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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철	(2007-07-13 13:13:22, 조회 : 2701)

출판사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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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로워십, 리더를 만드는 힘

팔로워십, 리더를 만드는 힘
신인철 지음
한스미디어 / 2007년 5월 / 232쪽 / 12,000원

▣ 저자 신인철
고려대학교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오리온그룹 메가박스 인력개발팀을 거쳐 현재 LG생명과학 인사팀에 근무하고 있다. 지식정보의 공유와 그 부가가치의 나눔이 보다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한 혜택을 받는 데 있어서 소외받는 계층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 아래 Culture Contents Provider 그룹인 낭만공작소TM를 결성해 대표를 맡고 있다. 또한 2008년 오픈소스 무료 온라인 MBA 출범을 목표로 하는 FLPL(Free Learn Priceless Lesson) 운동을 이끌고 있다.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관심으로 각종 리더십 교육프로그램과 수백 권의 리더십 관련 서적 및 논문을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 리더십에 대한 접근보다는 팔로워십에 대한 접근방식이 유용함을 발견해내고 팔로워십 강화와 그로 인한 성과창출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계속해 오고 있다.

다수의 자기계발 전문지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영웅들의 전쟁』, 『공대리 성공시대』, 『황금안경』, 『부자신사와 달걀 하나』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리더는 혼자 잘나서 리더가 된 것이 아니다. 리더 없는 팀은 존재하지만 팀 없는 리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즉, 리더는 자신을 받쳐주는 수많은 팔로워들에 의해 유지되고 성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팔로워들의 존재와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오직 리더십만으로의 획일적인 일반화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오직 리더십만을 강조하고,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리더십 교육을 지속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조화와 협동, 책임의식과 효율성 등에 대한 조직의 고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넘쳐나는 ‘리더십 과잉의 시대’에 대한 저자의 해법은 바로 ‘팔로워십(followership)’이다. 리더에게 필요한 것이 리더십이라면, 리더를 따라 조직을 떠받치는 수많은 조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팔로워십이라는 것이다. 팔로워는 리더를 따르는 동시에 리더를 보좌하고, 때로는 협조하고 때로는 견제하는 파트너로서 존재한다. 단순한 주종관계나 수직관계를 넘어서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협조자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최초로 팔로워십을 다룬 『팔로워십, 리더를 만드는 힘』은 팔로워십의 진정한 의미와 팔로워십의 종류 등 기본 적인 지식과 그것이 어떻게 기업과 조직에 반영되고 실천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기업의 인력개발 전문가인 저자는 ‘잘되면 내 탓이고, 못 되면 리더 탓’을 하는 좋지 않은 세태와 실체 없는 리더십에 관해 비판하며 팔로워의 중요성, 팔로워십에 대한 오해, 성공하는 팔로워의 7가지 키워드를 알려준다. 아울러 위대한 팔로워들과 최악의 팔로워들의 실제 사례도 들려준다.

▣ 차례
머리말 : 팔로워십, 위대한 조화와 협력의 힘

프롤로그 : 진정한 리더는 과연 누구인가?

Part1 : 리더십 과잉의 시대
01 잘되면 내 탓, 못 되면 리더 탓?
02 실체 없는 리더십
03 리더십은 고작 20%다

Part2 : 리더 없는 팀, 팀 없는 리더
01 리더십의 99%는 팔로워십이다
02 선장은 리더인가, 팔로워인가?
03 팔로워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Part3 : 팔로워십에 대한 오해
01 팔로워는 1인자인가, 2인자인가?
02 파트너로 살 것인가, 부하로 살 것인가?

Part4 : 역사 속의 숨은 영웅, 위대한 팔로워들
01 백악관의 공동 대통령, 칼 로브와 그의 팀
02 만고의 명장을 만들어 낸 지혜의 팔로워, 나대용 장군
03 1인자를 거부한 중국의 별, 주은래
04 학문적 리더와 팔로워의 하모니, 세종과 집현전 학사들

Part5 : 리더 킬러, 최악의 팔로워들
01 불법의 동조자, 끔찍한 예스맨, 루돌프 헤스
02 가혹한 침묵의 대가, 엔론의 비극
03 호랑이를 잡아먹은 여우, 위충현
04 미디어의 역사를 바꾼 소니의 오만

Part6 : 성공하는 팔로워의 7가지 키워드
01 헌신(Self-Sacrifice)
02 방향성 통일(Unity)
03 몰입(Concentration)
04 용기(Courage)
05 표현(Expression)
06 대안제시(Second Plan)
07 보충 및 보완(Supplement)

에필로그 : 버스기사의 착각

진정한 리더는 과연 누구인가?

상황1. 독일 뮌헨 도심의 한 천막극장. 턱시도를 차려 입은 훤칠한 신사들과 반짝이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숙녀들이 설레는 표정으로 줄을 지어 극장 안으로 입장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의 이름은 ‘팔라쪼(Palazzo)’. 맥주와 소시지를 제외하고는 유럽에서도 변방에 속해 있던 독일 요리를 순식간에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은 독일 역사상 최고의 요리사 비츠 히만이 세운 극장식 레스토랑이 바로 이곳 ‘팔라쪼’였다. 거울로 둘러싸인 화려한 천막식당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요리사들이 만들어내는 독일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꿈의 식당을 채운 사람들이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천막 뒤쪽에 자리잡은 주방에서는 조용한 전쟁이 시작되었다. 수십 명의 조리사와 웨이터가 한 치의 오차 없이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며, 그 움직임의 정점에 그가 서 있었다.

