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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캡스 |
(2008-10-17 오후 3:15:31, 조회 : 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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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죄와 구원의 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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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5월 / 242쪽 / 9,000원
▣ 저자 도널드 캡스
시카고 대학교에서 Ph. D를 취득하였고 현재 프린스톤 신학교의 목회신학 교수로서 목회신학과 종교심리학 분야에 눈부신 기여를 하고 있다. 저서로는 『Life Cycle Theory and Pastoral Care』와 『Pastoral Care and Hermeneutics』가 있으며 한국장로교출판사에서는 2001년에 번역 출간된 『고갈된 자아의 치유』가 있다.
▣ 역자 김진영
-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B.A.)
-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 드류 대학교 대학원(M. Phil., Ph. D.)
▣ Short Summary
이 책은 인생 주기와 관련시켜서 죄를 조명함으로써 죄를 삶의 기질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구체적이며, 일반적인 신학적 논의보다 덜 추상적이라는 판단에서 에릭 H. 에릭슨의 ‘삶의 주기 이론’을 발전시킨 모형을 사용한다. 생의 각 단계마다 고유의 죄를 향한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들은 이 죄와 관련된 삶의 방향으로 가도록 유혹당하고 있다. 죄의 성향은 우리 존재의 시작부터 내재되어 있으나, 구체적인 죄를 향한 성향은 인간 발달 단계의 각 단계에 발생한다. 한번 이 성향이 생기게 되면 우리 평생의 삶에 잠재적으로 강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므로 이 책이 가져올 중요한 기여라고 한다면, 삶의 각 단계 특유의 죄를 연관시켜서 생의 주기에 있어서 각 단계에 범하기 쉬운 죄의 본성에 대하여 주의 및 경계를 할 수 있게 한 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 책이 논하고자 하는 것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욱 긍정적인 절반은 삶의 주기 각 단계에 범하기 쉬운 죄가 있는 것과 같이 각 단계 고유의 덕성을 성취할 수 있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다. 대죄 목록과 대조되는 이 덕성들은 각양각색의 인류 공동체를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우리의 삶을 인도하고 있다.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뜻을 잘 분별하도록 해 주며, 세상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을 올바르게 인식하게 하며, 다양한 국면들과 연관된 인간의 행복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다. 이 덕성들을 ‘구원의 덕성’이라 칭한 이유는 단순히 충동이나 자세를 넘어서 인간의 삶에 영속적인 기질로 남아 있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죄와 다르게 인간의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죄와는 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죄와 마찬가지로, 덕성을 향한 기질 또한 본래 타고난 것이다. 덕을 향한 우리들의 경향성은 단순한 인격적 의지 또는 긍정적인 지향성만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재능이다. 우리들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다는 주장은 그리스도인들이 덕을 향한 선천적 경향을 묘사하는 표현 방식이다. 이것은 도덕적 기량 이상의 것이며, 보다 근본적으로 영적 분별력, 특히 이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섭리에 대한 분별의 능력이며 영적 성장의 능력이다. 그러므로 구원의 덕성은 죄에 대한 분명한 대안이다. 왜냐하면 덕성이란 우리들의 기질이나 성격이라기보다는 우리들의 삶의 지향점을 구축할 수 있게 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덕스러운 기질은 선천적이기도 하지만 개발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개인과 사회 공동체가 지닌 기질을 덕성으로 함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 도널드 캡스는 에릭 H. 에릭슨의 인생 주기 이론과 성경 이야기들, 팔복의 말씀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구원의 덕을 함양함으로써 대죄와 싸울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캡스는 전통적인 대죄 하나하나를 성격 형성과정의 각 단계들과 연결했다. 가령 탐식은 유아기에 그 뿌리가 있으며 우울은 장년기에 해당한다. 물론 각 단계마다 개발되기만 하면 대죄에 대항하여 끝내 극복할 수 있게 하는 덕이 존재한다.
▣ 차례
제1부 대죄
1. 전통적 대죄
2. 유아기와 초기 아동기의 죄
3. 유희기와 학령기의 죄
4.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의 죄
5. 장년기와 노년기의 죄
제2부 구원의 덕
6. 유아기와 초기 아동기의 덕
7. 아동기와 청소년기의 덕
8. 성인기의 덕
제3부 구원의 은혜
9. 팔복-참된 신앙의 요소
10. 성경 이야기와 순례자의 길
제1부 대죄
전통적인 ‘일곱 가지 대죄’는 단테의 『신곡』의 “지옥편”과 초서의 『켄터베리 이야기』 같은 중세기 문학에 묘사되어 있다. 강단에서 설교로 선포되고, 도덕 철학 강의로 다루어지며, 고해실에서 활용되어 왔다. 현대극, 문학과 신비 소설, 영화 등에서 자주 인용되기도 했다. 전통적인 7가지 대죄의 목록은 대부분 다음과 같은 순서로 거론되고 있다. 교만(pride), 시기(envy), 분노(anger), 나태(sloth), 탐욕(greed), 탐식(gluttony), 색욕(lust)이다. 원래의 목록에서 빠진 여덟 번째의 죄는 우울 또는 비탄(tristitia)였는데 이것은 냉담(apathy) 또는 무감각(acedia)과 융합되어 영어권에서 ‘나태’를 나타내는 죄의 목록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책의 주안점은 어떤 기적적 치료(갑작스런 회의 체험에 의하여)가 아니라 덕성의 개발을 통해 대죄가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네 가지 주요 또는 자연적 덕성(정의, 신중, 절제, 용기)과 바울의 세 가지 신학적 덕성(믿음, 소망, 사랑)을 조합한 목록인 다양한 전통적 덕성의 목록이 있다. 에릭 H. 에릭슨의 덕성의 목록에는 희망, 의지, 목적, 능력, 충성, 사랑, 배려, 지혜가 포함되어 있다. 이 덕성들은 모든 인간이 잠재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선천적인 힘이라는 관점에서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계획과 노력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것이다. 우리들이 덕성을 창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안에 우리를 위하여 창조된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들을 함양할 수 있으며 우리 삶에 보다 효과적인 힘이 되도록 도모할 수 있다.
