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모스크바에 가서 레닌의 무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레닌을 썩지 않게 방부 처리하여 두었습니다. 아직도 죽을 때에 그 모습으로 누워있는 레닌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베이징에 가서 천안문 광장에 있는 모택동의 무덤에 가 보았습니다. 거기에도 마찬가지로 생전의 모습 그대로 누워 있습니다. 또 몇 해 전에는 북한의 금수산 기념궁전에 가서 김일성의 무덤에 가 보았습니다. 생전의 모습 그대로 썩지 않게 하여 많은 사람들이 참배하러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신을 방부처리 하기 위해서는 항상 온도를 섭씨 16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자체만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북한 사람들은 여기에 한번 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하는 것은 명백합니다. 사람은 죽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죽어 흙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죽은 사람을 썩지 않게 한다고 산 사람이 아닙니다. 죽은 사람은 썩어야 하고, 흙으로 돌아가야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부활을 아는 사람들은 죽음이 사람을 완전케 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죽음은 사람을 비로소 완전에 들어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흙으로 돌아가리라는 말씀도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돌아가고 싶어도 못 돌아가는 불쌍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죽어야 부활도 하고, 하늘나라의 소망이 있는데 그렇게 죽기 힘들어서 어쩌겠습니까? 부활이 없는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이런 어리석음이 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시체가 되고, 시체는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님이 만드신 인간 의 순리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그 후에 영생이 있고 주님의 재림 때에 부활이 있는 것이 하나님이 만드신 하늘나라의 순리입니다.
  찬 것보다는 빈 것이 희망이 있습니다. 비어 있는 것은 찰 희망이 있지만 차 있는 것은 빌 절망밖에 없습니다. 부활의 예수님은 자신의 무덤을 비어두고 일어나셨습니다. 예수님이 미리 말씀하신대로 무덤이 비어 있으므로 예수님의 부활은 확실하게 되었습니다.
  죽음에 대한 논리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죽음수용 사상이 있습니다. 죽음을 쉽게 수용하고 죽음을 당연히 여기는 사상입니다. 죽음거부 사상이 있습니다. 죽음을 거부하고 죽지 않으려고 하는 사상입니다. 그리고 죽음연결 사상이 있습니다. 이 사상은 죽음과 삶을 연결하여 죽은 사람을 산 사람처럼 여기는 것입니다. 죽어서도 살아 있는 것입니다. 펄벅여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고 죽어서 가장 오래 사는 민족이라고 하였습니다. 죽은 사람에 대하여도 마치 산 사람처럼 합니다. 산 사람처럼 먹을 것을 차려놓고 제사하고, 사진을 걸어놓고 나갈 때 인사하고 들어와서 문안합니다. 이런 것이 우리의 죽음에 대한 사상이라는 말입니다.
  헨리 나우웬은 “우리는 쉬운 승리를 좋아한다. 위기 없는 성장, 통증 없는 치료, 십자가 없는 부활을 좋아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위기가 있어야 성장도 의미가 있습니다. 통증이 있어야 치료도 잘 됩니다. 십자가가 있어야 부활도 의미가 있습니다. 고통이 커야 기쁨도 큽니다. 십자가 후의 부활이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죽었기 때문에 부활이 의미가 있습니다. 이 땅에서 고통이 있기에 하늘나라가 복이 있습니다.
  막달라 마리아와 제자들이 안식 후 첫날 확인한 예수님의 무덤은 비어 있었습니다. 빈 무덤은 그들에게 놀람이었고, 설렘이었고, 부활에 대한 확신이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빈 무덤이 무엇을 의미합니까?

첫째, 제자들이 다시 일어나게 하였습니다.

