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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잰 존슨	(2008-12-27 오후 12:01:52, 조회 : 1769)

출판사

CUP

제목

경청기도

경청기도
잰 존슨 지음
CUP / 2008년 10월 / 296쪽 / 12,000원

▣ 저자 잰 존슨
영성 지도자이자 수련회 강사로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과 영적 훈련을 주제로 17권의 책을 저술했다. 이냐시오적 영성과 영적 방향에 대한 연구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녀의 작품은 주로 영성 형성에 관한 주제를 다룬다. 대표작으로는 하나님의 임재 연습에 중점을 둔 『하나님 임재를 누리는 삶』과 성경 묵상에 중점을 둔 『하나님을 듣는 삶』 등이 있으며, Christianity Today, Focus on the Family, Moody, Women’s Day, Parenting, The Los Angeles Times 등 폭넓은 간행물에 천여 편의 원고를 기고해 왔으며, 700권이 넘는 성경공부 교재를 집필했다. 집필 외에도 설교가와 교사, 그리고 영성 지도자로 왕성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훈련된 영성 스승으로서 그녀의 열망은 그리스도인들을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에 푹 잠기도록 돕는 것이다. 현재 가족들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시미 밸리에 살고 있다. www.janjohnson.org

▣ 역자 윤종석
서강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미국 Golden Gate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육학(M.A.)을, 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상담학(M.A.)을 공부했다. 역서로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살아있는 하나님의 지혜』,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 『하나님이 축복하시는 삶』, 『하나님의 음성』, 『사역자 상담』, 『단기 상담』, 『결혼 건축가』, 『예수가 선택한 십자가』, 『리더십은 예술이다』 등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

▣ Short Summary
이 책은 경청기도에 관심 있는 그리스도인이면 누구에게나 안심하고 추천할 수 있는 책이다. 먼저 출판사가 복음주의 대표격인 NavPress가 소명과 확신을 갖고 기획한 <영성계발시리즈> 중 한 권이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신뢰받는 달라스 윌라드가 책임편집을 맡았기 때문이다. 저자 잰 존슨은 영성 기도 부분에 박사학위를 받은 권위자로 복음주의 문화에서 인기 있는 영성 지도자며 수련회 강사로서, 이미 영적 훈련을 주제로 17권의 책을 저술한 검증된 사람이다.

저자는 독자들의 ‘마음속에 하나님을 향한 애절한 갈망을 심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도하며 이 책을 집필했다. 두텁지 않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다뤄야 할 경청기도의 성경적 토대와 영적 효과, 그 원리와 방법, 요구되는 분별력 등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명료하게 보여준 점이 탁월하다.

그리스도께 완전히 잠긴 삶으로 ‘그분께 배우는’ 것이 곧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마 6:33) 방식이다. 그 결과 우리는 점점 말에나 일에나 범사를 마치 그리스도가 하시는 것처럼 할 수 있게 된다.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우리가 배우는 것은 특별한 종교적 활동을 수행하는 법이 아니라 삶의 매순간을 하나님 나라의 실체로 살아가는 법이다.

역사가 발달을 거듭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는 도외시되어 왔다. 단지 죄를 위한 희생물이나 사회적 선지자와 순교자 역할로 전락했다. 그러나 스승이 없는 곳에는 학생이나 제자도 있을 수 없다. 그분의 학생이 될 수 없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그분 말씀의 부요와 능력 속에 존재하는 삶을 배울 길이 없다. 삶의 실제적 세목에 관한 한 마치 버려진 존재인 냥 그저 허우적거릴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현실 가운데서 기독교 영성 계발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인간 실존의 모든 구체적 차원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도가 갖는 의미를 조명하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 차례
1부 경청기도의 뿌리는 성경이다
1. 기도가 통하지 않을 때
2. 하나님과 긴밀히 통하는 영혼으로 변하다
3. 하나님은 말씀하시고 우리는 듣고
4. 경청기도의 뿌리는 성경이다

2부 하나님을 경청하는 기도의 비결
5. 경청기도는 하나님을 알고 그분과 사귀는 것이다
6. 하나님께 몰입하여 듣는 마음
7. 하나님께 깨어 있는 영혼 만들기
8. 질문으로 하나님을 삶에 모셔들이라
9. 경청기도 중 일어나는 일들

3부 경청기도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10. 하나님 음성을 명확하게 듣는 비결
11. 경청가는 친구 없는 적적한 신비가가 아니다
12. 하나님 임재 안에 사는 삶의 비결

4부 경청기도 중 들려오는 하나님 음성의 내용
13. 하나님은 기본 진리를 계시하신다
14. 하나님은 어려운 진리를 계시하신다
15. 하나님은 하나님 자신을 계시하신다

제1부 경청기도의 뿌리는 성경이다

기도가 통하지 않을 때
‘괜찮은 그리스도인’이 되려고 애쓰던 옛날 같았으면 나는 노숙자 자원봉사를 오래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님께 그들을 고쳐달라고 기도했을 것이고, 그 요구가 ‘통하지’ 않으면 그 때문에 탈진했을 것이다. 상냥하게 꾹 참음으로 나는 불량한 말투와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친절한 반응을 이끌어내려 했을 것이다. 그의 고약한 행동을 내 실패로 받아들였을 것이고 그리하여 진즉 봉사를 그만뒀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 집중하는 법을 배우자 그런 사람들을 일 중심적으로 대하던 내 태도가 변했다. 하나님을 경청하는 생활방식을 취하면서 나는 내면에 새로운 안식을 느꼈고, 내가 여기 온 것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기도하며 하나님 일에 동참하기 위해서라는 인식이 싹텄다. 결과는 천지차이였다. 나는 당장 ‘열매’가 없어도 끝까지 충성하는 헌신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마침내 기도 응답의 ‘비결’을 찾았다는 말은 아니다. 천만의 말이다. 사실 그것은 이제 문제가 못된다. 이제 나의 관심사는 하나님 자신을 아는 것, 모든 면에서 하나님을 인식하고 따르는 훈련이다. 내 영적 삶의 관건은, 하나님과 하나님의 행하시는 일이 점점 커지는 반면 나와 내 인위적인 노력은 점점 작아지는 것이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삶은 단순하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께 주목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그분의 생각과 마음을 느낀다. 하나님의 계획에 있어 내 역할을 느끼며 하나님의 심정으로 살기 시작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복을 전하신다. 느리지만 확실한 방식으로 우리는 ‘마음의 변화’를 경험한다. 하나님께 열린 자세와 그로 인한 마음의 변화는 여태 요원해 보였던 거룩함, 긍휼, 용기를 다져다준다. 다시 말해 우리는 내 안에 형성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보게 된다.

