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마 5:1-12)

예수님의 가르침 중에서 팔복에 관한 말씀은 한마디로 축복의 개념에 대한 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땅에 사는 대부분 사람들은 많은 소유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환상과 미신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서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의 서두에 나오는 팔복선언을 통해서 우리의 그런 환상과 미신을 깨뜨리십니다. 즉 인간의 행복이란 무엇을 많이 소유하는 데 있지 않고, 오로지 어떤 사람이 되는가에 있다고 하는 것을 이 팔복의 말씀을 통해서 선언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8가지의 복은 모두가 인격적인 특성들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특성들을 종합해 보면 거기에 바로 예수님의 모습이 나타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팔복의 말씀을 오늘 우리에게 적용하여 볼 때 우리가 보다 더 많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게 된다는 것은 우리가 예수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이 팔복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살펴보기 전에 먼저 전제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이 여덟 가지의 축복들은 단계적으로 나타나는 축복이라고 하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볼 때 심령이 가난한 자가 되는 축복은 모든 축복된 상태에 들어가는 첫 번째 관문이며, 다른 모든 축복들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준비하는 단계라고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심령이 가난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로 가난한 심령이란 자기자신을 죄인으로 깨닫고 인식하는 마음입니다. 즉 자기자신은 도저히 하나님 앞에 설 수 없는 죄인이며, 하나님나라에 들어갈 만한 자격이 도무지 없음을 깨달은 마음이 곧 가난한 심령입니다. 참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한 사람, 참으로 하나님을 만나본 사람은 이런 가난한 심령을 갖게 마련입니다. 반면에 자기가 괜찮고 의롭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직도 하나님을 제대로 만나 본 사람이 아닙니다. 천국은 자기자신을 심각한 죄인으로 여기며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자기는 도무지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가난한 심령의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가난한 심령이란 자신의 무능력을 인정하는 마음입니다. 심령이 가난하다고 할 때 가난하다고 하는 말에 해당하는 헬라어 '프토코스'(ptochos)는 철저히 가난한 상태, 즉 외부로터 주어지는 도움이나 자비가 없이는 생존이 불가능한 절대적 빈곤상태를 가리킵니다. 누가복음 16장에 보면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이야기가 나옵니다만 이 나사로의 상태가 바로 프토코스입니다. 우리는 가난한 심령의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은총과 긍휼과 도우심이 없이는 도무지 살 수 없는 존재임을 고백하며 순간순간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목마른 사슴처럼 주님의 은혜를 사모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총을 덧입기를 목마른 사슴의 헐떡임처럼 갈구하는 기도가 우리 영혼에서부터 우러나와야만 합니다. 가난한 심령의 사람은 간절하게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을 간구하는 기도의 사람이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왜 오늘 많은 교인들이 기도를 하지 않습니까? 그것은 가난한 심령들을 갖고 있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심령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하시면서 천국이 저희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천국이 가난한 심령의 사람들의 것이라고 하는 말은 우리가 가난한 심령을 갖게 되면 가난한 자의 심령에 천국이 이루어짐으로 현재적인 천국을 누리며 맛볼 수 있게 되리라는 약속의 말씀입니다. 로마서 14장 17절에서 사도 바울은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서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심령이 가난해진 사람의 마음속에는 바로 그런 천국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심령이 가난해진 사람은 자기자신의 힘으로가 아닌 성령의 능력으로 하나님께 순종할 수 있게 됩니다. 가난한 심령 속에는 성령님이 주시는 평강과 희락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 평강과 희락은 세상이 주지 못하는 마음의 평화이며 세상사람들이 알 수도 없는 그런 기쁨입니다. 그리고 그 평강과 희락은 환난과 고난가운데서도 누려지는 평강과 기쁨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가난한 심령은 모든 축복들을 받기 위한 그릇과 같습니다. 그 가난한 심령 속에 천국은 임합니다. 그리고 그 가난한 심령에게만 하나님이 주시고자 하는 다른 모든 축복들이 임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난한 심령이야말로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아야 할 가장 첫 번째 축복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