‘알폰소 슈벡(Alfons Schubeck)’. 30년 경력의 베테랑 요리사로서 ‘올해의 요리사’상만도 수차례 수상했던 그의 말 한마디 손짓 하나에 주방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한 명의 주방장이, 한 명의 손님을 맞이하듯이’. 하지만 주방장이라고는 해도 슈벡은 이날 단 한 번도 국이나 팬을 잡지 않았다. 심지어 음식의 맛을 보거나 재료를 더 집어넣지도 않았다. 그저 주방을 오고 가며 음식을 들고 나르는 타이밍과 순서 등을 조절해 주고, 조리하고 있는 조리사들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눌 뿐이었다. 실제 재료를 썰고 볶고 음식을 만들고 웨이터를 통해 테이블로 내보내는 것은 온전히 조리사들의 기술과 판단에 의해서였다. 그는 말한다. “난 그저 그들의 요리가 순서대로 잘 진행되고, 시간에 맞게 테이블로 나가는지를 살펴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팔라쪼를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그들입니다.”

상황2. 한국의 서울에 있는 한 일식집. 300명가량의 직원을 둔 한 중견 화섬기업의 사장과 식사를 할 일이 있었다. 약속시간보다 30분도 넘게 도착한 그 사장은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의 자리와 내 자리에 있는 두 잔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도 모자라 웨이터에게 물을 더 갖다 달라고 소리치며 씩씩댔다. 뭐에 그리 화가 났는지 분을 풀지 못하고 있는 그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오늘 오후에 멕시코 바이어들과 구매협상을 할 일이 있었소. 회사 직원 3명과 협상에 나섰는데, 협상 테이블에 앉은 우리 회사 직원 놈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단가 깎아주고 납기일 조정해주고 하는 거야. 내가 바이어들 앞이라 뭐라고도 못하고 어찌나 화가 나던지. 아직도 속이 타네.” 그는 말을 마치고 물 한 잔을 더 마시더니 이후에도 식사시간 내내 ‘자신이 데리고 있는 직원들은 주인의식이 없다’, ‘리더의 지시와 의중을 간파하지 못한다’라며 계속 험담을 퍼부었다.

식사를 마치고 사장에게 먼저 들어가시라고 한 뒤 함께 자리했던 그 회사의 전략기획실 실장인 이사와 2차로 술자리를 갖게 되었다. 그는 회사의 실질적인 총괄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었다. 식사시간 내내 한 마디도 안 하던 그는 술이 몇 잔 들어가자 속에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우리 사장님은 주인의식이 너무 강해서 탈입니다. 아까 말씀하신 멕시코 바이어 건만 해도 우리 실무진들이 협상을 잘해서 예상했던 물량에서 70%쯤 더 따낼 수 있었습니다. 가격과 납기를 조금 양보한 걸 고려해도 수십억은 더 이득을 본 셈이지요. 하지만 사장님은 협상 과정에서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못한 것에 눈이 멀어 실제 실무진들이 이뤄낸 업적은 보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언젠가 들으니 ‘사내의 권력은 손바닥이 아닌 손등에 있다’고 하더군요. 즉, 모든 것을 움켜쥐려고 할 때보다는 숨김없이 펼쳐 보여줄 때 그 권위와 권한과 카리스마가 생겨난다는 말이겠지요. 그런 걸로 보자면 움켜쥐기만 하는 우리 사장의 카리스마로는 더 이상 회사의 미래도 없을 겁니다.”

나는 누군가 ‘회사의 주인은 누구인가?’, ‘조직의 주인은 누구인가?’, ‘조직을 이끄는 진정한 리더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해 올 때마다, 팔라쪼-뮌헨을 이끄는 알폰소 슈벡과 중견 화섬기업을 이끄는 그 사장을 떠올린다. 조직의 주인은 누구인가? - 리더인가 팔로워인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키는 누구에게 있는가? - 리더인가 팔로워인가? 조직의 명운을 가르는 선택은 누가 하는가? - 리더인가 팔로워인가?

리더십 과잉의 시대

잘되면 내 탓, 못 되면 리더 탓?
미국의 한 대학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퇴임한 임원 300여 명 중 조사대상의 65% 이상이 심각한 상실감과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그중 10% 가량은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결과가 있다. 리더들에 대한 이러한 부담과 압박은 비단 실적이 좋지 않아 퇴임을 해야 할 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평상시 이루어지는 모든 업무의 순간마다, 회의를 할 때에도 대화를 할 때에도 심지어는 회식을 할 때에도 언제나 그들의 곁에 존재한다. 그러한 Leader's Invisible Yoke(보이지 않는 멍에)는 리더십이라는 이름으로 항상 그들의 목을 죄고 있다.

우리는 어쩌면 리더십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 기업과 같은 조직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에 대한 처방은 수십 수백 가지도 넘는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리더나 리더십에 대한 문제로 국한시키고 그에 대한 처방을 찾기 위해 모든 관심과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는 마치 “사람의 몸에서 발생하는 모든 질병의 원인은 ‘감기’ 때문이야”라는 전제를 내려놓고 환자가 들어오면 항상 ‘감기약’만 처방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요행히 그 환자의 병이 ‘감기’였으면 낫는 것이고 만일 ‘멀미’나 ‘소화불량’이었다면 “환자가 낫지 않는 것은 ‘감기’가 너무 독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감기’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단정 지은 다음 보다 강한, 또는 보다 특이한 감기약을 개발하고 이를 투약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실제로 조직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대개의 최고 경영자들은 해결방법을 받아들일 하부 조직의 체질 강화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그보다는 조금이라도 손쉽고 빠르게 효과를 보기 위해 ‘리더의 교체를 통한 조직분위기 쇄신’이라는 직접적으로 단편적인 방법만을 고집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오늘날 21세기 대한민국은 리더라는 이름으로 버텨내기에는 실로 벅찬 ‘리더십 과잉의 시대’를 살고 있다.

