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어느 저널리스트는 그가 쓴 수필에서 말하기를, “가을은 이해를 위한 계절이다”라고 했습니다. 참 아름다운 말입니다. 우리 인간세계가 이해하고 또 이해하는 것으로 가득하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세계가 되겠습니까?
가을이 이해로 가득한 계절이라면, 오늘부터 성탄절까지 지키게 되는 대림절은 ‘용서를 위한 계절’이라고 정의해도 좋습니다. 왜냐하면 대림절은 사람으로 성육신 하신 예수님을 기억하는 동시에 앞으로 오실 예수님을 기다리는 절기인데, 예수님이 이 땅에 성육신하신 목적은 바로 용서이기 때문입니다.
대림절에 우리가 깊이 생각하고 꼭 실천해야할 단어가 용서라는 말입니다. 용서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영국문화협회가 최근 102개 비영어권 국가 주민 4만여명을 대상으로, 수십만개의 영어단어 중 대표적 상징성을 가진 70개를 뽑아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를 뽑게 했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mother”(어머니)라는 단어였습니다.
이 세상에는 참 아름다운 단어들이 많이 있는데, 왜 하필이면 “mother”라는 단어가 가장 아름다운 단어로 선정되었을까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는데, 그것은 아마도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어머니의 용서를 흉내낼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어머니보다 더 용서를 많이 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어머니는 용서하기 위해서 태어나신 분이요, 용서로 시작해서 용서로 삶을 마감하시는, 유일한 존재일 것입니다.
“어머니”라는 단어와 더불어서,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로 꼽고 싶은 것은 “예수”라는 단어입니다. 그 단어를 선정한 이유를 말해보라고 한다면, 역시 마찬가지로 용서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용서하기 위해서 태어나신 분이요, 실제로 죄인인 우리를 용서하신 분이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적으로 우리를 용서하시고 있는 분이십니다.
대림절은 바로 이렇게 용서하러 오신 예수님을 내 마음과 우리 삶 속에 모셔들이고, 우리 역시 용서하는 삶을 사는 가운데 성탄절을 맞이하는 기간입니다. 오늘날 성탄절이 사람들끼리 서로 즐기는 인간의 축제로 변질되고 말았는데,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목적을 회복해야만 합니다. 다시 말해서 목적이 이끄는 크리스마스가 되어야 하는데, 그 것은 우리 안에 용서를 회복함으로 가능합니다.
만약 우리 안에서 용서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건 아직도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요,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있어서 크리스마스는 한낱 매년 사람끼리 선물주고받은 정도의 인간축제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크리스마스가 진정 크리스마스가 되게 하려면, 오늘도 이순간에도 ‘용서하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깊이 묵상하고, 그 분의 용서를 우리의 삶 속에서도 회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우리도 남을 용서해야 합니다.
사도 바울이 이런 사실을 오늘 본문에서 증거합니다. “누가 뉘게 혐의가 있거든 서로 용납하여 피차 용서하되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과 같이 너희도 그리하고” (표준새번역 개정판)“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용납하여 주고, 서로 용서하여 주십시요.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과 같이, 여러분도 서로 용서하십시오” 아무개가 내게 어떤 잘못한 일이 했을 때, 그 일이 마땅히 지적과 훈계를 받아 마땅하지만, 그래도 서로 용납해주어야함을 권면합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의 용서의 레벨을 그리스도의 용서에까지 높이고 있습니다. “주께서 너희를 용서하신 것과 같이” 우리 그리스도인이 남을 용서하는 차원이, 자신이 생각하기를 ‘이 정도면 됐지’ 하는 만족 정도에 그칠 것이 아니라, ‘아무개보다는 내가 그래도 용서를 잘 하는 편이지’가 아니라, 그런 차원을 뛰어 넘어서, 주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주님의 용서 레벨로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을 사도 바울은 권면하고 있습니다.