단계
위기
대죄
팔복
덕성
신앙의 요소
유아기
(0-1세)
기본적 신뢰 대 기본적 불신
탐식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희망
기대의 영
초기 아동기
(1-3세)
자율성 대 수치와 의심
분노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의지
용기
자기조정의 영
유희기
(3-5세)
주도성 대 죄책감
탐욕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목적
헌신
평등의 영
학령기
(5-12세)
근면성 대 열등감
시기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능력
훈련
자기가치의 영
청소년기
(12-18세)
자기 정체성 대 역할 혼란
교만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충성
개혁의 영
초기 성인기
(18-40세)
친밀감 대 고립감
색욕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사랑
화평의 영
장년기
(40-65세)
생산성 대 정체
냉담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돌봄
공감의 영
노년기
(65+세)
자아 통합 대 절망
우울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지혜
갈망의 영
35년보다 더 이전에, 에릭 H. 에릭슨은 사람이 여덟 단계의 생의 주기를 겪게 된다고 제안했다. 각 단계에서 우리들은 자신들의 지속적인 발달을 위하여 중대한 위기를 경험한다. 에릭슨은 각 단계의 위기 처리를 위한 이상적인 조치는 ‘부정적’ 축(불신, 수치, 의심, 죄책감 등)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 축과 부정적 축 사이의 적절한 비율을 찾는 것에 있다고 보았다. 건강한 성장을 위해 긍정적 축이 우세해야 하지만, 부정적 축의 자리가 전혀 없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은 적당한 불신감(세상이 그토록 믿을 만한 곳이 아니기 때문에)을 가져야 하고, 적당한 수치(아니면 몰염치한 사람이 될 것이므로), 죄책감(아니면 양심이 결여될 것) 등을 지녀야 한다.
필자는 전통적인 죄의 목록과 에릭슨의 생의 주기 단계가 밀접한 연결점이 있음을 발견했다. 각 단계마다 대죄가 하나씩 있는데, 한 가지의 죄는 그 단계 고유의 것이며, 그 시기의 도덕적, 영적 삶에 현저한 요소이다. 연결의 기본 원리는 한 단계에 부과된 죄는 그 단계의 역동에서부터 성장한다는 것이다. 단지 행동적인 면만 아니라 기질적인 면과 함께 죄는 부정적 역량 또는 잠재 능력으로 그 죄가 부과된 단계의 위기 상황으로부터 발달한다. 더 나아가서 죄는 긍정적 축의 극단으로부터도 발달할 수 있으므로 단순히 주어진 단계의 부정적 축으로부터만 발달한 것이 아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죄는 긍정적, 부정적 축들의 복잡한 상호작용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모든 전통적 대죄의 기질적 뿌리는 반항, 인격적 굴레, 고립(소외)에 근거하고 있다. 탐식을 예로 들자면, 탐식이 무분별한 신뢰에서 기인할 때는 우리 몸에 해로운 물질에 의해 우리가 통제 당하는 인격적 굴레가 우리 안에 조성된다. 반면 탐식이 미래의 상실에 대한 공포에서 비롯되었을 때 필요한 것보다 더 확보해야 한다는 의식은 지지와 영양이 결여된 결과이다. 또한 탐식이 우리들이 매우 의지하고 있는 사람들로부터의 심각한 고립감에서 연유되었다면, 탐식은 몸이 지니고 있는 선천적인 한계에 대항하여 싸우는 자기 파괴적이며 성과 없는 전투를 벌이는 반항을 보이게 된다.
분노 역시 이 세 가지 죄의 뿌리를 지니고 있다. 행동적 측면에서 분노는 반항의 형태를 취하나, 태도나 기질적 측면에서는 인격적인 굴레로부터 발생하여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소외로 나아간다. 분노는 우리들이 자신들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던 사람들에게서 긍정적 찬사와 확신을 얻지 못하는 무능력 또는 인격적인 실패와 굴욕의 경험들로부터 생겨난다. 따라서 분노는 인격적 굴레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우리들의 자기 이미지에 가하는 공격에 대해 내면적인 격노로 전환되는 결과를 낳는다. 만일 우리가 이러한 공격에도 불구하고 자기 조절 감각과 적절한 자존감, 인격적인 존엄성을 획득할 수 있게 하는 진정한 자율성의 경험을 통해 인격적인 굴레를 극복하지 못하면, 분노는 세 번째 죄의 뿌리인 소외를 반영하게 된다. 그때부터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은 우리들을 단지 비판하고 저주하는 자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분노는 인격적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데에 필수적인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피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된다.