경청기도는 하나님께서 우리 속사람 안에 일하셔서 우리의 궁극적 동인인 마음의 태도를 변화시키실 시간과 재량을 드리는 훈련 중 하나다. 변화된 마음은 “마음의 쌓은 선에서 선을” 낼 수밖에 없다. 속사람을 무시한 채 외적 행동에 치중하면 엄청난 결과를 낳는다. 영혼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경건한 열망과 종교 기관에 뿌리를 두고도 하나님께 심령이 마비된 사람을 낳는다. 예수님 당시의 바리새인들은 독실한 자 중에 독실한 자, 종교적 보수주의자, 성경을 지키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들의 자기의의 껍질을 깨뜨리고자 그들을 질책하셨다.

그렇다면 영성 계발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오늘날 교계 일부 진영은 심령을 다시 빚는 과정을 거의 모르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는 올바른 교리를 수호하거나 하나님을 문제 해결사로 이용하는 데 더 관심을 쏟아왔다. 우리는 제자도의 전체 그림(예수 그리스도의 성품으로 자라가는 것)을 잃은 것 같다. 대신 성경 지식이나 감동적 설교를 자꾸 듣다보면 어떻게든 변화가 나타나게 마련이라고 믿는 것 같다. 그것도 안 되면 자기 개발 서적을 찾거나 세미나에서 즉답을 구한다. 하나님은 그런 것들을 퍼즐 조각으로 쓰실 수 있다. 그러나 삶을 여기저기 조금씩 손보는 것과 영성 계발로 예수님의 제자가 되는 것은 다르다.

영성 계발은 성경에 나와 있고 예수께서 행하신 일정한 용인된 훈련 과정을 통해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성장을 이루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영성 훈련은 각각 행위의 훈련과 절제 훈련으로 나뉘어, 행위 훈련에는 공부, 예배, 기도, 축제, 섬김, 교제나 공동체, 고백, 복종이 포함되고, 절제 훈련에는 고독, 침묵, 금식, 청빈, 순결, 은둔, 희생이 포함된다. 그러나 사실 ‘세미한 음성에 귀 기울이고 그 말씀이 들려올 때 기꺼이 반응하도록 연습하게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나 영적 훈련이라 할 수 있다. 이 훈련들은 성령 하나님과 교류하는 길이다. 그리하여 성령은 당신의 심령에서, 즉 사고와 의도와 생각을 훌쩍 넘어 인격의 심연에서 일하신다.

이 책에서 우리는 영성 훈련의 한 부분인 경청기도의 훈련을 듣는 기도, 말없는 묵상, 하나님을 바라는 것, 하나님의 임재 연습 등 여러 형태로 살펴볼 것이다.

하나님은 말씀하시고 우리는 듣고
예수님은 그분을 따르는 자들은 목자의(그분의) 음성을 들으며 또 그 음성을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자신들을 훈련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그분의 음성을 알기에 따를(순종할) 줄도 안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고요히 앉아 하나님을 듣도록 자신을 훈련하기보다 목사나 강사의 말을 듣기를 더 좋아한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말씀하려 하셨지만 그들은 모세한테만 듣겠다고 완강히 버텼다. 오스왈드 챔버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하나님보다 그분의 종들의 말을 듣기를 더 좋아하여, 그분께 대한 우리의 사랑이 얼마나 적은지 드러낸다. 우리는 개인 간증은 즐겨 듣지만 하나님 자신이 말씀하시는 것은 원치 않는다. 우리는 하나님이 내게 말씀하시는 것을 왜 그렇게 두려워할까? 하나님이 말씀하시면 두 가지 길밖에 없음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리라. 즉 우리는 그분이 명하시는 대로 행하거나 아니면 순종할 수 없다고 말하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러나 단순히 하나님의 종이 말하는 경우라면 순종이 의무가 아니라 선택 사항처럼 느껴진다.”

성경의 으뜸가는 기도서인 시편은 하나님을 잠잠히 기다리는 예술을 강조한다. 이는 경청기도의 일부다.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무릇 나의 소망이 그로부터 나오는도다”(시 62:5). 잠잠함은 경청기도의 외적 침묵으로 나타난다. 하나님 앞에 연약한 모습으로 조용히 있는 것은 모든 일을 하나님 손에 내려놓고 내가 누구이며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걱정하지 않는 구체적 표현이다. 전능자의 그늘은 산만하고 메마르고 죄책감에 찌들고 확신 없는 영혼이 잠잠히 쉬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말없이 잠잠할 때 하나님은 당신의 가장 깊은 자아에 말씀하실 수 있다. 그래서 시편 기자인 다윗은 “자리에 누워 심중에 말하고 잠잠할지어다”(시 4:4)라고 가르친다.

