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은 절망에서 시작합니다.


본문 : 로마서 3장 19-21절
“우리가 알거니와 무릇 율법이 말하는 바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에게 말하는 것이니 이는 모든 입을 막고 온 세상으로 하나님의 심판 아래 있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율법의 행위로 그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

시작하면서 - 내 자신에 대해 절망한 경험

제가 어렸을 때 서울에서 살다가 시골 동네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학교에 들어가니 모두들 얼굴이 까맣고, 시골티가 물씬 나는데 저만 얼굴도 하얗고 도시티가 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반 여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았습니다. 여자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며 장난을 걸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린 마음에 우쭐하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그렇듯 흔히 왕자병 비슷한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증상이 나이가 들어서도 없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더 심해져서 스스로 내 자신이 아주 미남이며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많이 들어 신대원에 입학해서 처음 사역을 나갈 때 가장 염려되었던 것이 사역을 나가서 모든 자매들이 나를 좋아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 이였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이미 노총각의 나이에 오랜 시험 준비로 인해 앞머리가 빠져 있었고, 얼굴은 살이 쪄서 눈이 잘 떠지지 않는 정도까지 가고 있었습니다. 전도사로 사역을 하면서 1년 사이에 10Kg의 몸무게가 늘었습니다. 형편없는 모습 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교회의 자매들을 조심했습니다.

그러다가 목사 안수를 받기 전까지 결혼을 못하는 노총각 신세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의 나를 보니 얼굴이 살이 찌고, 머리카락이 별로 없는 그야말로 볼품없는 한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제 자신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구나!’ 그동안 내 외모에 대해 가지고 있던 모든 자존감이 깨어지는 순간 이였습니다. 그리고 결혼을 위해서 하나님을 도움만을 간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일 오후시간에 여러분들이 어려운 로마서 말씀을 들으며 지루할 것 같아서 재미있게 제 경험을 이야기 했지만 사실 우리들은 모두 자신에 대한 자부심으로 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자신의 실력에 대해, 자신의 신앙에 대해, 자신의 의로움에 대해 어느 정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믿고, 자신의 능력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려고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 사랑하는 사람들을 점점 절벽으로 몰고 갑니다. 그래서 더 이상 물러 설레야 설 수 없는 곳까지 몰아붙입니다. 그리고 그 절벽 끝에서 “하나님 살려 주십시오. 이제는 내 힘으로 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도와주십시오!” 라는 고백이 나오도록 합니다.

하나님이 왜 우리를 이렇게 절벽으로 몰아붙일까요? 그것은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가만 나눕니다. 그냥 자기 의를 의지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살도록 나둡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사랑하는 사람은 조금의 의라고 철저하게 깨뜨려서 하나님께 순복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며 하나님의 능력으로 살게 합니다.

내 자신에 대해서 절망해야 하는 이유

제가 올 해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주일 저녁마다 로마서의 부분들을 설교하고 있습니다. 지난 달에는 로마서 1장 16-17절의 말씀을 통하여 왜 복음이 하나님의 능력인지를 설명했습니다. 복음이 하나님의 능력인 첫 번째 이유는 우리의 영혼을 구원해 주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예수 그리스도를 믿을 때 영원한 죽음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우리 영혼이 구원을 받습니다. 그러기에 복음이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복음이 하나님의 능력인 두 번째 이유는 복음이 우리의 내면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단지 우리 영혼을 구원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간을 변화시킵니다. 우리는 모두 아담으로부터 물려받은 ‘죄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죄성’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사로잡습니다. 그런데 복음은 그 ‘죄성’을 깨뜨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닮게 합니다. 그러기에 복음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복음의 능력을 체험하려면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자기 의가 철저하게 깨어져야 합니다. 복음이라는 것은 자기의 의가 있는 사람은 이해할 수도 없고, 체험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복음은 예수 그리스도와 그 분의 십자가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 의가 있는 사람은 예수님이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었다는 말을 아무리 해도 그것이 은혜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십자가는 인간의 모든 의에 대한 최종적인 사망선고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모진 고통 가운데 피 흘리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네가 저지른 죄가 너무나 끔찍해서 하나님의 아들인 내가 인간의 몸으로 와서 이렇게 십자가에서 피흘려서 죽어야만 했다!”

