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도(弟子道 Discipleship) 사도 빌립-신중한 사람, 그러나 결단의 사람

 

- 소심하고 계산적으로 보이는, 그러나 최후에는 그의 사명을 온전히 감당했던 제자 빌립 -

1) 나다나엘 (바돌로매)를 전도한 빌립
[요1:45]빌립이 나다나엘을 찾아 이르되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 [요1:46]나다나엘이 가로되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 빌립이 가로되 와 보라 하니라

☞ 빌립은 예수님의 최초의 제자 중 한사람이었고 그리고 나다나엘을 전도한 사람이었습니다. 분명 그는 전도의 열정을 소유한 사람이었고 진리를 따라 살기 원하는 마음이 있었던 사람이었습니다.

2) 예수님의 시험 앞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 빌립

[요6:5]예수께서 눈을 들어 큰 무리가 자기에게로 오는 것을 보시고 빌립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로 먹게 하겠느냐 하시니 [요6:6]이렇게 말씀하심은 친히 어떻게 하실 것을 아시고 빌립을 시험코자 하심이라 [요6:7]빌립이 대답하되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

-> 예수님은 광야에서 굶주린 백성들을 염려하시면서 독특하게 제자들에게 직접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마태, 마가, 누가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직접 문제를 해결할 것을 명하십니다.
[마14:16]예수께서 가라사대 갈 것 없다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막6:37]대답하여 가라사대 너희가 먹을 것을 주라 하시니
[눅9:13]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 하시니

-> 그리고 특별히 그 구체적 질문은 빌립에게로 향하여졌습니다. 왜 빌립이었을까? 빌립의 성격과 사고방식과 믿음과 위기대처 방안, 문제해결 방식을 시험하고자 함이었을까?
그런데 사람의 타고난 성격과 사고방식은 쉽게 바뀌기 어려운 것이라고 하겠다. 광야의 굶주린 이들을 먹일 대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제자로 훈련받았던 빌립은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빌립의 무능한 모습이 나타나 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방법을 찾아보기 보다는 쉽고도 안이하게 안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훗날 그는 부끄럽게도 광주리로 종종 상징되곤 했습니다. 예수님의 질문 앞에 선 빌립의 모습은 동시에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일이 부담스럽고 어려울 때 안된다는 대답이나 어렵다는 대답은 누구든지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지혜와 열정을 묶어내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던져서라도 일을 되게 하고 만들어내고 이루어 내는 것이 어려운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의 태도와 믿음의 태도가 변화하지 않는 한 우리는 이 역사 속에서 기적을 이루어내는 제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내가 예수님의 부탁을 받았을 때 해낼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3) 신앙의 확신을 끝까지 갖지 못한 것으로 보여지는 빌립

[요14:8]빌립이 가로되 주여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옵소서 그리하면 족하겠나이다 [요14:9] 예수께서 가라사대 빌립아 내가 이렇게 오래 너희와 함께 있으되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느냐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

빌립은 예수님께서 최후의 성만찬을 하시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며 구원의 신비역사를 설명하는 중에 느닷없이 아버지를 보여 달라고 질문합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솔직한 질문이지만 동시에 아직 확신이 약했던 그의 믿음의 내면을 보여주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빌립의 질문을 비웃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교회를 오래 다닌 많은 제직들도 아직 구원의 확신과 하나님의 실재하심을 의심하고 고민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빌립이 진정 거듭나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은 오순절 성령충만 사건이후라고 보여집니다. 진정한 제자란“하나님은 과연! 살아계시다”라고 외칠 수 있는 구원의 확신을 소유한 사람이다!


4) 사도행전의 전도자 빌립은 제자 빌립인가 집사 빌립인가?
사도행전에서 혁혁한 전도의 공헌을 세운 빌립을 대부분 초대교회의 7집사 중의 하나였던 빌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8장에 행8:1 사울이 그의 죽임 당함을 마땅히 여기더라 그 날에 예루살렘에 있는 교회에 큰 핍박이 나서 사도 외에는 다 유대와 사마리아 모든 땅으로 흩어지니라-> 즉 “사도 외에는”이라고 나타나있고 그후로부터 빌립의 사마리아 전도와 에디오피아 내시 전도가 이어지기 때문에 이 빌립은 집사 빌립이었을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또한 사도행전 21장에는 전도자 빌립이 일곱 집사 중의 하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행21:8]이튿날 떠나 가이사랴에 이르러 일곱 집사 중 하나인 전도자 빌립의 집에 들어가서 유하니라

