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신학(34) 교회의 거룩한 예식(성찬)

2. 성찬예식

예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날 밤, 유월절 음식을 잡수시는 자리에서 이 ‘성만찬’ 예식을 제정하셨다(마26:26-28). 주님은 이 성만찬을 제정하시면서 구약교회에서 거행하던 ‘유월절’이 이로써 마감되었음을 선언하셨다(마26:29). ‘세례’가 ‘그리스도의 할례(골2:11)’라면, ‘성만찬’은 ‘그리스도의 유월절(요6:53-58)’이다.

1)성만찬의 배경

예수님께서 잡히시고 처형당하신 때는 유월절 기간이었다. 십자가를 지실 때가 가까워짐을 아신 주님은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유월절 만찬을 가지셨다. 그리고 그 만찬에서 이 성찬 의식을 제정하신 것이다. 떡을 떼어 축사하신 후 제자들에게 주시면서 그들을 위해 주는 자신의 몸이라 하셨고, 또한 잔도 제자들에게 주시며 많은 사람을 위해 흘리는 자신의 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이 예식을 거행하며 주님을 기념하라고 하셨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기 전에 이미 자신의 몸이 찢기고 피를 흘림으로 인간이 구원받게 된다는 사실을 이 예식으로 보여주신 것이다.

예수님이 잡혀 죽으신 때가 유월절이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례 요한은 예수님을 가리켜 하나님의 참된 어린 양이라고 표현했다(요1:29). 요한은 예수님의 상한 몸과 흘린 피가 자기 백성의 구속을 위해 바쳐질 것을 예견했던 것이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우리의 죄를 인하여 유월절 어린양이신 그리스도가 희생되었다고 말한다(고전5:7).

과거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에서 나올 때 바로의 강퍅한 마음을 굴복시키기 위해 하나님은 애굽의 모든 장자를 치셨는데, 이스라엘 백성은 하나님의 명령대로 미리 예비한 어린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와 인방에 바르고 고기는 구워 무교병과 쓴 나물과 먹고, 남은 것은 불에 태웠다. 그날 밤 애굽의 모든 초태생은 죽었으나 천사가 문설주의 피를 보고 그냥 넘어감으로 그들은 재앙을 피했던 것이다(출12:21-30). 바로 그 예비된 유월절(逾越節, Passover) 어린양은 자신의 몸을 찢고 피를 흘려 인간을 구원할 예수님을 예표한 것이었다.

주님은 자신을 가리켜 ‘하늘로서 내려온 산 떡’이라고 하셨다. 이는 광야 교회에 하나님께서 양식으로 내려주신 ‘만나’를 배경으로 하신 말씀이다. 그 옛날 광야에서 하나님께서 만나를 주시지 않으셨다면 선민 이스라엘 백성들은 모두 아사했을 것이다. 주님은 ‘떡 집’이라는 뜻의 ‘베들레헴’에서 태어나실 거라고 예언되어 왔고 또 그렇게 오셨다(미5:2,마2:1-6). 이처럼 그리스도는 인생들의 ‘영생’을 위한 유일한 식량이다. 도덕과 선행, 그리고 돈과 이성과 과학은 이생의 식량은 될지언정 ‘영생의 식량’은 될 수 없다. 오직 십자가를 통해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성체(聖體)’를 믿음으로 받고 영적으로 섭취함으로써 인생은 영생을 얻을 수 있다. 성찬 예식의 ‘떡’은 바로 이러한 영원한 참된 만나이신 그리스도에 대한 예언을 배경으로 한다.

2)성찬의 의미

①그리스도를 기념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성찬은 주님께서 제정하신 그 유월절 만찬의 의식을 전승한 것으로서, ‘나를 기념하라’고 하신 주님의 분부대로 지금뿐 아니라 교회가 계속해서 시행해야 할 규례이다(마26:29).

②예수님의 살과 피를 상징한다.

우리가 떼는 떡과 마시는 잔은 예수님의 살과 피를 상징한다. 그러므로 이것을 먹고 마실 때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신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구원받아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방법일 뿐 아니라 구원받은 백성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한다. 주님의 살과 피가 아니고는 누구도 구원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③예수님의 죽으심을 전한다.

사도 바울은 우리가 이 떡과 잔을 마실 때마다 주의 죽으심을 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고전11:26). 예수님께서 자기 살을 찢고 피를 흘려주신 것은 자신의 처절한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온 인류가 하나님 앞에 온전히 서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주님의 그러한 죽음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능력이며 그 죽음만이 죄 사함의 유일한 근거가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예식을 행하는 것은 우리를 위한 주님의 대속적 죽음을 증거하는 결과가 된다.

④언약을 확인한다.

