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속죄일을 지키는 방법
1)성회로 모여야 합니다.
(1)속죄일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영원히 지키며, 성회로 모이는 절기입니다.
레23:27에서는 ‘속죄일’을 가리켜 “너희에게 성회라”고 하였으며, 민29:7에서는 “칠 월 십 일에는 너희가 성회로 모일 것이요”라고 하였습니다. 속죄일은 일 년에 한 번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에게 완전 속죄를 받아 정결케 되는 거룩한 날입니다. 때문에 이 날을 성회로 모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리고 속죄일은 어느 특정한 기간 동안만 지키는 한시적인 절기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영원히 지켜야 할 절기였습니다. 그래서 레16:29에서 “너희는 영원히 이 규례를 지킬지니라”고 하였으며, 레16:34과 23:31에서도 속죄일을 영원히 지키라고 명령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속죄일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영원히 지키며, 성회로 모이는 절기인 것입니다.

(2)이스라엘 가운데 우거하는 객들도 성회에 참석하여 속죄일을 지켜야 합니다.
속죄일은 유대인들만 지키는 절기가 아니라, 이스라엘 가운데 우거하는 객들도 함께 지키는 절기였습니다. 그래서 레16:29에서 “본토인이든지 너희 중에 우거하는 객이든지 그리하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본토인’(חꙜꖾꔟ)이란 ‘이방인’과는 상호 대치되는 개념으로 민족적, 종교적, 혈통적으로 본래부터 이스라엘에 속한 유대인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하면, 처음부터 이스라엘 백성이었던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객’(רꕂ)이란 말은 ‘손님, 이방인, 외국인, 거주자’란 뜻인데, ‘너희 중에 우거하는 객’이란 말은 이스라엘 가운데 거주하는 외국인 중에서 이스라엘의 관습과 종교를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생활에 동화된 자들을 가리킵니다.
히브리어에서 ‘이방인’을 뜻하는 단어로 ‘노크리’(יꙞꗎꗺ)라는 말과 ‘게르’(רꕂ)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크리’는 ‘낯선, 외국인’이란 뜻으로 이스라엘과 종교적으로 전혀 무관한 완전한 이방인을 뜻합니다. 그러나 ‘게르’는 이스라엘 사회에 동화되어 사는 이방인들을 말하는데, 레16:29에서 말하는 ‘객’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들은 ‘본토인’ 즉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속죄일 성회에 참여하여 속죄일을 지켜야 했습니다.
2)안식일로 지켜야 합니다.
(1)아무 일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레16:29, 23:28에서는 속죄일에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하였으며, 민29:7에서는 아무 노동도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레23:32에서는 “이는 너희의 쉴 안식일이라 너희는 스스로 괴롭게 하고 이 달 구 일 저녁 곧 그 저녁부터 이튿날 저녁까지 안식일을 지키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쉴 안식일’(ןוֹתꔯꚃ תꔯꚃ)이란 말은 ‘안식의 안식일’이란 뜻으로 안식일을 강조하는 표현인데, 레16:31에서는 ‘큰 안식일’로 번역이 되어 있습니다. 일부 영어 성경에서는 이 말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살펴서 ‘엄숙히 쉬어야 할 안식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RSV, Living Bible) 그리고 유대인의 날짜 계산법에 의하면 하루는 해질 무렵부터 다음 날 저녁 해질 때까지이기 때문에 7월 9일 저녁부터 10일 저녁까지 안식하며 속죄일로 지켰습니다.
또한 속죄일은 ‘큰 속죄일’이라는 뜻에서 ‘대속죄일’(大贖罪日)이라고 불렀는데, 대제사장이 자신을 비롯한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를 속하고 성막을 정결케 위해 지성소에 들어가 속죄 의식을 거행하는 날입니다. 때문에 이 날은 어느 절기 때보다도 더 거룩한 안식일로 지켜야 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물론이고 그들 가운데 우거하는 객들까지도 이 날을 온전히 안식하면서 사소한 노동도 금한 채 하나님 앞에서 속죄 받는 일에만 전념해야 했습니다. 레16:29에서 “본토인이든지 너희 중에 우거하는 객이든지 그리하라”고 한 것은 속죄일을 안식일로 지키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들뿐만 아니라 그들 가운데 거하는 이방인들에게까지도 해당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레16:29, 23:28의 ‘일’이란 말과 민29:7의 ‘노동’이란 말을 뜻하는 히브리어 ‘멜라카’(הꗇאꗚꗱ)는 사소한 일까지 포함하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속죄일에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육체의 노동과 같은 생업의 일은 물론이고, 육신의 유익을 위한 오락이나 사소한 일, 음식을 요리하는 일, 불을 지피는 일과 같은 매우 사소한 일조차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속죄일에는 어떤 형태의 일이라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속죄일에 일체의 노동을 금한 것은 이 날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면서 엄숙하게 이 날을 보내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만약 속죄일에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계명을 어기게 되면 이스라엘 백성 중에서 끊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레23:30에 보면, “이 날에 누구든지 아무 일이나 하는 자는 내가 백성 중에서 멸절시키리니”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멸절시키리니’(יꚝꕎꔨꔣꕘꕵ)라는 말은 ‘방황하다, 길을 잃다, 파멸하다’는 뜻인데, 이것은 어떤 공동체로부터 멀어져 나가 소멸되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본문의 말씀은 속죄일을 안식일로 지키지 않는 자는 이스라엘 공동체로부터 단절되게 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멸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속죄일은 이스라엘 백성의 모든 죄를 속하는 날로, 오직 영적 각성과 회개하는 일에만 전념해야 하는 날입니다. 때문에 진정 죄의 문제를 놓고 전심전력으로 회개해야 할 속죄일에 육신의 일을 한다는 것은 하나님의 속죄의 은혜를 무시하는 배은망덕한 행위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속죄일에 안식해야 한다는 규례를 어기는 자는 하나님의 속죄의 은총을 무시하는 자로 여겨져 죽음의 형벌을 면치 못한 것입니다.
