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티머시 켈러  (2010-10-30 오후 3:45:11, 조회 : 1840)
출판사  
  베가북스 

제목  
  살아있는 신



살아있는 신 
티머시 켈러 지음  
베가북스 / 2010년 3월 / 376쪽 / 16,000원

▣ 저자 티머시 켈러
1989년 뉴욕에서 Redeemer Presbyterian Church라는 장로교회를 창립하여 이끌고 있는 목회자 겸 저술가이자 강사이다. “맨해튼에서 가장 생기 넘치는 회중”으로 불리는 그의 교회는 애초 50명의 개척교회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매주 3만 명 이상이 교회 웹사이트에서 그의 설교를 다운로드받아 듣고, 적어도 8천 명의 신도들이 일요일마다 직접 그의 교회를 찾는다고 한다. “대도시에서 가장 성공한 기독교 복음 전도사”라는 별명은 그래서 붙었다. 1950년생이다. 1972년 버크넬 대학교 졸업하고, 고든-콘웰 신학대학과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에서 수료하고, 1981년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에 다닐 때 Int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을 경험하면서 기독교 신도가 되었다. Presbyterian Church in America로부터 목사 임명을 받은 후 버지니아에서 9년간 목회자로 봉직했고, 모교인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에서 가르쳤으며, 부인과 함께 특히 도회지 선교에 힘을 쏟기도 했다. 

켈러가 타깃으로 삼은 청중은 대도시의 전문직 종사자들로, 미국 문화 전반과 그 아이디어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젊은 층이다. 그는 성경의 완벽한 권위에 기대면서도, 회의하고 방황하는 젊은 영혼들이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목소리로 이들을 열광하게 만든다. 2001년 소위 교회개척센터(church planting center)를 시작하여 지금까지 뉴욕과 세계 각지에 100여 교회의 창립을 도왔고, 전 세계의 목회자들이 그의 전도 방식을 배우기 위해 꾸준히 뉴욕을 찾고 있다. 최근 미국 기독교 지도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내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 역자 권기대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했다. 미국의 모건은행에서 일했으나, 이내 월스트리트를 떠나 30년 가까이 미국, 호주, 인도네시아, 프랑스, 독일, 홍콩 등을 편력, 서양문화를 흡수하고 동양문화를 반추했다. 홍콩에서 영화평론과 예술영화 배급을 했으며, 최근 귀국하여 다수의 해외 TV 프로그램을 수입-공급하기도 했다. 영어 번역서로는 2004년의 베스트셀러 『덩샤오핑 평전』, 2008년 학술원 우수도서 『부와 빈곤의 역사』를 위시하여 부커상 수상작인 『화이트 타이거』(2009), 『우주전쟁』(2005), 『CEO 트럼프 성공을 품다』(2007) 등이 있고, 독일어 서적으로는 페터 한트케의 『돈 후안』(2005)과 『신비주의자가 신발끈을 묶는 방법』(2005) 등을 번역했으며, 불어 서적으로는 최근 앙드레 지드의 소설 『코리동』을 완역하기도 했다.

▣ Short Summary
인류는 그동안 ‘신이 있다, 없다’를 놓고 끝없는 논쟁을 벌여왔다. 그만큼 답하기가 어렵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회의와 의심으로 가득 차있다는 뜻도 되는데, 그 끝없는 논쟁과 회의에 대해서 분명하게 답을 제시해 놓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신의 존재를 믿는다면, 이에 대한 의심과 회의론을 피하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맞붙어 싸워야 하며, 그 이유는 자신의 믿음에 대한 반대의견과 치열하게 싸우고 나서야 비로소 의구심을 품은 이들에게 정중하고도 확고한 신앙의 근거를 제시할 수 있고, 또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신앙을 갖게 된 후에라도 의심하는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만약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면, 믿는 자들이 신앙의 근거를 찾아 피땀을 흘리는 것처럼 당신도 자신의 합리적 추론 안에 숨어있는 어떤 형태의 신념을 찾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그 이유는 모든 의심이란 - 아무리 회의적이고 냉소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 사실 어떤 신념을 보충하거나 교체하는 또 다른 신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신념 A를 의심하고자 한다면’, 신념 B를 믿는 입장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인간이 신을 믿지 않는다면 다른 무엇인가를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그 ‘다른 무엇’이야말로 인간의 모든 문제와 고통의 뿌리라고 설파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신 스스로를 신앙인으로 간주하든 회의론자로 간주하든, 열린 마음을 추구하며, 있을 수 있는 의심의 본질을 이해하면서 성장하라고 권유하고 있는 이 책은, 얼핏 보면 단순한 에세이 같기도 하지만 그 너머의 역사적, 문학적, 철학적, 논리적 변증을 통해서 그러한 의심을 되짚어보게 만들고, 또 읽어갈수록 신이 ‘있다-없다’를 놓고 벌이는 논쟁과 회의가 한 순간에 풀리면서, 신의 존재를 더욱 또렷이 느끼게 하고 있다. 

