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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톰 라이트

(2007-07-13 13:11:42, 조회 : 1663)

출판사

살림

제목

예수

/ 2007년 2월 / 177쪽 / 10,000원

▣ 저자 톰 라이트
저명한 역사가이자 신악학자인 톰 라이트는 영국 성공회 덜함의 주교로서, 옥스퍼드, 캠브리지, 맥길 대학에서 신약학을 가르쳤으며, 리치월드의 주임 사제이자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참사회원 신학자로 활동했다. 다작가이자 방대한 학술서적과 대중적 저술 모두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소수의 사람 중 한 명으로서, 학계에서는 제3의 역사적 예수 탐구와 바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선두 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저서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기독교의 기원에 대한 방대한 학술적 연구 프로젝트 중 일부인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 『예수와 하나님의 승리』, 『하나님의 아들의 부활』 및 『Jesus 코드』 외에도, 모든 사람들이 신약성서의 메시지를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도록 저술하여 큰 호평을 받은 『The New Testment for Everyone』 시리즈가 있다.

▣ 역자 이혜진
경희대학교와 Northpa가 Univ., 연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나는 사랑받고 싶다』, 『긍정적인 여성의 힘』이 있다.

▣ Short Summary
예수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왜 세상 사람들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 책과 함께 역사의 가장 위대한 수수께끼, 예수를 찾아 떠난다!

이 책은 BBC 방송에 방영됐던 일반인들 대상의 예수 소개 프로그램 내용을 확대해서 저술한 책으로서, 저명한 역사가이자 신약학자이며, 우리 시대의 기독교 지성인 톰 라이트가 평이한 문체로 진정한 기독교의 예수는 누구인가에 대해 기술한 책이다. 기독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역사의 가장 위대한 수수께끼 예수를 역사와 복음서를 통해 찾아가고 있다.

▣ 차례
제1부 예수 - 과거와 현재
제1장 아름다운 꿈의 끝
제2장 역사의 최저점
제3장 양날을 가진 이야기
제4장 산상설교
제5장 우주의 중심
제6장 다시 언덕으로
제7장 하나님의 얼굴
제2부 두 눈으로 복음서 읽기
제8장 복음서 감 잡기
제9장 복음서 시대의 유대사회
제10장 복음서 : 언제, 어떻게, 왜?

제1부 예수 - 과거와 현재

아름다운 꿈의 끝

설령 예루살렘의 거리들을 실제로 걸어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곳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기는 어렵지 않다. 내가 맨 처음 예루살렘에 왔을 때, 나는 이 도시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전 세계의 마법과 광기가, 온 인류의 기쁨과 고통이 모두 이 도시 안에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내가 아는 모든 고통이, 내 안에 있던 그리고 온 세상 가운데 존재하던 모든 고통이 정확히 바로 이곳을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1세기에 발생했던 충격적인 사건들도, 20세기에 일어난 생생한 고통들도,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했던 크고 작은, 얽히고설킨 그 모든 사건들도 모두 이곳으로 빨려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예루살렘은 이 세상의 영광과 어리석음이 집중되어 있는 장소였다. 예루살렘은 인류의 기쁨과 고통이, 저항할 수 없이 강력한 힘과 확고한 반대 세력이 대치하는 장소였다. 그리고 불과 몇 마일 떨어진 베들레헴에서 시작된 예수의 이야기도 결국 이곳 예루살렘에서 끝이 났다. 예루살렘은 예수가 입성하여, 잔치를 열고, 죽어간 곳이다.

서구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혼란을 느끼며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2천 년 전에 전혀 다른 문화와 전혀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한 인간의 죽음이 21세기를 살아가는 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인류 구원이라는 중대한 사건이 특정 장소, 특정 시점에 발생했다니, 인류의 보편적인 진리가 될 만한 일이라면 적어도 순식간에 전 세계를 뒤흔들어 놓을 대규모 사건이 발생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아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런 질문은 매우 비유대적이다. 혹은 굳이 표현하자면, 매우 비 예루살렘적인 질문이다.

유대인들은 언제나 자신들이 예배하는 신인 하나님이 온 땅에 유일한 참 신이라고 여겨왔다. 따라서 유대인들의 역사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확장되어 전 우주적인 중요성을 띠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당신도 예루살렘 거리에 서 보면 이런 그들의 생각이 그리 어리석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성경에 따르면 이곳은 아브라함이 하마터면 자신의 아들인 이삭을 제물로 바칠 뻔했던 곳이다. 마지막 순간 아브라함은 덤불에 뿔이 걸려 꼼짝 못하고 있던 양을 아들 대신 희생 제물로 삼는다. 이 이야기는 아직도 유대 전승으로 대물림되어 내려오며,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서 난 민족인 이스라엘을 구원해 주실 것임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바로 이 도시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다윗 왕이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바로 이 도시가 다윗의 아들인 솔로몬이 하나님을 예배할 성전을 건축했던 곳이다. 바로 이 도시가 성경의 시편이 다음과 같이 노래했던 곳이다. “우뚝 솟은 아름다운 봉우리, 온 누리의 기쁨이로구나.” 바로 이 도시가 바빌로니아인들에 의해 파괴당했던 곳이다. 바로 이 도시가 로마인들에 의해 파괴당했던 곳이다. 바로 이 도시가 큰 슬픔과 새로운 희망이 서로 이웃하며 3천 년 동안 공존해 왔던 곳이다. 그리고 성경 속의 예언자들에 따르면, 살아 계신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전 세계를 구원하시기 위해 자신을 직접 계시하실 장소도 바로 이 도시다.

