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삭(민28:11-15)

‘월삭’은 매월 초하루를 종교적인 축제일로 정하여 지킨 절기입니다. 이 날은 초승달이 뜨는 날이기도 한데,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처럼 초승달이 뜨는 때를 기준 하여 절기를 지킨 이유는 달을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징표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달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폐할 수 없는 약속의 징표로 창조하셨으며, 달을 기준으로 때를 정하시고 시간을 주관하신다고 믿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월삭 때가 되면, “달들을 새롭게 하시는 주여 찬송을 받으시옵소서”라는 찬송을 부르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그러므로 월삭은 지난 한 달 동안 은혜 가운데 살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또 다시 돌아오는 한 달을 “은혜로 붙들어 주옵소서” 하는 소원을 드리면서 지키는 절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월삭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어의
‘월삭’을 뜻하는 히브리어 ‘호데쉬’는 ‘새 달, 새 것’이라는 뜻인데, ‘새 것이 되다, 다시 세우다’는 뜻을 가진 ‘하다쉬’라는 말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월삭’을 ‘로쉬 호데쉬’라고도 하는데, ‘달의 처음 시작’이라는 의미입니다. 70인역에서는 ‘네오메니아’또는 ‘누메니아’란 말로 쓰여졌는데, 이것 역시 ‘새 달, 새 것’이란 뜻입니다.

2.월삭의 유래
(1)첫째로, 달을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의 징표로 믿는 신앙에서 월삭의 유래를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월삭을 지키게 된 배경에 대하여 성경에는 자세한 언급이 없지만, 민10:10에서 “또 너희 희락의 날과 너희 정한 절기와 월삭에는 번제물의 위에와 화목 제물의 위에 나팔을 불라 그로 말미암아 너희 하나님이 너희를 기억하리라 나는 너희 하나님 여호와니라”고 하여 처음으로 월삭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희락의 날’이란 율법에 의해 반드시 지키도록 규정되어 있는 절기 외에 단지 기쁜 일로 인해 기념이 될 만한 날들을 가리킵니다. 예를 들어, 다윗이 오벧에돔의 집에 보관되어 있던 하나님의 법궤를 예루살렘 다윗 성으로 옮겨온 날(대상15-16장), 솔로몬이 성전을 건축한 후 봉헌한 날(대하7:1-10), 바벨론 포로생활에서 귀환하여 성전 신축을 한 날(스3:10, 느12:35, 41) 등과 같은 민족적, 종교적 기념일이나 전쟁에서 승리했을 경우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그리고 ‘정한 절기’란 하나님께서 반드시 지키라고 율례(律例)로 명하신 날을 가리키는데, 유월절, 오순절, 장막절, 나팔절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와 같은 날들을 기쁨의 날로 삼고서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지냈는데, 본문에 의하면 이와 같은 기쁜 날에 드려지는 번제물 위에와 화목 제물 위에 나팔을 불라고 하였습니다. 이처럼 제물 위에 나팔을 부는 것은 그 제물들을 하나님께서 기쁘시게 받으시기를 원하는 간절한 마음을 내포한 행동입니다.
그런데 번제물은 하나님께 헌신을 다짐하며 드리는 제물이며, 화목 제물은 속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목하게 된 것을 감사하여 드리는 제물입니다. 이와 같은 제물 위에 나팔을 분 것은 자신들이 기쁨과 즐거움으로 하나님께 대한 의무, 즉 헌신과 감사를 하고 있음을 뜻하는 동시에 이런 자신들의 헌신과 감사를 하나님께서 기쁘시기 받아 주시기를 원하는 마음을 표시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너희 하나님이 너희를 기억하리라”고 한 것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의 기쁨과 감사가 깃든 정성스러운 헌물과 아울러 이것이 열납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부는 나팔 소리를 들으시고 그들을 기억하실 것이라는 약속입니다. 특히 여기서 ‘기억’이란 말은 ‘기념물,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이란 뜻인데, 본문에서는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과 교제하시며, 아울러 그들의 형편과 처지를 낱낱이 감찰하시고, 필요에 따라 채워 주신다는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문에 보면, 월삭도 이런 기쁨과 축제의 의미로 지내는 기념일이나 절기 중에 하나로 포함을 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에서 월삭을 지키게 된 자세한 배경은 알 수 없지만, 월삭도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쁨과 축제의 분위기 속에서 지내는 절기 중의 하나에 속함을 알 수 있습니다. 월삭이 되면,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느 축제의 절기 때와 마찬가지로 기쁨 속에서 이 날을 보내면서 하나님을 향한 헌신과 감사의 생활을 다짐하였던 것입니다.
서론에서 잠시 언급하였던 것처럼 월삭은 초승달이 떠는 날입니다. 그런데 일정한 주기를 따라 달은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그리고 보름달에서 다시 초승달로 바뀌어 가는 과정을 되풀이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처럼 주기적으로 변하는 달을 하나님께서 자신들에게 주신 약속의 징표로 믿었으며, 또한 이런 달을 기준으로 하나님께서 때를 정하시고 시간을 주관하신다고 믿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초승달이 밝고 둥근 보름달로 변해 가듯이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형편을 새롭게 변화시켜 주실 것을 믿었으며, 자신들을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난 민족으로 세워 주실 것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때를 따라 돕는 은혜 안에서 자신들의 모든 삶을 주관하신다고 믿었습니다. 달의 변화와 이런 자신들의 믿음을 연관시킨 데서부터 월삭을 절기로 지키게 된 것으로 짐작이 되어지고 있습니다.

