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 [11] 서원하여 이르되 만군의 여호와여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보시고 나를 기억하사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시고 주의 여종에게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아니하겠나이다” (삼상 1:10-11)


한 해가 시작되었다. 새해에는 슬픈 일보다 기쁜 일이 많기를 누구나 바란다. 그래서 애통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살아간다. 그러나 애통은 어느 누구라도 피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런 사별 앞에 우리는 애통한다. 한 해 두 해 지나며 건강이 이전 같지 않고, 이전에 가졌던 아름다움의 소멸을 경험할 때 우리는 애통한다. 나이 많은 미쓰들은 얼마 남지 않았던 친구마저 청첩장을 돌릴 때 애통해 한다. 20대 청년들은 영어도 잘하고 해외경험도 있는데 일자리가 없어 애통해 한다. 이런 상황들은 참 슬프고 가슴 아파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 애통의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중요하다. 이 애통을 가슴에 묻어두는 사람이 있다. 창피해서 남이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로 꼭꼭 묻어둔다. 이 애통의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고 다른 것으로 대체해버리는 사람이 있다. 슬픔을 잊기 위해 쾌락을 추구하거나 다른 중독으로 대체해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애통의 문제는 내가 다루지 않으면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애통의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어떻게 온전한 회복을 경험할 것인가 오늘 말씀을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오늘 본문의 주인공은 한나이다. 한나는 어떠한 일로 애통해 하였는가? 그녀는 자식이 없었다. 그런데 그 남편 엘가나의 다른 아내 브닌나는 자식이 있었다. 그것이 한나의 슬픔의 시작이었다. 당시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자녀는 하나님의 축복이었다. 그런 사회에서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한나의 불임으로 인해 그 남편 엘가나는 브닌나라는 여자를 둘째 부인으로 취했을 것이다. 한나의 고통이 더해지는 시작이었다.

한나의 남편 엘가나는 객관적으로 보기에 참 좋은 남편이었다. 명문 가문 출신이었다. 레위지파 중 가장 영예로운 가문인 고핫 자손이었다. 신앙도 좋았다. 당시 시대는 사사시대가 끝날 무렵이라 사람들의 신앙은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졌다. 그런데 그는 매년 가족 모두를 데리고 하나님의 성막으로 나아가 가족제사를 드릴 정도로 신앙의 모범생이었다. 필경 경제적인 여유도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제사 드리고 나서 보통 화목제물의 고기를 나누어 먹는데, 그는 한나에게만큼은 갑절로 주는 배려를 했다. 너무나 좋은 남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남편이 한나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엘가나가 한나에게 하는 말을 들어보자. 8절, “한나여 어찌하여 울며 어찌하여 먹지 아니하며 어찌하여 그대의 마음이 슬프냐 내가 그대에게 열 아들보다 낫지 아니하냐” 갑절로 갖다 주면 뭐하나.. 남편이 아내의 애통을 깊이 공감하며 그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 슬퍼서 괴로운 아내에게 왜 슬프냐, 내가 있는데.. 이렇게 말하면 안 되는 것이다.

한나를 가장 직접적으로 괴롭게 했던 브닌나를 살펴보자. 성경은 그녀를 한나의 적수라고 표현한다. ‘적수’는 히브리어로 ‘짜라’인데, ‘고통거리, 짜증나게 하는 사람’을 뜻한다. 그녀는 남편 엘가나가 한나에게 고기를 두 배로 주는 것을 보며 한나를 격분하게 한다. “애도 못 낳는데, 뭐 저리 많이 주나.. 나 같으면 안 먹는다.” 한나가 들으라고 한마디 흘렸을 것이다. 한 두 번도 아니고 그것도 제사 드리러 갈 때마다 한나의 노를 격동했다. 한나는 울고 불고 안 먹는다고 난리 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나에게 남편의 위로도 소용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즐겁게 먹고 마시는 동안 한나는 비통의 눈물을 흘렸다. 아마도 그 사이 한나는 결심한 듯 하다. 일어나 하나님 앞에 가서 직접 자신의 애통을 토해 놓는다. 그녀의 기도를 들어보자 10-11절. “한나가 마음이 괴로워서 여호와께 기도하고 통곡하며 [11] 서원하여 이르되 만군의 여호와여 만일 주의 여종의 고통을 돌보시고 나를 기억하사 주의 여종을 잊지 아니하시고 주의 여종에게 아들을 주시면 내가 그의 평생에 그를 여호와께 드리고 삭도를 그의 머리에 대지 아니하겠나이다” 한나는 하나님께 서원하며 믿음의 기도를 올렸다. 그녀는 통곡하며 기도했다. 통곡은 히브리어로 ‘바카’이다. 흐느끼며 눈물로 기도하는 애통의 기도인 것이다. 한나는 간절함으로 오래 기도했다. 어찌나 간절히 기도했던지 말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