▣ 차례   
들어가는 말

제1부 의심의 도약
01 참된 종교는 오직 하나뿐? 그럴 리가! 
02 하나님이 선하다면 고통을 허락할 리 없어
03 기독교는 가혹한 속박 
04 그 엄청난 부정, 교회의 책임이로소이다
05 사랑의 신이 인간을 지옥으로 보내다니? 
06 기독교는 틀렸다고 과학이 증명했다
07 성경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야 없잖은가!

제2부 우리는 왜 믿는가?
08 신이 있다는 단서들 
09 신을 안다는 것 
10 죄악이라는 문제 
11 종교와 복음 
12 (진짜) 십자가 이야기 
13 부활의 실재(實在) / 14 춤추는 신

에필로그 - 자, 이제 어디로 가는 거지?
감사의 말씀  
주석 
색인



제1부 의심의 도약

참된 종교는 오직 하나뿐? 그럴 리가!
나는 뉴욕에서 지난 2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다음과 같이 물었다. “기독교에 대해서 당신이 갖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기독교의 신념이나 실천에 있어서 가장 당신의 맘에 켕기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에 대해 여러 해를 두고 가장 많이 들었던 대답을 딱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배타성’이었다.

일반적으로 종교란 마음속에 “미끄러운 비탈길(slippery slope, 미끄러운 비탈길은 수많은 논쟁의 오류 중 하나로, 비탈길로 한 발짝만 떼면 - 사실은 꼭 그렇지 않을지 모르는데도 -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지게 된다고 주장하는 오류다. 개혁을 시도하면 무조건 안 좋은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면서 매도하는 경우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식의 오류를 범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보충 설명하면, 각각의 종교는 그 추종자들에게 오직 자기들만이 바로 그 ‘진리’를 가졌다고 가르친다. 그 결과 신도들은 다른 믿음을 가진 자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우월감을 갖게 된다. 또한 종교는 추종자들이 그 진리를 열심히 수행함으로써 구원을 받고 신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고 가르친다. 이 때문에 추종자들은 삶에 대한 헌신과 순수함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멀리하게 된다. 그리하여 한 종교 집단은 다른 집단들을 판에 박은 듯 상투적으로 판단하고 우습게 여기기가 십상이다. 그리고 일단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면 다른 사람들을 주변부로 몰아낸다든지, 심지어는 그들을 적극적으로 억압하고 학대하거나 또는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수월하게 일어난다.

흔히 전 세계의 공민(公民)지도자와 문화지도자들은 종교의 분열을 해결하기 위해 세 가지 접근법(종교를 불법화하든지, 종교를 비방하든지, 이도 저도 안 되면 적어도 종교를 급진적으로 개인화하라고 촉구하는 것)을 사용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은 이 세 가지에 큰 기대를 품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안타깝게도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효과가 있으리라고 믿지 않는다. 아니, 사실을 말하자면, 그것들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생각한다,

앞에서 나는 모든 종교가 우리 마음속에 만들기 십상인 “미끄러운 비탈길” 식의 오류를 대충 언급한 바 있는데, 이 미끄러운 비탈길은 너무나도 쉽사리 박해를 초래한다. 하지만 기독교 안 - 튼튼하고 정통적인 기독교 안 - 에는 신자들로 하여금 이 땅 위의 평화를 위한 매체가 될 수 있게 하는 풍성한 자원들이 존재한다. 인간의 마음속에 깃든 분열적 성향을 설명하고 없애주는 놀라운 힘이 그 안에 있는 것이다. 기독교는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을 존경하는 확고한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예로 예수는 주변 문화 속에 존재하는 비신자들이 기독교적 행태 가운데 상당한 부분을 “좋은” 것으로 인식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다(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 마태복음 5장 16절, 너희가 이방인 중에서 행실을 선하게 가져 너희를 악행한다고 비방하는 자들로 하여금 너희 선한 일을 보고 오시는 날에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려 함이라 - 베드로전서 2장 12절). 그것은 기독교가 지닌 수많은 가치와, 다른 어떤 문화 혹은 다른 어떤 종교가 지닌 가치들 사이에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음을 가정하는 것이다. 어째서 그처럼 양쪽이 공유하는 부분이 있는 걸까? 기독교도들은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모습대로 만들어져, 선하고 현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하나님의 보편적 모습이라는 성경의 독트린은 신자들로 하여금 믿지 않는 사람들도 그들이 잘못된 신앙이 가르치는 것보다도 더 나아질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도록 만든다. 또한 누구나 죄인이라는 성경의 독트린은 신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정통 신앙이 가르치는 것보다 실제로는 자기들이 훨씬 더 나쁠 것이라고 기대하도록 만든다. 그래서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는 서로를 존경하는 협력의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기독교적인 이해로 본다면, 예수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야만 구원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를 말해주지 않는다. 그보다 예수는 오히려 우리를 용서해주고, 우리 대신 자신의 삶과 죽음을 통해 구원하려고 온다. 그리고 하나님의 은총은 타인들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할 일을 못하고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누군가가 구원해줄 존재가 필요함을 시인하는 이들에게 내린다. 그렇다면 기독교도들은 믿지 않는 사람들 중에 자기보다 더 친절하고, 더 현명하고, 더 훌륭한 사람들이 있을 거라고 기대해야 할 것이다. 왜냐고? 기독교를 믿는 이들을 도덕적 행실이나, 지혜나, 미덕 때문에 하나님의 품에 수용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대신한 하나님의 행위 때문에 수용되니까 그렇다.

