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비유설교(20)  의로운 해 비유(말4:2)

성경에서 해는 히브리인들의 시간을 나타내는 표준이었고, 네 방위를 결정하는 표준이었다. 따라서 성경에 보면 태양을 하나님의 사랑(시84:11), 그리스도의 임재(말4:2), 그리스도의 영광(마17:2,계1:16,10:1), 영원한 축복(사60:20), 주의 참 모습(요1:9) 등을 상징하고 있다.

이처럼 태양이 모든 천체 가운데 인간에게 있어 가장 두드러진 존재이고, 인간의 생활에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까닭에, 태양은 성경에서뿐만 아니라 옛날부터 세계 여러 민족의 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태양에 대한 관심은 전인류에 있어서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태양에 얽힌 여러 신화. 신앙. 의식 등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신화나 의식에는 지역이나 민족의 차이를 넘어서 공통의 요소가 있는 경우가 많다.

서양신화에서 신들의 족보를 보면 해는 초인적인 최상의 존재로서, 천신(Uranus), 농업신(Saturn), 최고신(Jupiter), 다음에 태양신(Apllo)으로 이어진다. 해는 그래서 천신의 아들, 상속자로 나오는 수가 많다. 태양은 또 인도 신화에서는 반신반인의 신 바루나(Varuna)의 눈이요, 페르시아 신화의 아후라마즈다의 눈이며, 희랍 신화의 제우스, 애굽에서는 라(Ra), 이슬람교에서는 알라(Allah)의 눈이다. 남미대륙에서 강력한 정치제도를 이룩했던 잉카제국은 태양신을 섬기는 의식이 나라의 근간을 이루었다. 한마디로 태양의 제국이었다. 고대 이집트왕 파라오는 태양신 라의 아들이며, 그 육체는 죽은 뒤, 미라로 보존되어 후에 부활한다고 믿었으며, 또한 페루의 왕도 태양의 아들로 섬겨졌고, 그의 죽음은 일시적 휴식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고대 정치 제국을 실현했던 로마에서도 황제가 태양신과 같은 존재로서 이 세상을 다스린다는 영웅숭배 신앙이 널리 퍼져있었던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지금도 전세계적으로 태양을 숭배하는 원시적인 의식이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으며, 모양만 달라졌지, 원시적인 태양신 숭배사상이 현대적으로 옷을 갈아입은 경우도 많다. 단적으로 올림픽 성화 같은 것은, 일종의 태양신 숭배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 그러면 어떻게 해서, 이 땅의 사람들은 그토록 태양에 의지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까? 태양의 어떤 힘이 사람들을 그토록 태양에 끌리도록, 복종하도록 만들었을까?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방사의 형태로 받는 열에너지의 양은 얼마나 될까? 태양으로부터 방사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태양 내부에서 수소가 헬륨으로 바뀔 때의 원자 에너지인데,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것은 그 에너지의 약 22억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구가 10일간에 받는 태양열의 에너지 양이 얼마나 되느냐 하면, 지구에 매장된 전체 석탄, 석유가 가지고 있는 열량과 거의 같다. 뿐만 아니라 인류가 이용하는 에너지의 대부분은 직접, 간접으로 태양열에 의존하고 있다. 수력. 풍력도 모두 태양에 유래하고, 나무. 석유. 석탄도 태양열을 저장한 것이며, 오직 조석력. 화산. 온천. 원자력 등이 직접 태양열에 의존하지 않는 에너지 자원일 뿐이다. 한마디로 태양이 전혀 비취지 않으면, 인류는 불과 한달이면 인구의 절반, 100일이면 99%가 죽음에 이르고, 그 나머지도 1년 이상 오래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추측하고 있다.