12-14절을 보자. “그가 여호와 앞에 오래 기도하는 동안에 엘리가 그의 입을 주목한즉 [13] 한나가 속으로 말하매 입술만 움직이고 음성은 들리지 아니하므로 엘리는 그가 취한 줄로 생각한지라 [14] 엘리가 그에게 이르되 네가 언제까지 취하여 있겠느냐 포도주를 끊으라 하니” 이게 왠 시츄에이션인가? 영적지도자인 제사장이 영적 분별력을 상실했다. 애통하는 여인의 간절한 기도를 알아주지 못하고 종교적 멘트만 날리는 것이다. 한나의 슬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또 다른 남자다. 이처럼 남자들이 뭘 모른다. 여자들이 무엇 때문에 애통하는지 잘 모르는 것이다. 여성 여러분, 남자를 대표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드린다.  

그러나 한나는 오래 기도하며 충분히 애통했기에 제사장의 반응과 상관없이 엘리 제사장에게 말한다. 15-16절. “한나가 대답하여 이르되 내 주여 그렇지 아니하니이다 나는 마음이 슬픈 여자라 포도주나 독주를 마신 것이 아니요 여호와 앞에 내 심정을 통한 것뿐이오니 [16] 당신의 여종을 악한 여자로 여기지 마옵소서 내가 지금까지 말한 것은 나의 원통함과 격분됨이 많기 때문이니이다 하는지라.” 한나는 단호하고 겸손하게 말했다. 자신은 하나님 앞에 심정을 통한 기도를 했노라고 말한다. 심정을 통하는 기도는 뭘까? 원어적 의미를 보면 하나님 앞에 자신의 감정을 ‘엎지르는 것’이다. ‘쏟아 붓는 것’이다. 한나의 말을 듣고 엘리 제사장은 축복의 기도를 해준다. 17절. “평안히 가라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네가 기도하여 구한 것을 허락하시기를 원하노라” 18절에서 한나가 말한다. “당신의 여종이 당신께 은혜 입기를 원하나이다 하고 가서 먹고 얼굴에 다시는 근심 빛이 없더라” 애통을 쏟아 낸 한나의 얼굴에는 더 이상 근심 빛이 없었다. 아니 그녀는 근심이 사라질 때까지 기도했던 것이다.

한나는 자신의 애통을 부인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지 않았다. 자신이 애통해하는 핵심적인 문제를 가지고 여호와 앞에서 심정을 통하는 기도를 드렸다. 그리고 그 기도에 대한 응답을 받았다. 그 열매가 바로 사무엘이다. 그러나 보다 궁극적인 기도의 응답은 바로 그녀 자신의 회복이라 할 수 있다. 기도 후 그녀는 엘리 제사장의 무분별한 멘트에도 상처받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그 회복은 애통하는 기도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회복은 그녀의 애통을 들으시는 하나님으로부터 오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애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작업은 매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 내가 상처받은 시점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어떠한 마음의 고통을 경험할 때 환상을 발달시키거나,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그래서 우리 안에 생긴 분노나 상처, 버림받음의 고통을 회피하려 한다. 그래서 그 고통에 대해서 충분히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못했을 수 있다. 이렇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하고 부인하면 어떻게 될까? 더 이상 내 자신이 감정을 소유하지 못하고 감정이 나를 소유하게 된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내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하거나, 우울해지거나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해결해보려고 술을 마신다. 성에 탐닉하거나 쇼핑 중독, 일중독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수치스러운 나를 감추고자 시작했던 것이 더 큰 수치심과 후회로 끝날 때가 많다.

