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비유설교(9)  소금 비유(눅14:34,35)

소금은 삼투압 작용에 의해 생물체의 수분을 강하게 밖으로 빨아내는 작용이 있다. 배추를 소금으로 절이면 풀이 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소금은 요리할 때 맛 이외에 각종 물리적인 작용을 식품에 미친다. 단백질에 대해서는 농도가 낮을 때에는 용해하도록, 농도가 높을 때에는 응고시키도록 작용한다. 달걀요리에 소금을 쓰면 단단해지며, 두부를 굳게 하는데도 소금물을 쓴다. 생선살코기에 소금을 뿌리면 살이 단단해진다. 소금에는 방부작용이 있지만, 농도를 12% 이상으로 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동물에게 소금은 생리적으로 필요 불가결한 것이다. 인간의 혈액 속에는 0.9%의 염분이 함유되어 있으며, 체액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염분이 결핍되면 단기적인 경우에는 소화액의 분비가 부족하게 되어 식욕감퇴가 일어나고, 장기적인 경우에는 전신 무력 ·권태 ·피로나 정신불안 등이 일어난다. 또 땀을 다량으로 흘려 급격히 소금을 상실하면 현기증, 의식혼탁 등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뚜렷한 기능상실이 일어난다. 소금의 필요량은 노동의 종류, 기후 등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보통 성인에서는 하루 12∼13g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소금의 결핍이 아니라 소금의 과잉이 문제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는 소금을 과다하게 섭취하고 있다. 소금의 과잉섭취는 심장병, 고혈압증의 원인이 된다. 이것은 혈액 속의 염분 농도가 증가하면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많은 수분이 혈액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심장이나 혈관에 무리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진한 소금을 늘 섭취하는 것은 위암(胃癌)의 원인이 된다는 설도 있다. 젓갈류, 장아찌류를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에게서 위암 발병률이 월등히 높게 나타난다. 소금이 아무리 중요한 것이라 해도 적당히 먹어야 한다.

● 인간에게 소금은 생존상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소금을 얻기 위한 노력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루어졌다. 원시시대부터 바닷물을 증발시켜서 채취하거나 해조를 태워서 얻기도 하였다. 유럽에서는 암염에 불을 붓고 소금이 녹은 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었다고 한다. 동양의 문헌에서는 BC27세기에 재상 숙사씨(宿沙氏)가 처음으로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채취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따라서 인류는 오래전부터 소금을 얻기 위해 교역로가 발달했다는 주장도 있다.

로마시대에는 소금이 관리나 군인에게 봉급으로 지불된 일이 있다. 봉급을 뜻하는 영어의 샐러리(salary)는 현물급여(現物給與)를 뜻하는 라틴어 살라리움에서 유래한다. 중국에서는 한때 소금으로 세금을 걷기도 했었다. 고대 그리스 사람은 소금을 주고 노예를 샀으며, 옛날에는 소금을 얻기 위하여 가난한 사람들이 자기 딸을 판 예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소금은 옛날부터 육류의 부패를 방지하고, 인간의 건강과 정력을 유지하는 힘이 있는 것이라 하여 신비적인 의미가 부여되어 청결과 신성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들 때에 시체를 소금물에 담갔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제사 드리는 소제물에 뿌리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토지를 비옥하게 하기 위하여 소금을 비료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소금이 물건의 부패를 방지하고, 물건을 불변으로 하는 힘이 있다고 하여 고대인은 소금을 변함없는 우정 ·성실 ·맹세의 상징으로 생각하였다. 성경의 ‘소금언약’이라는 것이 이런 데서 생긴 것이다. 아랍인은 함께 소금을 먹은 사람을 친구로 여기는 풍속이 있다.

소금은 인간에게 있어서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소금에 관한 여러 가지 전설이나 신앙이 생겼다. 또 소금은 흔히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다고 믿었다. 소금은 사신(邪神)이나 마귀를 쫓는 힘이 있다고 가장 널리 믿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나쁜 것을 쫓는 데 소금을 뿌리는 습관이 있고, 타이에서는 출산 후 매일 소금과 물로 몸을 씻으면 악령으로부터 몸을 지킬 수 있다고 하며, 모로코에서는 어두운 곳을 다닐 때에 소금을 지니고 있으면 유령을 쫓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과 짐승의 먹이로 또 갖가지 예물의 첨가물로 쓰인 소금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 주변에 ‘소금 바다’(염해, 사해)가 있어서 너무나 익숙한 물건이었다. 그들은 하나님께 드리는 모든 예물에 소금을 쳐야 했으므로 ‘하나님의 언약의 소금’이라 했으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신 영원한 복의 언약을 ‘소금 언약’이라 했다. 이리하여 소금은 성경에서 깨끗하게 하고 보존시켜 주는 요소로, 영적으로 썩는 것을 막는 선한 사람의 가르침으로, 인자한 마음으로, 슬기롭고 선한 말의 영향력으로 빗대어 쓰였다. 반대로는 사랑이 식은 황막한 마음의 들녘이나 영원한 멸망의 마무리로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 누가복음 14:34,35 소금이 좋은 것이나 소금도...내어 버리느니라