레23:28에서도 “이 날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 것은 너희를 위하여 너희 하나님 여호와 앞에 속죄할 속죄일이 됨이니라”고 하여, 속죄일은 이스라엘의 속죄를 위하여 제정된 날임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특히 “너희를 위하여 너희 하나님 여호와 앞에 속죄할 속죄일이 됨이니라”고 한 말은 제사장을 비롯하여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의 죄와 성막의 부정함 등을 철저히 속죄하기 위하여 속죄일을 제정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마디로 속죄일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속죄를 위하여 제정한 날이기 때문에 철저히 이 날만큼은 안식일로 지키면서 속죄 받는 일에만 전념하라는 것입니다.
2대 세계 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유태인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수용되어 있는 유태인의 대표라고 자칭하는 한 늙은 랍비가 수용소 소장 면회를 요구하며, 수용소 광장을 걸어나갔습니다. 경비를 하고 있는 독일군 병사의 발포 위협도 아랑곳없이 랍비는 계속 걸어나갔습니다. 그야말로 숨죽이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랍비의 행동에 질려버린 수용소 소장이 요구가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랍비는 소장에게 “내일은 속죄일이다. 이 날만은 유태인이 죽을 수 없다. 그러니 내일 처형할 사람들을 오늘 앞당겨 처형해 달라”는 요청을 하였습니다. 한 마디로 속죄일 하루를 온전히 안식일로 지키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속죄일에 처형을 당하는 것도 안식일을 범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미리 하루를 앞당겨 처형을 당하겠다는 것입니다. 수용소 측에서 볼 때는 하찮은 요구지만, 유태인들에게는 속죄일을 지키는 것이 죽음보다 중요한 대사였던 것입니다. 유태인들에게는 차라리 하루를 앞당겨 죽을지언정 속죄일 만큼은 결코 죽을 수 없는 성스러운 날이었던 것입니다.
뒤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속죄일에는 모든 백성들로 하여금 금식을 하게 하여 음식을 먹는 것까지 금하였습니다. 속죄일은 사소한 노동은 물론이고 일체의 음식까지도 전폐하고서 오로지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의 미약함과 자신의 죄가 큼을 의식하고 용서를 비는 날이었습니다. 만약 이 날 음식을 먹거나 노동을 하는 것과 같은 일을 하게 되면, 안식일을 범한 것이 되어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수용소에 갇혀 있던 유태인들은 죽음도 육신의 한 행위로 보았던 것입니다. 때문에 속죄일에 처형을 당하는 것은 속죄일을 안식일로 지키라는 하나님의 계명을 범하는 것으로 여긴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속죄일에는 하나님에게 속죄하는 일 이외의 어떤 일도 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그 날 처형을 당하는 것도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는 일로 본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속죄일 전 날 미리 처형을 당함으로써 속죄일을 안식일로 지키는 계명을 어기지 않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속죄일을 철저히 지키는 유대인들의 정신은 88서울올림픽 때에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서울올림픽에 참석한 이스라엘 선수들은 대회 기간 중에 속죄일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그 날 모든 선수와 임원들이 모든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서 금식을 했습니다. 올림픽 기간 중 하나의 금메달을 더 따는 일보다 속죄일을 지키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중요했던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속죄일에는 죽는 일조차도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는 것이라고 철저히 믿는 그들의 신앙 정신으로 미루어볼 때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스스로 괴롭게 하면서 지켜야 합니다.
속죄일은 단순히 노동을 중단하고서 안식하는 날이 아닙니다. 스스로 자신을 괴롭게 하면서 지키는 날입니다. 레16:29, 31, 23:27, 32에서는 “스스로 괴롭게 하라”고 하였으며, 민29:7에서는 “마음을 괴롭게 하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괴롭게 하다’(הꗺꘝ)는 말은 ‘낮추다, 억제하다, 고통을 주다’는 뜻인데, 본문에서는 하나님 앞에서 금식하며 회개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죄악 된 자신의 존재를 뼈저리게 자각하며 애통해 하는 참회자의 겸비한 심령과 자세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에베렛은 “자기가 지옥에 가야 마땅할 인생임을 깨닫는 사람이라야 진정으로 천국에 합당한 사람이다”고 했는데, 속죄일은 자신의 죄를 통회하며 회개하는 가운데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회복을 위해 전력하는 날인 것입니다.
