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은 서머나 교회에 보내는 편지의 서문이다. 여기에서 요한은 서머나 교회의 환란과 궁핍을 위로하고 서머나 교회를 위협하는 자칭 유대인들이 실은 사탄의 집단이라고 단언한다.

  교회는 현존하는 당시대의 상황을 반영하는 공동체입니다. 하나님은 멸망할 운명에 놓인 이 땅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죄악된 세상 가운데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예수께서 죄인들과 더불어 사시며 복음을 전하셨던 것처럼 죄악 속에서 고통당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복음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슬퍼하는 자들과 함께 슬퍼하고, 가난한 자들과 함께 가난을 나누며, 의인이 핍박당하는 시대에는 앞서 고난을 감수하는 것이 교회가 감당해야 할 사명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현재의 사회적 상황을 반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서머나 교회는 온 세계를 지배하려는 로마의 제국주의적 횡포가 극에 달했던 시대에 가장 극심한 박해를 받았던 교회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 경제적 압박과 횡포, 신앙 생활에 대한 훼방과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서머나 교회는 예수님을 향한 순수한 신앙을 잃지 않았습니다. 본문을 통해 교회가 겪는 고난의 의미, 고난당하는 교회에 주시는 주님의 권고를 살펴 보겠습니다.

1. 교회가 겪는 고난의 의미
 빛과 어둠이 동무가 될 수 없는 것처럼 의와 불의는 한데 어울릴 수 없습니다. 불의한 세력이 득세하는 시대일수록 의인들이 고난당하고 박해 받는 것은 자명한 이치입니다. 악독한 권력자들일수록 의인을 괴롭히고 옥에 가두며 생명까지 앗아가려 합니다. 그래서 로마 제국처럼 불의한 권력 집단이 위세를 떨치던 시대에는 수많은 의인들이 피를 흘렸습니다. 특히 교회에 대한 박해는 실로 상상을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로마는 '네로'에서부터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에 이르기까지 10대에 걸쳐 240여년간 교회를 박해했습니다. 이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이유로 옥에 갇히고 죽임을 당한 성도의 수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습니다. 로마의 감옥들은 붙잡혀 온 성도들로 가득 찼으며 더 이상 감금할 여지가 없었다고 역사가들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실로 거의 모든 성도들이 악하고 흉포한 로마 제국에 의해 엄청난 고난을 당했습니다. 로마의 고(古)도시이며 황제 숭배의 중심지인 서머나(오늘날의 이즈미르)에 위치한 서머나 교회가 당한 고난은 당시 로마의 잔악함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었습니다. 서머나 교회 성도들은 모든 재산을 몰수당하고 여자와 아이들은 노예로 팔려 갔습니다. 불의한 로마 권력에 굴종하고 황제 숭배에 참여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무사 안일하게 살 수 있었지만 서머나 교회는 성도의 의로움과 신앙을 지키기 위해 고난을 선택했습니다. 고난을 오히려 의로움을 증명하는 증거로 여겼던 것입니다. 고난을 의로움의 반증으로 여기는 신앙, 서머나 교회가 지녔던 이같은 신앙은 교회가 겪는 고난의 의미를 일러줍니다. 거짓과 불의가 만연한 시대에 진실로 의롭고 신실한 교회라면 고난당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패역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자만이 의로움을 지킬 수 있으며, 이것은 곧 고난의 소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2. 고난당하는 교회를 향한 주님의 권고
 예수님은 환난과 궁핍 중에서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서머나 교회에게 죽음의 고난을 당하고 부활한 당신의 모습을 계시하셨습니다. 그리고 생존을 위협당하는 서머나 교회의 환난과 궁핍함을 모두 알고 계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9절). 주님께서도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고통을 실제로 체험하셨기에 '네 환난과 궁핍을 내가 안다'는 이 말씀은 서머나 교회에게 더할 나위 없는 위로와 격려가 되었습니다. 더욱이 주님은 서머나 교회가 겉보기에는 가난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부요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이것은 서머나 성도들이 지닌 신앙의 신실함을 인정해 주는 동시에 미래의 축복을 약속해 주는 말씀입니다. 주님은 오늘날에도 서머나 교회와 비슷한 정황에 놓인 교회들을 이같은 말씀으로 위로하고 권고하십니다. 하나님의 영원하신 섭리에 비추어 볼 때 인간의 생애가 실로 한순간에 불과하듯이 고난도 잠깐입니다. 현재 당하는 고난은 승리를 향해 가는 한 과정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은 고난 중에 있는 교회를 향하여 당신께서 승리한 것처럼 승전할 것을 믿고 담대하라고 권고하십니다(참조, 요 16:33).

