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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진 |
(2010-07-06 오후 3:00:20, 조회 : 2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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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의 족보적 연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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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의 족보적 연구
최종진 지음
서울신학대학교출판부 / 2010년 3월 / 501쪽 / 18,000원
▣ 저자 최종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서 대전고등학교, 서울신학대학을 거쳐 연세대학 연합신학대학원과 미국 Western 복음주의 신학대학원에서 석사, 미국 Fuller 신학대학원에서 박사를, 미국 Western 침례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교무처장, 대학원장, 그리고 총장을 역임했고 현재 구약학 교수로 봉직 중이다. 또한 한국기독교학회장, 한국복음주의신학회 구약학회장, 전국기독교대학교 대학원장 협의회장, 한국구약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구약의 족보에 관심을 가지고 구약신학을 독특하게 구속사적 “씨 신학”(Zera’ Theology)으로 정립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구약성서 개론』(소망사), 『이스라엘의 종교』(소망사), 『에스더서 주석』(대한기독교서회), 『舊約聖書槪論』(중국어판), 번역서로 『구약성경 신학』(W. C. Kaiser/생명의말씀사), 『古代 이스라엘의 豫言과 社會』(R. R. Wilson/예찬사), 『구약 신학』(B. W. Anderson/한들출판사)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필자는 구약성서의 역사 전체를 족보적 기록으로 보면서 그 핵심 내용 중의 하나로 "선택적", "계약적", "구속적", "예언적", "종말론적"이라는 용어로 수식되어지는 "씨의 흐름"이 이끌어 가고 있다고 본다. 구원사(Heilsgeschichte)는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어떠한 행동을 하신다는 것과 그 행동의 성격이 구원을 목적한다는 것이 기본적 요소이다. 이러한 구원을 보여주는 하나님의 자비스런 행동의 사실들이 역사적으로 기록될 때 그 역사를 구속사라 한다. 그런데 이 구속사가 문학적으로 묘사되어 정리될 때 족보의 양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구속사에 하나님의 의도적 섭리가 개재된 인물들의 연속을 말한다. 아담에서 시작된 여인의 후손으로 오시는 그리스도까지의 하나님의 인류구원을 위한 원대한 계획을 그 내용으로 갖추는 역사이다. 그래서 이 "씨 흐름" 자체가 역사 속에서의 하나님 계시의 한 양상이라는 입장에서 창세기와 역대기를 주목하여 연구한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 이 책 내용의 특이한 점일 것이다. 구약성서를 족보적 관점에서 연구하였기에 [족보적 연구]라고 책명을 선택하였다. 필자는 어떤 면에서 구약성서 전체를 - 광의적 의미로 - 족보 기록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약의 [구속사적 씨 흐름]은 바로 아담 전통과 족장 전통과 다윗 왕조의 혈통으로 이어져 세상에 오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으로 연결된다. 씨 신학(Zera' Theology)이란, 바로 이 구약에 나타나는 "구속사적 씨의 흐름"에 간직된 하나님의 섭리와 의도를 추적하는 신학적 시도이다. 이 씨의 흐름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인류 속에 오시는 통로이며, 하나님이 인간이 되시는 길이고 말씀이 육신이 되시는 방법이며,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보내시는 생명의 이어짐이며, 구속사적 사건의 연속이라 보고 있다.
▣ 차례
제I부 구약성서의 구속사적 씨 흐름: 씨신학
I. 연구의 방법과 목적
II. 구약의 족보 이해
A. 일반적 족보의 의미
B. 신약적 족보 의미
C. 구약적 족보 의미
D. 족보의 어원적 의미
E. 족보의 혈족 체계적 의미
F. 족보의 분량적 의미
G. 족보에 나타난 이름의 의미
III. 구약성서 족보의 유형과 기록 형식
A. 성서 족보의 유형
1. 구전적(비문자) 족보 / 2. 실물적(實物的) 족보 / 3. 문서적(文書的) 족보
B. 성서의 족보 편찬 형태
1. 소종지법적[小宗之法的] 편찬형태 / 2. 대종지법[大宗之法]적 편찬형태
C. 성서의 족보 기술 형식
1. 내용상의 기술 형식 / 2. 기재 방법상의 기록 형식(수직선적인 혈통가계(家系)의 형식, 수평적 족보 기록 형식, 이야기 형식의 족보 기록형식, 12지파 목록의 족보 기록형식)
IV. 구약성서에서 족보의 역할
A. 혈연적 관계 설명
B. 시대적 연결
C. 연대기적 매듭
D. 합법적 정당성 확인
E. 자손의 순수성 제시
F. 하나님 백성의 연속성 확인
G. 종교적인 신학적 기능
VIII. 구속사적 씨 흐름의 정의
A. 구속사적 역사이해
B. "씨( ע󰙝󰖂 : Zera')"의 의미
C. 구속사적 씨 흐름(씨神學)의 정의
IX. 구속사적 씨 흐름(씨神學)의 전제로서 창조
A. 하나님 존재의 대전제(大前提)
B. 구속사의 서론: 창조 섭리의 흐름
C. 구원의 대상인 인간 창조의 독특성
D. 인간의 구성 요소(창2:7)
E. 인간 타락과 인간의 운명: 씨신학의 전제
X. 창세기의 구속사적 씨 흐름
A. 씨 흐름 방향 설정으로 원복음
B. 원역사에 나타난 구속사적 씨 흐름
C. 족장사에 나타난 구속사적 씨 흐름
XI. 구약 역사서에서 구속사적 씨 흐름
A. 신정체제하의 구속사적 씨 흐름
B. 통일 왕국에서 구속사적 씨 흐름
C. 남북 왕국에서 구속사적 씨 흐름
XII. 구속사적 씨 흐름(씨神學)의 배경
A. 구속사적 씨 흐름의 인종학적 배경
B. 구속사적 씨 흐름의 지리적 배경
C. 구속사적 씨 흐름의 역사적 배경
XIII. 구속사적 씨신학의 4대 신학사상(四大要素)
A. 선택 사상
B. 계약 사상
C. 축복 사상
D. 선교적 사명
제II부 남왕국 중심의 역대기의 씨신학적 연구
I. 역대기의 내용 요약
II. 역대기의 역사서술 방법
A. 메시아적인 역사 서술방법
B. 제사적 관심을 중심한 역사서술
C. 반복적 역사서술 방법
D. 인과응보적 교리적 역사기술
E. 남왕국의 정치적 중심한 역사기술
F. 족보 기록형식을 중심한 역사기술
III. 역대기의 배경
IV. 역대기의 구조
V. 역대기의 족보 기술 형식
VI. 역대기 저자의 신학
제I부 구약성서의 구속사적 씨 흐름 : [씨신학]
I. 연구의 방법과 목적
구약성서 연구와 해석 방법은 다양하게 제시되고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자료 비평 이후의 방법론은 거의 통시적(通時的) 해석 방법을 통해서 성서 본문을 해석하려고 한다. [통시적: diachronic]이 ‘시간을 통해(dia=through)’란 어원을 가진 것에서 보듯이, 역사로부터 본문의 의미를 이끌어 내는 수직적 차원에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것이다. 즉, 성서 본문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본문이 쓰여진 삶의 자리, 본문의 근본적 자료, 본문이 현재와 같이 편집된 이유나 과정 등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본문 바깥에서 찾으려 한다.
그러나 공시적(synchronic)이란 ‘시간과 함께(syn=with)’의 어원처럼, 역사 과정으로부터 분리되어 그 본문 자체가 스스로 말하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다. 공시적 비평은 문학비평과 별 구분 없이 사용하지만, 공시적 비평은 문학비평보다 큰 개념이고 문학비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문학비평은 역사비평의 본문의 발전과정에 대한 관찰을 거부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것들을 무시하여 본문의 수평적인 차원에 관심을 갖는다. 필자는, 성서 본문을 연구하는데 통시성(通時的)보다 공시성(共時性/ 同時性)을 우위에 두며, 본문의 내면적 구조를 명확히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구조주의적 연구와 성서의 최종 본문을 중요시하는 신문학비평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가지고 사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내 손에 들고 펴놓은 본문 그 자체에 권위를 인정하고 성서 자체를 해석의 대상으로 보고, 그 성서본문 자체를 읽고 이해하는 작품으로 인정하고 거기에서 얻어진 그 본문의 의미를 가지고 오늘 여기의 우리에게 주어지는 메시지를 중요하게 강조하기 때문이다.
구약성서에는 다양한 그리고 많은 족보가 산재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주된 족보 자료집(群)이 창세기와 역대기이다. 창세기는 족장들과 관련된 사람들이나 집단들의 족보가 수집되어 있다면, 역대기에는 창세기에 나타나는 족보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으면서도 더 많은 족보적 정보가 첨가되어 있다. 창세기에 풍부한 이야기들은 고도로 양식화된 인종기원학(ethnography) 기술(記述), 즉 문화적으로 평범한 행동들과 하나님과 군주들 그리고 명문 출신의 여인들 사이에서 만들어내는 행동들을 그린 상징적 지도를 형성하고 있다. 창세기의 어떤 이야기 양식과 자료 내용들은 친족관계의 행동원리를 강조하는 데 특별한 주의를 기하기도 한다. 본서는 이런 족보적 양식으로 기록된 구약성서 전체적 구조를 구속사적 씨 흐름으로 보고 이를 신학화하고 조직화하여 구약성서의 구속사적 씨신학을 정립하려는 것이다.
II. 구약의 족보 이해
우리는 성서에서 구속사적 씨 흐름에 대한 표현이 개인과 가정에 대한 전기적 이야기체(narrative)로 나타나거나 구체적으로는 계보적인 족보(Toledoth or Genealogies)로 정리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국가에는 역사실록이란 국사가 있다면, 종족들의 씨족에는 혈통적 역사인 족보가 있다.
A. 일반적 족보의 의미
족보는 개인의 혈연관계의 가족세계(家族世系)를 중심으로 기록한 것인데, 특별히 역대기에도 이 혈통적 계승보인 족보가 다양하면서도 통일성 있게 하나의 의도를 가지고 기록된 거대한 족보가 있다. 족보 혹은 계보는 한 사회의 구성단위인 가족이나 씨족, 종족의 혈연적, 역사적 관계를 정리한 것이다. 일반 족보들은 한 씨족의 혈통적 승계(承繼)와 그 씨족들이 이룩한 중요사항을 기록한 혈통계적 과거사인데 이것은 수많은 씨족들이 얽히고 설킨 인맥이며 또한 어느 높은 신분의 그 씨족들이 국가에 어떻게 기여하였는지를 기록한 역사서라고 본다.
B. 신약적 족보 의미
신약성서의 첫 번째 책인 마태복음은 족보로 시작한다. 이는 아주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족보 기술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족보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는 예수님을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으로 입증하려는 것이다. 왜냐하면 유대인들은 그들의 메시아가 그들의 조상 아브라함과 그들의 최대의 성군 다윗의 후손으로 온다고 철저하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누가복음 3장의 족보는 역으로 소급해서 아브라함을 넘어 노아, 셋, 아담 더 나아가 하나님까지 올라가며 혈통을 추적한다. 이는 예수께서 아담의 후손으로 인간 예수(人性)이시며, 더 나아가 하나님까지 소급함으로 하나님이 인간의 육체를 입고 오신 참 하나님이심(神性)을 나타내려는 신학적 의도이다.
C. 구약적 족보 의미
포로에서 돌아온 유다인들이 과거의 이스라엘과 어떤 관계가 있느냐는 자신들의 정체성에 대하여 자연스럽게 의문이 일어났을 것이다. 특별히 역대기 1-9장에 기록된 긴 족보들은 이런 의문을 가지는 세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회복된 공동체와 옛 이스라엘의 연속성에 확실한 대답을 주려는 목적이 있다. 역대기 기자는 이 족보들을 사용함으로 자신의 세대, 즉 회복 공동체를 역소급하여 다윗, 아브라함, 아담에게까지 연결시키고 있다(대상1:1, 27-28, 3:1). 역대기 족보들은 바로 이스라엘의 연속성 및 그 후손인 회복된 유다 공동체도 하나님의 선민임을 말해주려는 것이다.