흔히들 “근본주의”로 인해 폭력이 생긴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봐왔듯이 우리는 누구나 근본적이고 증명할 수 없는 신앙과 믿음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신앙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정말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이 될 것이다. 수많은 근본주의 가운데 어떤 근본주의가 그 신도들을 사랑으로 가득하게 만들고, 자기와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마음의 문을 활짝 열도록 만들 것인가? 불가피하게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믿음 중 과연 어떤 것이 우리들을 겸손하고 평화로운 행동으로 인도할 것인가?

주변 문화와 견주어 봤을 때, 초기 기독교의 믿음과 실천 사이에 존재했던 관계, 그것은 인간 역사의 패러독스 중 하나다. 예를 들어, 그리스-로마 세계의 종교관은 개방적이었고 겉으로 보기에 관용적이었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신을 믿었으니까. 하지만 문화의 관습은 상당히 잔혹했다. 그리고 그리스-로마 세계는 경제라는 측면에서 극도로 계층이 나뉘어져, 빈자와 부자 사이에 큰 거리가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독교도들은 죽어가는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만이 유일한 참된 하나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들의 삶과 관습은 당시 문화가 주변으로 밀어내었던 사람들에게 놀랍도록 포용적이었다. 초기 기독교도들이 여러 다른 종족과 계급의 사람들과 너무나 잘 어울려서 주위 사람들에게 물의를 일으킬 정도였다. 또 그리스-로마 세계는 가난한 자들을 경멸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기독교도들은 같은 신앙을 가진 빈자들뿐 아니라 신앙이 다른 빈자들에게까지도 관대하게 베풀었다.

그처럼 배타적인 신앙 체계가, 어쩌면 다른 사람들에게 그토록 개방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들었을까? 그것은 기독교의 신앙체계 안에 희생적인 봉사, 관용, 평화의 몸짓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자원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즉 현실을 보는 그들의 견해의 한가운데에는, 적들을 위해 죽어가면서도 그들을 용서해달라고 기도했던 한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리스도의 이름을 빙자하여 교회가 정의롭지 못한 짓을 무수히 저질렀던 사실을 가벼이 넘길 수는 없다. 그러나 기독교도의 가장 근본적인 믿음의 힘이, 험난한 우리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강력한 동인(動因)이 될 수 있음을 어느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제2부 우리는 왜 믿는가?

신이 있다는 단서들
신의 존재에 대해 거부할 수 없는 증거란 있을 수 없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신의 실체에 대한 강력한 단서들을 - 신성한 지문들을 - 여기저기서 찾아냈다. 나는 한때 기막히게 총명한 젊은 과학자와 정기적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는 신이 존재한다는 막연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신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하나씩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그 중엔 장점을 풍부하게 지닌 논리도 많았지만, 어느 주장이든 궁극적으로 합리에 의해 모두 반박할 수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때문에 그는 마음이 불편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의 존재에 대해 물샐틈없이 완벽한 증거를 단 하나만이라도 찾지 못한다면 어떻게 신앙심을 갖겠어요?” 나는 그가 “강력한 합리주의”를 가정하고 있음을 지적해주었고, 바로 그런 합리주의에 대해서 물샐틈없는 증거란 없다는 사실을 둘이서 함께 인식하게 되자, 그는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 다음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가 그가 “증거”라고 불렀던 논리들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증거가 아닌 “단서”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런 관점으로 문제를 다루게 되자, 그는 신이 존재한다는 단서들이 모두 합쳐지면 막강한 힘을 가진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철학자 앨빈 플란팅가는 합리적인 인간들 모두에게 신이 존재한다고 설득할 수 있는 증거란 없다고 믿는다. 그렇지만 신의 존재에 대해 적어도 서른 개 정도의 대단히 그럴듯한 주장은 있다고 믿는다. 시간을 두고 플란팅가의 그 리스트를 충분히 검토해본 독자들은, 그 가운데 참으로 거부하기 힘든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호소력이 큰 논리들을 모아보면 그 무게는 엄청난 것이 될 수 있다. 그런 몇 가지 논리들을 훑어보기로 하자.