“너는 너를 구원할 조금의 가능성도 없기에, 결국 내가 이렇게 십자가에서 피 흘려 죽어야만 했다!”

십자가는 우리의 죄가 얼마나 끔찍하고, 우리가 그 죄에서 벗어나기에 얼마나 무능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 의가 남아 있는 사람은 이 메시지가 들리지 않습니다. 내가 그나마 의롭게 살았는데 왜 예수님이 나를 위해서 십자가에서 죽어야만 합니까? 내가 지혜롭고 능력이 있는데 왜 나를 구원하기 위해서 예수님이 죽어야만 합니까?

이것이 십자가와 복음을 거부하는 세상 사람들은 마음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십자가의 메시지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세상은 인간의 능력이 무한하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하지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기에 자기 자신을 믿고, 도전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십자가는 그 반대를 이야기 합니다. 인간이 철저하게 무능하며 결국은 죄로 인해서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절망해 보지 않은 사람은 복음을 알 수도 없고, 그 복음의 능력을 체험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또 한편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 그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다 준다는 것입니다. 내 자신의 무능함을 철저하게 깨닫게 하신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지금 우리가 이 자리에 왜 앉아 있습니까? 만약 여러분 중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절망한 적이 없었다면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제 내 힘으로 할 수 없고, 이제 내 능력으로 할 수 없다는 고백이 있을 때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되고, 그 예수 그리스도의 힘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상실한 마음(1장 18-32절)

이런 이유 때문에 바울은 로마서에서 복음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1장 18절부터 오늘 읽은 3장 20절까지 인간의 죄된 상태에 대해서 설명을 합니다. 바울은 인간의 죄된 상태를 두 부류로 나누어 설명을 합니다. 하나는 이방인이고, 다른 하나는 유대인입니다. 그것은 유대인이 이방인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그들이 모두 다 죄 가운데 있음을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로마서 1장에서는 복음이 하나님의 능력이라는 것을 설명한 후 이방인의 죄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이방인이 죄가운데 있다는 것을 설명하는 바울의 핵심 단어는 바로 ‘상실한 마음’이라는 단어입니다.

“또한 그들이 마음에 하나님을 두기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그들을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사 합당하지 못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롬1:28)”

바울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시면서 하나님의 신성을 모든 자연 만물 가운데 심어 두었다고 말합니다. 그러기에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은 모든 자연만물과 세상의 이치를 보면서 하나님의 솜씨와 섭리에 감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의 마음에는 ‘자기중심성’이란 죄성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 자기 중심성은 모든 영광을 하나님에게 돌리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기 자신의 시각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하나님을 경배하기보다는 우상을 섬깁니다. 우상이란 무엇입니까? 바로 자기 자신의 욕망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런 인간에게 하나님이 내린 형벌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하나님께서 벌을 내린다는 것을 커다란 자연재해를 내린다는 것이나, 커다란 사고를 내리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내리는 가장 큰 벌은 그런 벌이 아닙니다. 아주 무섭고도 심각한 벌이 있는데 그것은 ‘그냥 내버려 두는 것’입니다. 바울은 사람들이 그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상실한 마음’대로 내어버려 두었다고 말합니다. 상실한 마음이란 헬라어로 ‘아도키모스누스’라는 단어입니다. 누스란 단어는 마음이란 단어이고, 아도키모스란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가치없는 이란 뜻입니다.

인간의 마음이 가치가 있다는 것은 이 세상의 모든 자연 만물을 통해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생길 때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으로 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자기만을 섬기며 자기 욕망대로 살 때 그것은 무가치가 마음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기만 섬기는 사람들을 하나님은 그 마음 그대로 내버려 두셨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내버려 둔 인간의 상황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자기의 욕망대로 살며,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온갖 악한 마음을 품는 것이 인간입니다.