제2부 구원의 덕
에릭슨은 ‘선천적인 능력’을 표현하기 위해 ‘덕’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러므로 이것은 ‘기운’(spirit)이라는 단어와 교환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도덕성이 단순한 도덕주의가 되거나 우리의 윤리가 나약한 선이 되지 않고 인간의 삶에 생명력과 활력이 넘치는 자질을 부여하는 능력은 어떤 것일까? 여기서 관심을 집중하여 살펴보려는 자원은 에릭슨이 생의 주기 단계 이론에 적용했던 덕성들이다. 각각의 대죄들마다 그것을 제압하여 우리에게 승리를 안겨 줄 수 있는 한 가지(또는 더 많은) 덕이 있다. 대죄와의 전투를 위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들이 무엇이며, 그것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알아야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이 덕목들은 부과된 단계에만 제한되어 있지는 않다.
희망과 의지와 용기의 덕
희망과 의지와 용기의 덕은 세상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구현한다. 희망은 실현 가능성이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의지는 상호 협력의 정신으로 세상과 관계를 갖는다. 그리고 용기는 세상이 자신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 때문에 세상과 관계를 단절하도록 버려 두지는 않는다. 생의 주기의 첫 두 단계에서 죄와 덕 사이의 각축전은 아이가 세상을 향한 긍정적 방향이나 또는 부정적 방향 중 어느 방향으로 인도될 것인가가 결정되는 투쟁이다.
에서나 모세는 세상과의 관계가 왜곡되고 오도된 삶의 이방인들이 아니었다. 동시에 그들은 덕성의 전형이 아니었다. 에서와 모세의 성경 이야기는 덕이 관습적인 교범이나 도덕적인 정결이 아닌 것을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도리어 덕은 세상을 거부하는 태도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험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향한 긍정이다.
목적, 헌신, 능력, 훈련, 충성의 덕
희망과 의지와 용기 등이 세상과 관련되는 특성을 지닌 구원의 덕성들이라고 한다면, 이 덕들은 덕을 지닌 삶을 특징짓는 연속성과 일관성이라고 할 수 있다. 목적을 가지고 집중해서 하는 활동, 능력과 훈련된 마음으로 실행하는 생산적인 작업,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향한 성실성을 통해 우리들의 삶이란 별개의 분리되고 고립된 경험이 아니라 계속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배운다. 이 단계들을 통과하면서 우리가 하고 있는 것에 대한 관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되고, 분별할 수 있는 특징과 능력과 관심을 지니고 있는 존재로서 우리 자신에 대해 점차로 눈을 뜨게 된다. 일관성 또한 세 번째 단계의 헌신에서 시작되어 다섯 번째 단계의 성실에서 정점에 달한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삶을 통해 적어도 변화되지 않고 남아 있는 우리의 욕구를 알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와 또한 그것이 확고부동하다는 것을 배운다.
우리는 목적을 가지고, 헌신되고, 능력 있고, 훈련된 성실한 존재로 자신을 경험함으로써 스스로가 도덕적임을 깨닫게 된다. 발람과 사울과 요나의 이야기가 명시해 주는 것처럼 이 단계는 자기 정체성이 가장 위험에 처한 시기이다. 우리가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루는 문제는 다름 아닌 도덕적 자기의 해체에 맞서는 도덕적 자기의 형성 이야기라는 것이다. 발람과 요나의 이야기에서 하나님이 간여하신 사건은 애송이 선지자들의 도덕적 성숙을 보호하고 양육하려는 의도로 이루어진 것이었으며, 사울의 비극적인 말로는 그의 도덕적 타락이 너무 진행되어 하나님의 간섭에 전혀 반응할 수 없었던 것을 그리고 있다.
사랑, 돌봄, 지혜의 덕
삶의 주기에 따른 덕성들의 공통적인 특성은 생명력이다. 특히 사랑과 돌봄과 지혜의 덕은 삶을 충만하게 살 수 있는지 관심을 갖게 하는 덕성이므로 이들을 가리켜 생명의 힘이라고 한 에릭슨의 시각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색욕과는 대조적으로 사랑의 덕과 같이 우리가 덕이라고 부르는 모든 생명력은 어느 누구나 다가설 수 있으며 성별과 관계가 없다. 따라서 사랑의 덕은 인간의 생명과 구원의 덕을 본질적으로 연결한다. 이와 유사하게 삶의 주기에서 남은 두 가지의 덕목은 개인적인 생명력을 나타낸다. 냉담의 죄가 인간을 쇠퇴시키는 것에 대항하여 돌봄의 덕은 심오한 차원에서 영적으로 살아 있음을 의미하는 성인기의 생산성에 관여한다. 삶을 파괴하는 무관심의 죄에 대항하여 지혜의 덕은 마음의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생명력이란 전체성(온전함)을 말하며 신체적, 영적, 정신적으로 살아 있다는 지각과 관련되어 있다.
초기 성인기에 대체로 신체적 영역 특히 성적 만족과 생식 능력과 연관해서, 우리 자신이 참으로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데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된다. 장년기에 우리는 영적인 영역, 즉 우리 안에 살아 계신 하나님의 영이 함께 거하시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참으로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데 얼마나 중요한가를 발견한다. 또한 노년기에 우리는 참으로 살아 있다는 감각이 얼마나 우리 마음의 활력에 의존하고 있는가를 알게 된다. 사랑과 돌봄과 지혜가 있으면 삶은 풍성해진다. 죄의 뿌리는 반항과 인격적 굴레와 고립이다. 그에 반해 덕의 뿌리는 연속성과 일관성이며, 세상과 함께하는 생명력과 참여 정신이다. 우리는 돌봄과 아세디아와의 변증적인 성경의 예를 전도서의 저자로 알려진 코헬렛에게서 볼 수 있으며, 지혜와 우울의 변증적인 성경의 예는 욥에게서 볼 수 있다.