신비한 “뱅” : 프랜시스 콜린즈는 그의 저서 『신의 언어』에서 일반인들이 알기 쉬운 말로 다음과 같이 실마리를 풀고 있다. 우리는 우주의 기원이 빅뱅이라는, 대단히 확고한 결론을 갖고 있다. 우주는 150억 년 전 무한히 작은 하나의 점에서 나온 상상조차 할 수 없이 밝은 에너지의 섬광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그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나는 자연이 - 이 경우엔 우주가 - 어떻게 저절로 창조될 수 있었는지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우주에 어떤 시작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누군가 그것을 시작할 수 있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틀림없이 자연의 밖에 있는 존재였으리라고 생각된다.

인간 맞이할 준비가 된 우주? : 유기적인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물리적인 규칙성과 불변성 - 빛의 속도, 중력상수, 다양한 핵력의 크기 등 - 이 모두 다 함께 지극히 좁은 범위 내에 들어가는 수치를 가져야만 한다. 그런데 이처럼 완벽한 수치들이 우연히 모일 가능성은 너무나 적어서 통계적으로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인데, 콜린즈는 이 점을 다음과 같이 잘 설명하고 있다. 

과학자의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보면, 마치 우주가 우리 인류의 도래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인다. 중력상수, 여러 핵력에 대한 다양한 상수 등, 정확한 수치를 지닌 모두 15가지의 상수가 있는데, 이 가운데 어느 하나가 단 백만분의 일, 아니 어쩌면 몇 조 분의 일만 틀렸어도, 우주는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상태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물질은 유착될 수 없었을 것이며, 은하계도, 수많은 별들도, 혹성도, 인간도 없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의 표현을 빌면, 아주 많은 숫자의 다이얼이 있어 그 모든 다이얼이 지극히 좁은 한도 안에서 일제히 튜닝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며, 실제로 그렇게 튜닝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우연히 일어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호킹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것과 같은 우주가 빅뱅 같은 현상으로부터 생겨날 확률은 너무나도 낮다. 나는 여기에 틀림없이 종교적인 의미가 함축되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는 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인간과 같은 존재를 창조하겠다는 의도를 지닌 어떤 신의 섭리로 설명하면 모르거니와, 왜 단순히 이런 식으로 우주가 시작되었는지를 달리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을 “미조정(微調整) 논리”(Fine-Tuning Argument) 혹은 “인류원리”(Anthropic Principle)라고 불러왔다. 다시 말해 우주가 인류의 도래를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격렬한 반론이 무수하게 쏟아진 걸로 볼 때, 이것은 하나의 논리로서 제법 강력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응답은,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에 나오는데, 수도 없이 많은 우주들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즉 어마어마한 시간과 공간에 걸쳐 어마어마한 숫자의 우주들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그중 어떤 우주는 불가피하게 우리 같은 인류가 생존할 수 있도록 ‘미조정’되어 있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가 바로 그 우주이며, 그래서 우리는 여기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증거”로서의 미조정 논리는 합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다. 많은 숫자의 우주들이 있다는 증거는 조금도 없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증명할 방법 또한 전혀 없다. 그렇지만, 하나의 “단서” 혹은 “실마리”로서 이러한 사고방법론은 막강한 힘을 지닌다. 앨빈 플란팅가는 다음과 같은 예를 들고 있다. 한 포커 게임에서 에이스 4카드를 스트레이트로 스무 번씩이나 쥐게 된 사람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러자 함께 포커를 하는 사람들이 권총을 꺼내려고 하는데, 이 사람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래, 수상쩍게 보이겠지. 알아. 하지만 무한히 많은 우주가 있어서 포커 패를 돌릴 때마다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실현되는 우주가 딱 하나 있다면 어떨까? 우연히도 우리는 내가 속임수를 쓰지 않아도 항상 에이스 4카드를 쥐게 되는 우주에 있다는 얘기지.” 

이런 논리는 함께 포커를 치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효과도 없을 것이다. 이 사람이 그냥 어쩌다보니 연달아 스무 번씩 에이스 4카드를 쥐게 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가 속임수를 썼다는 걸 증명할 길은 없지만, 그렇다고 속이지 않은 걸로 결론짓는다면 비합리적일 것이다. 아무튼 우리가 어쩌다보니 유기 생명체들이 생겨난 어느 우주에 우연히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우주의 미조정이 어떤 식으로 ‘디자인’되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결론짓는 건 비합리적일 것이다. 어떤 창조주가 없이도 유기 생명체가 생길 수는 있었겠지만, 너무나도 희박한 그 가능성이 진실인 것처럼 믿으며 산다는 게 과연 말이 되는 걸까?