리더십은 고작 20%다
최근 들어 조직의 대형화와 업무의 전문화, 복잡화 속에서 리더십에만 매달리는 것이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리더만큼 혹은 리더보다 더 조직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찾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학자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 바로 ‘리더를 따르는 사람’, ‘리더를 돕는 사람들’이다. 리더를 좇아 업무를 하고 보좌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판단을 유도하기도 하며, 때로는 반대편에 서서 리더가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것을 바로 잡아주는 이러한 사람들, 즉 조직을 구성하며 리더의 지시를 따르고 그를 도와 조직의 긍정적인 발전을 유도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팔로워(Follower)’라고 칭하고, 그러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혹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고 요구되는) 성향이나 행동방식 또는 사고 체계 등을 포괄적으로 지칭하여 ‘팔로워십(Followership)’이라고 한다.

저명한 조직관리 및 리더십 학자인 카네기 멜론스쿨의 켈리(Robert E. Kelly) 교수는 “조직의 성공에 있어서 리더가 기여하는 것은 많아야 20% 정도이고 그 나머지 80%는 팔로워들의 기여로 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빙산에 비유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배를 탄 채로 볼 수 있는 빙산은 바다 위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뾰족한 일부분에 불과하듯이 실제 조직의 대부분은 바닷물 속에 가라앉아 있고, 오직 리더만이 물 위로 솟아오른 빙산처럼 뾰족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바다 아래에 있는 팔로워들이 어떤 역량을 발휘하고 어떤 수준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솟아 있는 리더에 대한 평가가 결정된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이제까지처럼 리더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편애’가 있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조직의 운명을 리더에게만 맡겨 놓을 수 있던 시기는 지났다. 우리는 지금 20%의 리더가 아닌 80%의 팔로워가 조직의 운명을 결정하는, 바야흐로 빙산이 거꾸로 솟아오르는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 없는 팀, 팀 없는 리더

리더십의 99%는 팔로워십이다
흔히 리더십과 팔로워십을 별개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 우리 주변의 몇 개 조직만 살펴보아도 리더십과 팔로워십은 결코 다른 개념이 아닌 동전의 양면처럼 긴밀하게 공존하면서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를 지켜나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소규모 기업,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 하더라도 리더가 있다면 반드시 팔로워가 있고(때로는 리더와 팔로워가 같은 인물일 때도 있다) 그렇다면 리더십만큼이나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팔로워십이다. 리더십이란 결코 팔로워십을 떼어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개념이다.

선장은 리더인가, 팔로워인가?
몇 번의 세계선수권을 차지하기도 했던 뉴질랜드 요트팀의 주장은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팀의 주장은 3명입니다. 물론 직책상 주장은 제가 맡고 있지만 항해하는 순간순간 배가 가장 좋은 항로를 찾아 가장 빠른 뱃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각 파트를 맡고 있는 팀원이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만큼은 자신이 선장이요, 주장이라는 생각으로 판단을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 팀은 3명의 주장이 잘해줬기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항해 중인 요트에서 배의 항로를 결정하는 것은 선장의 몫이지만 선장이 항로를 결정하기까지는 바람, 물살 등은 물론 선원들의 체력과 정신력과 숙련도, 선원 사이의 협조체계 등 리더가 갖고 있는 개인적인 요소보다는 배에 탑승하고 있는 선원들의 개인적인 요소가 결정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조직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결정의 순간은 리더의 몫이지만 그 결정이 있기까지 리더는 조직의 모든 분위기를 살펴야 하고, 업무를 진행할 만한 조직원(여기서는 팔로워)들이 누가 있으며, 그들의 업무 수준이 어떤지를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알아낸 정보가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쯤 되면 조직의 향방을 정하는 것은 리더의 결정이지만, 그 리더의 결정을 좌우하는 것은 팔로워라고 할 만하다. 조직이 정상적으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리더의 ‘전략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판단’을 진심으로 따를 것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팔로워들의 ‘심정적 동의’ 행위이다. 즉, 조직이라는 배에 있어서 많은 순간 선장은 리더이자 팔로워이기도 한 것이다.

팔로워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제 조직의 의사결정 권한은 더 이상 리더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시기가 되었다. 진정 제대로 된 조직은 한 명의 1인자가 수많은 2인자들을 지배하는 조직이 아니라, 한 명의 1인자가 수많은 1인자들의 협조와 협력을 이끌어 내서 운영방향을 결정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리더십은 리더 자신과 팔로워들의 가치와 동기를 파악하고 이를 실현하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진정한 리더십은 리더 자신의 단독적인 판단과 그를 추진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팔로워의 욕구나 목적과 분리되어 생각될 수 없는 것으로서, 리더십의 근간을 이루는 리더-팔로워 관계의 본질적인 측면은 공동의 혹은 최소한의 공유된 목적을 추구함에 있어서 기술이나 서로 다른 동기수준이나 잠재적 파워를 가진 사람들의 상호작용이다.