경청기도의 뿌리는 성경이다. 경청기도를 즐기려면 성경의 하나님을 알고 사랑해야 한다. 하나님 음성을 민감히 알아듣고 그분과 꾸준히 대화한 엘리야는 하나님의 사랑의 마음도 직접 알았다. 두려워 목숨을 건지려고 달아난 그는 하나님께 자기 목숨을 취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하나님은 자멸을 구하는 엘리야를 꾸짖으시기는커녕 오히려 숙면을 취하고 천사의 손에서 음식을 받아먹도록 조치해 주신다. 하나님의 애틋한 자비를 잘 알았기에 엘리야는 자신이 부득이 거하게 된 광야의 침묵 속에서 하나님 음성듣기를 사모했던 것이다.

제2부 하나님을 경청하는 기도의 비결

경청기도는 하나님께 주목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예수님 발아래 앉은 마리아는 경청기도의 산 그림이다. 그녀는 “꼭 필요한 것 한 가지에 전심을 바쳤다.” 하나님 앞에 잠잠해지는 법을 배우기란 어려운 일이므로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연습하면 풍성해지고 충만해진다. 경청기도란 짜릿한 체험이 아니라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 임재를 누리는 데 주안점이 있다. 경청기도 중에 우리는 하나님의 너그러운 성품, 즉 우리를 절대 포기하시지 않는 사랑, 억울한 상황을 뒤집으시는 능력, 능력을 자비로 조절하시는 온유하심을 묵상할 수 있다. 하나님의 후하심을 오래 묵상할 경우, 우리도 그 성품을 지니고 싶은 갈망이 생긴다. 그분을 흠모할수록 우리도 욕심을 버리고 후해지고 싶고, 기회가 닥치면 움켜쥐기보다 베풀 가능성이 높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란 바로 그런 의미다. 나는 내가 하나님 임재 안에 있음과 그분이 나를 사랑하심을 안다. 그분이 나를 말할 수 없이 귀히 여기심을 나는 안다. 이보다 좋은 것이 또 있을까? 이런 기도로 하나님을 맛보아 알면 우리는 하나님과의 대화를 간절히 원하게 된다. 하나님께 그런 갈급함이 있으면 그분과의 대화생활은 정상적이고 자연스러워진다. 대화를 통해 기도는 문제 해결만의 차원을 넘어선다. 웬디 라이트는 이렇게 역설한다. “고장난 데를 고치고 상한 데를 치유하는 것도 물론 영적 삶의 일부다. 그러나 그 이상이 있다. 영적 구도자들은 인생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대하지 않고 그 안에 들어가 깊이를 재야 할 신비로 대한다.” 이러한 시각은 문제가 있어야 하나님과 더 가까워진다는 생각을 일축한다. 우리는 위기의 순간과 동일하게 평상시에도 항상 하나님과 교감을 나눌 수 있다.

달라스 윌라드는 “영적인 사람들은 자기 삶을 하나님과의 대화적 관계에서 길어 올린다. 그들에게는 ‘그 너머의 삶’이 있다.”고 단언했다. 그 너머의 삶은 이 땅의 삶 전체에 침투한다. 우리를 산만한 것으로부터 끌어내고, 내 성격 결함이 얼마나 실없고 부질없는 것인지 깨우치며, 그래서 그리스도를 위한 이타적 섬김으로 우리를 이끈다. 세상은 점점 나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이 되어 간다. 그 너머의 삶은 하나님과의 풍성한 대화로 충만하며, 그분과 연합된 삶에서 양분을 얻는다. 예수님 말씀이 이제 분명해진다.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 15:4-5).

토마스 머튼은 “우리는 ‘방법’이나 ‘시스템’을 찾을 게 아니라 ‘태도’와 ‘시각’ 즉 믿음, 개방성, 주목, 경외, 기대감, 간구, 신뢰, 기쁨을 가꾸어야 한다”고 했다. 당신이 그런 태도를 가꾸면 하나님은 당신의 영과 성품 속에 일하시며, 그리하여 당신만의 경청기도 방법론이 창안된다. 장-니콜라스 그루는 “기도 제목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기보다 우리는 단순히 하나님께 마음을 열어놓고 무엇이든 그분이 가장 기뻐하시는 것을 우리 마음에 넣어달라고 기도한다.”라고 말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마침 그날 아침 아들 때문에 속상했던 일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그루의 말대로 해보기로 하고 그의 말을 빌려 기도했다. “무엇이든 아버지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것을 제 마음에 넣어주소서.” 다시 빚으시는 하나님께 내 마음을 열자, 그분은 내 좌절을 은혜와 애정으로 바꿔 주셨다. 아침에만 해도 불가능해 보이던 일(속상한 마음을 떨치기)이 이제 쉬워졌다. 마음을 열고 하나님께 주목하면 하나님이 내용을 정하셔서 우리 마음의 변화와 방향이 필요한 부분들을 만지신다.

하나님께 몰입하여 듣는 마음
경청의 길의 두 가지 주요 도구는 침묵과 고독의 영성 훈련이다. 침묵과 고독은 둘 다 숨어서 일한다. 겨울철에 벌어지는 일과 흡사하다. 엄동설한에는 아무 일도 없는 듯 보인다. 동물들은 동면한다. 아무것도 자라지 않는다. 만물이 부동의 휴면에 들어간다. 그러나 요긴한 겨울잠 동안 생명은 새로워진다. 침묵과 고독 속에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은 숨어있으나 생명에 필수다.