아름다움의 단서 : 《더 네이션》지의 예술평론가인 아서 댄토우는 어느 예술작품을 묘사하면서, 자신에게 “막연하면서도 도저히 피할 길이 없는 어떤 의미”를 느끼게 해주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달리 표현하자면, 위대한 예술이란 하나의 단순한 메시지로 “우리 머리를 내리치는” 게 아니라, 삶이란 “시끄럽고 요란하기만 한 멍청이가 아무 뜻도 없이 지껄이는 이야기가 아님”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만약 신이 없다면, 이 세상 만물이 (버트런드 러셀의 유명한 한 마디처럼) “원자들의 우연한 배치의” 결과였다면, 우리 인간이 만들어진 실제 목적도 없으며 우리는 우연의 산물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자연의 우연한 힘에 의한 산물이라면, 우리가 “아름다움”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특정의 데이터에 대한 이미 프로그램된 한낱 신경학적 반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즉 어떤 경치가 아름답게 보이는 것도, 단지 거기 가면 먹을거리가 있으리란 걸 알았던 조상들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 조상들도 그 신경학적 특성 덕분에 살아남았고 이제 우리도 그걸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인간이 맹목적인 자연의 힘으로 생겨난 것이라면,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도, 그런 속성의 도움으로 살아남았던 조상들에게서 물려받은 하나의 생화학적 반응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비종교인인 우리가 아름다움과 사랑은 단순히 생화학적인 반응일 뿐이라고 믿는다 하더라도, 위대한 예술과 아름다움 앞에 서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삶에는 진정한 의미가 있고, 결코 우리를 낙담하게 만들지 않는 진실과 정의가 있으며, 사랑이야말로 전부라는 걸 느끼고야 마는데, 댄토우는 이런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이와 꼭 같은 사실을 이야기해주는 또 한 사람의 유명한 예술가로서 존 업다이크를 들 수 있다. 그의 단편소설 『비둘기 깃털』에 나오는 어린 십대 소년은 어머니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르시겠어요? 만약 우리가 죽은 다음엔 아무 것도 없다면, 저 태양과 들판과 그 밖의 모든 것들은, 아, 끔찍하지 않겠어요?” 나중에 이 아이는 비둘기 깃털의 아름다움, 그 감촉과 색깔을 접하고서, 이 세상의 뒤에는 그에게 영원한 삶을 허락해줄 하나님이 있다는 확신에 온몸을 떨게 된다. 삶의 자의적인 무의미에 대해서 지성이 어떤 믿음을 갖든 상관없이, 아름다움을 맞닥뜨리게 되면 우리는 현명해진다는 것, 업다이크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는 거요?” 이렇게 반박할 사람들도 있으리라. “우리가 무엇이 진실이라고 느낀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이 그렇다는 건 아니잖아요?” 하지만, 자, 우리는 여기서 단지 느낌만을 이야기하고 있는가? 위의 경험들이 불러일으키는 것은,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식욕 혹은 욕망이라 하겠다. 괴테는 이것을 축복받은 갈망이라고 일컬었다. 그렇다, 우리는 현실을 느낄 뿐만 아니라, 우리가 갈망하는 것의 부재를 함께 느낀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이처럼 채울 길 없는 욕망이야말로 신의 존재 혹은 실체를 가리키는 단서라고 추론했다.

단서를 말살시키는 것 : 이 모든 소위 ‘단서’에 대한 정답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학파가 있다. 진화생물학이 바로 그것인데, 우리 인간에 관한 모든 것은 자연선택 혹은 자연도태라는 하나의 기능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대니얼 대닛의 『마술을 풀다 : 자연현상으로서의 종교』는 신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모든 단서를 설명하려는 책이다. 대닛의 주장은 뭘까? 만약 우리가 종교적인 느낌을 갖는다면, 그건 단지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그러한 특성 때문에 대부분 살아남았으며, 따라서 그러한 유전적 코드를 우리에게 물려주었기 때문이라는 거다. 

다시 말하면 진화론자들은 만약 우리에게 신이란 존재가 합당하게 보인다면, 그건 신이 정말 존재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런 믿음이 우리의 생존을 돕고 따라서 처음부터 우리 안에 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신념을 형성하는 우리 기능이 신에 관한 진실을 말해줄 것으로 믿지 못한다면, 진화론을 포함한 다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진실을 말해주리라고 믿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우리의 인지기능이 진실을 말해주는 게 아니라 오로지 생존에 필요한 것만을 말해준다면, 다른 무엇에 관해서든 인지 기능을 어찌 믿는단 말인가? 

