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절)에 보면, ‘천국은... 임금과 같으니’라고 하여 임금이 마치 천국을 비유하는 것처럼 보이나, 원문을 충실히 번역하면 ‘천국은... 어떤 임금이 베푼 혼인잔치와 같으니’로서 혼인잔치가 천국을 비유한다. 유대인들에게 있어 천국을 혼인식이나 잔치에 비유한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래서 신약에서도 보면 그리스도는 신랑이고, 교회는 그 신부로서 형상화되기도 한다. 당시 사람들에게 혼인잔치의 즐거운 분위기와 풍성한 음식 등은 천국의 모습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 이 비유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당시 유대인들의 잔치풍습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헬라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세 번 식사를 하며, 로마 사람들은 보통 네 번 식사를 했다고 한다. 이에 비해 유대인들은 하루에 두 번만 식사를 했다고 한다. 첫 번째 식사는 오전 10시 경에 먹는 늦은 조반이고, 두 번째 식사는 더 이상 일하기가 곤란한 어두운 저녁 때 먹게 되는 석식이다.

관례적으로 잔치는 저녁때에 베풀어졌는데, 오늘 본문 4절에 보면, ‘오찬’을 준비했다고 되어있다. 오찬은 ‘잘 차린 점심’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확한 번역이 아니다. 다른 성경에는 모두 ‘잔치’ 혹은 ‘저녁식사’로 번역되어 있다. 관습에 의하면 그런 잔치에는 오직 남자들만이 초청되었다. 그리고 손님 초청을 위해서는 두 번 초청을 하게 되어 있다. 눅14장에 보면 본문의 내용과 유사한 큰 잔치에 대해 기록하고 있는데, 먼저 손님을 초청하고, 나중에 잔치할 시간에 그 청하였던 자들에게 종을 보내어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고 알려주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로 잔치가 벌어질 때에 다시 종을 보내어 청하는 것이 예루살렘 상류 계급에서 실행되던 특별한 예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일단 잔치가 시작되면 처음 얼마간은 늦게 도착한 손님들의 입장이 허용되었으나, 식사의 처음 순서가 끝난 후에는 환영의 표식도 문에서 떼어내고 입장이 허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마25장에 나오는 혼인잔치에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 비유에서, 신랑이 늦게 오자, 기름을 넉넉히 준비하지 못해 자리를 비웠던 다섯 처녀가 혼인잔치에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것은 당시에는 가끔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상의 내용으로 볼 때, 혼인잔치 비유는 예수님 당시 유대인들의 생활과 풍습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 비유에 나오는 모든 내용이 다 사실적인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예수님은 당시의 풍습을 바탕으로 비유, 즉 이야기를 꾸미되, 상황에 맞게 내용을 적절히 각색하신 것이다. 가령 혼인잔치에 초청된 손님 모두가 다 참석을 거절하는 것은 실제로는 일어나기 힘든 일로 볼 수 있다.

한편 잔치에 다른 사람들을 대신 초청하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고 한다. 왜냐하면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음식을 낭비할 수는 없고, 또 유대교에서 가난한 자에 대한 구제를 강조하였기 때문에 이 비유에 나온 이야기가 허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유대인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천국에 간 세리 이야기가 나오는데, 부유한 세리였던 바르 마얀가가 한번은 시 의원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으나 그들이 거절하자, 가난한 자들을 초청해 잔치 음식을 베풀었고, 이같은 그의 선행이 하늘에 상달되어 천국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 이 비유는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에 유사한 내용으로 나와 있는데, 마태복음에서는 ‘혼인잔치’라고 언급하고 있으나 누가복음에서는 단순히 ‘큰 잔치’라고 말하고 있다. 신약 4복음 외에 도마복음이라는 것도 있는데, 도마복음에도 이 비유가 소개되면서 그냥 ‘잔치’라고 언급되어 있다.

그런데 각 복음서에 기록된 비유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의 네 가지 요소에 주목하게 된다.