예수님은 잔을 나눠주시면서 이 잔은 자신의 피로 세우는 ‘새 언약’이라고 하셨다(눅22:20). 언약은 하나님과 인간 사이에 맺어진 것으로, 그 내용은 ‘나는 너희 하나님이 되고 너는 내 백성이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간의 범죄로 말미암아 이 언약이 파기되었고, 인간은 하나님으로부터 분리되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새 언약’으로 하나님과 인간의 교제를 회복시키시고 화해하게 하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피를 ‘새 언약’으로 삼고, 옛 언약의 파기로 상실된 인간을 불러 다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삼으시고, 함께 먹고 마시는 교제의 관계를 성찬의식으로 나타내신 것이다.

3)성만찬의 떡과 포도주

①성만찬 떡의 신앙적 의미와 떡을 받는 자세

성만찬 떡은 대속하신 그리스도의 ‘몸’을 의미한다. 그 옛날 ‘만나’를 오직 ‘하늘에서’ 내려주셨던 것처럼, 인생의 죄 값을 대신할 ‘깨끗하고 거룩한 몸’이 인생 중에는 없다(롬3:10-12). 오직 하늘로서 오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만이 대속자로서 합당할 뿐이다. 그러므로 성만찬의 ‘떡’은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을 의미한다.

또한 영생의 양식되신 그리스도의 살을 의미한다. ‘내 살은 참된 양식’(요6:55)이라고 하셨다. 인생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양식’을 섭취해야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섭취적 존재’이다. 모태에 있을 때부터 시작하여 성장하면서 이웃의 사랑과 우정을 먹어야 하며, ‘사회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타인들의 수고와 협조를 섭취해야 한다. 그러나 ‘영생’을 위해서는 오직 ‘그리스도의 대속적 은혜’를 믿음으로 섭취해야 한다. 인간이 아무리 ‘육체적 생명’과 ‘사회적 생명’을 잘 영위했다 해도 영적 생명, 즉 하나님과 관계된 생명을 얻지 못한다면 모든 생명이 그 의미를 잃게 된다(마16:26). ‘떡집’(베들레헴)의 구유에 누우셨던 예수 그리스도는 그와 같은 인생의 ‘영생 양식’이 되기 위해 오셨다. 그리고 성찬 예식 중의 ‘떡’은 바로 그 영생의 양식 되신 ‘그리스도의 살’을 의미한다.

그리고 성만찬의 떡은 대속의 은혜를 기념하며 받아야 한다. 카톨릭에서는 신부가 떡을 나눠 줄 때 그 떡이 바로 ‘그리스도의 살’로 변화된다고 주장한다(화체설). 그러나 그와 같은 주장은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눅22:19)’는 주님의 성찬 제정의 뜻에 배치되는 주장이다. 만일 믿음도 없는 불신 죄인이 감사도 없이 떡을 받는다면, 그리고 그 떡이 실제로 ‘그리스도의 살’이라면, 기독교의 ‘구원론’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오직 성도를 위해 대속해 주신 그 구원의 은혜를 재확인하고 그 은혜를 마음 속 깊이 ‘기념’해야 한다.

나아가 성찬에 참례하는 성도들은 봉사와 헌신을 다짐해야 한다. 주님의 몸과 영적으로 하나 된다는 것이 성찬 떡을 먹는 의식이다. 그러므로 성찬 떡을 받을 때마다 주님의 몸에 함께 참례한 모든 성도들과 거룩한 친교를 나눌 것을 다짐해야 한다. 모두 한 몸 된 형제자매라는 의식으로 결속해야 한다. 또 주님의 은혜뿐만 아니라 주님의 남은 고난에도 동참하겠다는 헌신이 있어야 떡을 받는 참된 자세라 할 것이다.

②성만찬 포도주의 신앙적 의미와 잔을 받는 자세

성찬 예식 중 포도주(혹은 즙) 잔을 받는 의식 역시 떡을 떼는 것과 같이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 은혜를 기념한다는 의미가 있다. 그런데 바울은 이 의식을 영적으로 ‘그리스도의 피에 참여’하는 신앙 행위라고 말씀하고 있다. 따라서 성만찬 포도주를 내 죄를 위한 ‘화목제물’로 믿어야 한다(롬3:25).

‘떡’을 ‘그리스도의 살’로 상징 기념한다면, ‘포도주(즙)’ 역시 ‘그리스도의 피’로 봐야 한다. 이 ‘피’는 역시 ‘속죄의 피를 상징’한다. 결코 포도주(즙)가 변하여 실제로 주님의 ‘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속죄의 은혜를 기념하는 것이다. 이는 구약교회에서 행하던 속죄 의식을 그 배경으로 한다. 흠 없는 양과 소를 잡아 그 ‘피’를 제사장이 제단에 뿌림으로써 백성들의 죄가 사해지고 하나님과 영적인 화목을 이루었던 것이다(히9:1-12). 바울 사도는 ‘이 예수를 하나님이 그의 피로 인하여 믿음으로 말미암는 화목 제물로 세우셨다’고 했고, 히브리서 기자도 “우리가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다(히10:19).”고 했다. 그러므로 성찬의 잔을 받을 때마다 나의 죄를 대신하여 ‘희생제물’이 되신 주님의 거룩하신 은총을 더욱 감사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제물로 드려진 피의 속죄 효력은 진실한 믿음을 가진 자에게 영원한 효력이 있음도 믿어야 한다.