내가 보기에 진화론자들은 둘 중의 하나를 해야 할 것이다. 먼저 그들은 기존의 주장을 철회하고, 신을 포함한 모든 대상에 대해 우리 마음이 이야기하는 바를 믿을 수 있다고 시인하는 것이다. 신이 존재한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나 단서를 볼 수 있다면, 글쎄, 아마도 신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기존의 주장을 견지하면서 인간은 그 어떤 것에 대해서도 자신의 마음을 믿을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헌데 지금 많은 진화론자들이 하고 있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그들은 신에 관한 우리 마음의 이야기에는 회의라는 수술 칼을 다 갖다 대면서도, 진화론 자체에 관한 우리 마음의 이야기에는 회의를 품지 않으니까 말이다. 결론은 이것이다. 진화론자들의 말처럼 ‘우리의’ 뇌가 도덕, 사랑, 아름다움 따위에 관해 말해주는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 그게 단순히 우리의 유전자 코드를 계승시키기 위한 일련의 화학반응에 지나지 않는다면 - ‘그들의’ 뇌가 이 세상에 관해 말해주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왜 그들의 말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단서를 말살시키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단서 : 만약 우리가 한 분야에서 믿음을 형성하는 기능을 신뢰할 수 없다면, 그 어떤 분야에서든 그 기능을 신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즉 만일 신이 없다면, 우리는 우리의 인지기능을 전혀 신뢰해서는 안 된다. 아, 하지만, 우리는 신뢰하지 않는가? 그게 바로 마지막 단서다. 우리가 신이 존재함을 믿는다면, 우리의 우주관은 인지기능이 작동한다고 믿을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준다. 신이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신념과 지식을 형성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을 믿는다면, 빅뱅도 신비할 것이 없고, 우주의 미조정 또한 마찬가지다. 또한 신이 존재한다면, 아름다움과 사랑이 지난 풍부한 의미에 대한 우리의 직관도 놀랄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신을 믿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것들은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신이 없다는 당신의 견해 때문에 당신은 그 모든 것들을 기대하지도 않게 될 것이다. 비록 이 세상을 보는 비종교적 견해가 이성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신이 있다는 견해만큼 모든 사물을 충분히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단서라고 부르는 것이다. 

단서와 실마리를 넘어서서 : 다음 챕터에서 나는 아주 사적인 일을 하고자 한다. 나는 신이 존재할 것 같다는 걸로 논쟁을 하고 싶진 않다. 그보다는 신이 존재한다는 걸 당신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보이고자 한다. 머리로는 뭐라고 단언하든 상관없이, 신을 믿는다는 것은 증명할 길은 없지만, 모를 수는 없는 불가피하며 “기본적”인 믿음이다. 나는 독자들에게 그것을 확신시켜주고 싶다. 우리는 누가 뭐래도 신이 존재함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 우리가 삶이란 무의미하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할지라도, 도저히 그렇게 살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기 때문이다.

신을 안다는 것
나는 여러분에게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들지 않았다. 신이 있다는 것은 여러분도 이미 알고 있다. 나의 목표는 이걸 여러분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는 신의 부재(不在)를 어느 정도는 지적인 문제로 취급해왔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것은 모든 도덕적 선택을 무의미하게 만들 뿐 아니라, 모든 생명조차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극작가 아서 밀러는 『추락 이후』의 등장인물 켄틴을 통해서 이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데, 켄틴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여러 해 동안 나는 인생을 하나의 소송사건처럼 봐왔다. 그것은 일련의 증거였던 것이다. 젊을 때는 얼마나 용감한지 혹은 똑똑한지를 증명하고, 그 다음엔 얼마나 멋진 연인인지를 증명하고, 다음엔 얼마나 훌륭한 아버지인지를, 마지막으로는 얼마나 지혜로운지 혹은 막강한 파워를 가졌는지, 그런 것들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배경에는 하나의 추정이 있었음을 난 이제야 깨닫는다. 인간은 어딘가 높은 곳을 향하여 위로 올라가고, 거기서 … 하나님만이 아실 일이지만 … 나는 용서를 받거나 아니면 유죄판결을 받을 것이라는 추정 말이다. 어쨌거나 판결이 내려지는 거다. 이제야 생각하는 거지만, 어느 날 내가 시선을 들어 … 재판관석에 아무도 없음을 보았을 때, 나의 재앙은 시작되었다. 판사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남은 거라곤 자신과의 끝없는 논쟁, 재판관도 없는 빈자리 앞에서 벌어지는 이 의미 없는 존재의 논쟁뿐이었다 …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절망밖에 없었다.

