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비유설교(21) 간청하는 친구의 비유(눅11:5-13)

그리고 오늘 본문은 예수님께서 그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을 시작으로 13절까지 기도에 관해 교훈하고 있다. 먼저 1-4까지는 기도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주기도문이 본보기로 제시되었고, 이어 5절부터 8까지는 밤중에 찾아와 간청하는 친구 비유를 통해 교훈하고 있으며, 9절부터 13절까지는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는 교훈과 함께 기도할 때는 신뢰심을 가지고 절박하게 간구하라는 권면이 나온다.

●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제자들이 예수님께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한 까닭이, 기도하는 방법을 저들이 정말 몰랐기 때문이었을까 하는 점이다. 사실 예수님 당시, 이미 유대교에는 기도의 전통은 물론, 다양한 기도의 양식이 있었다. 다시말해, 어떤 기도의 방법이나 전통이 결코 부족한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우리도 알다시피 당시 바리새인들은 멋지게 기도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며, 하루에 정해진 세 번의 기도 외에도, 금식기도, 재를 무릅쓰고 하는 통회자복의 기도 등 다양한 기도의 형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면 왜 제자들이 예수님께 기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을까? 기록에 의하면 그 당시에는 유명한 랍비들이 제자들에게 기도의 어떤 형식을 가르쳐 주는 일이 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례요한도 자기 제자들에게 기도문을 가르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평소 실천적으로 기도의 본을 보이신 예수님이시기 때문에, 이에 도전을 받은 한 제자가, 구체적으로 기도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것인지 가르쳐 주시기를 요청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예수님은 모범적인 기도문을 말씀해 주셨는데, 눅11장의 내용은 마6:9-13 내용보다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렇게 하라’는 말씀이 어떤 고정된 틀에 박힌 형식적인 반복을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의 정신을 터득하고 그 정신에 근거해 기도하라는 말씀으로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평소 예수님께서는 이방인들과 같이 중언부언하거나 주문을 외는 듯한 무의미한 기도를 가증스럽게 여기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 여러분은 주기도문을 드릴 때 어떤 자세로 드리고 있는지 잘 살펴야 할 것이다. 만일 주기도문의 한구절 한구절의 진정한 의미와 정신은 망각한 채, 주문 외우듯 무의미하게 반복하고 있다면, 그같은 신앙행위는 여러분의 신앙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번주부터 주일예배시 마지막 파송찬송인 주기도문송을 부를 때, 심령을 집중하여 진정한 마음으로 감격적으로 부르시기를 바란다.

● 그러면 이제 주기도문에 이어 나오는 5절부터 11절까지의 비유는, 주님께서 기도에 대해 어떤 교훈을 우리에게 주시고자 말씀하신 것일까요? 예수님께서는 기도에 대해 질문하는 제자에게 주님은 모범적인 기도를 가르쳐 주셨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비유를 통하여, 왜 하나님의 자녀들이 열심히 기도해야 하는지, 기도해야 할 이유를 알려주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먼저 집중해야 할 부분은,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누구에게 말씀하셨는가 하는 점이다. (5)‘너희 중에 누가 벗이 있는데 밤중에 그에게 가서 말하기를...’ 즉, 이 비유에 등장하는, 밤중에 떡을 빌리기 위해 찾아간 주인공은, 가공의 인물이 아니라 바로 이 비유를 듣고 있는 예수님의 제자들 자신이었다. (9)이하에서도, 하나님께 구하고 찾고 문을 두드려야 할 사람은, 다름 아닌, 이 말씀을 듣고 있는 제자들이었다.

기도할 사람, 간구할 사람, 구하고 찾아야 할 사람은, 남이 아니라, 바로 자신이다. 우리가 신앙생활 할 때, 남을 위해서 빌어주는 중보기도도 참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기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도 당사자이다. 대제사장 되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중보자가 되시기 때문에, 이제 우리에게는 그 어떤 사람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 직접 고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그러므로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기도에 게을러서는 안될 것이며, 이웃에게 기도 신세지는 것을 즐겨해서는 안될 것이다.

