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신학(21) 하나님의 형상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과 탐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끊임없이 이루어져 왔고 거기에 대한 대답도 다양하게 주어져 있기도 하다. 그 대답들은 종교에 따라, 학문에 따라, 동양과 서양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들을 하고 있다. 흔히들 인간을 이성적 존재, 도구적 존재, 유희적 존재, 상징적 존재, 예술적 존재 등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지만, 이는 인간이 관연 어떤 존재인지를 온전하게 정의 내린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정치적 동물로 봤는가 하면, 어떤 이는 털 없는 원숭이로 보기도 하였다. 불교에서는 인간을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것에 집착하는 고통스런 존재로, 유교에서는 군자가 되기 위한 존재로, 도교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는 존재로 정의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류학, 생물학, 신경생리학, 심리학, 철학 등에서 인간을 다양하게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정의는 하나같이 인간이 인간 자신에게 내리는 정의일 뿐인 것이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바로 알기 위해서는 인간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존재인지를 바로 알아야 가능한 것이다. 인간의 기원을 알아야 가능하다는 뜻이다.

인간의 기원을 알려주는 학문적인 정보는 기껏해야 다윈의 진화론 정도이다. 인간이 인간을 바로 알 수 없다. 하지만 성경은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를 그 근원부터 밝히고 있다.

1. 인간은 하나님이 직접 창조하신 존재

창세기1장1절에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고 했고, 또 창세기1장26절에는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라고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창조론을 부인하는 진화론자들은 인간이 미생물로부터 점점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은 분명히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1:27)”라고 단언하고 있다. 하나님은 인간을 창조하시되 다른 피조물과는 달리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하셨으며, 이 인간에게 당신이 창조한 다른 모든 피조물을 정복하고 다스리도록 위임하셨다(창1:28).

‘하나님’이 ‘우리’라고 표현한 것은 인간 창조 때에만 특별히 나타난 현상으로서, 이는 ‘삼위일체 하나님’을 가리키고 있다. 한 ‘하나님’이 ‘우리’가 될 수 있음은 이 외의 다른 뜻으로는 달리 이해할 방도가 없다. 물론 인간 이외의 다른 피조물을 창조하실 때에도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함께 사역하셨으나(창1:1-3) 인간 창조 때에만 나타난 ‘우리’라는 표현은 하나님 자신의 표현이다. 이것은 인간의 창조에 있어서 하나님의 특별한 관심과 그 창조하신 인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만큼 인간은 특별한 존재로 창조된 것이다.

2.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

“하나님이 가라사대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로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새와 육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창1:26-27).”

여기서 ‘형상’(image)과 ‘모양’(likeness)은 성경에서 동일한 의미로 사용된다. 이는 신학적으로 인간이 하나님과 닮은 ‘영적, 정신적, 도덕적, 사회적’ 존재로 창조되었음을 의미하고 있다. 성경은 이 두 용어가 상호 교체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로마 천주교는 하나님의 형상을 영혼의 영성, 의지의 자유, 불멸성과 같은 인간이 부여받은 몇 가지 자연적 은사들 가운데서 찾으려고 한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자연적 은사에 인간의 저속한 본성을 제어하기 위해 본래의 의라 칭하는 초자연적인 은사를 주셨다고 한다. 루터파 교회는 전적으로 로마 천주교의 견해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들의 일반적인 견해는 하나님의 형상이 창조 시에 인간에게 부여해 준 영적 성질 곧 참 지식과 의와 거룩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개혁주의 교회는 하나님의 자연적 형상과 도덕적 형상을 구별한다. 자연적 형상은 둘 중 더욱 광범한 것으로 인간의 영적, 합리적, 도덕적 불멸의 본질 속에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형상은 죄로 말미암아 아주 상실되지는 않았지만 모호하게 되었다고 한다. 도덕적 형상은 더욱 제한된 의미의 하나님의 형상이며, 참 지식과 의와 거룩 속에 존재하는 형상인데, 죄로 말미암아 상실했었으나 그리스도에 의해 회복된 것이다. 넓은 의미로 보면 인간은 아직도 하나님의 형상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자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3. 영혼과 육체로 구성된 존재

창세기2장7절에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고 기록되어져 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실 때 흙으로 육체를, 그리고 그 코에 생기(영혼)를 불어넣어 생령인 인간을 만드셨다는 뜻이다. 그런데 신학적으로 인간을 영혼과 육체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견해(이분설)가 있는가 하면 육체, 혼, 영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는 주장(삼분설)도 있다. 이 두 견해는 성경에 기록된 말씀에 근거하고 있다.