그가 말하고 있는 건 무엇인가? 우린 모두 마치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추구하는 게 더 낫고, 거짓을 말하기보다 진실을 말하는 게 낫고, 파괴하는 것보다 보살피고 양육하는 게 더 나은 것처럼 살아간다. 그런데도 우주의 재판관석이 정말로 텅 비어있다면, 어떤 선택이 다른 선택보다도 더 나은 거라고 “누가 그래?” 그것에 대해 논쟁을 벌일 수는 있지만, 그건 무의미한 논쟁이고 끝이 안 보이는 다툼이다. 나아가 재판관석이 정말로 비어있다면, 인류문명의 폭 전체는 - 설사 그게 몇 백만 년 계속된다 하더라도- 그 앞에 놓인, 혹은 그 다음에 따라올, 어마어마한 죽은 시간에 비해서 한낱 너무나도 짧은 불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 문명의 어느 한 부분도 기억해줄 사람은 없으리라. 우리가 사랑에 넘치든 잔혹하기 짝이 없든, 궁극적으론 아무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일단 우리가 이런 상황을 깨닫고 나면, 두 가지 옵션이 있다. 첫째, 우리는 이 모든 것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 심사숙고하기를 그냥 거절하는 것이다. 신이 없다는 우리의 지적인 믿음을 견지하면서, 동시에 마치 우리 선택이 의미심장한 것인 양, 사랑과 잔인함 사이에 무슨 차이라도 있는 양, 살아가는 것이다. 헌데 뭣 땜에 그렇게 살겠는가? 냉소하기에 능한 사람은 이런 방법이야말로 “내 케이크를 확보하고, 게다가 그걸 먹기까지 하는” 거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다시 말하자면 신을 따르기 위한 대가는 치르지 않으면서 신을 가지는 혜택만 누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런 방식엔 전혀 성실성이 없다. 

또 하나의 옵션은, 사실은 나도 신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마치 아름다움과 사랑에 의미가 있다는 듯이, 삶에 의미가 있다는 듯이, 인간에게 타고난 존엄성이 있다는 듯이 우리가 살아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마치 ‘그분’이 존재하는 양 살아가면서도, 이 모든 선물을 주었던 그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한 일이다. 

춤추는 신

거룩한 신의 춤 : 지상의 신앙 가운데 오로지 기독교만이 신은 삼위일체라고 가르친다. 삼위일체의 교리는 신이 성부-성자-성신이라는 3위(位) 안에 영원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신이 본질적으로 ‘관계하는’ 존재란 뜻이다. 참고로 요한복음서에는 성자 예수가 성신을 일컬어 그를 “영화롭게 하기 위해” 살아있는 것으로 묘사한다(그가 내 영광을 나타내리니 내 것을 가지고 너희에게 알리시겠음이라 - 16장 14절). 마찬가지로 성자는 성부를 영화롭게 하고(17장 4절), 성부는 성자를 영화롭게 한다(아버지여 창세 전에 내가 아버지와 함께 가졌던 영화로써 지금도 아버지와 함께 나를 영화롭게 하옵소서 - 17장 5절). 이런 식으로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부, 성자, 성신이 서로서로를 영화롭게 하다니, 그건 무슨 뜻일까? 그것을 그림으로 생각한다면, 자기중심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자기중심의 경우 우리는 타인들이 나를 중심으로 선회할 것을 요구한다. 오직 나의 개인적 목표를 만족시키고 나를 충만하게 해주는 경우에만, 타인들을 위해 일하고 그들에게 정을 베푼다. 그러나 삼위일체인 신의 내적인 삶은 완전히 다르다. 삼위일체의 삶이 갖는 특징은 자기중심이 아니라 자아를 서로 나누는 사랑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기쁘게 하고 그에게 봉사할 때, 우리는 그의 주위를 역동적으로 돌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이해관계나 열망을 중심에 두게 되고, 이것이 하나의 춤을 창조한다. 세 사람이 있을 경우, 각자는 다른 두 사람을 중심으로 움직일 때는 특히 그러하다. 성경은 그것이 사실이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사랑의 춤 : 신이 없다면, 우리 내부와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은 맹목적이고 비인격적인 힘들의 산물이다. 하지만 신이 있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그러면 사랑은 (단순한 생화학적 상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그건 당신이 신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만약 신이 단일한 위격이라면 신이 다른 존재들을 창조할 때까진 사랑도 없다. 사랑이란 하나의 인격이 다른 인격을 향해 갖는 어떤 것이니까. 이것은 무슨 뜻일까? 단일 인격의 신은 영원에서 영원까지 권세와 위엄과 위대함을 지녔지만, 사랑만큼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만약 신이 삼위일체라면, 공동체 내의 사랑이란 관계는 “현실의 중심에 있는 … 위대한 원천”이다. 결국 현실 또는 실재는 서로서로를 알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다. 우주와 신과 역사와 삶이 결국은 거기에 귀결된다. 

