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 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 (갈 6:14)



마틴 로이드 존스 목사님은 이 세상에는 오직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어떠한 형태로든 세상을 자랑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주님의 십자가만 자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여러분은 어디에 속하는가? 지금 세상을 자랑하며 살고 있는가, 아니면 십자가를 자랑하며 살고 있는가? 오늘 말씀을 통해 십자가만 자랑하는 삶에 어떠한 능력이 있는지 함께 살펴보며 은혜를 나누고자 한다.

오늘 본문 14절에서 바울은 선포한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 십자가에 못박히면 어떻게 되는가? 먼저 아프다. 꼼짝 못하게 된다. 그러다 죽는 것이다. 바울은 세상이 나에 대하여 못박혔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나 역시 세상에 대하여 못박혔다고 선언한다. 세상이 바울에게 올 수 없고, 바울 역시 세상을 향해 갈 수 없는 것이다. 바울이 이렇게 선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왜 세상과 나를 십자가에 못박아야 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겪는 삶의 핵심적인 문제가 세상과의 싸움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성경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어두움의 주관자에 의해 영향 받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에베소서 2장 1-2절을 보자. “그는 허물과 죄로 죽었던 너희를 살리셨도다 그 때에 너희는 그 가운데서 행하여 이 세상 풍조를 따르고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랐으니 곧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서 역사하는 영이라” 에베소서 6:12절 역시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고 말한다. 요일 5:18,19절도 “하나님께로부터 난 자는 다 범죄하지 아니하는 줄을 우리가 아노라 하나님께로부터 나신 자가 그를 지키시매 악한 자가 그를 만지지도 못하느니라 또 아는 것은 우리는 하나님께 속하고 온 세상은 악한 자 안에 처한 것이며”라고 말한다.

이 구절들을 보면 이 땅에 두 개의 통치영역이 있음을 알 수 있다. 하나는 하나님이 통치하는 세계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이다. 그런데 이 세상은 사탄과 그의 졸개들이 정사와 권세를 대동하여 통치하는 영역이다. 사탄은 이 세상과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는 영적 실체이다. 그래서 인간이 처하게 되는 곤경은 주로 사탄과 그가 부리는 영들의 활동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나에게 벌어진 어려움에 대해 하나님을 원망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원망의 대상이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탄의 영적 실체에 눈을 떠야 한다. 그리고 사탄이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대해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알아야 한다.

먼저 사단이 우리의 과거에 대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살펴보겠다.

우리 모두는 과거에 대한 기억이 있다. 물론 좋은 기억도 있지만 안 좋은 기억들이 있다. 특히 상처받았던 기억들은 우리를 정서적으로, 영적으로 방해하고 옭아맨다.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잘못한 일로 인해 쓴 뿌리에 얽매여 있다. 그 상처에 계속 매달리며, 우리에게 상처 입힌 사람들을 용서하길 거부한다. 우리 중에는 스스로를 용서하기 힘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과거의 어떤 실패와 잘못으로 죄책감에 사로잡혀 계속 자신을 매질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탄은 우리를 넘어지게 하고, 넘어진 우리를 향해 끊임없이 정죄하며 우리가 하나님 앞에 가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사탄이 우리에게 사용하는 치명적인 무기가 뭘까? 바로 정죄이다. 정죄라는 무기를 들이대는 사탄 앞에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왜냐하면 율법의 기준에서 아무도 완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탄은 이 율법의 기준을 교묘히 이용하여 우리를 참소하고 우리를 과거의 굴레에 얽매이게 한다. 누가 이 참소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우리 스스로는 할 수 없다. 누군가 더 강한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요한일서 3장 8절은 말한다. “죄를 짓는 자는 마귀에게 속하나니 마귀는 처음부터 범죄함이라 하나님의 아들이 나타나신 것은 마귀의 일을 멸하려 하심이라” 사탄보다 더 강한 자로 하나님의 아들이 오셨다. 그가 오심은 사탄의 일을 멸하려 하심이었다. 그런데 갈라디아교회 성도들은 자신들이 할례 받은 전통을 자랑하며, 율법의 행위로 의롭다함을 얻으려 했다. 그리스도가 왜 오셨는지, 왜 죽으셨는지 감을 못 잡았던 것이다. 이러한 갈라디아인을 향해 바울은 말한다. 갈 3:1절, “어리석도다 갈라디아 사람들아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이 너희 눈 앞에 밝히 보이거늘 누가 너희를 꾀더냐” 사탄의 참소 앞에서 행위가 너희 구원의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자꾸 내가 뭘 잘 했고, 뭘 잘 못했는가를 살핀다. 기준이 내가 된다. 내가 뭘 좀 잘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뭘 좀 잘못하면 마음이 묶인다. 갈라디아 교회 성도들이 그랬다. 여전히 율법의 행위를 잘 지켰는가 아닌가가 그들의 기준이 되었다. 그런 그들에게 바울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들이 댄다. 십자가가 기준이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우리의 의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바울은 갈3:13절에서 선포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저주를 받은 바 되사 율법의 저주에서 우리를 속량하셨으니” 이것이 바울이 십자가를 자랑하는 이유이다. 과거에 죄와 실패로 넘어진 우리가 받아야 할 저주를 주님께서 다 받으신 것이다. 예수님께서 정죄 받으셨기에 우리는 더 이상 사단의 정죄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우리가 정죄 받아야 할 것을 예수님께서 대신 십자가에서 담당하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십자가를 자랑해야 할 이유인 것이다. 십자가를 자랑할 때 우리를 향한 사단의 참소가 묶이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사탄의 현재에 대한 영향력을 살펴보겠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십자가가 우리의 삶의 방식이 되게 하는데 자주 실패한다. 세상에 속한 욕심을 버리지 못한 채 우리가 익숙한 방식으로 살아간다. 십자가를 나의 삶의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취하지 않을 때 우리는 세상의 가치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요한일서 2:15-16절을 보자.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 [16]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은 십자가 자랑과 반대되는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으로 가득한 곳이다. 이것은 사탄이 우리를 유혹하는 방식이다. 사탄은 육신의 정욕으로, 안목의 정욕으로, 이생의 자랑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아담에게도 그랬고, 우리에게도 그러하다. 선악과의 유혹은 하나님보다도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하라는 것이다. 지난 주 아내가 원죄의 본질은 자기애라고 표현했다. 정말 맞는 표현이다. 우리는 원죄와 상관없는 고상한 사람들이 아니다. 지금도 자기애로 가득하여 쉽게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자기애가 충족되지 않을 때 쉽게 분노한다. 자기애에 빠질 때 우리는 하나님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 이웃도 사랑할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자기애에 빠진 시대라는 것이다. 너 자신을 사랑하라고 대놓고 광고하는 시대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육신의 정욕을 부추기는 문화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안목의 정욕을 따라 외모나 외관을 가꾸는데 힘쓰며 사는 세대 속에 살아간다. 보이는 게 중요하고, 남보다 더 소유하는 데서 안정감을 누린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이생의 자랑과 연결된다. 나르시즘에 빠진 세상에서 자기애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다.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만큼 탐스러운 선악과 열매는 오늘날도 우리 앞에 놓여 있다. 하나님보다 너를 더 사랑하라는 것이다. 이 자기애의 열매를 따 먹을 때 하나님과의 관계는 죽는다. 이웃과 나 자신과의 관계도 죽는다.

