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비유설교(5)  탕자의 비유(눅15:11-32)

한편 맏아들은 밭에서 일하고 돌아오다가, 자신의 망나니같은 동생을 위해 부친이 이같이 잔치를 베풀었다는 소식을 듣고, 노하여 집안에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 그러자, 그 부친이 직접 나와서 권면하는데, 맏아들은 그 부친의 처사에 대해 항의하게 된다. 이에 그 부친은 다시한번 맏아들을 권면하며, 돌아온 동생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가를 깨우쳐준다.

● 이상의 탕자 이야기는 그동안 여러 신학자들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된 비유이다. 그런데 이 비유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비유의 명칭부터 바로 이해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이 비유는 ‘탕자의 비유’라고 불려졌는데, 이것은 분명히 16세기 영어성경들의 난외에 붙여진 명칭이며 라틴어 벌게이트 성경에 붙여진 같은 명칭을 번역해서 옮겨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에 가까운 다른 명칭은 전통적인 독일어 명칭인 ‘잃은 아들의 비유’이다. 그러나 이 비유가 ‘탕자’ 혹은 ‘잃은 아들’만을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명칭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이 비유에는 25절에서 32절에 이르는 ‘큰 아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오히려 그 부분이 더 중요할 수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커는 이 비유의 초점을 오히려 큰 아들에게로 돌리면서 이 비유를 ‘기뻐하지 않는 형제의 비유’라고 부른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누가복음에 기록된 대로 보자면 예수의 이야기는 잘못 집을 떠났던 아들에 대해 말하고 잇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비록 몸은 집에 머물러 있었지만 아버지의 사랑을 오해하여 마음을 잃어버렸던 큰 아들의 방황에 대해 말하고 있다.' 따라서 이 비유에서는 둘째 아들만이 탕자였던 것이 아니라 큰 아들도 실제로는 또 다른 의미의 탕자였으며, 모든 이중적 형태의 비유들에서 늘 강조점이 뒷부분에 있기 때문에 이 비유의 경우에도 오히려 강조점은 큰 아들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이 비유의 핵심이 ’탕자를 대하는 아버지와 큰 아들의 태도를 대조‘하는 데 있다면 이 비유를 탕자의 비유, 혹은 잃은 아들의 비유라고 부르면서 관심을 둘째 아들에게만 집중시키는 것은 오히려 비유의 강조점을 흐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예수가 이 비유를 말씀하신 동기나 목적이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의 적대적인 질문을 받고(15:2) 그들을 비유의 큰아들과 같은 사람들로 공격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 비유의 강조점과 핵심이 큰 아들 편에 있다고 말할 수있으며 따라서 ’기뻐하지 않는 형제의 비유‘란 명칭도 나름대로의 타당성을 갖게 된다.

- 두 아들의 비유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15:11). 작은 아들만 탕자가 아니라 큰 아들도 탕자인데 그것은 그가 비록 아버지와 육체적으로 함께 있었고 결코 집을 떠난 일이 없었지만 아버지의 생활 방법과 조화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않고(29)_ 동생을 동생이라고 보지도 않고 ‘당신의 이 아들’이라고만 부르고 있다. 그의 몸은 집에 머물렀지만 그의 마음은 아버지로부터 떠나 있는 또 다른 탕자였다. 따라서 ‘두 잃어버린 아들의 비유’ ‘두 탕자의 비유’라고 부를 수도 있다.

-예레미야스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비유’

관심의 초점을 오히려 아버지에게로 돌리고 있다. 그는 이 비유의 핵심은 돌아오는 아들이 아니라 아버지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이 비유는 어떤 사람에게 두 아들이 있었다로 시작되는데, 두 아들을 가진 어떤 사람 곧 아버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슈바이처에 의하면

