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원은 기독교의 수사나 수녀가 일정한 계율 아래 금욕적인 공동생활을 하면서 수행을 쌓는 장소를 흔히 일컫는데, 이같은 수도생활은 가톨릭교회나 동방정교회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이며, 개신교에서는 드물다.

수도자의 생활방식은 각 수도회에 따라 다양하지만, 청빈(淸貧;사유재산의 포기)·정결(貞潔;독신생활)·복종(服從;수도회의 상급자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의 3가지 원칙적인 덕목은 공통된다.

고대에는 혼자서 은둔 생활을 하는 수도자들이 많았는데, 흔히 수도승(monk)의 어원은 ‘혼자 사는 사람’이란 뜻이며, 말 그대로 사막이나 산 속에서 혼자 수행하였다. 기독교 수도자들도 초기에는 공동체적 성격보다는 은둔적인 성격이 강해 독립적이거나 소수가 모여 생활했다. 멀리 떨어진 광야에 동굴, 초막이나 오두막을 지어 은거하면서 기도와 명상을 하고 금식하면서 고립된 생을 살았다. 시몬 스틸라이라는 사도승은 36년간 기둥 꼭대기에 살면서 극단적인 금욕생활을 했다. 동방정교회에는 지금도 그러한 전통이 남아 있으나, 오늘날 대부분의 수도자는 수도원에서 공동거주의 형태를 취하며, 남녀가 따로 거주하는데 기도와 노동이 그들의 생활원리이다. 계율이 엄격한 수도원에서는 매일 일과가 세밀하게 정해져 있으며, 여자수도원에서는 외부와의 교류를 엄격하게 제한하여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곳도 많다. 그러나 1962∼65년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수도원의 생활규칙도 시대에 적응하기 위하여 다소 변경·완화되고 있다.

 

이같은 수도원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복음서에 보면 세례요한 같은 인물이 세속과 분리되어 광야에서 생활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예수님 당시에 이미 에세네파 사람들은 세속과 분리된 수도원적인 삶을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기독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서도 이같은 금욕적 수도생활은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독교 수도원 운동의 경우, 3세기 말 혹은 4세기 초에 이르러 비로소 최초의 기독교 수도자들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로마제국이 기독교를 공인하면서 박해는 물러가고 교인들의 수는 증가한다. 이렇게 교세가 커지자 교회는 큰 재산의 소유자가 되었고, 이에 따라 세속화 현상이 일어나게 디었다. 이런 상황에서 경건하고 열성적인 신자나 성직자들은 이러한 교회의 세속화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세속을 탈피하여 고립된 가운데 보다 순결한 형태의 기독교 신앙을 추구해야 된다는 생각, 그리고 초기 교회의 이상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그것이 수도원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낳게 하였다.

 

최초의 기독교 수도자들은 애굽과 시리아의 광야에서 출현하게 되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애굽 출신의 안토니였다. 안토니라는 인물은 알렉산드리아의 감독 아다나시우스가 애굽의 수도자들 사이에 숨어 유형 기간을 보낼 때 기록한 ‘안토니의 생애’라는 책을 통해서 서방 교회의 지도자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지게 된 인물로, 수도원의 아버지로 존경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역시 애굽에서 수도생활을 시작한 파코미우스는 단독생활에 따른 일상적인 불편과 정신적인 위험을 피하기 위해 타일강변에 공동생활을 하는 수도원을 세우게 되는데, AD320년경에 설립한 이 수도원이 기독교 최초의 공동체 수도원이다. 파코미우스는 극단적인 금욕주의에 반대하였다. 그의 공동체는 규칙적인 식사와 예배를 가졌으며 일을 하여 생계를 유지하였다. 이같은 초기의 수도원 공동체의 모습은, 높은 벽을 두른 부지 안에 몇 개의 건물이 있고, 각 건물에 20∼40명의 수도사가 한 사람의 지도자와 함께 기거한다. 식사와 기도는 공동으로 하고 복장도 동일하다. 파코미우스가 세운 수도원 조직 귀감에 따르면 수도자들은 수도자 공동체에 들어오기 위해 자신들의 재산을 공동체에 기부해야만 했다. 공동생활 때문에 청빈·복종의 덕목이 중시되었으며, 노동의 의무는 특히 강조되었다. 이것은 많은 수도사들이 자활하기 위해서이며, 그들은 농경 외에 나일강에서 나는 풀로 광주리를 엮고, 종려나무로 세공물을 만들어서 팔기도 했다. 노동을 경시한 고대에서 노동존중의 윤리를 후대에 남긴 것은 이들 수도사들이 기여한 바가 크다. 파코미우스가 콥트어로 쓴 수도규정은 일찍부터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번역되어 널리 유포되었으며, 공동생활양식의 수도원은 그의 제자에 의하여 멀리 메소포타미아에까지 전해졌다. 그가 세운 최초의 공동체는 남자들의 수도원이었으나 나중에 그는 여자들의 공동체도 설립하였다.

