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수감사주일입니다. 가을이 끝나가며 겨울이 다가오는 시점에 추수감사주일을 지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 해 동안 땀 흘려 일한 후 그 결과를 보며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또 머지않아 맞을 새해에도 하나님의 은혜를 의지하며 살 수 있으리라 믿고 평안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우리 신앙인들의 특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본문은 우리에게 하나님께 크게 감사해야 할 이유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본문에서 예수님께서는 먼저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을 다스리시며 주관하시는 이가 하나님이시라고 말씀하십니다. 26절에서는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기르시나니” 하시고, 28-30절에서는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 길쌈도 아니하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십니다.
다음으로 예수님께서는 사람은 공중의 새들보다도 귀하고 꽃이나 들풀보다도 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더 잘 돌보아주시리라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물으시기를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 하시고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보냐?” 하십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염려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본문 25절에서는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하시고, 31절에서도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하십니다. 그리고 32절에서 그 이유를 말씀하시기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하십니다.
그러시면서 예수님께서는 그런 염려는 믿음이 작은 자들이나(본문 30절) 이방인들이(본문 32절) 하는 것이고 해봤자 키 한 자도 늘릴 수 없는 헛된 염려라고(본문 27절) 말씀하십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필요들을 하나님께서 다 책임지시고 충족시키시리라는 확언을 다른 사람이 아닌 예수님께서 해주셨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이 말씀들을 우리가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즉 하나님께서 우리의 의식주의 문제를 다 해결해주신다고 하셨으니 우리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주시는 대로 받아 누리기만 하면 된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지 아무 일도 하지 말라고 하신 것이 아닙니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새들이 빈둥빈둥 노는 것 아닙니다. 쉬지 않고 날아다니며 먹이를 구합니다. 꽃들도 가만히 서서 놀고 있는 것 아닙니다. 해바라기를 보세요. 햇볕을 받기 위해 쉬지 않고 해를 좇아가며 목을 돌립니다. 열심히 햇볕을 받아 탄소동화작용을 해서 자라기도 하고 꽃도 피우고 열매를 맺기도 하는 것입니다. 모든 동식물들 생긴 것 보면 같은 종류의 동식물이지만 지역에 따라 그 모양새가 조금씩 다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들 열심히 주위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하느라 힘쓴 결과입니다. 바람 많은 해변의 소나무들 보면 유난히 키가 작고 꼬불꼬불 비틀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짠 바닷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못살겠다고 이사 가지 않고 자기 자리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바람과 싸우며 버티느라고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새들이나 짐승들이나 꽃들이나 나무들도 이렇게 열심히 움직이지만 사람들처럼 염려는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염려하지 않지만 하나님께서 그것들이 다 자라게 하시고 있을 만큼 있고 살 만큼 살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그것들이 수고하지만 그것들 자체의 수고에 의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의 뜻 안에서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사람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도 각자 열심히 일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하지만 우리가 사는 것이 우리 자신의 염려와 노력과 수고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것임을 알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자신이 수고를 다 하고도 모든 것을 하나님의 은혜로 여기며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알면 하나님의 백성이고 모르면 이방인인 것입니다.

여기까지의 모든 말씀 후에 예수님께서 내리시는 결론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본문 33절이 그 결론의 말씀입니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우리는 이 말씀의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하반절의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하신 말씀은 어렵지 않습니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기만 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목숨을 위하여 먹을 것, 마실 것, 입을 것뿐 아니라 우리에게 있어야 할 모든 것을 더하여주시리라는 말씀입니다. 문제는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한다”는 말씀이 무슨 뜻이냐 하는 것입니다. 가장 쉽고 간단한 말로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설명하면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주권과 뜻에 따라 다스려짐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의지와 권능과 지혜와 의와 사랑에 의해 다스려지는 세상을 말합니다. 그리고 그의 “의”란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는 우리가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 앞에서 겸손하고 그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그런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것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 최우선의 가치를 지녀야한다고 예수님께서는 가르치신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하셨다는 데 주의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오직”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만을 구하라 하시지 않으셨습니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기만 하고 그 밖에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할 일을 다 해야 하지만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해야만 그 다음 일들, 우리가 행하는 모든 수고와 노력이 그 바른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다스리시게 하지 않고 우리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로 하지 않으면서 아무리 수고해봐야 모든 일이 바르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모든 염려 즉 우리의 주된 관심사가 우리의 목숨을 위하여 먹고 마시며 입는 데 있지 않고 최우선적으로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세상에서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유지하며 사는 데 있게 될 때 그 밖의 우리 삶의 모든 문제는 하나님에 의해 다 해결되리라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의 뜻입니다. 