제3부 구원의 은혜
구원의 덕이 대죄에 대항할 수 있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이라고 한다면, 구원의 덕성이 어떻게 하면 우리 삶에 활성화될 수 있는지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대단히 중요하다. 사실상 유대-기독교 전통의 한 가지 중요한 특징, 즉 성서적 세계관은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에릭슨은 예수님의 갈릴리 어록에 대한 논문에서 예수님의 말씀은 ‘참된 신앙’을 위한 사람들의 자질을 말씀하고 확증하고 있다고 보았다. 에릭슨이 발췌한 치유 이야기(“네 믿음이 너를 온전케 하였느니라”)에 나오는 말씀처럼 팔복은 믿음에 관해 하는 이야기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 믿음을 자라게 하고 힘 있게 하는 것이다.
많은 저자와 설교자들은 ‘복’(beatitude)이라는 단어가 ‘태도’(attitude)라는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말은 팔복이 관심하는 바는 오고 가는 행동에 있지 않고 더욱 강하게 견디면서 성장하는 태도에 달려 있음을 가리킨다. 그러나 팔복은 단순히 어떤 태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신앙이 담아야 하고 지녀야 하는 ‘영’(spirit)이란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팔복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성령 충만한 삶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주고 있다.
제1단계 : 기대의 영 “마음이 청결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을 볼 것임이요”
에릭슨의 생의 첫 단계의 역동성인 신뢰는 우리를 돌보는 사람이 함께하고 있을 때 형성된다. 우리를 안아 주고 이름을 불러 주며 돌보아 주는 사람과 어린아이 간에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는 만남’은 우리들이 하나님을 만나게 되는 모든 차후의 경험들의 원형이 된다. 우리 영혼 또는 동기의 내적 정직성(integrity)으로 표현되는 마음의 청결함은 우리 안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깨달음을 기초로 하는, 하나님을 향한 기본적 신뢰에서 비롯된다. 청결한 마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그 안에 소망의 근거를 가지고 있으므로 불안을 극복하며 살아간다. 이 ‘마음의 청결함’은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자 하는 간절한 욕구 외에 다른 동기가 없는 하나님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이므로, 기대의 영을 나타낸다.
필자는 여기에서 기대의 영이 인간의 희망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참된 신앙의 요소라는 것을 제안한다. 우리의 영혼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보고자 하는 기대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희망의 핵심은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주는 어떤 것에 근거한 기대(탐식에서 그러하듯이)가 아니다. 희망은 돌보는 사람의 출현을 기다리는 어린아이를 지탱하게 해 주며, 또한 하나님의 나타나심을 기다릴 때에 순수한 마음으로 지탱하게 해 준다. 그들이 기다리는 동안 기대하는 사람이 돌아와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 줄 것이라는 확신에 의해 견딜 수 있게 한다. 마음이 청결한 자는 하나님을 보기를 열망하며, 또한 하나님도 이와 동일한 기대의 영을 함께 지니고 계심을 직감한다.
제2단계 : 자기 조정의 영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
히브리어로 온유함이란 다른 이의 지도를 순종하는 태도로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헬라어로는 ‘조정하에 처한다’는 뜻을 갖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와 같은 조정은 무모와 비겁이라는 양극단 사이에서 중간을 의미했다. 온유함이란 용기의 형태를 갖는다. 그리고 분노가 일어나는 상황에 가장 잘 나타난다. 그러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온유함을 “책망과 경멸을 적절히 견디는 능력으로 성급하게 복수하려 하지 않고, 성을 쉽게 내지 않지만 마음에 평온과 안정감을 가지고 비판과 다툼으로부터 자유로운 태도”로 정의하고 있다. 플라톤은 온유함을 지각과 관대함의 조합으로 보고 있다. 이것을 토대로 바클레이는 온유함이 자기 조정 또는 자기 조절의 영을 반영한다고 결론을 맺고 있다.
자기 조정으로서의 온유함에 대한 관점은 생의 주기의 두 번째 단계에 잘 어울린다. 유아기를 지나면서 아이는 의지와 신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한다. 부모와 아이와의 의지의 충돌은 다반사이며 때로는 분노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 단계의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새롭게 얻게 된 의지의 능력을 조정하고, 다른 사람들의 뜻과의 마찰을 조정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 과도한 조정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런 종류의 온유함으로 가게 되나, 적당한 자기 조정은 팔복이 말하고 있는 온유함을 만들어 낸다.
팔복이 말하는 온유함은 관대한 정신을 지닌 온유함이다. 특별히 분노가 일어날 때에 성급하게 다투지 않는다. 대신에 책망을 당하거나 멸시 당할 때에 평온하고 안정된 태도와 용기를 가지고 반응한다. 이 복은 스스로 약해지거나 무능해지지 않도록 자기 조정을 연습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다. 동시에 모든 일에 이기기 위해 싸울 필요가 없으며, 자신을 높이고, 자기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온유한 사람은 자기 스스로 안정되어 있으며, 자신에게 권세가 있다고 느끼고자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의 권세는 자기 조정의 영, 즉 자신을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다. 이 자기 조정의 영은 인간 의지와 용기를 유지하는 참된 신앙의 요소이다. 이 영을 가짐으로써 우리들은 무모한 변덕과 비겁한 억제의 극단적인 태도를 피하게 된다.