과연 지금 우리의 용서는 어느 정도에 머물러 있는가? 우리의 용서가 주님의 용서 레벨로 한 단계 높아질 때, 그 때부터 우리 안에 신앙생활의 참 기쁨이 찾아오고, 신앙의 키가 성장을 하게 됩니다. 신앙생활이 그 어떤 생활보다도 즐겁게 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우리를 용서하신 것처럼, 그렇게 용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남을 위해서 진정으로 용서의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우루과이 한 작은 성당의 벽에는 이런 기도문이 써 있다고 합니다. 제목은 ‘주님의 기도를 바칠 때’입니다:
“하늘에 계신” 하지 말아라! 세상 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 하지 말아라! 너 혼자만 생각하며 살아가면서-
“아버지” 하지 말아라! 아들 딸로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하지 말아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서 안간 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지 말아라! 물질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지 말아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하지 말아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 하면서-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하지 말아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하지 말아라! 죄지을 기회를 찾아 다니면서-
“악에서 구하소서” 하지 말아라! 악을 보고도 아무런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아멘” 하지 말아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바치지 않으면서-

저는 이 기도문을 읽어내려가면서 구절 구절이 제 마음에 와닿으면서 많이 찔렸는데, 특히 제 마음을 움직인 구절은 이 구절이었다: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하지 말아라! 누구에겐가 아직도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과연 나는 주님의 기도를 할 자격이 있는가? 무슨 면목으로 자신감있게 주님의 기도를 날마다 암송하고 있는가?..
누군가를 향해서 아직도 그 사람이 내 신경을 거스르게 한 것에 대해서, 내 비위를 건드린 것에 대해서, 내게 상처를 준 것에 대해서, 내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준 것에 대해서 앙심이나 복수심이나 분한 마음을 품고 있다면, 그런 마음으로부터 속히 우리 자신을 자유케 해야만 합니다. 그런 마음의 노예가 되어서 계속 남을 미워하고 정죄하면 할수록, 우리는 남을 용서할 수도 없고, 하나님으로부터도 용서받을 수 없습니다.
남에 대한 어떤 앙심이나 복수심이나 분한 마음으로부터 자유하려면, 무엇보다도 진정한 마음으로 용서의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주님, 저는 지금 아무개를 미워하고 있는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습니다. 그를 향해서 가진 증오로부터 저를 자유케 해주실 수 있는 분은 오로지 주님 밖에는 없습니다. 주님, 그를 불쌍히 여겨주시고, 오늘 저를 그 증오로부터 자유케 해주시기를 원합니다’
골고다 언덕에서 예수님이 육신의 생을 마감하시면서, 가장 억울한 형태로 죽임을 당하시면서도 자신을 욕하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이런 기도를 드리셨습니다. 눅 23:34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기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지 못합니다”(표준새번역 개정판) 예수님의 용서의 기도는 마지막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바로 이런 용서의 기도가 예수님을 어떤 앙심이나 복수님이나 증오로부터 완전히 자유하게 만든 힘이었던 것입니다.
마더 테레사 “오늘날 가정에는 고통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기도하고 용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혼 생활에서 문제가 있을 때 어떤 충고를 해주겠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그 때마다 나는 ‘기도하고 용서하십시요’라고 대답합니다. 폭력 가정에서 자란 청소년들에게도 ‘기도하고 용서하십시요’라고 말하고,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미혼모에게도 ‘기도하고 용서하십시요’하고 말합니다.”
