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에 최초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입국한 기독교 선교사는 스코틀랜드 장로교의 로버트 모리슨(Robert Morrison, 1782.1.5~1834.8.1)이다. 그가 중국 마카오에 입국했을 때(1807)는 청 정부의 선교금지령으로 인해 공식적인 선교사의 자격이 아닌 광주(廣州)의 영국 동인도회사 통역으로 근무하면서 1834년 사망할 때까지 20여년간 중국에서 헌신적인 선교사의 삶을 살았다.

1818년 말라카에 외국인에 의한 최초의 신학문 학교인 영화학당(英華學堂)을 세우고, 인쇄소를 설립하여 정기간행물을 발행하였다. 광둥 ·말라카 ·마카오를 왕래하면서 중국인들에게 세례를 베풀고, 《중국어사전》(3권, 1815~23)을 편찬했고, 1809년부터 성경번역을 시작해 1814년 출판한 중문성경.신약성서는 중국에서 기독교가 깊이 뿌리내릴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중국명은 마리쑨(馬禮遜)이다.

이후 모리슨에 이어 칼 구출라프, 허드슨 테일러 등 많은 기독교 선교사들이 중국에 속속 입국하여 복음 전파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 모리슨은 1782년 1월 5일, 영국 노섬벌랜드(Nothumberland)에 있는 모패트(Morpeth)에서 스코틀랜드의 혈통을 이은, 청빈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장로로서 경건한 신앙생활을 했기 때문에, 모리슨이 어릴 때에 아버지의 경건한 신앙생활을 받으며 성장 할 수 있었다. 모리슨이 태어난 가정은 그의 아버지가 신발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한, 비교적 가난한 가정환경이었으나 자녀들의 신앙생활을 엄격히 지도했다.

모리슨은 열두 살 때 성경에서 가장 긴 분량의 시편 119편을 하룻밤에 다 외울 만큼 총명했는데, 그는 어렸을 때부터 해외선교 비전을 가졌다. 그러나 가족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에 그의 꿈이 실현되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세월이 필요했다.

1802년 모리슨이 20세 되던 해 어머니가 세상을 뜬 뒤 그의 마음은 공허로 가득 찼지만, 평소 어머니가 자상하게 가르쳐 준 성경들을 기억하면서 슬픔과 외로움에서 벗어나 위로를 받을 수 있었는데, 어머니를 잃은 아픔도 가시기 전 바로 그해 모리슨은 목회자 수업을 받기 위해 런던으로 갔고 2년 뒤 런던선교회 해외선교사를 지원하게 되었다.

여기서 모리슨은 중국에 관한 많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중국에 가서 복음을 선교하고 싶은 마음이 그의 전신을 사로잡았다. 그는 죽음을 각오하고 중국대륙에 뛰어 들기로 각오한 것이다. 그 이듬해 런던 선교회가 모리슨을 중국선교사로 내정하고 본격적인 선교사 훈련을 시켰다. 특히 대영 박물관에 소장된 중국 서적들을 통하여 현지훈련을 하고, 의학 및 천문학 지식까지 갖추게 되었다. 1807년 1월 8일에 목사로 안수 받고 그 달 31일에 25세의 젊은 나이로 미국을 거쳐 중국대륙으로 향했다.

● 우여곡절 끝에 7개월이 넘는 고생스러운 여정을 거쳐 모리슨은 중국 남쪽 포르투갈령 마카오에 도착했다. 하지만 중국 땅에 도착하는 것과 중국 땅에서 선교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는 마카오에서 중국대륙을 바라보면서 애착과 좌절감이 꽉 찬 목소리로 ‘오! 지구상에 가장 큰 나라, 바위 같은 나라야! 그대는 언제나 문을 열어 주겠는가?’ 라고 부르짖었다고 한다.