그 말씀대로 살아야 하나님나라의 백성이고 하나님의 자녀들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라.” 하신 데 이어 곧바로 “그의 의를 구하라.” 하신 것은 참으로 적절하고 깊은 의미가 있는 말씀입니다. 만일 하나님의 나라를 구하기만 하고 그의 의를 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다스리시기를 바라면서 그 하나님과 바른 관계에 서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기 때문입니다. 거룩하시고 의로우신 하나님에 의해 다스려지기를 바라면서 그를 경외하지 않고 그 앞에 겸손하지 않으며 그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에게 무서운 심판과 영원한 형벌을 부르는 어리석고 치명적으로 위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경제상황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선거 전에 국민으로 하여금 복지사회에 대한 무지개꿈을 꾸게 하던 선거공약들이 빌 공(空)자 공약이 되는 것 같아 답답하고 우울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복지선진국이 되는 길은 더더욱 까마득하게 멀어 보입니다. 그러나 선진복지국가라고 해서 또 모든 것이 완벽한 것도 아닙니다.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하는 캐나다나 호주 같은 데 가 봐도 그들 나름의 문제가 또 있습니다. 그런 나라에도 양지와 음지가 있고 각종 사회적 골칫거리와 범죄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어디에나 실직자도 있고 노숙자도 있으며 자살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불공평한 세상에서 경제적 불황의 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아무런 염려 하지 않고 사는 나라, 하나님께서 다 책임지시고 먹여주시고 입혀주시는 나라에 대한 소망과 확신을 주시는 주님께 우리는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할 일이 있습니다. 공짜로 놀고먹으려 해서는 안 됩니다. 부지런히 하나님께서 각자에게 주신 달란트로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면서 우리의 궁극적이고 최우선의 관심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해야 하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그것을 구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리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을 다 더해주 실 줄로 믿어야 합니다. 염려하지 말라는 말씀은 믿으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진정 구해야 할 것을 깨닫게 하신 주님께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염려 할 것이 너무나 많은 우리에게 염려하지 말라는 말씀을 주시는 주님께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천하 모든 것보다 우리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시는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누가 집권을 해도 정치가 안정과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싸움만 하며 뒷걸음질 치는 나라에서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나라를 바라보며 위로와 희망을 잃지 않을 수 있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재벌 기업들의 끝없는 탐욕과 비리를 목격하며 경제정의를 기대하기도 힘들고 사법부 내부에서조차 진실과 정의를 가리기 힘들게 서로 싸우는 것을 보며 사법정의도 기대할 수 없어 국민이 좌절하기 쉬운 이 나라에서 하나님의 의를 구하게 하시는 주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문의 마지막 34절은 짤막한 세 마디 말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는 말씀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라는 말씀과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다”는 말씀입니다. 이 중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겠습니까? 이 말씀은 흔히 내일 일은 내일 염려하고 오늘은 오늘 일만 염려하라는 뜻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그런 뜻이 될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도대체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지 오늘은 염려해도 좋다고 하신 것이 아닙니다. 본문을 잘 보면 내일 일은 내가 염려할 것이거나 다른 사람이 염려할 것이 아니라 “내일” 그 자체가 염려할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물론 이것이 문자 그대로 “내일”이라는 시간이 염려한다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시간이라는 것은 염려를 할 수 있는 인격적 주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시간의 주인, 어제와 오늘과 내일과 모든 시간과 세월과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내일 일도 주관하실 것이라는 뜻으로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내일에 대한 염려는 우리가 상관할 바가 아님을 강조하신 것이라 봅니다. 아니 내일 일에 대한 염려뿐 아니라 오늘 일에 대한 염려조차도 우리가 할 것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 다음의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다”는 문장은 앞선 말씀들을 뒷받침하기도 하고 논리적으로 함께 가는 말씀입니다. 사실 우리가 우리의 삶의 문제들에 관해 염려를 하기 시작하면 한이 없습니다. 오늘 하루의 일들에 관한 염려도 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내일 일에 관한 염려를 할 겨를과 여력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세상의 악과 내 안의 죄성과 사탄의 궤계와 맞서 오늘 하루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유지하며 살기도 힘듭니다. 오늘 하루 무사하게 지내는 것도 사실은 내가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모두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일뿐입니다. 어차피 오늘도 하나님의 은혜로 살았으면 내일도 하나님의 은혜에 맡기면 되는 것인데, 스스로 내일 일을 염려하는 것은 하나님 앞에 교만한 것이기도 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기도 합니다.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다”는 말씀은 그런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에게 매일같이 주어지는 오늘 하루하루의 삶을 하나님께 맡기고 그의 뜻을 따라 사는 것이 내일의 염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최선의 길입니다. 우리에게 오늘도 내일도 당신께 맡기고 자유 가운데 살라고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빌4:6-7에서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 했습니다.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는 말이 무엇입니까? 우리가 아무리 머리가 뛰어나게 좋아도 우리의 삶의 안전을 위한 완벽한 예상과 대비를 할 수는 없습니다. 헬리콥터가 날아와 아파트에 부딪치리라고 누가 예상을 하겠습니까? “절대 안전”이라는 것은 우리의 힘과 지혜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유일한 길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을 때 “모든 지각에 뛰어나신 하나님”, 그 어떤 천재적 범죄자의 의도나 계획까지도 꿰뚫어 보시며 그 어떤 천재지변도 다 그 손에 쥐고 계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평강”을 주시고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는 것입니다. 사도 베드로도 벧전5:7에서 “너희 염려를 다 주께 맡기라. 이는 그가 너희를 돌보심이라” 말했습니다. 이렇게 언제 무슨 일이 덮칠지 알지 못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에게 절대안전을 보장하시는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며 언제 어디서나 주 안에서 모든 염려로부터 자유한 삶을 누리는 우리 모두가 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