밤중에 한 벗이 찾아왔다. 그 벗은 이스라엘 낮 시간의 더위를 피하여 밤에 여행을 하였기 때문에 아마 밤늦게 도착하였을 것이다. 그 벗은 여행으로 인해 지쳐있었으며 허기진 상태였다. 그대로는 도저히 잠자리에 들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난감하게도 찾아온 손님에게 대접할 아무런 음식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이 벗을 위해 떡 세 덩이를 빌리기 위해 친분이 있는 다른 친구의 집을 찾아간 시간은 ‘밤중’이었다. 이 시간은 식구들이 함께 잠자고 있는 시간이라, 비록 친구라 할지라도 실례가 되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중에 찾아간 것은 친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떡 세 덩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7)을 잘 해석해야 하는데, 이 구절의 뜻은,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찾아온 친구의 간청을 거절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시 일반적인 유대인 가정은 방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모, 자녀, 하인들까지도 한 방에서 잤다고 한다. 따라서 밤중에 문을 여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자다가 깨어 일어나는 일이 귀찮은 일이었을 뿐만 아니라, 등불을 켜고 문빗장을 열게 되면, 온 식구들이 잠에서 깨어나야 하기 때문에 성가신 일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밤중에 찾아온 친구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하고 들어준다는 것이다.

더구나 (8)내용을 보면, 우리에게 어떤 자세로 기도해야 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강청함’이란 ‘부끄러움도 없는 파렴치한’, 혹은 ‘때나 장소, 사람을 가리지 않고 성가시게 구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말해, 밤중에 친구가 찾아와서 강청할 때 들어주는 것은, 가까운 벗이라서 일어난다기보다, 오히려 너무 귀찮고 성가셔서, 하는 수없이 신속히 그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이다.

이 비유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 평범한 유대인 가정의 가장도, 밤중에 찾아온 친구의 간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응답하는데, 하물며 성도들의 아버지가 되는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어찌 성도들의 간절한 기도를 거절하실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본절은 구하는 자가 염치 불구하고 간곡히 구하면, 하나님 아버지께 응답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이는 성도가 열심과 끈기, 그리고 응답의 확신을 가지고 간절히 끝까지 간구해야 함을 교훈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나오는 13절까지의 내용은 앞선 비유를 더욱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 부분은 마7:7-11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기도를 할 때는 절박하게 간구하라는 것이다. ‘구하라’는 말은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무엇을 구하는 것으로, 그 뜻은 ‘반드시 응답을 받아야겠다는 진지한 의지가 엿보이는 기도의 행위’를 가리킨다.

‘찾으라’는 말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구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것은 신실하게 기도한 사람은 그것이 이루어지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기도한다’는 것이, 가만히 앉아서 기도만 하고 손놓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물론 그럴 경우에도 하나님께서 역사하시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기도하는 사람은, 확신을 가지고 말씀을 더욱 상고하며, 하나님의 뜻대로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 아래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수험생이 ‘하나님, 저에게 지혜를 주시옵소서. 좋은 성적 거두게 하시옵소서.’ 하고 기도하고서,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찌 그 기도가 응답되겠는가?

‘두드리라’는 구하고, 찾으며, 그것이 응답될 때까지 인내하는 것을 말한다. 아버지께서 문을 열어 주실 때까지 하늘문을 계속 두드리라는 것이다. 그런데 본절에서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는 동사는 모두 현재 명령형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기도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내가 전에는 기도 많이 했는데. 젊었을 때는 철야도 하고 산기도도 하고, 정말 열심히 했는데. 많은 성도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성경말씀이 교훈하는 것은 기도 응답에 대한 확신을 갖고 계속 구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쉬지 말고 기도하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하나님의 명령과 약속은 항상 일치한다. 9절과 10절에서 응답에 대한 약속이 6번 나온다. 따라서 우리는 기도에 대한 응답의 약속을 확신해야 하며, 항상 좋은 것으로 채우시는 주님의 경륜을 믿어야 한다. 또한 응답이 없을 때에는 자신의 삶과 기도에 대한 태도가 바른가를 겸허하게 성찰해야 하며, 끝까지 간구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무리 악한 세상의 아비라 할지라도, 양식을 구하는 자식에게 독이 있는 뱀이나 전갈과 같은 악한 것으로 주지는 않는다. 하물며 인간의 사랑을 뛰어넘는 무한하신 사랑과 자비의 하나님께서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는가?

마태복음에는 하나님께서 응답하시는 것을 단순히 ‘좋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본문에서는 성령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고 누가복음과 마태복음이 서로 모순된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성령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성령은 신자의 참된 삶의 문제 뿐만 아니라 영생과 영적 생활에 있어서 가장 좋은 원천이 된다. 따라서 주님은 기도문을 가르쳐 달라는 요구에 참된 기도의 모범을 소개하셨을 뿐만 아니라, 응답의 확실성과 가장 좋은 것으로 응답하시는 하나님을 강조하였다.

● 그런데 이 비유의 명칭은 지금까지 두 가지 부류로 구분되어 왔고, 이 비유에 대한 해석도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서로 다른 방법으로 이루어져 왔다.