1)이분설은 인간의 본질이 영혼과 육체로 구성되었다는 설이다.

이 학설은 창세기2장7절에 근거하여 하나님께서 인간을 지으실 때 ‘흙’으로 ‘육체’를 조성하신 후 ‘생기’를 불어넣어 ‘생령’이 되게 하셨다고 했는데, 결국은 비물질적인 생령과 물질적인 육체 두 요소로만 인간이 구성되었다고 주장한다.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영혼은 영과 혼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므로 삼분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를 반박한다. 인간의 영혼을 지칭할 때 어떤 때에는 ‘영’(영혼)으로, 어떤 때에는 ‘혼’으로 구분 없이 사용했다는 것이다. 즉 인간의 죽음에 대해 어떤 경우는 혼이 떠나는 것으로, 어떤 경우에는 영(영혼)이 떠나는 것으로 표현했으며(창35:18, 행7:59), 죽은 자들의 영혼도 그렇게 교대로 불렀으며(벧전3:19, 계6:9), 인간의 구성도 구분 없이 어떤 곳에서는 ‘육체와 영’으로 구성된 것으로 증언한다(전12:7, 마6:25). 즉 이분설에서는 영과 혼을 하나로 보고 다만 그 작용에 있어서 영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혼은 육체와 사물과의 관계를 관장한다고 보는 주장이다.

2)삼분설은 인간의 본질이 영과 혼, 육체로 구성되었다는 설이다.

삼분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 성경적 근거로 데살로니가전서5장23절 “평강의 하나님이 친히 너희로 온전히 거룩하게 하시고 또 너희 온 영과 혼과 몸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강림하실 때에 흠 없게 보전되기를 원하노라”라는 구절과 히브리서4장12절이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라는 구절을 대표적인 성경적 근거 구절로 내세운다. 인간의 본질이 ‘영(Sprit)’, ‘혼(Soul)’, ‘육체(Body)’ 이 세 가지 본질적 요소로 구성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육체는 혼과 영을 담는 기관으로 보고, 혼은 생각하고 느끼고 결정짓는 정신적인 기능으로 감정을 가지며(렘31:25) 육체의 정욕에 대해 싸우기도 하는 것으로, 그리고 영은 더 높고 고상한 것으로서 모든 사람은 영을 가지고 있으며 하나님에게서 비롯된 하나님과의 관계하는 요소로 본다.

사실 삼분설은 그리스 철학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왔고 근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프로이드는 인간의 정신적 구조를 ‘이드(ID)’와 ‘에고(Ego)’ 그리고 ‘슈퍼에고(Super Ego)’로 나누어 설명하기도 했다. 이 삼분설은 서양 철학사 중 곳곳에서 인본주의 사상을 통하여 인간의 본질을 육체와 혼, 영으로 주장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 삼분설은 초대교회의 신학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동방 정교회 신학자인 알렉산드리아 학파인 오리겐과 클레멘트에 의해 수용되기도 했다. 오리겐 같은 신학자는 모든 성경을 이 삼분설에 의해서 해석하여 가르치기도 하였다. 즉 하나님도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로 된 것과 비교하여 인간도 영, 혼, 몸의 세 요소로 구성된 것이 타당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초대교회 당시 기독교회를 어지럽혔던 최대의 이단인 ‘영지주의’ 이단자들은 바로 이 삼분설을 악용하여 교인들을 미혹했다. 영지주의자들은 주장하기를 인간은 원래 거룩한 ‘영’과 동물적인 ‘혼’과 물질적이며 죄악에 물든 ‘육체’로 구성되어 있으니, ‘영’은 결코 죄에 오염되지 않고 오직 혼과 몸만 죄를 짓는데, 그러므로 영이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은 아무리 죄를 범하고 방탕한 생활을 해도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여 쾌락주의에 빠지게 했다. 그들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을 세 부류의 계층으로 나누기도 했다. 즉 육체적인 그리스도인들, 이성적인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영적인 지혜에 눈뜬 참 그리스도인들로, 결국 영적인 그리스도인만이 ‘영지자’들이요 그들만이 구원을 얻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일들로 인하여 삼분설은 A.D.300년경부터 교회에서 외면을 당했으며, 특히 어거스틴 같은 신학자는 삼분설을 전면 부정하기도 했다. 삼분설은 그 내용을 악용하여 초기 교회의 질서를 어지럽혔고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이단들이 악용하여 성도들을 미혹하고 있다.

