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주님의 일을 하면서 일어나는 갈등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예수님과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일어났습니다. 지난주부터 제자의 표징을 주제로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통하여 하나님을 향한 사랑이 이웃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웃은 우리가 찾아감으로 만들어집니다. 그 사람의 필요를 채워줄 때 관계가 만들어지고 이웃이 됩니다. 다시 말하면 이웃이란 우리가 사랑을 베푸는 자들입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 두 그룹의 사람들이 등장하였습니다. 사랑을 베푸는 사람과 모른척하고 피해가는 사람들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두 자매가 등장합니다. 언니는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고 동생은 열심히 말씀을 듣습니다. 본문을 말씀 듣는 것이 더 중요한가, 봉사가 더 중요한가 하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잘못된 것입니다. 예수님은 마르다의 열성적인 봉사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마리아가 언니를 도와주지 않은 것을 두둔하지 않습니다. 예배를 드리는 것, 봉사하는 것 다 중요합니다. 주님이 기뻐하시는 섬김의 자세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기쁨에서 짜증으로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러 예루살렘으로 가십니다. 예수님은 예루살렘 성에서는 결코 주무시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주 들르셨던 곳 중의 하나가 예루살렘 성 밖 베다니에 있는 나사로, 마르다, 마리아 남매가 사는 집입니다. 예수님이 들어서자 마르다가 예수님을 반가이 맞이합니다. 오랜만에 들르신 주님을 마르다는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려고 부엌에 무슨 재료가 있는지 찾아보았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더라 식단을 짭니다. 씻고, 썰고, 지지고, 볶고, 끓이고 정신없습니다. 잔뜩 벌여놓았는데 일손이 달립니다. 제 시간 안에 음식을 준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급해집니다. 갑자기 마리아가 지금 어디 있나 생각합니다. 자기는 부엌에서 바쁘게 일하고 있는데 마리아는 언니를 도와주기 싫으니 예수님의 발아래에서 한가하게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습니다. 자기는 이렇게 열심히 수고하는데 동생 보고 언니를 좀 도우라고 말씀하시지 않는 예수님도 섭섭해집니다. 기쁘게 시작한 일인데 어느새 짜증으로 바뀝니다.
 
마르다는 씩씩거리며 예수님이 말씀을 가르치고 계신 방안에 들어갑니다. 방안에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마르다를 주목했을 것입니다.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주라 하소서”  Don't you care? 그 말을 할 때 마르다의 표정이 어떻겠습니까? 미소를 살포시 머금었겠습니까? 인상도 찡그리고 얼굴도 붉으락푸르락 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말씀을 전하심으로 은혜로 충만하던 자리가 마르다의 혈기로 인하여 갑자기 썰렁해졌을 것입니다. 헬라어 표현을 본다면 마르다는 예수님으로부터 yes 라는 답을 듣기 원합니다. 자기의 요구대로 마리아를 부엌으로 보내는 것을 허락하라는 것입니다. 사람은 거기서 다 거기라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믿음이 있다는 사람이, 직분이 있다는 사람이 상황이 좀 어려워지면 보통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이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처럼 언성을 높이네, 우리처럼 거짓말하네. 혹시 우리에게 마르다와 같은 모습이 있지 않은지 경계해야 합니다. 예수님을 믿기 전 옛사람의 모습은 더 이상 우리와는 상관없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마르다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1) 주님의 마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제대로 손님 대접하려면 손님이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여 그가 원하는 대로 섬겨야 합니다. 그런데 마르다는 자기 식대로 주님을 대접하려고 했습니다. 예수님은 그저 밥 한 끼 드시려고 그 집에 오신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를 지러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입니다. 이제 그 집에 다시 오시지 않습니다. 생애 마지막 때에도 천국 복음을 증거하려는 열정을 가지고 마르다의 집에 모인 무리들에게 열심히 가르치십니다. 주님 편에서 볼 때는 마르다가 도리어 손님 접대를 소홀히 한 것입니다. 주님의 뜻과 상관없는 열심은 주님을 기쁘시게 하지 못합니다. 그 상황에서 마르다에게 필요한 것은 주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일로 분주하다가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무엇으로 바쁘십니까? 그것들로 인해 우리의 관심이 주님으로부터 멀어지지는 않습니까? 별로 중요하지 않은 데에 신경을 쓰고 시간과 물질을 낭비하지는 않습니까? 이런 상황이라면 주님은 어떻게 하실까? 주님의 관점에서 보려고 해야 합니다. 

