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바라시는 한 가지(창22:1~14)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한번 알아맞혀 보시기 바랍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에베레스트 산이죠.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은? 백두산이죠. 그러면 선경에서 가장 높은 산은 어느 산일까요? 힌트는 오늘 본문과 관계가 있습니다. 모리아 산! 실제로는 아라랏 산이죠. 노아 방주가 홍수 후에 머문 곳입니다. 그런데 왜 모리아 산이라고 할까요? 그 이유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 가장 힘들게 올라갔던 산으로 그의 신앙의 최정상(Peak)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본문에 보면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독자 이삭을 하나님께 바치라고 말씀하십니다. 그것도 번제(온 몸을 불에 태워 드리는 제사)로 드리라는 겁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말도 안 되죠.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렇게 요구하신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입니까?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모든 성도들이 따라갈 믿음의 모델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아브라함을 신앙의 최고 수준까지 이끄신 겁니다. “이게 바로 신앙의 최정상이다!”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려면 여기까지 올라가야 한다!” 이렇게 모든 신앙의 후손들에게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모리아 산은 영적 최고봉입니다.
 
  아브라함의 생애를 보면, 그가 영적으로 이 수준에 올라가기까지 하나님께서 그를 부단히 연단하셨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부모가 자식을 최고의 수준까지 교육시키는 이유와 동일합니다. 여러분, 부모가 왜 자식을 교육시킵니까? 그 힘든 것을! 그래야 단단해지고 그 위에 축복을 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왕가에서는 더욱 철저하죠. 왕자는 시간만 가면 자동으로 왕위를 세습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왕자더러 그냥 놀라고 내버려 둡니까? 아니죠. 왕으로서의 자질을 갖춰야 왕의 권능을 갖추도록 철저히 훈련시킵니다. 그래야 나라를 제대로 경영할 수 있고, 그게 바로 왕의 축복과 영광입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하나님이 우리를 자녀 삼으셨다고 그냥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하나님 자녀의 축복과 영광을 위해 높은 수준의 신앙으로 연단하십니다. 그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등산하는 사람이 최정상에 올라가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산이 있으니까 올라갑니까? 아니죠. 최정상에 올라갔을 때의 통쾌한 맛을 위해 올라갑니다. 신앙의 최정상에 올라가면 참 평안이 있습니다. 참 기쁨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축복과 영광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런 놀라운 은혜를 베푸시려고 모리아 산 정상으로 초대하십니다. 쉽지 않지만 우리 모두 하나님의 초대에 응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영적 최고봉인 모리아 산에 올라가 하나님이 예비하신 놀라운 은혜를 체험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1] 하나님이 바라시는 한 가지 : 온전한 사랑