“또한 그들이 마음에 하나님 두기를 싫어하매 하나님께서 그들을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사 합당하지 못한 일을 하게 하셨으니 곧 모든 불의, 추악, 탐욕, 악의가 가득한 자요 시기, 살인, 분쟁, 사기, 악독이 가득한 자요 수군수군하는 자요 비방하는 자요 하나님께서 미워하시는 자요 능욕하는 자요 교만한 자요 자랑하는 자요 악을 도모하는 자요 부모를 거역하는 자요 우매한 자요 배약하는 자요 무정한 자요 무자비한 자라 그들이 이같은 일을 행하는 자는 사형에 해당한다고 하나님께서 정하심을 알고도 자기들만 행할 뿐 아니라 또한 그런 일을 행하는 자들을 옳다 하느니라(로마서 1:28-32)”

여러분! 이 구절들이 얼마나 끔찍합니까? 그런데 이 마음이 바로 이 세상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온갖 죄된 마음과 행동으로 하나님 대신 자신을 섬기고 있는 인간들의 마음인 것입니다.

할례를 받지 못한 마음

로마서 2장에서부터는 유대인의 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유대인의 죄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는 ‘할례 받지 못한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율법을 지키고, 할례를 받았기에 구원받은 백성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무릇 표면적인 유대인이 유대인이 아니요 표면적인 육신의 할례가 할례가 아니라 오직 이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며 할례는 마음에 할지니 영에 있고 율법 조문에 있지 아니한 것이라(롬 2:28-29)”

바울은 말은 유대인들이 비록 육신의 할례를 받았지만 마음으로는 할례를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비록 육신으로는 율법을 지키지만 마음으로는 그 율법을 지키지 못하고 여전히 죄성에 지배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아무리 율법을 잘 지키는 유대인이라도 그 안에는 여전히 죄성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 안에도 유대인들의 마음이 얼마나 많이 남아 있습니까? 내가 남보다 조금 나은 부분을 통하여 의인이라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의 의를 상처내는 어떤 말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합니다.

앞에서 우리는 죄가 ‘자기중심성’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그 죄가 또 하나 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그것은 ‘죄의 자기 보호 본능’입니다. 죄는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며 자신을 합리화 합니다.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은 후 하나님이 그 죄를 물었을 때 아담은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열매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3:12)”

아담은 자기가 선악과를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고 자기를 합리화하며 자기 죄를 감춥니다. 이렇게 아담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합리화 했던 죄성은 이제 점점 성장해 철저하게 자신을 감추고 합리화하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안타깝게도 그 도구가 된 것이 율법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율법을 지키고 할례를 받으면서 그 율법과 할례를 통해 자신의 죄를 감추었습니다. 자기가 율법을 지키고, 할례를 받았기에 죄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죄를 드러내는 어떠한 공격에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왜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예수님이 그들 안에 있는 죄를 지적했기 때문입니다. 율법과 의로 포장되어 있는 죄를 지적하자 그들은 상처 입은 맹수처럼 예수님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쳤던 것입니다. 이 시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죄를 지적당한 사람은 마치 새끼를 빼앗긴 맹수처럼 으르렁 거립니다. 왜냐하면 그 안의 죄성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복음은 계속해서 그 죄를 드러냅니다. 할례 받지 않은 마음의 상태를 드러냅니다.

결국 바울이 상실한 마음과 할례 받지 못한 마음을 통해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모든 사람이 죄 가운데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떠하냐 우리는 나으냐 결코 아니라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 죄 아래에 있다고 우리가 이미 선언하였으니라 기록된 바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율법은 죄를 깨달음이라

그렇다면 율법의 기능이란 무엇입니까? 율법은 죄를 합리화하거나 감추라고 준 것이 아니라 죄를 깨닫고 드러내라고 준 것입니다.