따라서 ‘나는 죄가 많으니 그 잔을 못 받겠다’라고 여기는 것은 일종의 미신이며 불신앙이다. 죄가 많으니 더욱 내 죄를 위해 제물로 피를 흘리신 그리스도의 은혜를 의뢰해야 하지 않겠는가? 다만 진실한 회개가 필요하다. 진실한 회개와 더불어 믿음으로 성찬의 잔을 받으면 “저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죄를 사하시며 모든 불의에서 우리를 깨끗케 하실 것(요일1:9)”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피를 죄악과의 ‘단절체’로 내 삶에 적용해야 한다(롬6:1-4). 바울은 잔을 받는 의식을 ‘그리스도의 피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는 곧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참여함을 가리킨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십자가가 ‘생명과 구원’의 상징으로 바뀐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하신 죽음 때문이다. 그 속죄의 죽음이 있었기에 험악한 사형 도구인 십자가가 생명과 구원의 산실로 바뀐 것이다. 그러므로 성찬의 잔을 받을 때마다 성도는 ‘그리스도의 은혜’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죽음’에도 참여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죽음은 곧 죄악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주님께서 불의를 이기시고 하나님의 의를 드러내시려고 십자가에서 죽음을 맛 보셨듯이, 성도들도 그 십자가의 피에 참여한 사람들답게 죄악과 과감히 단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몸과 삶으로 하나님을 위해 살기로 결단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그리스도 피’의 상징인 ‘성찬의 잔’을 받는 참된 자세이다.

4)성만찬의 유익

①하나 되게 한다.

성찬을 통하여 우리는 주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기 때문에 주님과 한 몸이 된다. 주님은 자신의 몸을 우리에게 전달해 주심으로 완전히 우리와 하나가 되고 우리가 그와 하나가 되게 하신다. 그래서 우리의 생명은 그리스도의 생명으로 인하여 소생하게 되고, 평안과 조화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또한 그리스도의 몸은 우리로 하여금 이웃과도 하나가 되게 한다. 동일한 주님의 몸을 먹음으로 우리는 서로 연합되고 함께 묶여서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하나의 공동체, 즉 교회를 구성하게 되는 것이다. 그 어느 것도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듯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된 교회는 어떠한 것에 의해서도 나뉘거나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

②신령한 양식을 삼도록 한다.

주님께서 자신의 몸을 먹도록 우리에게 주신 것은 신령한 양식으로 삼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 양식을 먹음으로 우리의 믿음이 강해지고 사랑이 풍성해지는 은혜를 받게 된다. 주님은 이것을 참된 양식이요 참된 음료라고 말씀하셨다(요6:55).

5)성만찬 의식

①성찬 예식의 요건

성찬예식의 요건은 재료(떡과 포도즙), 형식(주고받음), 의도(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을 기념하고 그 은혜 안에서의 삶의 확증)를 필요로 한다. 떡은 유교병이든 무교병이든 무방하나 유월절과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떡이 무교병이었으므로 그렇게 함이 좋으며, 포도즙은 발효된 것보다 발효되지 아니한 것이 좋다.

②축복과 사례

떡과 포도즙은 축복과 사례(마26:26-27)를 통해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상징화된다. 축복과 사례를 통하지 않는 떡과 포도즙은 속된 물건이며 성물(聖物)이 아니다. 축복과 사례의 기도를 통해 성별되는 것이다.

③떡의 분배

집례자(목사)가 떡을 분배하는 것은 수찬자를 위하여 그리스도께서 살을 대속의 제물로 주셨음을 상징하고, 수찬자가 이를 받는 것은 자기를 위해 대속해 주는 그리스도의 대속적 은혜를 수용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이는 대속주와 수찬자와의 대속적 교통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를 받아먹는 것은 그리스도의 현재적 임재와 그 은혜를 자신에게 적용시킴으로써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수찬자의 기본 자격은 중생한 자로서 영적, 도덕적으로 현저한 결함이 없는 자여야 한다.

④포도즙의 분배

집례자(목사)가 포도즙을 분배하는 것은 수찬자의 죄를 사해 주시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피를 주셨음을 상징하고, 이를 받는 것은 그리스도의 사죄 은혜를 수용하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므로, 이 역시 대속주와 수찬자와의 생명적 교류를 의미한다. 이를 받아 마시는 것은 구속주의 현재적 임재와 거룩하게 성별된 삶(성화)으로서의 확증을 뜻한다. 성찬예식은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을 현재 자신의 생명 안에 수용하고 그의 은혜 안에서 교통하며 성장해 가는 상징적 성례로서, 주 예수께서 재림하실 때까지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 예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