이 비유는 아버지에게서 시작해서 아버지로 끝나고 있고 아버지만이 두 부분을 통합시키고 있다. 더구나 이 비유와 연결되어 편집되어 있는 잃은 양과 잃은 은전 비유에서도 양과 은전을 잃어버린 주체가 각각 목자와 여인이었던 것처럼 이 비유에서는 아들을 잃어버린 아버지가 비유의 주체이기 때문에 마땅히 관심의 초점은 아버지에게로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할 경우 이 비유의 마지막 교훈도 결국은 ‘이와 같이 하나님은 잃은 아들이 돌아옴을 기뻐하여 잔치를 베푼 아버지처럼 자비롭고 은혜로운며 긍휼로 가득차고 사랑으로 넘치는 분이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비유 명칭이 가장 적절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 비유를 어디에 강조점을 두고 이해하고 해석하느냐 하는 문제와 관련이 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은 이 비유의 명칭을 뭐라고 붙이고 싶은가?

● 일반적으로 탕자의 비유에 대한 설교나 교훈은, 작은 아들이 탕자였던 것 같이 맏아들도 아버지의 곁에 있으면서 마음은 아버지를 떠난 또 다른 탕자의 모습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이 비유는 아버지는 하나님을 가리키고, 맏아들은 유대의 종교지도자들 및 유대인들, 작은 아들은 세리와 죄인들, 이방인들을 가리키는데, 하나님의 사랑은 이 모든 대상에게 동일하게 임하신다고 가르친다.

좀 더 정확히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그 구조를 살펴보자. 이미 앞에서 우리는 이 비유가 앞에서는(11-24절) 탕자에, 그리고 뒤에서는(25-32절) 맏아들에게로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두 부분에서 모두 이야기가 아들에 대한 관심에 이어 아버지의 태도에 대한 과심이 나오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것이 구체적으로 비유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비유의 전반부에서 먼저 탕자의 부정적 모습이 강조되고 있다. 첫째로, 둘째 아들은 자기 아버지가 죽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물론 율법에서도 아버지가 살아 있는 동안 자녀가 유산의 얼마를 분배받을 수 있게 되어 있지만, 그러나 아들이 아버지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 것은 오직 아버지가 죽은 이후이다. 그런데도 탕자는 아버지의 생전에 아버지의 상당한 재산을 처분했다. 둘째로, 탕자는 필요한 경우 아버지를 돌보아 주어야 할 수단이 되는 재물을 없애 버렸다. 그는 부모를 공경해야 한다는 율법을 범한 것이고 그 자신도 그 점을 알고 있었다(“하늘과 아버지께 죄를 얻었사오니” 18절과 21절). 세째, 탕자는 궁핍하게 되었을 때 유대인 공동체를 찾아 도움을 처한 것이 아니라 이방인 공동체를 찾아 배를 채우고자 했다. 더구나 그는 유대인들이 보기에는 부정한 방법으로 (돼지를 치는) 연명을 했다. 그는 글자 그대로 부정한 자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탕자의 이런 부정적 모습에 이어 아버지의 긍정적 모습이 강조되고 있다. 첫째, 아버지는 탕자의 요구를 거절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오히려 그는 그 요구를 들어주었다. 둘째, 아버지는 기대 이상으로 탕자를 환대하고 있다. 품위나 체면도 생각하지 않고 달려가 포옹하고 입맞추었으며, 좋은 옷, 반지, 신발을 주어 아들의 명예를 회복히켰고, 기쁨에 넘쳐 잔치를 베풀기까지 했다.

비유의 후반부에서도 탕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먼저는 맏아들의 부정적 모습이 강조되고 있다. 첫째, 그는 아버지에게 말하자면 아버지란 호칭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아버지를 모욕했다(29). 둘째, 그는 아버지의 편애를 비난했다. 셋째, 그는 친구들을 “내 벗”이라고 말하면서도 자기 동생을 가리켜 “당신의 이 아들”(30)이라고 말함으로써 마치 자기가 이 집 식구가 아닌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 네째, 만일 집에 남은 재물이 모두 큰 아들에게 속한 것이라고, 그리고 만일 그가 그것을 자기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는 것을 불평했다면, 그도 역시 아버지가 죽어 없어지기를 바라고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비록 그가 육체적으로는 아버지의 명을 지켰지만 영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아버지의 명을 따르지 않은 자였다.