 

2) 말씀의 은혜가 충만하지 못하였습니다.
요한복음 11장을 보면 마르다는 예수님과 더불어 생명의 말씀으로 풍성한 교제를 나눕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 요한복음 12:1-2에도 보면 마르다가 식사준비를 합니다. 죽었던 자기 오빠가 살아난 것을 인하여 잔치를 준비합니다. 예수님, 열두 제자, 자기 가족 적어도 열다섯 명분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한마디 불평이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그가 하시는 사역을 보며 주님의 사랑을 체험하니 기쁨이 있었습니다. 수고가 수고로 여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그렇지 못합니다. 말씀의 은혜가 충만하지 못하니 기쁨 대신 섭섭함이 마르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마르다가 예수님께 불평할 때 “나 혼자 일하게”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일하게’라는 단어가 헬라어로 diakoneo인데 여기서 deacon, 즉 집사라는 단어가 나왔습니다. 집사는 목회자를 도와 봉사의 일을 하는 자입니다. 에베소서 4:12, 목회자의 임무는 성도를 온전케 하여 봉사의(diakonia) 일을 하게 하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봉사는 교회 건물 안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가정, 직장, 학교 어느 삶의 현장이든 주의 이름으로 하는 모든 행동이 봉사에 해당합니다. 봉사는 주님을 향한 헌신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러면 먼저 개인적으로 기도와 말씀을 통하여 주님과 교제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주님과 교제를 게을리 한다면 어느 샌가 주님과 상관없이 일에 매이게 됩니다.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요 6:68)라던 베드로의 고백이 우리의 고백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의 말씀으로 충만히 채움 받아 삶에 활기가 있고 기쁨이 충만해야 합니다. 그럴 때 열매가 풍성하게 맺힙니다. 

3) 자기 뜻대로 하려 했습니다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한 것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마르다가 선택한 것입니다. 그런데 힘이 드니까 엉뚱하게 마리아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서 예수님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면서 무례한 태도를 보입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할 사람이 도리어 예수님에게 자기의 말을 들으라고 합니다. 고린도 후서 13:5에 의하면, “너희가 믿음에 있는가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너희 자신을 확증하라”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고치려할 때 다른 사람의 허물은 덜 보이게 됩니다. 먼저 자신을 돌아보아 각자의 믿음을 점검하고 주어진 책임을 감당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할 때 그 공동체는 건강해집니다. 자신의 섬김 방식만 옳다고 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섬김의 모습을 존중하도록 요구하십니다. 그것이 이웃 사랑의 바른 표현입니다. 

예수님은 마리아를 칭찬합니다
복음서에 보면 마리아가 세 번 언급됩니다. 요한복음 11:32에는 예수의 발 앞에 엎드려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내 오라비가 죽지 아니하였겠나이다” 하면서 오빠인 나사로를 잃은 안타까움을 주님께 고합니다. 요한복음 12:3에는 다시 살아난 오빠를 인하여 잔치를 베풀 때 언니 마르다는 음식준비를 하고, 마리아는 예수의 발밑에 와서 비싼 향유를 그의 발에 붓고 자기 머리털로 예수의 발을 씻으며 최상의 헌신의 모습을 보입니다. 오늘 본문에는 예수님의 발아래 앉아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습니다. 세 구절에 나타난 마리아의 공통된 모습은 예수님의 발 앞에 있다는 점입니다. 마리아는 주님의 발 앞에서 자기의 슬픔을 주님께 고하였습니다. 향유로 주님의 발에 부으면서 기쁨으로 주님을 섬겼습니다. 주님의 발 아래서 말씀을 귀담아 들었습니다. ‘예수님의 발 아래’라는 것은 예수님 바로 앞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 위치는 예수님의 말씀을 한 마디도 놓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말씀을 듣는 간절한 자세를 뜻합니다.  예수님은 마리아가 좋은 편을 택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주님은 식사 준비로 봉사하는 것과 말씀을 듣는 것 둘 중에 어느 것이 좋다는 단순 비교를 하신 것이 아닙니다. 마리아가 최고로 좋은 것을 붙잡았다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최고로 좋은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붙잡아서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말씀이 그 사람을 변화시키고 능력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됩니다. 하나님을 알면 알수록 더 큰 믿음을 갖게 됩니다. ‘빼앗기지 아니하리라’ 마리아가 가장 귀한 것을 택했기 때문에 말씀을 통한 은혜를 계속적으로 공급해주시겠다는 약속입니다. 말씀을 구하는 자에게 성령님이 임합니다. 믿음만큼 섬기게 되어 있습니다. 마리아처럼 더 좋은 편이 어느 것인지 생각해서 선택해야 합니다. 
 