  하나님이 이삭을 바치라고 하신 것은 그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정말로 바라시는 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무엇일까요? 온전한 사랑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순도 100%의 사랑! 1절~2절을 보시죠. “1 그 일 후에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시험하시려고 그를 부르시되 아브라함아 하시니 그가 이르되 내가 여기 있나이다 2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땅으로 가서 내가 네게 일러 준 한 산 거기서 그를 번제로 드리라” 하나님이 이삭을 가리켜 뭐라고 표현하십니까? 네 아들 네 사랑하는 독자 이삭! 왜 이러셨나요? 아브라함에 몰라서 그러신 건 아니잖아요. 그러면 아브라함의 속을 긁어놓으려고? 이것도 아니잖아요. 시험하려고 그러셨습니다. 아브라함이 정말 하나님을 사랑하는지, 이삭보다도 더 사랑하는지 확인하시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런 생각 들지 않나요? 하나님은 전지전능하시니까 다 아실 텐데 굳이 시험하실 필요가 있나 ... ? 그렇지 않습니다. 표현되기 전까지는 아직 온전한 믿음도 온전한 사랑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시험하실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래도 그렇지, 상식적으로 볼 때 말도 안 되고, 도저히 따를 수 없는 말씀입니다. 평소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봐도 모순적인 말씀입니다. 고대에 몰렉이란 우상 신이 있었는데, 그 신은 인신제사를 요구했습니다. 하나님은 그런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시켰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님이 인신제사를 요구하십니까? 정말 이상합니다. 게다가 이삭은 25년만이나 기다렸다가 100세에 어렵게 얻은 아들 아닙니까? 이러려면 애초에 주시지나  말지 ... 그리고 혹시 달라고 하시려면 차라리 아주 어렸을 적 정들기 전에 그러시든가 ... 당시에는 이삭이 10대였을 텐데, 이제 다 키워놓고 얼마나 대견했겠습니까? 인간적으로 의지도 됐을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참 이상합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아브라함이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아무 군소리도 없이 하나님이 말씀하신 대로 이삭을 바쳤다는 사실입니다. 번제할 채비를 갖추고 이삭을 데리고 모리아 산으로 갑니다. 그리고 산꼭대기에 올라가 제단을 쌓고 그 위에 이삭을 묶어놓은 후 도살하려고 칼을 들어 내리칩니다. 바로 그 순간 하나님의 사자(천사)가 황급히 중지시킵니다. 12절. “사자가 이르시되 그 아이에게 네 손을 대지 말라 그에게 아무 일도 하지 말라 네가 네 아들 네 독자까지도 내게 아끼지 아니하였으니 내가 이제야 네가 하나님을 경외하는 줄을 아노라” 여기서 ‘내가 이제야!’ 이 말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이 보고 싶어 했던 게 바로 이겁니다. 이삭보다 그 무엇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 아브라함의 신앙 즉 하나님에 대한 참 사랑을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가 꼭 기억해야 될 게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절대 사랑입니다. 우리에게 전부를 주시는 사랑입니다. 오죽하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보내시고 마지막에는 십자가에 내어 주시기까지 하십니까? 그런 절대 사랑을 주시는 하나님은 이제 우리에게 전부를 요구하십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에 대한 절대 사랑을 기대하십니다. 사랑은 일방적인 게 아닙니다. 쌍방적입니다. 그런 사랑을 주고받고 싶은 게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물론 하나님이 먼저 사랑하시죠. 무조건적으로, 우리가 아직 죄인이었을 때 사랑해 주셨습니다. 그러나 그 사랑을 받은 후에는 그 사랑에 감동되어 하나님을 향해 사랑의 반응을 보이기를 원하십니다. 그 가운데 풍성한 은혜의 역사가 나타나는 겁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그런 사랑을 기대하셨고 마침내 그 사랑을 보셨습니다. 그 때 하나님의 마음이 얼마나 좋으셨을까요? 의인법으로 표현하면,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핑 돌았을 겁니다. 이게 바로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선택하시고 부르신 목적이었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하나님은 기다리고 기다리셨습니다. 수십 년을! 대개 성경을 읽으면서 우리는 아브라함이 기다린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하나님이 기다리신 겁니다. 하나님 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빨리 주실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도 있습니다. 문제는 아브라함의 신앙 수준입니다. 너무 빨리 주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으로 얻은 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쪽에서 아브라함의 신앙이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자랄 때까지 기다리신 겁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온전한 사랑을 기대하면서 또 기다리시다 마침내 그 사랑을 확인하셨던 것입니다. 그 때 하나님은 몹시 기뻐하셨고, 그 이후에 아브라함에게 은혜를 더욱 더  쏟아 부으십니다.

  여러분, 기억하십시오. 이런 패턴은 아브라함 개인에게만 주어지는 게 아닙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지는 과정입니다. 물론 똑같이 자식을 바치라 이런 식은 아니지만,  우리의 믿음과 사랑이 온전한지 연단하고 확인하시는 과정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아무쪼록 이 과정을 잘 거치고 아브라함처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고 더 풍성한 은혜의 세계에 들어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2] 하나님에 대한 사랑의 증거 : 전폭적인 신뢰, 순종, 헌신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온전히 사랑했다는 사실은 구체적인 증거들로 나타납니다. 그는 하나님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바쳐 헌신했습니다. 그런 사실을 히11:17~19 말씀이 설명해 줍니다. “17 아브라함은 시험을 받을 때에 믿음으로 이삭을 드렸으니 그는 약속들을 받은 자로되 그 외아들을 드렸느니라 18 그에게 이미 말씀하시기를 네 자손이라 칭할 자는 이삭으로 말미암으리라 하셨으니 19 그가 하나님이 능히 이삭을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실 줄로 생각한지라 비유컨대 그를 죽은 자 가운데서 도로 받은 것이니라”

