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2천년 전, 예수님 당시의 아이들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그 당시 아이들도 어른들의 세계에서 행해지는 일을 그대로 모방해 놀이로 만들었다. 당시 아이들이 흔히 볼 수 있었고, 또 자신들의 머리에 의미있게 깊이 새겨졌던 것 중 대표적인 것은 바로 결혼식과 장례식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은 결혼식을 할 때 피리를 불며 행렬을 이뤄 춤추고 즐거워하는 것과 장례식 때에 슬퍼하고 애곡하는 것을 보고 자신들이 느낀대로 놀이에 적용하였던 것이다. 아이들 중 일부가 피리를 부는 척하면 다른 아이들은 결혼식에서 봤던 것처럼 함께 춤을 추었고, 또 분위기가 바뀌어 그들 중 일부가 슬퍼하면서 애곡하면 다른 아이들은 장례식에서 봤던 것처럼 가슴을 치면서 비탄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던 것이다. 놀랍게도 성경학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이스라엘에서는 오늘날까지도 아이들 사이에서 그같은 놀이가 전래되어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하여튼 예수님께서는 백성들과 제자들을 깨우치시기 위해 이같이 일상생활 속의 어린아이들의 놀이를 비유의 소재로 삼아 교훈하셨던 것이다.

 

● 오늘 본문은 마태복음과 누가복음 두 곳에 기록되어 있는데, 두 곳 모두 공통적으로 세례요한과 관련된 사건에 연결되어 기록되었다. 그 당시 세례요한은 아직 살아있었는데, 예수께서 천국복음을 전하시며 행하시는 사역을 목격한 세례요한의 제자들이 세례요한에게 그 모든 사실을 고하자, 세례요한은 제자들을 예수님께 보내어 “오실 그이 곧 메시야가 당신입니까? 아니면 우리가 다른 이를 기다려야합니까?” 하고 질문한다. 이같은 물음에 예수님은 그렇다, 아니다 직답을 피하시고, 대신 소경이 보며, 앉은뱅이가 걸으며 문둥이가 깨끗함을 받으며 귀머거리가 들으며 죽은 자가 살아나며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는, 자신의 사역을 본대로 전하라고 세례요한의 제자들에게 이르신다. 다시말해, 이사야서에 기록되어 있는 것처럼, 메시야가 이 땅에 오셔서 행하실 사역을 그대로 행하시는 예수님의 사역을 보고 알아차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세례요한의 제자들이 돌아간 다음에, 예수님께서는 메시야의 길을 예비한 선구자로서의 세례요한의 사역에 대해 증거하신다.

그러고서는 이어 모든 백성과 세리들까지도 이미 요한의 세례의 받고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들였으나, 오히려 바리새인과 율법사들은 그 세례를 받지 아니했다는 사실을 아시고서, 오늘 우리가 읽은 ‘장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비유’를 들려주신다.

 

● 이 세대의 사람을 무엇으로 비유할꼬(31)

여기서 말하는 ‘이 세대 사람’은 직접적으로는 바리새인과 율법사들을 뜻하지만, 결국 요한과 예수님의 천국복음을 거부하는 당시 모든 사람들까지도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바로 이들의 진리에 대한 완악함을 ‘장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비유로 들어 말씀하셨던 것이다.

 

아이들이 장터에 앉아 서로 불러 가로되 우리가 너희를 향하여 피리를 불어도 너희가 춤추지 않고 우리가 애곡을 하여도 너희가 울지 아니하였다(32)

예수께서는 당시 진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완악한 무리들을 묘사하기 위해 장터에서 혼례와 장례의 흉내를 내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비유로 도입하셨다. 여기서 ‘피리’와 ‘춤’은 혼례식을 나타내며 ‘애곡’은 장례식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본절의 내용을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다. 장터에 모인 아이들 가운데 한 명이 결혼식 놀이를 제안하자 많은 아이들이 이에 호응하여 역할 분담을 하고 놀이에 들어간다. 그런데 정작 놀이에 들어가자 피리를 불면 춤을 추도록 되어 있는 아이들이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나 춤을 추지 않는다. 그래서 그 결혼식 놀이는 깨지고 만다. 이에 이번에는 장례식 놀이를 제안하고 결혼식 놀이에서 춤을 추도록 되어 있는 아이들에게 이번에는 애곡하는 소리를 듣고 우는 시늉을 하게 한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장례식 놀이가 진행되어 애곡 소리를 듣고도 우는 시늉을 하지 않는다. 결국 놀이는 완전히 깨지고 만다. 이에 아이들은 놀이가 진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상대방을 비난하고 나선다. “야, 니네들 왜 맡은 역 안 하는 거야?” 그러면서, 예수님은 비유에 대해 33절 이하에서 본격적으로 설명하신다.

