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비유설교(7)  값진 진주 비유(마13:44-46) 

● 먼저 ‘밭에 감추인 보화’ 비유를 살펴보자.

옛날에는 오늘날과 같이 자기 재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금융기관이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재물을 땅 속에 묻어 두곤 했다. 특히 재물이 많은 경우, 보화를 땅 속에 묻어둠으로써 도적으로부터 그리고 빼앗는 자로부터 그 보화를 보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유자가 아무런 유언도 없이 급작스레 죽거나 죽임을 당하거나, 또 포로가 되어잡혀가면, 그의 보화는 수세기 동안 땅 속에 그냥 묻혀 있게 되고, 오랜 세월 후 우연히 그 보화는 다른 사람에 의해 발견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어떤 집을 사가지고 들어갔는데, 그 집 구들장 밑에서 값진 보화가 나왔니, 벽 안에서 돈다발이 나왔니 하는 소문들이 있었다. 그러나 본문의 경우처럼 밭에서 보물을 발견한다는 것은 일생에 단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따라서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사람처럼, 남의 밭을 경작하며 어렵게 살다가, 우연히 감추인 보화를 발견하게 되었을 경우, 그 기쁨은 말로 다할 수 없이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발견한 그 보화로 인해, 이제는 비굴하게 살지 않아도 되고, 배곯지 않아도 되며,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천국의 비밀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이제는 온 세상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자녀로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어떤 상황 아래서도 담대하고 자신감 넘치게, 그러면서도 여유와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진정한 자유인으로서 살아가게 되는 것과 동일한 것이다.

그런데 이 비유와 관련해서 제기될 수 있는 두 가지 질문이 있는데, 감추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의 행동에 대한 것으로, 첫째는 그의 행동이 합법적이냐 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의 행동이 도덕적이냐 하는 것이다.

당시 랍비 문헌에 의하면 일꾼이 밭에서 일하다가 보물을 발견하면 그 보물은 당연히 그 밭 주인의 소유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비유의 주인공은 보화를 발견하고는 다시 그것을 덮어놓고 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사서 자기 소유로 만든 뒤에, 그 보화를 캐내어 자기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은 합법적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그의 행동이 합법적이기는 했더라도 비도덕적이었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분명히 보화를 소유하기 위해 취했던 이 사람의 행동이 황금률에는 훨씬 못 미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께서 여기서 교훈하고자 한 것은 법이나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다. 예수께서는 다만 이 보화가 진정으로 귀한 것이기에 그것을 발견하고 그 사람이 기뻐했고, 결국 그 보화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모든 소유를 팔아서 그것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한편, 본문에서 우리가 주목해 보아야 할 부분은, 그 농부가 처신하는 방법이다.

돌아가서...다 팔아...샀느니라. 여기 제시된 세 동사의 시제는 모두 현재형으로서 보화를 발견한 사람의 즉각적이고도 단호한 행동의 일면을 시사하고 있다. 이는 절대적 가치 앞에 상대적 가치를 단호히 거부할 줄 아는 용기 있는 진리 추구자의 모습이다. 성경에서 무엇인가를 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돈 없이, 값없이 사는 것이며(사55:1, 계21:6), 둘째는 본문에서처럼 모든 소유를 다 투자하여 사는 것인데, 이는 얻고자 하는 것에 비하여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무익하거나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마 19:21, 22절에 나오는 부자청년은 보물이 무엇임을(온전하여 지는 것) 알고 그 보물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으면서도, 이미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가치들을 포기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가장 가치 있는 것을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보화를 발견한 사람이 자기의 모든 것을 팔아 그 밭을 사므로 보화를 얻었다는 점이다. 만일 보화를 발견한 자가 그 보화를 그대로 숨겨 두었다면 주인이나 다른 사람이 그 보화를 발견하여 그들의 것으로 삼았을 것이며, 맨처음 보화를 발견한 자는 아무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이것은 결국 그리스도의 복음을 발견한 자는 그리스도를 위하여 전적으로 헌신하고 투자할 때 비로소 큰 영적인 축복을 차지하게 된다는 것을 교훈해 준다.

● 다음으로 ‘값진 진주’ 비유에 대해 살펴보자.

진주는 그 생성과정의 교훈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아온 보석이다. 어떻게 진주가 만들어지는지 11세기경부터 학자들에 의해 여러 설이 발표되었다. 그러다가 조개 속에 이물질이 침입하면, 예를 들어 모래알갱이 같은 것, 그 자극으로 이상분비가 생기고, 이 분비물이 이물질을 둘러싸게 되어 진주가 형성된다는 주장이 17세기 초에 나왔다. 우리들 대부분은 이 17세기의 설명을 감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진주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이 100년 전에 이미 밝혀졌다. 조개껍데기 내부의 진주층을 만드는 외투막의 상피세포에서 진주주머니라는 것이 만들어져서 조갯살 안으로 점점 커지면서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상피세포에 인공핵을 삽입하여 자동적으로 진주주머니가 형성되게 해 양식진주를 만들고 있다. 물론 이같이 이론적으로 밝히기 전에 이미 중국에서는 11세기경부터 진주양식이 행해졌다고 하며 유럽의 경우는 18세기부터 시작되었다. 하여튼 진주는 모래 알갱이 같은데 조개 분비물이 굳어서 된 돌이 아니라 엄밀히 말해 산호와 같이 조개 몸 속에서 자라난 동물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다.