침묵과 고독 속에 이루어져야 하는 필수적인 작업 중 하나는 우리를 문화의 요구에서 떼어놓는 것이다. 긴급한 메시지와 울리는 전화벨이 없는 곳에서 우리는 성공 집착의 진상을 볼 것이다. 격리된 고요한 시간에 우리는 내면의 침묵을 얻으며 그것은 우리를 세상에서 자유케 한다. 우리는 세상살이에 바빠 하나님의 성령을 망각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움직임을 의식하려면 내적 고독과 침묵이 필요하다. 하나님은 언성을 높이거나 고함을 지르거나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우리는 하나님께만 집중하기 위해 말과 분석과 인간관계의 즐거움을 버린다.

또 한 가지 버려야 할 것은, 내면의 ‘착한 아이’ 이미지이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벌거벗고 연약한 참 자아가 되어야 한다. 자신의 아직 변화되지 않은 부분들을 벽장 속에 감춰두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와 하나님께 드린다. 시편 기자 다윗은 “내 죄가 항상 내 앞에 있나이다”고 말했다. 이렇게 철두철미 연약해질 때 우리는 자기애에 대해 죽을 수밖에 없고 “떼어진 떡, 부어진 포도주가 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손에 들린다.

처음에는 집중을 배우는 데 꽤 시간이 걸린다. 집중이란 생각과 관심을 내 존재의 중심(영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들을 수 있는 내 마음속)에 모은다는 뜻이다. 하나님께로의 집중을 가장 잘 표현하는 방식은 아마도 우리가 하나님의 파장에 맞추어 그분이 생각하시는 대로 생각하기로 작정하는 것이다. 집중의 목표는 두 가지다. 집중하면 평온하고 고요해져 하나님의 임재를 더 잘 누릴 수 있다. 그리고 집중하면 하나님께 깨어 있을 수 있다. 이때 호흡기도가 도움이 된다. “예수님은 흥하고(숨을 들이쉬며) 저는 쇠하게 하소서(숨을 내쉬며)”도 그 중 하나다. 성경 문구나 장면도 집중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귀용 부인은 그것을 두고 ‘주를 보는 것’이라 했다. 토마스 켈리는 나직이 간단한 말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오직 주님 것, 오직 주님 것입니다.’ ‘하나님이여,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나이다.’ 등의 말을 속으로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하라. 잡념이 들거든 돌아와 다시 시작하라. 그러다 보면 언어의 필요성이 사라지고 영혼의 태도(그분 앞에 겸손히 고개 속이는 태도, 마지막 틈에까지 빛이 비쳐들어 어둠을 다 몰아내도록 그분 앞에 내 전 존재를 높이 들어올리는 태도)에 자리를 내주는 시점이 온다. 얼마 후 이런 태도가 흐트러지고 모호해지게 되면 그때는 다시 언어 표현으로 돌아가 그 알맹이를 되찾으면 된다. 찬송은 기도를 향으로 바꾼다. 노래하면 심호흡이 이루어지며 자신도 모르게 굳어있던 몸 부위의 긴장이 풀려 기도를 향기롭게 만든다.”

귀용 부인은 잡념에 대해 지혜로운 조언을 들려준다. “잡념이 생겼다 해서 고민하지 말라. 늘 자신의 결점 때문에 불안해지지 않도록 자신을 지켜라. 그런 고민은 영혼을 휘저어 지엽적인 것들로 산만하게 할 뿐이다. 이는 교만이라는 숨은 뿌리에서 비롯된다. 자기가 산만함을 초월한 자라는 생각에서 오는 것이다.” 잡념과 직접 싸우지 말라는 귀용 부인의 조언이 통하는 이유가 있다. 잡념이란 싸워서 쫓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종이와 펜을 곁에 두었다가 잡념을 ‘할 일’ 목록처럼 종이에 적어 일단 제쳐 두는 것이 좋다.

질문으로 하나님을 삶에 모셔들이라
하나님께 물을 때 우리는 침묵 중에 깨어있을 수 있다. 우리는 경청기도 중에 질문하고 기다린다. 바로 생각이 떠오를 때도 있지만 답은 엉뚱한 순간에(그날 늦게, 일주일 후에, 1년 후에) 찾아와 우리를 놀라게 할 때가 더 많다. 질문은 결과에 엄청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사울과 다윗 같은 이들의 삶이 그 증거다. 사울은 7일간 전투를 연기하며 사무엘을 기다렸다. 그러나 사무엘은 오지 않았고 병사들은 계속 흩어지려 했다. 그래서 사울은 상식적 조치를 취했다. 자기가 직접 번제를 드린 것이다. 사무엘은 이 일과 기타 범죄들로 인해 하나님이 사울의 손에서 나라를 빼앗으실 것이라고 예언했다. 사울은 뭐가 문제인지 의아했을 것이다. 솔직히 행위, 성취 지향적이면서 힘을 갖춘 자라면 이 본문이 꺼림칙하게 느껴진다.

반면 다윗은 묻는 마음, 반추하는 마음이 있었다. 블레셋이 골짜기를 침범하자 다윗 왕은 블레셋을 공격해야 되는지 하나님께 물었다. 위급한 상황의 군인에게 이는 미련한 결정이었다. 그야 물론 진격 아닌가! 그러나 다윗은 매 전투마다 하나님께 물었다. 하나님의 뜻이 늘 똑같지 않고 늘 뻔하지 않으며 대개 우리 생각보다 뛰어남을 그는 알았다. 하나님의 방식은 우리를 앞서 가시는 것이다. 주께 물을 때 우리는 어떻게 따라야 하는지 알게 된다. 일 처리에 치중하는 사울 같은 이들에게는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우리 삶의 일상사들에 관해 하나님께 묻는 것은 괴롭고 고된 일이 아니다. 하나님 마음을 좇는 자에게는 질문이 정상적 반응이다. 우리는 하나님 앞에 꿈꾸는 자가 되어 묻는다. “지금 저를 앞서 가시며 하시려는 일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마음을 열고 듣는다.

