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바울은 로마서 9장의 첫머리에서도 자기 동족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못하여 구원에 이르지 못할 것을 근심하고 고통스러워하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냈는데 오늘 본문인 10장의 첫 절에서도 다시 한 번 자기의 동족이 구원받기를 원하는 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형제들아, 내 마음에 원하는 바와 하나님께 구하는 바는 이스라엘을 위함이니 곧 그들로 구원을 받게 함이라.” 그리고는 2-3절에서 바울은 자기 동족이 구원받지 못할 것 같아 근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가 증언하노니 그들이 하나님께 열심이 있으나 올바른 지식을 따른 것이 아니니라. 하나님의 의를 모르고 자기 의를 세우려고 힘써 하나님의 의에 복종하지 아니하였느니라.”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께 열심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인정할 만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열심은 올바른 지식과 만나지를 못했습니다. 여기서 올바른 지식이란 하나님의 의에 대한 지식을 말하는 것일 것입니다. 하나님의 의는 무엇이었습니까?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의입니다. 율법으로부터 오는 의가 아닙니다. 즉 율법을 철저하고 완벽하게 잘 지켜 행함으로부터 오는 의의 인정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오직 그 믿음만을 보시고 의롭다고 인정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유대인에게와 이방인에게 꼭 같이 적용시키는 것입니다. 그것이 하나님의 의입니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에 대한 열심은 있었으나 이 하나님의 은혜로운 주권행사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이 하나님의 의를 몰랐기 때문에 자기의 의를 세우려고 힘썼던 것입니다.

“자기 의”라고 한 것은 “하나님의 의”에 반대되는 “그들 자신의 의”입니다. 즉 유대인이든 이방인이든 차별 없이 믿는 이에게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의가 아니고 유대인들이 스스로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오직 자기 민족만의 의를 말합니다. 이렇게 자기 의를 세우려고 힘쓴 것은 하나님의 의에 복종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들은 스스로의 힘과 노력으로 하나님으로부터 의롭다 하심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성취로서 의로워지려는 시도는 하나님의 길을 거부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길이란 유대인이건 이방인이건 모든 믿는 이에게 하나님께서 의롭다하심과 구원을 허락하시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의와 유대인의 자기 의의 대립은 달리 말하면 예수 그리스도로 인한 의와 율법에 의한 의의 대립인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의는 모든 믿는 이를 위한 의이며, 유대인의 의는 유대인들이 오직 자기들에게만 국한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의입니다. 여기에 사도 바울은 쐐기를 박는 결론을 내립니다. 본문 4절입니다: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기 위하여 율법의 마침이 되시니라.” 예수 그리스도는 율법의 마침이 되신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율법의 마침이 되신다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으로 하나님의 율법 그 자체가 의미나 효력을 상실하고 소멸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율법을 행함이 더 이상 우리가 의롭다 하심을 얻을 수 있는 길로 여겨지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독점적 특권을 누리는 것으로 여겨지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오셨고 하나님의 구원의 약속은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모든 민족에게로 확대되었다는 뜻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사역은 율법의 방법으로 의롭다 하심을 얻으려는 그 어떤 시도에도 종지부를 찍는 일이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를 믿는 모든 이에게 있어서 율법에 의한 의를 위한 투쟁의 마침을 의미한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할 말씀입니다.

우리 찬송가의 373장과 494장 찬송의 작사자인 토플래디(A. M. Toplady)는 “만세 반석 열리니 내가 들어갑니다.”로 시작되는 494장 찬송의 2절에서 “쉼이 없이 힘쓰고 눈물 근심 많으나 구속 못할 죄인을 예수 홀로 속하네.”라고 쓰고 나서 3절은 “빈손 들고 앞에 가 십자가를 붙드네”(Nothing in my hand I bring; simply to thy cross I cling.)라고 썼습니다. 우리는 아무리 쉬지 않고 힘쓰며 많은 눈물을 흘리고 크게 근심해도 우리의 죄 씻음과 구원을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만이 홀로 하실 수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 앞에 가지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은 빈손밖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붙들고 그 은혜에 매어달리는 것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유일하게 요구하시는 것은 하나님께서 완전히 거저 주시는 선물로 받을 수 있는 것을 자기가 힘써서 얻겠다고 고집부리지 않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모든 믿는 자에게 의를 이루신다는 말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그 말은 하나님께서 의롭다 하시는 이는 오직 유대인만도 아니고 오직 이방인만도 아님을 말합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이 의롭다 하심을 얻고 구원받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믿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입니다. 믿음이 없이는 아무도 의롭다 하심을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바로 알고 바로 믿는 것이 우리가 의롭다 하심을 얻고 구원받는 길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붙잡히시고 십자가에 달리시기 위하여 나귀를 타시고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실 때 무리의 대다수는 그들의 겉옷을 길에 펴고 다른 이들은 나뭇가지를 베어 길에 펴고 앞에서 가고 뒤에서 따르는 무리가 소리 높여 외치기를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했습니다(마21:8-9). 그러나 이렇게 열광적으로 예수님을 환영하던 유대인의 무리가 며칠이 못 가 빌라도 앞에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할 자라고 소리를 지른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어찌 된 일입니까? 마21:10-11은 우리에게 이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을 발견하게 하는 단서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가시니 온 성이 소동하여 이르되 ‘이는 누구냐?` 하거늘 무리가 이르되 ‘갈릴리 나사렛에서 나온 선지자 예수라.` 하니라.”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그저 한 사람의 선지자로 볼뿐이었던 것입니다. 막11:9-10이 전하는 것을 통해서도 무언가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에서 가고 뒤에서 따르는 자들이 소리 지르되 ‘호산나,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찬송하리로다. 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하더라.” 이 가운데 무리가 “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 한 것 봐서는 그들이 예수님을 단지 선지자가 아니라 메시야로 간주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기대한 것은 정치적인 메시야였습니다. 그러기에 그들은 외치기를 “오는 우리 조상 다윗의 나라여” 했던 것입니다. 즉 그들은 메시야 예수를 통해 옛날 다윗 왕 때의 그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강한 나라의 재건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에 대한 열심은 있었으나 그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따르지 않은 무리였기 때문에 그들의 기대에 어긋나자 무서운 군중으로 돌변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예수님을 영접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우리의 모든 죄를 씻으시고 우리를 구원하려 오신 주님으로 확실히 알고 믿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믿는 모든 이를 의롭다 하시는 하나님의 의에 복종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도 예루살렘 성의 무리처럼 예수님을 배신하고 그를 십자가에 못 박는 폭도의 대열에 서게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존귀하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시고 그를 믿는 모든 이를 의롭다 하시며 구원해주시는 하나님의 의, 이것이 우리가 알고 믿어야 할 올바른 지식이며 우리가 나아가 힘껏 전할 복음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