우리는 세상 속에 살기 때문에 세상의 영향력에 휘둘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그것에 휘둘리기 전 우리는 세상을 십자가에 못박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끌리는 나의 성향도 십자가에 못박아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자기부인이다. 자기애는 오직 자기부인을 통해 극복되는 것이다. 바울은 빌립보서 1:20-21에서 고백한다.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게 하려 하나니 [21]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 바울의 자기 부인 선언이다. 그는 자신의 삶에서 오직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됨을 선택한 것이다.  

요일 2:17절은 말한다.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이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은 다 지나가는 것이다. 오직 십자가를 자랑하는 삶만이 영원한 것이다. 십자가에 대한 자랑을 회복하기 바란다. 우리가 이 십자가만 자랑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자기애가 사라진다. 시기, 질투, 분노할 이유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많이 가진 자, 적게 가진 자가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직장 상사가 별로 무서워지지 않게 된다. 그래서 공동체 안에서 아무 편견 없이 서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생의 자랑거리를 많이 가진 자가 아니라 오직 충성스러운 자, 십자가를 자랑하고 십자가의 삶을 살아가는 자를 보상하실 것이다. 우리가 구원의 확신을 갖고 있다 할지라도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에 반복적으로 나 자신을 내어준다면 그것이 아무리 달콤한 것이라도 그것은 사탄의 미끼를 무는 것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십자가를 자랑할 때 자기애가 사라진다. 이것이 사는 길이다.

끝으로 사탄의 미래에 대한 영향력을 살펴보겠다.

우리는 과거에 받은 상처와 잘못된 습관에 너무 오래 빠져 있어서 그것이 우리의 정체성이 되었을지 모른다. 변화되기 원하지만 변화에 대한 가능성에 확신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회복을 원하신다. 우리가 상처받은 자아와 잘못된 습관에 얽매인 채 살아가기를 원치 않으신다. 골로새서 2:13-15절을 보자. “또 범죄와 육체의 무할례로 죽었던 너희를 하나님이 그와 함께 살리시고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하시고 [14] 우리를 거스르고 불리하게 하는 법조문으로 쓴 증서를 지우시고 제하여 버리사 십자가에 못 박으시고 [15] 통치자들과 권세들을 무력화하여 드러내어 구경거리로 삼으시고 십자가로 그들을 이기셨느니라” 우리를 고발하는 모든 증서들이 십자가에 못박혔다. 이 십자가의 승리는 이미 2000년 전에 이루어졌다. 그러나 그 승리는 미래에 까지 유효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십자가의 승리가 나의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의 승리까지도 보장하고 있음을 묵상해야 한다. 우리가 십자가를 자랑할 때 사탄은 우리의 미래를 손상시킬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구속 받아야 한다. 더 이상 사탄의 영향력 아래 살아갈 이유가 없다. 주님께서는 이미 십자가로 승리하셨다. 우리가 이 십자가를 붙들 때 주님의 승리는 나의 승리가 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나는 지금 세상을 자랑하는가? 아니면 십자가만 자랑하는가?’ 바라기는 오직 십자가만 자랑하며 승리하는 삶이 되기를 축원한다. 십자가만 자랑할 때 나는 어떻게 되도 상관없는 것이다. 내가 인정받는 것이 더 이상 중요한 일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럴 때 우리의 삶에 능력이 나타난다. 자기애가 죽을 때 십자가의 능력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철저히 세상과 나를 십자가에 못박게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세상과 나는 간 곳 없고 구속한 주만 보이는 삶,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사탄과 세상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케 되는 삶이 되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