때로 질문은 삶의 딜레마에서 나온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이 상황을 어찌할 것인가?” 이는 하나님과 삶의 커다란 역설을 수용할 때 그 배후에 깔린 핵심 질문이다. 나도 경청기도를 하면서 이런 질문들을 했기에 나중에 어떤 비유를 읽다가 답을 ‘듣는’ 일이 있었다. 엄밀히 말해 내가 답을 얻은 질문은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가 아니라 “하나님이 이 일을 위해 무엇을 하고 계신가?”였다. 하나님께 이렇게 질문할 때 우리는 타인과 세상을 고쳐야 직성이 풀리는 태도, 하나님까지도 교정하고 지시하려는 교만한 성향을 내려놓을 수 있다. 대신 우리는 하루 종일 귀 기울여 듣는다. 내 삶을 방해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 기도는 더 이상 “그 사람이 더 사려 깊게 해 주십시오”가 아니다. 대신 나는 “이 불안한 상태를 어찌해야 합니까? 이 사람에 관해 무엇을 알아야 합니까?” 묻고, 그것이 좀더 분명해지면 “하나님의 긍휼이나 정의를 보이기 위해 제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

기독교란 삶의 문제에 대해 해답을 얻는 곳이다. 그러나 하나님께 물으면 그런 앎에 대한 집착이 사라진다. 최종 해답을 알고 계신 ‘누구’를 알기에 진정한 의미에서 나는 더 이상 ‘무엇’을 알 필요가 없다. 우리는 지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별로 알지 못함을 인정한다. 구름도 없이 난데없이 폭풍이 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나의 동행이시기에 나는 쉴 수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족하다. 결정은 그렇게까지 곤혹스럽지 않다. 먼동이 서서히 틀지라도 때가 되면 환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동적 기다림은 첫째, 믿음을 더해준다. 결국에는 밝히 드러날 것을 믿기 때문이다. 속마음에 귀를 기울이면 세밀한 부분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래서 공포를 떨치기가 한결 쉽다. 미적지근한 기분 없이도 곤란한 결정을 연기할 수 있다. 경청기도의 길을 통해 나는 사태가 불분명할 때 멈추어 분명해질 때까지 믿음으로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미심쩍은 데가 있거든 기다려라. 둘째, 능동적 기다림의 기술은 잘못된 결정을 수습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능동적 기다림의 또 다른 유익은 계산적 태도를 버리게 해준다는 것이다. 경청의 반대가 있다면 그것은 계산이다. 경청기도의 습관이 있어야 마음으로부터의 사랑으로 살 수 있고, 계산적 성향이 자신을 에워쌀 때도 그것을 물리칠 수 있다.

경청기도 중 일어나는 일들
무엇보다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사랑받는 느낌이다. 기쁜 소식의 핵심인 사랑이야말로 경청기도의 핵심적인 특성이다. 하나님의 사랑과 수용 안에 잠잠히 쉬는 평온한 느낌을 기대하라. 설사 하나님이 당신의 잘못을 지적하신다고 느껴질 때도 마찬가지다. 존 웨슬리는 하나님을 만나자 ‘이상하게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경청기도 중 반복되는 메시지는 바로 그것, 즉 당신이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핵심 요소인 사랑과 더불어 경청기도 중 예상할 수 있는 ‘느낌’이나 ‘깨달음’의 특성들이 또 있다. 이것은 장시간의 고독 속에 찾아올 수도 있고 살면서 잠깐잠깐 조용히 멈출 때 찾아올 수도 있다.

경청기도의 초기에 하나님께 받은 응답에 놀랄 만한 요소가 전혀 없다면 그 응답이 당신의 ‘생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당신이 들은 내용이 전혀 당신답지 않다면 또는 감히 생각조차 못할 정도로 너무 단순하거나 심오하다면 그때는 하나님이 말씀하고 계실 소지가 높다. 성경에는 하나님이 특별하고 구체적인 지침을 주신 사례가 수없이 나온다. 블레셋과의 전투에 대해 하나님 뜻을 알고자 했을 때 다윗은 당시의 성경인 ‘모세의 율법’을 들춰보지 않았다. 다윗은 여호와께 물었고, 뽕나무 수풀에서 하나님의 동작 소리가 날 때까지 진격을 기다리라는 구체적 응답을 받았다. 이처럼 경청기도 중 떠오르는 내용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말씀들의 구체적인 순종 방식에 관한 내용일 때가 많다.

한편 하나님을 구할 때 내게 들리는 내용은 십중팔구 내 결점이지 남의 결점이 아니다. 문제는 우리가 하나님을 천편일률적인 분으로 생각할 때 발생한다. “하나님은 내게 말씀하시는 것을 당신에게도 말씀하신다. 그러니 당신도 내 말을 들어라!”라는 주장은 상대의 영적 울타리를 침범하는 처사다. 이런 예화가 있다. 어느 퀘이커교도의 두 아들이 징병관에게 남북전쟁 참전 권유를 받는다. 부모는 반대하지만 장남은 가기로 결정한다. 자기는 가기가 두렵기 때문에 더욱 가서 싸워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동생은 자기가 싸움을 좋아한다는 걸 마음속으로 알기 때문에 싸울 수 없다고 말한다. 퀘이커 교도들이 행하던 경청의 영으로 두 아들은 결정의 기초를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나 부모의 생각에 두지 않고 자신들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하나는 자기 내면의 두려움을 발견했고 하나는 폭력을 발견했다. 둘은 각기 다른 행동으로 하나님께 순종하여 각자 자신의 회의와 죄를 극복했다.

