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화과나무 이야기
The Story of a Fig Tree
누가복음 13:6-9

 캠브리지한인교회

6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 예수님께서 이런 비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이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자신의 포도밭에 심었다. 그는 이 나무에서 열매를 얻으려고 왔으나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7 그 사람이 포도원을 돌보는 종에게 말했다. ‘내가 삼 년 동안,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찾았는데,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 이 나무를 찍어 버려라. 무엇 때문에 땅만 차지하게 하느냐?’
8 종이 주인에게 대답했다. ‘주인님, 올해만 그냥 놔 두십시오. 제가 나무 주위에 고랑을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9 만일 내년에 열매를 맺으면 놔 두시고,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베어 버리십시오.’” (쉬운성경)

 2014년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해가 저물었습니다. 시편 90편은 하나님의 사람 모세가 쓴 시편이라고 합니다. 그가 쓴 시편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우리의 수명은 칠십 년, 힘이 있으면 팔십 년이지만, 인생은 고생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날아가듯 인생은 빨리 지나갑니다......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깨닫게 해 주소서. 그러면 우리의 마음이 지혜로워질 것입니다.” (10, 12절)

“나이가 들면 왜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껴질까?”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청년 때에는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습니다. 청년 때에는 시간이 잘 안 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저는 모세가 쓴 시편 말씀을 보면서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것을 느끼는 것이 인생을 지혜롭게 사는 비결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모세가 이렇게 말합니다. “Teach us to realize the brevity of life, so that we may grow in wisdom (우리에게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깨닫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그래서 우리가 지혜롭게 인생을 살게 해 주십시오).”

시간에 대한 또 다른 성경 말씀이 있습니다. “세월을 아끼십시오. 때가 악합니다.” (에베소서 5:16)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지혜롭게 대하고 때를 아끼십시오.” (골로새서 4:5) 두 말씀 모두 세월을 아끼라고 합니다. 그런데, 원래 이 말은 시간을 돈 주고 사라는, “Redeeming the time”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요즘에는 크레딧 카드 회사에서 물건을 사면 그 중에 1%를 사용자에게 돌려줍니다. 크레딧 카드마다 다르긴 하지만, 그로서리 마켓에서 돈을 쓰면 더 많은 2%를 돌려주고, 자동차에 개스를 넣으면 쓴 돈의 3%를 돌려 줍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모인 돈이 금방 자기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online으로 어카운트에 들어가서 그렇게 쌓인 돈을 redeem을 해야 합니다. redeem을 안 하면 그 돈은 평생 가도 내 돈이 아닙니다. 그 돈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재미 있는 것은 성경에서 세월을 아낀다고 할 때 redeem이라는 똑 같은 단어를 씁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지만 그 시간이 나의 시간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을 redeem해야 합니다.

아마존 gift card를 받아도 그 카드가 100불짜리면 그냥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어카운트를 만들어서 100불짜리 gift card를 현금으로 바꾸어 놔야 합니다. 그러면 그 돈을 현금처럼 쓸 수가 있습니다. 이 때도 gift card를 redeem한다고 합니다. redeem 안 하고 그냥 gift card를 가지고 있으면 물건을 살 수가 없습니다. redeem이라는 단어의 명사형이 redemption (구원)이잖아요? 크레딧 카드를 사용해서 cash back으로 쌓여 있는 돈을 구원해야 내 돈이 됩니다. 100불짜리 gift card도 구원을 해야 현금처럼 쓸 수가 있습니다. 시간도 구원을 해야 내 시간이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 생명을 값으로 치르고 죄인인 우리를 구원하여 그의 소유로 삼으셨습니다.

  올 한 해를 어떻게 사셨습니까? 여러분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redeem (redemption)해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데 사용하셨습니까? 이 말씀을 드리니까 여러분들의 얼굴이 그리 밝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시간들을 우리가 redeem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많은 시간들이 그냥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매년 이 때가 되면 우리 마음이 착잡해 집니다.