3. 고난 중에 충성한 교회의 축복
 하나님께서 친히 다스리시는 이 역사에는 의인이 끝까지 고난당하고 그 억울함을 보상받지 못하는 일은 없습니다. 공의로우신 하나님은 반드시 역사의 전과정, 모든 인간들의 행위를 낱낱이 심판하시고 그 행위대로 보응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성도들이 죄악된 세상에서 비웃음 당하고 고난을 겪지만 이것은 결코 그 자체로써 끝나는 억울한 고난이 아닙니다. 장차 예수 그리스도께서 심판주로 임하시는 날, 애매하게 핍박당한 교회는 형언할 수 없는 영광 중에 영생의 면류관을 받게 됩니다. 현재의 고난은 장차 얻게 될 영광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순간적이고 부분적입니다(참조, 롬 8:18). 이 고난을 감당한 흔적들은 성도들이 장차 예수님 앞에 설 때 의로움의 증거가 되고 축복의 근거가 될 것입니다.

 오늘날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면서도 사람들의 생활은 오히려 파괴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정 생활이 그렇고 사회의 빈부 격차가 그렇다. 더욱이 대형화된 교회 내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병든 사회를 바로잡기에 무기력한 교회의 단면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서머나 교회'. '서머나'는 에베소 북방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아시아의 왕관', '아시아의 꽃', '이오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는 등의 칭찬을 받았다. 로마에 대하여는 처음부터 충성을 바쳤으며 원정군들을 원조하였다. 이러한 충성의 결과로 한때 로마의 보호와 호의를 받아 황제 숭배의 중심지가 되기도 하였으며, 자유시가 되었다. 한편 서머나는 유대인들이 많이 이주하여 살던 곳으로 유대인들이 기독교인들을 모함하고 핍박한 지역이기도 하다. '네 환난과 궁핍을 아노니'. '환란'은 '압박한다'는 말에서 나온 용어로서 신앙적인 핍박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환란은 주로 유대인들로부터 받은 것이었다. '궁핍'은 핍박의 결과로 생활이 어려워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핍박자들은 기독교인들의 가산을 약탈하기도 하였다(참조, 히 10:34). 물론 초대 교회 신자들은 거의 모두가 가난한 생활을 하였다. 그 때문에 이 구절의 궁핍은 서머나 교회가 처한 일반적인 가난을 나타낼 수도 있다. 하지만 서머나의 경제적인 부유와 상품 등의 풍요로움은 궁핍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이렇게 볼 때 아마도 저자는 서머나의 풍요 속에서 기독교인들이 상대적으로 느끼는 빈곤을 드러내려 했는지도 모른다(Lenski). 하지만 대부분의 학자들은 서머나의 궁핍을 핍박의 결과로 본다. 즉 궁핍은 재산의 몰수, 기타 정치적, 경제적 압력에 의한 결과로 생긴 경우에 사용되었다.

 본문에서 요한은 서머나 교인들에게 장차 환란이 닥쳐오더라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권면한다. 요한은 그 환란이 십 일 동안 계속될 것이지만 그들이 죽도록 충성하면, 첫째, 생명의 면류관을 얻고, 둘째, 사망의 해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위로한다.

  서머나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한 그리스도는 '처음이요 나중이요 죽었다가 살아나신 이'(8절)였습니다. 다시 말해 환난과 고난을 극복하고 승리하신 이이십니다. 이것은 '환난과 궁핍'에 직면한 서머나 교회에게는 아주 위로가 되는 적절한 표현입니다. 서머나 교회에는 사탄의 하수인 노릇하던 유대인들의 핍박이 심하여 경건하게 믿고자 하는 자는 항상 순교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사도 요한의 제자이며 서머나 교회의 초대 감독(A. D. 155-165)이었던 '폴리캅'이 이곳에서 순교했다는 사실만 보아도 그 교회의 형편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이처럼 죽음을 각오하고 믿음을 붙든 성도들에게 생명의 면류관을 약속하십니다. 생명을 내놓았으므로 생명으로 대가받는 영생의 상급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보상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생명의 면류관은 죽도록 충성한 자에게 주십니다.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면류관을 네게 주리라'(10절). 성경에는 여러 종류의 면류관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생명의 면류관'(약 1:12), '썩지 않는 면류관'(고전 9:25), '자랑의 면류관'(살전 2:19), '의의 면류관'(딤후 4:8), '영광의 면류관'(벧전 5:4) 등이 있습니다. 이 면류관은 믿음으로 구원받은 성도에게 그의 충성에 따라 주는 상급입니다. 이것은 성도들이 영생의 세계에서 받을 영광과 상급의 여러 면을 표시한 것입니다. 물론 이 상급은 계급이나 신분의 차등을 말하는 것을 결코 아닙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정의와 평등, 평화의 나라이므로 계급 사회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 나라는 오직 구원받은 성도가 하나님 아버지와 함께 자녀로서 기업을 누리며 사는 나라입니다. 아무튼 이 면류관은 죽도록 충성하는 자가 받습니다. 자기 생명을 그리스도보다 더 중히 여기는 사람은 결코 순교할 수 없습니다. 죽도록 충성한다는 것은 그리스도를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반드시 핍박을 받아 생명을 잃어야 죽도록 충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죽음의 고비도 마다하지 않을 때 그것이 그리스도께 대한 진정한 충성이요, 면류관을 얻을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이제 생명을 주께 드리는 일을 결단해야 합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의와 진리를 위해 몸을 바치기로 결단해야 합니다.

