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들이 오월 둘째주일을 어버이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대부분 어버이를 모시고 있으면서 또 스스로는 어버이이기 때문에 가정에 대한 말씀으로 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가정은 세상의 그 어떤 공동체보다 아름답고 중요합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무너진다하여도 가정이 건전하고 건강하면 언제나 희망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편리한 세상, 화려한 세상이 된다고 하여도 가정이 무너지면 그러한 세상은 사막과 같은 곳이요, 그러한 사회는 머지않아 무너질 수밖에 없는 사회입니다.
가정이란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가정이라는 말을 하면 먼저 ‘집’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가정은 집이 아닙니다. 집이 여러 채 있다고 해서 가정이 여러 개 있는 것도 아니고, 집이 없다고 해서 가정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하면 가정은 ‘가족’인가? 물론 가족이 있어야 가정을 이루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부모자녀 형제가 다 있어도 그 관계가 끊어져 있다면 가정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집이 없어 사방에 흩어져 있어도 사랑과 믿음의 관계로 연결되어 있으면 그것이 바로 가정입니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관계가 가정입니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집이나, 가족 그 자체가 가정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면 가족 간에 서로 친밀하고, 효도하며, 사랑하면 가정인가? 그 정도만 되면 참 훌륭하고 아름다운 가정입니다. 그렇지 못한 가족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말 건강한 가정은 그 속에 세상을 건강하게 바라볼 수 있는 善함이 있어야 건강한 가정이 됩니다. 만약 가족 간에는 서로 사랑하고, 효도하고, 위해 주면서도 자기 가족밖에 모르면 그것은 건강한 가정이라 할 수 없습니다. 가족 이기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족은 얼른 보면 좋은 가정, 행복한 가정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 善함이 살아있지 못기 때문에 건강한 가정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가정은 그 속에서 스스로 행복을 느끼고, 사람다움을 배우고, 사람관계를 익히며, 바른 인생관을 세우는 곳입니다. 그러한 가정에서 자신들끼리만 사랑하고 자신들의 행복만 생각하는 이기심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면 그것이 어찌 이 세상을 밝게 하고, 우리 모두가 만들어 가야할 아름다운 가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가정의 행복은 가족간에는 깊은 사랑으로 연결되어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는 함께 행복을 나눌 줄 아는 선함이 들어있을 때 참 행복이요, 참 가정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가정은 어떠합니까? 그리스도인으로 산다는 것은 단순히 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은 그리스도 정신으로 사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이 기독교 정신으로 사는 것이라면 당연히 그 가정도 기독교 정신이 깃들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가정을 참 가정되게 하는 이 기독교 정신이 무엇입니까? 오늘 본문에서 그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본문의 말씀은 가정을 향한 말씀은 아닙니다. 바울사도가 데살로니가교회의 믿음이 자라고, 사랑이 풍성해지고, 어려움 중에서도 인내하는 믿음을 기뻐하고 칭찬하는 말씀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리스도인인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기독교 정신입니다. 믿음의 정신, 사랑의 정신, 소망의 정신입니다.
너희 믿음의 역사와 사랑의 수고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소망의 인내를
우리 하나님 아버지 앞에서 끊임없이 기억함이니
하나님의 사랑하심을 받은 형제들아 너희를 택하심을 아노라 데살로니가전서1:3-4
믿음, 사랑, 소망, 이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터인 가정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할 정신입니다. 이런 정신으로 사는 사람들이 참 그리스도인의 가정을 이루어내고, 참 행복을 누리는 가정이 될 줄 믿습니다. 여러분 모두 그런 가정들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1. 믿음의 정신이 기독교 가정을 만듭니다.
가정의 올바른 질서는 먼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에서 시작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가족끼리 사랑한다고 하여도 자기 가족밖에 모르는 사랑은 하나님의 의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가족이기주의에 빠지고 결국은 바른 가정을 이룰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 가정은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서야 합니다. 그것이 믿음입니다.
축복에 대한 말씀을 성경에서 찾으라고 하면 보통 신명기28장을 꼽습니다. 신명기28장 첫 절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말씀을 삼가 듣고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하는 그 모든 명령을 지켜 행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세계 모든 민족 위에 뛰어나게 하실 것이라.
하나님 말씀 위에 네 삶과 가족의 기초를 세우라는 말씀입니다. 내가 좋으면 좋고, 우리 가족에게 좋으면 좋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의를 이루는 것인지를 생각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러할 때, 그 개인과 가정이 하나님의 참 복을 받는 가정이 됩니다.
하나님 경외의 가정, 믿음의 계보를 잇는 가정, 말씀이 생활에서 실현되어지는 가정, 그것이 참 그리스도인의 가정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주일을 철저히 지키고, 십일조 철저히 드리고, 교회에서 헌신을 실천하고, 적어도 그런 모습이 기독교 가정의 모습이 아닙니까! 그 안에서 부모공경도 있는 것이고, 그 안에서 자녀 교육도 있는 것이고, 그 안에서 가문의 전통도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후에 내 자녀가 나를 기억할 때, 우리 아버지는 교회는 다녔지만 사실 그리스도인 같지 않았어. 그렇게 기억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오히려, 우리 아버지는 교회밖에 모르신 분이셨어. 입만 열면 성경말씀을 얘기하셨고, 늘 찬송을 입에 달고 사셨지. 완벽한 성격은 아니셨어도 그래도 나를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신 분이셨지. 그렇게 기억되시기 바랍니다. 어렸을 때는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있고, 믿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가 철이 들고, 인생을 알고, 때로는 인생의 쓴맛을 보게 될 때, 부모의 그 믿음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알고 눈물을 흘릴 때가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 믿음을 본받을 때가 올 것입니다.