열심히 일하는 마르다가 나은가 말씀을 듣는 마리아가 나은가 말할 수 없습니다. 예배 드리는 것이 중요하고 봉사하는 것은 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예배, 교육, 선교, 봉사, 친교는 신앙생활에서 반드시 있어야 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예배 드릴 때가 있고 봉사할 때가 있습니다. 문제는 timing입니다. 때를 분별할 줄 아는 지혜를 가지고 주어진 상황에서 주님이 내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판단하고 우선순위를 세워야 합니다. 수고하고 봉사하는 열정적 섬김이 자칫 주님에 대한 관심을 흐리게 할 수 있습니다. 사업이 너무 바빠서, 아이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일이 너무 고되고 피곤해서 등의 이유로 주님과의 관계가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사실 분주해지면 제일 먼저 없어지는 것이 주님과 갖는 시간입니다. 말씀을 읽지 않고 기도 한 번 안해도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게 느껴지고, 삶의 큰 변화도 없는 것 같이 여겨집니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그러는 사이에 우리의 영혼은 메말라갑니다. 이사야 55:6, “너희는 여호와를 만날 만한 때에 찾으라 가까이 계실 때에 그를 부르라” 일할 때가 있고 주님의 음성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주님을 찾을 때 주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질 때입니다.
 
예수님은 참 제자가 되려는 우리에게 섬김에 대한 귀한 교훈을 제공하십니다.
1) 섬기려면 먼저 하나님의 것으로 채움 받아야 합니다
마리아와 마르다 이야기는 일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우선적으로 여기며 그 관계 안에 거하라는 요구를 담고 있습니다. 수고하고 봉사하는 열정적 섬김이 자칫 열광적 수고가 되어 주님에 대한 관심을 흐리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본문은 성도들의 수고와 봉사를 낮게 평가하는 의도를 가진 말씀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그러한 수고가 주님의 사랑을 약화시키도록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예수님은 마르다가 예수님과 그 일행을 위해 섬기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누군가 해야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말씀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먹어야 삽니다. 아무도 식당 봉사를 하지 않으려고 하면 예배 후에 모두 굶어야 합니다. 교회가 크든 작든 식당 봉사가 큰 이슈로 떠오릅니다. 두 사람씩 순서를 정해서 할까? 목장 별로 준비하게 할까? 외부사람을 고용해서 식사를 준비하게 할까? 아니면 이것도 저것도 다 힘드니까 미국교회처럼 커피와 도너스만 내어 놓을까? 등등. 어려움이 없을 수는 없지만 팔로마식당은 여성 교우들의 헌신적인 참여로 잘 돌아갑니다. 친교부에서도 수고를 덜어드리려고 메뉴의 표준화와 효율적인 관리를 통하여 친교사역을 잘 해보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어떤 봉사도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우선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우리가 진정으로 구원받은 그 감격으로 봉사하기를 원하시지, 인간적인 열심으로만 봉사하는 것을 원하시지 않습니다. 그런 열심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자기처럼 열심을 내지 않는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합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자기 자신의 열심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이 주시는 힘으로 봉사하기를 원하십니다.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고 하신 것은 한 가지 메뉴만 준비해도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마르다가 주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하여 힘을 다해 열심히 섬기고 있지만 꼭 필요한 한 가지가 빠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것은 주님을 섬기기 전에 먼저 주님의 섬김을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르다는 음식을 준비하는 데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많은 음식을 준비해서 예수님과 그 일행을 잘 먹이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섬김 자체는 귀하지만 지금 마르다에게 중요한 것은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마르다도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믿음이 더 자라기를 원하셨습니다.

말씀을 배우는 것은 제자들에게 요구되는 최우선의 임무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가리켜 생명의 떡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친히 준비하신 말씀의 식탁에 앉아 먹는 것은 그분을 다른 방법으로 섬기는 것보다 중요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잘 듣고 배우는 것이 예수님을 가장 잘 대접해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마음속에 제대로 들어오려면 먼저 마음을 비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배우며 그것을 통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깊이 교제할 때,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그럴 때 주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전심으로 사랑할 수 있습니다.