4.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살아야 하는 존재

이사야43장7절의 “무릇 내 이름으로 일컫는 자 곧 내가 내 영광을 위하여 창조한 자를 오게 하라 그들을 내가 지었고 만들었느니라.”는 기록과 같이 하나님의 인간 창조의 목적은 당신의 영광을 위해서이다. 그것은 태초의 창조에 있어서도 나타나 있다. “하나님이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창1:31).”가 바로 그것이다. 피조물의 목적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다. 하나님의 기쁨은 곧 그 영광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피조물 중에서 인간은 특별히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재이므로 다른 피조물보다 그 일에 더 모범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모든 삶의 목적과 초점이 하나님께 맞춰지며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바울은 고린도전서10장31절에서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고 했는데, 인간은 그 본능적 활동이나 그 이외의 모든 활동에 있어서 그 목적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데 두어야 한다는 말씀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그 모든 삶의 영역에서 하나님께 영광이 되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만물을 창조하신 목적은 피조물의 행복과(창1:28), 하나님의 영광에 있다(창1:31). 특히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이 이를 위하여 살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5. 왔던 곳으로 돌아가는 연약한 존재

창세기5장2절에 “그들이 창조되던 날에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고 그들의 이름을 사람이라 일컬으셨더라.”라고 했는데 성경에 ‘사람’을 뜻하는 말은 원래 ‘아담’이다. 이는 ‘아다마’라는 말에서 나왔는데 ‘아다마’는 ‘대지, 땅, 흙’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것은 인간이 ‘붉은 흙’으로 만들어진 존재라는 의미를 강조해 주는 명칭이기도 하다. 인간은 비록 ‘흙’에서 나온 유한한 존재이지만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재이기에 또한 가능성과 희망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성경은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이중적으로 증언한다. 자신들을 지으신 하나님과 절연이 된 인생들은 그야말로 ‘흙’에 불과한 허무한 삶이 될 것이며 반대로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다시 교제를 하게 된 성도의 인생은 영광과 존귀가 넘치는 삶이 될 것으로 증언한다(롬2:7-10).

이사야 선지자는 인생을 질그릇에 비유해 노래했다. “우리는 진흙이요 주는 토기장이시니 우리는 다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이라(사64:8).” ‘질그릇’의 운명은 ‘부서짐’이다. 언젠가는 파쇄되고 만다. 인생도 언젠가는 이 피상적인 세계에서 사라져 가야 한다. ‘죽음’이라는 벽을 스스로 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도 바울은 “만일 땅에 있는 우리의 장막집이 무너지면 하나님께서 지으신 집 곧 손으로 지은 집이 아니요 하늘에 있는 영원한 집이 우리에게 있는 줄 아나니(고후5:1)”라고 고백했다. 불가에서는 인생을 가리켜 ‘잔치가 끝난 빈 집’과 같다고 한다. 그러나 성경의 ‘장막집’(유목민의 천막)은 우리 성도들의 삶은 ‘허무’가 아니라 더 온전한 집으로 가기 위한 ‘예비적 삶’이란 사실로 이해해야 한다.

인생은 보편적으로 장수하기를 소망한다. 영원불사의 바람은 인생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꿈이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 인생을 “주 앞에서 우리가 우리 열조와 다름이 없이 나그네와 우거한 자라 세상에 있는 날이 그림자 같아서 머무름이 없나이다(대상29:15).”라고 했다. 그림자는 실체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시편144편4절에 “사람은 헛것 같고 그의 날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으니이다.”라고도 했고, 야고보는 “내일 일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 생명이 무엇이뇨 너희는 잠깐 보이다가 없어지는 안개니라(약4:14).”고도 했다. 이것은 야고보가 하나님의 주권을 무시한 채 장래의 희망과 계획을 꾸미고 있는 불신자들에게 들려준 인생관이다. 우리 인생의 허무성, 찰나성, 허구성을 잘 지적해 준 비유이다. 불가에서는 이와 비슷한 관점으로 인생을 ‘아침 이슬’로 비유했다. 이렇듯 인생은 하나님을 바로 섬기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자세가 바로 인생을 그림자로 비유한 성경의 의도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그 마음에 모시고 그분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은 성도들의 나날은 그처럼 허망스러운 삶이 되지 않을 것이며 보람과 생명이 넘치는 삶이 될 것이다. 성도들은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으신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영생의 존재임을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 인간들은 영존하시며 전지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자신을 세우고, 자신이 하나님 창조 목적에 합당하게 살아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다시한번 명심해야 할 것은, 이 땅에서의 우리의 삶은 한정되어 있고,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9:27)” 우리는 “해와 빛과 달과 별들이 어둡기 전에, 비 뒤에 구름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전12:2)” 즉 심판의 날이 이르기 전에, 창조자를 기억하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된 자로서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