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서 주께서 빌라델비아 교회를 향해 말씀하신 내용이 언급된다. 즉 빌라델비아 교회는 적은 능력을 가지고도 그리스도의 말씀을 지키며 그 이름을 배반치 않은 교회로 칭찬받기에 합당하다는 것이다.

  빌라델비아 교회는 세계적 교회를 대표하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 가운데 서머나 교회와 더불어 주의 책망을 받지 않았던 모범적인 교회입니다. 서머나 교회의 장점은 순교였고, 빌라델비아 교회의 장점은 말씀을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인내와 진실성이었습니다. 그들은 순교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역경 가운데서 꾸준히 신앙을 유지한 것이 주님으로부터 칭찬받는 계기가 되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견실성을 가진 빌라델비아 교회에 그리스도는 '다윗의 열쇠'를 가진 자로 나타나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심판의 주로 나타날 때 '사망과 음부의 열쇠'(계 1:18)를 가지신 이였으나 칭찬받는 빌라델비아 교회에는 생명의 문을 열 수 있는 다윗을 열쇠를 가지고 나타나신 것입니다. 다윗은 구약의 이상적 왕이며 그리스도의 그림자(참조, 렘 30:9 ; 겔 34:23)이므로 다윗의 집은 그리스도 왕국의 그림자이며 그 열쇠를 가지신 것은 곧 그 왕국의 절대 주권을 가지셨음을 가리킵니다. 살펴보겠습니다.

1. 다윗의 열쇠는 교회와 천국에 대한 그리스도의 절대 주권을 의미합니다.
 '그리스도는 그의 집 맡은 아들로 충성하였으니 우리가 소망의 담대함과 자랑을 끝까지 견고히 잡으면 그의 집이라'(히 3:6). 열쇠는 누가 가지는가? 곧 그 집안의 책임자가 가지는 것입니다. 집안의 모든 열쇠는 집주인이 가집니다. 며느리가 시집와서 집안의 살림 맡는 안주인이 되기까지는 시어머니가 열쇠를 넘겨 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일일이 필요한 것을 보고하고 타다 써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집안의 모든 살림살이를 맡는 책임적 위치에 서게 되면 자신이 알아서 어떤 일도 할 수가 있습니다. 즉 열쇠를 가진 자가 주권을 가지게 된다는 말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다윗의 집은 그리스도의 왕국인 현재의 교회와 미래의 천국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교회와 천국의 주권자는 다윗의 열쇠를 가진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리스도는 이 열쇠로 천국의 문을 열고 선택된 백성, 역경 가운데서도 견실히 믿음을 지킨 성도들을 그 집으로 인도하시는 것입니다. 이 문은 어느 누구도 닫을 수 없는 문이요 한번 닫히면 누구도 열 수 없는 문입니다. 오직 다윗의 열쇠를 가진 자만이 열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는 문입니다.

2. 다윗의 열쇠는 천지와 만물의 주권을 의미합니다.
 '예수께서 나아와 일러 가라사대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마 28:18). 천지와 그 가운데 만물을 지으신 이도 그리스도이시오, 그것을 섭리 지배하시는 이도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는 만물의 주권자이십니다. 태초에 하나님께서 말씀으로 천지를 지으실 대 그 일에 그리스도는 주도적으로 참여하셨습니다. '만물이 그로 말미암아 지은 바 되었으니 지은 것이 하나도 그가 없이는 된 것이 없느니라'(요 1:3). 그리스도가 없이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그리스도의 구속의 은혜를 입지 않고 구원받을 존재나 사물은 절대 있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지금 현재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하나님 대신 다른 신적 존재를 숭앙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그도 결국은 그리스도로부터 이 땅에 온 존재에 불과합니다. 다만 그들의 눈이 가려지고 허탄한 신화와 끝없는 철학에 얽매어 만물의 주권자이신 그리스도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는 것이 죄라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리스도가 만물의 주권자이심을 알게 되면 복종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리시고 하늘에서 자기의 오른편에 앉히사 '만물을 그 발 아래 복종하게 하시고 그를 만물 위에 교회의 머리로 주셨'(엡 1:22)습니다.