이러한 자기파괴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마땅히 느껴야 할 고통을 껴안는 것이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슬픔을 느낄 때만이 우리는 치유와 연결될 수 있다. 마태복음 5:4절은 말한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많은 사람들이 치유 받지 못하는 것은 슬퍼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슬퍼하지 않으면 우리 마음은 과거의 것에 집착하게 된다. 그리고 얽매이게 된다. 슬퍼하는 과정을 거칠 때에만 그동안 내가 잡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잃어버린 슬픔 때문에 우리의 마음이 냉담해지면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설계하신 감정들을 느낄 수 없게 된다. 그런 상태의 우울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다. 표현되고 해결되지 않는 슬픔과 분노는 우울증을 불러온다. 슬픔과 분노는 표현되어야 한다.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그것들을 떠나가게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기쁨을 향해 나갈 수 있게 된다. 한나는 그러한 애통을 하나님 앞에서 했다. 남편 앞에서 했다가 엘가나의 반응을 경험할 수 있다. 교회에서 했다가 엘리제사장의 반응을 경험할 수 있다. 하나님 앞에서 애통하길 바란다.

단순히 과거를 잊으려 하지 말라. 과거에 대해 기억하고, 과거의 아픔에 대해 쏟아 놓으라. 과거의 상실을 슬퍼하며 충분히 애도의 시간을 가져라. 애통하는 자를 하나님은 위로하신다. 그분 앞에 머물며 한나와 같이 심정을 통하는 기도를 하라. 애통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지 말라. 아무렇지 않은 듯 살아가지 말라. 애통하는 자가 되라. 애통함으로 하나님의 위로를 얻는 복이 있기를 축원한다.

한나는 자신의 수치스러운 운명을 놓고 애통했다. 그저 자신이 당한 슬픔을 놓고 하나님께 심정을 쏟아 놓은 것뿐이었다. 그런데 그가 그 애통을 통과했을 때 하나님께서는 그녀가 바랐던 이상의 응답을 하셨다. 그것은 그녀의 회복만이 아니었다. 바라던 자식을 낳은 것뿐만이 아니었다. 그 응답은 바로 사무엘을 통하여 이스라엘 민족의 영적부흥이 온 것이다. 어두웠던 사사시대가 끝나고 이스라엘 민족이 각성하는 새 시대가 열린 것이다. 여러분의 자신을 위해 충분이 애통하라. 여러분 자녀를 위해서도 충분히 애통하라. 그 자녀를 통해 부흥이 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애통하는 자는 주되심이 회복됨을 알 수 있다. 애통을 통과한 한나의 고백을 들어보자. 삼상 2:2 “여호와와 같이 거룩하신 이가 없으시니 이는 주 밖에 다른 이가 없고 우리 하나님 같은 반석도 없으심이니이다”  3절, “여호와는 지식의 하나님이시라 행동을 달아 보시느니라” 6-10절, “여호와는 죽이기도 하시고 살리기도 하시며 스올에 내리게도 하시고 거기에서 올리기도 하시는도다 [7] 여호와는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하게도 하시며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기도 하시는도다 [8] 가난한 자를 진토에서 일으키시며 빈궁한 자를 거름더미에서 올리사 귀족들과 함께 앉게 하시며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게 하시는도다 땅의 기둥들은 여호와의 것이라 여호와께서 세계를 그것들 위에 세우셨도다 [9] 그가 그의 거룩한 자들의 발을 지키실 것이요 악인들을 흑암 중에서 잠잠하게 하시리니 힘으로는 이길 사람이 없음이로다 [10] 여호와를 대적하는 자는 산산이 깨어질 것이라 하늘에서 우레로 그들을 치시리로다 여호와께서 땅 끝까지 심판을 내리시고 자기 왕에게 힘을 주시며 자기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의 뿔을 높이시리로다 하니라”

우리가 애통을 통과하고 있는 과정 중에는 하나님의 살아계심, 그분의 주되심을 고백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애통을 통과했을 때 여러분은 하나님의 일하심과 그분의 주되심을 찬양하는 순간이 올 것이다. 여러분의 애통의 자리를 통하여 결국은 하나님의 주되심이 선포되는 삶이 되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