  십자가와 부활은 서로 상반된 모습입니다. 그러나 둘은 서로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십자가는 부활의 조건입니다. 부활은 십자가의 결과입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 부활 없는 십자가는 상상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십자가로 말미암아 천지가 어두워지고 해도 빛을 잃었습니다. 제자들도 낙심이 되어 모두 한 집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숨어 있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예수님의 죽으심과 함께 아무 소망이 없이 절망 가운데 죽음같은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부활의 소식은 그들로 하여금 다시 세상으로 나오게 하였습니다. 해가 잃었던 빛을 다시 얻었습니다. 제자들도 환희가 가득 찼습니다. 제자들도 그 숨어 있던 방에서 다시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부활절을 영어로는 “이스터”(Easter)라고 합니다. 문자적으로 하면 ‘동방절’이란 뜻입니다. 동방은 빛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빛은 활동을 뜻합니다. 예수님이 부활하심으로 다시 빛이 있었고, 사람들은 활동하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요한복음 9:4에는 예수님께서 “때가 아직 낮이매 나를 보내신 이의 일을 우리가 하여야 하리라 밤이 오리니 그때는 아무도 일할 수 없느니라”고 하십니다. 빛은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이 계시면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계시지 않으면 일하지 못합니다. 빛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제자들이 기지개를 켜고 다시 일어나게 했습니다. 부활은 힘을 얻게 하고, 일하게 하고, 목적을 성취하게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그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부활로 말미암은 일은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고, 유익하게 하는 일이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부활 생명으로 일하십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립니다. 그래서 그 일은 빛의 일입니다.
  사탄도 일합니다. 사탄은 어두움 가운데서 일합니다. 사탄은 죽음의 영으로 일합니다. 사람의 생명을 죽입니다. 부활의 빛으로 일하는 사람은 죽음이 없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합니다. 제자들은 부활의 소식을 듣고 일어나 사람을 살리는 일을 위하여 나섰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생명을 버리면서까지 다른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둘째, 예수님의 육체의 부활을 확신하게 하였습니다.

  성경은 빈 무덤의 광경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마포는 따로 놓여 있고, 머리 쌌던 수건은 따로 개켜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시체를 샀던 것들이 개켜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것은 예수님의 부활이 육적 부활이라는 증거입니다.
  세마포와 수건은 일부러 개어 놓았습니다. 예수님이 계신 무덤은 모든 것이 고요한 듯이 보였지만 그 속은 분주하였습니다. 예수님이 부활을 준비하고 계신 것입니다. 모든 것이 고요하고 끝난 듯이 보이는 순간에도 예수님은 부활을 준비하느라 분주하신 것입니다. 이렇듯 예수님의 삶은 정중동(靜中動)이었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목사님은 사모님이 아침에 이불을 잘 안 개면 “여보, 예수님이 그렇게 바빠도 세마포, 수건도 다 개어 놓으셨던데” 그랬답니다. 그랬더니 사모님이 “나, 아직 부활 전이예요” 그러더랍니다. 예수님은 정말 주무시다가 일어나신 것처럼 세마포를 다 개어 놓으신 것입니다.
  요한복음에 묘사하고 있는 헬라어의 “개켜 있다”는 말은 ‘둘둘 말려 있다’ 혹은 ‘그대로 접혀 있다’ 뜻입니다. 예수님이 입으셨던 수의가 아무렇게나 흐트러져 있지 않고 본래의 모습 그대로 있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시체를 쌌던 세마포는 전혀 손을 댄 흔적이 없었던 것을 의미합니다. 세마포가 말리고 접힌 그대로였습니다.
  부활을 이성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은 부활을 환상이라고 합니다. 막달라 마리아가 너무 예수님을 사모한 나머지 환각현상을 일으킨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부활장인 고린도전서 15:6에는 “그 후에 오백 형제에게 일시에 보이셨나니”라고 합니다. 오백 명이 한꺼번에 환상을 보았다면 이것이야말로 진짜 기적입니다.
  바울은 고린도전서 15장에서 부활을 변증합니다. 부활의 목격자의 명단을 낱낱이 공개합니다. 15:8에는 “맨 나중에 만삭되지 못하여 난 자 같은 내게도 보이셨느니라”고 합니다. 자신에게도 부활의 주님이 나타나심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부활은 육적인 부활입니다. 역사적 사건입니다. 영어의 성육신(incarnation)은 라틴어의 살, 육체적 살을 뜻하는 카르누스(carnus)에서 온 말입니다. 성육신은 육신이 되었다(in-carnus)는 말입니다. 문자적으로는 육체적인 살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예수님이 처음 오실 때에 육신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런데 부활하실 때 육체를 다시 가지지 못하겠습니까? 처음에 가지고 오셨다면 다시 살아나실 때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입니다.
  요한복음 21장에는 부활 후에 디베랴 바닷가에서의 일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고기가 좀 있느냐”고 물으시고 고기를 드십니다. 이 사건은 육적인 부활을 증명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고기를 드셨다는 것은 육체적 부활을 증명하신 사건입니다.
  요한일서 4:2에는 “하나님의 영은 이것으로 알지니 곧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신 것을 시인하는 영마다 하나님께 속한 것이요”라고 합니다. 육체로 오심을 시인하면 육체로 부활하심도 시인할 것입니다. 이런 시인은 하나님께 속한 증거입니다. 요한이서 7절에는 “미혹하는 자가 많이 세상에 나왔나니 이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임하는 것을 부인하는 자라 이것이 미혹하는 자요 적그리스도니”라고 합니다. 예수님이 육체로 오심을 부인하면, 예수님의 육체로 부활하심도 부인할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예수님이 육체로 재림하실 것도 부인할 것입니다. 이런 자가 적그리스도입니다. 예수님의 육적인 부활은 또한 우리의 육체의 부활의 보증입니다. 우리 모두가 예수님처럼 육체로 부활하여 하나님의 나라에 영원히 살게 될 줄로 믿습니다.