예수가 살던 시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구원이 매우 빠른 시일 내에 일어나리라 믿었다. 사실 이곳에 서 보면, 과거의 그 어떤 사건도 그렇게 오래된 역사 속의 이야기처럼 생각되지 않는다. 성벽의 돌들은 여전히 당시 모습 그대로이다. 바로 이곳 예루살렘에서, 온 세상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이 전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역사 속에서 활동하고 계신 것이다. 이 모든 형형색색의 렌즈를 통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장면들을 살펴보라. 불과 며칠 전에도 젊은 시위자가 이스라엘군에게 진압을 당했던 장면처럼, 이것은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의 사건이다. 저항 세력들은 강한 열정에 사로잡힌 나머지 자신들이 조국을 해방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나, 오래지 않아 자신들 앞에 반대 세력이 버티고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점령 세력들은 저항세력들을 어김없이 이런 식으로 다루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실패한 메시아들에게 일어났던 일이며, 바로 예수에게 일어났던 일인 것이다.

그러나 나사렛 예수가 처형당했던 지점인 성묘 교회 위에 서자, 나는 역사의 가장 위대한 수수께끼의 중심에 서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나사렛의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했다는 사실을 확신한다. 이는 아마도 세계 역사상 가장 분명한 사실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우리는 그 후 불과 50년 내에 말 그대로 수천 명의 유대인들이 예수의 십자가 좌우편에서 처형당했다는 사실도 안다. 바로 그날도 두 명이 예수의 십자가 바로 옆에서 처형당했었다. 그렇다면 예수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왜 세상 사람들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일까?

당시의 화면 속으로 들어가 보자.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의 곁을 지켰던 잡다한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예수를 따르는 이유를 물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들은 과연 어떻게 대답했을까? 그들은 아마도 예수가 특별한 이유는 지난 2-3년간 그가 한 말이나 행동들 때문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으며, 이로 인해 우리의 하나님이자 곧 온 세상의 하나님께서 바로 예수를 통해서 우리를 모든 고통 가운데서 해방시켜 주실 것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예수와 함께 이곳 예루살렘에 온 것은 예수께서 이곳에 하나님의 나라를 임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외세의 압제에서 우리를 해방시키고 우리가 늘 원했던 삶을 살 수 있도록 자유를 주실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이 신성한 도시로 다시 돌아오실 것을 믿는다. 예수는 왕이 되실 것이며, 우리는 그의 신하가 될 것이다. 그리고 예수는 이스라엘과 온 세계를 마땅한 모습으로 바꾸실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일다시피 예수가 처형됨으로써 이 모든 꿈이 담겨 있던 병의 마개가 닫혀버렸다. 기억하는가? 예수는 십자가에서 종말을 맞이한 실패한 메시아였다. 바로 이 장소만이 홀로 그 아름다운 꿈의 종말을 목격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그들은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예수를 특별하게 여겼던 것일까? 그에 대해 그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할 것이다. 바로 그 다음에 일어난 일 때문이라고. 하나님께서 그를 죽음에서 일으키셨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일이었다. 그의 부활은 각본에는 없던 일이었다. 우리는 점차 금요일 오후에 이곳에서 벌어진 일이 예루살렘에 얽힌 다른 그 모든 이야기들을 한 곳으로 집약하는 사건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방법이었다. 이것이 바로 예언들이 성취되는 방법이었다. 이것이 바로 성전이 늘 상징하던 바였다. 이는 마치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려던 때와 같았다. 다만 이번에는 그 제물이 하나님의 사랑하시는 아들이었을 뿐이다. 이곳이 바로 온 세상과 온 민족, 과거와 그 이후의 모든 역사 속의 고통과 죄악, 수치심, 죄책감이 집중되었던 장소였다. 그리고 단번에 그 모든 것들이 해소되었던 장소였다. 이곳이야말로 유일하신 참 하나님께서 온 세상을 구원하고 치유하기 위해 역사하셨던 장소였다.

예수의 추종자들은 바로 이 사실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그들의 주장을 보다 자세히 조사해 보기 위해서는 멀찍이 서서 내부를 들여다보는 정도로는 곤란할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문제에 있어서는 중립성이나 객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나비를 핀에 꽂아 벽에 고정시키듯 역사를 고정시킬 수 있다면, 역사를 보다 조직적으로 연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후에 그 나비가 다시 날아오르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역사의 중심으로 다가가고 싶다면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직접 생활하며 느껴 보아야 한다. 이 책은 당신을 이와 같은 작업 속으로 초대하고자 한다.