팔로워십에 대한 오해

팔로워는 1인자인가, 2인자인가?
사람들은 흔히 팔로워라는 단어의 의미를 ‘2인자’ 혹은 ‘참모’로 정의하고, 팔로워십을 ‘복종심’ 정도로 정의하곤 한다. 물론 팔로워의 활동 중에 리더에게 도움과 조언을 제공하여 올바른 판단에 도움을 줄 경우 그는 적절한 참모활동을 한 것이 된다. 또한 리더의 유고(有故)시 그를 대신하여 조직의 안정적인 운영에 기여했을 경우 그는 2인자로서 제대로 활동을 한 것이 된다. 그러나 팔로워는 2인자도 아니고 참모도 아니다. 그 모든 뜻을 포함하면서 리더와 긴밀한 관계맺음을 통해 조직의 성과창출에 기여하는, 장차 리더의 자리에 올라설 잠재적 ‘리더 후보군’이다. 팔로워는 장래에 리더의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노력하는 예정된 리더후보이면서, 현재로서는 리더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는 조력자가 되기도 한다.

팔로워는 오케스트라의 세컨드 바이올린과 같은 존재다. 그 자체도 악기로서 가치 있긴 하지만 음을 리딩하는 퍼스트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에 맞춰서 때로는 따라가기도 하고, 때론 보완하기도 하면서 보다 조화로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비록 1인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2인자도 아닌, 1인자 혹은 리더와 함께 어울려 때로는 그의 모자란 음을 채워주고, 때로는 그와 다른 성부의 음을 내어 화음을 만들어 주는 파트너가 바로 진정한 팔로워인 것이다.

파트너로 살 것인가, 부하로 살 것인가?
통상 부하들은 상급자 또는 상급자의 반응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일을 한다. 업무의 양과 수행하는 방식, 업무를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모두 상급자에게 초점을 맞춰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고 일한다. 반면 파트너들은 상급자보다는 자신의 조직 전체와 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서 일을 하고자 한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상급자와 의견 충돌도 있을 수 있고 일을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느려질 수도 있지만, 결과만큼은 그 일의 ‘본질적으로 성취해야 할 수준’에 가장 걸맞게 나오게 된다. 또 부하로서 일하는 사람들은 항상 상급자에게 집중하고 있어야 하므로 상급자가 어디로 튈지 몰라 늘 조급하고 전전긍긍하게 되지만, 파트너들은 조직이나 일 자체에 관심을 두고 일하므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나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과 대비가 가능하다. 때문에 부하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여유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팔로워는 부하라기보다 파트너에 가까운 개념이다. 진정한 팔로워들은 리더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그 자신이 속한 조직, 그가 조직에서 수행해야 할 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리더의 일방적인 지시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때로는 리더의 부족한 곳을 보완해 주며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는 것이다. 때문에 팔로워를 추종자, 부하 등의 개념으로만 한정짓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오히려 팔로워는 리더의 또 다른 이름, 팔로워십 또한 리더십의 또 다른 이름으로 인식하는 것이 현명하다.

역사 속의 숨은 영웅, 위대한 팔로워들

백악관의 공동 대통령, 칼 로브와 그의 팀
칼 로브(Karl Christian Rove). 사실 그만큼 개인 됨됨이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인물도 흔치 않다. 열렬한 공화당 지지자이거나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한 표를 행사한 유권자라면 그의 이름을 승리의 개선장군으로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이거나 반(反)조지 부시 진영에서라면 그를 음험하기 짝이 없는 책략가로 기억할 것이다. 아무튼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이나 칼 로브를 부시 행정부의 숨은 권력자라고 하는 데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또 민주당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칼 로브는 저주의 대상이지만, 만일 그가 공화당을 탈당해 민주당을 지지했다면 반드시 영입했어야 할 책략의 귀재였다. 우리 편이 아니기에 끊임없이 비난하고 욕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반드시 우리 편으로 만들었어야 할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칼 로브와 그의 팀은 부시 선거 진영에서 가장 건드리기 힘든 분야를 적극적으로 공략했고 때로는 흑색선전에 가까운 네거티브 전법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이해득실을 떠나 조지 부시에게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악역을 자처하기도 했다. 부시는 ‘미국민이 좋아하는 친근하고 소탈한 이미지’라는 장점은 있었으나 상대 진영에 비해 구체적이고 뚜렷한 정책이 부족했었는데, 칼 로브와 그의 팀은 내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책대결을 위해 대표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선명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부시를 설득하여 굵직굵직한 정책들을 만들어 냈다. 이 모든 것은 칼 로브와 그의 팀이 리더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움직이기보다는, 보다 큰 비전과 목표를 위해 리더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을 했기에 가능했다. 결국 동성결혼과 낙태 금지, 사회보장제도 개혁 등 그들이 만들어 낸 굵직굵직한 정책들은 공화당 지지자들의 재결집을 이뤄냈고, 그 덕분에 부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1인자를 거부한 중국의 별, 주은래
주은래(周恩來). 그는 단순한 2인자라거나 참모라는 이름만으로 정의 내리기에는 그의 인생 전체를 통해 보여왔던 위대한 모습들을 모두 표현하기가 불가능한, ‘위대한 팔로워’라고 불리기에 마땅한 인물이다. 사실 1930년대에만 하더라도 주은래는 후에 리더로 보좌하게 되는 마오(毛澤東)보다 훨씬 두각을 나타내던 인물이었다. 당시 그 둘은 중국공산당 내에서 서로 대립하던 관계였는데 주은래가 정통적인 레닌주의에 입각하여 ‘도시에서의 노동자 무장봉기’에 의한 혁명을 주장한 반면, 모택동은 ‘농촌에서의 농민 무장봉기’를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장개석 정부의 공산당 소탕작전인 소공작전에 쫓겨 중국공산당이 대장정에 오르게 되자, 주은래는 1935년 준의회의에서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모택동의 노선을 적극 지지하며 차후 모택동을 중심으로 중국혁명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주은래는 그의 말대로 충실하게 모택동을 보좌하고 그의 뜻을 실현시키기 위한 활동에 늘 앞장섰다. 그러나 주은래는 리더인 모택동의 충실한 보좌역으로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팔로워로서의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는데 1936년에 벌어진 일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당시 동북지방의 군벌이었던 장작린의 아들 장학량이라는 사내가 서안(西安)을 근거지로 삼고 공산군 토벌에 앞장서고 있었다. 아버지를 폭탄테러로 잃은 장학량은 엄청난 기세로 공산군을 압박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전공을 치하하고자 이 해 12월 국민당군의 총사령관인 장개석이 장학량의 부대에 시찰을 나왔다. 그러나 장학량은 오히려 쿠데타를 일으켜 장개석을 감금해 버렸다. 이에 공산당 내에서는 손에 피를 안 묻히고 장개석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며 쾌재를 불렀다. 그러면서 모두 모택동 주위로 몰려들어 듣기 좋은 말만을 일삼으며 한껏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그러나 주은래는 장학량이 장개석을 죽인다면 잠깐 유리한 상황을 맞을 수는 있겠지만 장개석 이외의 위협세력 즉, 중국의 곳곳에 침투해 있던 일본군에 대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음을 파악했다. 그가 평범한 참모나 2인자였다면 다른 무리들에 합류하여 모택동에게 입맛에 맞는 이야기로 승리의 노래를 함께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주은래는 비록 잠시 모택동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겠지만, 결과적으로 조직의 먼 장래에 득이 되는 길을 택했다.