히브리어로 족보 혹은 계보를 나타내는 말은 תודלות(tȏlēdot/톨레도트)로서 ‘낳다, 생기게 하다, (자식)을 보다, 얻다’을 뜻하는 동사 דלי(yālad/야라드)의 여성 복수 명사인데, 가장 문자적으로 번역을 한다면 “(자식을) 얻음(begettings)”이 될 것이다. 구약에서 תודלות(톨레도트)가 가장 자주 나타나는 경우는 어느 한 사람과 그의 자손들의 이야기나, 혹은 군대의 인구조사와 같은 목적을 위한 족보적 추산의 족보 문맥에서 나타난다(민1:20-42, 대상1:29, 5:7, 7:9 등). 성서의 족보들은 상당히 가족적, 씨족적, 종족적인 혈연관계를 종교적 의도와 함께 정리하고 있다.
구약의 혈족체계는 부계혈족 집단으로 모든 상속이나 혈연계승은 친아들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었으나 아들이 없을 때는 족장들의 풍습을 보면, 당시 헷족속들과 같이, 가족 중에 아들이 없을 경우 친척의 아들이나 종을 양자로 삼거나, 사위를 양자로 입양시키기도 했다. 예를 들면 아브라함은 자식이 없자 종이었던 엘리에셀을 양자로 삼아 상속자로 하려고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아브라함에게 친아들이 상속자가 될 것을 약속하신다(창15:1-4, 21:1-12).
D. 족보의 혈족 체계적 의미
대체로 혈족귀속의 원리와 관련하여, 공동조상을 가지고 있는 혈족체계에는 부계혈족(Patrilineal descent), 모계혈족(Matrilineal descent), 양계혈족(Ambirilineal) 등으로 나뉜다. 구약의 혈족 체계는 아담이라는 최초의 인간이 남자로 창조되어졌다는 창조원리(하와도 아담에서 만들어짐: 필자는 하와가 아담에게서 인간복제되었을 가설 제시에서부터 시작한 씨 흐름 구조로 아버지 계통으로 이어져 가는 아들 상속이라는 부계혈통을 전제로 한다.
이런 부계혈족집단의 존재는 상속문제와 관련이 있다. 상속의 대상은 성원권 계승, 혈족 계승, 재산상속, 신분계승, 지위계승, 정치적인 면에서 관직계승 문제를 생각할 수 있는데 특별히 구약성서의 구속사적 계보에는 하나님의 언약의 계승을 중요시하였다. 역대기도 이런 구약적 혈족 체계를 따르고 특별히 창세기의 족보를 그대로 따르고 있으나, 특이하게 언약 계승에 의한 다윗의 왕족 혈족 체계(다윗의 영원한 왕조계약)와 제사장직과 성전 봉사자(레위지파 계약)들을 나타내는 레위 계보를 부각시키고 있다.
E. 족보의 분량적 의미
족보는 그 부피가 크고 권수가 많으면 그 씨족이 상당히 신분있는 가문이고 번성한 것을 말한다. 그래서 역대기에서는 특별히 다윗이란 인물을 부각하기 때문에 모든 족보가 동원되기도 하고 거기에 집중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역대기에는 대동보, 파보나 지파보로 되어 있는 족보들이 수집되어 신학적 목적으로 편집되어 있다고 보겠다. 그래서 인류 역사의 시조인 아담에서부터 시작된 족보(대상1:1-27)는 물론이고 방대한 궁중실록(다윗의 통치: 대상10：1-29：30/ 솔로몬의 통치: 대하1:1-9：31/ 유다 왕국: 대하10：1-36：23)도 있고 한 씨족(대상1:35-42)과 지파의 족보들(대상4:1-6:30) 심지어는 한 가정의 간단한 족보(대상3:1-9, 대하11:18-23)도 담고 있다.
F. 족보에 나타난 이름의 의미
1. 이름과 사회적 관계성: 인간이 태어나 인간 사회에 편입되는 일차적 사건이 바로 이름을 지어 부르고 그 이름으로 호적에 올리고 주민등록에 올리는 것이다. 그로부터 사회의 일원으로 존재하게 된다. 이름으로 인간은 인간 사회 속에 편입되고 이름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이름이 없으면 인간 조직사회나 인류 구성원으로 편입될 수 없었다. 언제부터 이름을 지어 불렀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이미 에덴에서 하나님은 창조된 최초의 인간에게 아담과 하와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창2:19, 3:20).
2. 작명과 자의적(字意的) 관계: 동남아에서는 원(元)의 부족사회 때부터 자녀들을 구별하기 위해 이름을 지어 불렀던 것으로 보는데, 명자운세판단법(名字運勢判斷法)이 있어서 성명이 그 사람의 운세를 좌우한다고 보았다. 이름 자(名字)의 글자뜻(字意)에 의해서 그 사람의 운세를 판단하는 방법(法術)이 발달되었는데, 이를 ‘상자법’(相字法)이라 한다. 특별히 작명법은 족보와 깊은 관계가 있었다.
아담은 아주 중요한 시점에서 또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셋”이라 하고 “이는 하나님이 내게 가인의 죽인 아벨 대신에 다른 씨를 주셨다 함이다” 하여 그 뜻을 제시한다(창4:25). 더 나아가 아주 중요한 삶의 전환점과 하나님의 언약을 새롭게 확인시키는 때에 이미 주어진 이름을 다시 개명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이 아브람(높은 아버지: 고조(高祖) 할아버지에 해당: 한 민족이나 종파의 고조)을 아브라함(많은 무리[국민]의 아버지)으로, 사래를 사라로 바꿔 부르도록 하는 사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는 하나님의 축복과 언약과 관련되어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암시하고 있다(창17:1-8, 15-16).
* 족보에서 이름의 의미
1) 이름으로 만물과 인간은 존재한다.
2) 이름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나 사물의 존재와 신분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다. 이름을 드러낸다는 것은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를 향상하거나 명예를 획득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창세기 11장에 바벨탑 사건에서 보면, 그 바벨탑을 쌓던 사람들이 그 탑을 쌓던 목적이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름을 세상에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 그들의 이름과 자신들을 동일시하고 있다.
3) 이름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나 물건의 본질과 성격을 나타낸 것이다. 사실 이름이라는 것이 단순히 사람의 호칭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다. 세상의 만물들이 거의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특별히 사람의 이름을 가만히 분석해 보면 그 속에는 많은 의미들이 숨겨져 있다. 히브리인들은 사람의 이름이 그의 혼인 [네페쉬]와 같은 것으로 보았다. 우리가 상대방을 안다는 것은 그의 이름을 안다는 것이며, 그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정체나 사람됨을 안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이름은 그 사람의 독특성을 나타내어 그의 성품과 인품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름을 지어줄 때 정말 신중하게 이름의 음과 의미를 고려해서 지어 부르게 해야 한다. 왜냐면, 아주 어린 아기 때부터 인간은 자신의 이름을 들으면서 자라고 살아간다. 그래서 그 이름의 단어 음절과 그 뜻이 계속하여 그 사람의 인식과 사고와 품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4) 이름은 족보에서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일생의 사적(事蹟)을 가장 짧게 압축한 것이다. 이 이름은 가장 간단한 전기(傳記)이다. 이름을 풀어 설명하면, 역사로 확대되는 것이다. 그리고 장황한 그 긴 역사를 압축하면 족보의 이름이 되는 것이다. 족보에 있는 “아브라함”이란 이름을 풀면 창세기 12장에서 25장까지의 그의 일대기가 되고, 그 창세기에 13장으로 된 주전 2000년대 전반기의 그의 역사를 압축하면 그의 이름 [아브라함]이 된다. 그래서 한 역사를 기록할 때 가장 짧고 간단한 방법이 바로 이 족보의 목록적 이름이다. 구약성서 기자들은 역사 속에서 이뤄져 가는 하나님의 섭리 중의 하나인 구속사적 씨 흐름을 개인과 가정의 전기적 이야기 형태와 이 족보적 형태로 전개해 나갔다. 계보는 이름을 통한 역사 기록의 양식으로 구약성서에 흐르는 씨 흐름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신학적 양식 중 하나이다.
III. 구약성서 족보의 유형(類型)과 기록 형식
족보의 유형은 족보의 전승과 기록 방법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구분된다. 여기서는 구약성서 특별히 역대기에 나타나는 족보 기록 형식을 중국과 한국을 중심한 족보 기록 방법과 연계시켜 정리하고 있다.
A. 성서 족보의 유형
1. 구전적(비문자) 족보: 글자가 없던 시대나 기록이 되기 이전에는 한 가정의 선조와 가문의 위계질서를 위해 전해 내려오는 구전적 족보를 가지고 있었다.
2. 실물적(實物的) 족보: 문자가 완전하게 만들어지기 전에도 그들이 가진 언어와 감정을 어떤 형태로든 전달하려고 하여 그림문자나 상형문자에 이르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치게 되었다. 이런 형식으로라도 족보를 전수하려 했던 것이 바로 실물적 족보이다. 실물적 족보로는 나무를 깎아서 만든 목각에 어떤 형태로나, 거북이 등딱지(龜甲)나 짐승의 뼈(獸骨)에 새겨진 상대(商代)의 갑골문 족보 같은 것들이다. 구약시대에도 초기 모세시대 이전에는 이런 형태의 족보가 단편적으로 존재해 있다가 성서기록의 자료로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3. 문서적(文書的) 족보: 문자가 발달되고 기록 용지가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족보도 문서의 형식을 갖추기 시작한다. 완전문자(full writing): 표음문자(phonography)를 사용하여 후대에 확실하게 보존할 수 있는 족보의 출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서본식(書本式)이라고도 하는데 구약성서에 기록된 족보는 당연히 문서적 족보에 속한다고 보겠다.
B. 성서의 족보 편찬 형태
1. 소종지법적[小宗之法的] 편찬 형태: 단지 5-6세조(世祖) 혹은 8-10세조(八高祖圖에서 十六祖圖까지도 있음) 이래로 본 가족의 이동, 혼인, 이름과 시호(諡號: 생전의 공덕을 기리어 죽은 뒤에 주는 이름), 그들의 행적 등을 기록하여 새로운 형태의 족보를 만들어 보존하는 형태이다. 역대기에는 대체로 구속사적 씨 흐름을 추적하기 때문에 이 소종지법의 편찬 방법에 의한 족보가 극히 드물다. 그러나 창세기의 가인의 족보는 이 편찬형태를 취하여 단지 가인에서 6대손에 대한 족보로 끝이 난다(창4:16-23). 소종지법적 편찬 형태의 대표적인 족보기록이 바로 룻기서(4:18-22)이다.
2. 대종지법[大宗之法]적 편찬 형태: 이는 황족이나 대대로 귀족신분인 가정에서 가지는 족보편찬의 형태로 수십, 수백 대대의 세계(世系)와 조상들의 사적을 추적하여 조상의 유덕을 자손들로 알게 하거나, 국가의 역사를 보존케 하는 족보 편찬이다. 역대기상 1장에서 9장까지의 방대한 족보는 바로 대동지법적 편찬 형식으로 된 족보이면서 다윗 왕을 중심으로 하여 영광된 가문의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C. 성서의 족보 기술 형식
1. 수직선적인 혈통적 가계(家系)의 형식(Linear in Form): <어느 한 개인에게서 조상에게> 위로 올라가면서 가계(家系)를 추적하거나(눅3장), <조상에서부터 어느 한 개인에게로> 아래로 내려오면서 가계를 추적(창5장)하는 형식을 말한다.