우리는 십자가 처형 장면까지 스토리를 다소 큰 그림으로 살펴볼 것이다. 그 후에는 십자가형 이후에 발생했던 다소 이상한 사건들도 살펴볼 것이다. 예수를 따르다 크게 낙심했던 추종자들이 과거에,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그의 십자가 처형이 실패가 아니라 승리였다고 믿게 만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왜 그들은 이 사건이 단순히 잔인하고 끔찍한 살인 사건이 아닌, 살아계신 하나님의 단호한 사랑과 구원의 행위였다고 믿는 것일까? 그리고 전혀 다른 시대와 공간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 이야기를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역사의 최저점

사해 바로 북쪽에 위치한 요르단 계곡은 해발 2백 피트 아래에 위치해 있는 지상의 최저점이다. 만약 이보다 더 낮은 지역으로 내려가고 싶다면 아마 땅을 파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례 요한이 이곳에 와서 시간을 보내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당신이 1세기에 살던 유대인이라면, 사막이란 무언가 새로운 일이 발생하기를 기대할 만한 장소였다. 특별히 사막이란 소망이 다시 한 번 잉태되기를 기대할 만한 장소이다. 그런데 왜 하필 사막인가?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의 유대인들은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구원해내신 이야기를 하고 있다. ‘출애굽’이라고 알려진 대탈출 사건이다. 하나님께서는 홍해를 가로질러 이들을 데리고 나오셨다. 유대인들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땅의 언저리에 닿기까지 광야에서 40년을 떠돌아야 했다. 이곳까지 이들을 인도했던 모세는 요르단 계속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여호수아가 그의 뒤를 이었다. 여호수아는 유대 민족을 이끌고 요단강을 건너 약속의 땅으로 들어간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 모든 사건들이 벌어졌던 요르단 광야는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의미하는 중요한 상징이 되었다. 호세아 선지자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질투에 찬 연인으로 묘사했다. 하나님의 신부인 이스라엘이 그를 떠나 다른 누군가와 함께 도망했다. 이로 인해 모세를 통해 맺었던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의 결혼 서약은 깨어졌다. 하나님께서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보라 내가 그를 타일러 거친 들(광야)로 데리고 가서 말로 위로하고”(호 2:14). 이스라엘 민족이 바벨론에서 포로생활을 하던 때에도 선지자들은 광야에 길이 예비될 것이라 말했다. 이스라엘에게는 자신의 땅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한 길이었고, 이스라엘의 하나님에게는 이스라엘에게로 돌아가기 위한 길이었다. 하나님과 이스라엘이 다시 하나가 되었던 장소가 바로 광야였다.

예수의 시대에 이스라엘은 큰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이스라엘 민족은 이방 로마인들과 이들과 야합한 국내 정치인들의 통제 아래에서 점점 더 깊은 죄 가운데로 빠져들고 있었다. 선지자나 왕을 꿈꾸던 자들이 주축이 되어 수많은 봉기가 일어났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들이 추구했던 것은 정치 지도부의 변혁만이 아니었다. 이들의 꿈은 훨씬 원대했다. 마침내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친히 오셔서,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시키며, 평화와 공의의 시대가 도래하기를 소망하고 기도했던 것이다. 하지만 선지자나 메시아를 자처한 자들의 삶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요르단 계곡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는 유명한 쿰란의 정착촌이 있었는데, 이는 바로 ‘에세네파’라 불리던 집단이 거주했던 장소이다. 이들은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높은 산 위에서 역사하셔서 로마제국을 물리치고, 배교한 유대인들을 벌하시며, 공의와 평화의 왕국을 건설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로마인들이 자신들의 은신처로 거리를 좁히며 압박해 들어오자, 이들은 자신들이 애지중지하던 자료들을 근처 동굴에 숨겼다. 우리는 이 자료를 ‘사해 두루마리’라 부른다.

한편, 그 중에는 요한이라 불리던 사람을 중심으로 모여든 또 다른 그룹이 있었다. 요한은 다른 지도자들이 하지 않은 일을 했다. 그는 사람들을 요단강으로 인도해 물속에 잠기게 했다. 사람들은 요한이 한 일을 ‘세례(침례)’라 칭했다. 요한은 이스라엘의 자녀들이 요단강을 통과한 후에 약속의 땅으로 들어갔던 때의 일을 상징적으로 재연하고 있었다. 이것은 출애굽의 상징으로 유대 민족이 그토록 원하던 구원과 구출, 해방과 새로운 시작을 의미했다. 이스라엘은 마침내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하나님도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실 것이다. 악은 패배할 것이고 참 하나님이 온 세상의 왕이 되실 것이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었지만, 요한은 자신의 어조를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본다면, 바로 지금이 역사의 최저점이므로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바로 지금, 이곳에서 행동을 취하셔야 한다.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은 최후의 출애굽을 통해 구원될 백성이 되고 싶다는 상징으로 강물 속에 뛰어들었다. 이때, 예수는 요한의 운동에 동참하여 자신의 때를 기다렸다. 요한은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정권을 넘겨주었듯이 예수를 지목하여 이제부터 이 운동을 이끌어 나갈 사람이라 했다. 물 보듯 빤한 일이었던 요한의 체포가 현실화되자, 예수는 깊게 숨을 들이쉰 후에 마침내 자신의 독립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예수가 말했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다. 준비의 날들은 끝났다. 이제 마침내 우리 하나님께서 왕이 되실 때가 왔다. 예수는 갈릴리 마을을 누비며 지금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있다고 선포했다. 이제 이스라엘의 고난은 끝났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민족을 구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실 것이다. 온 세상의 최저점에서, 마침내 악은 패할 것이며 정의가 승리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당연히 예수를 따랐다. 예수의 말에 기대를 걸었던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예수는 사람들이 듣고자 했던 정의와 희망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수가 전했던 이 메시지의 본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예수는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여러 가지 면에서 이 이야기에 대해 수정을 가하고 있었다. 공의와 평화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방식인 로마 정권에 대항하는 군사 혁명을 통해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공의와 평화는 단순히 하나님께 받은 영감을 기록하고 그 내용을 신봉한다고 오지는 않을 것이다. 옛 선지자들과 세례 요한이 그랬던 것처럼, 예수도 하나님의 왕국이 도래한다면 이는 훨씬 더 혁명적인 사건이 될 것임을 당시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그렇다.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면 세상의 모든 권력 구조가 전복될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나라는 사람들의 예상도 완전히 뒤엎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나라는 어떻게 도래한단 말인가? 예수는 결국 자신이 홀로 인간 경험의 최저점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어떤 방법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하나님께서 악을 멸하실 것이고 그러면 정의와 평화가 다시 잉태될 것이며, 마침내 온 세계가 본향으로 돌아올 것이다.