주은래는 모택동과 그 주변에 있는 참모들을 설득하고 반란을 일으켜 장개석을 감금한 장학량 측에게 연락해서 자신의 적인 장개석을 오히려 살려달라고 설득했다. 이를 통해 항일통일전선의 제2국공합작이 구축되어 일본세력을 물리쳤고, 열세에 몰렸던 공산당은 일거에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그 후 주은래는 26년 3개월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중국 정부의 총리자리에서 혁명 이후 혼란기의 중국을 다스렸으며, 방광암으로 죽어갈 때도 중국인민들을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일했다. 중국공산정부 수립기부터 보여줬던 그의 업적, 그리고 조직과 대의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낮춰가면서까지 협력하고 헌신했던 모습에서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라는 중국인민들은 큰 감명을 받았다. 그리고 1976년 그가 세상을 떠나자 인민들은 천안문 광장에 모여들어 진심으로 애도의 눈물을 흘렸으며, 지금도 그가 사망한 1월이 되면 많은 추모인파가 천안문 광장을 가득 메우곤 한다.

리더 킬러, 최악의 팔로워들

가혹한 침묵의 대가, 엔론의 비극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파산’이라는 영광스러운 기록을 남기며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버린 엔론(Enron). 엔론은 2000년 초 《포춘》 지로부터 미국 7대 기업으로 선정되었고, 그 해 8월에는 ‘향후 10년간 성장가능성이 가장 높은 10대 주식’에 뽑히기도 한 회사였으며, 신사업구축과 경영혁신의 모델로 HBS(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학습자료로 활용되기도 한 회사였다. 그러한 엔론의 빠르고 극적인 몰락에 대하여 많은 기관들은 여러 가지 분석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들은 엔론의 직접적인 파산 이유로 엔론이사회의 부도덕성과 위험한 회계시스템 등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그들이 언급한 엔론의 주요한 파산 이유에는 ‘Yes-man Culture’, 즉 ‘무기력한 팔로워들’도 포함되었다.

실제 2001년 12월 엔론이 파산하기 이전, 엔론사의 임원진들은 여러 번의 위험신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리더들에게 그러한 위험신호를 알리고 서둘러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아니, 의도적으로 모든 상황을 모른 척하거나 덮어두기에 바빴다. 심지어 이들 중 일부는 회사가 파산 일보 직전인 것을 알면서도 회계조작으로 실적을 부풀려 주가를 띄운 뒤, 자신들은 오른 가격에 주식을 팔아 이득을 챙기는 도덕적 해이의 극한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들은 수많은 부정과 잘못된 의사결정에 그저 묵묵히 추종하는 ‘침묵의 팔로워’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였고, 레이 회장과 스킬링 사장은 그 부적절한 침묵의 대가로 매번 높은 급여와 엄청난 보너스를 선사했던 것이다. 결국 똑똑하고 능력 있지만 부도덕한 리더와, 그의 어두운 면에 대해 철저하게 입을 다문 팔로워들의 긴밀한 밀월의 결과는 ‘역사상 최대규모 파산의 주역’이라는 멍에를 함께 짊어지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리더의 의중을 이리저리 옮기며 호가호위(狐假虎威)하거나 리더의 의견에 색안경을 끼고 무조건 반대만을 일삼는 청개구리족(族) 팔로워도 문제지만, 리더의 의견에 어떠한 의견도 달지 않고 그저 자기 일신의 안위를 위해서 침묵을 일삼는 팔로워는, 리더의 잘못된 독주(獨走)에 가속을 붙여 후에 보다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에서 더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미디어의 역사를 바꾼 소니의 오만
리더십과 팔로워십은 조직 내의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과 조직, 더 크게는 기업과 기업 간에도 리더십과 팔로워십은 발휘되고 있으며, 그를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 해당 기업의 진로와 위상도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일례로, 지난 70년대 말 VCR 녹화방식을 두고 벌였던 소니와 마쓰시타의 치열한 표준 경쟁은 기술력의 차이가 아닌 리더십과 팔로워십의 문제로 결판이 났다. 소니는 항상 자신들의 기술과 디자인 능력이 최고이고 자신들이 모든 것을 선도해 나간다고 믿고 있었다. 반면 마쓰시타는 기술력도 좋지만 사회에 기여하고 동업자 정신을 발휘하는 것을 기업의 필수 덕목으로 삼고 있었다.