태양은 태양계의 중심에 자리하여 지구를 비롯한 9개 행성과 수많은 위성, 혜성 등의 운동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지배하고 있는 항성 곧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으로, 현재까지 표면의 모양을 관측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수성의 경우, 표면온도는 평균 347도, 금성은 470도이다. 금성이 태양에서 더 먼데 온도가 높은 까닭은 수성에 비해 큰데다 4배나 늦게 돌기 때문에 표면온도가 높다. 지구보다 먼 화성은 표면온도가 평균 -23도이다. 목성의 경우는 대기의 최고온도는 -150~145도 정도라고 한다. 한마디로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은 얼음별이다. 이처럼 태양과의 거리에 따라 표면온도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태양은 지구에서 평균거리 1억 4960만 km에 있으며, 지름은 약 139만 km로 지구의 지름의 109배, 따라서 부피는 지구의 130만 배, 질량은 지구의 약 33만 배이다. 그러나 태양은 지구처럼 고체의 껍질을 가진 것이 아니라, 전체가 거대한 고온의 기체의 덩어리다. 태양의 기체를 이루는 원소는 그 스펙트럼(태양스펙트럼)으로부터, 대부분이 수소 H, 다음이 헬륨 He이고, 이밖에 극히 적은 양의 나트륨 Na, 마그네슘 Mg, 철 Fe 등 지구상에서 알려진 원소 약 70종이 기체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육안으로 보아 둥글고 빛나는 부분을 광구라고 하는데, 이는 표면에서 깊이 약 300km까지의 층으로서, 일반적으로 태양의 표면이라고 하는데, 그 온도는 약 6,000C이다. 이보다 더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는 빛은 도중에 있는 물질에 흡수되어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따라서 태양의 내부는 직접 관측할 수 없고, 표면의 상태로부터 이론적으로 추정한다. 현대 태양의 중심부는 온도 1500만°C이며 초고속, 초고압의 기체로 이루어졌고, 수소의 원자핵(양성자)이 충돌해서 열핵융합반응을 일으켜, 엄청난 에너지를 생성하고 있다. 이것은 사람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살리는 에너지의 기원이다.

● 이처럼 태양이 인간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성경 속에도 이같은 태양숭배에 대한 흔적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팔레스타인 주변 여러 나라들은 태양을 숭배하고 있었다. 아라비아인들은 어떤 신상이나 간접적인 매체를 두지 않고 태양을 숭배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같은 단순한 태양숭배신앙은 갈대아와 메소포다미아에 살던 히브리인들의 조상들이 익숙해 있었을 터였다. 그들은 이집트에 있을 때도 그곳의 온에서 베풀어지던 태양신 신앙에 물들어 있었을 것이다. 이것은 온이 히브리어 벧세메스(태양의 집)과 관련되는 사실 그리고 요셉이 온의 제사장 보디베라(태양에 속한 자)의 사위가 된 사실에서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히브리인들은 가나안에 정착하면서 태양숭배에서 비롯된 갖가지 우상을 섬겼다. 가령 페니키아인들의 바알, 암몬인들의 몰렉, 또는 밀곰, 시리아인들의 하닷 등이 있다.

히브리인들은 때때로 태양신상을 경배하는 의식에 빠져 들고 있었다. 에스겔은 가증스러운 것들 중에서 가장 ‘가증한 일’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데, 성전 동편 회랑에서 태양을 숭배하는 행위였다. 에스겔이 순수한 하나님 신앙을 더럽히는 우상숭배 중에서 태양숭배를 가장 가증스런 행위로 단정하였음이 분명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러나 한편으로 이같은 태양의 특성을 신앙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시도를 성경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밤낮과 연한과 징조 등을 나타내게 하신 해는 흔히 주님의 사랑과 지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었다. 해의 열기는 주의 사랑에, 빛은 주의 지혜에 상응한다. 영적인 열기와, 총명한 깨달음의 빛은 영적인 해이신 주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의 떠오름은 주의 임재를, 해가 지는 것은 교회의 종말을 나타낸다. 주의 영적인 사랑과 지혜로 사는 교회는 떠오르는 해를 보는 교회요, 세상 사랑과 거짓과 독단을 따르는 교회는 지는 해를 행하여 설 것이다. 이 때 세속적인 교회의 이기심과 탐욕이 태양을 피해 어둠으로 달려가는 것으로 보았다.