그렇게도 그리워하였던 땅이며 죽기로 각오한 땅, 그 중국 대륙에 힘 있게 발을 내디뎠으나 아무도 모리슨을 환영하는 사람은 없었다. 당시 동양의 식민지를 수탈하는데 앞장섰던 동인도회사 사람들과는 얘기 상대가 안되었다. 저들은 흔히 말하듯, 돈독이 올라 안하무인격으로 사람들을 대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선교 문제 때문에 인도에서 크게 어려움을 겪었던 동인도회사는 모리슨의 동태를 감시하며 중국인에게 복음을 전하는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고 압력을 가했다.

당시 중국에서는 외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다가 발각되면 사형에 처해질 정도로 서방세계를 향한 중국의 태도는 완고하였다. 게다가, 이미 마카오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로마 천주교 신부들은 개신교 선교사인 모리슨이 마카오에서 어정대는 것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하지만 모리슨은 2명의 가톨릭 개종자로부터 중국어를 배웠고 비밀스럽게 선교활동도 진행하고 있었다.

모리슨은 본격적인 중국선교를 위해 마카오를 떠나 중국내륙 광주로 발길을 옮겼으나, 당시 중국본토에서 외국인들은 철저히 거주, 이동의 제한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영국을 출발할 때 가졌던 생각과는 상황이 너무 달랐다. 다시말해 중국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선교사로서의 삶을 꿈꾸고 자신을 바치기로 한 땅, 중국 대륙에서, 모리슨은 감옥과 같은 외국인 수용소에서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하고 온 이상, 이런 것쯤이 문제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모리슨은, 무슨 의도에서였는지, 얼마 후 수용소를 나와 중국인과 같이 행세했다. 중국인의 옷을 입고 그들의 음식을 즐겨 먹으며 부지런히 중국 사람을 만났다. 모리슨은 그때까지만 하여도 중국 대륙의 현지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곧 모리슨은 또 다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제대로 선교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 아래서 먹을 것도 문제지만 등 댈 곳조차 없었다. 겨우 화물 창고 지하실 방 한 칸을 세로 얻을 수 있었지만 그곳은 늘 습기가 차고 햇빛도 들지 않는 열악한 곳이었다.

매일 아침, 광활한 중국 대륙의 복음화를 위해 가슴을 넓게, 더 넓게 열고 힘차게 출발해 보지만,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지하 셋방에서 배고픔을 참아 가며 중국어 공부에 몰두했던 모리슨의 건강은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에게 냉수 한 그릇 제공할 사람도 없었다. 중국 선교 역사상 첫 기독교선교사의 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 이 당시 모리슨이 인간적인 비참과 삶의 좌절이 교차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절박한 환경에 처했는지, 그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 가운데 드러나 있다. ‘어제 자네의 편지를 받고 매우 기뻤네. 나는 그 동안, 최소한 200통의 편지를 썼다네. 그러나 내가 회답으로 받은 편지는 고작 두 통 뿐이었다네.’

그 누구도 자신을 향해 우호적이지 않은 절대 고독감과 언제 추방당할지 모르는 불안감. 모리슨은 이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어느날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그것은 중국 대륙에 남아 선교사역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동인도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리슨은 자기 현실에 대한 모순과 심한 갈등 가운데 1809년, 동인도회사 통역사원으로 정식 입사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모리슨은 자신의 신변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었다. 모리슨의 동인도 회사 취직 문제는 선교사가 식민사업과 결부되었다는 문제로 런던선교회에 적지 않은 파문을 가져왔으나, 당시 선교회에서도 모리슨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달리 방도가 없었는지, 모리슨은 그가 숨을 거둘 때까지 동인도회사 통역으로 근무하게 된다.

사실 당시 런던선교회의 중국 선교 계획은 거의 모험과 같았다. 그래서 런던선교회가 모리슨에게 부과한 직접적인 임무는 중국선교의 제1단계로 중국어 습득, 중국사전의 편찬, 장래의 선교를 위한 성경의 중국어번역이었지 교회를 세우고 기독교 진리를 전파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도 중국에서의 선교활동은 거의 불가능했다. 하여튼 모리슨은 중국 생활 18개월만에 중국어사전을 만들 정도로 중국어 실력이 탁월했다. 이 때문에 동인도회사는 그에게 번역직을 맡겼다.