1)잔치를 베푼 사람 2)잔치의 초대를 거절한 손님들 3)대신 초대받은 사람 4)잔치 그 자체

이 네 가지 중 비유의 핵심은 어디에 있을까?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제목이 달라질 수 있다.

(1)잔치를 베푼 사람, 곧 주인에게 초점을 맞추면, 초청된 손님들(=확실히 유대 백성의 지도자들)이 하나님 나라를 배척한 데 대해 주인(=하나님)이 진노하는 것으로, ‘성난 혼인잔치 주인의 비유’가 될 것이다.

(2)다음으로 비유의 강조점을 초청에 불응한 손님들에게 맞추면, 손님들(유대인 종교지도자들, 혹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얼마나 감사할 줄 모르고 하나님 나라를 배척했는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이 비유는 ‘불순종한 손님들의 비유’라 말할 수 있다.

(3)다음은 대신 초청된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출 경우, 하나님의 나라가 이스라엘의 버림받은 자들 혹은 이방인들에게 주어지고 있는 것이 강조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에는 ‘대신 초청받은 손님 비유’라고 제목을 붙일 수 있다.

(4)마지막으로 잔치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혼인잔치를 중심으로 일어난 초대받은 손님들의 자세, 또 대신 초청된 자들의 이야기, 주인의 태도 등 큰 잔치의 틀 안에서 천국잔치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이 경우 ‘혼인잔치의 비유, 큰 잔치 비유’ 등의 제목을 붙일 수 있다.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들려주실 때 어디에 강조점이 있었을까?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이 어떤 교훈을 받기를 원하셨을까? 우리는 마22:11-14의 뒷부분 내용을 볼 때, 이 비유는 천국혼인잔치와 관련하여, 그 잔치에 임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이야기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이 비유는 ‘천국혼인잔치 비유, 혹은 혼인잔치 비유’라는 큰 제목으로 묶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앞서 밝혔듯이 유대인들은 장차 다가올 천국의 축복을 흔히 ‘잔치’로 비유했으며, 예수님께서도 ‘잔치’라는 말을 하나님 나라의 상징으로 자주 사용하셨다. 특히 혼인잔치의 즐거운 분위기와 풍성한 음식 등은 당시 사람들에게 천국의 모습을 설명하는데 가장 적합한 것이었으며, 초대교회 이후 기독교 교회는 이 천국잔치에 초대받은 자들로서, 그 은혜의 자리에 참예하는 것을 큰 소망으로 강조해 왔다.

●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여 큰 잔치 비유가 예수의 삶의 자리와 마태의 삶의 자리, 그리고 누가의 삶의 자리에서 각각 어떤 메시지와 강조점을 갖고 있었는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예수의 삶의 자리에서 이 비유는 하나님 나라가 임했는데 종교 지도자들은 오히려 그것을 배척했고 그것을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던 자들 곧 세리와 죄인들이 그것을 영접하는 것을 말하는 비유였다. 그런데 마태는 이 비유를 자신의 교회 선교 상황에 맞추어 유대인들이 복음을 배척하고 오히려 이방인들이 복음을 영접하는 상황에 대한 비유로 바꾸었고 그런 상황에서 예복 비유를 첨가하여 회개와 선행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다른 한편 누가도 교회의 선교 상황과 관련해서 이스라엘 내의 버림받은 자들과 이스라엘 밖의 이방인들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는 메시지로 발전시켰다. 결국 복음서 기자들은 예수의 비유와 그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처해 있던 상황의 필요와 요구에 따라 예수의 비유를 부분적으로 수정하여 가면서 자신들의 독특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7절의 내용은 주후 70년에 로마군에 의한 예루살렘 파괴를 암시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는 이 사건을 이스라엘이 예수의 초대를 거절한 데서 비롯된 결과로 보고자 했다. 그러므로 8-10절은 이방인들 가운데 행하는 선교 활동과 관련지을 수 있다. 부활하신 예수가 그러한 위임을 공식적으로 하실 것이다.(마28:18-20)