한 번 이시간 지난 날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용서의 기도를 드렸는가를 생각해봅시다. 그렇게도 많이 남을 판단하고, 정죄하고, 미워하고, 심판하면서, 그만큼 또한 용서의 기도를 얼마나 드렸는가? 용서의 기도는 너무나 인색하지는 않았는가? 매일 용서의 기도를 깊이 하시는 분들의 얼굴을 보면, 벌써 은혜와 기쁨을 강물처럼 넘쳐 흐르는데, 바로 여러분이 그런 분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2. 남의 입장이 되어서 그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남을 미워하고 증오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남의 입장을 감안할 줄을 모르는 데서 발생합니다. 예수님이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신 이야기! 우리가 익히 들은 말씀입니다. 우리는 그 말씀을 읽을 때마다 은혜를 받습니다. ‘아, 그래, 나도 예수님처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사람이라도 용서해야지!’ 그런데 막상 삶의 현장에 나가면, 그런 결심은 온데 간데 없고, 그저 돌 던질 태세만 갖추고 있습니다. 저 사람에게 무슨 흠이 있나, 무슨 결점이 있는가 탐색하고, 찬스가 나면 여지없이 정죄의 돌을 던집니다. 그리고나서는 후련해하고 통쾌해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남을 용서하지 못한데 대해서, 또 다시 죄책감을 갖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자꾸만 반복되는 것일까? 우리 안에 ‘남의 입장’을 생각하는 영역, 남을 이해하는 영역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에게는 ‘간음한 여인의 입장’에 서서 그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물론 예수님에게도 율법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판단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율법 이전에 ‘왜 그 여인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었는가’ 그 여인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셨던 것입니다. ‘저 여인은 지금 얼마나 괴로운 심정일까? 아마도 죽고 싶을 것이다.’ 그 여인의 입장을 생각하니, 그 여인을 불쌍히 여기고자 하는 마음이 예수님 안에 가득하게 된 것입니다. ‘내가 만약 저 여인의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성숙한 신앙인은 항상 ‘남의 입장’을 감안합니다. 이렇게 ‘남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면, 말 한 마디가 달라지고 행동 하나가 달라집니다. ‘너 왜 그래?’ ‘넌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 ‘인간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대신에 ‘그래 네 마음이 이해가 간다’ ‘그래 우리 함께 고민해보자’ ‘그래 얼마나 힘들었겠니’..
우리가 남을 용서하지 못할 때, 가장 큰 실수는 자기 자신과 남이 아주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나는 그래도 의롭고 괜찮은 사람인데, 저 사람은 아주 잘못되고 버르장머리없는 사람..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가 반드시 염두해두어야할 사실은, 하나님 앞에서는 다 똑같은 죄인이라는 사실입니다. 만약 의롭다고 해도 아주 쬐끔 의로운 것이요, 못되다고 해도 아주 쬐끔 못된 것입니다. 그 ‘아주 쬐끔’을 가지고 그렇게들 서로 정죄하고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입니다. 이런 장면을 하나님께서 보시면, 속으로 이렇게 말씀하실 것입니다. ‘야, 뭐 그런 것 가지고 그렇게 아웅다웅 싸우느냐, 나는 너를 전부 다 받아들였는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가 진정 그리스도처럼 용서하려면, 나와 남의 차이를 없애야 합니다. 지금 장애를 갖고 있는 데다가 투병까지 하고 있는 서강대 장영희 교수가 어느 책에서 이런 글을 썼습니다. “ ‘남’에서 점을 하나 빼면 ‘님’이 된다. ‘남’에서 받침 하나를 빼면 ‘나’가 된다. 점 하나를 옮기면 ‘너’가 된다. ‘남’의 받침과 획을 잘못 갖다 붙이면 ‘놈’이 된다. 사람 사는 게 엎어치나 뒤치나 마찬가지고, ‘나’, ‘너’, ‘남’, ‘놈’도 따지고 보면 그저 받침 하나, 점 하나 차이일 뿐이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악착같이 ‘나’와 ‘남’ 사이에 깊은 골을 파놓고 그렇게 힘겹게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그리스도처럼 용서하려면, 이제로부터는 나와 남의 차이를 없애야 합니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만 남을 소중히 여기면 되고, 나의 상처를 아프게 여기는 만큼만 남의 상처를 아프게 여기면 됩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시기를,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나를 사랑하는 만큼만 남을 사랑하면 됩니다. 그렇게 남을 이해하고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내가 ‘하나님께로부터 용서받은 죄인’인 것처럼, 남도 역시 ‘하나님께로부터 용서받은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의인의 입장이 아니라 똑같은 죄인의 입장에 설 때, 비로소 남을 기쁨으로 용서할 수 있습니다.
모새골 임영수 목사님이 강의 도중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화해가 쉬운 곳이 교회여야 하는데, 현실은 교회일수록 화해가 더 어렵다고 하면서, ‘용서할 때 나는 가장 자유로울 수 있다’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실상 교회 안에서 신자들이 서로 하는 정죄는 세상사람들의 그 것보다 더 무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의 참 자유를 누리지를 못하는 것입니다.
올해 대림절에는 ‘용서하러 오신 그리스도’을 깊이 묵상하시면서, 우리 안에 진정한 용서가 이루어져서 진정한 신앙의 자유를 누리시는 은혜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