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넷째주설교]나는 문이다 (εγο ειμι 3) 요한복음 10장 9-18절

사순절 넷째주

사순절과 예수 닮기

오늘은 교회력에 의하여 사순절 네 번째 주일로 지키는 주일입니다. 교회는 2000여 년 동안 교회력을 중심으로 해서 몇 가지 중요한 사건들을 기억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중심으로 그 분의 삶을 되새겨 보는 그러한 교회력을 지켜 오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우리를 위하여 고난 받으신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념하고 이 기간 동안 그 분의 고난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기간입니다. 사순절은 예수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의 주일을 뺀 40일간의 기간을 말하고 있으며 금년의 경우 지난 2월 17일 재의 수요일 (참회의 수요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개신교에 와서는 이러한 교회력의 준수가 많이 퇴색 되었지만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에서는 이러한 교회력을 충실히 지켜 오고 있습니다.

경건한 가톨릭 신자들은 이 기간 동안에는 즐기던 음악과 춤 술, 고기 등을 금하고 경건하게 지내기도 합니다. 유명한 리오 카니발도 재의 수요일이 시작되기 직전에 끝나게 되는 것도 이러한 사순절을 경건하게 보내겠다는 의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으로 말미암아 이제 우리는 하나님 앞으로 담대히 나아감을 얻을 수 있었고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고난 받으신 예수님을 닮아감으로서 우리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사순절 기간 동안에 예수님이 누구이신가를 생각해 보고 그를 닮아가고자 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오늘도 예수님 자신이 자신 스스로에 대하여 말씀하신 내용을 생각해보면서 예수님 닮기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양의 문

오늘의 본문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양의 문이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잠깐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양을 치기 위해 사용하는 양의 우리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용하던 양의 우리는 대개 3 가지 종류였습니다.

첫째는 임시 우리입니다. 집에서 멀리 떠나 있거나 혹은 산간 지방에 있을 경우 쉽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엉클어진 가시덤불이나 억센 가지 등을 세워 만드는 우리입니다. 두 번째는 동굴과 연결된 우리입니다. 이스라엘의 특성상 동굴들이 많은 것을 이용하여 동굴 안으로 양들을 몰아놓고 동굴 입구에 울타리를 쳐서 가두는 방식입니다. 주로 폭풍이 치는 날에는 이런 종류의 우리를 이용하곤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다 영구적인 우리가 있었습니다. 주로 찬바람 막이 구실을 하는 산 양지바른 기슭에 세우는데 낮은 건물로 앞에는 아치형의 문을 만들어 놓습니다. 바깥 울타리도 세워 놓습니다. 울타리 벽은 약 2,5미터에서 3,5 미터 정도의 높이로 만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문에는 보초를 세워 놓아 도둑이나 맹수들로부터 양을 지키곤 했습니다. 목동들은 매일 매일 이 문을 통하여 아침에 양을 바깥으로 인도하여 내었다가 저녁이 되면 안전한 우리로 양을 모아 놓는 일을 하곤 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셨을 때 바로 보다 영구적인 양의 우리를 생각하시면서 말씀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의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자신을 양의 문이라고 말씀하셨을 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분명히 알아들을 수가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 예수님이 문이라고 하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것이 그리스도를 본받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주는 실천적인 의미는 무엇입니까?

I. 시작과 마무리로서의 문(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문이라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문 안과 성문 밖은 상당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율법에서도 문안에서 저지른 범죄와 문 밖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 서로 다르게 심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문이라는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는 하루의 삶을 시작하고 또 종결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문을 통과함으로서 하루의 일을 시작합니다. 농사일을 하기 위하여 그들은 문을 나섭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하루의 일을 끝내고 돌아올 때도 문을 통과하여 성안으로 들어옴으로서 하루의 일이 비로소 종결됩니다. 이렇게 문은 삶의 시작과 종결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문은 또 심판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성문 옆에서 억울한 사연이 있는 사람은 크게 외침으로서 제사장들이 나와서 이 문제에 대한 심판을 내리게 됩니다. 그래서 시편기자는 자식은 하나님이 주신 열매요 기업이며 이것이 풍성한 자는 성문에서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고 노래하기도 했던 것입니다.(시 127:5)