그런데 맏아들의 이런 부정적 모습에 이어서 아버지의 긍정적 모습이 또한 강조되고 있다. 맏아들의 불평과 분노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그에게로 “나가서”(28), “아들”이라고 부르면서(31) “내 것이 다 네 것이로되 이 네 동생은 죽었다가 살았으며 내가 잃었다가 얻었기로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한다. 바로 이 점에서 이 비유는 앞에 나온 두 비유와 같은 교훈을 전하고 있다. 앞의 두 비유가 각각 “이와 같이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늘에서는 회개할 것이 없는 의인 아흔 아홉을 인하여 기뻐하는 것보다 더하리라”, “이와 같이 죄인 하나가 회개하면 하나님의 사자들 앞에 기쁨이 되느니라”란 말로 끝나고, 이어서 이 비유가 “이 네 동생은 죽었다가 살았으며 내가 잃었다가 얻었기로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아버지의 말로 끝나는 것으로 보아 분명히 이 비유는 죄인의 회개, 잃은 아들의 귀기를 기뻐하는 ‘은혜로운 아버지의 비유’라고 보아야 한다. 비유의 두 부분에서 아버지가 똑같이 핵심적인 인물, 그리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 점에서도 더욱 그러하다.

이 비유를 소개하는 누가의 의도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가 이 비유를 어떤 문맥 가운데서 소개하고 있는지, 즉 어떤 교훈들과 연결시켜 이 비유를 편집했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누가는 15-16장에서 5개의 비유를 연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소위 탕자 비유는 그 5개의 비유 중 한복판에서 소개되고 있으면서 앞의 두 비유들(잃은 양과 잃은 은전 비유)과도 밀접히 연결되고 있으며 동시에 뒤의 두 비유들(불의한 청지기 비유, 부자와 거지 나사로 비유)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15장의 세 비유는 확실히 누가에 의해 같은 주제와 같은 메시지를 갖는 것으로 편집된 것이 분명하며, 이런 각도에서 본다면 이 탕자 비유는 분명히 잃은 양, 잃은 은전 비유들과연결된 ‘잃은 아들의 비유’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편집 문맥에서 드러나는 누가의 의도는 결국 하나님은 죄인의 회개를 기뻐하시는 분이란 복음적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한편으로 누가는 이 탕자 비유를 뒤에 나오는 16장의 두 비유와 밀접히 연관시켜 편집하였다. 이 연결이 누가의 의도적인 편집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은 다음과 같은 점들에서 분명해진다. 1)이 세 비유는 모두 ‘어떤 사람’에 대한 언급에서 시작되고 있다. 특히 잃은 양 비유의 어떤 사람과는 달리 뒤의 세 비유는 단어 표현의 순서에서도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2)재물을 허비한다는 뜻을 가진 희랍어가 신약성경 전체를 통해 오직 15:13과 16:2에서만 나오는데 누가는 분명히 이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탕자 비유와 불의한 청지기 비유를 연결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누가가 뒤의 세 비유를 연결 편집한 의도는 분명히 재물 사용에 대한 그의 관심을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탕자는 재물을 허비했으나 불의한 청지기는 재물을 적절히 사용했고, 부자는 재물을 선한 일을 위해 전혀 사용하지도 않은 것으로 제시되고 있다. 재물의 적절한 사용을 가르치는 16장의 두 비유를 위한 서론으로 탕자 비유가 이용된 것이라고 보야야 할 것이다. 결국 누가는 15-16장에 편집된 5개의 비유 한가운데 탕자 비유를 편집해 넣음으로써 앞의 두 비유와 함께 탕자 비유를 죄인에 대한 복음을 선포하고 옹호하는 비유로, 그리고 동시에 뒤의 두 비유와 함께 탕자를 부정적 모델로 이용하여 재물의 적절한 사용을 가르치는 비유의 서론으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누구인가? 교회에 출석하고 있으나 마음은 떠나 있는 또 다른 탕자는 아닌가?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기다리신다.

나는 나의 기회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