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설교(15)  기드온(삿6:11-32)

‘대 사사’는 여사사 드보라를 비롯, 오늘 우리가 살펴볼 기드온, 그리고 삼손 같은 인물이고, ‘소 사사’는 사사기에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는 ‘돌라, 야일, 입산, 엘론, 압돈’ 같은 인물이다.

● (1)기드온이란 이름은 ‘찍어 넘김’, ‘베는 사람’이라는 뜻.  (2)여룹바알(‘바알과 다툰다’), 또는 여룹베셋(‘수치와 더불어 이김’)이라는 별칭을 지님.  (3)므낫세 지파의 아비에셀 사람으로 고향은 오브라. 아비 요아스의 가장 어린 아들.

이스라엘 민족은 여사사 드보라가 40년 동안 평화롭게 다스린 다음, 또다시 여호와의 목전에서 우상숭배하며 악을 행하자, 미디안과 아말렉 족속에 의해 7년간 압박과 수탈을 당하게 되었다. 당시의 미디안인들은 아말렉 및 동방의 유목민들과 동맹을 맺고 있었고, 더욱이 일찍부터 약대를 길들여 고도의 기동성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군사적인 위력이 막강하였다. 결국 이러한 미디안의 군사와 기동력으로 인해 전 이스라엘은 초토화 되어갔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들을 피해 산이나 동굴로 도피하는 생활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고통을 겪게 됨에 따라 비로소 이스라엘은 하나님께 구원을 부르짖었고, 이에 하나님은 기드온을 들어 이스라엘을 구원토록하신 것이다.

● 300명의 용사로 메뚜기떼같은 미디안 군사를 무찌른 기드온 사사는 어떤 인물일까? 기드온의 특징적인 성품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1) 겸손한 사람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사사로 세우시기 위해 부르실 때, ‘내가 무엇으로 이스라엘을 구원하리이까’라고 대답하였고, 자신의 무능함과 연약함을 하나님 앞에서 드러내 놓았다.

이런 일도 있었다. 미디안 족속을 크게 물리치고 승리한 후 온 백성이 기쁨이 넘쳐 있을 때, 에브라임 사람들이 기드온에게 이렇게 따졌다. “네가 미디안과 싸우러 갈 때에 왜 우리를 부르지 않았느냐. 우리를 어떻게 이같이 대접하느냐.” 즉, 기드온이 미디안과 싸우러 나갈 때, 자신이 속한 므낫세 지파와 그 인근의 지파들에게는 연락을 취했으나 에브라임 지파에는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자기 지파를 불러주지 않아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인가? 이때 기드온은 에브라임 지파를 이렇게 달랜다. “나의 이제 행한 일이 너희의 한 것에 비교되겠느냐. 에브라임의 끝물 포도가 아비에셀(기드온이 속한 족속)의 맏물 포도보다 낫지 아니하냐. 나중에 미디안을 추격하여 큰 전과를 올린 에브라임 지파의 공적이 어찌 능히 나의 한 일에 비교되겠느냐. 정말 에브라임 지파는 대단하다.” 기드온이 이렇게 자신을 죽이고 겸손히 사태를 수습함으로 해서, 미디안 족속과의 전쟁후에 발생할 수 있었던 동족간의 다툼이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사사 기드온의 시대는 아직도 뚜렷한 지도자가 존재하지 않은 과도기적 상황으로, 시기적으로 왕정 체제가 절실히 요구되던 때였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미디안의 압제로부터 그들을 구원한 대용사 기드온을 세습왕으로 세우고자 하였다. 주변 세력의 침략에 대응하여 강력한 왕정체제를 확립하고자 했던 것은, 어쩌면 시대 상황에 걸맞는 현명한 판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백성들의 이같은 요구에 대해 기드온은 이스라엘의 유일한 왕은 여호와이심을 고백하고 왕의 자리를 단호히 거절하였다.

이처럼 기드온은 겸허한 사람이었다. 이러한 기드온의 모습은 주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도 나를 앞세우고자 하는, 오늘날의 수많은 사역자들과 성도들의 모습과 비교되는 것이다. 참으로 하나님은 끝까지 겸손하게 주의 일을 행하는 자를 기뻐하심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 신중한 사람

기드온은 처음 소명을 받았을 때, 그리고 민족의 지도자로서 세움을 받았을 때, 이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하나님의 표징을 요구했다. 어떻게 보면 기드온은 의심이 많고 믿음이 연약한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으나, 이렇게 하나님께 재차 표징을 요구한 것은 하나님께 대한 믿음이 연약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드온 자신의 표현대로, 가장 보잘것없는 존재를 하나님께서 불러 주셨기 때문에, 어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하는 심정으로 충분히 그렇게 했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비록 처음에는 확신을 갖지 못하여 하나님의 소명에 즉각 응답하지 못했지만, 확신 후에는 당면한 문제를 신중하게 취급하고자 하는 신앙에서, 표징을 요구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00명의 용사를 고를 때도 그렇고, 300명의 용사로 미디안 135000명을 치러 갈 때도 마찬가지다. 1: 450이다! 어찌 신중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이러한 기드온의 신중함과 철저함은, 악한 영이 관영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 시대의 하나님의 백성들에게도 필히 요구되는 품성이다. 개인의 일은 물론이거니와 교회 일을 할 때, 하나님의 일을 할 때, 대강대강해서는 안된다. 준비를 소홀히 하거나 인습대로 적당히 지나가려 해서는 안된다. 찬양연습, 공과 준비로부터 시작해서, 설교준비, 차량관리, 새신자관리, 교인관리는 물론, 식사준비, 행사준비 등...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생활 속에서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일들이 과연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것인지 늘 하나님의 음성에 ‘마음의 귀’가 열려 있어야 한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 조차도 참으로 신중해야 한다. 기도와 말씀 속에서 늘 점검받을 수 있도록 자신을 내어 놓아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는 세상 속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현실 속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다는 말은, 제대로 쓰임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나님께서는 준비된 사람을 부르시거나, 부르신 후에는 반드시 철저히 준비시키신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3) 믿음과 순종의 사람