제3단계 : 평등의 영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배부를 것임이요”
바클레이는 여기에서 의란 정의, 올바른 삶, 그리고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의미한다고 했다. 오그스버거는 의를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것을 행하는 것’이며 또한 의에 주린다는 것은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를 맺기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 복은 의를 갈망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갈망이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의 실현을 위해 헌신적이며 목적을 가진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강조한다. 실상 이들은 하나님의 목적을 자신의 것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활동과 헌신에서 일관성 있고 공통된 평가 기준에 의해 모든 사람이 공정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평등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볼 수 있다. 평등의 영은 낮은 계층의 사람들보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게 되는 이중적 표준을 거부한다. 평등의 영은 이 세상의 불평등을 척결하고,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하는 날을 갈망한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은 자신에 대한 과대한 비전이나 이념을 가지지 않는다. 그들은 하나님의 나라가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다만 평등의 영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것이 자신들 간에,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 모두에 의로운 삶과 의로운 관계에 대한 분명한 이미지를 제공해 줄 뿐이다.
평등의 영은 생의 주기의 세 번째 단계에 적합하다. 이 단계에서 우리들은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능력을 개발한다. 더욱더 우리들은 공정성에 대한 민감성과 나쁜 행동에는 제재를 가하고 좋은 행동에는 보상을 얻게 되는 것에 대한 일관성, 기준과 규율의 활용 등을 획득한다. 이 단계에 있는 어린이들에게 이것은 기술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정의롭고 공평한 행동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에 대한 사례가 된다. 어린이들은 권위를 애매모호하거나 변덕스럽게 행사하고 기본적 공정성의 기준에 따라 살지 못하는 부모와 다른 어른들에게 대해 비판적이 된다. 그들은 제재와 징벌이 적절하고 공정하게 부여될 것을 기대한다.
평등의 영은 이 단계의 두 가지 덕성인 목적과 헌신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들은 이것을 특히 어린이극에서 볼 수 있다. 장난감과 다른 사물을 포함하는 여럿이 하는 연극에서 어린이들은 세상을 질서 있는 환경으로 조성하고, 일관성과 극중 역할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해내야 한다는 것에 강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 아이가 열심히 하지 않고 있다거나 다른 아이가 속이고 있다는 의심이 들게 되면 연극은 중단된다. 이는 모든 일이 바르게 진행되고 있지 않으며, 질서가 무너졌고, 모순이 발생됐다는 느낌이 있거나 또는 기존의 기준이 무너지지 않았으며 모든 일이 바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마음으로 목적과 헌신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모든 것을 바르게 두며, ‘올바른 관계’를 맺거나 유지하려는 것, 모든 사물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 등은 모든 목적이 있는 극의 일차적 관심이며, 평등의 영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평등의 영이 인간이 지니는 목적과 헌신의 힘을 활용하고 유지하는 참된 신앙의 요소라고 제안했다.
이러한 정신과 굶주림이 없이는 이 세상에서 우리들이 하는 일에 대한 목적의식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이것 없이 우리의 활동은 아무리 잘 의도된 것이라 할지라도, 질서 없는 연극에 지나지 않는다. 교회에서 평등에 대한 굶주림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예배 프로그램은 즉흥적으로 대충하는 극에 어린이들이 참여할 때와 비슷하게 주제를 벗어난 산만한 활동이 될 수 있다.
제4단계 : 자기 가치의 영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마음이 가난한 자는 어떠한 권세도, 특권도, 세상이 주는 멸시와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만한 어떠한 영향력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들은 이 세상의 경쟁 사회의 벽으로 밀려난 채 짓밟히고 억압받는 자들이다. 그들은 물질적 부와 사회적 인식과 지위에 있어서 빈궁한 자들이다. 다른 한편으로 “마음이 가난하다”라는 말은 우울하다거나 낙담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신에 스스로의 존엄성을 주장하지 않고 모든 일을 조용히 자제함으로 세상의 눈으로 볼 때에 수치 당하는 것을 피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의 눈으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마음이 가난한 자는 인격적으로 무가치한 태도에 굴복하지 않고 자기의 진정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세상의 안목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세상의 비난을 마지막 평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 복은 그들을 격려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진실로 가치 있는 존재라고 확신한다. 그러므로 이 복은 자기 가치의 영을 지지하며 실질적으로 ‘마음이 가난한 자’에 대한 세상의 이해와는 반대가 된다. 대중 심리학에서 논의되는 것은 자기 가치가 아니다. 자기 가치는 인격적인 자기 확신과도, 자기지지, 자기 고양, 자기 추구 등과도 다르다. 이는 세상의 비난과 조롱의 위협에 대항하는 자기 가치에 대한 긍정이며 우리들의 본질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찢어발기는 세상을 거부하는 것이다. ‘나는 하나님 보시기에 가치 있는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단순하고 진실한 긍정이다. 자기 가치의 영이 생의 주기의 네 번째 단계와 잘 어울리는 것은, 이 단계에서 우리들은 자신들이 열등하다는 느낌에 대한 증거와 동반되는 인격적인 굴욕, 그리고 사회적 배척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자기 가치의 영이 능력과 훈련의 구원의 덕을 지탱하기 위한 참된 신앙의 요소라는 것을 제안한다. 이 복은 하나님이 소중히 여기시는 우리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을 지적하여 우리들이 사회의 평가에 볼모로 잡히지 않게 한다. 이 세상에서 마음이 가난한 자들을 선택하여 하나님의 목적을 수행하고자 한다는 이 복의 선언으로 인해 확증된 우리의 자기 가치는 값진 자질과 인격적으로 자유로운 자기 훈련을 추구하는 우리들의 인생 여정을 더욱 활기 넘치게 해 준다.