이 비유는 앞에서 행한 두 비유, 즉 건축자의 비유와 전쟁을 준비하는 임금의 비유를 통해 내린 결론을 뒷받침하기 위해 부가된 부분으로서, 제자의 자기희생 정신을 소금에 비유한 말씀인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소금에 대한 비유의 말씀은 예수께서 자주 언급하신 것으로서, 이는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소금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금이 효과적인 비유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마5:13, 막9:50).

사실 소금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는 데 매우 필요한 것으로서 음식물의 맛을 보존하고 부패를 방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소금이 변질되어 그 본질적인 맛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것을 함부로 땅에 버리면 도리어 땅을 황폐시켜서 땅의 생산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특히 예수님 당시의 유대인들은 사해 근처의 암석에서 채취한 소금을 많이 사용하였는데, 흔히 이 소금에는 석회 물질이 혼합되어 있어서 소금의 맛이 쉽게 변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므로 이 비유는 사람들에게 그 의미를 쉽게 전달하기 위한 예수님의 의도가 전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제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그 본질적인 희생과 충성의 정신을 상실한다면 결국 무익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교훈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소금 비유(마 5:13, 마가 9:49-50, 누가 14:34-35)

그런데 이 간단한 소금 비유가 공관복음서에 모두 나오지만 본문에도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결론 혹은 적용점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세 본문을 비교할 때 우리는 마태와 누가에 나오는 본문이 마가의 것과 상당히 다름을 보게 된다. 아마도 마태와 누가는 마가와는 다른 공통의 자료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마가의 비유 본문은 “소금은 좋은 것이로되 만일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이를 짜게 하리요”이다. 그런데 마태와 누가가 사용했을 공동 자료의 본문은 “소금이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하겠느냐? 아무데도 쓸데없어 밖에 버려질 것이다”란 형태이다. 마가는 소금이 좋은 것이지만 맛을 잃은 다음에는 다시 맛을 낼 수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본문상의 차이 이외에도 적용점에서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마태와 마가는 비유의 적용점을 비교적 분명히 밝히고 있다. 반면에 누가에서는 비유의 적용점이 정확하게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문맥을 통해 그 의미가 드러나고 있다. 세 복음서 기자가 이 짧은 비유를 각각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마태의 경우가 결론이 가장 분명하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이렇게 이 비유는 예수를 따르는 제자들에 대한 경고이다. 그들에게는 이 세상에서 주변의 것을 정화시키고 또 썩지 않게 보존시킬 책임이 주어져 있다. 만약 그들이 이런 일을 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인생의 목적을 그리고 존재의 가치를 상실하는 것이요 하나님으로부터 쓸모없는 존재로 완전히 버림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이 비유의 말씀이 또 다른 비유의 말씀인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와 연결되어 있고 또한 이 두 비유 말씀의 결론으로 “이와 같이 너희 빛을 사람 앞에 비추어 사람들이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는 권면이 주어지고 있는 점으로 보아 마태에게 있어서 짠맛 없는 소금이나 이어 나오는 빛 없는 등불은 모두 선행 없는 기독교인을 가리키는 말일 것이다.

마가도 나름대로 결론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 “너희 속에(또는 너희 가운데) 소금을 두고 서로 화목하라.” 의미가 그렇게 분명한 것은 아니지만 여하간 여기서 “소금”은 기독교 공동체나 또는 기독교인 자체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이 점에서 마태와 다르다) 기독교 공동체나 기독교인이 갖고 있는 또는 가져야 할 어떤 자질을 뜻하며, 이때 이 자질이 “화목, 평화, 화평”과 관련된 것임이 분명하다. 칼스턴에 의하면 유대인들의 경우 “소금”이란 말은 지혜 또는 계약에의 충성 등을 의미하기도 했으나 희랍인들에게 있어서는 “우정이나 환대”를 뜻했고, 그래서 소금은 희랍인들 가운데서 우정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다드도 소금이 우정의 상징으로 절리 사용되었고 그래서 상대방의 소금을 갖고 있음으로써 두 사람 간의 영원한 우정을 나타내던 관례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마가는 “평화” 혹은 “화목”이란 의미 때문에 이 소금의 비유를, 제자들이 서로 누가 높으냐고 다투는 장면에서 시작된 일련의 말씀들을 끝맺기 위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누가의 경우, 소금 비유는 예수를 따르고자 하는 자들에게 주는 희생과 포기의 요구에 관한 일련의 말씀들을 마감하는 결론으로 소개되고 있다. 누가는 소금 비유에 앞서 “누구든지 내게 오는 사람은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나 아내나 자식이나 형제나 자매를 버려야 한다”고 말했고 또 소금 비유 직전에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맥상 짠맛을 잃은 소금은 누가에게 있어서 ;모든 것을 다 포기하라는 요구를 따르지 않는 제자를 의미한다. 결국 누가는 소금의 맛으로 희생과 헌신을 뜻하고 있는 것이다. 마태가 소금으로서 기독교인의 대외적 자질 즉 세상 안에서의 영향력을 의미했다면, 누가는 기독교인의 대내적 자질, 곧 참된 기독교인의 자기희생적 덕성을 의미하는 셈이다.

