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그럼, 하나님은 우리가 그런 고난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도록 하셨으면서도 어떻게 항상 기뻐하라고 하시는지, 어떻게 하면 고난의 바다 같은 인생을 기뻐하며 살 수 있는지 살펴봅시다. 하나님은 우리가 고난 많은 인생을 살아갈 때 도움 받을 수 있는 장치들을 여럿 마련해 두셨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내입니다. 아내에게는 남편이 되겠지요. 물론 남편이나 아내가 없는 분들도 있지만, 하나님의 창조 질서는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루어 인생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남편과 아내가 함께 살게 하신 것은 서로 돕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고난 많은 인생을 혼자 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욥의 경우를 봅시다. 욥의 자녀들이 다 죽었습니다. 가족이 붕괴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욥의 아내는 살아남았습니다. 욥이 고난을 당하여 고통 속에 있을 때, 그를 위로하고 힘이 되어야 할 사람은 아내입니다. 아내의 타고난 임무가 바로 그것입니다. 아내가 고통 가운데 있을 때 남편의 존재 이유는 바로 그 아내를 위로하고 그 고통을 나누어갖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서로 남편과 아내로 존재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이 남편과 아내가 한 몸을 이루게 하신 뜻이고, 거기서 하나님이 짝 지으신 것을 사람이 나눌 수 없다는 그 관계의 신성함이 보증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인간은 그 관계의 신성함을 지키는 데 많이 실패합니다. 일이 잘 되고 행복할 때는 남편 곁에, 아내와 함께 사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다가도 상대방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난이 닥치면, 그 고난의 짐을 나누어 지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그만 발뺌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지만 제가 아는 집사님 한 분은 젊은 시절에 사우디의 건설현장에서 건축자재에 깔려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렇게 사고가 난 지 15일 후에 한국에서 아내가 딸을 낳았습니다. 허니문을 막 지난 신혼부부인데, 돈 좀 벌어 잘 살아보겠다고 남편이 사우디에 가서 일하다가 겨우 일주일 만에 반신불수가 되어 돌아왔고, 아내는 이제 막 아기를 낳았으니, 이 얼마나 기구한 운명입니까? 남편에게 들이닥친 고난은 아내가 평생 함께 나누어 감당해야 할 고난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딸도 그 고난의 짐을 함께 나누어 져야 할 것입니다.

그래도 그 남편은 그나마 아내가 있었기에, 또 때마침 태어난 딸이 있었기에 그 고난을 견디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평생을 그렇게 고난을 나누며 사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는지 딸이 유치원에 다니는 일곱 살이 되었을 때 아내가 그만 집을 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집사님은 불구의 몸으로 혼자서 딸을 키우며 살아왔는데, 이제 그 딸이 대학 4학년이 되었습니다. 어린 딸과 장애인 남편을 버리고 떠난 그 아내를 비난해야 할지 동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하나님이 남편과 아내를 짝지어 주신 것은 고난 속에서 서로 도우며 항상 기뻐하며 살 수 있도록 하셨다는 것이고, 우리 인간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사는 데 종종 실패한다는 것입니다.

욥의 아내도 그랬습니다. 그래도 첫 번째 고난에서는 잘 견뎌냈습니다. 그까짓 재산이야 있다가도 없는 것이고 없다가도 생기는 것 아니냐며 서로 위로했을 것 같습니다. 자식들 잃은 것은 고통스럽지만 또 낳아 기르자고 하면서 함께 슬픔을 참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두 번째 고난이 닥쳤는데, 그것은 욥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악창이 났습니다. 지독한 피부병인데, 욥이 기와 조각을 가져다가 몸을 긁었다고 했습니다. 그것을 보고 욥의 아내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습니다. 물론 욥의 아내가 욥이 당하는 고난을 함께 감당하지 못하고 이제 빠지겠다고, 헤어져서 각자 자기 길을 가자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그런 고난 속에서도 욥은 하나님 경외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려 하는데, 그의 아내가 그런 면에서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남편과 아내는 서로 돕고 위로하며 이 고난 많은 인생을 기뻐하며 살 수 있도록 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잠언 기자는 ‘아내를 얻는 자는 복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받는 자’(잠 18:22)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이 여러분에게 남편과 아내를 주신 것은 고난 속의 삶을 기뻐하며 살 수 있도록 마련해 두신 하나님의 은총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오늘날 가정의 붕괴가 매우 걱정스러운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가정의 회복을 위한 노력들이 많이 행해지고 있지만, 세상은 자꾸 가정의 붕괴와 해체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으로 하여금 생존하고 살아가도록 하신 시스템은 가정입니다. 그래서 가정의 해체가 진행될수록 주님이 말씀하신 종말의 때가 가까운 것으로 이해됩니다. 종말의 때가 되면 처처에 기근과 지진이 있을 것인데, 즉 이것은 하나님의 창조세계가 붕괴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세우신 인간사회의 구성 시스템으로서의 가정이 붕괴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고난을 견디며 행복하게 살도록 하나님이 마련하신 또 하나의 장치는 우리 인간 상호간에 돌보며 돕는 것입니다. 욥에게 그런 기가 막힌 고난이 닥쳤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친구들이 먼 데서 서로 약속을 하고 날을 잡아서 욥을 찾아왔습니다. 그들이 와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몰골이 되어 있는 욥을 보고 소리 질러 울며 옷을 찢고 하늘을 향하여 티끌을 날려 자기 머리에 뿌렸습니다. 그리고 칠일 동안 밤낮 욥 곁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슬퍼하기만 했습니다.

그래도 욥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여러분이 고통을 당할 때 그 고통을 함께 나눌 친구가 있습니까? 또한 여러분은 이웃이 고통을 당할 때 가서 위로하고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기쁨은 나눌수록 커지고 고통은 나눌수록 작아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고난을 당할 때 그들을 위로하고 도와주는 것은 고난의 인생을 살아야 하는 우리 모든 인간의 신성한 의무입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항상 기뻐하며 살라는 하나님의 뜻을 행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의 고난을 돕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또 어떻게 하는 것이 잘 도와주는 것인지 우리가 잘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괜히 도와주려다가 오히려 더 상처만 들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욥을 도우러 온 친구들이 나중에는 오히려 욥을 더 화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난당하는 사람을 돕는 것이 별 것 아닐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고난을 당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욥의 친구들이 와서 한 게 무엇입니까? 그들이 욥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을 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와서 보고 기가 막혀 슬퍼했을 뿐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왔다는 사실과 친구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고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것 자체가 고난을 당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무한한 위로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면서 고난당하는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고 돕는다는 것은 가장 고상한 일입니다. 그리고 결코 면제받을 수 없는 우리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인생이란 게 별 것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고통을 참고 견디며 삽니다. 돈이 없어 고난당하는 사람들 생각에는 돈이 많으면 고난도 없을 것 같지만, 돈 많다고 고난이 피해가는 것 아닙니다. 여자에게는 남자가 모르는 고난이 있고, 남자에게는 여자가 모르는 고난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한국에서 살 때나 여기 뉴질랜드에 와서 살면서나 고난을 만나게 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어차피 인생에는 고난이 있게 마련인데, 중요한 것은 그 고난 속에서 하나님 경외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우리 그리스도인의 살아가는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난보다 더 크고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며 기뻐할 수 있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함께 고난을 당하는 우리끼리 서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돕고 위로하며 고난을 이겨나가는 교제가 우리 가운데 있어야 합니다. 고난을 당하되 아름다운 미소를 잃지 않도록 하십시오. 가난하더라도 부요하게 살 수 있으며, 불행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역설이 여러분의 삶에서 증거될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