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목자 비유(요10:1-21)

그런데 실제로 목장을 운영하는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그같은 꿈이 얼마나 단순, 소박한 꿈인지 깨닫게 된다. 단적으로 말해 꿈 깨게 된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목장에서 가축들을 돌보는 일은 중노동 중의 중노동으로, 나이 들어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 년 내내 가축들의 배설물 냄새와 함께 뒹굴며 살아야 하는데, 그 냄새가 도시인들이 흔히 말하는 시골냄새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고 하니, 혹시 여러분 중에도 나중에 목장 운영 꿈을 가진 분이 계시다면, 미리 가서 경험해보고 잘 선택하기 바란다.

지금도 그러한데, 지금부터 2천년 전의 목자들의 생활상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우리는 모세나 다윗이 목자였으며, 또 다윗의 시편이나 예수님의 비유 등을 통해 목자라는 직업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으며 친근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목자의 삶은 생각보다 심히 고달팠다고 할 수 있다. 노천에서 주로 살아야 했던 목자의 생활은 일 년 내내 고르지 못한 날씨와 또 각종 맹수들과도 싸워야 하는 거친 생활이었다. 깨끗한 의복, 단정한 몸가짐과는 거리가 먼 삶이었다. 양떼들과 동고동락하는 목자들의 몸에서는 늘 퀘퀘한 가축 배설물 냄새가 배어나왔으며, 계속되는 밤샘과 제대로 씻지 않은 얼굴은 피곤에 찌들린 야인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야곱의 가족들이 애굽의 총리가 된 요셉의 안내로 애굽에 내려왔을 때, 야곱의 가족들은 애굽인들과 떨어져 살아야만 했다. 왜냐하면 애굽인들은 목자들을 불결한 사람들로 여겼기 때문이다.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도 목자들을 지저분하고 부도덕하며 야심이 없는 보잘것없는 사람들로 취급했다고 한다.

목축업은 분명히 수세기동안 이스라엘인의 생활에 있어, 중심이 되어온 온 핵심 산업이었다. 모든 생활이 목축업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목자는 존중받지 못하는 초라한 직업군으로 전락하고 말았으며, 예수님 당시 목자들은 가장 빈곤한 사회계층에 속한 사람들로, 요즘으로 치면, 목자는 일종의 3D 업종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한결같이 목자에 대해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을 때, 온 인류를 대표해서 왜 굳이 목자들이 등장하여 축하하게 되었을까? 따라서 우리는 성경에 등장하는 목자에 대한 이미지를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사실 가축을 기르기로 작정한 사람은 편안한 생활을 포기해야만 한다. 그들은 가축을 계속적으로 돌봐주어야 한다. 만일 주의 깊게 지키지 않으면 잃어버리거나 도둑을 맞고 상처를 입거나 죽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자에게 있어서 가축을 잃는다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성경에 보면, 하나님의 사랑과 하나님께서 사람을 돌보시는 것을 형상화 할 때, 유대인들은 저들이 가장 이해하기 쉽게, 목자와 양으로 묘사했다. 그래서 이같은 묘사는 유대인들과 초대 기독교인들은 물론,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나님에 대한 올바른 신앙을 깨닫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 목자를 바로 이해하기 위해 먼저 가축 가운데 대표적으로 양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양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창4장의 가인과 아벨 기사이다. 아벨은 양 치는 자로 양의 첫 새끼와 그 기름으로 여호와께 제사드렸다. 양은 고대에 있어서 주요 재산으로, 양털은 가장 값진 섬유가 되고 젖은 영양음식이며 가죽과 고기는 물론 뿔, 뼈와 내장까지도 버리는 것이 없는 동물이다. 분뇨까지도 연료로 쓰인다. 특히 이스라엘 백성에게 양은 가장 중요한 제사제물이었다.

이스라엘에 얼마나 많은 수의 양이 방목되었는지 정확한 수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몇몇 기록에 나와 있는 수치로 보아 상당히 많은 수의 양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세가 미디안을 쳐부수었을 때 그는 6십만 마리 이상의 양을 빼앗았으며(민31), 솔로몬은 성전의 낙성식을 할 때 12만 마리의 양과 염소를 제물로 바쳤다.(왕상8)

양이라는 단어는 성경에 500회 정도 나타난다. 가장 자주 언급된 양의 품종은 무게 10-15파운드(4.5-7kg) 정도의 굵은 꼬리를 가진 것이다. 만일 양이 제멋대로 달아나려고 하면, 목자는 그 양의 다리 하나를 꼬리에 묶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양은 흰색이고 가끔 갈색이나 검은색, 또는 점박이도 있었다.

성경에 나타난 양의 특색을 살펴보면,

1)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따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양치는 자들이 증언하는 바에 따르면 양들은 목자의 음성을 기억하고 있으며 늘 듣던 그 음성에만 귀를 기울이고 따른다고 한다.