2)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경쟁해서는 안 됩니다
입술로만 주여 주여 하면서 삶으로는 별로 믿음의 본을 보이지 않는 명목상의 신자들이 있습니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구나’ 하는 식으로 말씀은 자기의 삶을 변명할 때 들먹입니다. 손해를 보거나 희생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한 주일 피곤하게 살았는데 교회까지 와서 일해야 하나, 좀 편하게 믿자 하며 몸을 움직여 섬기는 것을 꺼립니다. 예수님은 이런 사람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말씀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마르다와 마리아의 신앙을 비교해서 마리아의 편을 들고 계신 것이 아닙니다. 마르다가 분주한 이유는 자기 집을 찾아오신 예수님을 잘 대접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결코 나쁜 의도가 아닙니다. 예수님께 대한 대접을 빨리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마르다의 음식 준비가 늦는다고 과연 야단을 치실까요? 그냥 자기 마음이 급한 겁니다. 마르다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동생 마리아와 경쟁을 했습니다. 마리아보다 잘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서둘렀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갈릴리 바닷가에 오셔서 예수님을 세 번씩이나 모른다고 부인했던 베드로를 용서하시고 다시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십니다. 그러면서 베드로의 앞날에 대하여 말씀하십니다. 네가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요 21:18) 예수님의 말씀을 듣던 베드로가 요한을 보니 갑자기 마음에 파문이 일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주님께 질문을 던집니다. ‘주여 나는 죽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고 하는데 요한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겠습니까?’예수님이 무엇이라 대답하십니까? 내가 다시 올 때까지 그를 살려둔다 할지라도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네가 알 바 아니야. 너는 나를 따르기만 하면 돼. 내가 너에게 준 사명, 나의 양 무리를 섬기는 사명만 잘 감당하면 돼. 다른 사람의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네가 받은 사명에 충성하라는 것입니다. 당신을 세 번씩이나 부인했을 때도 가만히 계시던 예수님이 왜 지금은 베드로를 책망합니까? 시기심 때문입니다. 경쟁심 때문입니다. 시기심은 공동체를 멍들게 하고 분열을 일으킵니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베드로가 그 동안 예수님 곁에 가까이 있던 요한의 존재를 은근히 의식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의도는 다른 사람에게 무관심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의 일이나 행동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말라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이 한 일에 대하여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 아니라 함께 기뻐하고 위로하고 축하하는 자세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열린 마음으로 가질 때 교회는 하나가 되고 하나님의 영광이 더욱 크게 나타날 것입니다.
 
하나님은 기다리시는데 우리가 서두릅니다. 서두르면 안 됩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이 그렇게 쉽게 어떤 결과를 내놓기를 원하시지 않습니다. 마르다는 예수님께 빨리 음식을 내놓고 칭찬을 듣고 싶었습니다. 마리아보다 낫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다면서 세상의 것으로 자랑하려고 하는 것은 다 유혹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주님만 바라보면서 주님만 알아주시면 된다는 자세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수고하기를 원하십니다. 물론 주의 일도 힘이 들고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부족한 우리를 통해서 영광을 받으실 주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이 이웃 사랑으로 자연스럽게 표현되어야 하지만 때로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합니다. 마르다는 섬기면서 덕을 세우지 못했습니다. 마르다가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이 당시 사회적 의무였다면, 마리아의 행동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라’고 하신 말씀에 순종한 것입니다. 마르다의 봉사가 중요한 만큼 말씀을 듣고자 하는 마리아의 태도도 중요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의 일에 지나치게 참견하거나 자기 뜻대로 다른 사람을 주관하려는 것은 공동체의 하나됨을 깨뜨립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것은 생각지 않고 자기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주님이 나의 섬김의 모습을 보시면서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고 지적하시지 않을지 각자를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진정한 섬김은 주의 말씀을 듣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 말씀은 우리를 성숙한 주님의 제자로 변화시킬 것입니다. 벌써 2월이 되었습니다. 신년 들어 결심한 것이 벌써 흐트러지거나 초점을 잃지 않습니까? 각자에게 필요한 한 가지가 무엇인지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각자의 삶과 사역에 따라 우선순위 리스트를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목장에서 만날 때 그 리스트를 나누어 보며 주어진 일을 잘 감당하도록 서로를 위하여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팀웍을 가지고 각자에게 맡겨주신 사명을 감당하시기 바랍니다. 주님과 올바른 관계를 가지면서 믿음의 역사와 사랑의 수고와 소망의 인내를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주님의 칭찬을 듣는 자들, 하늘에 신령한 복과 이 땅에 기름진 복을 풍성히 누리고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성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