2. 생명의 면류관은 모든 고난을 견딘 자에게 주십니다.
 '시험을 참는 자는 복이 있도다 이에 옳다 인정하심을 받은 후에 주께서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면류관을 얻을 것임이니라'(약 1:12). 본문에서 예수께서는 '네가 장차 받은 고난을 두려워 말라 볼지어다 마귀가 장차 저희 가운데 몇 사람을 옥에 던져 시험을 받게 하리니 너희가 십 일 동안 환난을 받으리라'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십(10)은 만수(滿數)로서 일정한 기간을 가리킵니다. 이것이 짧은 기간을 말하는 것인지(참조, 창 24:55 ; 민 11:19 ; 단 1:12, 14), 긴 기간을 말하는 것인지(참조, 민 14:22 ; 욥 19:3) 명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생명의 면류관을 받을 수 있는 믿음은 마귀의 핍박과 시험을 이긴 연단된 믿음입니다. 예수를 믿는 데는 치열한 투쟁이 필요합니다. 죄의 종으로 마귀 수하에 있던 사람이 예수를 믿음으로 죄로부터 해방되고 생명으로 옮겨지면 하나님의 나라는 확장되는 것이며 마귀의 영토는 그만큼 축소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탄은 최대한으로 예수 믿는 것을 방해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성도들에게는 급격한 사탄의 핍박이 따라오는 것입니다. 생명의 면류관은 이러한 사탄의 핍박을 참고 견딘 자에게만 돌아가는 상급입니다. 따라서 성도들은 주님을 따르되 끝까지 따라야 합니다. 환난을 견디고(참조, 롬 8:17, 18), 믿음을 지켜야 합니다(참조, 딤후 4:7). 아무리 위대한 결단도 행위가 뒤따르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3. 생명의 면류관은 신실한 성도에게 주십니다.
 충성이란 헬라어 '피스토스'는 신실한이란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진리와 사랑을 깨닫고 그것을 정직하게 지키며 성실히 전파한다는 의미입니다(참조, 고전 4:1, 2). 따라서 우리가 하나님의 충성된 일꾼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정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온갖 위선과 거짓 행위를 제거하지 않고는 참된 하나님의 일꾼이 될 수 없습니다. 오늘날에는 양의 옷을 입고 성도들에게 접근하는 위선된 하나님의 일꾼들이 많습니다. 예수께서도 이러한 자들이 우리의 주위에 버젓이 존재함을 경계하시면서 그들은 성도들로 호감을 사게 한 후 자기들의 탐욕을 채우는 이리와 같은 존재라고 하셨습니다(참조, 마 7:15). 그리고 주님은 이러한 자들에게 상급은커녕 그들과 함께 거할 수도 없으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마 7:23)고 명하실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생명의 면류관 받기에 합당한 자가 되기를 바란다면 모든 탐욕과 거짓을 버린 신실한 일꾼, 신실한 이웃이 되어야 합니다. '청결한 마음과 선한 양심과 거짓이 없는 믿음으로 나는 사랑'(딤전 1:5)으로 충성할 때 성도들은 면류관을 보장받습니다.

 성도가 충성을 다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특히 성도는 복음에 충성해야 되는데 스스로 복음을 지켜 행함은 물론 이웃과 더불어 복음에 동참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또한 전도이기고 하다.

 '네가 장차 받을 고난을 두려워 말라'. 이 구절은 서머나 교인들에게 주는 요한의 권면으로서 행 9:16에 언급된 바울에게 주신 주의 음성, 즉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해를 얼마나 받아야 할 것인가를 내가 그에게 보이리라고 한 말씀과 일맥 상통한다. 즉 서머나 교회가 지금까지 받은 환란과 궁핍을 생각해야 되겠지만 이제부터는 더한 환란과 궁핍이 시작되리라는 예시이다. '너희가 십 일동안 환난을 받으리라'. 이 구절에서 '십 일'은 일정한 기간을 나타내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것이 짧은 기간으로도 사용되었고(참조, 창 24:55 ; 민 11:19 ; 단 1:12 ; 행 25:6), 긴 기간으로도 사용되었기 때문에(참조, 민 14:22 ; 욥 19:3) 구체적인 날수로 결정하기가 어렵다. 이 구절의 경우는 짧은 기간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는 것이 유력하다(Charles, Plummer). '생명의 면류관'. '생명의 면류관'에서 문법적으로 생명과 면류관은 어떤 소유 관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동격 관계에 있다. 따라서 생명은 면류관이고 면류관은 생명인 것이다. 당시 면류관은 최고.최선의 가치를 나타내는 상징이었고 성도들이 추구해야 할 최고.최선의 목표는 생명이었다. 그러므로 당시의 풍속에서 얻은 표상을 그리스도교의 이상 위에 접목시킨 것이 '생명의 면류관'이라 하겠다(Randell). 한편 면류관이 악한 의미로 사용된 예도 있는데, 이사야는 '교만한 면류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참조, 사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