시51:17에 보면 “하나님의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서 멸시치 아니하시리이다”고 하였으며, 사57:15에서는 “지존 무상하며 영원히 거하며 거룩하다 이름하는 자가 이같이 말씀하시되 내가 높고 거룩한 곳에 거하며 또한 통회하고 마음이 겸손한 자와 함께 거하나니 이는 겸손한 자의 영을 소성케 하며 통회하는 자의 마음을 소성케 하려 함이라”고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죄를 진정으로 자복하고 통회하는 심령을 받으신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속죄일에 자신을 괴롭게 한다는 것은 자복하고 통회하는 심령을 받으시는 하나님 앞에서 진정으로 자신의 죄를 회개하는 자세를 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속죄일이 되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대제사장으로부터 시작하여 일반 백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백성들이 하나님 앞에서 마음을 괴롭게 하며 금식하고, 자신들의 죄에 대해 통회하는 심정을 가져야만 했던 것입니다. 이 때 대제사장은 자신을 위시한 모든 백성들의 죄와 성소의 부패와 오염을 속하기 위해 지성소로 들어가 속죄 의식을 거행해야 했으며, 백성들은 성막 바깥에서 금식하며 회개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은 온전히 하나님과 자신과의 바른 관계를 위해 힘썼던 것입니다. 그러나 유아, 노약자, 환자는 금식하는 일에서 예외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속죄일에 금식하는 일을 어기게 되면, 백성 중에서 끊쳐지게 되었습니다. 레23:29에 보면, “이 날에 스스로 괴롭게 하지 아니하는 자는 그 백성 중에서 끊쳐질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끊쳐질 것이라’(הꚓꙣꗎꗼꕵ)는 말은 ‘자르다, 소멸시키다, 나뉘어 떨어지다, 멸망당하다’는 뜻인데, 본문에서는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에서 제외되는 동시에 이스라엘 공동체로부터 분리되어 멸망을 당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속죄일에 진정으로 자신의 죄를 통회하면서 금식하며 회개하지 않으면, 속죄일에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규례를 어긴 자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 공동체로부터 영원히 분리되어 멸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3)큰 안식일로 지켜야 합니다.
레16:31에 보면, 속죄일을 가리켜 ‘큰 안식일’이라고 하였습니다. ‘큰 안식일’(ןוֹתꔯꚃ תꔯꚃ)이란 말은 앞에서 설명한 ‘쉴 안식일’이란 말과 같은 뜻입니다. 속죄일을 가리켜 ‘큰 안식일’이라고 한 것은 다른 어느 안식일 보다 더 엄숙하고 거룩하게 이 날을 지켜야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 날 모든 육체의 노동을 중단하고서 자기 자신의 허물을 돌아보며, 스스로 괴롭게 하며 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날은 특별한 안식일로서 육체적 휴식이 강조되는 일반 안식일과는 달리 죄의 각성과 영적 회개에 전심 전력해야 하는 날인 것입니다.
쥐는 전 세계 각지에 널리 분포해 있는데, 번식력이 강한 동물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에는 10여종의 쥐가 서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쥐는 앞니의 성장을 제한하기 위하여 항상 물건을 갉는 습성을 가지고 있으며, 전염병을 옮기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양곡을 축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는 무익한 동물입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해마다 쥐잡는 날을 정하여 쥐약을 무료로 공급하여, 농촌과 도시의 전 가구와 공공단체, 양곡 창고 등을 대상으로 쥐잡기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쥐보다 더 광범위하게 우주적으로 퍼져 있으면서도 눈에 잘 나타나지도 않고, 쥐보다 더 강한 번식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죄입니다. 죄의 역사는 쥐의 역사보다 훨씬 길며, 그 번식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때문에 이 죄를 찾아 철저히 회개하지 않으면, 죄는 어느 듯 우리 심령 속에 깊이 자리를 잡게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일 년 한번 속죄일을 맞이하여 철저히 자신들의 죄를 회개하며 속죄 받아 정결케 된 것처럼, 우리의 심령 곳곳에 깊이 숨어 있는 죄 하나까지 철저히 찾아 회개하는 속죄일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물론 이스라엘 백성들은 평소에 죄를 짓게 되면, 지체하지 않고 하나님께 속죄 제물을 드려 회개하고 죄 사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일 년에 한 번씩 속죄일을 맞이하여 죄를 짓고서도 죄인 줄 깨닫지 못한 죄, 평소에 미처 회개하지 못한 죄 등을 낱낱이 찾아 철저히 회개함으로써 하나님에게 온전한 속죄를 받았습니다. 우리 역시 매일매일 자신의 죄를 찾아 회개하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특별히 하나님 앞에서 죄인 줄 깨닫지 못한 죄, 미처 회개하지 못한 죄 등을 찾아 철저히 회개함으로써 하나님과의 관계를 더욱 새롭게 하는 기회로 삼는 그런 날을 반드시 가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