양날을 가진 이야기

오늘날의 문화에서 이야기는 그저 아이들에게나 걸맞는 것으로 치부되는 반면, 예화도 거의 없고 추상적인 사상이 담겨 있는 글이어야 비로소 그 실제적인 가치를 인정받는다. 따라서 사람들은 예수의 이야기 또한 ‘천국을 비유한 그저 그런 이야기’일 뿐이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이야기에는 보다 강력한 영향력이 있다. 이야기는 세계를 창조한다. 이야기를 조금 다르게 전해 보라. 세상이 바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수가 의도한 바였다.

그렇다면 예수의 이야기 중 ‘탕자의 귀향’ 비유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또 이 이야기에 반영된 현실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이야기는 보통 탕자와도 같은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묘사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왔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이 해석도 옳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1세기에 살던 유대 회중이었다면, 이 이야기 뒤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었을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간절히 듣고 싶어 했다. 말썽꾸러기 어린 아들이 불명예스러운 일로 타국으로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에 예상치 못한 환대를 받았다는 이야기 말이다. 그렇다. 예수는 말한다. 이야기 속에서 맨발로 뛰어나가 탕자 아들을 맞이하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내가 이렇듯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해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는 하나님의 나라를 임하게 하는 중이다. 진정한 귀향을, 진정한 해방을 가져오는 중이다. 너의 형제는 죽었으나 다시 살아났다. 이스라엘은 다시 살아났다.

그렇다면 이야기 속의 큰아들은 누구인가? 큰아들은 예수님의 왕국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상징한다. 이들은 자신만의 왕국을 지키고 싶어 했다. 이들은 엉뚱한 사람들과 하나님의 나라를 축하했던 이상한 예언자 예수를 따르기보다는 개인적이거나 국가적인 혹은 문화적인 권위를 고수하고자 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모든 사람들을, 심지어는 불평했던 사람들까지도 잔치에 초대한다. 이제 이야기는 중요한 질문을 향해 달려간다. 과연 이들이 잔치에 참여하려 했을까?

예수는 이와 유사한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각각의 이야기는 다이너마이트와 같아서 언제나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는 앞뒤로 다니며 사람들의 이성과 마음에 이 폭발물을 장전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새로운 통치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전 세계가 완전히 전복될 것이다. 사실 이것은 그리 고상한 일은 못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따라 살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품위 따위는 바람에 날려 버리고 이 새로운 세상에 참여할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이 질문이 역사를 꿰뚫고 예수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메아리쳐 울려 퍼지고 있다.

산상수훈

예수 당시에 갈릴리 바다 위쪽에 위치한 언덕들은 거룩한 혁명가들의 은신처였다. 근처에는 ‘축복산’이라 부르던 곳이 있는데, 이곳은 예수의 가장 유명한 ‘산상수훈’ 설교가 행해진 유서 깊은 장소이다. 예수는 왜 하필 이곳에 올라 자신을 따르던 무리를 교훈하려 했던 것일까? 이 무리들은 또 왜 예수를 따라 이 언덕까지 올라왔던 것일까? 축복산의 겉모습만 살펴본 사람이라면 산상수훈을 단지 서로를 선대하라는 예수의 교훈쯤으로 여기기 쉽다. 물론 그런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단지 그러한 사실을 배우기 위해 그 먼 산꼭대기까지 올라갈 사람은 없다. 예수가 이 설교를 했을 때, 그는 오늘날로 치자면 정치 집회와 비슷한 모임을 열고 있던 중이었다. 예수는 마치 새로운 운동의 위대한 대의명분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선동하는 사람 같았다. 예수는 매우 분명한 어조로 새로운 이스라엘로 살기 위한, 온 세상을 위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기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군중들을 초대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세상의 빛이자 소금으로 부름을 받았다. 유대의 언덕에 자리 잡은 도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자랑이었다. 예수는 말한다. “나를 따르라. 우리는 이 일을 실현시킬 수 있다! 나를 따르라. 그러면 너희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것이다. 산 위의 도시는 숨길 수 없다. 산 위의 도시는 온 세상에 덕을 끼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

예수가 보기에 당시 이스라엘은 세상의 빛이라는 역할에 전혀 충실하지 못했다. 예수 시대에는 쉽게 흥분하고 열광하는, 혁명가가 될 자질이 다분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들의 방법대로 임할 수 있을까? 이들처럼 하면 세상의 빛이 될 수 있을까? 예수의 답은 명백한 부정이었다. 예수는 사람들에게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하나님의 백성이 되기를 요청하고 도전했다. 예수는 엄숙하게 하나님의 축복을 선포한다. 그런데 그 축복은 엉뚱한 사람들의 몫이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슬퍼하는 사람, 온유한 사람,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자비한 사람, 마음이 깨끗한 사람,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는 사람, 평화를 이루는 사람을 축복한 것이다. 이것은 자극적이고 상식을 뒤엎는 도전이었다.