  ① 신뢰 :

  아브라함은 하나님을 전폭적으로 믿고 신뢰했습니다. 의심하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는 이삭을 바치라는 하나님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몰랐지만,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습니다. 이삭이 씨가 되어 큰 민족을 이룬다고 약속하셨는데 무슨 대책이 있으시겠지 ...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그가 모라아산 기슭에 도착해서 종들에게 한 말에서 알 수 있습니다. 5절. “이에 아브라함이 종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나귀와 함께 여기서 기다리라 내가 아이와 함께 저기 가서 예배하고 우리가 너희에게로 돌아오리라(we will come back to you) 하고” 그는 종들에게 번제 드린 후 이삭과 다시 돌아오겠다고 분명히 말합니다. 주어가 ‘우리’(we)입니다. 확실히 몰랐지만 뭔가 하나님이 예비하실 것을 기대하고 맡겼다는 증거입니다.

  아브라함과 이삭 둘이 산꼭대기로 올라가는데 아들이 묻습니다. “번제할 양은 어디 있나요?” 그 때 아브라함이 말합니다. 8절. “아브라함이 이르되 내 아들아 번제할 어린 양은 하나님이 자기를 위하여 친히 준비하시리라 하고 ... ” 아들의 질문에 분명하게 답하기 어려웠지만 믿음으로 고백합니다. 하나님이 대책을 세우시겠지 ... 하고.

  여러분, 이처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게 참 사랑입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때때로 기가 막힌 상황이 닥칩니다. 고난이 옵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 ? 바로 그 때 하나님의 뜻이 있겠지 ... 하나님이 어떻게 해 주시겠지 ... 신뢰하고 맡기는 게 온전한 신앙이요 사랑입니다. 사랑은 믿고 맡기는 겁니다.

  ② 순종 :

  아브라함은 신뢰했기에 또한 하나님의 말씀에 그대로 순종합니다. 대들고 고집부리고 거부하고 불순종하는 것은 믿음도 사랑도 아닙니다. 그가 어떻게 순종했는지 잘 보십시오. 3절. “아브라함이 아침에 일찍이 일어나 ... ” 소풍 가는 날도 아닌데, 아침 일찍 일어나서 출발합니다. 즉시 순종한 겁니다. 질질 끌지 않았습니다. 그의 아내 사라와 의논했을까요? 저는 안 했을 것 같습니다. 그랬다면 “이 영감쟁이가 정신이 나갔나? 나 죽이고 가!” 이렇게 반발했을지 모릅니다.  

  또 4절을 보십시오. “제삼일에 아브라함이 눈을 들어 그 곳을 멀리 바라본지라” 3일 동안 길을 가다 보면 별의 별 생각이 다 들 수 있습니다. 우리 말 ‘작심삼일’이 왜 생겼겠습니까? 마음이 변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하나님이 적당한 거리에 있는 모리아 산을 지정한 이유입니다. 끝까지 그 믿음과 사랑을 변치 않고 순종할 수 있느냐 이겁니다. 아브라함이 정말 끝까지 순종합니다. 종들을 산 아래 남겨둔 이유도 순종과 관련이 있을 겁니다. 장정들이 뜯어 말리면 어떻게 합니까? “우리 주인이 치매네, 완전!” 이러고 달려들면 어떻게 합니까? 그래서 일부러 그들을 따돌린 겁니다. 아브라함은 정말 온전히 순종했습니다.