2. 수평적 족보 기록 형태(a horizontal or segmented type): 이는 당대의 여러 자녀들을 언급하는 기록형태이다. 이 양식은 창세기 10:1 이하에 "셈/함/야벳의 자손들"과 25:12이하에 "이스마엘의 12 자손들"과 36:1-9에 나타난다. 한 조상에서 당대에 여러 자녀가 태어나 그 자녀들이 가계장이 되어 또 각각의 족속들을 이루는 종족 계보를 상대적으로 열거하는 경우이다.
3. 이야기 형식의 족보 형태(Genealogy in Narrative Form): 이는 이야기하는 형식을 가지고 잉태하는 과정이라든가, 선조들의 결혼 관계나 잉태하는 과정이라든가, 가족들과 관련된 어떤 사건의 설명을 삽입하여 관계성을 알리면서 계보를 밝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창세기 4장이라든가, 창세기 36:1-8도 여기에 속한다고 보겠다. 필자는, 광의적으로 보면 창세기나, 사사기, 사무엘서, 열왕기, 룻기, 에스라-느헤미아서, 에스더서 등 역사서에 나오는 모든 역사기록 자체를 이야기식 족보기록이라고 본다. 심지어 창조와 타락 사건을 기록한 창세기 1-3장의 기록도 광의적 차원에서는 이야기적 족보기록 형식으로 하나님의 구원사의 씨 흐름 구조에 서론적 족보라고 본다.
12지파 목록의 형식(The Twelve-tribe Genealogy): 이는 12이라는 숫자를 지켜나가면서 야곱이라는 원 조상을 근거로 12 아들을 단순히 열거(창49:1-28, 역대상 2:1-2 등)하기도 하고, 또한 대부분이 야곱의 12 아들을 열거하면서 더불어 그 12아들마다의 자손들을 함께 소개하는 형식을 가진다. 그러나 이런 형식이 규격적으로 모든 족보에서 분명하게 구분된다기보다는 융통성있게 서로 섞이기도 하고 교환되기도 하여 자연스럽게 사용된다고 보겠다.
IV. 구약성서에서 족보의 역할
A. 혈연적 관계 설명: 구약의 계보는 이스라엘 기원을 원심력으로 하여 주위로 파생되어 퍼져가는 무수한 족속들, 그들 사이에 나타나는 조상부터 내려오는 이름들을 추적하여 혈족관계의 형편 정도와 동시에 이스라엘과 그 이웃 종족과의 차별성을 확립하여 설명하려는 것이다.
B. 시대적 연결: 구약에서 시대적 연결은 계보를 사용함으로 시대를 뛰어넘는 계속성을 유지해 간다. 가장 분명한 예가 창세기 5장과 11장으로, 바로 천지창조, 낙원 이야기와 족장시대 이야기 사이에 있는 간격(Gap)을 단지 수직선적 형태로 나타난 이 두 가지 족보목록으로 연결되고 있다.
C. 연대기적 매듭: 계보는 역사적 사건의 때나 역사적 전환기의 ‘중요한 해(Great Year)’ 그리고 그 역사적 주역에 관한 연대기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매개방법으로 사용된다. 이것은 바로 구약의 역사적 중요 사건이나 핵심적 인물에 이르는 역사의 매듭을 족보라는 전달수단으로 구성한다는 것이다. 역대기상6:1-15의 대제사장 명단은 이스라엘의 포로 전 역사를 출애굽에서 솔로몬까지의 12제사장들과 솔로몬에서부터 포로기까지 12제사장에 의해 두 개의 동등한 시대로 나누었다.
D. 합법적 정당성 확인: 계보는 공직에서의 개인의 정당성을 논증하고 유덕한 가정이나 훌륭한 명사의 위치를 확고히 하는데 사용되었다. 구약의 제사장 직책은 세습적이어서 족보적 확인과 연결이 중요했다. 예로서는, 사무엘의 족보(삼상1:1), 사울의 계보(삼상9:1), 세바의 가계(삼하20:1), 스바냐의 혈통(1:1), 스가랴의 가문(1:1) 등을 들 수 있다.
E. 자손의 순수성 제시: 계보는 거룩한 자손의 순수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별히 에스라, 느헤미야의 두 책의 계보는 종족의 동질성을 확립하고 보존해 갔음을 알리는 데 아주 중요하다.
F. 하나님 백성의 연속성 확인: 역대기의 온 이스라엘에 대한 계보적 개설과 에스라 - 느헤미야에 나타나는 포로에서 귀환한 유대인 명단은 국가적 분열시대를 통해서도 하나님 백성의 연속성 원칙이 지켜졌음을 주장하려는 의도가 있다. 창세기 46장과 민수기 26장의 중요한 지파 목록들은 족장들의 가정과 출애굽 공동체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보겠다.
G. 종교적인 신학적 기능: 구약의 족보적 기록내용을 보면, 문학의 기능을 가지면서도, 종교적 영역에서의 신학적 변명의 목적을 가진다. 역대기 사가는 유다지파의 정통성을 논증하여 다윗왕권의 영원한 왕조 계약에 의한 정치적 정통성을 확인하려고 한다.
V. 구속사적 씨 흐름(씨神學)의 정의
"씨"(zera')의 어원적 의미: 제일 기본적인 것은 혈통적 생명의 핵인 남자의 '정액(Semen Virile)‘을 뜻한다. 이 근본적 의미에서 확산, 전의된 의미인 씨, 혈통, 자손, 후손, 가문, 왕족, 씨족 등(창3:15, 12:17, 13:15,16, 16:10, 삼상2:20, 왕상2:33 스2:59 느7:61 창17:12, 왕상11:14, 왕하11:1)으로 쓰이고, 더 나아가서 집단적 공동체(사1:4, 65:23, 잠11:21, 렘2:21, 말2:15 등)로 사용되었다.
구약성서에서 "씨"의 의미: '씨'는 한 세대, 한 순간의 의미보다는 긴 세대로 이어지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것은 족보적인 개념으로 소개된다. 그래서 기나긴 한 세대를 단위로 하여 씨의 이어짐을 통한 인류역사를 족보를 통해 표할 때가 있다. 창세기 3:15에 “너희 후손(the seed)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리니 여자의 후손도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로 되어 있어 아주 오랜 후의 사건에 대한 예언적 지시가 있다. ‘씨’는 개인적인 한 인물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연속적인 집단적 성격을 나타내는 것이 많다. 메시아 예언의 핵인 그리스도에 대한 원복음(Protoevangelium)의 약속이 점진적 계시로서 발전되어 집단 전체를 상징하는 족장으로 계속 연결된다.
구속사적 씨 흐름의 정의: 구약성서의 야웨 하나님 이해와 그분의 뜻과 섭리는 구약의 역동적이며 통전적인 중심점이 된다. 그 하나님은 이스라엘 역사 과정(시공간+사람들+사건들)을 통해서 여러 가지, 여러 모양, 여러 부분(히1:1)에서 자신과 자신의 것들을 폭로하신다. 그런 이스라엘 역사를 하나님의 구원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하나님 계시의 양상 중에 하나가 바로 역사 속에서 이끌어 가시는 구속사적 "씨 흐름"이라 본다. 역사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섭리는 바로 하나님의 구원사적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그 핵심 내용은 바로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을 향한 "씨 흐름"의 구조를 가진다.
구약성서 속에 깊이 간직된 케리그마(Kerygma)적 의도가 이끄는 "씨"의 연속이 성취를 향하고 있다고 봐서 필자 나름대로 ‘씨 신학(ערז:Zera' Theology)’을 정립하고 있다. 구원을 보여주는 하나님의 자비스런 행동의 사실들이 역사적으로 진행되고 기록될 때 구속사라 한다. 그런데 그 구속사란,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역사이며, 그 역사를 지배하는 중심은 성서에 증거된 대로 이스라엘의 역사를 통해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내려온 하나님의 계시이다. 이것은 바로 구약의 "씨 흐름"을 통해 내려온 구속사적 통로의 마지막 절정이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사건에서 분명해졌다. 구속사 사건들은 모두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에 예속된다. 구약의 사건들은 무조건 구원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말씀이 육신이 된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적 사건의 빛 아래서만 "구속사"가 될 수 있다.
창세기 3장 15절에서 여인의 후손이 뱀(사단)의 머리를 상하게 하는 완전한 승리로 인간구원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최초의 복음이 선포되면서 구원사의 방향이 제시된다. 구약성서의 구원사는 구속사적 "씨의 흐름"을 이끌어 가고 있는데, 그것은 역사를 구성해 가는 인물들의 연속을 말하고 거기에 하나님의 의도적 섭리가 개재되어 있다는 전제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인류 구원을 위한 원대한 계획을 그 내용으로 갖추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폰 라트(G. von Rad)는 이런 역사개념을 가지고 구약성서를 하나의 역사책(a history book)이라 보았고, "구약의 역사 도처에서, 곧 하나님의 심판 행위에서든 또는 구원의 행위에서든지 간에, 어디서나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서 신약의 그리스도 사건이 예시되어 있음을 본다"고 했다. 성서의 내용은 가장 위대한 구원사의 드라마이다. 그 기획자이며 원저작자는 하나님 자신이다. 성서의 중심은, 바로 그러한 하나님의 위대한 행동들에 대한 진술이다.
[씨 신학]의 정의: 씨 신학(Zera' Theology)은, 바로 이 구약에 나타나는 구속사적 "씨 흐름"에 간직된 하나님의 섭리와 구원의 계시를 추적하는 신학적 시도이다. 이 씨의 흐름은 바로 성자 하나님이 그리스도로 이 세상에 오시는 통로이다. 즉, 하나님이 인간이 되시는 계시 사건이며,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기까지의 구속사적 흐름이며(요1:1, 롬1:2-4).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보내시는 길이다. 이 구속사적 씨 흐름을 신학화하고 조직화한 것이 씨신학이다.
아담에서 시작된 여인의 후손을 향한 씨 흐름이 역사 속에서 중단없이 흐르는데 셋-에노스를 거쳐 노아-셈-아르밧삭-----아브라함-이삭-야곱-유다-베레스에 이른다. 결국 유다 지파의 다윗왕조가 세워지고 솔로몬 왕이 된 후에, 남북 왕국으로 나뉘고, 북왕국 이스라엘은 망하여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남왕국 유다만이 존속한다. 포로에서 돌아온 유다공동체가 로마제국의 통치 하에 있을 때 구약성경 예언(미5:2)대로 베들레헴 땅에, 예수 그리스도가 여인의 후손(창3:15)인 동정녀 마리아 몸에 태어나심으로 구속사의 씨 흐름이 결론을 맺게 된다.
이스라엘 왕조는 신정론 (Theocracy)과 조화를 이루어 그리스도의 오심을 준비해 주었다. 아브라함의 믿음에 근거한 그의 후손(씨)인 이스라엘의 역사가 끝없이 방황하며, 파선된 위기에서 ‘메시아’ 또는 ‘인자’에 대한 기대가 나타났다. 그리고 그 기대는 드디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뤄졌다. 예수 그리스도는, 바로 아브라함과 다윗의 자손(씨)이었다. 이는 구약의 오랜 역사 속에 굽이쳐 내려온 구속사적 섭리인 “씨” 흐름의 결론이며 씨신학의 내용이다.
구속사적 씨 흐름의 인종학적 배경: 이스라엘은 인종적 뿌리가 셈 족속으로, 생활양식으로 보면 한 때는 반유목민이었으며, 결국 지역적으로는 가나안 땅에서 농업과 목축과 상업으로 정착하였다. 이스라엘의 역사는 끊임없이 몰락되었다가 다시 소생하는 역사요 계속 실패하면서도 다시 방향을 바로 잡는 역사였다. 이는, 결국 씨 흐름의 절정인 여인의 후손으로 태어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까지 숨차게 달려온 역사이다.