사실 소니-도시바-산요로 이어지는 이른바 베타그룹이 결성된 당시만 하더라도 녹화방식은 소니의 베타방식이 대세로 굳어지는 듯했다. VHS방식을 채택한 마쓰시타에게 비디오 시장의 85%나 장악하고 있었던 베타방식을 채택한 그룹의 위세는 거대한 빙벽과도 같았다. 그러나 그렇듯 높고 두터운 빙벽에 작은 균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균열의 시발점은 최고의 기술력을 자부하던 소니의 오만과 독선이었다. 시장을 리딩하는 업체라는 생각에 오만했던 소니에게 라이센싱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히타치가 마쓰시타의 VHS방식의 기술 라이센싱을 도입했고,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VHS 쪽의 우군이 조금씩 늘어난 것이다. 마쓰시타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소홀히 다루지 않고 적극적인 기술이전과 공동 개발작업을 통해 협력회사의 수를 늘려갔다. 특히 미국 메이저 영상공급업체와 할리우드 영화사들과의 공동사업추진을 통해 영향력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반면 소니는 자신들의 기술적 선도력만 믿고 계속 고압적인 자세만을 취했다. 베타방식으로 영화를 제공하고자 하는 영화 제작자들과의 라이센스 계약에 있어서도 미적지근한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오래지 않아 비디오 시장이 점점 확대되면서 85%에 달했던 소니의 점유율은 급감하기 시작했고, 소니 진영에 있던 도시바 등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마쓰시타의 VHS방식으로 말을 갈아타 버렸다. 그 결과 채 2년이 못 되어 비디오 시장의 골리앗이었던 소니는 시장에서 거의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소니의 사례를 통해 아무리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는 곳이라 해도 적절한 팔로워십이 발휘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니와 마쓰시타 모두 일본, 아니 세계 가전제품 시장을 선도하는 리더 업체였다. 당시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력 또한 충분히 리더라고 불릴 만했다. 그러나 소니는 기술력만을 믿고 시장을 선도하는 ‘리더로서의 위치’에만 몰두한 반면, 마쓰시타는 상대적 이익을 제시하며 상대기업을 존중하고 도와줄 것은 도와주고 이끌어 줄 것은 이끌어 주며 ‘팔로워로서의 가치 창조’에 힘썼고 이것이 그 둘의 성패를 갈라놓았던 차이다.

성공하는 팔로워의 7가지 키워드

헌신(Self-Sacrifice)
성공적인 팔로워의 첫 번째 키워드 S는 Self-Sacrifice, 곧 ‘헌신’이다. 헌신(獻身)이라는 단어를 살펴보면 몸(身)을 바치는(獻) 그 주체는 바로 그 자신이 됨을 알 수 있다. 즉, 헌신이라는 말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자발적’이라는 단어에 있는 것이다. 아무리 조직의 일에 내 몸을 바쳐서 일해도 그것이 자발적이지 않으면 그것은 헌신이 아닌 단순한 동참에 지나지 않는다. 바로 그 ‘자발적이냐, 아니냐’에 조직의 성과를 가져오는 진정한 팔로워인가 아닌가에 대한 해답이 들어 있다. 진정한 팔로워들은 자발적인 동참을 통해 조직과 자신을 일치시켜 조직의 발전을 위해 자신을 발전시키고, 자신의 발전을 통해 조직을 발전시키는 상호 발전의 선순환을 이루고자 노력하게 된다. 자신의 헌신이 자기의 몸을 던지는 헌신이 아니라, 자신의 발전이 조직의 발전을 불러오고 발전된 조직이 다시 자신의 발전에 힘을 보태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다. 헌신이 곧 ‘투자’가 되는 것이다. 현대에 있어서 자신의 몸을 제물로 바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헌신은 실제로 투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직장인들에게 이와 같은 조직에의 헌신을 이야기하면 그 가치는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선뜻 행동으로 나서기는 꺼려하기 마련이다. 이미 조직에 헌신한다는 것은 구세대의 유물, 산업화 시대의 폐습으로 여기는 풍조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선 리더들은 조직원들의 헌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조직의 명확한 목표제시와 성과에 대한 분명한 보상을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직원들에게는 세계를 바꿔보자던 빌 게이츠는 물론 세부적인 사업전략을 세우고 강하게 추진해나간 스티브 발머와 같은 리더와 성공에 대한 막대한 보상이 있었다. 그렇기에 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은 기꺼이 자신을 조직에 헌신하는 최상의 팔로워로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동시에 팔로워들은 조직에 대한 진정한 헌신은 ‘조직 우선주의’, ‘몰 개인’의 개념이 아닌 오히려 가장 개인주의적이고 개인 중심적인 가치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조직의 발전을 위해 나를 헌신하고, 그로 인해 스스로도 발전되는 유익한 선순환에 빠져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방향성 통일(Unity)
리더의 지시나 방향설정에 대해서 한 방향으로 정렬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바로 성공적인 팔로워가 되기 위한 두 번째 키워드이다. 많은 사람들이 방향성 통일을 무조건적인 순응을 하거나 예스맨이 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곤 하는데 이는 방향성 통일의 의미를 100% 잘못 이해한 것이다. 동계올림픽 종목 중 봅슬레이(bobsled)라는 경기를 생각해보자. 봅슬레이는 선수들이 드라이버의 조작에 맞춰 머리선을 맞추고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원심력과 적절한 균형을 맞추느냐가 가장 중요한 경기이다. 그러나 선수들이 시합시간 내내 머리를 일직선으로 맞춰서 달리는 것은 아니다. 커브에 도착하기까지 직선주로를 달릴 때의 모습을 보면 선수들의 헬멧이 정렬을 이루지 않고 제멋대로의 방향을 쳐다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곡선주로가 보이기 시작하면 그들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진다. 미리 연습한 대로 드라이버가 방향을 잡으면 나머지 세 명의 팀원들은 드라이버의 헬멧과 일직선으로 방향선을 맞추어 썰매가 속력손실을 가장 적게 받으며 안전하게 커브를 통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조직의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평상시에는 서로 간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고, 최말단의 팔로워라도 리더의 결정에 다시 한 번 의문을 제기하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결정하는 방법은 없는지 꾸준히 토론하고 의견을 다퉈야 한다. 그러나 회사나 조직이 그 역량을 발휘해야 할 시기이거나 경쟁조직, 경쟁업체와 다퉈야 할 시기, 또는 회사나 조직에게 있어서 위기의 상황이 닥치면 구성원들은 일사불란하게 그 방향성을 통일시켜야만 한다. 리더가 오른쪽을 바라보면 함께 오른쪽을 바라보고, 왼쪽을 바라보면 함께 왼쪽을 바라보며, 리더가 뒤를 돌아보면 함께 뒤를 돌아봐야 하는 것이다.