사실 산상수훈에는 신앙에는 그에 따르는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하나님만이 참 하나님인 것을 믿으며 이러한 사실로 인해 국가적인 혹은 개인적인 우선순위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뢰를 가지고 자신의 몸을 물속에 던지는 법을 배워야 했다. 예수는 한 가지 경고로 설교를 마무리한다. “이를 많은 선택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이것이 유일한 길이다. 이것만이 오직 진정한 이스라엘이 가야 할 깃이며, 하나님의 백성 앞에 제시된 유일한 길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갈릴리 해변에서 메아리쳐 나와 남쪽으로 70마일 떨어진 거룩한 성 예루살렘의 문들에까지 울려 퍼졌다. 예루살렘의 중심에는 하나님의 집, 즉 성전이 위치해 있었고, 이 성전은 시온 산 바위 위에 건축되었으며, 유대인들은 이를 자신의 안녕을 의미하는 큰 상징으로 여겼다. 산 위에서 위대한 설교를 마치면서 예수는 성전이 상징하던 모든 것에 도전했다. 예수는 말한다. “내 말을 듣고 그대로 따르는 자들은 진정으로 지혜로운 사람이 될 것이며, 자신의 집을 반석 위에 세운 사람이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진정한 성전 운동이다. 하나님께서는 예수를 통해 성전이 늘 의미해 왔던 일을 성취하고 계셨다. 이 도전과 함께 엄중한 경고가 뒤따랐다. “내가 제시한 길을 따르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리석은 사람이며,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사람이다. 바람이 불고 폭풍이 불어 닥칠 때에 그 집은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사실 바람은 이미 불었고, 폭풍도 이미 들이닥쳤으며, 집도 이미 무너져 버렸다. 예수 시대의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예수의 도전을 거부했고, 그의 경고를 듣지 않았으며, 군사 혁명에 대한 자신들의 꿈을 계속 좇는 한편, 자신들만이 세상에 존재하는 유일한 빛이 되고자 그 빛을 감추었다. 많은 평범한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지도자를 따르다가 파멸했다. 하나님의 집인 성전 역시 로마인들의 손에 무너졌다. 예수의 경고가 있은 지 불과 40년 뒤의 일이었다.

당신이 이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싶다면 세상에서 하나님을 섬기며, 하나님의 창조물을 보살피고, 공의가 부재한 곳에서 공의를 이루어 가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진실 되고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인류는 계속해서 이러한 사명을 핑계 삼아 세상에 대해 착취를 일삼고 사람들을 억압해 왔다. 만약 우리가 이런 식으로 모래 위에 집을 짓는다면 이 집은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예수의 복음 위에 집을 지을 용기가 있다면 이 집은 세상의 빛이 될 것이다. 예수가 마치 이렇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거기 누구 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이가 있는가?”

우주의 중심

맨 처음 예루살렘에 왔을 때, 나는 몇 번에 걸쳐 성전산에 오르려 했다. 그러나 나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끝이 났다. 한번은 마침 기도를 마치고 나오던 수천 명의 예배자들의 행렬에 발이 묶였기 때문이고, 또 한번은 반군과의 격렬한 접전이 벌어진 후라 그 지역 전체가 봉쇄되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성경의 전통에 따르면 이 산은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을 만나기로 하신 곳이었다. 이곳은 솔로몬이 첫 성전을 건축한 곳이며, 유대 민족의 가장 위대한 승리와 가장 처참한 비극이 집중되어 있던 곳이었다. 이곳은 또한 선지자 모하메드가 승천했다고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두 채의 유대 성전이 이곳에 세워진 이후에도 한두 개의 이교도 성전이 세워졌으며, 모슬렘들이 이곳에 세운 바위돔 사원과 알 아크사 사원은 오늘날까지도 그 모습이 건재하다.

당시 유대의 성전은 예루살렘의 한 부분을 차지하던 큰 건물 정도가 아니었다. 오히려 예루살렘 자체가 도시로 둘러싸인 하나의 성전이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유대인들은 이 성전을 우주의 중심 그 자체라고 믿었다. 그런데 두 번째 성전인, 나귀를 타고 온 한 젊은 유대 선지자가 예루살렘을 뒤엎기 시작했다. 왜 그는 그런 일을 했을까?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북쪽으로 수백 마일 떨어져 있던, 예루살렘 성 정 반대편의 가이사랴 빌립보로 가야 한다. 이곳에는 판 신의 사당이 있었다. 이 사당은 헬몬산 비탈에 위치해 있었는데, 산꼭대기는 늘 눈이 덮여 있었다. 열두 제자들을 데리고 가이사랴 빌립보에 간 예수는 자신의 사역이 어느 정도 진척되었다고 생각하는지 제자들에게 묻는다. “사람들이 나를 누구라 하느냐?“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선지자라고 합니다.“ 그러자 예수가 또 다시 묻는다.“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베드로가 제자들을 대표하여 “당신이 바로 그 왕이십니다. 하나님의 기름 부음을 받은 분입니다. 당신은 우리를 해방시키기 위해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분입니다.”라고 대답하자, 그 순간부터 예수를 중심으로 한 갈릴리 운동은 새로운 초점을 얻게 된다.