“우리가 알거니와 무릇 율법이 말하는 바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에게 말하는 것이니 이는 모든 입을 막고 온 세상으로 하나님의 심판 아래 있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율법의 행위로 그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니라(로마서 3:19-20)”

우리가 율법을 지키려고 하면 할수록 깨닫는 것은 무엇입니까? 율법을 지킬 수 없는 내 무능력합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 수 없는 내 자신의 한계입니다. 우리가 신앙생활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내가 내 의지와 노력으로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매순간 내 안의 교만과 혈기, 욕망, 자존심을 만나게 됩니다. 그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율법을 통해, 내 신앙의 노력을 통해 그 죄를 교묘하게 감추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결국에 내가 내 의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죄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기 전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절망해야 합니다. 인간 안에 있는 죄성은 성령에 의해 깨어진 뒤에도 우리 안에 잔존 세력이 남아서 수시로 그 세력을 회복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내 의를 내세우려고 합니다. ‘그래도 나 정도면 신앙생활을 잘 하는 것이지...’ ‘그래도 나 정도 봉사하면 잘 하는 것이지...’ 이것은 여러분뿐만이 아닙니다. 여기 위에서 설교하는 저 자신의 마음 속에서도 이런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주의 종으로 사역을 하면서 사람이 나를 통해서 은혜를 받거나, 또는 내가 하는 사역을 통해 열매가 드러나면 내 마음 안에서 죄성이 발동을 합니다. ‘그래도 내가 잘 해서 이렇게 된 것이지....’ 그러다가 아차! 하고 놀랍니다. 내 안의 죄성이 얼마나 강력하고 질긴 것인지 알고 놀라게 됩니다.

결국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매순간 내 자신에 대해서 절망해야 합니다. 내 의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내 능력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해야 합니다. 그리고 오로지 은혜로만, 은혜로만 주의 일을 할 수 있음을 고백해야 합니다.

이제는...

오늘 읽은 마지막 말씀에 바울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율법과 선지자들에게 증거를 받은 것이라(로마서3:21)”

헬라어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다보면 가끔씩 오류가 나거나 오역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이 구절에서 역시 아주 중요한 헬라어 단어가 하나 빠져 있습니다. 헬라어 원문 상에는 이 단어의 맨 앞 부분에 ‘뉘니 데’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But now’입니다. 한글말로 그대로 번역하면 그러나 이제는...이라는 단어입니다. 이 그러나 라는 접속사가 아주 사소한 것 같지만 이 의미는 매우 큽니다. 헬라어 본문 그래도 해석하면 내용이 이렇게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렇게 죄가운데 살았지만 그러나 이제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그 전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 이제는 이란 단어가 무슨 의미입니다. 우리가 더 이상 내 의와 내 힘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을 때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나님의 의가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여러분! 왜 예수 그리스도가 시내산에서 율법이 주어진지 약 1500년 후에 나타났을까요?  그동안 하나님은 무엇을 했을까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절망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율법을 지키려고 몸부림치다가 계속해서 실패하고 무너지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에 대해 절망했을 때 그 때서야 복음의 빛을 비추어 주었습니다.

여기 앉아 있는 성도들 중에서는 하나님께서 왜 나를 빨리 교회로 불러 주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여기 서서 설교하는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저는 물론 모태신앙이였지만 사역자가 되기까지 많은 방황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조금 젊었을 때 나를 불러 주지 않았을까? 그런데 만약 내가 내 자신의 의가 깨어지지 않았을 때 나를 불러 주었다면 지금과 같은 마음으로 사역할 수 있었을까요? 하나님께서는 먼저 우리로 절망하게 하시고, 그 후에 복음을 듣게 하십니다. 그리고 그 복음의 능력 앞에 무릎 꿇게 하십니다.  

끝맺으면서

오늘 읽은 이 로마서를 쓴 바울은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해 철저히 절망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바리새인이였으며, 율법에 능통했고, 당대 최고의 학문을 배운 사람 이였습니다. 그는 스스로 하나님의 의를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이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다메섹 도상에서 꼬꾸러지고 눈이 멀었을 때 그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힘으로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자신의 상태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자신의 열심히 몸부림쳤지만 그것이 오히려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금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런 절망이 있어야 됩니다. 내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철저한 깨달음이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 복음은 능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왜 그 복음의 능력을 누리지 못합니까? 내 자신에 대해 절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내 힘으로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내가 다른 사람보다는 의인이라는 자기 의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 성령께서 말씀 가운데 이런 우리들의 의를 깨뜨려 주시고, 복음의 능력을 바로 알게 하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