1)이 비유는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하실 때까지 끈질기게 구하라는 것을 가르치는 비유이다. 이웃 친구의 “아니”라는 대답을 용납하지 않음으로써 자기의 구하는 것을 관철했듯이 제자들도 하나님이 응답하실 때까지 계속 구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2)이 비유는 “얼마나 더욱”을 가르치는 비유이다. 즉 친구의 요청을 들어줄 생각을 없지만 그의 강청함 때문에 들어준 것이라면, 기꺼이 너희 기도를 들어주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은 “얼마나 더욱” 너희의 구하는 바를 잘 들어주시겠느냐는 것을 가르치는 교훈이다.

결국 첫번째 해석은 비유의 촛점을 “성가시게 졸라대는 친구”에 맞춘 것이고, 두 번째 해석은 오히려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밤중에 일어난 친구”에 촛점을 맞춘 셈이다.

이렇게 이 비유의 교훈을 올바로 이해하는 문제는 이 비유의 명칭을 어떻게 정하느냐 하는 문제와 무관하지가 않다. 그리고 또 이 비유의 교훈을 올바로 찾아내는 일은 비유의 결론 구절인 11:8을 올바로 해석하는 것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비유의 명칭 문제와 비유의 해석 문제는 8절의 해석 문제와 서로 관련되어 있으며, 그래서 우리는 그 문제들을 함께 연관시켜 다루어 보고자 한다.

만약 우리가 이 비유의 명칭을 “밤중에 찾아온 친구 비유” 혹은 “성가시게 졸라대는 친구 비유”라고 이해할 경우, 8절의 해석은 자연히 잠자리에서 일어나 친구의 강청을 들어준 것은 친구이기 때문이 아니라 간곡히 졸라댔기 때문이라는 뜻이 된다. 이 경우 이웃 친구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자기의 부탁을 들어줄 때까지 문을 두드리며 졸라대는 친구가 비유의 핵심이 된다. 이런 관점에서 도움을 주게 만든 결정적 요인은 우정이 아니라 최소한 밤잠을 망치게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다. 이 사람이 자기의 소원을 성취한 것은 그가 ‘아니’라는 대답은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8절을 이렇게 해석하게 되면 이 비유는 당연히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실 때까지 간곡히 졸라야 한다는 교훈이 되며, 이웃 친구를 못 자게 만들며, 끝내는 자기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을 정도로 끈질기게 그리고 성가시게 졸라댄 친구가 우리의 기도 생활을 위한 모델로 등장하게 된다. 현재의 문맥 가운데서는 이 비유가 “구하라 찾으라 두드리라”는 교훈과 연결되어 있으며, 또 이 비유와 대칭적으로 소개되고 있는 과부와 재판관의 비유에서도 간곡히 졸라대는 과부가 강조되는 것으로 보아 아마 이 교훈이 누가가 그의 독자들에게 강조하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해석은 기도에 대한 잘못된 그리고 위험한 결론을 초래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선하신 뜻과는 상관없이 우리가 귀찮을 정도로 성가시게 졸라대면 하나님이 우리 기도에 응답하실 수밖에 없다는, 그리고 우리의 기도가 그렇게 응답될 때까지 성가실 정도로, 그래서 하나님이 두 손을 드실 때까지 졸라대야 한다는 기도에 대한 잘못된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기도는 결코 하나님의 뜻을 내 뜻에 굴복시키기 위한 무기나 압력 수단이 아니다. 이런 해석이 본래 예수의 의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비유에 뒤이어 소개된 말씀에서와 같이 하나님은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을 주시는 아버지요 구하기 전에 필요한 것을 아시고 주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비유는 무조건 기도가 응답될 때까지 계속 끈질기게 졸라대라는 것을 가르치는 교훈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도는 분명히 응답된다는 교훈, 즉 하나님은 구하는 자에게 모든 것을 주시는 아버지기에 그의 이름, 그의 신실성이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구하는 자의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응답의 확신을 주는 교훈이었다. 한밤중에 곤경에 처한 이웃의 간청을 들어주는 것이 친구라면, 하나님은 얼마나 더 하시겠는가? 하나님은 구하는 자에게 주실 뿐만 아니라 더 좋은 것으로 주신다.

따라서 본래 예수의 삶의 자리에서는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어 기도의 확실한 응답을 가르친 교훈이었으나, 누가의 삶의 자리에 와서는 좀 더 기독교인들에 대한 교훈적 목적으로, 지칠 줄 모르는 기도에의 권면으로 이용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자식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늘 살피며, 항상 좋은 것으로 공급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면,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왜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 부르게 하셨는지 그 이유를 잘 깨닫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