제5단계 : 개혁의 영 “의를 위하여 핍박을 받는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
이 복은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들이 받는 복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둘 다 평등에 관심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 번째 복은 평등을 갈망하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이 갈망은 때로는 성취되지 못한 것이다. 반면 다섯 번째 복인 이 복은 평등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적대적인 반응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한 사회의 반응 때문에 두려움에 떨지 않도록, 이런 종류의 문제에서 결코 세상에 순응하지 않는 자세를 견지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으로 불평등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의 영은 충성의 덕을 유지해 주는 참된 신앙의 요소임을 제안한다. 충성은 개인, 집단, 요인 또는 특별한 관심사 등 어떤 것이든지 수많은 종류의 성실성을 내포한다. 그러나 팔복 안에서 우리들은 평등, 의, 정의의 문제에 대한 성실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팔복의 관점에서는 평등의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충성은 오도되었으며, 부적절한 것이다. 그러므로 충성은 ‘올바른 관계’를 지속하는 것, 그리고 지배와 복종, 착취, 정서적, 신체적 잔혹성의 양식으로 퇴락되는 것을 방관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개혁의 영은 평등의 협조하의 충성에 따라오는 핵심이다. 이 개혁의 영은 생의 주기의 다섯 번째 단계에 적격이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지닌 평등과 공정성의 감각을 범해야 하는 압박을 받으며, 그들이 이 억압에 굴복할 때에 불충직한 태도와 행동이 어김없이 따라온다. 이 때 개혁의 영은 군중과 동조하기를 거부함으로 충성을 보장해 준다. 그러나 단순히 다른 사람들로부터 철회하는 것(영적인 교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이 아니라 개인적인 인기를 몰수당하고 사회적 배척의 대가를 지불하고서라도 인간관계에 있어서 공정성과 정의를 위하여 설 수 있게 된다.
제6단계 : 화평의 영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
히브리어로 화평을 뜻하는 말은 샬롬(shalom)이다. 바클레이는 “화평은 전쟁과 다툼의 부재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말은 행복, 삶의 복지, 인간관계의 극치를 묘사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는 화평케 하는 일과 관련된 세 가지 관계를 말하고 있는데, 제일 먼저 우리 자신과의 관계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이 복을 “자신의 영혼 가운데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전쟁을 잠재우는 자들”이 받는 축복으로 간주한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 여기에서 복은 단순히 평화를 사랑(화평을 위한 욕구)하거나 심지어 평화를 지키는 것(갈등을 피하려는 노력)만이 아닌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 화평을 만들고 평화를 지키며 성취하기 위한 주도적인 태도를 갖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하나님과 가지는 관계로, 이 복은 그들이 하나님의 자녀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 더 나아가서 심지어 하나님의 본성을 공유하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이 복은 하나님 역시 화평하게 하시는 분임을 시사한다.
화평의 영은 생의 주기의 여섯 번째 단계에 잘 맞는다. 이 단계는 이성간의 적대 관계를 가라앉히고 성별에 따르는 덕을 차별 배분하는 것을 거부하는 친밀한 관계의 발달을 내포하고 있다. 이것은 화평을 만드는 훈련이며, 이러한 경험은 우리들에게 사회적 상호 관계를 배울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초기 성인기는 모든 국면에서 평화에 대한 자세가 형성되는 시기이다. 동시에 이 시기는 화평하게 하는 노력이 가장 큰 시련에 처하는 때이기도 하다. 특히 이 단계의 대죄인 색욕은 화평을 만드는 데 가장 큰 적이다. 색욕은 폭력적이고 파괴적이라서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여 성별간의 적대적 태도를 악화시킨다. 만약에 색욕이 우리들의 삶에 친밀한 관계뿐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관계들과 사회적 상호성의 모델이 된다면 우리는 극복할 수 없는 불신과 냉소의 벽을 세우는 일들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필자는 화평의 영이 사랑의 덕을 유지하기 위한 참된 신앙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사랑은 화평의 영이 우세한 곳에 발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평화를 사랑하고 지키는 일만 도모한다면 참된 사랑이 요구하는 위험을 무릅쓰지 못할 것이다. 참된 사랑에 따르는 갈등을 피해 버리는 곳에는 사랑의 기회가 희박해진다. 무엇이 사랑의 행위를 화평의 영에서 벗어나게 하는가를 신중하게 고려할 때, 이 모든 형태의 사랑에 얼마나 화평의 영이 절실히 요구되는지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평화의 노력이 없다면 사랑의 행위는 색욕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화평의 영은 사랑의 덕성의 핵심이다. 이 복에서 하나님의 사랑은 화평의 영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기 때문에 화평케 하는 자는 하나님의 상속자들이 된다는 주장이 가능한 것이다.