셋째, 그리스도교의 시작의 근거였습니다.

  불트만은 “그리스도교는 십자가에서가 아니라 부활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교회는 부활에서 시작됩니다. 예수님의 부활로 말미암아 제자들이 힘을 얻고, 증거의 핵심이 되고, 교회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부활을 부정하면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게 되고,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게 되면 교회는 설립될 수 없습니다. 부활이 없다면 내세의 종교가 아니라 이생의 종교가 됩니다. 기독교는 도덕이 아닙니다. 부활은 기독교가 내세의 종교이며, 죽음 이후에 영생이 있고, 하나님의 나라가 있음을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고린도전서 15장에는 “만일 부활이 없다면”이라는 바울의 가정이 나옵니다. 19절에는 “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바라는 것이 다만 금생뿐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리라”고 합니다. 부활 때문에 교회의 힘이 있습니다. 부활 때문에 교회는 교회가 됩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시므로 교회는 부활의 생명 위에 서 있습니다.
  만일 부활이 없으면 목사가 어떻게 말하겠습니까? “죽으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이 땅에서나 잘 삽시다”. 그러면 여러분이 “아멘” 하시겠어요? 이래서야 교회가 되겠습니까? “죽음 이후는 잘 모르겠으니까 아무것이나 믿으세요”. 그러면 “할렐루야” 하시겠어요? 그렇다면 교회는 될 수 없습니다.
  존 스토트는 ‘리더십의 진실’이란 책에서 교회의 이중성을 말합니다. “첫째, 교회는 거룩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룩하도록 부르심 받는다. 둘째, 교회는 완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하여 그리스도의 나타나심을 간절히 기다린다. 셋째, 교회는 하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뉘어 있다. 이렇게 우리는 ‘이미’와 ‘아직’ 사이의 고통스러운 긴장 속에서 살고 있다”. 그렇지 않습니까? 교회는 신적 요소와 인적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부활로 교회가 되었지만 아직도 완전한 부활을 맛보지 못한 교회입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완전하게 될 것입니다.

결론

  지난번에도 차를 타고 미국의 소 방목지를 지나간 적이 있습니다. 그 넓은 초원에 소들이 마음껏 거닐며 풀을 뜯어먹고 있습니다. 누구 하나 건드리지 않고 마음껏 삽니다. 단지 소의 귀에 날짜 표를 붙여 놨습니다. 목초지에 방목하다가 그 날짜가 되면 와서 잡아간다는 것입니다. 소를 잡는 날을 기록해두고 그 날이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평화롭게 살지만 그 날이 오면 여지없이 잡혀 갑니다.
  이 세상에서 마음껏 놀고 지내는 것 같지만 날짜가 되면 그냥 데려갑니다. 이게 우리의 인생입니다. 우리 마음대로 실컷 노는 것 같지만 날짜가 되면 여지없이 우리를 데려가는 손이 있습니다. 소는 죽어 끝나고 사는 일이 없지만 우리는 죽으면 다시 삽니다. 우리의 육체로 다시 살 것입니다. 이 소망이 우리에게 영원합니다.
  우리 교회 연동동산에 납골묘인 “백합 향기의 뜰”을 지난 한식일에 봉헌했습니다. 우리가 매장을 하든, 화장을 하여 백합 향기의 뜰에 모시든 다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무엇을 택하든지 예수님 오시고, 죽은 자들이 일어나고, 우리가 공중에서 주를 만나게 될 때는 우리는 다 부활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연동동산의 무덤들도 빈 무덤이 될 것입니다. 이 빈 무덤의 제자들의 환희가 우리의 기쁨이기를 바랍니다.

우리의 생전의 삶이 부활의 소망으로 가득한 복된 삶이 되고 죽음 후의 삶이 부활의 영광을 맛보는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