3. 다윗의 열쇠는 그리스도께서 사망과 음부의 주권도 가지셨음을 의미합니다.
 '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마 16:18, 19). 그리스도는 교회의 주권만 가지신 것이 아니라, 그와 정 반대의 개념인 사망과 음부의 주권도 가지셨습니다. '곧 산 자라 내가 전에 죽었었노라 볼지어다 이제 세세토록 살아 있어 사망과 음부의 열쇠를 가졌노니'(계 1:18). 이로써 우리는 그리스도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주권은 천국과 낙원, 그리고 교회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우리가 흔히 사탄의 영역이라고 생각해 온 사망과 음부까지도 지배하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성도는 육신을 죽이고 더 이상 어쩌지 못하는 세상 권세자나 사탄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습니다. 육신과 함께 그 영혼을 지옥으로 보내는 그리스도를 두려워해야 합니다(참조, 마 10:28). 만물의 주권자는 그리스도이십니다.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그리스도만이 인간을 구원하실 수 있습니다. 그는 이 땅에서 거짓과 포악과 정욕의 쾌락만을 일삼아 온 자들을 일일이 판별하여 영원한 지옥불에 던지시는 가장 완벽한 심판주이십니다. 제한이 없는 그의 능력을 인정한다면 우리는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하나님의 칭찬을 받을 만한 교회란 능력과 방언 등을 행사하는 교회가 아니다. 적은 능력으로도 서로를 감동시키는 교회, 부족한 가운데서도 도울 줄 아는 교회들이 하나님의 칭찬을 받는다.

 '빌라델비아 교회'. '빌라델비아'는 사데 동남쪽 약 50km 코가미스 계곡에 접한 소도시였다. 이 도시는 B. C. 2세기경 버가모 왕조의 '앗탈루스 Ⅱ세'(Attalus Ⅱ)가 건립하여 형에 대한 사랑의 표시로 빌라델비아(형을 사랑하는 자)로 명명하였다. 이 도시는 무시아, 루디아, 브루기아로 이어지는 무역로의 교차점에 위치한 '동방의 관문'으로 상업의 요충지였다. 빌라델비아 교회의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으나 본문을 볼 때 작지만 알찬 교회였던 것 같다. 한편 빌라델비아 교회의 위치는 지금 터어키령의 '알라 셀'(Allah Shehr ; 하나님의 도시)에 해당되는데 지금도 그곳에는 수천의 신자들이 있다(Barclay).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이'. 이 말씀은 히스기야의 신하 엘리아김에게 주어졌던 약속의 말씀을 거의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참조, 사 22:22). 즉 하나님은 엘리아김에게 다윗 집의 열쇠를 그의 어깨에 두어 그 집을 관장케 하시겠다고 하셨다. 여기서 열쇠는 권위와 주권을 상징한다. 따라서 본절은 엘리아김이 다윗의 집에 그러하였듯이 그리스도는 다윗 집의 원형인 하나님 나라의 주권을 가지신 분이시라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말씀은 보다 직접적으로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지의 여부를 그리스도께서 관장하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Mounce).

 본문에는 빌라델비아 교회에게 주신 주의 말씀이 계속된다. 즉 빌라델비아 교회는 그 동안의 성실한 신앙 행위로 시험의 때를 면하게 되지만 그들이 지닌 신앙은 더욱 굳게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빌라델비아는 소아시아 서편 루디아 영토에 있는 성읍으로, 이곳에 언제 교회가 세워졌으며 누가 세웠는지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다만 빌라델비아 교회는 본 서신에 기록된 일곱 교회 중 성도들이 굳게 믿음을 지킴으로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가장 많은 칭찬과 축복을 받은 교회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이 교회에도 여러 말씀을 주셨는데, 그것은 칭찬과 축복 외에도 권면과 상급에 대한 말씀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주님 말씀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빌라델비아 교회의 충성
 '네가 나의 인내의 말씀을 지켰은즉'(10절). 본 서신의 목적이 고난당하는 성도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며 더욱 믿음에 굳게 서도록 하는 데 있기 때문에 본 서신을 대하는 성도나 교회들이 어떠한 박해와 고난을 당했는지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그들이 당한 고난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특히 당시는 로마의 박해가 심했던 때로서 소아시아 일곱 교회는 정도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박해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복음이 있는 곳엔 어느 곳이든지 거짓 교사가 있어서 성도들을 유혹하고 시험하여 넘어지게 했습니다. 그런데도 본문 말씀을 보면 빌라델비아 교회는 인내의 말씀을 지켰다고 했습니다. 빌라델비아 교회는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 결코 크거나 능력이 많은 교회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믿음에 있어서는 결코 적은 능력을 가진 교회가 아니었습니다. 모든 성도는 하나 되어 교회에 충성했고 말씀에 의지해서 끝까지 인내했으며 박해를 피하고자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어느 교회보다도 훌륭한 믿음을 소유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모범이 됩니다. 하나님께 인정받는 교회는 그 교회의 대소에 있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인정받는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고 끝까지 인내하며 충성하는 교회인 것입니다. 사데 교회와 같이 살았다 하는 이름을 가졌어도 죽어 있는 교회는 하나님께 인정받지 못합니다.