제7단계 : 공감의 영 “긍휼히 여기는 자는 보이 있나니 그들이 긍휼히 여김을 받을 것임이요”
긍휼이란 우리들이 다른 사람들을 향한 돌봄과 관심을 표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는 가운데 충성과 변함없이 개방적인 친절을 포함한다. 예수님 당시 로마인들의 세계에서 노예는 무자비한 채찍을 맞을 수밖에 없고 어린이들은 폐품처럼 버려진 존재였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에 대항하여 예수님은 긍휼을 베푸는 자들이 받을 복을 선포하셨다. 긍휼을 베푸는 자들은 다름 아닌 약자와 힘없는 자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그들을 껴안아 주며, 그들의 행복을 찾는 자들이었다. 그러나 이 복은 친절을 베푸는 것이 단지 자선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선포되는 것이 아니다. 긍휼을 베푸는 사람들이 긍휼히 여김을 얻을 것이라는 약속을 주기 때문에, 그들이 자신들도 역시 곤경과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말하는 긍휼은 공감의 영을 통해 활력을 얻게 된다는 점을 제안한다.
이 영은 생의 주기의 일곱 번째 단계와 잘 어울린다. 이 단계에 처한 우리들은 때로 우리보다 젊은 세대나 나이 든 세대의 삶의 질을 신장시키거나 또는 더욱 어렵게 만들어 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때이다. 또한 이 단계는 우리들이 다른 사람들의 곤경에 대해 무심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우리 자신들 또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가지고 있으며, 어느 누구도 자신을 도울 수 없다는 이유로 우리의 무관심을 정당화하기도 하나, 이 복은 이와 같은 자기 정당화를 위한 시도에 맞서서 우리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긍휼을 베풀면 우리들 역시 그 긍휼히 여김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장년기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도전은 긍휼히 여기는 것이며, 이 복은 우리들이 지니고 있는 힘으로 도와주어야 할 만큼 곤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의 관점으로부터 생을 보는 법을 배운다면 우리도 이런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공감의 영이 돌봄이란 덕성을 유지시켜 주는 참된 신앙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돌봄은 우리보다 행복하지 못한 사람들을 향해 연민을 느끼며 동정하는 것만이 아니다. 돌봄은 다른 사람의 상황 가운데서 우리 자신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공감의 영에 의해 활력을 얻어서 다른 이들이 겪고 있는 곤궁한 상태가 우리 자신들을 향해서도 고통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이 복은 긍휼히 여기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이 긍휼을 베풀어주신다는 것을 확신시켜 주며, 공감의 영은 다른 사람의 곤경 역시 하나님께 아픔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공감의 영을 통해 돌보시는 하나님의 관점으로부터 다른 사람들의 필요를 볼 수 있게 된다.
제8단계 : 갈망의 영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이 복이 가지는 가장 분명한 관심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으로 고통당하는 자들에 대한 것이다. 그들에게 이 복은 슬퍼하는 그 순간에 위로를 받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위로를 제공하고 있다. 이 복에서 분명히 드러나지는 않으나, 중요한 관심은 이 세상의 악한 세력과 무고한 고난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이들은 세상에 평화와 행복이 도래할 때에 고난과 악이 종식될 것을 고대한다. 이 복은 이 세상 인간의 모든 고난과 악의 종말을 약속하지는 않으나, 이 세상을 위해 애통하는 자들은 위로를 받게 될 것을 보장하고 있다. 이 복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악의 전달자 흑암과 악의 세력들에게 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고 있다.
이 복은 갈망의 영, 즉 잃어버린 것을 갈망하고 상실에 의해 만들어진 공허를 채우고자 하는 욕망을 말한다. 갈망의 영은 특히 생의 주기의 여덟 번째 단계에 흔히 나타난다. 인생의 마지막 단계에 속한 사람들이 개인적 사별을 겪게 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우리들 대부분에게 삶을 함께 영위하던 배우자와의 사별은 가장 고통스러운 상실일 것이다. 마지막 단계에서의 애도는 개인적인 상실을 넘어 세상을 향한 전체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에릭슨은 여덟 번째 단계에 들어서서 우리들은 자신의 사람에 대한 혐오감과 경멸감을 지니고 노골적으로 세상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멸시적 태도를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복은 애통하는 자가 세상에 대한 경멸감에 굴복당하거나 세상을 고난과 악의 장소로만 보도록 놓아두지 않는다. 미래의 행복을 쉽게 약속하지 않으나 우리들의 위로가 멀지 않았다는 것을 확신시켜 준다. 바클레이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중요한 것들과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알게 하는 것은 슬픔 가운데서이다. 사람이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은 슬픔 안에서이다.”
고난과 상실의 경험을 통해 생성된 갈망의 영은 지혜의 덕을 유지하는 참된 신앙의 요소이다. 지혜는 냉정한 분리의 태도가 맺어놓은 열매가 아니며 인생에 대한 금욕주의적인 접근도 아니다. 지혜는 우리가 상실한 것에 대한 간절한 염원과 어떤 방식으로든지 회복하고자 하는 희망을 통해 형성되고 이 세상 자체의 회복을 위한 우리 안에 있는 깊은 갈망을 통해 유지된다. 팔복의 모든 복들은 세상을 위한 깊은 갈망과 되어야 할 그 무엇에 의해 탄생했기 때문에 하나의 전체로서 팔복이 지혜 안에 배열되어 있다 해도 될 것이다. 기대의 영(첫 번째 단계)과 갈망의 영(여덟 번째 단계)은 모든 것이 온전하게 회복되는 시기와 한 번 우리의 모든 것이 잘되는 때를 함께 기대하기 때문에 이 여덟 번째 복에 반영되는 갈망의 영은 팔복 전체를 순환하게 한다.