이렇듯 문이라는 것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양치는 목자에게도 문은 중요했습니다. 양들을 이른 아침에 문을 열고 밖으로 내 보냅니다. 푸른 초장에서 풀을 뜯게 하고 맑은 물가에서 시원한 물을 마시게 합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다시 양들을 인도하여 양의 문을 통하여 양들을 우리 안으로 들여보냅니다. 그때 목자는 문 옆에 서서 들어가는 양의 숫자를 하나하나 세게 됩니다. 숫자가 맞으면 비로소 목자의 일이 끝나게 되는 것입니다. 양들과 목동에게 있어서 문이라고 하는 것은 삶의 시작이며 마무리가 되고 있었습니다. 양과 목동의 삶에서 문을 통과하는 것 없이 하루의 삶은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듯 문은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의 삶의 시작과 마무리를 의미하고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문이 되십니다. 그 분은 우리의 삶의 처음이며 마지막이 되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삶의 알파이며 오메가이십니다. 예수님이 이처럼 우리 삶의 처음이며 마지막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모든 삶의 척도는 예수님으로부터 시작되고 또 예수님에 의해서 평가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목자들은 아침 일찍 문을 통하여 양들을 밖으로 내 보냅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들판에서 풀을 뜯게 합니다. 그리고 저녁이 되면 양들을 모아 문을 통하여 우리 안으로 모아들입니다. 저녁이 되어 양들이 문을 통과할 때 목자들은 양의 숫자를 하나씩 셉니다. 그렇게 함으로서 하루의 일을 평가합니다.

오늘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도 마찬가지가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예수님의 사역과 가치관, 그 분의 가르침으로 우리의 삶의 모습을 가꾸어 나가야 합니다. 모든 일의 시작을 예수님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그 분의 가르침과 사역을 바탕으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모든 일의 마무리가 예수님으로부터 이루어진다는 것은 사역의 평가는 오직 예수님의 가르침과 그 분의 가치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과연 오늘 우리 믿는 이들의 삶에 대한 평가가 우리의 문이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 평가되어지고 있습니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주로 우리들의 평가는 한 사람이 이룩해 놓은 업적의 크기에 기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들의 머리에 기독교계에서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되어 우리의 머리에 떠오르는 인물들이 누구입니까?

주로 대형교회를 이룩한 분이 아니십니까? 세계 최대 교회, 세계 최고의 새벽기도 인원, 세계 최대의 교회 건물을 지은 분 등등 주로 여러분의 머리에 떠오르는 분이 그런 업적 중심의 사람들이 아닙니까? 이게 문제입니다. 그가 이룬 업적의 크기와 상관없이 비록 그가 큰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묵묵히 그리스도의 길을 따라간 사람들이 우리들의 머리에 떠올라야 하고 또 그런 사람들이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 못한 것이 오늘 우리 기독교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며칠 전 법정 스님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온 나라가 야단입니다. 그가 이룬 것이 무엇입니까? 세계 최대의 사찰을 이루었습니까? 세계 최대의 불교 신자를 모았습니까? 사실 그가 남긴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몇 권의 책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시신이 길상사에서 송광사로 운구 되는 광경을 TV에서 보았습니다. 관에 들어가시지 않고 그저 입던 옷 그대로 입고 누런 천을 덮은 채 운구 되었습니다. 초라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가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한 삶을 살았고 또 그 가르침에 의해 그의 삶이 평가되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존경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작년에 세상을 떠난 고 김수환 추기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남긴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에게 한없는 존경을 보냈습니다. 저는 최근 1년 동안에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종교인 개신교, 가톨릭 그리고 불교의 중요한 인물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정진경 목사님, 김수환 추기경님, 그리고 법정 스님이 그 분들입니다.