XIII. 구속사적 씨신학의 4대 신학사상(四大要素)
구약성서에 흐르는 구원사의 구속적 씨의 흐름은 다음의 4가지 요소(선택, 계약, 축복, 사명)를 그 중요 핵심으로 하여 이뤄져 있다.
A. 선택 사상: 하나님의 구원은 선재적 은총에 기인하고, 그 선재적 은총은 하나님의 독자적인 선택 사건으로 나타난다. 선택 사상은 구약성서의 가장 중요한 사상의 하나로서, 이스라엘 민족이 하나님과 특별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상이다. 메시아의 족보에 들어가는 인물들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선택에 의한 절대적 은총의 결과이었다.
B. 계약 사상: 선택 사건은 계약이라는 구체적 표현으로 나타난다. 계약 사상은 선택 사건을 위해 하나의 형태(Form)와 내용을 제시하려는 것이다. 선택은 계약이라는 틀(framework) 안에서 활동된다. 선택은 자연히 양자(하나님과 선택받은 자) 사이에 새로운 관계에 돌입되는 것으로 계약이라는 줄을 통해 서로를 묶게 된다. 구약의 구속사적 ‘씨 흐름’은 계약이라는 구조 안에서 전개된다. 씨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구속력(拘束力)은 계약의 언약이었다. 선택사건은 계약에 의해 확인되고 선택이 효력을 발생하는 것이다.
C. 축복 사상: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는 선택 사건으로 시작하여 계약 사건을 통해 구체화되는데,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축복이라는 방법을 인하여 성취되어 간다. 그래서 선택과 계약 사건에는 항상 ‘축복’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D. 선교적 사명(천하 만민을 위한 복의 중재자): “씨”신학에서 선택, 계약(언약), 축복, 선교적 사명은 분리될 수 없으며, 이 넷 모두는 구속 역사 가운데 나타내신 하나님의 자기 계시의 일부이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창 12:2, 3)과 이스라엘을 선택하여 계약을 맺고 축복하신 것(출19:4-6)은, 이 땅의 모든 족속이 이스라엘의 씨를 인하여 구원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즉, 하나님은 전 인류의 축복을 위해서 이스라엘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 인류의 축복은 이스라엘을 통해 오시는 메시아의 사역에 의한 것으로 바로 구약의 모든 제사제도와 절기제도, 그리고 성전제도(출35-40장)에서와 예언자들의 예언(예: 사53장) 시편(22편) 등 속에 구체적으로 계시되고 있다. 그리스도를 통해서 성취되는 구원의 복음에 의해 천하 만민이 구원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속사적 씨 흐름의 씨신학에 의하면 구약성서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가득 차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제II부 남왕국 중심의 역대기의 씨신학적 연구
I. 역대기의 내용 요약
역대기는 사무엘서와 열왕기서의 내용들이 반복되며 중요한 보충물들이 간직되고 나름대로의 신학적 의도와 역사관에 의해 필요한 내용을 첨가하고 강조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역대기는 사무엘서-열왕기의 역사적 기간과 같은 시대상을 다루고 있다. 역대기는 아담으로 시작하여 바벨론 포로 이후 주전 6세기, 즉 주전 538년 고레스 칙령까지 이어지는 방대한 역사를 내용으로 담고 있다.
역대기 역사의 내용은 다음의 다섯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로, 역대기상 1-9장은 왕국 이전까지의 역사 요약으로 아담으로부터 사울 왕까지의 인물 역사의 요약으로 거룩한 씨 흐름의 혈통을 집대성한 다윗에 이르는 역사기록이다. 여기에는 아담에서 여인의 후손에 이르는 구속사적 씨(후손) 흐름을 족보적 기록형식으로 최소화한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왜냐면 역시기록의 최소 단위가 족보의 목록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역대기상 10-21장은 사울에서 다윗까지의 왕국 전승에 관한 역사로 다윗왕의 정통성과 더불어 그의 통치의 승리를 묘사하고 있다. 특별히 다윗이 역사의 중심부에 이스라엘 성군으로 구원사의 한 획을 긋는 주역으로 우뚝 서 있는 기록이다.
셋째로, 역대기상 22-29장은 다윗의 일생 사역을 특별히 사무엘하의 내용으로 정리하면서, 거기에 레위인들과 제사장들과 성전 직원에 대한 그들의 직임에 관한 중요한 자료를 보충하며, 다윗의 성전건축을 위한 위대한 비전과 그 준비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나이 많아 늙도록 부하고 존귀를 누리다가 죽으매 그의 아들 솔로몬이 대신하여 왕이 되니라”로 마무리짓는다.
넷째로, 역대기하 1-9징은 솔로몬의 통치 역사, 즉 솔로몬의 부요함과 지혜, 성전 건축과 봉헌과 그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 그리고 솔로몬의 다른 궁전 건축과 북왕국 이스라엘의 강제 징집 노동과 스바 여왕의 방문 등을 기록하며 “솔로몬이 그의 조상들과 함께 자매 그의 아버지 다윗의 성에 장사되고 그의 아들 르호보암이 대신하여 왕이 되니라”로 마무리하면서 통일왕국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다섯째로, 역대기하 10-25장은 남북 분열의 배경과 남왕국 유다의 역사를 다윗 왕조를 중심으로 기록하고 있다. 북왕국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생략하면서 남왕국 유다의 왕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예루살렘의 멸망과 바벨론으로 유다백성의 포로 그리고 페르시아의 고레스왕의 칙령에 의한 포로에서 귀국과 예루살렘 성전 건축의 희망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II. 역대기의 역사서술 방법
A. 메시아적인 역사 서술방법(A Messsianic Historiography)
역대기가 여인의 후손인 메시아를 향한 구속사적 씨 흐름을 아담에서부터 셋, 노아, 셈, 아르박삿, 아브라함, 유다, 베레스에 이어 다윗 솔로몬을 정점으로 남왕국 유다의 다윗왕조로 계속 이어가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어 그 흐름 자체가 메시아를 향하고 있다. 역대기 기자는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주신 영원한 왕조계약에 의해 영속적인 왕조에의 약속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의 종말론적인 소망이 다윗 솔로몬으로 집중되면서 그 왕권과 관련한 메시아 왕권과 연결되면서 그들의 영광스런 통치가 미래에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B. 제사적 관심을 중심한 역사 기술방법
역대기 저자의 역사기록에 아주 특별한 특징은 그가 종교의식을 가지고 그의 기본적인 문학구조의 틀을 만들어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다른 단위들을 통합하여 짜 맞추고 있다. 그중에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솔로몬 시대의 성전 봉헌에 대한 묘사이다. 즉, 역대기 기자는 종교의 제도적인 면을 강조하여 성전과 그곳에서의 예배의식, 제사장 직분, 레위인의 조직 규례, 족보, 통계 등에 계속적인 관심을 집중시킨다. 이상한 것은 결코 히브리 예언자들에게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생제사를 준비하여 제사장을 보조하고 성전에서 시중드는 자로, 성가대원으로, 문지기로 봉사하는 레위인에 대하여는 역대기 기자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본서의 지배적 강조점은 제의를 중시여기며 예루살렘 성전 예배를 상세하게 기술하고 제사장들과 레위인들의 족보와 직임 그리고 다양한 기능들과 역할 등이 기술되어 있다. 그래서 유다-> 다윗-> 솔로몬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의도의 족보와 더불어 레위 지파의 족보에 초점을 맞추며 1-9장의 족보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C. 반복적 역사서술 방법(Recapitulative Historiography)
역대기 기자는 이미 오경이나 역사서에 기록된 사건들을 취해서 그것들을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한 패러다임이나 모델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역대기를 읽다 보면 족보나 역사 사건 기록이 창세기나 역사서에서 이미 읽은 것들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구약 역사의 마지막 부분에서 아담에서 시작한 하나님의 구속사적 씨 흐름을 정리하고 여인의 후손인 메시아에 이르는 하나님의 섭리를 추적하다 보니 이미 있던 역사에 나타난 성서기자들의 의도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반복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반복 기록에는 신학적 의도가 깊이 개재되어 다윗 왕조와 예루살렘 성전 중심의 제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메시아 기대와 메시아 왕국을 향한 희망으로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한편, 역대기 기자는 광야 방랑기간에서 다윗까지 있던 성막과 솔로몬 성전 사이에 있는 여러 가지 유사점들을 지적함으로 옛 이스라엘과 제2성전을 목도한 세대 사이의 연속성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D. 인과응보적 교리에 입각한 역사기술
역대기에는 인과응보의 사상이 매우 강하게 나타난다. 역대기 사가의 사고 밑바닥에는 다윗 가문과 예루살렘 제의에 대한 관심이 핵을 이루고 있으며 이 관심을 가지고 역사를 해석하는 한 수단으로 인과응보의 교리를 사용하고 있다. 특별히 북왕국 이스라엘의 역사 기록을 묵살한 것은 그들의 다윗왕조에 대한 반역행위가 하나님의 기준을 벗어난 악한 것으로 평가되어 하나님의 징계를 받았다는 사상에서 야기된 것이다(대하15:7, 15,25:4, 26:5). 즉 하나님의 통치 아래 엄숙한 도덕적 법칙이 모든 일을 지배하고 있다고 본다.
인과응보적 원리에 의해 바로 왕들의 치세가 평가되면서 지도자 모델이 몇 가지 유형으로 제시되고 있다. 선한 왕으로 평가하여 최고의 성군으로 다윗(대상11-29장)이 강조가 되고 있다면 에돔 땅을 다스린 왕들(1:43-54)과 사울 왕을 비롯한 북왕국 이스라엘의 멸망이 바로 [여호와께 범죄]로 내려진 인과응보적 심판에 의한 것으로 규정한다. 그래서 사울과 그 아들들이 동시에 처참하게 죽게 된 상황을 생생하게 기록(대상9:35-14)하면서 그 심판을 통하여 사울왕조가 비운의 막을 내린다. 반대로 다윗왕이 등극하여 영광스런 다윗왕조가 펼쳐지면서 남왕국 유다가 정통성을 가지고 세워지는 인과응보적 원리가 작용한 역사적 변화를 묘사하고 있다.
E. 남왕국의 정치적 관심을 중심한 역사기술
역대기는 다윗의 영원한 왕조신학(삼하7:8-16)에 의한 다윗왕권의 정통성을 강조하여 남왕국 유다 중심의 역사 기록이다. 모든 역사 사건들은 이 하나님의 섭리에서 실제적으로 이뤄지고 이 역사원리로 연결시키려는 공공연한 시도가 계속된다. 특별히 북왕국 이스라엘의 멸망은 바로 이 하나님 앞에 정통성을 지키지 못한 악의 결과에 의한 것으로 봐서 북왕국 이스라엘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빼버리고 있다. 더욱이 아담에서 여인의 후손에 이르는 하나님의 구속사적 씨 흐름이 다윗으로 향하고 있는 섭리가 구체화되기 때문에 비(非)유다 지파와 비(非)다윗 계열에 속한 북왕국의 왕들과 역사가 무시되고 제외되고 있다.
