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지의 비유(마13:24-30)

● 이 비유는 일명 ‘가라지의 비유’로 불리는 부분으로 마태복음에만 있는 비유이다. 바로 앞에 나오는, 흔히 ‘씨뿌리는 자의 비유’로 알려진 비유가, 복음이 전파되던 초기 단계의 상황을 말하고 있다면, ‘가라지 비유’는 초대교회가 세워지고 성장하는 단계의 상황을 말하는 것으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이 땅에서의 하나님 나라에는 참 신자와 거짓 신자가 함께 섞여 있게 되는 상황을 보여주는 비유라 할 수 있다.

비유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자면, 어떤 사람이 자기 밭에 종들을 시켜 좋은 씨를 뿌렸다. 그런데 밤중에 그 원수가 와서 그 밭에 가라지씨도 덧뿌려 버렸다. 얼마 후 싹이 나고 결실할 대가 가까워질 때 보니, 곡식 가운데 가라지도 함께 자라고 있었다. 이에 종들이 깜짝 놀라 주인에게 와서 ‘주인님 밭에 좋은 씨를 뿌렸는데, 가라지가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하고 보고했다. 그러자 주인은 ‘원수가 이렇게 하였구나.’ 하고, 그 상황을 이미 파악한 듯 반응하였다. 그러자 종들이, ‘주인님, 그러면 저희들이 가서 가라지를 뽑아버릴까요?’ 하고 열심을 내었다. 하지만 주인은 ‘가만 두어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게 될까 염려된다. 둘 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었다가, 추수 때에 추수꾼들에게 가라지를 먼저 거두어 불사르고, 곡식은 모아 내 곳간에 넣게 하겠다.’ 하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밭에는 곡식과 가라지가 함께 자라게 되었다는 말이다.

이미 앞서 여러 차례 말씀드렸지만, 예수님께서는 비유로 말씀하실 때, 비유의 내용이, 비유를 듣는 사람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접근할 수도 없는 엉뚱한 내용을 가지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비유를 듣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늘 쉽게 접할 수 있는 일이나 상황을 전제로 하여, 깨우치시고 교훈하셨다. 따라서 이 비유의 내용도, 그 당시 사람들이 일상생활 가운데서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실 당시의 기록에 의하면, 자기와 감정이 있는 사람의 밭에 가라지와 같은 잡초를 뿌리는 일이 상당히 많았는지, 로마에서는 이와 같은 행위를 처벌하는 법을 제정하기도 했었다. 성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이 구절에 나오는 원수와 거의 흡사한 존재를 오늘날 인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사람은 자신에게 해를 입힌 사람을 보복하기 위해서 밤에 원수의 밭으로 가서 가라지를 덧뿌리고 온다. 이렇게 덧뿌려진 가라지는 좋은 씨보다 훨씬 빨리 자라 좋은 씨앗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그러면 그 밭의 주인은 가라지가 퍼져 버린 부분의 흙을 제거하는데 몇년을 소모하게 되는데, 심할 경우 밭을 못 쓰게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미워하는 사람을 해할 목적으로 뿌리는 페룸-피란디라는 파괴력이 아주 강한 잡초가 있다고 한다. 혹 밭을 사려고 했다가 다른 사람이 먼저 밭을 사서 그 밭을 사지 못하게 된 사람은, 흔히 ‘내가 이대로 물러서지 않고 그의 밭에 페룸-피란디를 심을 거야’하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여튼 다른 사람의 밭에 이처럼 가라지를 뿌리는 일에 대해서 알고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 비유는 실감나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통해 사람들에게 깨우치시고자 하신 원래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그처럼 가라지를 다른 사람의 밭에 뿌려서는 안 된다고 교훈하신 것일까? 본문을 읽으면 전혀 다른 의미로 이 비유를 사용하고 계심을 발견하게 된다.

이 비유에 대해 마태복음은 이어 나오는 36절부터 43까지 해설을 하고 있다. 즉 좋은 씨를 뿌리는 자는 인자이며, 밭은 세상이고, 좋은 씨는 천국의 아들들이며, 가라지는 악한 자의 아들들이다. 가라지를 심은 원수는 마귀이며 추수 때는 세상 끝이고 추수꾼은 천사들이다. 이렇게만 해석하면 뭔가 좀 부족하기 때문에 좀더 자세히 이 비유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 먼저 이 비유의 바른 이해를 위해 몇 가지만 살펴보면, 씨 뿌리는 자의 비유에서 ‘씨’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상징되었지만, 여기서 ‘좋은 씨’는 천국의 아들들, 곧 선택받은 성도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밭’은 기본적으로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가리킨다. 그런데 예수께서는 37절에서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이 ‘인자’임을 밝히고 계시다. 따라서 ‘제 밭’이라는 본 절의 표현은 세상에 대한 그리스도의 소유권을 주장하시는 말씀이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여기서 ‘밭’은 단지 ‘교회’뿐만 아니라 복음이 확산되어 가는 영역으로서의 세상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25)사람들이 잘 때에 그 원수가 와서

여기서 ‘잘 때’란 농부의 게으름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다 자는 한 밤중을 가리키는 발로, 악한 자가 악행을 저지르기에 적합한 시기를 가리킨다. 아무튼 본 절은 악한 자들은 주로 사람이 일하지 않고 편히 쉬며 안식을 누리는 때에 활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와 같이 마귀들도 주로 성도들이 평안할 때 성도들을 공격한다.