참된 신앙
우리는 지금까지 에릭슨의 인생 주기 구도와 팔복 간의 인상적인 병행 구도를 잘 살펴보았다. 이 병행은 무엇을 설명하고 있는가? 필자는 두 ‘체계’가 세상에 대한 아주 비슷한 조망을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수님의 팔복은 끊임없는 핍박과 멸시와 패배를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포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에릭슨의 생의 주기 이론은 꾸준하게 성공적인 순서에 입각한 성장 일로를 가고 있는 성취 모형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압박하는 현실인 불신, 수치, 의심, 죄책감, 열등감, 혼돈, 고립, 정체, 절망과 밀접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팔복과 생의 주기 이론은 격려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생의 주기 이론은 이들이 희망의 기반을 발견하고, 선한 의지를 개발하며, 생의 목적을 찾게 되고, 능력과 함께 주어지는 만족감을 경험할 것이며, 충성의 바탕을 얻게 되고, 사랑하고 돌볼 수 있는 능력과 지혜롭게 될 것을 말하고 있다. 팔복은 그러한 사람들이 만족을 얻고, 위로를 받으며, 구원받게 될 것을 전하고 있다. 팔복과 생의 주기 이론 모두 고난받으나 포기하지 않고, 자신들보다 더 약한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고난을 전가하지 않는 자들이 복이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므로 생의 주기 이론은 진실로 확신을 주는 교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선포되었던 산상수훈과 다르지 않다.
팔복의 개개의 복과 개별적인 생의 단계들을 연결해 봄으로써 우리들은 구원의 덕을 길러 주는 참된 신앙의 요소들을 살펴볼 수 있다. 팔복은 도덕적 처방도 아니며 윤리적 지침도 아니다. 팔복은 세상 가운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나님이 지금 세상을 어떻게 회복하시는지 비범하고도 예리한 비전을 반영하고 있다. 이 비전은 또한 참된 신앙을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덕성들은 이 비전에 의해 길러진다. 우리의 신앙은 우리들이 이 세상 가운데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에 대한 예수님의 비전을 지닐 때에 활기를 띠게 되며, 우리의 신앙은 하나님의 성령이 살아 계시고 이 세상 가운데 편만하다고 느낄 때에 그 생명을 얻게 된다.
앞서 우리들은 구원의 덕과 대죄 사이의 변증법을 반영하는 삶을 살았던 여덟 명의 성경의 인물들을 살펴보았다. 이 장에서는 이 변증법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에 놓았던 말씀을 한 아홉 번째 인물인 나사렛 예수에 초점을 맞추어 보고자 한다. 구원의 덕으로 온전함을 이루기를 바랐던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이러한 온전성은 미래의 약속일 뿐만 아니라 현존하는 현실이라고 선포하셨다. 대죄는 이 땅 위에 저주를 퍼뜨리는, 인간을 타락시키고 낙담하게 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팔복은 복의 언어로 그 저주에 대항한다. 바클레이는 팔복이 삶의 방식을 “출범시킨다(set forth)"라고 했다. 그러나 그 이상이다. 팔복은 삶을 기획하게 하고 삶에 능력을 부여한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아홉 번째 인물인 예수님은 삶의 방식과 우리들이 대죄와 맞서서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얻게 되는 토대를 제공한다.
참된 신앙은 이 삶의 방식의 기본 중심이다. 팔복은 우리들이 죄와 악에 맞설 수 있도록 하는 참된 신앙을 육성해 준다. 신앙이 무엇인지 추상적이거나 일반적인 용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신앙의 요소가 무엇인지 그 핵심을 형성하는 요소를 규명하고 있다. 참된 신앙의 요소 하나로는 세상 가운데 타락시키고 낙담시키는 힘의 전체 진영에 맞서는 데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모두 함께할 때 적군들에 대항하여 이길 수 있다. 이 요소들은 덕성을 활성화하고 실현하는 힘이다. 만세의 능력이신 하나님의 성령으로 능력을 덧입게 된다.
에릭슨은 혈루증을 앓고 있는 여인을 치료하신 예수님의 이야기를 자주 언급한다. “예수님은 자신의 몸에서 덕의 일정량이 여인에게 빠져나간 것을 알아차렸다. 자신의 손이 여인을 만졌을 때가 아니라 그 여인이 예수님을 만졌을 때에 발생했다. 군중들이 예수님을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그 여인의 접촉을 느꼈다. 이것은 전적으로 예수님이 그 사실을 알기 전에 여인의 신앙이 그분의 능력을 자석처럼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이는 그 여인을 온전하게 한 것이 예수님의 사역에 대한 여인의 신앙이었다는 데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비슷한 방식으로 팔복은 팔복이 펼치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향하여 마음을 여는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 말씀을 들으며 우리들에게 펼치는 세상을 바라볼 때에 예수님의 덕이 우리에게 전달된다. 이 전달의 경험과 함께 우리들은 온전성을 경험하기 시작하며 참된 구원의 덕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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