 표시한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기드온에게 심하게 대들었습니다. 자기중심적인 비판이 항상 그러하듯이 에브라임 지파도 기드온이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해하기는커녕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대뜸 “우리를 이같이 대접함은 어찌 됨이냐?”라고 시비조로 덤벼든 것입니다. 이것은 기드온이 에브라임 지파를 우습게 여긴 것이 아니냐 라는 것입니다.

에브라임 지파는 여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사기 12장에서 사사 입다에게도 똑같은 불만을 토로하여 큰 내전을 일으켰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항상 이렇게 오해하며 불평했던 것 같습니다.

에브라임 지파가 기드온에게 불만을 터트린 첫째 이유는 하나님의 역사를 사람의 일로, 즉 기드온 개인의 일로 혼동했기 때문입니다.

기드온이 미디안과 싸운 것은 자신의 출세나 영달을 위해가 아니었습니다. 더 나아가 개인의 영달이나 이익을 채우기 위함도 아니었습니다. 전적으로 하나님을 위해서 싸운 싸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에브라임 지파는 그런 모든 일이 마치 기드온이 자신의 유익을 위해서 한 일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에브라임 지파는 기드온의 역할은 크고 중하게 생각한 반면 자신들이 맡았던 역할과 사역의 소중함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누군가라도 했어야 할 끝마무리를 에브라임 지파가 하지 않았다면 이 전쟁은 완벽한 승리라고 말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에브라임 지파는 기드온의 역할과 비교하여 보니 자신들이 한 일이 너무나 초라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에브라임 지파는 항상 대우를 받으려는 경향이 큰 자존심이 강한 지파였습니다. 전쟁의 말미에 참여하고도 적장 두 명의 목을 베어왔는데 처음부터 참여했다면 더 큰 전과를 올렸을 것이 아니냐는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요즘 말로 말하면 소위 ‘왕자병’에 걸린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증세가 그저 애교로 보아 넘길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중증이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7년 동안 미디안 사람들이 이스르엘 골짜기에 몰려와서 이스라엘을 학대할 때 에브라임 지파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다는 말입니까? 기드온 시대 이스라엘의 모습은 이렇게 건전하지 못했습니다. 정작 의를 위해서 용기를 내야 할 때는 조용하다가 패잔병을 이긴 것 가지고는 마치 대단한 일을 해 낸 양 으스대는 모습이야 말로 정말 비겁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기드온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한심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목숨을 걸고 바알의 단을 헐고 생명을 내던지고 소수의 병사로 미디안 군대와 접전한 자가 누구였습니까? 기드온이 아니었습니까? 적반하장도 유분수가 아닙니까? 그러나 기드온은 작은 일로 왈가왈부하는 소인배가 아니었습니다.

기드온의 해결 방법이 무엇입니까?

1)자신의 공로에 대해 인정받는 것을 포기하였습니다.

2)자존심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3)유순한 말로 대화하였습니다.

기드온의 대답이야 말로 지혜로운 명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삿 8:2 기드온이 그들에게 이르되 내가 이제 행한 일이 너희가 한 것에 비교되겠느냐 에브라임의 끝물 포도가 아비에셀의 맏물 포도보다 낫지 아니하냐

삿 8:3 하나님이 미디안의 방백 오렙과 스엡을 너희 손에 넘겨 주셨으니 내가 한 일이 어찌 능히 너희가 한 것에 비교되겠느냐 하니라 기드온이 이 말을 하매 그 때에 그들의 노여움이 풀리니라

기드온은 대화술이 대단히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겸손했고 부드러웠습니다. 특히 상대가 격정적이었을 때 자신은 절제된 부드러움으로 대할 줄 알았습니다.

잠 15:1 유순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하여도 과격한 말은 노를 격동하느니라

시기심은 하나님의 일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왜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할까요? 시기심과 명예욕 때문입니다.