이렇게 세 복음서 기자들이 이 소금 비유를 가지고 각각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서 그들이 예수께서 말씀하셨던 소금 비유의 본래 교훈을 그대로 전하지 않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소금 비유가 예수의 삶의 자리에서는 본래 어떤 교훈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이 비유를 현재의 문맥들로부터 빼어내어 본래의 말씀대로 읽는다면 아마도 그 의미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인간에게 가치있는, 그리고 인간 생명에 필수적인 것이 있는데, 그것이 만약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 주는 유일한 요소를 상실해 버린다면, 그것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런데 예수의 삶의 자리에서 예수께서 보시기에 아주 값진 요소를 상실해 버린 가장 좋은 본보기는 무엇이었을까? 분명히 예수는 그의 시대의 유대교 상황에서 그와 같은 비극을 보셨다. 우리는 이 비유의 소금이 유대 백성 자신들을 의미하는 것인지 또는 그들의 종교를 뜻하는 것인지 물어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 비유의 비교점은 단지 좋고 필요한 것이 망쳐지고 쓸모없이 낭비되는 슬픈 사실이다.

이렇게 생각할 때 이 비유는 예수의 다른 말씀들과도 일치하게 된다. 이 비유는 예수 당시의 상황에 대한 통렬한 비판인 셈이다. 이 비유는 본래 제자들에게 준 권면의 말씀이 아니라 이스라엘에 준 경고라고 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인류의 소금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짠맛이 유대교로부터 사라져 버렸다는 경고이다. 여기서도 우리는 예수가 본래 유대 백성에게 준 비유가 복음서 기자들에 의해 각기 다른 목적으로 제자들에게 주는 비유로 전용된 본보기를 보게 되는 것이다.

● 소금은 본디 땅에 떨어진 빗물이 흙을 녹여서 가지고 한 몸되어 바다로 흘러들어 갈 때 중요한 성분으로 그 속에 있다가 물과 흙을 하나로 용해시켜 준다. 소금은 녹여서 하나이게 하고 용해시키는 역할을 하면서도 그 성분끼리 모이면 응고되어 버리는 설질이 있다. 소금은 물에 녹아 맛을 낸다. 제 아무리 기름진 음식이라도 소금이 없으면 맛이 없다. 물과 기름은 서로 용해되지 않으나 소금이 있어서 비로소 둘을 하나로 융합시켜 주고 유합되어 하나 될 때 맛이 나게 되는 것이다. 음식에 소금을 쳐 맛을 내는 것은 음식의 내용물을 녹여 우리의 체액과 융합시키고자 함이다.

그러나 소금이 음식에 녹아 체내에 들어오면 반드시 갈증을 일으킨다. 이 때 갈증은 진리의 결핍을 나타낸다. 소금이 과도하면 생명은 중단된다. 그래서 빼앗은 이방의 성읍이 재건되지 못하도록 짓밟고 그 위에 소금을 뿌렸던 것이다. 또 인색한 사람을 짜다하고, 소금이 너무 많은 소금 바다는 아무 생물도 살 수 없기 때문에 죽음 바다라 한다. 실제로 소금을 뿌리면 식물이나 동물이나 죽어 버리기 마련이다.

소금은 녹여서 하나 되게 하는 역할을 하면서, 또한 그 성분끼리 모이면 응고되어 버리는 성질이 있다. 소금의 이러한 특징은 선과 진리에 적용된다.

이웃과 진리를 나누어 선을 이루고 사는 믿음은 이생의 맛을 내고 생기를 주는 소금이다. 그리스도인을 세상의 소금이라 하는 까닭이 이것이다. 소금은 모든 것을 녹여서 하나 되게 하여 맛을 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맛을 잃은 소금은 탐욕과 자기 사랑 때문에 이웃과 사랑으로 하나이기를 거부하는 거짓되고 외곬으로 썩은 믿음의 표상이다. 생명체는 소금이 없어도 죽고 너무 많아도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