  ③ 헌신 :

  이삭은 너무 아까운 자식입니다. 그런데 아까워하고 움켜쥐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하면 아까운 게 없습니다. 부부 사이에, 부모 자식 사이에 아까운 게 있다면 온전한 사랑이 아닙니다. 이삭은 아브라함 자신보다 더 귀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아낌없이 바칠 수 있었던 것은 아브라함이 하나님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의 온전한 헌신의 모습을 보십시오. 이삭을 묶어 놓고 칼을 들어 내리칩니다.
10절. “손을 내밀어 칼을 잡고 그 아들을 잡으려 하니” 양을 잡을 때 목을 겨눕니다. 아마 이삭을 잡으려 할 때도 동일하게 목을 겨누고 내리치려고 했을 겁니다. 그 모습은 이미 내리친 것과 매한가지입니다. 오죽하면 천사가 놀라서 황급히 뜯어말렸겠습니까?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입장에서는 이미 그의 헌신을 받으신 겁니다. 하나님이 바라신 것은 이삭의 목숨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본래 인신 제사 받지 않으십니다. 시험하셨을 뿐입니다. 하나님이 바라신 한 가지는 오직 사랑입니다. 그 사랑을 확인하셨으니 다 된 겁니다. 이렇게 해서 아브라함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을 증명했고, 마침내 신앙의 최정상에 올라섰습니다.

[3] 하나님의 반응 : 여호와 이레, 은혜 위에 은혜

  아브라함의 사랑을 확인하신 후 하나님의 반응이 어떠했습니까? 11절 보면, 하나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여호와의 사자가 하늘에서부터 그를 불러 이르시되 아브라함아 아브라함아 하시는지라 ... ” 천사가 다급한 마음으로 아브라함의 이름을 두 번 부르십니다. 이삭을 잡으려는 것은 중지시킵니다. 이제 됐다! 손대지 말라! 이런 말씀입니다.

  아브라함이 둘러보니까 양 한 마리가 수풀에 뿔이 걸려 있습니다. 그것을 가져다가 대신 번제로 드립니다. 그래서 그 곳의 이름을 ‘여호와 이레’라고 불렀습니다. 여호와 이레는 ‘여호와께서 준비하신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하시는 것은 빼앗으려는 게 아닙니다.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입니다. 도로 주시고, 더 나아가 그 이상을 주십니다.

  마치 이런 겁니다. 손자가 과자를 먹고 있는데, 할머니가 과자 좀 달라고 말합니다. 왜 그럴까요? 과자를 먹고 싶어서요? 아니죠. 손자의 반응을 보려고 하는 겁니다. 이럴 때 손자가 만약 홱 돌아서면서 “싫어!” 하면 어떻습니까? 정이 떨어지겠죠. 반대로 “할머니, 이것 드세요!”하면서 과자를 내밀면 어떻습니까? 너무 기쁘겠죠. 굳이 과자를 받아먹지 않습니다. 도로 건네주면서 “그래, 고마워! 너나 먹어. 할머니는 됐다.” 하고 지갑을 호주머니에 있던 돈까지 꺼내 줍니다. 하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서 사랑을 확인하시면 몹시 기뻐하시고 넘치는 은혜를 부어주십니다. 

  여러분, 이 사건 이후 아브라함에게 어떤 일들이 생깁니까? 그의 인생에 탄탄대로가 펼쳐집니다. 먼저 하나님의 언약을 재확인시켜 주십니다.(창22:16~18) 바다의 모래처럼, 하늘의 별처럼 많은 후손을 주시겠다고 확인하십니다. 역사 속에서 그대로 됐죠. 그리고 창24:1 보면, 그의 노년에 큰 축복을 받았습니다. 창24:1 “아브라함이 나이가 많아 늙었고 여호와께서 그에게 범사에 복을 주셨더라”

  그러니까 아브라함이 하나님에게 온전한 사랑을 고백하고 모든 것을 맡기자 그의 인생에 탄탄대로가 열린 겁니다. 아브라함이 “모든 게 하나님의 것이다” “만사가 하나님의 손이 있다” “하나님이 생사화복의 주인이다” 이렇게 믿고 고백한 것입니다. 이런 신앙을 가리켜 흔히 ‘하나님 절대 주권’(Absolute Sovereignty of God) 신앙이라 부릅니다.