역대기 저자는 통일 왕국이 둘로 나뉘게 된 과정에 대한 진술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즉 떨어져 나간 북왕국 이스라엘의 어떠한 왕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도리어 그의 주요 관심사는 바로 다윗과 솔로몬을 이어가는 남왕국 유다의 왕들에게 있다. 이것은 회복된 유다 공동체와 모든 사람들에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사무엘서와 열왕기의 기록과 다른 가장 놀라운 역대기의 차이점은 다윗과 솔로몬에 대한 나쁜 인상을 줄 만한 사건들을 -다윗의 인구조사에 대한 기록(대상21장, 삼하24장)을 제외하고는 - 생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북 분열도 이스라엘이 다윗의 집을 배반했다는 것이고, 다윗이 유다왕으로 7년을 통치하는 동안 사울의 후손이 북쪽지파들을 다스린 것이라든가, 압살롬과 아도니야의 반역이나 암논과 시므이의 부도덕하고 악의 찬 행위 그리고 밧세바와 우리야와 관련된 죄악들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솔로몬의 정적들에 대한 복수(왕상 2장)도 지워버렸으며 왕국 분열의 궁극적 원인이 된 솔로몬의 죄악도 기록되지 않고(왕상 11장) 왕국 분열에 대한 책임도 솔로몬으로부터 여로보암에게로 전가되어 있다. “신하인 여로보암이 자기의 주를 배반하고 난봉꾼과 잡배들을 불러모아 르호보암을 대적하였다”고 묘사하고 있다(대하13:6-7).
역대기는 다윗과 솔로몬은 하나님의 축복뿐만 아니라 온 나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영광스럽고 충성스럽고 전권을 누리고 있는 인물로 돋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다윗의 말년에 있었던 후계 권력 투쟁에 대한 것(아도니아의 왕권 찬탈 시도를 통한 솔로몬과의 권력 투쟁)은 제외시키고 솔로몬에게 전혀 반대가 없이 순조롭게 이동된 것으로 말하고 백성들의 열광적인 지지에 아도니야의 구데타 시도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포함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대상29:23, 왕상1:7-10).
F. 족보 기록형식을 중심한 역사기술
역사기록의 관심이 족보 기록형식을 중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건들과 관련된 인물들을 기술할 때라든가 그들의 가문을 역설할 때는 이야기식 족보기록 양식을 가지고, 역사의 긴 기간들을 기술할 때는 수직선적 / 수평선적 족보 기록 형식을 가지고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창세기와 역대기는 구약성경 중에 가장 큰 족보책으로 볼 수 있다.
역대기 저자가 아담을 족보의 출발점으로 설정한 것(대상1:1)은 하나님의 백성이 시내산이나 우르에서 시작하지 않고 도리어 에덴에서 시작하고 있다는 시각과 더불어 하나님의 인류 구원의 길이 바로 여인의 후손으로 향하는 시작이 바로 아담에서 시작하는 신학적 의도가 깊이 내재되어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후손을 다루는 일곱 장의 족보 기록(대상 2-8장)에서 유다 족보(대상2:3-4:23)가 제일 먼저 다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로 하나님의 구속사적 씨 흐름 구도가 아브라함--> 이삭(이스마엘이 아님)--> 야곱(에서가 아님)--> 유다(르우벤, 시므온, 레위가 아님)로 이뤄지면서 다윗에 이르러 다윗의 아들들에 관한 설명이 중심 틀을 이루고 있다. 그래서 역대기 전체의 40%에 달하는 내용(대상 11장-대하 9장으로 전체 65개장들 중에서 29개장이 해당됨)을 할애하여 다윗과 솔로몬을 다루고 있다.
III. 역대기의 배경과 구조
하나님의 구원사를 기록하고 있는 이스라엘 역사도 역시 역사가의 역사 편찬의 산물이다. 따라서 역대기 역사를 이해하려고 하는 연구자는 역대기 사가의 역사편찬 배경과 내용적 구조를 분명하게 분석하여 저자가 주려고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A. 역대기 기록의 역사적 삶의 정황
역대기가 쓰여진 역사적 현실과 유다백성들의 역사적 삶의 자리는 바로 포로기와 그 포로에서 돌아온 상황(대하36:22-23)이다. 이를 암시하는 역대기 본문은 두 가지를 제시할 수 있다. “바사왕 고레스가 이같이 말하노니 하늘의 신 여호와께서 세상 만국을 내게 주셨고 나에게 명령하여 유다 예루살렘에 성전을 건축하라 하셨나니 너희 중에 그의 백성된 자는 다 올라갈지어다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함께하시기를 원하노라 하였더라”(대하36:23). 여기에 의하면, 역대기가 쓰여질 때는 이미 고레스 칙령(B.C.538년)에 의해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역사적 상황이다. 역대기 저자는 오랜 바벨론 포로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안 되는 유다인들과 유다 지역에 남아 있던 다양한 계층의 유다인들과 그 뒤의 무수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존속하여 가는 청중을 향하여 역대기를 집필했을 것이다.
포로에서 돌아온 그들이 최우선으로 이뤄야 할 일이 바로 예루살렘 성전과 거기서 드려야 할 성전제사 회복 그리고 도성재건이었다. 팔레스타인 땅으로 돌아온 포로민들과 포로시에 남아있던 유다인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자신들의 정체성을 찾는 게 중요했다. 왜냐하면 포로에서 돌아와서 형성된 포로후기 유다 공동체에는 - “포로민과 비포로민” “원래 유다인들과 포로기에 이주한 이방인들” “포로민의 지도자들과 본토의 남아있던 지도자들” “귀환한 제사장들과 유다에 남아있던 레위인들” 사이의 갈등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돌아온 엘리트 그룹들과 남아있던 천민계층” “유다인으로 이방족속과 혼합된 그룹들” “원래 사회구성원으로 살아온 원주민이나 사마리아인들과 전통의식의 유다 민족주의자들” - 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었다.
과거에는 이스라엘이 세계 역사의 중심점에 있었는데 지금은 바벨론, 페르시아 제국들이 중심점을 점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브라함이나 다윗에게 약속하셨던 하나님의 언약은 오늘 여기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바로 이런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고민하는 이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역대기 저자는 역대기를 집필하였을 것이다. 사무엘서나 열왕기의 기록과는 역사적 배경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런 단순하지 않은 복합적 문제에 역대기 저자는 뚜렷한 역사관과 종교적 기준으로 응답하려고 한다. 그는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참된 나라(神政國家)인 이스라엘의 유일한 후사로서의 포로후기 유다의 회복공동체의 합법성을 역설한다.
이와 같은 미묘한 상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역대기 저자는 이스라엘의 정통성과 정체성의 문제를 확실히 하기 위해 혈통적 접근으로서 족보와 정치적, 종교적 접근으로서 기나긴 역사서술과 예루살렘 성전과 제사를 통하여 그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화해와 협력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역대기 저자가 자신의 시대적 요구에 직면하여 역대기를 저술하였던 의도는 참 이스라엘이야말로 다윗 시대에서 에스라 시대까지 유다에서 지속되어 온 이스라엘과 포로상태에서 되돌아온 귀환민들이 다윗 가문이 다스렸던 유다의 참 계승자들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B. 왕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 기준
역사서의 역사 기록은 결국 통치자의 업적과 그들의 통치 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기록이었다. 그런데 이런 역사평가에는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 기준에 의하여 평가되었다고 본다.
첫째는, 왕의 기본적 태도가 ‘그 조상 다윗’과 비교되어 다윗의 모범적 자세를 취하며 통치했느냐 아니면 여로보암의 악한 길을 택하였느냐에 달려 있었다. 즉, ① 혈통적 정통성 여부이다. 바로 다윗의 영원한 왕조계약에 의한 다윗의 혈통이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 구속사적 씨 흐름의 언약의 왕이냐 아니냐의 문제이다. ② 정치적 정통성 여부이다. 이는 정치적 중심의 중앙집권적 권위를 이루었던 예루살렘 성을 견지하고 있느냐 상실하고 있느냐는 시온 계약의 존속이냐 위배냐의 문제이었다(왕상12:25).
둘째는, 신명기적 율법에 의한 왕의 치세에 대한 비판이다. 왕의 업적에 대한 종교적 비판이 가해진다는 것이다.
셋째로, 열왕기 사가의 주된 관심은 왕이 '성전'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하였느냐에 따라 선한 왕과 악한 왕이라는 일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것은 종교적 정통성의 여부였다. 즉 예루살렘 성전(법궤)에 근거한 종교행위냐 아니면 예루살렘 이외의 다른 곳에서 제사행위냐, 전통적 제사장과 레위인에 의한 성전예배냐 제사장이나 레위인이 아닌 일반 평민에 의한 예배냐, 전통적 절기에 따라서 행해지는 예루살렘 제사행위냐, 원래 율법에 정한 절기가 아닌 변경된 절기에 따른 제사행위냐에 따라 평가되었다. 다윗과 솔로몬과 남왕국 유다는 이 기준을 지키고 있으나 여로보암과 그의 악한 길을 따르는 북왕국 이스라엘은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여 모두가 악한 왕으로 평가를 되었다.
IV.역대기서의 구조
A. 연구 방법의 선택
역대기 연구에도 이런 사회학적 연구방법과 더불어 특별히 구조주의적 연구와 신문학비평적 연구방법을 통하여 역대기의 문학 장르를 규정하고 역대기의 내용서술에 직접 관여한 사회 정치적 계층이 누구이며, 그들이 어떤 사회정치적 역할을 하고 있었는가를 분석함으로 저자의 의도와 본문의 의미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의한 역대기의 주제와 구조에서 보면, 역대기의 중심에는 다윗과 함께 솔로몬이라는 인물과 그들의 성전 건립완성과 성전제의 그리고 돌아온 유다공동체의 성전회복이 자리매김하고 있고 그것들을 중심한 사건들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B. 역대기의 단락적 구조
역대기서는 아담에서부터 바벨론 포로기까지의 역사를 기록했는데 그 묘사는 자체로서 다음의 네 개의 단락들로 나누어진다.
1. 첫 번째 단락(대상 1-9장): 아담으로부터 다윗까지의 역사
이 부분은 특별히 유다 자손(2-4장)과 레위 자손(6장)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족보로 채워져 있다.
2. 두 번째 단락(대상10-29장): 다윗의 통치
이 두 번째 부분은 사울의 죽음(대상10장, 삼상31장)부터 솔로몬의 즉위(29장)까지 기록하고 있다. 즉 사울과 다윗의 통치를 요약하고 있는 부분인데 서로 신중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역대기 역사에서 다윗은 상당한 중요성을 갖는다. 그는 “하나님의 사람”(대하8:14), 즉 율법에 충실한 자의 본보기(대하7:17)이면서, 더 나아가서 여호와는 “너의 조상, 다윗의 하나님”(대하21:12, 34:3)으로 불린다. 역대기 저자는 “하나님의 통치 이상”에 맞추어 다윗이 언약궤를 예루살렘으로 다시 복귀시키고 성전건축을 준비하고 성전봉사를 위한 필요한 직무체제를 확립하는 것으로 본문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3. 세 번째 단락(대하1-9장): 솔로몬의 통치와 성전 건축
이미 솔로몬이 왕이 되어 왕위가 견고하여 가고 여호와께서 함께하심으로 심히 창대한 왕권이 이미 확립되고 무엇보다도 먼저 기브온 산당에 있던 하나님의 회막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으로 시작한다(대하1:1-6). 솔로몬은 이미 부귀영화의 절정에 이르고(대하1:14-17) 성전건축과 성전봉헌과 솔로몬의 업적을 기리며 그의 명성이 세계로 퍼져가게 된 것을 스바 여왕의 방문으로 제시한다. 솔로몬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 없이 솔로몬의 재산과 지혜를 부각시킨 후 솔로몬의 최후를 아버지 다윗 성에 장사되는 것으로 마무리짓는다. 역대기 저자가, 다윗과 솔로몬에 이어, 예루살렘 성전을 반복적으로 상기시키는 이유는 포로후기의 회복된 공동체가, 다윗 솔로몬 시대에 통일 왕국을 이룩했던 것과 같이, 다시 하나가 된 통합 공동체요 통일 국가라는 확인과 기대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4. 네 번째 단락(대하10-36장): 유다/예루살렘의 왕들
이 네 번째 부분은 남왕국 유다의 역사와 다윗 언약의 계승자들인 구속사적 씨 흐름의 상속자들인 왕들의 이야기로 역대기를 결론짓는다. 특별히 아사(14-16장), 여호사밧(17-20장), 히스기야(29-32장), 그리고 요시야가 부각되는 르호보암에서 시드기야까지의 왕들(북왕국의 왕들은 제외됨)에 관한 기록이다. 마지막 36장에서는 하나님의 진노(16절), 유배(20절), 그리고 전환(22절 이하)으로 급박하게 전개되면서 희망의 메시지로 마무리짓는다(23절). 유다인들의 귀향과 유대교의 복구에 관한 이야기는 에스라서와 느헤미야서에 이어진다.