● 모리슨이 동인도 회사에 정식으로 취직하던 날, 마카오 주재 영국 상무의 일을 보는 모튼의 딸 메리와 결혼했다. 이로써 외롭고 고통스러웠던 중국 생활이 끝나고 모리슨은 사랑하는 아내와 마카오에서 신혼살림을 꾸리게 된다. 메리 모튼과 결혼한 모리슨은 광동과 마카오를 오가면서 사역했다. 당시 외국 여자가 광동에 거주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리슨은 1년에 6개월가량은 가족과 헤어져 살아야 했으나 대신 성경번역에 힘써서 1815년 중국어신약성경을 출간하게 된다.

이후 모리슨은 말라카를 중국 선교의 기지로서 선정하여 런던선교회에서 파송된 밀느 부처와 함께 그곳을 중심으로 선교활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은 중국을 비롯 동양을 향한 개신교 선교사상 하나의 전기를 마련하는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 모리슨은 밀느와 협력해서 말라카에 대규모의 인쇄소를 설립하여 성경뿐만 아니라 정기간행물도 발행하게 된다. 그리고 모리슨은 말라카에 외국인에 의한 최초의 신학문 학교인 영화학당을 세워 기독교정신을 보급하는데 힘을 쏟게 된다.

1824년 17년만에 조국을 방문한 그는 명사가 돼 있었다. 여기저기에서 강연 요청이 쏟아졌고 그는 중국 선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중국어강좌 등을 개설했다. 여성을 위한 특별과정도 운영했는데 훗날 중국으로 떠난 최초의 여성 선교사 '메리 엘더시'가 여기서 배우게 된다.

한편 모리슨의 무모한 중국선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어떤 인사가 모리슨에게 “모리슨씨, 중국에서 당신이 조금이라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까?” 하고 그의 중국선교를 비꼬며 질문했다. 그러자 모리슨은, “그렇습니다. 정말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하실 수 있습니다.”

● 1826년 광둥으로 돌아온 뒤 중국과 영국 간 갈등을 중재하는 일에 힘썼고, 격무에 시달리는 나날이었지만 중국어사전 3권, 중국어 신구약성경인 ‘신천성서’ 등을 남기고 1834년 하나님 품에 안겼다.

이 중국어 한문성경을 들고 이후 수많은 선교사들은 중국으로 들어갔으며, 1866년 토마스목사는 이 한문성경을 가슴에 안고 대동강 가에서 장렬히 순교함으로써, 토마스목사가 건네주었던 성경 중에 3권이 최치량이라는 사람의 손에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는 성경이 금서라는 사실을 알고 겁을 먹고 당시 평양 주사 박영식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이때는 종이가 아주 귀했기 때문에 평양 주사였던 박영식은 그 성경을 한 장씩 뜯어 자신의 집에 도배지로 사용하였습니다.

결국 그의 집안은 온통 성경으로 도배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들어가고 나가도, 누워도 앉아있어도 늘 성경말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는 신명기서의 말씀처럼 문설주와 인방에 말씀을 붙임으로서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사람이 되었던 것입니다. 결국 박영식은 예수님을 영접하고 구원받았습니다. 박영식에게 성경을 넘겨 주었던 최치량 역시 그 집을 출입하면서 말씀을 읽게 되었고, 그 역시 그리스도인이 되었습니다.

그 후에 이 집은 기독교 역사의 아주 중요한 집이 됩니다. 이 집이 바로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이 (토마스목사의 순교 42년후)시작되었던 장대현교회의 전신인 평양 최초의 교회인 널다리골교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평양 대부흥 운동은 오늘 한국 교회가 있게 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장대현 교회를 세운 것은 결국 토마스 목사의 피흘림이 있었기 때문이며, 이것은 또한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중국선교에 바쳤던 로버트 모리슨선교사의 헌신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해 애쓰는 여러분의 수고가 결코 헛되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