가라지

이스라엘에 서식하는 식물인 ‘가라지’는 보리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에 일명 ‘독보리’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가라지는 보리와 매우 흡사하여 보리밭에 기생해서 함께 자랄 경우 이삭이 필 때까지는 거의 보리와 구분이 안 되며 추수 때가 되어서야만 구별이 가능해진다. 또한 가라지 씨앗은 보리나 밀알보다 훨씬 작으며 그 속에 독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것을 먹으면 심한 베스꺼움과 경련과 설사를 일으키며 때로는 죽음을 초래하기도 한다. 한편 이러한 가라지로 비유된 자는 악한 자의 아들로서, 사람들은 신앙에서 넘어지게 하는 자, 불법과 부정을 행하는 자들이다.

덧뿌리고

레19:19솨 신22:9를 보면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씨앗을 섞어 뿌리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여호와 신앙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상징적 교훈이다. 따라서 농부가 곡식을 뿌린 밭 위에 원수가 다시 가라지를 뿌렸다는 사실은 마귀가 성도들의 순수 신앙을 파괴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을 가리킨다.

(26)결실할 때

어떤 곡식이든지 결실기에 이르면 그 본연의 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가라지 역시 어느 정도 생장기까지는 자기의 실체를 감출 수 있을지 모르나 결실기에 이르면 필연코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점에서 결실기는 영적으로 최후의 심판 때인 추수 때 이전 시기로 선.악이 확연히 구분되며 이 세상에서 악의 관영함이 최절정에 달한 때를 상징한다 할 것이다.

(27)주여 가라지가 어디서 생겼나이까

집 주인의 종들은 좋은 씨를 뿌린 곳에 왜 가라지가 생겨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도 하나님께서 선하게 창조하신 이 세상에 어떻게 죄가 생겨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우리는 그것이 원수에 의해 자행된 일이며, 죄의 열매들은 마지막 추수(심판) 때에 곡식과 구별되어 불사름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주인되신 하나님의 계시에 의해 알 뿐이다.

(29)가만 두어라

이 말은 악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포기하자는 말이 아니다. 가라지를 제거하기를 원하는 주인의 뜻은 간절하지만 정해진 때를 기다리자는 말이다. 사실 가라지는 곡식보다 뿌리가 강하여 그것을 뽑으면 주위의 곡식도 함께 뽑히게 된다. 그와 마찬가지로 교회 내의 불의를 제거하려는 활동들이 선한 신자들에게까지 악영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집 주인은 곡식을 보호하기 위해 가라지도 추수 때까지 그냥 놔두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이처럼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서의 악의 활동을 허락하시는 것은 당신의 백성들에게 은혜를 더하시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악의 훼방을 인내로 견디며 최후의 승리의 날을 고대해야 할 것이다.

(30)함께 자라게 두어라

하나님 나라의 현재성을 잘 드러내 주는 말씀으로, 악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하나님 나라 안에는 의인과 안인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비유에서 주목할 점은 밭 주인이 취한 태도와 그의 종들이 취한 태도의 극명한 대비이다. 주인은 평온하고 태연한 자세를 취한다. 이에 반하여 종들은 흥분과 열정에 들떠 있다. 주인은 원수의 정체를 알고 있는 듯하다. 그는 원수가 그렇게 할 것을 미리 알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주인은 신경질적이 되거나 분별없는 행동(이를테면 가라지를 뽑아내는 등)을 하지 않고, 그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추수철은 분명히 올 테고 그 때가 되면, 비록 뿌려질 때부터 자랄 때까지는 섞여 있었다고 할지라도, 마침내 구분이 되고 서로 가려지게 마련인 것이다.

● 예레미아스는 이 비유가 그물 비유와 마찬가지로 그의 청중들에게 마지막 심판 때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인내의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열심당원들의 경우 그들은 당장에 알곡과 가라지를 구별하려고 조급해 했으며, 이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유대땅으로부터 로마인들을 뽑아내고 쫓아내는 것을 뜻했다. 또 바리새인들의 경우에는 죄인들을 구별해 내는 일에 너무 성급하고 너무 집착하여 예수가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면서 죄인들을 심판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과 어울리는 것 때문에 예수를 비판했다. 쿰란 종파에서는 그들 나름대로 자신들을 불의한 자들로부터 구별시켜 광야에 독자적인 공동체를 세우고 가라지를 제거함으로써 메시야의 도래를 준비한다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예수 자신의 제자들 가운데서도 성급한 구별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었다. 요한과 야고보 형제는 사마리아인 가라지들을 당장에 하늘로부터 불을 내려 태워버리자고 예수께 요구하기도 했다. 예수에 의하면 심판의 날이 임하고 있고 그때 마지막 구별하는 작업이 있겠지만 지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그런 구별 작업이 아니었다.