요즘은 인조 양식조개가 워낙 많이 양산되기 때문에 진주가 흔해졌지만, 진주는 15세기에 다이아몬드의 연마법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보석으로서 제일 소중히 여겨졌다. 뿐만 아니라, 진주는 다른 보석보다 따뜻하고 보드랍고 은근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데다, 조개가 자기 몸을 소멸시키는 아픔과 인내가 승화되어 응어리져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성경에서는 진주를 보석 중에서도 가장 귀한 보석으로 취급하고 있는데, 주로 믿음의 지혜를 상징하고 있으며, 거짓과 악을 대항하여 자기 자신의 세속적인 욕구와 소유를 희생시켜 나가는 자의 마음을 상징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거룩한 도성 새예루살렘성은 열 두 문이 있는데 그 문들이 하나의 진주로 된 ‘진주문’이라고 요한계시록은 기록하고 있다.(계21:1) 마7:6에 보면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너희 진주를 돼지 앞에 던지지 말라 저희가 그것을 발로 밟고 돌이켜 너희를 찢어 상할까 염려하라’고 기록했다. 여기서 진주는 거룩한 것, 곧 천국복음을 상징하고 있다.

● 13:45 좋은 진주. 진주는 그 당시 페르시아만과 인도양 등지에서 채취한 것이 가장 고가품으로 여겨졌다. 그 당시만 해도 부자가 아니고서는 이 지역들에서 ‘진주’를 구입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흔히 성경에서는 이 ‘진주’를 고결한 것을 상징하는 물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그런데 본문에 언급된 장사는 바로 이러한 ‘좋은 진주’를 구하고 있었다. 즉 그는 결코 흠이나 티가 있거나, 모양이 좋지 않은 저가품을 구한 것이 아니라 매우 값나가는 진주에만 관심이 있었다.

한편 성경에서는 흔히 진주가 고결한 것을 나타내는 물건으로 상징되었는데 여기서는 ‘진리’를 비유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장사(엠포로스). 여행을 뜻하는 말인 ‘포로스’에서 나온 말로, 주로 이곳 저곳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장사를 하는 부유한 도매상인을 가리킨다. 밭에서 우연히 보물을 발견한 평범한 농부와는 달리 진주 장사를 하는 사람으로서 전문적인 안목을 갖고 진주가 나올만한 곳을 찾아 다닌다고 하는 점에서 인생의 허망한 것을 좇지 않고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진리가 무엇이며, 어떻게 찾아 얻을 수 있는가에 유념치 않고 그냥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돠는 달리 애써서 최고의 가치를 지닌 진리를 찾아 다니는 구도자이다.

13:46 극히 값진 진주 하나. 여기서 ‘극히 값진’에 해당하는 ‘폴뤼티몬’은 45절의 ‘좋은’을 뜻하는 ‘칼루스’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값나가는 것을 나타낸다. 실로 그 상인은 자신이 목적하고 소망했던 것보다 더 좋은 진주를 만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리를 위해 자신의 전 의지를 불사르는 자에게 내리시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더불어 본문에서 ‘하나’(헤나)란 여럿 중의 하나란 말이 아니라 오직 하나라는 의미로서 그 진주의 희귀성을 더욱 강조해 주고 있다. 한편 하나님과 죄된 인간의 단절된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한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향한 대속의 피값은 크고 귀한 것이라고 하는 의미에서 여기서 ‘극히 값진 진주’와 비교될 수 있다.

다 팔아. ‘다’라는 말이 본 절의 핵심이 된다. 즉 이 부자 도매상인은 상당한 재산가이긴 하나 이 좋은 진주 하나를 위해 그의 전 재산을 ‘다’ 팔아 이것을 샀다. 이와 같이 그리스도는 우리의 전 인생과 모든 것을 팔고라도 사야 할 크고 귀중한 것이다.

● 보화와 진주 비유에는 적어도 두 개의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두 비유에서 각기 값진 물건(보화와 진주)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두 비유에서 주인공들이 그 값진 물건을 획득하기 위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팔아버렸다는 점이다. 먼저 보화 비유에서는 주인공이 ‘보화’를 발견하여 크게 기뻐하며 보화가 묻힌 밭을 사기 위해 소유를 다 팔아버린다. 그리고 진주 비유에서도 ‘극히 값진 진주’를 만나 소유를 다 팔아 그것을 구입한다. 두 비유에서는 ‘가치’ 있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두 비유가 각각 결론 구절로써 “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샀느니라(44절).”, “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진주를 샀느니라(46절).”고 거의 똑같은 문구를 후렴처럼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마태의 비유 요점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밭에서 보화를 발견한 사람이 그리고 극히 값진 진주를 발견한 상인이 각각 보화가 감추어진 밭과 진주를 획득하기 위해 그들의 소유를 전부 팔아 버림으로써 대처했듯이, 제자들도 하나님 나라의 현실에 직면하여 하나님의 뜻을 철저히 지키는 데 자신을 헌신하심으로써 대처해야 한다.

● 여러분에게 가장 귀한 진주는 무엇인가? 여러분의 모든 것을 다 희생하더라도 반드시 얻어야만 하는 보화는 무엇인가? 우리 인생의 다양한 구성 요소 가운데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순위의 문제가 여러분에게 잘 정립되어 있는가?

우선순위의 문제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을 경우, 많은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된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우선순위. 학교에서 요구하는 우선순위. 교회나 성경이 요구하는 우선순위. 가정에서 요구하는 우선순위. 친구들간, 일가친척, 군출신(해병대), 취미생활......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는 가치관의 문제요 인생관의 문제다. 여러분이 생명이라는 가장 귀한 값을 주고 얻는 진주가 형편없는 양식진주나 모조진주가 아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