 

세례 요한이 와서 떡도 먹지 아니하며 포도주도 마시지 아니하매 너희 말이 귀신이 들렸다 하더니(33)

세례 요한은 일찍이 광야에서 생활하면서 메뚜기와 석청을 주식으로 삼고, 떡과 포도주는 일절 삼갔다. 이로볼때, 세례요한은 평생 나실인 서약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세례요한이 이같이 구별된 삶을 살았던 것은, 이스라엘에 임박한 진노를 긴급히 알리는 선지자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바리새인과 율법사들은 세례 요한의 외침에 대해 회개하고 돌이키기는커녕 그의 생활의 습관을 트집 잡아 그를 귀신이 들렸다고 매도하였다. 즉 그들은 세례 요한의 외침에 정당한 반응을 보여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리어 세례 요한의 모습이 그들의 생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를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마치 장례식 놀이가 자신들의 생리에 맞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아이들과 같다 할 것이다.

 

인자는 와서 먹고 마시매 너희 말이 보라 먹기를 탐하고 포도주를 즐기는 사람이요 세리와 죄인의 친구로다 하니(34)

반면, 예수님께서는 세례 요한과는 달리 금욕 생활을 하지 않고 비교적 자유분방한 생활을 하셨다. 즉 예수님께서는 잔치집을 비롯 연회에 거리낌 없이 참석하셨으며 음식도 가리지 않고 잡수셨다. 즉 당시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 습관을 좇아 사신 것이다. 예수님도 선지자로 혹은 유대인의 랍비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이같은 예수님의 행동에 대해 세례요한의 제자들마저 이를 의아하게 여기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예수께서는 세리와 창기 등과 같이 소외되고 멸시받는 사람들을 차별 없이 대우하셨다. 실로 이들은 예수님의 복음을 기쁘게 수용했던 자들이었다. 그 결과 예수님을 따르는 무리들의 상당수가 이같이 죄인 취급받던 부류의 사람들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바리새인과 율법사들이 이러한 예수를 먹고 마시기를 탐하는 무절제한 사람이요, 심지어 죄인들과 한 통속인 자라고 매도하였던 것이다.

 

● 아마도 예수가 이 비유를 맨 처음 말씀하셨을 때는 자신의 선포와 활동에 대해 아무런 관심이나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는 당시 유대인들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무반응”과 “무관심”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예수 당시의 유대인들은 예수의 말씀과 활동에 대해 무관심했고 별다른 반응도 없었다. 예수가 “안식엘에 선을 행하는 것이 옳으냐 악을 행하는 것이 옳으냐”고 물었을 때도 “그러나 그들은 잠잠했다.” “세례 요한의 세례가 하나님에게서 난 것이냐 사람에게서 난 것이냐”고 물었을 때도 그들은 “모르겠다”는 말로 일관했다. 예수가 고라신과 벳세다와 가버나움을 저주한 것도, 그 성읍들이 예수가 행한 기적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기적들을 두로와 시돈 그리고 소돔에서 행했다면 그들은 벌써 베옷을 입고 재를 쓰고 회개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피리를 불어도 춤추지 않고 애곡을 해도 가슴을 치지 않는 어린 아이들은, 곧 예수의 말씀과 활동에 무관심했던 당시의 유대인들을 가리키는 것임이 분명하다.

 