숙곳과 브누엘의 비극

기드온과 삼백 용사도 요단을 건너고 피곤하였지만 도망하는 미디안 병사들을 계속 추격합니다. 특히 기드온이 요단을 건넌 목적은 미디안의 두 왕인 세바와 살문나를 사로잡기 위함이었습니다. 기드온이 그들을 잡으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했는지 여러모로 알 수 있습니다. 그는 부하들이 피곤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추격대가 숙곳과 브누엘에 이르렀습니다. 그곳은 갓 지파 영역으로 요단강 동편 땅이었습니다. 기드온은 그들에게 음식을 후원해 줄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러나 어이없게도 거절을 당합니다.

삿 8:6 숙곳의 방백들이 이르되 세바와 살문나의 손이 지금 네 손 안에 있다는거냐 어찌 우리가 네 군대에게 떡을 주겠느냐 하는지라

즉, 누가 이길지 어떻게 알아서 너를 돕겠느냐는 뜻입니다. 정말로 야박한 거절이었습니다. 그러자 기드온은 굳게 맹세합니다.

삿 8:7 기드온이 이르되 그러면 여호와께서 세바와 살문나를 내 손에 넘겨 주신 후에 내가 들가시와 찔레로 너희 살을 찢으리라 하고

삿 8:9 기드온이 또 브누엘 사람들에게 말하여 이르되 내가 평안히 돌아올 때에 이 망대를 헐리라 하니라

우리는 여기서 두 모습을 모두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는 동족의 곤경을 모르는 체 했던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의 모습이며. 둘째는 동족에게 한을 품고 복수하는 기드온의 모습입니다.

1)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의 잘못

그들은 같은 민족으로서 기드온을 마땅히 도와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돕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누구 이길 것인지 보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기드온을 도왔다가 혹시 만에 하나 세바와 살문나가 이기다면 그들에게 보복을 당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철저한 이기주의입니다. 자신의 손익만을 계산해서 마땅히 할 일을 거부한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무엇을 교훈 받아야 합니까? 유익이냐? 손해냐? 를 떠나서 옳으냐? 그르냐? 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은 철저하게 자신의 손익을 따져서 행동을 한 것입니다.

2)기드온의 복수심

기드온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기드온은 8장에서 복수에 더 신경을 쓰는 사람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바와 살문나가 기드온의 형제들을 죽인 원수라는 점은 18-19절에서 나타납니다.

삿 8:18 이에 그가 세바와 살문나에게 말하되 너희가 다볼에서 죽인 자들은 어떠한 사람들이더냐 하니 대답하되 그들이 너와 같아서 하나 같이 왕자들의 모습과 같더라 하니라

삿 8:19 그가 이르되 그들은 내 형제들이며 내 어머니의 아들들이니라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너희가 만일 그들을 살렸더라면 나도 너희를 죽이지 아니하였으리라 하고

더욱이 곤경에 빠진 자신들을 돕지 않는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에 대한 원한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모조리 죽여 버린 행위는 결코 옳은 처사는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공의가 아닌 보복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개인적인 보복은 죄입니다. 어떤 억울한 일을 당했다 할지라도 개인적으로 보복을 추구해서는 안 됩니다.

위대한 기드온의 이런 실수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교훈 받을 것이 있습니다. 믿었던 사람이 등을 돌리고 동역자들이 실망을 시킬 때가 있습니다. 인간은 완벽하지 못합니다. 그때 다윗이나 바울처럼 우리는 행동해야 할 것입니다. 이들은 인생의 배반과 상실감으로 너무 심하게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공의만을 실천했지 개인적인 보복을 하지 않았습니다.

세바와 살문나를 죽인 기드온

이제 세바와 살문나를 살려둘 하등의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산 채로 포로로 잡아다 숙곳과 브누엘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실컷 타작을 한 후였으니까. 이제는 세바와 살문나 차례가 된 것입니다. 기드온이 세바와 살문나에게 묻습니다.