그런데 이 세 장례식을 비교해 보면서 저는 또 다시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진경 목사님은 개신교 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이름이 좀 나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회에서는 아무런 반향도 일으키지 못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왜 우리는 이 사회에서 가장 요란하고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정작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이 생겨났습니다. 과연 우리는 삶을 어떤 기준으로 살아가고 있으면 또 평가하고 있는 것입니까? 예수님은 우리의 문(門)이십니다. 문이신 예수님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시작하고 마무리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예수님 닮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II. 삶의 중심으로서의 문(門)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자신을 문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땅위에 인간을 몸을 입고 오셨습니다. 그리고 이 땅위에서 고난을 받으셨습니다. 이러한 예수님이 오늘 자신이 우리의 문이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문으로서 우리의 삶의 중심으로 오시기를 원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삶의 주변인물이 아닌 중심인물로서 오신다는 것입니다.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리스도를 본받는 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그것은 다름 아닌 예수님을 나의 삶의 주변부가 아닌 중심부로 모셔 드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그리스도를 본받는 것의 출발점이 아니겠습니까.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삶의 주변부가 아니라 중심부에 위치하고 계시는 것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문을 통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하루의 일과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문을 통하지 않고 담을 넘는 자들은 다 도적이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문을 통하지 않고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것은 인간이지만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오늘 예수님은 우리에게 문이 되셔서 우리 모두가 ‘예수’라는 문을 통하여 삶을 시작할 것을 요구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을 통해서만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과연 예수님은 나의 삶에 있어서 하나의 장식품에 불과 한 것인가 아니면 나의 삶의 문으로서 나는 하루도 예수라는 문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하루의 일을 시작도 종결도 할 수 없으며 또 예수라는 문을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 가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 공무원을 임명할 때마다 실시되는 청문회를 국민들은 마음을 졸이며 지켜봅니다. 왜냐하면 청문회를 하다 보면 그들의 감추어져 있던 비리들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어쩌면 저럴 수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그러다가 차츰 지나다 보면 저 자리에서 저 정도라면 괜찮은 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점점 양심이 무디어져가고 비리를 바라보는 우리의 감각이 민감함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한 칼럼에서 “지금 시중에는 현 정부 고위직에 오르려고 하면 4당 5락(위법 불법 4관왕은 임명이 되지만 5관왕은 곤란하지 않느냐)이니, 3락 4당(3관왕은 너무 깨끗하여 동료로 삼기 어려우니 4관왕은 돼야 임명할 것 아니냐)하는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위장전입은 필수, 탈세, 논문 이중게재, 병역 의혹, 부동산 투기 의혹은 ‘선택’이라고 해야 할 정도이니 ‘이 정권 체면을 생각해 위장전입 금지 조항을 법에서 지우는 것이 어떻겠나.’하는 농담까지 유행할 지경입니다.1)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소위 기독교 인사들이 어느 정권보다 더 많다고 하는 현 정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의 고위 공무원에 대한 이야기뿐이겠습니까? 오늘 가톨릭을 포함하여 기독교인이 전체 인구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우리에게 주고 있는 것입니까? 결국 예수님을 믿는 다고 하면서도 우리는 결코 예수님이라고 하는 양의 문을 통과하지 않고 늘 담 벽을 뛰어넘는 도적과 같은 삶을 살아왔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도둑 일에 능숙하고 숙달 된 사람은 자기 집을 드나 들 때도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어색하게 여긴다고 하지 않습니까.

오늘 우리는 예수님이라고 하는 문을 통하여 우리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문을 통하지 않고 담을 뛰어 넘으면서 살아가고 있습니까? 예수라는 문을 통과하지 않고 교회 안에 있으면 그는 교인은 될 수 있겠지만 결코 예수님의 양으로서 살아가지는 못합니다. 문을 통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리 안에 들어 와 있다고 할지라도 그는 그냥 도둑일 분입니다. 교인의 수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잖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문을 통하여 들어왔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양보다 도둑이 더 많으면 그 목장은 결국 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진지하게 성찰해 보아야 합니다. 혹시 내가 예수님을 나의 삶의 가장 중심적인 문으로 여기지 않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쪽문 정도로 여기면서 우리는 살아가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우리들을 향하여 주님은 말씀하고 계십니다. “나는 양의 문이다. 누구든지 나로 말미암아 들어가면 구원을 얻고 또는 들어가며 나오며 꼴을 얻으리라.” 예수 닮기는 예수님을 우리 삶의 문중에서도 가장 중심적인 문으로 확신하고 매일의 삶속에서 그 문을 통과할 때, 그리고 그 문을 사용할 때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맺으면서

예수님은 우리의 문(門)이십니다. 예수님만이 우리의 삶의 유일하신 문(門)이십니다. 예수님 문을 통과해야만 우리는 진정으로 주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이라는 문을 통과하는 사람들 늘 그 문을 통해 자신의 삶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 문을 삶의 가장 중요한 위치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약속의 말씀을 해 주십니다. 새로운 세계를 보여 주겠다고 말씀 하십니다. 새로운 꼴, 싱싱한 꼴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제공하지 못하였던 싱싱하고 맛있는 꼴을 주신다고 약속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이 주시는 이 꼴을 먹지 못하는 한 우리의 삶은 늘 허기지고 공허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참 꼴은 어디에 있습니까? 예수라는 문을 열고 나설 때 우리 앞에 찬란하게 펼쳐 있는 맛있는 꼴이 무성한 평야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