유대의 왕들은 대관식을 치르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가야 했다. 그리고 특별히 왕이 되려면 성전을 깨끗이 하거나 재건해야 했다. 성을 모두 부수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예수의 제자들은 아마도 예수님이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혁명 왕이 되리라 생각했던 것이 분명하다. 예수는 그런 식과는 거리가 멀다고 누누이 말해 왔지만 제자들은 예수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다면 예수가 말하던 혁명이란 도대체 무엇이었나? 자신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아서 이들을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으로 만드는 한편, 누구든 이 사역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하는 것이었다. 예수는 자신의 사역을 통해 성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축복을 사람들에게 베풀고 있었다. 예수는 바로 그곳에서, 바로 그 순간에, 말 그대로 사람들의 죄를 사하여 주고 있었다.

당시의 사회 구조 속에서 이러한 행동은 매우 도발적인 것이었다. 예수는 성전이 의미하고 수행했던 모든 일들을 자신이 대신하겠다고 주장했다. 마침내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이 장소는 이미 ‘예수’와 ‘성전’ 두 존재가 공존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공간이 되어버렸다. 예수는 순례자들로 가득 찬 성전 안으로 들어가 성전 전체의 시스템을 마비시킨다. 예수는 돈을 바꿔 주는 자들의 탁자를 뒤집어 엎어버렸고, 번제에 쓰일 동물들을 파는 사람들을 쫓아냈다. 매우 강력하고도 상징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전 전체의 기능을 완전히 정지시켰다. 예수의 행동은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이제 살아계신 하나님의 집으로서의 권리를 상실했다. 이곳은 이제 심판 아래에 있다. 이제 이곳은 헐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무엇으로 이 성전을 대체한단 말인가? 며칠 후에 예수는 또 다른 상징적인 행동을 한다. 열두 제자와 함께 유월절을 기념하며 해방의 식사를 나눈다. 이 식사는 수세기 전에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예수는 이 식사가 상징하던 바에 새로운 방향을 부여한다. 진정한 유월절이, 진정한 해방의 움직임이 곧 벌어질 참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중심에는 예수가 서게 될 것이다. 새 왕국, 새로운 하나님의 통치는 예수 스스로 그리고 오직 홀로 감당해야 하는 어떤 일을 통해 임할 것이다. 예수는 바로 이 폭풍의 눈 속으로, 악이 최악의 악을 행하는 곳으로 들어가야 했으며, 자신을 바쳐 그리고 자신의 생명을 바쳐 마침내 악을 물리칠 수단으로 삼아야 했다. 예수는 유월절 해방의 잔치가 의미해 왔던 일을 친히 자신의 삶과 죽음으로 대신해야 했다. 이미 고대 선지자들이 예언했듯이, 주의 종이 세상 죄를 친히 지고 죽게 될 때에 이스라엘과 세상은 마침내 해방될 것이며,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것이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구원자 하나님의 임재하심이 세상의 중심에 있음을 의미하던 성전의 상징성이, 온 세상의 고통과 슬픔을 짊어지고 이방인들의 손에 무자비한 죽임을 당한 한 젊은 유대인의 죽음으로 집약되었다. 이로써 인간의 죄가 용서함을 받았으며, 진정한 출애굽이 일어났다. 이로써 창조자 하나님의 무모한 사랑이 먼 길을 달려, 온 세상을 품에 안으셨던 것이다. 그 젊은 유대인을 생각해 볼 때, 그가 행했던 기이한 일들을 생각해 볼 때, 그리고 그가 마주한 기이한 운명을 생각해 볼 때, 이 사건들은 우리에게 과연 어떤 의미를 주는가? 그는 그저 꿈을 좇다 현실의 손을 놓아 버린 정신이상자였을까?

반대로, 이곳을 우주의 중심이라 생각했던 고대 유대인들의 믿음이 사실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정말로 예수가 이 세상의 본질적인 비밀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가 정말로 인류의 역사라는 거대한 배의 방향을 바꿀 작은 키를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힘겹게 키를 돌려 인류의 역사라는 배를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던 것은 아닐까?

다시 언덕으로

기독교 최대의 의문은 ‘왜 이 종교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가’이다. 예수를 전후로 약 1백 년 동안만 하더라도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10여 개의 운동이 봉기했다. 이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사람이 바로 갈릴리 사람 유다였다. 예수가 십자가 형을 당한지 정확하게 1백 년 후에는 시몬 바르코시라는 지도자가 또 다른 대규모 혁명운동을 일으켰다. 유대인 선생 중 일부 지도자들은 그를 가리켜 “마침내 메시아가 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역시 다른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당국에 체포되어 사형을 당했다. 유다를 추종하다 낙심한 무리들이 유다의 가족 중 한 사람에게 또다시 희망을 걸었으나 그도 최후를 맞는다. 이처럼 지도자의 죽음은 예외 없이 곧 그 운동의 종말을 의미했다.