조직의 방향성 통일을 위해서 무엇보다도 리더가 팔로워에게 수시로 그 방향을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제나 리더에게는 조직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수많은 정보들이 몰리지만, 팔로워의 경우 조직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리더의 결정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그런 상황에서 방향성의 일치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리더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수시로 팔로워들에게 조직의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조직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납득시키는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어떠한 형태로 조직을 움직일 것인지에 대해 반복적으로 인지시켜 특정한 상황이 닥쳤을 때 혼란을 겪지 않고 준비된 대로 행동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방향성 일치 훈련’을 실행해야 한다. 그리고 팔로워들의 방향성 일치를 이뤘다면 리더는 계속 그 방향으로 조직이 잘 굴러갈 수 있도록 꾸준하게 통일된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팔로워의 입장에서는 리더와 끊임없는 대화를 시도하고, 개인이 아닌 조직의 시각에서 자신의 업무를 다시 검토하는 버릇을 들여야 하며 리더에 집중하지 말고 조직에 집중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몰입(Concentration)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한 번이라도 마이크로소프트사를 방문하고 나면 이내 ‘세계 최고의 직원’으로 그들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로 그들의 몰입하는 능력, 특히 조직과 자신의 업무에 몰입하는 능력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직원들은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일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마이크로소프트 그 자체’로 여긴다. 왜냐하면 그들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소속되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신과 그 가치에 모든 것을 몰입하여 그와 함께 커왔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몰입이 바로 성공적인 팔로워십 구축을 위한 세 번째 요소이다. 몰입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에너지를 발휘하며 역량발휘와 발전적 가치창조에 기여하지만, 열정이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변이되어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엄청난 성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팔로워들의 리더나 조직에 대한 몰입은 리더와 함께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와 조직의 성공에 대한 무의식적인 확신을 가져오게 한다.

하지만 팔로워들을 조직에 몰입하도록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팔로워들의 몰입을 이끌어 낼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그들을 조직, 그리고 조직에서의 일에 빠져들게(Drop into) 하면 된다. 몰입을 위해서는 먼저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단 그 목표는 구성원들의 능력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제시되어 적절한 도전정신을 가져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둘째, 적절한 직무배치(Right Job)가 필요하다. 리더는 주기적인 면담과 면밀한 관찰을 통해 팔로워들에게 적절한 직무가 배치되고 있는지, 시너지 효과를 거둘 만한 사람들과 함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조정해 주어야 한다. 셋째, 조직기여도 재강조(Organization Contribution)이다. 사람들은 모두 보다 고차원적인 일을 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팔로워들에게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의 가치와 그로부터 파급되어 우리 조직이 얻게 되는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게 되면 조직과 직무에 대한 몰입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몰입촉진요소(Promotion Factor)를 관리해야 한다. 조직을 잘 살펴보면 도전적인 직무나 빠른 피드백과 지속적인 성과창출, 또는 단순한 감정적인 보상과 같이 팔로워들의 몰입을 촉진하는 요소들이 보이게 마련이다. 리더는 늘 현 상황에서 팔로워들의 몰입을 촉진하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살펴서 그것을 끊임없이 제공하는 사람(Promoter & Provider)이 되어야 한다.