오늘 읽은 누가복음 13장의 말씀이 바로 그 말씀입니다. 3년이라는 시간을 허송세월하고 아무 열매도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에 대한 말씀입니다. 저는 이 말씀이 단순히 무화과 나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신 것은 실제로 일어났던 이야기가 아니라 비유로 말씀하신 것입니다. 실제로 있었던 일과 비유를 잘 구별해서 들어야 하는데, 사람들은 잘 구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누가복음 10장에 나와 있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 이야기는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가 아니라 비유입니다. 어떤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예수님께서 지어내신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아무 근거 없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성지 순례를 하면서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가는 길을 차를 타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안내자가 길 가에 있는 어느 집에 차를 세웠습니다. 안내하는 분의 말이 성지 순례하는 사람들이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부상당한 사람을 데리고 간 여관이 어디 있느냐고 자꾸 묻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럴 듯한 여관을 하나 만들었답니다. 마치 그 당시에 지은 집처럼 바닥에 모자이크도 깔고 해서 이 여관을 지었답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확장 공사 중이었습니다. 그렇게 여관 같은 것을 하나 만들어 놓고 음료수도 팔고, 기념품도 팔고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자기 포도밭에 무화과 한 그루를 심었습니다. 그리고는 이제나저제나 열매를 맺으려나 하고 해마다 와서 봤습니다. New Living Translation 성경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A man planted a fig tree in his garden and came again and again to see if there was any fruit on it, but he was always disappointed (한 사람이 자기 정원에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심고 열매가 열렸나 하고 여러 번 와서 봤습니다. 하지만, 올 때마다 그는 실망했습니다).” (6절)

계속해서 예수님의 비유 말씀을 들어 볼까요? 열매를 얻지 못한 그 사람은 포도원지기에게 “내가 3년을 와서 봤는데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구나. 땅만 차지하고 있는 이 무화과나무를 찍어 버려라.” 이 말을 들은 포도원지기가 주인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주인님, 올해만 그냥 놔 두십시오. 제가 나무 주위에 고랑을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만일 내년에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면 베어 버리십시오.” (8-9절)

여러분, 이 말씀을 읽으면서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우리의 관심은 이 비유 속에 나오는 이 주인이 누구냐 하는 것입니다. 이 주인이 좀 이상합니다. 아니, 왜 포도밭에 무화과나무를 심습니까? 이 말씀이 이해가 안 됩니다. 지금은 무화과 열매를 건강에 좋다고 해서 많이들 사 먹는 것 같습니다. 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안에서 작은 씨들이 씹히는 맛이 저에게는 별로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분들도 많이 있겠지요. 그런데, 이스라엘에서는 다릅니다. 무화과나무는 흔한 나무입니다. 특별히 돌보지 않아도 열악한 땅에서 잘 자랍니다. 그런데, 포도나무는 다릅니다. 포도나무는 귀한 나무입니다. 포도나무는 포도원에서 가지를 쳐주고, 거름을 주면서 길러야 합니다. 포도를 수확해서 포도주를 짭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포도주입니다. 잔치 때도 포도주를 쓰고, 식사 때도 포도주를 마십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포도주는 없어서는 안 될 생활 필수품입니다.

그런데, 왜 이 주인은 자기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한 그루 심었을까요? 이것이 미스터리입니다. 무화과나무를 심은 주인은 3년 동안 해마다 철이 되면 올 해는 무화과가 열렸나 하고 와서 봤습니다. 주인은 이 무화과 나무에 대해서 열매를 맺는지, 안 맺는지 매우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3년 동안 지켜 본 이 주인은 포도원지기에게 이 무화과나무는 열매가 안 열리는 것 같으니까 베어버리라고 합니다. New Living translation에 나오는 표현들을 자세하게 보십시오. “I've waited three years, and there hasn't been a single fig! Cut it down. It's just taking up space in the garden (하나라도 열매를 맺을까 하고 3년을 기다렸다. 잘라 버려라. 포도원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구나).” (7절)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는 말씀이 좀 특별한 느낌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포도원지기가 주인에게 한 말입니다. “제가 더 열심히 이 무화과나무 주위에 고랑을 파고 거름을 주겠습니다. 내년에는 열매를 맺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러니, 올 한 해만 더 참아 주십시오.” (8-9절) 이 포도원지기는 또 누구이길래 이렇게 열매 맺지 못한 무화과나무 편을 들어주는 것입니까?