듣는 기도 중 종종 무의식에 깔린 내 무언의 태도는 “하나님, 말씀하실 것이 있다면 빨리 해주십시오.”라고 하는 태도다. 시간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는 트라피스트회 수사 바질 페닝턴의 말을 자주 떠올린다. “우리가 꾸준히 경청기도 시간을 내기 시작할 때 깨닫는 것이 있다. 다른 일 할 시간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시간을 번다. 그것이 꾸준히 경청기도를 하며 날마다 40분 이상 고요히 침묵 속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경험이다. 그들은 해내는 일도 더 많거니와 더 깊은 평안과 기쁨으로 해낸다. 왜 그럴까? 그들 삶 속에 하나님의 자유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나님께 일을 맡기는 그들의 자유가 커졌기 때문이다. 자유를 얻었기에 이제 그들은 자신의 온갖 계획과 영상과 두려움으로 하나님을 방해하지 않는다.”

경청기도 도중 어떤 정보나 사실, 감정이 지각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는 우리의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처음에는 무지의 구름 외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 예사다. 자기 존재 심연의 하나님을 향한 꾸밈없는 의지 외에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 느낌도 없는 것 같다. 만일 당신이 어떻게든 자력으로 상황을 알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무지에 맥이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 익숙해지면 하나님을 의지하는 것이 즐거워진다. 그분은 정말 능히 세상을 관리하시는 주관자다. 토마스 머턴은 “아무런 지각이나 느낌이나 생각이 오지 않는 기도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아무 성과가 없다’든지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기도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3부 경청기도에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나님 음성을 명확하게 듣는 비결
리처드 포스터는 말없는 침묵기도란 “초심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영적 근육을 웬만큼 구사해왔고 영의 세계를 꽤 아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왜 그럴까? 경청기도의 침묵은 우리 영혼의 원수에게 하나님 음성이 아닌 음성들을 가지고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 때문에 경청기도의 중요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두려워서 성경 읽기를 비롯해 모든 영적 훈련을 하지 말아야 한다. 원수를 두려워하는 것은 하나님 뜻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경청기도에 얼마나 준비되어야 할까? 포스터의 말대로 우리는 자신의 성품에 관해 몇 가지 자문할 수 있다.

* 나는 건설적 비판을 수용하기가 더 쉬워지고 있는가?
* 나는 사사로운 불쾌감을 넘어, 내게 잘못한 사람들을 아낌없이 용서하는 법을 익히고 있는가?

처음에는 둘째 질문이 경청기도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묘연했으나 알고 보니 내 기도를 가장 자주 방해하는 것은 사람들에 대한 내 불쾌한 생각이었다. 사람들에게 일일이 반응하려는 욕구를 서서히 버리자 그런 시무룩함도 줄었다. 다른 사람들을 늘 용서할 때 경청기도는 안타까운 실패로 와해되지 않는다. 위 두 질문에는 무엇이든 늘 나를 위해 구하는 자아도취를 넘어서야 한다는 뜻도 있다. 즉 우리는 기꺼이 내 영혼의 초라한 내면을 보아야 하며, 사람의 말로 인정받으려는 욕구를 버려야 한다. 대신 우리는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필요를 채움 받을 수 있다. 위 두 질문에 “예”로 대답할 수 있다면, 하나님이 안전하게 하시며 우리 평판을 보호해 주실 것을 믿는 것이다.

버나드 쇼의 희곡에 프랑스 왕 샤를이 잔다르크를 꾸짖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는 하나님 음성이 왜 그녀에게는 들리고 자기에게는 들리지 않는지 궁금했다. 왕의 위원회 멤버들이 그에게 뭐라고 말했을지 상상해 보라. “승자가 되라!” “왕답게 처신하라!” “저 인기 좋은 여군 명장의 입을 닫아라!” 당신 머릿속에 이런 위원회가 있다면 그것은 경청기도가 당신에게 안 맞는다는 표시가 아니라, 당신도 인간이라는 표시일 뿐이다. 자신을 점검해 보라. 그러나 내면위원회 멤버들을 하나님이 일부러 주시는 강경한 인도나 예리한 질문과 혼동하지는 말라.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올 때 그것을 아는 가장 단순한 지침은 이것이다. 내용을 점검해 보아 명령이나 질문이나 설명에 오래 참음이나 온유함이 보이면 그것은 하나님 음성일 소지가 높다. 자랑이나 교만이나 무례함이나 사리사욕이 보이면 필경 하나님 음성이 아니다. 쉽게 노하거나 불의만을 기억한다면 원수의 음성일 수 있다. 하나님 말씀은 참음과 믿음과 바람과 견딤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얼마든지 믿어도 좋다. 또한 『무지의 구름』의 저자는 스스로 흥분을 조장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는 원수의 일이며 ‘위선과 이단과 오류’에서 비롯된다. 물론 진정한 영적 희열이 찾아올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만을 기대하거나 찾는 것은 좋지 않다. 거창한 일만 구하는 것은 유치함의 증표이며, 그것을 만인이 보도록 치켜드는 것은 하나님과의 참된 친밀함이 당신과 거리가 멀다는 표시다.

사이비 경청가들은 노동을 장애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경청기도는 외적 활동의 시간과 병행의 리듬이 있어야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하나님 임재를 연습하는 법을 배운다. 헨리 나우웬은 어느 트라피스트회 수도원에 머무는 동안 그에게 주어진 일과는 감자 껍질 벗기기, 강바닥의 바위 끌어내기 같은 일들과 경청기도 시간의 병행이었다고 말한다. 하나님은 그런 노동 경험 속에서 나우웬에게 자신을 계시하셨다. 이렇게 노동과 기도가 조화를 이룰 때 하나님을 즐겁게 경험할 수 있다.