팔레스틴에서는 때때로 여러 목자에게 속한 양떼가 한 우리 속에서 밤을 지낼 때도 있었는데, 밤을 지내고 난 후에 목자들은 자신에게 속한 양들을 빼놓지 않고 전부 구별하여 우리 밖으로 끌어낸다고 한다. 이때 양들의 이름을 불러서 구별해 내는데, 지금도 목자들이 양의 특성에 따라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들을 일일이 부름으로써 양들을 불러 모으는 경우를 목격하는 것이 그리 드물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면 ‘희코쟁이’, ‘긴 귀’등 신체적 특징이나 독특한 습관에 따라 붙여진 것들이다. 이렇게 양들의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은 양들에 대한 목자의 개별적인 관심과 사랑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와 관련 예수께서도 자신의 제자인 시몬에게는 ‘베드로’란 이름을, 야고보와 요한에게는 ‘보아너게’란 이름을 붙여 주신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드넓은 평원에서 가축을 사육하는 경우, 대개 가축 몰이는 여러 몰이꾼이 말을 타고서 가축들 후미에서 모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팔레스틴의 목초지는 대개가 산간 지역이므로 험한 곳을 지날 때 목자가 양 떼의 선두에 서서 길을 인도한다. 이때 양들은 목자의 모습과 특히 음성을 확인하여 자신의 목자를 따른다고 한다. 그리고 양들은 웅덩이에 빠지기 쉬운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목자와 양의 관계는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의 기본적인 양상을 암시해 준다. 즉 성도들은 오직 그리스도만을 따르며 다른 곳에 눈을 돌려서는 안된다. 양들은 기특하게도 다른 목자의 소리를 절대 따라가지 않는다. 이처럼 양이 목자의 음성을 알아듣고 따르는데 반하여 약대나 염소는 그렇지 못하였다. 목자를 잘 따르며 그의 음성을 잘 알아듣는 짐승 중에 양이 제일이었다.

2) 순하고 복종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양의 기질은 온순하면서도 둔했다. 그런데 공격성이 없는 동물은 쉽게 약탈자나 도둑 혹은 위험스러운 환경의 먹이가 되었다. 사자, 이리, 뱀, 시랑과 곰 같은 원수 앞에서 떠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양들의 공격당하기 쉬운 기질은 그들로 하여금 생존을 위해 전적으로 목자들에게 의존하게끔 만들었다. 이 의존성 때문에 양은 온화하며 사랑스러운 동물로 여겨졌다. 그리고 양들은 고마움을 잘 기억한다고 한다. 알곡 한줌을 주거나, 위험에서 구해준 일은 결코 잊지 않는다. 반드시 따르면서 따뜻한 신뢰의 정을 몸으로 풍긴다고 한다.

이같은 목자에 대한 양의 의존성은 신약성경의 주요한 주제이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목자 없이 방황하여 지치고 방향 잃은 양으로 보셨다(마9:36). 그리고 한 마리의 양을 잃었을 때 참된 목자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양을 구하기 위해 찾아 나섰다(마18:12,13). 또 양은 인내심이 대단하다. 털을 깎일 때 한번 잡히면 비록 상처가 나더라도 일꾼의 손에 온전히 내맡긴 채 참는다.

● 이같은 양들을 치는 목자의 주된 기능은 양을 돌보는 일이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처럼 온순한 양은 스스로 살아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목자들이 물가로, 초원으로 이끌어 주어야 했으며 공격을 받았을 때 양들을 보호해 주어야 했다. 그리고 양을 잃어버렸을 때 목자는 그 양을 찾아 나서야 했다. 저녁에 목자는 양의 우리 입구에서 서 있었다. 이 사실은 양들이 목자의 막대기와 손 밑을 지나갔다는 이야기를 설명해 준다. 이사야에게 있어서 이 개념은 동물 하나하나를 사랑스럽게 돌보아 주는 다정한 목자를 생각하게 했다. 목자가 없는 양은 큰 위험에 처했다.

목자들은 위험을 만날 것에 대비하여 한두 가지 쓸모 있는 무기를 가지고 다녔다. 이들 중 잘 알려진 것은 시속 90마일(144km)로 돌을 던져 그 표적을 정확히 맞출 수 있는 돌팔매였다. 이것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뛰어난 사냥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 무기를 쓰는 데 전문적인 기술을 가진 다윗은 거인 골리앗을 무지르는데 돌팔매를 사용하였다. 또한 목자들은 나무로 만든 곤봉을 가지고 다녔다. 그들은 곤봉에 돌이나 쇠붙이를 붙여 더욱 효과적이도록 만들었다. 목자가 아닌 사람들도 보통 막대기나 지팡이를 가지고 다녔다. 여행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보행에 도움을 주고 동물들을 쫓을 수 있는 막대기나 지팡이를 가지고 다녔다. 사도들도 여행시에는 지팡이를 사용하였다.

