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비유로 말씀하셨나(마13:10-17)

● 예수께서는 많은 교훈을 비유로 말씀하셨고, 또 창세로부터 감추인 비밀들을 비유를 통해 사람들에게 드러내셨다. 따라서 성경의 비유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사실 구약이나 다른 성경에도 여러 비유가 있으나, 예수님은 천국복음을 비유를 통해 제자들에게 많이 가르치셨고, 또 이 비유를 제대로 깨달아야 천국의 비밀을 깨우칠 수 있기 때문에, 오늘부터 복음서에 나타난 비유를 중심으로 성경에 나타난 비유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 먼저 ‘비유’가 무엇인가부터 알아야 하겠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나 ‘탕자의 비유’ 같은 것은 어떤 교훈을 주기 위해 간단한 이야기 형식으로 말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씨 뿌리는 비유’나 ‘겨자씨 비유’ 같은 것은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어떤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보여진다. 뿐만 아니라 ‘너희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라(마10:16)’ 같은 것은 간단한 격언처럼 보여진다.

이처럼 비유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데, 이 가운데 어떤 것이 비유인가? 간단한 이야기 형식을 가진 것만이 비유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다 비유라 할 수 있는가?

신약성경에 나오는 ‘비유’의 원어인 헬라어 ‘파라볼레’(parabole)는 ‘곁에’, ‘옆에’라는 뜻의 전치사 ‘파라’(para-)와 ‘던지다’, ‘두다’라는 뜻의 동사 ‘발로’(balo)가 합성된 단어로서 문자적으로는 ‘옆에 나란히 두다’라는 뜻이 된다. 이로 볼 때 ‘비유’란 두개의 유사성을 가진 사물 또는 사건을 병렬시켜 대조함으로써 거기에 담긴 원리 또는 교훈을 은연중에 쉽고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즉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추상적 교훈이나 원리 또는 정보를 일상생활의 낯익은 어떤 상황이나 사물, 혹은 자연 현상들을 들어 이야기함으로써 그 뜻을 좀 더 쉽고도 인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비유이다.

예를 들면, ‘진정한 이웃이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대해 예수께서는 ‘진정한 이웃’이란 ‘이렇게 행동하고 저렇게 행동하는 사람이다’라고 설명하기보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들려 주셨는데, 예수님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통해,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보다 실감나게 ‘진정한 이웃’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신약성경이 헬라어로 기록되긴 했으나, 예수님의 비유는 본래 아람어로 말씀된 것이다. 따라서 예수가 사용했던 비유란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히브리어 혹은 아람어의 해당어 즉 ‘마샬’(mashal)의 의미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구약성경에서 히브리어 ‘마샬’은 상당히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잠언, 격언, 속담, 수수께끼, 이야기, 알레고리(풍유) 등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신약성경에서도 구약과 마찬가지로 잠언, 격언을 가리키고 있으며, 직유, 은유, 풍유, 상징적인 말, 우화 등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로 볼 때, 성경의 수많은 교훈들이 비유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의 비유 가운데는, ‘비유’란 명칭이 분명하게 붙어 있는 비유들이 있는가 하면(복음서에서 나오는 수많은 비유들 중에서 ‘비유’란 명칭이 붙어서 제시되고 있는 것은 단지 30개뿐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예수의 비유를 30개만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비유’라고 명명되지는 않았으나 분명히 ‘비유’인 이야기들이 또한 많기 때문이다.), ‘비유’란 용어가 사용되지 않았어도 비유임에 틀림없는 이야기들(17개의 이야기)과 그밖에 비유로 생각될 수 있는 말씀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성경의 모든 비유법을 살펴보기는 어렵고, 앞으로 우리는 예수님의 비유 중에서도 특히 이야기 형식의 비유에 집중하고자 한다. 예수님은 자주 비유의 형식으로 당신의 메시지를 전파하셨다. 때로는 제자들에게 당신의 교훈을 쉽고도 깊이 이해하도록 또 때로는 살기등등한 눈으로 예수님의 말 한마디 한 마디를 곡해하려는 유대 지도자들 앞에서 전리 자체를 분명히 전달하시되 말꼬리를 잡고 곡해할 여지를 주시지 않기 위해서 비유를 자주 사용하셨다.

● 그러면 왜 예수님께서는 이처럼 비유를 통해 교훈하셨을까?

비유의 목적은 잠자는 양심을 자극하여 깨우며 마음속의 종교적 눈을 열어 주자는데 있다. 비유란 실로 하늘의 뜻을 지닌 이 세상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유는 우리가 흔히 쓰는 설교의 예화와는 다르다. 예화는 다만 추상적인 진리를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로써 그림을 그려서 보여주는데 불과하다. 그러므로 청중은 예화를 통하여 희미한 추상적인 내용을 밝히 이해하는 것으로써 족하다.

그러나 비유는 이와는 달리 그 비유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기에 대한 어떠한 응답을 하도록 요청을 하고 있다. 비유의 내용에 대하여 자기 마음이 깨어 응하든가 또는 반항하든가 하는 결단이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나단이 가난한 사람의 양을 빼앗아간 부자의 비유를 말했을 때, 이것을 듣던 다윗이 격분하고 결국 자기를 뉘우친 것이나(삼하12:1-14), 또는 포도원 농부들의 악한 행위의 비유를 듣던 유대인들이 예수에게 반항한 것과 같다(막12:1-11).

그러므로 비유는 듣는 이에게 진리를 순종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일종의 시험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비유를 이해하는 데는 듣는 측의 책임이 주어진다. "귀 있는 자들은 들을지어다." 하는 것이 비유의 한 성격을 표시하여 주고 있다.

우리들은 비유라 하면 ‘복음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쓰는 화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쑤인데, 그것은 틀린 생각이다. 예수님의 비유는 결코 알기 쉬운 것만이 아니다. 복음의 설명도 아니다. 그것은 일상성과 친근성을 표현하지만, 결코 평이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예수의 비유에는 언제나 복음의 역설이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언제나 의표(意表) 밖의 사실을 말하거니와, 그것도 일상성 가운데 감추어진 의외성(意外性)이다. 상식에만 매달려 있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거침돌이지만, 그러나 이 실족(失足)을 타고 넘을 때 새로운 현실이 생생하게 육박해 와서 우리들도 새롭게 변혁되는 것이다.

아무쪼록 비유의 말씀들 속에서 천국 복음의 지혜를 발견하고 복된 삶을 살아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