우리는 이스라엘의 역사와 문화를 모르기 때문에 성경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오늘 이야기는 생소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금방 “아하!” 하고 이해를 했을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무화과나무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무화과나무는 특별합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무화과나무를 자기들과 쉽게 동일시합니다. 호세아 9:10에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내가 이스라엘을 처음 만났을 때, 마치 광야의 포도와 같았다. 너희 조상은 마치 무화과나무의 첫 열매와 같았다.” 또 예레미야 24:8에는 “이 땅에 살아 남은 모든 예루살렘 백성과 이집트 땅에 살고 있는 백성들은 너무 썩어서 먹을 수가 없는 나쁜 무화과와 같다”는 말씀이 나옵니다. 우상숭배에 빠져서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진 이스라엘 백성들을 썩어서 먹을 수 없는 무화과 열매에 비유했습니다. 또, 예수님께서 열매를 찾을 수 없는 길 가의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셨다는 마태복음 21장의 말씀에서도 무화과나무와 이스라엘을 동일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 이스라엘은 아주 특별한 존재입니다. 하나님의 분에 넘치는 사랑과 은혜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꼭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포도원에 심은 것과 같은 그런 존재입니다. 이 말씀을 한번 여러분 자신들에게 적용해 보십시오. 여러분은 하나님의 분에 넘치는 사랑과 은혜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여러분은 제 말에 동의하시나요? 동의하지 못하고 내가 무슨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받았는지 모르는 분들은 로마서 5:8 말씀을 읽어 보십시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제가 설교 시작하면서 redeem이라는 말이 성경에서 매우 중요한 말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이 말 속에 구원, 대속, 속죄의 개념이 들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그의 자녀로 삼기 위해서 우리를 redeem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redeem을 하기 위해서는 값을 지불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지불하신 값이 바로 자기 아들의 생명입니다. 하나님은 자기 아들의 생명을 내 주시고 우리를 구원하신 것입니다. 세상적인 관점에서 볼 때,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별로 중요한 사람들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여러분은 하나님께서 자기 아들의 생명과 바꿀 만큼 귀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읽은 누가복음 13장 말씀으로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 보십시오. 하나님께서 무화과나무 한 그루를 포도원에 심었습니다. 포도원에 당연히 포도나무를 심어야 하지만, 특별히 자리를 내서 그 자리에 무화과나무를 한 그루를 심었습니다. 포도원지기가 포도나무를 돌보듯이 정성껏 무화과나무를 돌보았습니다. 비유적인 의미에서, 그 무화과나무가 바로 우리들입니다. 분에 넘치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입었으면 열매를 맺었어야 합니다. 주인은 3년을 기다렸습니다. 주인이 많은 열매를 기대했던 것이 아닙니다. “a single fig (단 한 개의 무화과)”라도 보기를 원했습니다.

비유적이 의미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입은 사람들은 3년이 지나면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그냥 포도원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 이 말씀을 깊이 생각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은 이 말씀을 어른들에게 하는 말씀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러분들은 어린아이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어른입니다. 스스로 자신을 어린아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언제까지 나는 사랑 받고, 보호를 받아야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이미 어른들입니다. 이미 여러분은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비유적인 의미에서 이제 열매를 맺을 때가 충분히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리만 차지 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이 자리에 이미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 이미 교회 안에서 어른 대접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 귀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에 응답(應答)하지 못하고 단 하나의 열매도 맺지 못하는 사람이 포도원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까? 이제는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쓸모 있는 도구들이 되어야 합니다. 요즘 사역(使役, ministry)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하나님의 일이라는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제는 이 사역이라는 말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말이 되어야 합니다. 목사만 사역자가 아닙니다. 타 문화권에 들어가서 고생하는 선교사만 사역자가 아닙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역자가 되어야 합니다. 아브라함 링컨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내가 죽을 때, 사람들이 나에 대하여 ‘그 사람은 꽃이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지 잡초를 뽑고 그 자리에 꽃을 심었다’는 말을 듣기를 원한다.”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말입니다.

이 무화과나무에게 두 번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비유적인 의미에서 우리에게도 두 번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그런데, 이미 한 번의 기회는 지나갔습니다. 열매를 맺어야 하는 한번의 기회는 redeem하지 못했습니다. 그 기회를 살렸어야 했는데, 놓치고 말았습니다. 자기 자신이 분에 넘치게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던 바울은 “나는 하나님의 은혜를 헛되게 하지 않습니다 (I do not nullify the grace of God) (갈라디아서 2:21)”라고 했습니다. 그는 내가 받은 하나님의 은혜는 어떤 경우에도 낭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말씀이 오늘 송년예배를 드리는 우리 모두가 하나님께 드리는 고백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