  이런 신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게 바울의 신앙고백입니다. 갈2:20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내가 고집하고 내 욕심대로 내 뜻대로 살던 옛 자아(Old Self)를 죽이는 게 십자가 신앙입니다. 그리고 거듭난 새 자아(New Self)가 주님을 온전히 따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신앙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아를 죽이는 것입니다. 쉬운 말로 표현하면, 힘을 빼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골프하는 분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깨 힘 빼는 데 3년 걸린다!” 무슨 말입니까? 내가 힘을 잔뜩 주면 오히려 골프공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힘을 빼고 골프채에 나를 맡기는 것처럼 하면 더 잘 맞는다는 겁니다. 가만히 보면 골프만이 아닙니다. 테니스를 칠 때도, 피아노를 칠 때도 힘을 빼야 오히려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자아를 죽인 후에는 모든 게 하나님의 것임을 인정하고 맡겨야 합니다. 롬14:8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 이 고백이 나오면 오히려 하나님이 우리를 붙잡고 역사하십니다. 하나님은 결코 우리를 망하게 하거나 손해 보게 하지 않습니다. 롬8:32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아니하겠느냐”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어떻게 신앙생활을 하면 좋겠습니까?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따라가야 합니다. 잠3:5~6 “5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6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하나님을 신뢰하고 맡기면 하나님이 우리 인생을 인도하시고 책임져 주십니다. 내 인생에 대한 주권을 포기하고 하나님께 양도해 드리면 그때부터 하나님이 더 크게 역사하신다는 놀라운 사실입니다.

  김인강 교수의 자전적 신앙 에세이「기쁨 공식」(좋은씨앗)을 읽고 큰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의 이력은 이렇습니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버클리대 유학 후 귀국해서 카이스트 교수와 서울대 교수를 거쳐 현재는 고등과학원(KIAS)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2007년에는 40세 이하의 우수한 과학자에게 주는 <젊은 과학자 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얼른 보면 그가 순탄하게 엘리트 코스만 밟은 것처럼 보입니다. 저도 선교회 일로 그분을 몇 번 만났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을 읽으면서 그가 얼마나 어려운 날들을 보냈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의 책에 나오는 어린 시절의 모습입니다. “비료 부대 위에 엎드려 한 손으로는 땅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대를 잡아끌며 흙바닥 위를 다니는 나를 보고 사람들은 혀를 찼다.” 서지도 못하는 장애인 소년! 게다가 너무 가난했던 어린 시절! 끔찍한 재활 치료 후 6학년 때 목발을 짚고 겨우 일어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합니다.

  그런데 목발을 짚고  무거운 가방을 들고 드넓은 캠퍼스를 다니다 보니까 목발과 갈비뼈가 부딪치면서 폐에 구멍이 납니다. 대학 3학년 때의 일입니다.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습니다. 위험한데다 돈도 없었던 그는 절망 가운데 어머니와 함께 기도원에 올라갑니다. 그리고 원망조로 하나님께 울부짖었습니다. “하나님, 왜 나한테만 이렇게 가혹하신가요? 항상 아프기만 하고, 아무 쓸모없는 나를 데려가 주세요.” 그 때 등 뒤에서 찬송소리가 들려왔습니다. “ ...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아 주소서 날 위해 돌아가신 주 날 받아 주소서 ... ” 그 순간, 자아가 꺾이며 회개가 터져 나왔습니다. 비로소 온전하게 자기 인생에 대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 기도하며 성경 읽으며 육신을 의지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하나님의 절대주권을 인정하고 죽든지 살든지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겼습니다. 그러자 하나님이 놀랍게 역사하심으로 병도 낫고 형통의 축복이 임했습니다. 그의 생애의 분기점은 하나님의 절대주권 신앙으로 선 때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지금 사순절을 보내면서 십자가를 묵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무엇을 묵상해야 할까요? 예수님의 고난 자체가 슬픈 건가요? 아닙니다. 그 십자가 고난의 이유를 묵상해야 합니다. 그 십자가 앞에 인간적인 고집을 부리는 옛 자아를 죽이고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신 새 자아로 새로워져야 합니다. 아브라함처럼 모리아 산으로 올라가 하나님 절대주권 신앙으로 ‘신앙의 최정상’에 서야 합니다. 그래서 내가 운전하는 인생이 아니라 하나님이 운전대를 붙잡고 역사하시는 승리의 인생이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