(2)둘째로, 첫 것은 하나님께 속한 것으로 여기는 신앙에서 월삭의 유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출애굽 시키기 전에 애굽 사람들의 모든 장자와 생축의 처음 난 것을 모두 죽이는 재앙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유월절 양의 피를 문 인방과 좌우 문설주에 바른 이스라엘 사람들의 가정에는 이런 재앙이 임하지 않고 모두 무사했습니다.(출11:5-7, 12:29-30)
이처럼 애굽의 모든 장자를 치는 재앙을 내린 후 하나님은 출13:2에서 “이스라엘 자손 중에 사람이나 짐승이나 무론하고 초태생은 다 거룩히 구별하여 내게 돌리라 이는 내 것이니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이것은 사람이든 짐승이든 이스라엘의 초태생은 모두 하나님의 것임을 선언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선언하신 것은 애굽의 장자를 치신 재앙과 그리고 유월절 사건과 연관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께서 애굽 사람들과 그들의 짐승들의 모든 초태생을 멸하시는 심판을 행하실 때 이스라엘 백성들과 그들의 짐승들의 초태생은 유월절 양의 피로 구속을 시켰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모든 초태생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라는 선언인 것입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선언에 의하여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든 첫 열매는 하나님의 것으로 구별하여 봉헌하여 드렸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월삭을 거룩한 날로 구별하여 지킨 것도 바로 처음 것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신앙 사상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월삭은 한 달을 시작하는 첫 날입니다.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들은 첫 것은 하나님의 것이라는 신앙 사상에 근거하여 이 날을 절기로 삼아 하나님께 구별하여 드린 것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3.월삭의 제정 의미
안식일이 한 주의 시작이라면, 월삭은 한 달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안식일을 통하여 한 주 동안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감사하며 하나님께 경배하고, 새로운 한 주 동안도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보호받고 인도 받으며 살 것을 소망하는 가운데 안식하였습니다. 마찬가지로 월삭을 제정한 의미도 이스라엘 백성들로 하여금 월삭을 맞이하여 지난 한 달 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지내게 된 것을 감사하는 가운데 하나님을 경배하고, 또 새로 맞이하는 한 달 동안도 하나님의 은혜로 살 것을 소망하게 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월삭을 맞이하면 지난 한 달 동안의 잘못을 먼저 회개하였으며, 그리고 지난 한 달 동안 보호하시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렸습니다. 모자랄 때 채워주시고, 무지할 때 지혜를 주시고, 무능할 때 능력으로 붙들어 주시고, 더러울 때 씻어 주시고, 넘어질 때 붙들어 일으켜 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를 드린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초승달이 보름달로 변해 가듯이, 자신들이 현재 어떤 어려움 속에 처해 있다고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그들을 도와주시고 구원해 주시어 더 나은 형편이 되게 해 주실 줄 믿고 또한 감사를 드렸습니다. 하나님의 은혜로 초승달과 같은 자신들의 처지가 보름달과 같은 처지로 바뀌어지게 된다는 소망을 가진 것입니다. 월삭이 될 때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초승달을 바라보면서 그 달이 보름달로 변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새로운 소망을 가지고 한 달을 시작한 것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한 달을 하나님께서 은혜로 붙들어 주심으로 인해 지나간 달보다 더욱 새롭게 될 것을 믿는 소망을 매 월삭 때마다 가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월삭이 될 때마다 새로운 달에 대한 새로운 소망을 가지고서 축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그 날을 보내면서 하나님을 향한 새로운 헌신과 감사를 다짐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달을 새롭게 살 것을 결심하였던 것입니다.
큰 물건을 등에 지고 길을 나섰던 두 장사꾼이 높고 험난한 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때는 여름이고, 해는 중천에 떠 있어서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무더운 날씨였습니다. 장사꾼 중의 한 사람은 그 큰 재를 짜증난 시선으로 바라다보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재수 없는 날이군. 어느 세월에 이 재를 넘는단 말인가.” 그런데 다른 한 장사꾼은 희망찬 시선으로 놓은 재를 바라보면서,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은 재수 좋은 날이군. 이렇게 험한 재가 있으니 재 너머 저 쪽엔 장사꾼이 자주 올 수 없었을 거야. 그러니 재를 넘어 가기만 하면 물건은 쉽게 팔 수 있을 거야.”
전자의 장사꾼은 재 너머 마을에서 얻게 될 기쁨을 보지 못하고, 목전의 고생만 바라본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에게 있어서 높은 재는 장애물로만 여겨질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후자의 장사꾼은 목전의 고생보다, 그 다음에 올 기쁨을 바라다본 사람입니다. 그에게 있어서 높은 재는 성공을 위한 디딤돌로 여겨졌던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월삭이 되면, 하늘 높이 떠 있는 초승달을 보면서 머지 않아 그 달이 둥근 보름달이 되어 온 세상을 밝게 비추게 될 것을 상상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초승달이 밝고 둥근 보름달로 변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소망을 가지고 새로운 한 달을 시작한 것입니다. 월삭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 제정되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