경청가는 친구 없는 적적한 신비가가 아니다
침묵과 고독에 대한 모든 내용으로 미루어 경청기도를 얌전하고 수동적인 기질에나 맞는 방법으로 일축하기 쉽다. 천상의 평화를 찾기까지 사색에 잠기거나 기도하는 심정으로 우주를 응시하는 것이 경청인 것처럼 말이다. ‘경청기도는 내성적이고 직관적인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 그러나 그렇지 않다. 틸든 에드워즈의 말대로 “경청가는 특별한 종류의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사람이 특별한 종류의 경청가이다.” 다윗을 생각해 보라. 그는 전쟁에 능한 왕이자 사색에 잠겨 시를 쓰는 목자였다.

그래도 혹자는 경청기도에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난 마르다야!” 마리아-마르다 구분 중 소위 실천가라는 것이다. “나는 바나바라서.” 바울-바나바 대조 중 섬기는 조역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적인 마르다-마리아(경청가 대 실천가) 이분법은 인위적인 것이다. 실천가가 실천가인 것은 하나님 앞의 고요한 우물에서 물을 긷기 때문일 수 있다. 예컨대 실천가 에이미 카마이클은 독신 선교사로 인도에 가 사원 매춘부들을 건져내고 결국 그들에게 가정과 학교를 세워주었다. 그런 그녀가 고요한 시간을 많이 가지라는 글을 남겼다. 경청기도는 결코 사도 바울 같은 깊은 사상가들의 독점 영역이 아니다. 확신컨대 우리 영혼의 원수는 당신이 이렇게 믿기를 원한다. ‘내가 학자가 아닌 이상 기도란 내게 어려운 정신 작업이며 쓸데없는 것이야.’

지금까지는 경청기도를 개인 훈련으로 얘기해 왔지만, 경청기도가 항상 고독한 활동은 아니다. 예로부터 렉시오 디비나(묵상적 성경읽기)는 그룹으로 시행되어 왔다. 내가 들은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사이 경험이 깊어지며, 그것도 경험 자체의 일부다. 마주앉은 사람(삶의 눈이 나와 다른)의 반응도 큰 깨달음을 준다. 방 안에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 침묵 속에 앉아있는 것은 다른 형태의 교제다. 나는 거기서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 사실 공동체가 경청기도에 중요함은 그것이 또 다른 방벽이 되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서로 경험을 나누며 상대의 확인을 듣는다. 개인이 성령의 음성을 들으면 공동체 전체가 거기에 주목하여 공동의 침묵 속에서 메시지의 진실성을 시험한다. 2-3인의 증인 원리는 모세 율법과 예수님의 가르침과 서신서의 교훈에 면면이 흐른다.
“하나님이 나보고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라고 하셨다”와 같이 어떤 사람에 관한 하나님의 말씀이 다른 사람에게 들려올 때 공동체의 확인이 특히 중요하다. 이 경우 상대 스스로 하나님을 구하도록 격려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영적 반경을 침범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가끔 하나님은 저 사람에 관한 말씀을 이 사람에게 하시는 듯한 경우가 있다. 그 경우 이미 본인에게 하신 말씀에 대한 확인의 말인 경우가 많다. 하나님은 상대가 정확히 들었음을 당신을 통해 확인하신다. 배우자는(내 기호와 약점을 아주 잘 아는) 하나님 음성을 가부간 확인해줄 적임자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에 마음을 열고 그들의 검토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만 있어도 우리는 자기중심적 생각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고금을 막론하고 경청가들에게 이런 방벽을 제공한 공동체 형태는 영적 스승, 멘토, 제자훈련 교사와의 관계다. 물론 진짜 스승, 진짜 멘토는 성령님이다.

노련한 경청가들에 따르면 하나님은 경청기도를 통해 우리 마음을 확 넓혀주시며 그래서 우리는 아는 사람들뿐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까지 돌아보게 된다. 하나님을 응시하는 일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사랑하기 위한 것이다. 경청기도를 마칠 때 우리 마음은 설령 상대가 생면부지일지라도 주린 자, 목마른 자, 나그네, 벗은 자, 병든 자, 옥에 갇힌 자에게 공의와 자비를 베풀 준비가 되게 된다.

하나님께서 주신 섬김은 하나님께 듣는 내용에서 나온다. 그것이 동기가 되어 당신은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대변자가 되라는 그분의 부름에 응답한다. 하나님과의 대화가 지속될 때 당신은 구속 사역에 가담할 수 있다. 하나님이 인류의 구속을 위해 하고 계신 일은 무엇이며 나는 어떻게 거기 동참할 수 있나? 선교사 프랭크 로바흐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하나님의 임재를 몇 달씩 몇 년씩 연습하고 나면 하나님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뒤에서 미시는 힘도 더 강하고 더 일정해 보이며 앞에서 끄시는 힘도 점점 세지는 것 같다.”

나그네(Sojoumers) 공동체에 속해 워싱턴 D. C.의 빈민과 갱들을 상대로 사역하는 짐 월리스는 이렇게 말한다. “경청기도는 탈진을 막아준다. 사색 없는 활동은 금세 삭막해지고 쓴뿌리마저 키울 수 있다. 자기 성찰의 공간과 회복의 역량이 없으면 소진과 절망의 위험이 너무 크다. 경청기도는 우리 정체성과 능력의 물음을 우리에게 들이댄다. 나는 누구인가? 누구에게 속한 자인가? 내 힘보다 큰 능력이 있는가? 이때 불안은 기쁨에, 쫓김은 평온함에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전략은 믿음으로, 성공은 순종으로, 계획은 기도로 자란다.”