주를 ‘해요 방패시라’(시84:11) 하고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발하리라’(말4:2) 하신 까닭은 무엇이며 주를 해라 부를 때 두드러지는 그의 성품은 무엇인가? 두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사랑이다. 주의 사랑은 악을 막는 방패요 죄악 때문에 생긴 온갖 영적인 병을 치료하는 지혜의 근본이다. ‘사람을 공의로 다스리는 자,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다스리는 자여, 저는 돋는 해, 아침 빛 같고, 구름 없는 아침 같고, 비 후의 광선으로 땅에서 움이 돋는 새 풀 같으니라’(삼하23:3,4). 이 기사는 주와 그가 임재하시는 날을 그리고 있다. 주의 말씀의 진리를 받아 살아낼 때 뚜렷이 드러날 그의 사랑의 실체를 실감나게 고백한 기사가 아닐 수 없다. 이슬을 머금은 풀잎 위로 무지개 빛을 내 뿜는 아침 햇살의 아름다움을 이보다 더 드높고 그윽하게 읊조릴 수 있을까?

또 주께서 모습을 변화하셨을 때 ‘그 얼굴이 해같이 빛나며 옷이 빛과 같이 희었더라’(마17:2) 하였고, 요한은 ‘그 얼굴은 해가 힘있게 비추는 것 같더라’(계1:16,10:1) 하였다. 주의 더없는 사랑이 드높게 드러난 모습이다.

●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발하리니

신앙을 견지한 의인들이 받게 될 하나님의 구원의 상급을 말하고 있다. 특별히 ‘의로운 해’는 빛되신 예수 그리스도 자신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견해와 의인의 구원에 연관해 하나님의 의가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라는 견해로 대별된다. 여기서는 전자의 견해가 하반절과의 문맥적 조화에 비추어 볼 때 더 타당한 듯하다.

의로운 해

태양보다 더 강렬한 빛을 발할 뿐만 아니라 모든 빛의 근원이 되시는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한편 그 ‘의로운 해’에서 발하는 ‘치료하는 광선(미르페 베크나페하)’은 원어상 ‘그의 날개 안에서 치료하다’란 뜻을 가지는 바, 이러한 표현은 날개가 하나님의 보호와 은혜를 상징한다는 점에서 의로운 해되신 그리스도의 신유의 은혜와 죄인들의 영혼을 구원하신 그의 구속 사역을 지칭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러한 영생의 구원을 입은 의인들은 새로운 질서 속에서 완전한 자유를 누리게 될 것이다(‘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

치료하는 광선

여기서 ‘광선’으로 번역된 ‘마르페’는 원래의 뜻이 ‘날개’이다. 아마 이러한 표현은 떠오르는 태양으로부터 비추어지는 광선이 힘차게 날아오르는 새의 날개처럼 보이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하여튼 의로운 해로 묘사된 그리스도께서 치료하는 광선을 발하신다는 것은 인간의 죄를 대속하심으로 성도들에게 구원의 밝은 빛을 비추어 그들의 모든 상처와 고통을 제거하심과 아울러 하나님의 말할 수 없는 축복과 은총을 누리게 하실 것이라는 의미이다.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

어두컴컴한 외양간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뛰쳐 나와서 푸른 초장으로 달려가 마음껏 즐거워하는 송아지처럼,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구원의 축복과 은총을 누리게 된 성도들은 참된 기쁨과 자유 가운데서 살게 된다.

● 그런데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태양도 피조물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태양계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 태양계는 더 큰 은하계에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은하계 안에는 이 태양계와 같은 소우주가 2천억 개 이상 존재한다고 한다. 도저히 그 규모를 상상할 수가 없다. 이같은 과학지식을 통해 우리에게 상반된 두 가지 삶의 자세를 깨닫게 된다.

창조주 하나님 앞에서 우리 모두는 흙먼지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더욱 겸손해야 한다. 또한 이런 보잘것없는 피조물들을 위해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희생제물이 되어 주셨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피조물이요, 천하보다 소중한 생명임을 서로 인정하고 격려해야 하며, 어떤 삶의 역경 앞에서도 굴하지 말 것이며, 더욱 담대하고 자신감 넘치게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태양빛, 전등빛 아래서만 이웃과 사물을 인지하고 평가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이러한 광명들은 불완전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앙고백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빛은 단순한 태양광, 조명과는 차원이 다르다. 천지를 창조하실 때, 태초의 그 빛. 빛의 근원으로서의 그 빛으로 다시 이웃과 사물을 조명해야 한다. 그 빛 아래서 볼 때, 우리는 진정한 실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둠의 자식이 아니라 빛의 자식들이다. 의의 태양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고 빛으로 나아가자. 그곳에 진정한 생명과 치유와 소망과 지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