2. 사랑의 정신이 기독교 가정을 만듭니다.
기독교 정신의 핵심은 사랑의 정신입니다.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흔해져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사랑인지 잘 구분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기독교의 사랑은 하나님 나를 사랑하셨듯이 나도 너를 사랑하노라 하는 의지적인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은혜로 부족한 나를 하나님의 자녀로 받아주셨듯이 나도 받아주는 사랑, 그것이 기독교의 사랑이요, 우리 가정 속에서 구현되어야 할 사랑입니다.
바울사도는 사랑에 대해서 아주 유명한 말씀을 하였습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린도전서13:4-7
이러한 사랑에 대한 말씀은 어디 밖에 누구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내 가정과 내 가족에게 먼저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랑은 거짓된 사랑일 뿐입니다.
에릭프롬이라는 분은 학자적인 관점에서 사랑을 다섯 가지로 나누어서 말씀했습니다.
①관심: 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서로 서로를 돌아보는 마음-그것이 구체적인 사랑의 행동입니다. 사랑의 반대는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입니다.
②책임: 사랑은 서로를 책임지는 마음입니다. 가정의 짐을 서로 지는 것이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가정의 어려움을 함께 나누어 지는 식구들--이것이 진정한 사랑의 표현입니다.
③존경: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사랑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특히 부부간에도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 줄 줄 알아야 합니다. 존경이 깃들지 않은 사랑은 이기적인 사랑일 뿐입니다. 사랑은 무례하게 행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였습니다.
④이해: 사랑은 받아주는 마음입니다. 사랑은 자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이해와 배려입니다.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고 받아주는 것이 사랑입니다. 눈높이를 그와 맞추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⑤주는 것: 사랑을 이야기 할 때마다 왜 나를 그렇게 사랑해주지 않느냐고 옆에 사람 쳐다보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은 받을 사랑이 아니라 조건없이 주는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줄 때 아름다운 사랑이 이루어집니다.
가족 간에 이러한 사랑이 풍성하여질 때 아름다운 그리스도인의 가정이 될 줄 믿습니다.

3. 소망의 정신이 기독교 가정을 만듭니다.
진정한 사랑속에는 소망 중에 참음이 들어있습니다. 지금 내 마음같지 않아도 기다려주는 마음, 그것이 사랑입니다. 우리는 소망을 말하면 내 꿈을 이루기 위한 미래에 대한 그림으로만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것이 소망이기는 하지만, 기독교인의 소망은 단지 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림’을 말하는 것입니다. 내가 아직도 부족함에도 기다려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닮아 나 자신에 대해서도 기다려주고, 그에 대해서도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소망입니다. 그런 소망으로 가정에서도 기다리며 바라볼 줄 알아야 합니다. 내 마음에 꼭 들지 않는 환경에 대해서도 언젠가 이루어질 줄 믿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소망입니다. 내 가족이 다 내 마음 같지 않아도 언젠가 온전해 질 것을 믿으면서 기도 가운데 기다리는 마음, 그것이 소망입니다. 내 자녀가 나를 계속 실망시킬 때에도 언젠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성장할 것을 믿으며 기도하는 것, 그것이 소망입니다. 이 소망으로 서로를 바라볼 줄 아는 가정이 기독교 가정입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기다림과 소망이 가득찬 가정, 그것이 기독교 가정입니다. 모든 축복의 말속에는 소망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늘 축복의 말이 가득한 가정, 그것이 기독교 가정입니다.
요즈음 사람들의 특징 중의 하나가 참지 못하는 마음입니다. 급한 마음입니다. 바울사도는 말세에 나타나는 현상중의 하나를 조급함이라고 말씀하였습니다.
...말세에 고통하는 때가 이르리니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조급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하며... 디모데후서3:1-5
왜 현대인들이 이렇게 사납고 급해졌을까요? 미디어 시대에 감각적인 문화에 물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인스탄트 음식을 먹고 자란 탓이기도 합니다. 어쨋든 참지 못하는 마음, 기다리지 못하는 마음이 현대인의 특징중의 하나입니다. 이런 마음이 가정을 파괴합니다.
조금 부족해도 덮어 주고, 내 마음에 꼭 맞지 않아도 감싸주는 마음, 그것이 참 그리스도인의 마음입니다. 오늘 부족해도 내일 채워질 것을 믿는 믿음이 기독교 정신이요, 소망의 정신입니다. 부족한 나를 끝없이 참으시며 당신의 자녀로 삼아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깨달으면서 이 소망의 인내를 가정에서도 이루시기를 축복합니다.

믿음의 역사와 사랑의 수고과 소망의 인내, 이것은 나 개인의 믿음만이 아니라 그 믿음이 구체적으로 실천되어지는 첫 번째 장소인 가정에서 날마다 실천되어야 할 기독교 정신입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 오월에 여러분 모두, 믿음 사랑 소망의 아름답고 복된 가정을 이루어 가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