2. 빌라델비아 교회에 대한 그리스도의 권고
 '네가 가진 것을 굳게 잡아 아무나 네 면류관을 빼앗지 못하게 하라'(11절). 성경에서 그리스도의 재림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경고와 위로가 그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재림은 악한 자들에게는 분명히 경고가 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는 마지막 때에 하늘로부터 나타나셔서 자기 원수에게 심판과 저주를 내리시겠다고 누차에 걸쳐 말씀하셨으며(참조, 마 24:48-51 ; 살후 1:7-9), 베드로는 산 자와 죽은 자를 심판하러 오시는 주님께 그들이 그들의 행위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참조, 벧전 4:5). 그리스도의 재림이 성도에게는 위로가 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는 박해와 압제당하는 성도들을 해방시키실 것이며, 그로 인하여 성도들은 모든 괴로움을 마치고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왕 노릇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의 재림이 성도라고 부르는 모든 사람에게 위로의 말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믿음을 굳게 지킨 자에게만 주는 축복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네가 가진 것을 굳게 잡아…빼앗지 못하게 하라'고 빌라델비아 교회에게 권면합니다. 하나님은 합당치 않은 자의 면류관을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주십니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지금까지 지켜온 믿음을 끝까지 인내로써 지켜 승리의 면류관을 받아야겠습니다.

3. 인내한 자에 대한 상급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빌라델비아 교회의 인내를 칭찬하시면서 인내하는 자에게 임할 상급을 몇 가지 말씀하셨습니다. 살펴보면 첫째로 시험의 때를 면하게 하신다는 것입니다(10절). 이것은 성도들이 마지막 환난 때에 고난을 당하지 않게 되리라는 말씀이 아닙니다. 성도들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환난에 휩쓸리지만 그리스도께서 성도들을 환난에서 지키시고 보호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성도들도 분명 마지막 대에는 환난에 휩쓸릴 것입니다. 그러나 성도들은 그리스도께서 그 시험을 이기고 승리할 수 있도록 도우시기 때문에 아무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참조, 히 2:18). 둘째로 하나님 성전의 기둥이 되게 하신다는 것입니다(12절). 이것은 건물의 한 기둥이 되게 하시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하나님 성전의 기둥이 되게 하신다는 말씀은 성도들의 영예로운 지위를 말하는 것입니다. 베드로와 야고보, 그리고 요한은 초대 교회의 기둥들이었습니다(참조, 갈 2:9). 성도들 또한 그러한 영예와 지위를 얻게 하신다는 말씀인 것입니다. 셋째로 하나님의 이름과 새 예루살렘의 이름과 그리스도의 새 이름을 성도들 위에 기록하신다는 것입니다(12절). 여기에는 세 가지 상급이 동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것을 나누어서 생각해 보면 먼저 하나님의 이름을 기록한다는 것은 성도들을 하나님께서 그의 백성으로 영원히 인쳐 주시겠다는 말씀입니다. 둘째로 새 예루살렘의 이름을 기록한다는 것은 성도들에게 하늘 시민권이 보장됨을 의미하며, 셋째로 그리스도의 새 이름을 기록한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승리하신 영광에 성도들도 동일하게 참여하게 해주신다는 축복의 말씀인 것입니다.

 교회 생활을 오래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교만해지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교만은 사람의 연륜까지도 물거품이 되게 함을 알아야 한다.

 '시험의 때를 면하게 하리니'. 여기 '시험의 때'는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 전, 곧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되기 이전에 있을 큰 환란의 때를 말한다(참조, 단 12:2 ; 막 13:19 ; 살후 2:1-12). 여기서 시험의 때를 면한다는 말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데 하나는 이 시험의 때를 전혀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시험의 때를 당하기는 당하나 그리스도의 도우심으로 능히 견디어 나간다는 것이다. 전자의 해석은 환란 전 휴거를 주장하는 자들의 견해인데 현대의 대부분의 학자들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해석을 지지한다. 왜냐하면 본절의 '면하게 한다'에 사용된 헬라어가 악한 자이 공격을 피하게 한다는 뜻보다는 그것에 정면 대결하여 버텨 나가게 한다는 뜻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Tenney). '하나님 성전에 기둥이 되게 하리니'. 계 21:22의 새 예루살렘에는 성전이 없다는 증거로 보아 본절은 은유임에 틀림없다. '기둥'은 중요성과 영원성을 뜻한다. 특별히 후자의 개념은 '그가 결코 다시 나가지 아니하리라'는 뒤의 문장에서 강조된다. 또한 '하나님의 성전'은 단순히 하나님이 계시는 곳으로 이해하면 된다. 따라서 본절은 이기는 신자들이 하나님의 존전에서 영원히 있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약속은 지진 등으로 불안한 빌라델비아 교인들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