추수꾼들이 와서 알곡과 가라지를 구별하는 것이지 씨를 뿌린 종들이 그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예수가 이 비유를 가지고 강조하려고 했던 요점은, 구별할 때가 어쩔 수 없이 오게 될 것이지만, 일단 천국은 모든 종류의 인간들, 율법을 어기는 자나 율법을 지키는 자나, 열성적인 열심당원이나 묵시문학적 몽상가나, 버림받은 자나 존경받는 자를 모두 거두어 들인다는 것이었다.

● 마태복음에 이렇게 두 종류의 사람들이 대조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은 마태 당시 그의 교회 안에 그런 두 종류의 사람들이 혼합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태에 의하면 ‘교회는 선택된 자와 영원히 구원받은 자의 모임이 아니라, 마지막 심판 때에 가서나 선과 악 사이의 구별이 이루어지게 될 혼합체’라는 것이다. 마태 당시 교회의 상황이 이러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이 비유의 중심적인 사상이 ‘둘 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어라(30)’는 결론 구절에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마태는 이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미 29절에서도 가라지를 뽑으려고 하는 종들을 향해 ‘가만 두어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하노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우리는 마태의 주요 관심사 중의 하나가 교회 안의 가라지들(불법을 행하는 자들)을 당장에 뽑아 제거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추수 때까지 즉 마지막 심판의 때까지 교회 안에는 그런 자들이 의인들, 지혜로운 자들, 복 받은 자들과 함께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즉 마태는 이 비유를 가지고 자신의 교회 안에서 흔히 나타나고 있는 불의한 자, 불법을 행하는 자, 악인들에 대한 정죄와 심판을 금하는 교훈으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 심판의 때가 이르기도 전에 악한 자를 제거하려고 하는 것이 주님의 뜻이 아니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바울도 비슷한 교훈을 제시한 적이 있다. “때가 이르기 전 곧 주께서 오시기까지 아무것도 판단하지 말라. 그가 어두움에 감추인 것들을 드러내고 마음의 뜻을 나타내시리니 그 때에 각 사람에게 하나님께로부터 칭찬이 있으리라(고전4:5).” 마태 자신도 이미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너희의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의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고 경고한 바 있다.

마태가 이렇게 가라지를 뽑는 일과 비판(심판)하는 일을 금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알곡과 가라지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수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서 우리는 마태의 교회가 경험하고 있던 재림의 지연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둘째 이유는 추수꾼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가라지를 뽑을 자는 가라지를 뽑기 원하는 종들이 아니라 추수 때에 오게 될 추수꾼이다. 교회에서 악인들을 심판하고 제거할 자는 교회 안의 의인이나 선한 자가 아니라 마지막 심판 때에 임하실 천사들(주의 사자들)이다.

마태의 교회 안에서 이렇게 악한 자와 선한 자의 구별이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교회가 확장되면서, 즉 이방인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부터 그랬던 것으로 보인다. 율법의 계명을 비교적 잘 지키는 유대 기독교인들과 믿음만을 고백하면서 율법을 행하지 않는 자들(불법을 행하는 자들) 간의 구별이 교회 안의 문제로 등장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는 마태의 또 다른 비유인 예복 비유에서도 그대로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마태는 이 가라지 비유를 이용하여 교회 안에서의 성급한 구별을 금지하고 있다. 구별의 때와 구별하는 심판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지금 여기서 성급하게 사람을 심판하는 것도 잘못을 범하기 쉽기 때문이다.

● 성도들은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고 정죄하지 말아야 한다. 비록 지상교회 안에 참된 신자와 거짓된 신자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에 권징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자칫 잘못하면 참된 신자를 실족케 할 수가 있으므로, 성도들은 다른 사람의 신앙과 영적 상태를 판단하기보다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신앙과 영적 상태를 성찰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성도들은 영적 추수 곧 심판의 날을 대비하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결코 영원히 존속되지는 않으며, 하나님께서 정하신 심판의 때가 되면 하늘이 큰 소리로 떠나가고 체질이 뜨거운 불에 풀어지며 땅과 그 중에 있는 모든 일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거룩한 행실과 경건함으로 하나님의 날이 임하기를 바라보고 간절히 사모하는 태도가 성도들에게 요구된다.

성도들은 새 하늘과 새 땅을 소망하며 복음 사역에 더욱 매진하며 헌신하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이는 천국 복음이 온 세상에 전파된 이후에 예수님의 재림과 함께 천국이 완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할 때 43절의 말씀처럼 아버지 나라에서 해와 같이 빛나는 상급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