그렇다면 원칙은 분명해진다. 당신이 따르던 메시아가 죽임을 당했다는 것은, 당신이 엉뚱한 줄에 서 있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당신은 그 운동을 포기하거나 혹은 그의 가족 중에서 새로운 리더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나사렛 예수의 추종자들은 이 둘 중 어느 것도 시도하지 않았다. 여기에 두 번째 수수께끼가 있다. 유대인들은 위대한 영웅의 무덤을 찾아가 기도하고 애곡하는 관습이 있다. 그러나 예수가 죽은 후 첫 주일 아침을 제외한다면 그 누구도 이와 같은 목적으로 예수의 무덤을 찾았다는 증거가 없다. 사실 사람들은 바로 그날 아침에 상상 외의 놀라운 결과를 목격하게 된다.

여기에 세 번째 수수께끼가 있다. 바로 ‘부활’이라는 단어이다. 대다수의 당시 유대인들은 하나님께서 마침내 온 세상을 변화시키시고 특별히 이스라엘에 공의와 평화를 세우신 후에야 모든 자신의 백성을 일으켜 새로운 생명을 주시리라 믿었다. 이것이 바로 ‘부활’이 의미했던 바이다. 아무도 그 부활이 역사가 계속되는 중에 한 사람의 죽음을 통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왜 예수의 추종자들은 이러한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일까? 왜 그 이야기는 예수가 처형됨으로써 끝이 나지 않은 것일까? 도대체 왜 그들은 예수가 메시아였다고 생각했을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서점의 서가들은 이러한 답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오직 이 한 가지 대답만 했을 것이다. 예수의 사형이 집행되고 3일이 지난 후에, 그는 육신의 몸으로 다시 일어났고, 빈 무덤을 뒤로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 같은 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사람이 죽으면 죽은 채로 잠들어 있을 뿐이며, 이는 과학기술의 시대인 21세기나 1세기의 팔레스타인이나 동일했다. 예수의 추종자들도 처음부터 예수가 다시 살아나리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예수가 죽었을 때에도 예수가 다시 일어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크고 분명한 목소리로 바로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물론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가 다시 일상적인 인간의 삶으로 돌아왔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들은 예수가 죽음을 관통하여 그 반대편으로 죽음을 뚫고 나왔으며, 이제는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믿고 있었다. 예수는 여전히 육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뭔가 변화되었고 뭔가가 달랐다. 그의 육신은 만져졌지만, 또 한편으로는 잠겨 있는 문을 통과할 수도 있었다. 예수의 육신은 먹고 마실 수 있었지만,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져 버릴 수도 있었다.

이러한 진술들을 살펴볼 때 초기의 그리스도인들도 오늘날의 우리들만큼이나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그와 같은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분명했다. 이것은 집단 최면이 아니었다. 슬픔에 따른 환영도 아니었다. 이것은 현실이었다. 이제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가 분명해졌다. 예수가 선포하고 공포했던 하나님의 나라가 정말로 잉태되었던 것이다. 포로생활을 벗어나는 진정한 귀환이 우리가 부활절이라 부르는 바로 그날에 발생했다. 그리고 그들의 소망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법으로 성취되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는 순간, 온 우주를 더럽히고 온 세상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악은 완전히 패배했다.

이제 예수의 제자들에게는 온 세계에 새로운 창조가 시작되었음을 알릴 책임이 있었다. 공의와 평화가 세상에서 그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가능한 까닭은 바로 악의 힘이 완전히 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초기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수의 부활은 그들과 더불어 다른 사람들 모두가 예수를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함을 의미했다. 예수의 부활을 진지하게 인정하지 못한다면, 예수는 완전한 수수께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그는 위대한 스승이자 위대한 지도자, 그리고 기도의 지혜자였지만 결국 고상한 실패자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의 부활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는 역사의 대전환점에 서서 우리를 손짓할 것이다. 예수는 또한 자신에게 나아오는 자들에게 한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이 방향은 예수가 사람들에게 감당시키고자 하는 일들을 가리키고 있다. 바로 예수의 과업을 완성하고, 예수가 악과 죽음을 이기고 승리했다는 소식을 지구 끝까지 전하는 일이다.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우리가 이 소식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아신다.

하나님의 얼굴

지난 20년간 나의 직업은 예수와 관련하여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일이었다. 나의 학문적인 배경을 듣게 되면 사람들은 대게 이런 질문을 한다. “역사가로서 당신은 예수가 하나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정말 좋은 질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즉, 이 질문은 접근 방향이 잘못되어 있다. 역사가인 나는 예수에 대해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예수가 하나님인가라는 등식을 성립시킬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하나님을 충분히 알 수 있을까? “예수가 하나님입니까?”라는 질문을 할 때, 사람들은 하나님이 누구인가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고 전제한다. 그러나 이 질문의 의미는 곧 ‘예수님은 당신이 가진 하나님의 이미지와 부합합니까?’이다. 사실 그리스도인으로서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답은 언제나 다음과 같을 것이다. “인간의 머리로는 하나님이 정확하게 어떤 분인지 알 수 없으나, 예수를 보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세상과 분리되어 멀리 떨어져 있는, 딱딱한 교리로나 정의될 수 있는, 실제적인 인간의 삶과는 거리가 먼 고귀한 존재일 뿐이다. 만약 당신이 이와 같은 신을 가리켜 “예수가 하나님인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지 않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예수와 이러한 모습의 신을 동일시한다는 것은 애초에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왜 우리가 이러한 모습의 신을 믿어야 한단 말인가? 거꾸로 예수가 알고 있던, 예수가 성서 안에서 발견했던 열정적이고 자비로우신 하나님의 모습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하나님이라면 과연 어떠한 모습이었을까?