 

● 앞 시간에 살펴본 바실은 동방 수도원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여러 수도원 공동체를 두루 돌아본 후 그는 사재를 털어 직접 수도원을 설립하였다. 바실은 수도자들을 교회와 보다 가깝게 묶어 놓았으며 해당 지역 교회 감독이 그들에 대한 감독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또한 의료적 돌봄, 빈민 구제, 교육을 강조하는 등 주변의 대중들을 위한 외향적 사업을 장려하였다. 바실은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인 경건을 반대하였으며 1일 7회 기도라는 틀을 만들어 놓았다. 바실의 수도 생활 규범들은 오늘날까지 명맥을 유지하면서 동방수도원 운동의 토대가 되고 있다.

 

서방 교회에서는 프랑스의 마르틴이란 인물에 의해 수도원 운동이 서방에서도 발흥하기 시작했는데, 마르틴의 고립된 은둔생활에 이끌린 사람들이 그와 합류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도원이 설립되었고, 마르틴은 이를 프랑스 복음화의 센터로 삼게 된다. 마르틴의 청빈한 생애는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을 수도 생활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하였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거스틴도 수도원 공동체를 통해 활동하였는데, 그가 세운 수도원 공동체는 후일 중세교회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카시오도루스라는 인물은 남부 이탈리아 비바리움의 수도원에 은거하며 사본 필사와 고대 문헌 연구에 전념했는데, 그의 이러한 노력은 고대의 문화가 중세 시대로 전달되는데 크게 공헌하였으며, 이같은 학문적인 전통은 중세 수도원 운동의 중요한 흐름을 형성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의 수도사인 베네딕트에 의해 본격적으로 수도원운동이 전개된다. 베네딕트는 480년경 이탈리아 누르치아(Norcia)의 한 부유한 가문에서 출생했다고 전해진다. 학업을 위해 유모와 함께 로마로 유학갔던 베네딕트는 환락과 퇴폐가 만연했던 로마생활에 염증을 느껴 곧 로마를 떠난다. 그는 로마에서 멀지 않은 엔피데(Enfide)라는 작은 산골 마을로 간다. 그런데 거기서 기적을 행한 후 사람들을 피해 더욱 고독한 삶을 살려고 수비아코(Subiaco) 계곡의 천연 동굴에 은거하여 철저한 고독 속에 3년간 은둔생활을 하게 되고, 거기서 하나님과의 일치를 체험한다. 그러다 사람들에게 발견되고 인근의 수도자 공동체의 원장이 되어 수도생활의 개혁을 시도한다. 그러자 수도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다시 수비아코 계곡으로 돌아와 각각 12명으로 구성된 12개의 작은 수도자 공동체를 설립한다. 그 후 인근 교회 사제의 시기심으로 인해 또 한 번 곤경에 처하게 된다. 심각한 반대와 불행을 극복한 베네딕트는 수비아코를 떠나 몬테카시노 산으로 간다. 이 산 위에 수도원을 세워 본격적으로 공동체를 지도한다. 여기서 생애 말기에 몬테카시노 수도 공동체를 위해 규칙서를 하나 저술한다. 이것이 바로『베네딕트 규칙』이다. 이 규칙은 이후 서방 수도원 생활의 초석이 되었다.

베네딕트의 계율은 '청빈, 정숙, 복종'을 이상으로 삼고, 금욕적이며 엄격한 규칙적인 공동생활을 규정하였다. 매일의 일과는 노동과 기도로 크게 나누어지고, 수도사는 매일 여러 시간의 육체노동에 종사해야했고, 나머지 시간은 명상, 기도, 공동예배에 할당되었다. 문화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것은 수도사의 필사작업으로서 후에 가서는 필사실이 따로 마련되기도 했다.

모든 수도원은 공동생활을 영위하는 데 충분하고도 남는 토지를 소유하고 자급자족하였다. 몬테카시노수도원은 후세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수도원들은 중세로 접어들면서 부패하고 타락한 교회에 영향을 주었다. 수도원은 중세의 정신생활이나 문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수도원은 중세교회가 타락하고 속화했을 때, 이를 정화하고 개혁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중세 초기의 문화적 암흑기에 희미하게나마 문화의 등불을 유지하고, 그럼으로써 중세 후반기에 문화의 꽃을 피우게 한 것도 수도원이었다.

 

오늘 한국 교회에 수도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시대나 교회가 잠들고 세속화 되며 병들어 갈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수도원 운동이었다. 한국의 교회들이 현재의 모습을 과감히 탈피하여 통열한 자기반성과 개혁의 횃불을 높이 들지 못하면, 수도원 운동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