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비유설교(6) 겨자씨 비유(막4:30-34)
물론 이것은 예수께서 모든 교훈을 비유로 가르치고 다른 방법으로는 전혀 가르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예수는 대부분의 경우, 구약 말씀에 입각하여 평소 대화하듯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가르치시고 깨우치셨다.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해라. 하나님께 제물을 드리기 전에 먼저 이웃과 화해해라. 누가 억지로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까지 동행해 주어라. 높아지고자 하는 자는 낮아질 것이요 낮아지는 자는 높아질 것이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돌리라. 딸아 일어나거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다만, 하나님 나라의 진리와 같이 사람들이 잘 이해하기 어려운 영적인 진리를 가르치거나, 바리새인 서기관들이 책잡기 위해서 시험할 때라든가, 꼭 기억해야할 어떤 교훈을 강조해서 깨우치시고자 할 때, 비유를 많이 사용하셨다.
● 오늘 읽은 본문의 겨자씨 비유는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가르치시기 위해 들려주신 여러 비유들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왜 겨자씨를 이용하여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셨을까?
겨자는 4~6월경 노란 십자꽃이 피는 십자화과에 속하는 1~2년생 풀이다. 원래는 서아시아의 야생초였는데, 씨에서 나는 기름의 효율성 때문에 널리 재배되게 되었다. 겨자의 씨는 피부에 바르면 물집이 생기고 위에 닿으면 강한 자극을 일으켜 쓰라릴 정도로 맵다. 그래서 이 매운 맛 때문에 양념과 약재로 쓰이고 잎과 줄기는 가축의 사료로 쓰였다. 한방에서 겨자는 기를 통하게 하고 눈, 귀를 밝게 하며 안면의 풍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겨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그 씨가 매우 작다는 것이다. 얼마나 작으냐 하면, 비록 손바닥에 놓아준다 할지라도 일반인들이 육안으로는 겨자씨 한 알을 쉽게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 아주 가르다란 볼펜으로 콕 찍어놓은 점보다 더 작은 것이 겨자씨이다. 무게 1g은 물 1cc인데, 눈물 두세방울이면 1g, 1cc이다. 그런데 겨자씨가 얼마나 작으냐 하면, 겨자씨 몇 개를 모아야 1g이 될 것 같은가? 겨자씨 725-760개의 씨앗이 겨우 1g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겨자씨가 얼마나 생장력이 좋은지 다 자라면 높이 3-4m(최고7m)까지 자라서 마치 나무처럼 무성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 그 그늘에 새들이 깃들이게 된다. 이같은 겨자씨의 특성을 제자들을 비롯해서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가르치시면서, 하나님 나라 역시 겨자씨처럼 처음에는 미약하고 보잘 것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겨자씨 한 알이 자라서 무성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새들이 혜택을 입기 위하여 모여드는 것처럼, 앞으로 하나님 나라도 크게 성장할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입기 위하여 모여 들게 될 것임을 깨우치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겨자씨의 성장 과정을 하나님 나라의 성장 과정에 대한 비유로 사용하셨던 것이다.
●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통해 가르치시고자 했던 교훈에 대해 좀더 살펴보면,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말씀하실 당시의 상황을 살펴볼 때, 예수의 활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혹의 눈을 갖고 바라보던 상황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비록 예수님이 존경받는 젊은 선지자이고 하나님의 나라에 대해 귀가 확 뚫리는 교훈을 가르치기는 하지만, 갈릴리 출신의, 쉽게 말해 출신성분도 그렇고 평판도 별로 좋지 않은 가련한 제자 무리들이 과연 하나님의 화려한 구원 공동체일 수 있단 말인가?
이에 대해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그렇다 바로 이들이다. 작은 겨자씨에서 큰 가지가, 작은 누룩에서 큰 반죽덩이가 생겨나는 것 같이, 참으로 확실하게 하나님의 이적은 나의 작은 제자 무리들로 하여금 구원의 때에 모든 민족을 다 포용하는 큰 세계적인 하나님의 백성이 될 것이다."
주께서 이같은 겨자씨를 믿음, 또는 천국의 표상으로 빗대신 것은 씨앗의 크기와 그 성장한 뒤의 크기를 대비하여 믿음의 중요한 의미를 강조하시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겨자씨는 가장 작은 빋음, 비록 그지없이 작으나 천국의 시작이 되는 믿음을 상징한다. 지혜로 숨쉬는 생명이 그 믿음의 핵이다.
겨자씨 한 알은 우리가 영적으로 변화되기 전 한걸음 내어 디딘 선한 결단이다. 그것은 아직 믿음의 온전한 형상을 갖추지는 못했어도 우리가 우리 힘으로 소유한 가장 작은 신념의 씨앗이다. 그것은 온전히 선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한 것을 갈망하는 소망이 그 안에 응어리져 있다. 그러기 때문에 처음에는 믿음의 지식이나 천국의 지혜에 대비시켜서 표현할 때 가장 작고 보잘 것 없는 씨앗이다. 이 때 우리는 아직 자손과 자력에 의지하고 있는 것이다.
야고보와 요한이 하늘로부터 불벼락이 내리기를 바라고 하늘 보좌에 앉으시는 주의 좌우에 앉기를 원했을 때, 그들의 믿음 또한 자존에 의지하여 자기 자신을 크게 자랑하고 있었다. 그들의 믿음은 열망과 충동의 겨자씨였다. 그러나 그들이 동료들을 얼떨떨하게 하고 화가 나게 하기는 했어도 그들의 믿음은 순수했고 하나님의 의만을 바라고 있었다. 믿음의 시작은 그런 것이다.
처음에는 자존과 독단의 덩어리로서 보잘 것 없고 그 생각이 순수해도 자기중심적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여, 어설프고 실수하고 부닥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소망이 선하고 인자한 주의 말씀에 잇닿고 있어서 날마다 성장을 거듭하여 무수한 깨달음, 고귀한 생각, 그윽한 지혜의 새들이 머무는 큰 소나무로 일어서는 날이 온다.
실로 예수님과 함께 시작된 하나님 나라는 계속 확장되고 있었으며 성장되고 있었다. 따라서 때가 되면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 나라들의 모든 영광을 능가하는 위대하고 왕성한 모습으로 출현할 것이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이러한 사실을 강조하신 것은 하나님 나라의 본질적인 속성을 사람들에게 가르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하여 그들에게 현실을 극복하도록 용기를 주며 희망과 기쁨 가운데 살게 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중의 새’들은 구약 성경 겔31:6, 단4:12 등에서 앗수르, 바벨론 등의 대제국의 도움을 받기 위하여 모여드는 수많은 민족들과 국가들을 가리켰다. 따라서 본 어구는 하나님 나라가 앗수르, 바벨론 등의 인간이 세운 대제국을 능가하는 위대한 영광과 영화를 우리는 나라로 출현할 것을 묘사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그러한 모습으로 출현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도움과 안식을 얻기 위하여 몰려 들 것을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본절의 ‘공중의 새’는 하나님 나라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을 다시한번 돌아보자. 우리의 믿음은 어떤 믿음인가? 겨자씨만한 믿음만 있어도 산을 옮기리라고 말씀하셨는데, 자신의 믿음의 분량을 솔직한 심정으로 달아보고,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위대한 믿음의 역사를 체험하며 사는 동산교회 교우들이 다 되시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