인도 캘커타의 빈민들과 죽어가는 자들 속에서 일하는 테레사 수녀의 <사랑의 선교회> 수녀들이 일에 치이지 않는 까닭도 경청기도가 탈진의 예방책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될 것이다. 중요한 일을 정말 많이 해내는 그들이지만 “가난한 자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하루 5시간뿐이다. 나머지는 기도와 묵상 등으로 보내며 하나님께 초점을 맞춘다. 그들의 효율성과 지구력은 하나님과 함께 보내는 덕에 놀랍도록 배가된다. 하나님과의 조용한 순간에 일어나는 일은 삶 속으로 확산된다. 이렇듯 참된 경청가란 자기 영혼을 구원하려고 세상에서 물러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가 거기서 하나님께 기도하는 사람이다.

하나님 음성을 들을 때 우리는 주변 문화 속에 그분의 가치관을 더 잘 구현할 수 있다. 파업 중인 교사들은 노조 간부들과 경영진 사이의 화해를 위해 기도할 수 있다. 아무에게나 마음이 끌리던 남녀들은 대신 배우자에게 충실하게 된다. 평안한 중산층 사람들은 고문당해 죽은 부모로 인해 수백만 아이들에게 뼈아픈 상처를 남긴 르완다 전쟁을 보며 가슴이 무너진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자기 돈을 상향 이동에 쓰지 않고 외부 지원에 쓴다. 이런 조용한 반문화 행동은 적대적 정치, 낭만적 흥분, 자아도취적 사생활, 끝없는 소유욕을 규범으로 아는 사회를 아프게 건드린다. 하나님을 갈망하는 변화된 삶은 상생의 정치, 정절의 사랑, 자원의 나눔, 근검한 삶이 지혜임을 안다.

하나님의 임재 안에 사는 삶의 비결
끊임없는 기도는 바울이 우리에게 명한 “쉬지 말고 기도하라”는 말과 같다. 삶은 하나님과의 ‘중단 없는 교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성이 있을까? 인간이 이럴 수 있을까? 심령의 기도가 어떻게 끊임없이 지속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장-니콜라스 그루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떻게 그리되지 않을 수 있는가? 계속해서 마음을 경배, 감사, 죄의 회개, 하나님의 도움을 구하는 기도의 상태로 유지하라. 그러면 우리의 직무 수행이 방해받기는커녕 오히려 더 쉬워진다. 재능의 사용이 막히기는커녕 오히려 재능을 하나님의 본 취지에 맞게 쓸 줄 알게 된다.”

장 피에르 드 코사드는 이렇게 썼다. “하나님께 자신을 열어놓은 사람들은 늘 신비로운 삶을 살며, 하나도 특이해 보이지 않는 지극히 평범하고 자연스럽고 우연 같은 경험들 속에서 비범한 기적의 선물을 받는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소중하며 풍요의 원천인 까닭이다. 자기 삶 속에서 벌어지는 가장 사소하고 가장 슬프고 가장 원통한 일들 속에서 하나님을 알아볼 줄 아는 영혼들은 모든 것을 기쁘고 즐겁게 똑같이 존중하며 남들이 겁내고 피하는 것을 두 팔 벌려 받아들인다.”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은 이런 시를 썼다. “이 땅에는 천국이 가득하고 모든 떨기나무는 하나님으로 불붙어 있다. 그러나 보는 자만이 신을 벗는다. 다른 이들은 둘러앉아 야생딸기나 따고 있다.”

제4부 경청기도 중 들려오는 하나님 음성의 내용

하나님을 더 잘 알수록 우리 심장은 하나님의 심장 박동에 맞추어 뛴다. 우리는 내 마음의 문제에 대해서 뿐 아니라 하나님 마음의 문제에 대해서도 하나님과 대화하기 시작한다. 하나님은 하나님 자신을 계시하신다. 하나님은 사람들의 파멸에 대해, 사람들의 악에 대해, 사람들이 대가를 치르는 고통에 대해 슬퍼하신다. 우리는 하나님의 이 격노와 슬픔에 동참한다. 대개 말없는 침묵의 기도로 동참한다. 그러면 하나님은 우리를 여태 가본 적 없는 영적 삶의 ‘장소들’로 곧잘 부르신다. 거기서 우리는 하나님 뜻에 동역자가 된다.

이 영적 여정의 막바지에서 찾아오는, 흔히 ‘광야 경험’으로 불리는 하나님의 침묵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그러나 광야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한동안 거해야 할 신비의 처소다. 내 여정의 그 부분은 버림받은 기분만 드는 전형적인 ‘영혼의 어두운 밤’을 닮았다. 영혼은 철저히 메말라 보인다. 경건 생활의 즐거움도 가고 없다. 우울이나 슬픔과는 다르다.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고 기쁨도 거의 없다. 내 인생의 사면초가 같던 이 시기에 나는 집 근처 묘지를 자주 걸었다. 나의 절규에도 하나님은 부재하신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내 영적 삶의 전환점이었고 광야에서 영혼을 정화하는 시기였다. 영혼의 정화가 이루어지면 우리는, 그간 내가 하나님께 위로를 위한 위로를 구해왔음을 깨닫는다. 내가 더 사랑한 것은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을 바로잡는 하나님의 능력과 하나님을 닮고자하는 것이었지 그분 자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두운 밤’은 흔히 너무 영적인 사람들의 병이다. 그들은 항상 영적인 이야기만 하고, 배우기보다 가르치기를 좋아하고, 자기만큼 영적이지 못한 이들을 정죄한다. 영혼의 어두운 밤은 영적인 세계에 대한 우리의 강렬한 사랑이 자기만족, 영적 탐욕, 영적 폭식으로 전락하기 전에 우리를 붙잡아 정화한다. 영혼의 어두운 밤과 광야의 나날은 하나님의 침묵 속에 잠잠히 있는 법을 배우는 장이다. 그런 시간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이때 경청기도는 하나님과 통하는 길이기도 하다. 말이 없다. 그저 ‘존재할’ 뿐이다.

예식 설교

저자

언제나 네 곁에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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