하나님께서 기드온을 부르신 그날 밤에 이렇게 명령하셨다. “네 아비의 칠년된 수소를 취하고, 네 아비에게 있는 바알의 단을 헐며 단 곁의 아세라 상을 찍고, 성 위에서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규례대로 단을 쌓고, 네가 찍은 아세라상 나무로 수소를 취하여 번제를 드리라.” 그 밤에 기드온은 하나님의 명령대로 아비의 소유인 바알의 단을 훼파하고 하나님께 번제를 올렸다. 다음날 아침 성읍 사람들은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고 기드온을 잡아 죽이려고 하였다. 기드온의 아버지 요아스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기드온은 겸손하고 신중한 사람이었으나, 하나님의 말씀에 절대적으로 순종하는 믿음의 사람이었다. 기드온은 목숨을 걸어놓고 자신의 아비 집의 바알의 단을 헐고 우상을 찍었던 것이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었던 그 아비 요아스의 마음을 움직여 기드온을 보호하게 하셨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기드온은 종교개혁을 일으키고, 미디안과 싸울 수 있도록 준비 시키셨다.

미디안을 멸하기 위해 기드온에게 남겨진 용사는 단지 300명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니, 하나님 다 돌려보내시면 어떡합니까?”하고 반문하지 않았다. 저들이 가진 무기는 창칼이 아니라, 횃불과 나팔과 항아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기드온은 하나님의 명령에 철저히 순종했다. 인간의 책략과 전술과 병법이 아니라, 도저히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하나님의 방법에 순종하였다.

이것이 기드온이 위대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기드온은 비록 보잘것없는 미약한 존재였으나, 인간의 약함을 들어 강하게 역사하실 수 있는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절대 순종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민족을 도탄에서 건져낼 수 있었다.

말씀에 철저히 순종하지 아니하면, 믿음의 눈으로 보지 아니하면, 이러한 하나님의 역사는 경험할 수 없다. 이것이 성경의 증언이고 기독교역사의 증언이다.

성도들은, 믿음의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말씀을 듣는 것이 수양의 기름보다 낫다고 한 말씀의 의미를 잘 깨달아야만 한다. 성도들은 하나님의 명령을 준행할 때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하나님은 “나의 요새시오 나의 산성이시오 나를 건지는 자”(시 144:2)이시니 그 안에 거하는 자마다 해를 당함이 없을 것이다는 믿음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기드온은 이처럼 하나님께 부름받아 겸손하고 신중하며 온전한 순종의 믿음으로 미디안을 크게 무찌르고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어 40년동안을 다스렸다. 그런데, 이토록 위대한 믿음의 용사였던 기드온이었지만, 그 역시 어리석고 부족한 인간에 불과했다. 기드온은 전쟁에서 승리한 후, 자신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려는 백성들의 완강한 청을 단호히 거절하고, 대신 탈취한 전리품 가운데서 금귀고리를 요구한다. 이것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기드온의 공적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었다. 그래서 백성들이 기꺼이 금품을 내놓았는데, 기드온이 그 금으로 에봇 하나를 만들어 자기 성읍에 두게 된다. 에봇은 대제사장이 겉옷 위에 입었던 조끼와 같은 화려한 복장이었다.

왜 기드온이 에봇을 만들었을까? 성경에 분명히 그 이유를 기록하고 있지 않지만, 당시 여호와 신앙을 떠나 우상숭배하며 혼란했던 이스라엘의 상황을 미루어 볼 때, 기드온은 선한 의도로,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종교의식에 쓰고자, 이러한 형상을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백성들이 그것을 음란하게 섬기므로, 기드온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이스라엘 백성에게 올무가 되었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계명을 어기면서까지 행해서는 안된다. 기드온은 형상을 금하는 계명을 어겼고, 그리함으로써 뒤이어 나오는 백성들의 배신을 초래하게 된다. 뿐만아니라, 사회가 평온해지자 기드온은 이방 악습을 좇아 많은 아내와 첩을 두어 71명의 아들을 낳는 등 부도덕함을 보였는데, 결국 첩의 아들 중 아비멜렉이란 자가, 모략으로 그 형제 70명을 한자리에서 다 쳐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되었다가, 자신도 비참하게 죽임을 당한다.

이처럼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를 행한 사람일지라도 잠시 선 줄로 착각하면 오히려 넘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하나님의 도우심 없이는 실수하고 넘어질 수밖에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리고 힘써 주를 섬기되 평안할 때에 더욱 조심하여 주를 섬겨야 하겠다.

그리고 한가지 더, 오늘 기드온 사사를 통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이스라엘백성이 고통 중에 하나님께 부르짖었을 때에, 하나님은 기드온을 선택하사 이스라엘의 구원을 이루셨다는 사실이다.

지금 나도 고통 중에 처하였는가? 어떤 어려움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가? 먼저 나의 불신앙을 회개하고, 오직 구원의 주되신 하나님께만 부르짖으라. 나의 진실된 간구에 하나님은 필히 응답하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