● 마태의 비유에는 다른 복음서에 없는 ‘예복 비유’가 잔치비유에 첨가되어 있다. 그 이유는 초대받지 않은 자들에 대한 무차별한 초대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오해, 즉 마치 부름받은 자들의 행동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질 오해를 피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을 마태의 삶의 자리에 연관시켜 해석한다면, 마태의 교회는 이방인들에게 선교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즉 ‘누구나 오라’는 외침과 함께 ‘악한 자나 선한 자를 만나는 대로’ 교회로 불러들이는 과정에서 한 가지 중대한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믿으라는, 오라는 부름을 받고 교회 안에 몰려온 많은 이방인들이 마음의 준비 없이, 도덕적 결단 없이 믿음에 합당한 열매도 없이 교회 생활을 계속하는 일종의 도덕 부재의 상황이었다. 따라서 마음의 준비 없이, 도덕적 결단이나 변화 없이 교회 생활을 계속하는 것에 대한 경계와 경고로써 ‘예복’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마태복음과 거의 같은 시기에 기록된 벤 자카이의 비유 가운데서도 정결한 옷을 입지 않은 사람이 잔치에 용납되지 않고 있는데, 랍비의 비유에서는 이 정결한 옷이 특히 ‘회개’를 의미하고 있다. 결국 마태도 그와 비슷한 관심 가운데서 각계 각층 여러 가지 부류의 사람들이 집합된 교회 안에서 교인들을 도덕적으로 훈련시켜야 할 상황 속에서 선행과 회개 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자료를 손질하여 편집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근동 국가들의 왕실이나 부자집에서 혼인잔치를 배설할 때는 잔치를 배설하기 전에 미리 손님들에게 초청장을 보낸다. 그리고 초대에 응한 손님의 수에 맞추어 음식과 기타 여러 가지를 준비하게 되는데, 그 준비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혼인잔치 예복이다. 히브리인들에게 있어서 값진 의복은 그 어떠한 선물보다 귀한 선물로 여겨졌다. (창45:22에도 보면 애굽의 총리 요셉이 그 가족을 애굽으로 초청할 때 형제들에게 ‘예복’을 선물로 준다. 왕하5:5에 보면 문둥병에 걸렸던 나아만 장군이 선물로 가져왔던 품목에도 ‘의복’이 있다.) 특히 부자나 왕들은 항상 선물용으로 많은 의복을 창고에 가득 보관하였을 뿐만 아니라 의복을 구입하기 위한 지출비로도 많은 돈을 썼다. 따라서 혼인잔치 때의 의복을 선물로 준다는 것은 손님들에게 극진한 예우를 보이는 것으로 여겨졌을 것임에 당연하다.

한편 초대 손님들이 혼인잔치를 참석하게 되면, 각자 예복을 선물로 나누어 받게 된다. 물론 잔치에 참석하기 전에 초대 손님들의 집으로 미리 예복을 보내는 경우도 많았다. 아무튼 예복을 받은 손님들은 다 그 옷을 입고 잔치에 참여하여 주인에게 예의를 표하며 축하했다. 만일 손님이 예복을 입지 않거나, 제대로 갖추어 입지 않고 대강 걸쳐 입었을 경우에 그것은 상당히 무례한 행동으로 간주되었으며 곧 잔치에서 쫓겨났다. 역사가들에 의하면 왕의 잔치에서 이런 경우가 발생했을 때는 처형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한편 고대 근동의 이러한 잔치 예복은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그런 불편한 옷이 아니었다. 단지 다른 옷 위에 덧입는 가운이나 어깨에 들러서 걸쳐 입는 망토 같은 것이었다. 그러므로 화려한 이 예복을 자신이 입은 옷 위에 걸쳐 입음으로써 초라하고 더러운 모습을 감추고 잔치 자리를 빛내도록 한 것이다.

예수께서는 이렇게 평범한 생활 풍습을 통하여 구원과 관련된 심오한 진리를 말씀하심으로써 그 진리의 말씀이 당대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수 천 년이 지난 오늘날의 성도들의 가슴 속에도 생생하게 살아 있게 하셨다. 실로 우리는 칭의의 예복을 입고 귀한 하늘 잔치에 참여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