C. 역대기의 족보적 구조
역창세기 전체가 족보적 구조로 이뤄진 것처럼 역대기도 족보적 구조를 가지고 기록되고 있다. 그것은, 문학 형태에 속하여 문학적 기능을 가지고 있는 때문에, 바로 족보 기재 방법상의 기록 형식을 가지고 역대기서도 구조를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1. 수직선적인 족보 기록형식의 구조:
이는 아주 일반적으로 <한 조상(개인)에서부터 어느 한 개인(조상)에게로> 아래(위)로 내려오(올라가)면서 가계를 형성해 가는 방법으로 족보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되는 족보가 바로 역대기 1장의 첫 단락에 나타나는데 바로 아담에서 아브라함까지의 족보를 단순하게 연결하여 족보 목록을 가지고 구속사적 씨 흐름을 추적해 가고 있다. 이 같은 형식으로 동일한 수준에서 역대기는 아론 자손을 돋보이게 기록하고 있다.
(대상6:49-53)
[아론=> 엘르아살=> 비느하스=> 아비수아=> 북기=> 웃시=> 스라히야=> 므라욧=>
=> 아마랴=> 아히둡=> 사독=> 아히마아스]
한편 똑같이 수직선적 기록 형식을 가진 구조이면서도 <어느 한 개인에게서 조상에게> 위로 올라가면서 가계를 추적하는 경우(대상6:33-47)가 나온다.
[헤만-> 요엘-> 사무엘-> 엘가나-> 여로함-> 엘리엘-> 도아-> 숩-> 엘가나-> 마핫->
아마새-> 엘가나-> 요엘-> 아사랴-> 스바냐-> 다핫-> 앗실-> 에비아삽-> 고라->
이스할-> 그핫 -> 레위 -> 이스라엘]
이는 역대기 저자가 다윗 가문과 레위 가문을 중심한 편찬 구조를 가지고 다윗가문이 성전을 건립한 것을 강조하고 레위 가문을 통한 성전 봉사를 위한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직무를 강조하여 그들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증거가 된다.
2. 여인 중심의 족보구성의 구조
창세기와 역대기의 족보체계에서 발견되는 미묘한 것은 일부다처제의 풍습이 아직도 지배하는 사회적 풍습이 나타나고 이스라엘 족장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용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의 기록에서 보면 역대기 저자가 자신의 족보를 구성해 갈 때 여인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의도적으로 만들어 간 것을 알 수 있다. 여기는 수직선적 형식과 수평선적 형식과 간간히 이야기식 형식을 사용하여 만들어 가고 있다.
1) 이스마엘의 계보(대상 1:28-31) ==> 하갈(여인 이름은 나오지 않지만 그녀로 인한 족보이다)
2) 그두라 계통의 계보(대상 1:32-33) ==> 그두라(여인 이름이 아브라함의 소실로 나온다)
3) 이삭의 간단한 계보(대상 1:34) ==> 사라(여인 이름이 없지만 그녀로 인한 자손계보이다)
4) 에서와 야곱의 계보(대상 1:35-42, 2:1-2) ==> 리브가(여인 이름이 없지만 그녀의 자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창세기와는 다르게 역대기에서는 ‘그두라’라는 여인(대상1:32) 외에는 다른 여인들의 이름이 생략되고 자손의 이름이 열거되는 것이다. 여인의 이름을 생략한 것은 창세기를 통해 누구나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다윗에게 와서는 다윗의 일곱 여인들의 출신지(가문)와 이름 그리고 그 여인으로 말미암는 아들의 이름이 열거되고 ‘다말’이란 딸 하나가 언급되고 있다(대상3:1-9).
1) 이스르엘 여인 아히노암의 소생 ==> 암논
2) 갈멜 여인 아비가일의 소생 =====> 다니엘
3) 그술 왕 달매의 딸 미아가의 아들=> 압살롬
4) 학깃의 아들 ================> 아도니아
5) 아비달의 소생 ===============> 스바댜
6) 에글라의 소생 ===============> 이드르암(이상은 다윗이 헤브론에 있을 때 낳았다)
7) 암미엘의 딸 밧수아의 소생======> 시므아/소밥/나단/솔로몬(다윗이 예루살렘에서 낳았다)
(그 외에 출신 가문이나 여인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9명의 아들들과 그들의 누이 다말이 언급되고 다윗의 소실에 의한 아들의 이름은 아예 생략하고 있다). 창세기가 아브라함 가족을 중심으로 한 족보 기록이라면 역대기는 다윗 가문을 중심한 족보을 부각시키면서도 여인중심의 구조로 수평선적인 기록 형식을 사용하고 있다.
3. 레위족보 중심의 구조
역대상 6장은 레위족속의 족보가 성전봉사를 위한 예비족보로 연결되며 열거되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후에 성전을 봉사하도록 하고 레위계통의 신분이 상승되게 된다.
1) 레위의 계보1(6:1-2) ===> 레위와 제사장 계보의 서문: 레위의 아들들(게르손/ 그핫/ 므라리)
2) 레위의 계보2(6:3-15) ==> 제사장 계통의 계보: 아론의 대제사장직을 이은 후손들
3) 레위의 계보3(6:16-19) ==> 레위의 3아들(게르손/ 그핫/ 므라리)의 간단한 족보
4) 레위의 계보4(6:20-21) ==> 레위의 아들 중 게르손 계통의 아들들
5) 레위의 계보5(6:22-28) ==> 레위의 아들 중 그핫-이스할 계통의 아들들
6) 레위의 계보6(6:29-30) ==> 레위의 아들 중 므라리의 후손들
7) 레위의 계보7(6:31-48) ==> 레위의 아들 중 찬양대 세 악사인 헤만/ 아삽/ 에단의 계보들
5) 아론의 자손8(6:49-53) ==> 레위의 자손 중 아론의 자손으로 대제사장 계통을 이루는 자손
후반에서 레위자손 중에서 대제사장과 제사장들 그리고 레위인들의 성전예배와 유다공동체에 행할 역할을 염두에 두고 서론적이며 예비적 정보를 제시하는데 족보적 구조를 가지고 역대기를 구성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4. 수평선적 족보 기록형식의 구조
이는 한 조상이 여러 자녀를 출생하여 다음 세대에 가서 그 아들들로부터 새로운 가계장이 형성되면서 그 가계집단이 각각 새로운 가계를 구성하는 것을 말한다. 역대기에는 족보와 관련된 설명이 생략되고 단순히 목록 중심으로 기록되고 그 모든 역사기간이 족보로 단축되어 연속되고 있다. .
1) 야벳의 자손 족보(1:7-16). 2)셈의 자손 족보(1:17-23). 3)아브라함의 언약외 다른 자손들(1:29-33).
4) 에서의 자손들(1:35-42). 5)유다의 자손들(2:3-8). 6)다윗의 계보(2:9-17).
7) 다윗의 자손들(3:1-9). 8) 시므온의 자손들(4:24-37) 등이다.
역대기상 1:3-9:44에서, 얼마의 수직성적 기록형식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대부분은 수평선적 족보기록 형식의 구조로 되어 있다.
5. 이야기 형식의 족보 기록형식의 구조
가정의 역사를 기록할 때 그 가문의 기원과 가족간의 관계성, 가족들과 관련된 어떤 사건의 설명을 설명하면서 계보를 밝히는 것이다. 특별히 유다가 다말을 통해서 베레스와 세라를 낳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족보(대상2:3-4), 사울왕이 비운의 죽음으로 권좌에서 사라져 가고 다윗 왕이 유다와 이스라엘의 왕이 되는 왕권의 전이과정(轉移過程)이 요약적이지만 소상하게 이야기식으로 설명되고 있다(대상10:1-11:9). 역대상 11장 이후의 기록들은 넓은 의미로 이야기형식으로 다윗왕과 그의 통치를 제사장직과 레위 자손과 그 역할 그리고 하나님의 궤 그리고 성전건축 준비 등이 주위의 나라를 정복하는 다윗의 승리와 함께 기록되고 있다. 역대기하(下)는 솔로몬의 등극과 남왕국 유다 왕들의 사적을 소개하고 있어 바로 이야기적 족보 기록의 한 방법으로 문학적 구조를 이루고 있다고 보겠다. 역대기에서 가지런하게 이스라엘의 아들로 12명이 소개된 것은 역대기상 2:1-2인데, 이것은 유다-다윗의 가계를 기록하기 위한 배경적 의미의 구조를 이루고 있다.
D. 역대기의 본문적 내용 구조
히브리 성경에서는 소위 역대기 역사가의 저작이라는 역대기상하(아담/다윗으로부터 포로기까지의 역사)와 에스라서, 느헤미야서(포로 후기 시대인 첫 포로귀환에서부터 에스라의 개력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는 역사서에 분류되지 않고 원래 성문서집(聖文書集)에 들어가 있다. 그 이유는 이들 책은 아주 명백하게 경건주의적인 관점에서 역사를 편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들 책은 하나의 역사 기록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역사에 관한 경건한 반성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주 요약하여 1) 아담으로부터 사울까지(대상1:-9:) 2) 다윗(대상10:-29:) 3) 솔로몬(대하1:-9:) 4) 솔로몬의 죽음으로부터 포로기까지(대하10:-36:)로 집약할 수 있다. 이 구조에 의하면 역대기상하 전체의 핵심이며 중심부분은 바로 다윗과 솔로몬의 통치하의 이스라엘 역사이다(대상10:1-대하9:31). 그 역사의 중심주제는 바로 성전건립과 성전 제사확립이다.
E. 역대기의 특별 강조 자료적 구조
언뜻 보기에, 일반적으로 역대기는 사무엘서-열왕기서에 기록된 내용들과 상당히 중복되어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대기 저자는 이같이 보이는 중복되는 자료들을 나름대로의 첨가, 삭제, 변형 등을 통해 자신의 신학적 메시지를 나타내려고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역대기 저자는 사무엘-열왕기에는 언급되지 않은 자신만의 자료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역대기 저자의 문학적 특수 자료이면서 역사기록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 자료들은 내용적으로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족보를 통한 인적 구성과 레위인들의 부각이며, 둘째는 기브온의 위치가 부상되고 있다는 점, 셋째는 성전제의 개혁에 관한 언급들이라는 점이다.
역대기 저자는 역사 편찬에 다른 자료들을 가지고 있어 “이스라엘 열왕기”라고 언급하는 풍부한 자료들(대하16:11;20:34, 특히 24:27뿐만 아니라 예언자들에 관한 풍부한 자료들: 대상9:1, 대상29:29, 대하9:29, 20:34, 33:18, 32:32등)에서 나타난다. 또한 여러 가지 특별한 전승들, 특히 건축보도들(대하20장과 같은)과 전쟁 보도들(대하11:5b-10a의 요새 건축목록, 참고 대하 26:6, 10; 35:10이하 등)은 포로기 이전 시대보다는 오히려 역대기 역사가의 시대에 생겨난 것이다.