삿 8:18 이에 그가 세바와 살문나에게 말하되 너희가 다볼에서 죽인 자들은 어떠한 사람들이더냐 하니 대답하되 그들이 너와 같아서 하나 같이 왕자들의 모습과 같더라 하니라

기드온은 전에 다볼 산 근처에서 형제들을 살해한 자가 미디안 군대라는 혐의를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를 직접 확인하려고 한 것입니다. 그러자 세바와 살문나는 “그들이 너와 같아서 모두 왕자 같더라.”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기드온의 형제들이 모두 왕자처럼 잘생겼는지 그림이나 사진으로 남아있지 않기에 알 길이 없습니다. 어쩌면 그들이 준수한 용모의 소유자들이었는지 모릅니다. 후에 이스라엘백성들이 기드온에게 왕으로 다스려줄 것을 요구한 것을 보면 이런 왕적인 풍모의 소유자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순전히 아첨이었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입에 발린 칭찬으로 혹시 목숨을 부지해볼까 생각한 것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드온이 이런 칭찬에 놀아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속칭 ‘미지왕’(미친놈, 지가 무슨 왕자야?) 환자들이 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보면 기드온은 이런 환자가 아니었습니다.

기드온은 선언하였습니다.

삿 8:19 그가 이르되 그들은 내 형제들이며 내 어머니의 아들들이니라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니 너희가 만일 그들을 살렸더라면 나도 너희를 죽이지 아니하였으리라 하고

세바와 살문나에게 내리는 죽음은 공평한 보복의 법칙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탈리오 법칙이 적용된 것입니다. 한때는 7년 간이나 이스라엘을 공포에 떨게 했던 세바와 살문나가 본인들이 행한대로 탈리오의 법칙에 의해 희생양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입니다.

기드온은 탈리오의 법칙을 선언한 후에 장남에게 명했습니다.

삿 8:20 그의 맏아들 여델에게 이르되 일어나 그들을 죽이라 하였으나 그 소년이 그의 칼을 빼지 못하였으니 이는 아직 어려서 두려워함이었더라

기드온은 그의 장남 여델이 적 왕의 목을 자르며 담력을 키우기를 바랬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소년은 정식 용사로 입문하는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죽임을 당하는 적 왕들에게는 소년의 손에 죽음으로 치욕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여델에게 ‘일어나 그를 죽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여델은 나이가 어려서 두려운 마음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칼조차 빼지 못하였습니다. 사실상 친족을 죽인 살해자에게 복수하는 ‘피의 복수자’의 의무는 마땅히 장남인 여델이 져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기드온의 장남 여델이 여기서 차지하는 역할은 무엇입니까? 여델은 기드온과 대조를 이루면서 과거의 기드온과 오늘의 기드온의 차이를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과거의 기드온은 장남 여델처럼 주저주저하며 머뭇거리던 두려움의 소유자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기드온은 달라졌습니다. 세바와 살문나의 도전에 대한 기드온의 단호한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바와 살문나는 여델이 머뭇거리자 기드온에게 도전하였습니다.

삿 8:21 세바와 살문나가 이르되 네가 일어나 우리를 치라 사람이 어떠하면 그의 힘도 그러하니라

기드온의 세바와 살문나의 도전에 일어나 칼을 뽑아들고 그들을 쳐죽였습니다. 이제 기드온은 미디안의 두 왕을 쳐 죽인 힘 있는 용사가 된 것입니다. “큰 용사여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다”(6:12)라고 문안한 여호와의 사자의 말이 거짓이 아님이 드러났습니다.

삿 6:14 여호와께서 그를 향하여 이르시되 너는 가서 이 너의 힘으로 이스라엘을 미디안의 손에서 구원하라 내가 너를 보낸 것이 아니냐 하시니라

하나님의 약속이 기드온의 힘을 통하여 실현 된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에게 주신 힘을 의지하고 용사답게 나아가서 적 왕을 무찌르는 승리의 용사들이 다 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