● 본문은 예수께서 세례요한의 메시지를 들은 두 무리들의 상반된 반응에 대해 말씀하고, 세례요한의 증거와 예수의 복음을 배척한 무리들의 완악함을 장터에 노는 아이들의 비유를 통해 지적하고 계신 말씀이다. 이런 본문을 보면 예수께서는 먼저 요한의 세례를 받았던 일반 백성과 죄인으로 천대받던 세리들은 하나님을 의롭다 한 반면(29), 스스로 하나님께 열심인 자신들의 의를 자랑하던 율법사와 바리새인들은 영적 교만에 빠져 세례요한이 메시야로 증거하는 자신과 복음을 거부하였음을 지적하였다(30절). 즉, 그들은 세례요한의 외침을 거절하여 회개의 세례를 받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들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의도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거부함으로써 저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편협되고 배타적이며 외식적인 율법주의에 빠져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에 예수께서는 그들의 완악함을 장터에 노는 아이들의 비유를 들어 신랄하게 책망하고 계신다. 장터에서 놀기 위해 모인 아이들 중에는 상대편 친구들이 결혼식 놀이를 제안하며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고, 반대로 장례식 놀이를 제안하며 애곡을 하여도 울지 않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며 그 놀이 자체만을 반대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예수님게서는 율법사와 바리새인들을 이러한 무감각한 상태의 아이로 비유하신 것이다. 이들은 세례요한이 회개의 세례를 베풀며 하나님의 공의의 심판을 외치면서 경건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것을 가리켜서는 그가 귀신들린 것이라고 비난하였고, 그와 반대로 천국복음과 소망을 전하시면서 사람들과 자유로이 교제하시는, 예수를 향하여서는 먹고 마시는 것을 탐하는 자요 죄인의 친구라고 정죄하였다. 실로 영적인 교만과 편협한 율법주의에 빠져 자신들의 구미에 맞지 않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고 복음의 절대적인 진리마저도 외면하고 거부하는 그들의 죄악된 행위는 장터의 고집쟁이 아이와 같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비록 복음의 진리가 그 대적들에 의해 거부되고 배척된다 할지라도 진리를 좇는 하나님의 자녀들로 인하여 옳다고 인정된다고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우리는 복음으로 인해 고난을 당한다 할지라도 복음의 빛은 언제나 역동적인 능력으로 전파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위로와 소망을 가지고 확신있게 전해야 한다.(고전1:18, 히4:12) 하나님의 말씀은 살았고 운동력이 있어 좌우에 날선 어떤 검보다도 예리하여 혼과 영과 및 관절과 골수를 찔러 쪼개기까지 하며 또 마음의 생각과 뜻을 감찰하나니.

 

● 누구를 향한 교훈인가?

1) 당시 바리새인과 율법사, 그리고 완악했던 유대인들

2) 오늘, 우리의 상황 아래서는?

- 교회 공동체 안에 들어와 있으나, 자신의 의에 사로잡혀 매사에 흥흥 콧방귀만 뀌면서 도무지 움직이려 들지 않고 교우들에 대한 비판만 일삼는 사람들에게 들려주시는 교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은 이래서 싫고 저것은 저래서 싫은 사람들이 가끔 있다. 무엇이 완악한 것인가? 어떤 삶의 자세가 율법주의적인가? 자기 생각만 옳고 확고해서, 도무지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을 굽힐줄 모른채 상대방만을 탓하며, 상대방이 바뀌기만을 요구하는 태도가 바로 이 시대의 바리새인적 태도이다. 우리 가운데 완전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오늘 이것이 확실한 것 같아 강력하게 주장해 보지만, 하루밤을 지내고 보면, 좀더 깊이 생각해 보면, 새벽에 주님께 무릎꿇어보면,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아! 내가 틀렸을 수도 있겠구나. 아! 내가 하나님이 아니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인데... 특히 복음의 진리를 받아들였으면, 그 진리에 따르기 위해 겸손히 자기를 죽이고 포기하며 말씀에 순종해야 하겠는데, 그렇지 못하고 내 주장, 내 이익, 내 습관, 내 경험, 내 자존심, 내 감정만을 앞세워, 말씀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간다면, 이같은 사람이야말로, 오늘 비유에 등장하는 자기 고집에 꽁꽁 얼어붙어 있는 장터의 아이가 아니가 무엇이겠는가?

 

- 교회 공동체 밖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아무리 말씀을 전해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제 멋대로, 제 맘대로 살아가는 사람들! 생명의 말씀, 진리의 말씀을 전해도, 하잘것없는 자신의 경험, 지식으로 말씀을 판단하고 제단하여, 거드름 피우며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얻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고전1:18).” 참으로 우리가 예수를 믿게 된 것은 큰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주님의 은혜로 믿음의 눈이 열리지 아니하면, 아무리 애를 써도 말씀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오늘 여러분이 작정하고 있는 태신자들은 누구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믿음은 하나님의 무조건적인 선물이다. 하나님께서 건드려 주셔야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주님께 매달려야 한다. 주님께서 그 완악한 영혼을 깨뜨려 주셔야만 한다. 그래야 예배당문을 열고 들어올 수가 있다.

 

얼마나 답답하셨으면, 예수님께서 이같은 비유를 들려주셨을까? 비유를 말씀하실 때 분위기를 한번 상상해 보라! 장터에서 노는 아이들 틈에서 자기 고집만 세우면서 꽁꽁 얼어붙어 있는 아이!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얼마나 불쌍한지 모른다. 그 영혼을 위해 우리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바로 내가, 나 자신이 바로 그 얼어붙어 있었던 고집스런 아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누구도 정죄하지 말고, 서로를 위해서 기도하자. 기도할 때 놀라운 생명의 역사가 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