1. 족보와 레위계열의 부상 구조
역대기의 문학적 내용적 구조에서 돋보이는 것이 첫째로, 바로 책의 시작에서부터 창세기에 언급된 인명들로 구성된 역사적인 계보를 보여주는 족보가 동원되고 있고(대상1-9장) 수직선적, 수평선적 족보기록형식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다윗에 의한 성전제사 제도개선과 관련한 레위인과 제사장들을 부각시키는 구조이다. 역대기 저자가 강조한 중요한 문제는 바로 종교적 임직을 맡은 자들의 권위 문제였으며 당시의 제사장들과 성전봉사자들이 레위인들의 문제였다(대상6:1-15, 50-53). 이들은 한때 새 공동체의 정신적 지도자들이었다.
2. 남왕국 중심의 역사관을 강조하는 구조
역대기 저자는 남왕국 유다를 정통성있는 참 이스라엘이며 아브라함 계약과 시내산 계약 그리고 다윗의 영원한 왕조 계약의 진정된 상속자로 보고 북왕국 역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역대상 후반부인 19개의 장(11장-29장)은 다윗의 통치를, 역대하 1-9장의 전반부에는 다윗의 아들 솔로몬 통치가, 10-36장 후반부에는 남왕국 다윗왕조의 역사가 집중적으로 기록되어 있다. 여기서 포로 후에 유다공동체가 자신들을 남왕국 유다의 연속적 정체성을 가시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예루살렘 성전 재건과 예루살렘 성 회복이었다.
3. 영원한 왕조신학에 의한 다윗 왕과 솔로몬왕을 이상화시키는 구조
역대기 저자는 역사 구도를 오히려 과거를 가지고 오늘을 조명하며 정체성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래서 언약의 왕 다윗왕과 솔로몬왕을 이상화하는 구조를 가지고 그들을 극대화시키려는 역사기록이다. 역사기록의 지면을 살펴보면, 다윗과 그의 아들 솔로몬을 이상화하는데 28장(대상11장에서 대하9장까지)에 걸쳐서 기록되면서 역대기서 전체의 1/3을 차지하고 있다. 열왕기서와는 달리 역대기 역사는 다윗왕과 솔로몬을 이상화시키다 보니 그들의 약점들과 통치 기간의 실정과 그들의 가문과 궁정 내에서 일어났던 부정적이며 비판적 내용들을 의도적으로 생략해 버리고 있다.
4. 예루살렘 성전/ 제사 중심의 종교관이 채색된 구조
역대기서는 분명히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하고 거기서 행해지는 제사를 중심한 예루살렘 중심의 종교의 중앙집권화의 종교적 의식이 밑에 흐르며 기록되고 있다. 다윗 가문과 왕권에 더불어 예루살렘 성전과 제사를 반복하고 있다. 이는 포로후기의 회복된 공동체가, 다윗 솔로몬에 의해서 건립된 예루살렘 성전을 강조함으로, 회복된 유다공동체가 다시 하나가 된 통합 공동체요 다윗과 솔로몬의 통일왕국의 상속국가라는 정체성을 확인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회복된 유다공동체가 참 이스라엘이며 다윗왕과 솔로몬왕의 전통을 간직한 참 상속자임을 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족보를 통해서, 다윗과 솔로몬을 이상화하며 그들이 건립하고 종교의식을 재정립한 예루살렘 성전과 제사장과 레위인의 신분을 부상시키며 유다공동체와 연관시키고 있다. 이것은 결국 구속사적 씨 흐름의 방향을 향한 한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VI. 역대기 저자의 신학
A. 역대기 저자 신학의 배경
역대기 저자의 역사적 삶의 자리는 바로 포로기와 그 포로에서 돌아온 상황(대하 36: 22-23; 대상 9: 1-34)이다. 이미 예루살렘 성전은 파괴되고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포로로 끌려가고 그 땅에 남은 자들은 사회적으로 좀 열등한 신세로 한스럽게 살아간 사람들이었다. 가족 단위의 절기나 안식일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그들은 역사와 종교적 신앙을 잊어버리지 않고 회복의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포로에서 돌아온 그들은 예루살렘 성전회복과 예루살렘 도성재건으로 그들의 정체성 확립하여 주전 4백년대의 유다 공동체가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나라(神政國家)인 참된 이스라엘의 유일한 후사로서의 합법성을 역설한다. 이를 위해 기존 이스라엘 역사 자료들을 수정 가감하고, 재해석하며 독자적인 자료들을 활용하여 당면한 사회적 문제에 신학적 해석을 제시하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역대기 저자의 독특한 신학으로 발전하게 된다.
B. 역대기 저자의 신학
1. 하나님의 구속사의 연속성: 구속사의 정체성 제시
역대기 역사는 아담으로부터 아브라함에 이르는 족보(대상 1: 1-27)의 서술로 시작된다. 이는 하나님의 구속사의 연속을 족보를 통해 제시하며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 족보를 통하여 포로 후기 공동체가 바로 이스라엘 후예이며 하나님의 구속사의 연속선상에 있는 혈통적, 계약적 후계자임을 확신시키는 의도가 있다. 그래서 특별히 역대기에 기록된 모든 것이 여인의 후손인 그리스도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역대기 저자는 과거의 다윗 왕권을 새롭게 메시아적 왕권으로 이해하며 미래를 내다보게 한다.
2. 남왕국 중심의 역사관: 구속사적 씨 흐름의 정통성 제시
역대기 저자는 북왕국 이스라엘을 정통성이 없는 배신집단으로 보는 반면에 남왕국 유다를 참 이스라엘이며 아브라함 계약과 시내산 계약 그리고 다윗의 영원한 왕조 계약의 진정된 상속자로 보고 있다. 사울의 통치는 단지 한 장(대상 10장)에 기록되고 이것도 다만 그의 죽음에 대한 묘사로 끝난다. 이는 다윗의 통치 왕국이 아담으로 시작된 구속사적 씨 흐름의 혈통적 전승과 이스라엘 통일왕국의 계승함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세를 중심한 출애굽 사건과 광야 방랑과 가나안 정복 등의 육경의 역사가 아주 무시되어 아주 간단한 족보로 정리되고 있다. 여기서 포로후기 유다공동체가 자신들을 남왕국 유다의 연속적 정체성을 가시적으로 나타내는 것이 바로 예루살렘 성전 재건과 예루살렘 성 회복이었다. 이것을 가장 확실하게 기록하고 있는 것이 에스라서와 느헤미야서이지만 역대기상 전반에도 예루살렘 성전 예배를 강조하고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족보와 그들에 대한 배려가 특별히 나타나고 있다. 나머지 대상11-29장도 북왕국 이스라엘의 역사를 배제시키고 전적으로 남왕국인 유다의 다윗 왕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다윗-솔로몬-르호보암으로 이어 내려가는 다윗 왕조로 유지되는 유다 왕국만이 합법적이다’는 신학적 입장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역대기는 예루살렘을 대항하는 사마리아를 수도로 하며, 다윗의 집을 배반하고, 다윗의 혈통이 아닌 북왕국 이스라엘 왕들은 하나님의 참된 백성을 대표할 수 없는 분리주의자들로 평가하고 있다고 보겠다.
3. 다윗 왕과 솔로몬왕의 이상화: 다윗의 영원한 왕조신학의 메시아 왕권 예시
역대기는 다윗 왕국을 중심으로 하지만, 무엇보다도 언약의 왕 다윗과 솔로몬에 집중하고 그들을 극대화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역사기록이다. 역대상 11장-역대하 9장이 다윗과 그의 아들 솔로몬에게 할애하여서 역대기서 전체의 1/3에 이른다. 열왕기와는 달리 다윗 왕통의 영구적 계승을 약속하는 나단이 전한 계시(대상17장)를 근거로, 다윗이란 인물이 이상화되었고 그의 약점들과 그의 궁전내의 추한 내용들은 빗겨간다. 그래서 사무엘서와 열왕기의 내용과 비교해 보면, 아주 흥미로운 차이점이 발견된다.
(1) 사무엘 - 열왕기의 역사기록은 다윗의 유년 청년시절의 나약한 성격묘사나 사울의 공격으로 쫓겨다니던 얼마간의 도피생활이나 다윗왕의 결정적 오점인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와의 불륜의 사건, 그의 말년에 아들들 사이에서 일어난 부도덕한 사건이나 왕위 계승 분쟁이나 압살롬의 반란 등이 적나라하게 기록되고 있다. 솔로몬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그의 실정에 대한 열왕기의 부정적 평가도 다양하게 전개된다. 솔로몬이 말년에 이르러 타락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2) 역대기의 역사기록은 호의적 관점의 긍정적 평가로 의도적 전환을 이룬다. 솔로몬이 아도니아 그룹과의 정치적 갈등과 승리를 쟁취한 사건(왕상1: 11-40)은 언급도 없이 “다윗의 아들 솔로몬의 왕위가 견고하여 가며 그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하사 심히 창대하게 하시니라”로(대하1: 1) 대단히 영광스런 시작을 기록한다(대상29: 23-24). 솔로몬을 지혜의 왕으로 이스라엘 역사상 물질적 번영의 절정을 이룩한 것을 부각시킨다(대상1: 14-17; 9: 1-28).
역대기 저자는 찬란한 성전(제1성전)에 있어 솔로몬의 역할을 무려 일곱 장에 걸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소위 “다윗의 역사”(대상22-29장)와 “솔로몬의 역사”(대하1-9장)는 다윗왕과 솔로몬왕의 위치와 통치를 하나로 묶는 연결 단락으로 되어 다윗과 솔로몬을 동일한 무게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다윗과 솔로몬의 인간적 실수나 잘못된 행동들에 대한 부정적 차원은 확실하게 빗겨가고 있다.
4. 예루살렘 성전/제사 중심의 종교관: 예루살렘으로 종교의 중앙집권화
역대기 저자는 예루살렘 성전과 제사가 야웨 신앙적 삶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주요 관심사로 기록을 하고 있다. 이미 다윗 왕조는 역사 무대에서 사라져 갔다. 그래서 왕국의 주된 기능 중 하나가 바로 성전 예배를 확립하고 유지하는 것이었다. 당시로서 이미 이 왕정은 한때의 과거 것이었으나 성전은, 특히 언약의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종교적, 공동체적 삶을 위한 핵심 근거이었다. 다윗왕조는 역대기에 계속해서 나올 듯 하지만 그냥 마지막까지 가서 고레스 칙령으로 마무리짓는데 거기도 성전 재건에 대한 명령은 담겨 있으나 다윗왕조 재건에 대한 언급이 없다(대하 36: 22-23). 다만 예루살렘 성전 재건에 희망과 기대를 걸고 있다. 왜냐하면 “모든 이스라엘 백성에게 유산으로 남겨 준 위대한 제도인 예루살렘 성전은 역사의 무대에 여전히 남아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다윗언약은 예루살렘 성전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했다.” 포로 귀환 이후에는 지방 성소들이나 제의적 우상들이 이방인들의 거주지에서는 많이 발견되는데, 포로 후기 귀환 공동체의 거주 지역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것은 이를 증명해 준다.