용기(Courage)
많은 팔로워들이 진정한 팔로워십을 발휘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렵게 생각하고, 때로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용기’의 문제이다. 특히 긴 시간 동안 유교문화의 지배를 받아온 한국의 직장에서 팔로워들이 용기를 발휘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팔로워십 발휘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사실 용기는 팔로워가 리더나 조직에게 발휘해야 할 덕목이라기보다는 긍정적인 팔로워십을 발휘하면서 가져야 하는 자세, 혹은 건전한 팔로워십 발휘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라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팔로워들을 용감하게 만들기 전에 리더가 먼저 가장 솔직하고 용감한 리더가 되야 한다. 그리고 리더는 팔로워들이 용감하게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으므로 리더를 찾아가 리더에게 바라는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표현(Expression)
한국 조직문화의 특성상 팔로워들은 리더에게 침묵으로 모든 것을 말하게 된다. 즉, 리더에게 불만이 있다거나 고쳐야 할 점이 보이면 서양인들의 경우 면담을 요청해서 이러저러한 점을 요청한 뒤 그 부분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최종적으로 이직을 고려한다. 하지만 한국인의 경우 리더에게 웬만한 문제가 있어도 꾹 참고 견디다가 한계에 도달하면 갑작스럽게 사표를 던져 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십 수백 가지가 넘는 리더십의 홍수 속에서 언제까지 침묵으로만 일관하며 자신의 입맛에 맞는 리더십을 기대할 수는 없다. 우연히 자신의 팔로워십 유형에 꼭 맞는 리더를 만나거나 리더가 팔로워들에게 알맞은 리더십을 발휘해 줄 수도 있겠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기에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고 즉각적으로 리더에게 알려주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성공적인 팔로워십의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팔로워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이끌어 내기 위해 리더는 먼저 작은 대화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대화의 내용에 대해 반드시 피드백을 주되 즉각적인 피드백은 삼가야 한다. 또 압력밥솥의 꼭지가 흔들거리며 김을 빼내 압력을 일정 선에서 유지시켜 주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팔로워들이 자신을 표현하고 압력 수치를 낮출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반대로 팔로워들의 입장에서는 먼저 자신의 뜻을 표현할 기회가 언제 어디서 찾아올지 모르므로 늘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또 리더는 외로운 사람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자신만의 생각이나 자신만의 언어가 아닌 리더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대안제시(Second Plan)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정부의 내각 중 한 명이 전쟁이 끝나고 몇 년이 지난 뒤 미국 방송사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처칠 행정부가 전쟁에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히틀러의 부하들은 ‘Bitte Sehr(좋습니다)’라는 말밖에 할 줄 몰랐기에 패배할 것이 뻔한 전투에도 병사들을 밀어 넣었습니다. 반면 처칠의 사람들은 ‘No, I think…(아니오. 제 생각에는)’라고 말할 수 있었기에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리더와 팔로워가 단순히 대립만 하는 조직은 결국 파국을 맞게 된다. 하지만 위의 경우처럼 다른 방향에서 대립하는 경우 리더에게 충성이 지나친 팔로워의 조직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거두기도 한다. 그 차이는 그들의 대립 관계가 단순히 팔로워가 리더에게 반대하여 다른 편에 서서 비난하는 관계인가, 아니면 팔로워가 리더와 같은 편에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관계인가에 달려 있다. 결국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 리더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팔로워들을 육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리더가 비판과 비난보다는 수용과 수긍을 해야 하고 의도적인 대화의 장을 만들어야 하며 또 제시된 제안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한다. 동시에 팔로워들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절대 싸우는 것이 아니며, 제시하는 대안은 항상 조직의 발전을 위하여 초점을 맞춰져야 한다. 그리고 리더의 의견에 부화뇌동(附和雷同)하지 않고 오로지 조직을 위한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보충 및 보완(Supplement)
골프는 1m가 채 안 되는 클럽으로 직경 41,15mm, 무게 45.93g의 공을 때려 250~300m 이상을 날려보내 땅 위의 지름 10.8cm짜리 구멍에 넣는 게임이다. 그런 골프에는 다른 스포츠와는 차별화되는 독특한 룰 하나가 있다. 바로 ‘캐디’다. 지구상 어느 스포츠도 경기하는 중간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토록 지속적이고 꾸준하게 조언과 도움을 받지는 않는다. 골프는 스윙 순간을 제외하고는 선수와 캐디가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 코스 공략법을 찾아내고 거리나 방향에 적합한 골프채를 선택하기도 하며, 때로는 선수의 안정을 위해 캐디가 심리상담사가 되어 그를 진정시키기도 한다. 물론 골퍼는 스윙하는 순간만큼은 철저하게 혼자일 수밖에 없다. 능력 있는 캐디가 있다고 하더라도 더 좋은 스윙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력 있는 캐디는 골퍼가 볼 수 없는 부분, 골퍼가 고려하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내고 조언하기 때문에 실력 있는 골퍼일수록 최상급의 캐디와 일하기 위해 최고의 대우를 제시한다.

2006년 한 해 타이거 우즈의 골프백을 메는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12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특정 스포츠 브랜드의 모자, 신발 등을 착용함으로써 받는 스폰서십까지 합하면 그 수입은 훨씬 더 늘어난다. 게다가 이미 그는 단순한 캐디가 아니라 뉴질랜드의 스포츠 영웅으로서 다양한 사회재단을 운영하는 등 명사의 반열에 올라 있다. 그는 2인자나 참모가 아니다. 그는 단지 캐디계의 1인자일 뿐이었다. 그는 늘 타이거 우즈의 약점을 보아왔으며 그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노력 속에 타이거 우즈는 선수로서 1인자가 되었고, 스티브 윌리엄스는 캐디계의 1인자가 된 것이다.

기업이나 조직에 있어서도 다를 것이 없다. 물론 결정은 리더가 내리고 그 책임도 리더가 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 결정의 순간이 있기까지 수많은 팔로워들이 자신의 의견을 통해 리더가 보지 못한 부분, 리더가 고려하지 못한 사항을 보완해야 한다. 진정한 팔로워라면 그런 활동을 통해 자신의 리더를 1인자로 만듦과 동시에 자신도 팔로워 중의 1인자로 우뚝 설 것이다.

믿는 만큼 이루어진다

저자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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