사실 예수의 하나님은 우주의 창조자가 되실 만큼 광대하실 뿐 아니라, 자신을 찾는 어린 새들까지 돌보실 만큼 다정한 분이시다. 하나님께서는 노예로 전락한 백성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셨다. 하나님은 이사야 선지자가 “여호와께서 그의 거룩한 팔을 나타내셨다”라고 말한 분이시다. 이 구절을 쉬운 말로 풀어 보면 “참 하나님께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친히 팔을 걷어붙이시고 오셨다.”의 의미가 된다.

이제 이 같은 하나님에서 출발하여 “만약 하나님께서 인간이 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셨을까?”라는 질문을 해보자. 나사렛 예수의 삶과, 특별히 그의 죽음은 참 하나님이 인간의 모습이 되었을 때의, 혹은 전통적인 기독교 용어로 하나님이 성육신하셨을 때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분이 바로 인간의 얼굴을 한 하나님이시다. 나사렛 예수의 얼굴을 한 하나님 말이다. 세상의 모든 악과 고통의 짐을 지고 십자가에서 죽은 바로 그 순간에, 예수는 가장 분명한 하나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하나님은 자신의 본질적인 특성에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도 인간이 되신 하나님이다. 참 하나님은 주권적인 사랑의 하나님이다. 참 하나님은 막연한 에너지나 기체와 같은 존재가 아니다. 그분은 인간의 얼굴을 하고 가시관을 쓰셨다.

이 하나님은 피와 살을 가진, 사랑으로 활활 타오르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언제고 인간이 필요로 할 때면 이 사랑을 실제 삶에 부어 주시는 매우 인격적인 분이셨다. 비유로 이야기하고, 치유하고, 환대하고, 평화와 정의의 길을 반대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님의 심판 아래 놓이게 된다고 선포했던 예수의 참 모습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우리는 참 하나님이신 예수님의 나라에 더 가까이 다가가며, 살아 계신 하나님의 얼굴을 보다 잘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기껏해야 예수를 하나님의 계시자이자, 시간을 초월하는 진리를 가르쳤던 스승, 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하도록 우리를 일깨워 준 성인 정도로만 생각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선호하는 대로 쉽게 이런저런 모습의 예수와 하나님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모습의 예수라면 받아들일 만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닳고닳은 술수에 불과하다. 참 예수는 이런 식으로 쉽게 빠져나가도록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은 말하기를 1세기의 유대인들은 ‘성육신’ 같은 개념은 알지도 못했을 것이라 한다. 즉 하나님이 인간이 될 수 있다고 믿었던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의 결론은 예수든 그의 추종자들이든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며, 단지 이러한 생각은 이후에 왜곡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은 옳지 않다. 유대인들에게는 살아계신 창조주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구원하고 해방하며, 그들 가운데 거하기 위해 오시리라는 상징적인 징표가 있었다. 유대인들은 거룩한 메시아가 하나님의 백성 가운데 살며 그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런데 예수는 마치 자신이 바로 그 메시아인 것처럼, 자신이 바로 그 참 율법이자 율법의 제정자이며, 하나님의 백성의 진정한 구심점인 것처럼 행하고 가르쳤다. 그들은 살아있는 하나님께서 초월적인 방식으로 예루살렘 성전에 거한다고 믿었는데, 예수는 마치 자신이 이러한 일을 위해 부름을 받았다는 듯이 행동하고 말했으며, 성전이 의미하고 성전만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했다.

기독교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야기하고, 병든 자를 치유하고, 세상 죄를 짊어지고 십자가에서 죽었으나, 죽음을 물리치고 다시 살아난 한 젊은 유대인에게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기독교는 말한다. “하나님이 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이다.” 따라서 누군가 내게 “예수가 정말 하나님이었나요?”라고 물을 때면 나는 보통 그 질문을 이렇게 바로잡는다. “살아있는 하나님께서 독특하고도 개인적인 방식으로 예수를 통해 나타나셨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추상적인 이론이나 현실과는 동떨어진 교리로 치부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미룰 수는 없다. 중립이란 있을 수 없다. 이 질문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예수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어떤 여행에 자원한 것이 된다. 예수와 그의 삶과 그의 가르침과 그의 죽음, 그의 부활을 탐구함으로써 하나님을 탐구해 나가는 여행 말이다. 이 여행은 개인적일 수도 없고, 자기중심적일 수도 없다. 예수의 얼굴 안에 있는 참 하나님의 용서하시고 치료하시는 사랑을 인정함으로써 시작되는 이 여행은 이 세상에서 치유하시고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함을 의미한다. 사도 바울이 말했듯 ‘하나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를 자신과 화목시키셨다면, 이 하나님의 사랑에 매료된 사람들은 반드시 하나님의 화목하게 하시는 사역에 동참해야 한다.

예수와 하나님에 대한 질문을 탐구할 때마다 우리는 이렇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사람들이 이러한 예수의 영에 사로잡힐 때 오늘날의 세상은 어떤 모습으로 변할까? 아마도 교회는 자신의 일상을 통해 단지 말로만이 아니라 이야기와 상징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위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로 가득 찰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사상 2천 년 전에 실존했던 예수가 오늘날까지도 살아 숨쉬며, 오늘이라는 현실 안에서 역사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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