역대기에 나오는 족보를 주의 깊게 보면, 유다지파와 레위지파의 족보가 다른 지파들의 족보보다 더 많이 기록되고 반복되고 있다. 유다지파는 다윗 가문과 관련되고 레위지파는 예루살렘 성전 제사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다윗 왕조 확립을 위해서 예루살렘 성 건립 못지않게 더욱 중요한 과제가 성전 건축에 있다는 신학적 조명을 하기 위해서 역대기 저자는 [다윗과 솔로몬]의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다윗: 솔로몬 = 성전건축의 준비: 성전건축 실행」이라는 관계로 재정립하고 [선임 왕(先王)]과 [후계 왕(後任 王)] 관계로서 그들의 연속적 업적이 성전건축의 완성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5. 족보를 통한 레위인의 정체성 확립: 레위인들의 신분 상승
우리가 레위기에서 열왕기까지를 읽다보면 어렴풋이 제사장과 레위인의 관계가 모호할 때도 있고 확실히 구분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오늘날 일반 사회적 신분에서 문제화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를 떠오르게 한다. 모세 율법에 근거하여, 일반적으로 포로기 이후까지 레위인들은 제사장들에 비해 보다 열등한 자리에 있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그러나 역대기를 접하다보면 제사장과 레위인에 대한 좀 색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즉, 레위인들의 신분을 상당히 부각시키고 그들의 역할이 현저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물론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신분상의 구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그들의 신분 구분이 존재하지만 역대기에서는 다윗통치 시대에 이뤄진 제사장과 레위인제도의 확립을 재발견하면서 줄곧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협력과 화해의 모습을 레위인들의 입장에서 제시하려고 했다. 이러한 새로운 임무 부여는 레위인의 업무가 언약궤를 메는 운반 임무에서 성전에서의 임무로 이동되었을 뿐 아니라 오경에 규정된 임무를 넘어서고 있다고 본다. 역대기 안에서 어떤 경우든 이와 같은 레위인들의 신분상승의 자리매김은 세 가지 방향에서 이뤄진다.
(1) 레위족보를 통한 정체성 확립: 특별히 역대상6:1-81은 레위가문의 족보들인데, 더 나아가 역대상 9장 마지막에 예루살렘에 정착한 제사장들(대상 9:10-13)/ 예루살렘에 정착한 레위사람들(대상9:14-16)/ 예루살렘에 정착한 회막 문지기/나머지 레위 사람들 족보가 소개되고 있어 유다족속의 족보(대상2:2-4:23 => 약 99절)보다 더 많은 분량(약 105절)으로 되어 있다.
여기 족보에는 특이한 점이 발견되는데 첫째는, 광야생활에서 아주 부정적인 기억이 있는 고라와 그의 아버지로 소개된 암미나답에 관한 것(대상6:22)이다. 둘째는, 다섯 번 반복(히브리어 본문)되는 엘가나의 존재(대상6:23-27)이다. 엘가나는 사무엘상 1:1의 족보에 “여로함의 아들이요 엘리후의 손자”로 나온다. 역대기에도 엘가나의 아버지가 여로함으로 나온다. 이와 같은 족보의 재정리를 통해 성전제의와 관련된 제사장과 레위인들의 조화로운 화해를 시도하려고 했다. 사독계열의 대제사장과 왕들의 선견자로서 헤만 계열을, 다윗과 솔로몬에 의해 회복된 성전제의의 노래하는 자들로 아삽의 계열이, 성전 문지기로서 여두둔 또는 에단 계열이 합법적으로 자리매김된 것임을 주장한다.
(2) 다윗에 의한 레위인들의 역할 회복: “다윗 개혁을 통해 레위인들은 언약궤를 이동하는 대신에 성전에서의 새롭고 독자적인 임무를 획득하지만 그들의 지위는 여전히 제사장에게 종속되어 있다.” 역대상 15-16장과 역대상 23-27장의 두 단락에서 다윗이 모두 법궤의 이동과 함께 성전에서 일할 봉사자들을 레위인들 중심으로 재정리하여 임명하고 있다. 역대기에서 레위인들은 그들 고유의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음으로써 그들 스스로 독자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됨을 알 수 있다.
(3) 히스기야-요시야 개혁을 통한 위상 확대: 역대기에 나타나는 히스기야 요시야 개혁으로 “레위인은 다윗이 규정한 대로 제사에서 음악을 담당하고(대하29: 25) 다윗과 아삽의 시로 야웨를 찬양하며(대하29:30), 다른 한편으로는 희생제사(대하29;30: 16-17, 34)와 제사장의 몫에 참여하게 되면서(대하31:14-19) 제사장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이 요시야 개혁에서 레위인들은 온 이스라엘의 가르치는 자와 봉헌된 자, 야웨와 백성의 봉사자로 정의되며(대하35:3) 유월절에서의 제사권을 법적으로 행사한다. 제사장과 동등한 입장에서의 레위인 활동을 언급한다.
6. 인과응보의 신학적 역사관 : 남왕국 정통성 주장의 근거
역대기 저자에게는 불순종과 범죄는 항상 심판과 재앙을 가져오고 반면에 순종과 공의는 평화와 번영을 가져온다는 “즉각적 인과응보의 신학”이 표현되고 있다(대상10:13; 22:19; 28:9; 대하11:16; 12:14; 14:4,7). 그가 역사평가의 척도로 이 인과응보의 교리를 사용하며 솔로몬 이후의 역사를 정리하는데 즉, 북왕국 역사를 제외시키고 남왕국 유다역사 중심으로 그 정통성을 주장하는 근거의 교리이다. 역대기의 저자에게도 여호와 하나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지속적인 관계는 철저한 인과응보의 교리에 바탕을 둔다. 이스라엘의 왕들의 충성은 당연히 여호와 하나님의 복을, 그분의 명령에 불순종하고 특별히 예루살렘 성전제사에 대한 배교는 하나님의 징벌을 끌어들인다.
역대기 저자는 이 인과응보의 교리를 솔로몬 이후의 여러 왕들의 통치와 삶들을 규정하고 평가하는 근본 틀로 사용하되 보다 개인적이며 즉각적이었다. 예를 들면, 다윗 솔로몬 통치를 기술할 때도 이 교리가 밑바닥에 흐르고 있었다고 본다. 사울왕 멸망의 원인이 불순종과 무당에 접근하여 여호와께 범죄에 의한 것으로 언급한다(대상10:3-14). 오벧에돔집 축복의 원인으로 하나님의 궤(말씀)을 소중히 간직하여 내린 복에 근거한 것으로 본다(대상3:4).
한편, 역대기 저자의 신학적 독특성은 바로 인과응보의 교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과응보의 교리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용서와 은총을 통한 심판과 저주를 구원과 축복으로 전환시키는 전환의 신학 즉 회개의 신학이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열왕기와는 다르게 역대기 저자는 므낫세의 죄악으로 말미암는 심판의 결과에도 그가 포로로 잡혀가 회개한 "간구와 겸손"를 하나님이 들으시사 예루살렘으로 귀환하여 거의 가장 긴 기간인 50년 동안 나라를 통치하는 축복을 받았고 그가 열조와 함께 죽어 그의 궁에 장사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대하33:1-20).
그래서 역대기 기자는 열왕기에서 유다의 죄악으로 당하게 된 70년간의 바벨론 포로기간을 안식년을 누림 같이 안식하여 지냈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대하36:21). 즉 역대기 저자는 인과응보의 엄격한 요구조건들을 초월하며 회개를 통해서 발견되는 하나님의 은혜를 강조하여 역대기 저자의 신학을 훼손시키지 않고 독특성을 간직하고 있다. 즉 율법을 지키는 자가 참된 이스라엘의 구성원이며 바로 거룩한 국가공동체라고 인정하게 된다.
7. 과거 지향적 신학전망: 현재의 삶을 위한 과거의 이상화
내세를 지향하는 묵시 문학에서는 다가올 우주의 대변혁과 심판 그리고 의로운 남은 자들의 황금시대의 도래, 천상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하여 지상의 현실에서 표상을 끌어내어 미래에 투사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현 세대에 대해서는 염세적인 태도를 취하며 현세와 내세를 포함하는 범우주적인 차원에서 이원론을 제시한다. 이와 반대로 역대기 저자는 이제 막 포로에서 돌아온 후기 포로공동체가 현실 안에서 무슨 정체성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제시하기 위하여 영광스런 다윗과 솔로몬 시대의 과거를 이상화한다. 그래서 역대기 저자는 언약궤를 운반할 때 웃사가 지은 죄(대상13:7-10)와 인구조사(대상21장)외에는 다윗과 솔로몬 통치기간에 그들을 책망할 만한 사건을 기록하지 않고 칭찬받을 만한 일에 초점을 맺고 있다. 특별히 그들의 성전건립과 성전 제사장과 레위인 신분을 정립하는 데 있어서 행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역대기 저자는 후기공동체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축복과 언약의 왕조인 다윗 시대의 통일왕국을 반복해서 회상시킴으로써 자신들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립하여야 하며, 여호와 하나님을 향하여 율법에 의한 예루살렘 성과 예루살렘 성전을 어떻게 이해하며, 특별히 성전 제사를 어떻게 드려야 하는지 또 거기에 제사장과 레위인의 신분을 어떻게 규정하여야 하는지를 과거를 이상화하고 현재의 삶을 정립하고 미래를 제시함으로 보이려 했다. 그래서 과거를 이상화하는 과거 지향적 신학전망을 통해 오늘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것 같다. 그래서 예루살렘 멸망에 대한 쓰라린 체험이 포로 이후 예언자들에게서 종말론으로 바뀌어졌고 포로 이전 예언자들에게 있던 “야웨의 날(Yom Yahweh)” 사상이 포로 후기 예언자들에게서는 종말론으로 변했다고 보기도 한다. 이런 역대기 저자의 신학이 한국에서 오늘의 다양한 교파와 혼합주의 신학 흐름 그리고 무력화된 교회의 정체성을 활성화하는데 다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끝맺는 말_ 본서 [구약성서의 족보적 연구]는 구약성서에 핵심 내용으로 줄기차게 흐르고 있는 아담으로부터 여인의 후손을 향한 - 구속사적 씨 흐름이 중단되지 않고 메시아 출현까지 계속될 수 있도록 태고사의 인물들, 족장들의 언약의 상속자들, 이스라엘 백성, 이스라엘 나라, 남왕국 유다, 포로민 유다백성, 포로에서 귀환한 유다의 회복공동체를 통한 - 구속사적(씨)을 보존한 하나님의 구원섭리를 놓치지 않도록 강조하였다. 특별히 역사서의 마지막 책인 역대기서(히브리어 성서 마지막 책)와 에스더서(LXX과 한글 성서의 역사서 마지막 책)는, 하나님의 구속사적 씨 흐름 구조에 중단없이 언약의 상속자들의 씨가 계속적으로 연결되어 여인의 후손에 이르는 섭리를 족보라는 양식으로 정리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구약의 마무리를 극적으로 매듭짓는 책으로 보아 씨신학적 입장에서 다루었다.
아담에서부터 계속해서 숨차게 달려온 하나님의 구원사가 씨 흐름이란 계시의 양식으로 기록되는데, 역대기는 (수직선적, 수평적인) 목록적 족보기록과 이야기식 기록형식으로 그리고 에스더서에는 이야기식 족보기록 양식으로 되어 있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시고 말씀이 육신이 되시며(요1장)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보내시는 길(요3:15)이 바로 아담에서 여인의 후손에 이르는 거룩한 씨 흐름으로 보아 이를 조직화하고 신학화한 것이 씨신학이다. 포로에서 유다인이 돌아왔다는 역대기와 에스더서의 구약역사 마지막에서 메시아 족보가 중간에 끝나버릴 위기에서 에스더와 모르드개의 역할과 아하수에로의 조연적 협조로, 여인의 후손으로 오신, 신약의 메시아가 옥동자로 탄생케 되어 크리스마스의 캐롤을 울려 퍼지게 했다고 본서의 끝을 맺고 싶다. 그래서 본서 『구약성서의 족보적 연구』는 신약성서의 마태복음 1장과 누가복음 3장 그리고 요한복음 1장의 족보로 확인된다고 본다.
본 도서요약본은 원본 도서의 주요 내용을 5% 정도로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원본 도서에는 나머지 95%의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보다 많은 정보와 내용은 원본 도서를 참조하시기 바라며, 본 도서요약본이 좋은 책을 고르는 길잡이가 될 수 있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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