창조의 춤 : 조너던 에드워즈는 삼위일체 신의 내적인 삶을 명상하면서 신은 무한히 행복한 존재라는 결론을 얻었다. 영광을 돌리고 기쁨에 넘친 사랑을 서로서로에게 쏟아 붓는 인격들의 공동체가 신의 내부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패턴을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보자. 자, 당신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상상하자.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용의가 있다. 그런데 이제 그 사람도 당신에 대해서 똑같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하자. 그래서 그와 평생의 벗이 되거나 연애관계에 돌입하여 결혼을 한다고 치자. 황홀하지 않은가? 그렇다, 그건 바로 하늘에서 오기 때문이다. 바로 이게 신이 내면적으로 줄곧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 신이 어째서 우리와 같은 존재로 가득한 세계를 창조하였을까? 요한복음 17장 20-24절(내가 비옵는 것은 이 사람들만 위함이 아니요 또 그들의 말로 말미암아 나를 믿는 사람들도 위함이니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 내게 주신 영광을 내가 그들에게 주었사오니 이는 우리가 하나가 된 것 같이 그들도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이니이다 곧 내가 그들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어 그들로 온전함을 이루어 하나가 되게 하려 함은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과 또 나를 사랑하심 같이 그들도 사랑하신 것을 세상으로 알게 하려 함이로소이다 아버지여 내게 주신 자도 나 있는 곳에 나와 함께 있어 아버지께서 창세 전부터 나를 사랑하시므로 내게 주신 나의 영광을 그들로 보게 하시기를 원하옵나이다)과 같은 성경 구절을 기초로 하여, 조너던 에드워즈는 그것을 합리적으로 풀어주었는데, 역사학자 조지 마스든은 에드워즈의 아이디어를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그토록 무한히 선량하고, 완벽하고, 영원한 존재가 왜 무언가를 창조하려고 할까? … 여기서 에드워즈는 본질적으로 인격과 인격 사이의 존재인 신이 삼위일체라는 기독교식 착상에 의존한다 … 그리고 말한다, 신이 창조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신 내부의 어떤 결함을 고치려는 게 아니라, 삼위일체 신의 선(善)과 사랑이라는 그 완전한 내적 소통을 확장하려는 것이라고 … 그 완벽함에 담긴 신의 기쁨과 행복과 즐거움은 피조물에게 그러한 행복과 즐거움을 소통함으로써 영원히 표현되는 것이다 … 우주는 신의 영광의 폭발이다. 완전한 선과 미와 사랑이 선으로부터 뻗쳐 나와, 하나님의 기쁨과 즐거움에 점점 더 많은 몫을 차지하도록 피조물들을 끌어당긴다 … 따라서 결국 창조의 마지막은 사랑 속에서 신과 사랑하는 피조물이 하나로 되는 것이다.

본 도서요약본은 원본 도서의 주요 내용을 5% 정도로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원본 도서에는 나머지 95%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보다 많은 정보와 내용은 원본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본 도서요약본이 좋은 책을 고르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바랍니다.
다시 춤을 추자 : 예수가 한 일의 아름다움이 당신을 감동시킨다면, 그게 바로 당신의 자기중심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신뢰로 구축된 그와의 관계로 들어가는 첫걸음이다. 예수가 당신을 위해 죽었을 때, 그는, 말하자면, 함께 춤을 추자고 손을 내민 것이다. 그가 당신을 위해서 자신을 기꺼이 내주었듯이, 당신도 그를 중심으로 해서 당신 삶의 모든 것을 주기 시작하라고 권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우리를 향해 다가와서 무한한 이타적 사랑으로 주위를 감싸고 있는 예수를 인식할 때는, 우리 삶을 완전히 새로운 기반 위에 구축해도 좋다는 초대장을 받는 셈이다. 우리는 그를 우리 삶의 새로운 중심으로 삼고, 우리가 우리 자신의 구세주 혹은 주님 노릇을 하겠다고 덤비는 짓을 멈출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의 구원을 필요로 하는 죄인이라고 인식하라는 그의 챌린지를 수용할 수도 있고, 또 모든 것을 갱생시키는 그의 사랑을 우리 정체성의 새로운 기반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자신을 증명해보일 필요가 없어진다. 또 다른 사람들을 이용해서 깨지기 쉬운 우리의 자만심이나 자존감을 강화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리고 예수가 우리를 향해 왔듯이, 우리도 다른 사람들을 향해 움직일 수 있게 된다.
Prev
어느 시인의 팡세 저자
Next
생명 저자

Copyleft © by imr.co.k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