그러나 초기 교회에서는 8장 이하에 나타난 전도자를 사도 빌립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집사보다는 제자가 그 이름에 걸맞게 더 큰 사역을 감당하지 않았겠느냐는 견해와 함께 안디옥의 감독 폴리크라테스(polycrates)는 사도 빌립과 전도자 빌립을 동일시하고 있고 초대 교회의 역사가인 유세비우스와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도도 그렇게 보고 있다. 만일 8장 이하에 나타난 빌립이 제자 빌립이라면 소극적이고 무능해보였던 빌립은 정말 놀라운 변화를 체험한 것입니다.

그러나 사도행전의 빌립이 제자 빌립이 아니래도 그 후 전승으로 전해지는 그의 선교여행은 성령충만으로 새롭게 변화한 빌립의 모습, 과연 예수님의 제자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터키 동남부에 위치한 유명한 온천지대 히에라볼리에는 두 유명한 교회가 있는 데 하나는 계시록에 기록된 소아시아 일곱 교회 중 ‘차지도 덥지도 않는’ 미지근한 교회로 책망 받은 ‘라오디게아교회’와 ‘순교자 빌립의 기념교회’이다. 라오디게아 교회에서 1㎞ 거리의 산꼭대기에 빌립의 순교를 기념하는 교회가 있다. 기독교 역사가인 유세비우스는 그의 ‘교회사’에서 에베소 교회 감독 폴리갑의 글을 인용, 빌립이 지금의 이란 지방인 수리아에서 복음을 전하다간 지금의 터어키 지방인 프리지아에 돌아와 히라폴리스에서 여러 기사를 행하며 복음을 전하다가 AD 54년 순교했고 그의 시신은 히라폴리스에 매장되었다고 전합니다. 그는 죽음에 앞서 자신의 시신을 예수님처럼 세마포로 싸지 말고 파피루스로 싸라고 유언했다는데 주님과 동일한 취급을 받을 수 없다는 겸손함의 표현이었습니다.

빌립은 어떤 의미에서는 평범한 신앙인들을 상징하는 제자입니다. 베드로나 요한이나 야고보와 같지 않고 또 바울과 같지 못했던 평범한 신앙인- 약함도 가지고 있고 의심도 가지고 있고 망설임도 가지고 있고 그런가하면 진리를 따라 살기 원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는 신앙인의 한 모습입니다. 그들은 다른 유명한 제자들처럼 주목을 받는 것이 아니기에 뒤에 숨기도 편했을 것이요 비교경쟁심리나 보상심리의 갈등으로부터 자유로웠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아니라 은혜를 받은 예수님의 제자로서의 자기 관리요 감격관리였을 것입니다.

누구나 다 베드로 같을 수 없고 누구나 다 바울 같을 수 없기에“내 모습 이대로 주 받으옵소서”라는 고백을 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속에서 고민하는 평범한 신앙인들의 정직한 고백일 것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베드로는 아니고 바울은 아니지만 내 자신에게 주신 그 은혜를 따라 주님 앞에선 내 자신의 사명은 감당해야한다는 소명의식(召命意識)이요 사명의식(使命意識)입니다.

일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 업적을 세우고 안세우고를 떠나 일단 내 자신의 영성을 관리하고 내면을 관리하고 은혜를 관리하고 감사를 관리하고 자기를 믿음으로 지키며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 헌신의 삶을 살아야하는 것은 가장 소중한 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유명한 3대 제자를 제외한 다른 모든 제자들에게는 이런 영적 도전이 계속 이어졌다고 보아야할 것입니다.

오늘의 제자된 우리, 깊이 명상할 때 과연 나를 사랑하시는 주님의 은혜가 가슴 깊이 벅차오르는가? 그리고 깊은 감사가 우러나오는가? 주님께서 우리를 지켜보시는 것을 기억하고 주님의 사랑 앞에 겸손한 마음으로 정직하게 서서 은혜에 걸맞은 헌신의 삶을 사는 제자가 되자.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같이 나도 너희를 사랑하였으니 나의 사랑 안에 거하라”[요15:9]
“ 예수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사 우리로 하여금 깨든지 자든지 자기와 함께 살게 하려 하셨느니라“ [살전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