목자는 그 지팡이에 여러 가지 기능을 갖게 할 필요를 느꼈다. 그래서 한쪽 끝을 구부려 보았다. 그것은 양에게 지팡이를 내밀어 그 굽은 끝 부분으로 양을 잡아당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지팡이는 공격자를 방어하는 목적으로도 사용되었지만 대부분 그것은 위안의 표시로 묘사되었다.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23:4).’

10:11 나는 선한 목자라.

구약에서는 이스라엘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이 ‘선한 목자’로 지칭되었고 다윗이나 모세와 같은 이스라엘의 지도자들에게도 이 명칭이 부분적으로 적용되었다. 이러한 전통을 이어 예수께서 자신을 ‘선한 목자’라고 지칭하신 것은 예수 자신이 온 인류의 구원자이시며 동시에 하나님이심을 선언하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양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거니와.

‘목숨을 저리거니와’에 해당하는 원어 ‘프쉬켄 아우투 티데신’은 마가의 ‘목숨을 준다(두나이 텐 프쉬켄)’는 표현과 유사한 요한의 독특한 표현이다. 즉 이는 예수의 십자가 사아에서의 죽으심이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것임을 강조해 준다. 그 같은 죽으심은 또한 성부 하나님의 뜻에 절대적으로 순종한 것이었기도 하다. 한편 요 15:13에서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가장 큰 사랑’에 관해 말씀하신 것과 더불어 이 ‘목자의 희생적 죽음’에 관한 말씀은 예수 자신이 곧 십자가에 처형 당할 것을 예시하고 있는 말씀이기도 하다.

10:12 삯군은 목자도 아니요...달아나나니.

‘삯군’에 해당하는 ‘미스도토수’는 ‘삯’, ‘세’를 뜻하는 ‘미스도스’에서 파생한 매우 오래된 단어로 신약에서는 막1:20과 본절에만 나오는 드문 단어이다. 예수 당시 팔레스틴에서도 대규모로 목축할 경우 주인인 목자 외에 따로 고용인을 두엇는데 바로 이를 가리킨다. 그러나 이 ‘삯군’이 목자가 아니라는 말은 그는 단지 일꾼일 뿐 양의 소유주가 아니기에 엄밀한 의미에서 목자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대인들의 율법 해설서인 미쉬나는 이러한 고용된 삯군의 법적 책임 한계를 정해 놓았다. 그 규정에 의하면 한 마리의 이리가 공격할 경우 반드시 그 공격을 막아야 하고 만약 양무리에 피해가 있으면 보상해야 했다. 하지만 두 마리 이상의 이리가 예측 못한 공격을 해 온다면 자신의 신변 안전을 위하여 양들을 보호하지 못했어도 책임이 없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고용된 삯군들의 책임의 한계를 정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자신의 소유가 아닌 양들을 위해서 목숨을 버린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당연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비유에서 예수께서 강조하시는 것은 삯군이 아닌 목자와 양들 간의 친밀하고 불가분리적인 관계임을 유념해야 한다.

10:14 나는 선한 목자라 내가 내 양을 알고 양도 나를 아는 것.

진정한 목자는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는 이유가 본절에 제시되어 있다. 그 이유는 목자이신 예수와 양들 간의 친밀한 관계성으로서 본절에는 그 관계성이 이중으로 강조되어 있다. (1)‘내 양’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예수에게 소속된 양들의 존재를 단적으로 반영해 준다. 이렇게 예수께서 양들을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아버지께서 그에게 그 양들을 주셨기 때문이다. (2)목자와 양이 ‘서로를 안다’는 말씀은 예수와 성도들 간의 친밀성을 강조해 준다. 목자는 자기 양의 이름을 알고 그들을 개별적으로 부르며 양들은 그 목자의 음성을 알고 따른다. 여기서 ‘안다(기노프스)’는 표현이 대구적으로 반복되는 것은 예수와 성도들 간의 진정한 관계가 단순히 직관적이며 순간적인 지식(오이다)이 아니라 경험적이고 지속적인 지식에 근거한다는 사실을 강조해 준다.

우리는 이 비유를 통해, 다시한번 선한 목자 되신 주님과 우리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예외 없이 어리석고 연약한 양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선한 목자 되신 주님의 음성을 듣고 따르는 겸손한 순종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뿐만 아니라 ‘내 양’이라고 나를 지명하여 불러주신 주님의 크신 은혜에 감사하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자긍심과 함께 세상에 주눅 들지 말고 늘 기쁨으로 살아가야 하겠다.

오늘 이 세상이 영적으로 얼마나 어지러운지 모른다. 그러므로 선한 목자이신 주님을 놓치지 않도록 그분의 음성을 듣고 따라가기를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할 때, 우리는 선한 목자되신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아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지나 생명 강가로 인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