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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노만 그럽

(2006-08-21 오후 5:26:12, 조회 : 1944)

출판사

두란노

제목

제한받지 않으시는 하나님

/ 채영삼 옮김
/ 2001년 2월 / 246쪽 / 7,000원

▣ 저자  노만 그럽(Norman Grubb)
193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선교 사역에 헌신하면서, 수많은 영혼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했다. WEC를 창설하여 세계 선교역사에 큰 공헌을 한 C. T 스터드의 막내 사위로서 스터드 사후 WEC 본부 사역의 대표로서 WEC의 사역이 세계로 확장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였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C.T 스터드』,『리즈 하월즈』(이상 두란노) 등이 있다.

▣ 역자  채영삼
연세대 철학과, 총신대 신학대학원(M. Div), 칼빈 신학교(Th. M.)에서 수학했고 현재 트리니티 신학교에서 박사 과정 중이다. 역서로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하나님』(두란노)이 있다.

▣ Short Summary
하나님이 궁극적으로 원하시는 우리의 삶은, 단지 우리가 하나님을 중심 또는 하나님을 우선 순위에 두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오직 하나님이 사시는 삶이라는 사실이다. 믿음이란 인간이 이성으로 납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초자연적인 계시와 자연적 이성간의 영원한 분리를 넘어 미지의 영역에 존재하는 하나님을 만나고 그가 우리의 전부가 되는 과정이다. 하나님이 진정으로 원하는 믿음의 삶은 내가 하나님을 따라 사는 삶이 아니라, 하나님이 내 안에서 살아가시는 것을 의미한다. 50년 동안 선교사로 헌신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인생의 말년 자신의 생애를 완전히 뒤바꾼 이 깨달음을 친절하게 우리에게 전해준다.

▣ 차례
1. 하나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2. 이 세상의 악한 일들도 하나님이 하시는 것입니까?
3. 인간은 왜 있습니까?
4. 하나님은 무엇을 가르치시려는 것입니까?
5. 구원이란 무엇입니까?(1)
6. 구원이란 무엇입니까?(2)
7. 믿음이 있다는 것을 무엇으로 확인합니까?
8. 중생 외에 또 다른 은혜의 역사가 필요합니까?(1)
9. 중생 외에 또 다른 은혜의 역사가 필요합니까?(2)
10. 표적, 있어야 됩니까, 없어도 좋습니까?
11. 새사람인데 왜 죄를 짓습니까?
12. 누구의 인생을 사십니까?
13. 신자의 정상적인 생활은 어떤 것입니까?
14. 걸림돌입니까, 기회입니까?
15. 새사람과 율법은 어떤 관계입니까?
16. 새사람 안에 계신 하나님은 어떻게 자신을 나타내십니까?
17. 사랑은 삼위일체 하나님 자신입니다.
18. 믿음이 있지만 사랑이 모자란 이유
19. 어떻게 하나님처럼 사랑할 수 있습니까?
20. 산상수훈을 사는 사람
21. 기도란 무엇입니까?
22. 절정
23. 너의 높은 곳에 다니게 하시리라.

하나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 궁극적 실재

지난 30여 년 동안 내 삶의 근본적인 관심은 줄곧 하나님의 진리 전체가 과연 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이제 내 나이 65세에 이르러, 비로소 문제의 핵심이 잔잔한 표면 위로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것들에 관해서는 극단적으로, 그러니까 성경에서 종종 그렇게 하는 것처럼 절대적인 용어까지 밀고 가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우리 의식에 새겨질 만한 진리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진리는 배를 항구에 머물게 하는 닻처럼 내 영을 든든히 붙잡아 주는 닻이 됩니다. 나는 이런 역할을 하는 근본적인 ‘극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을 찾지 못한 사람은 끊임없이 굶주립니다. 그러나 이 궁극적인 실재를 소유한 사람은 항구에 자기 영혼의 닻을 내렸기 때문에, 때때로 길을 벗어나 방황을 하더라도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 또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압니다.

이 ‘극단’이란, “이 우주에서 무언가 뒤바꿀 만한 능력을 가진 존재는 단 한 분, 인격이신 하나님 자신뿐이다”라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 다소 지나치다는 느낌에 부딪힐 것입니다. 우리 속에서 이와 명백히 대립하는 어떤 생각과 마주치기 때문인데,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도 인격이며 따라서 자신의 의지가 무시된다는 느낌을 받는 까닭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도 의지를 행사하는 인격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순전히 부차적인 의미에서 그렇습니다. 이러한 갈등이 생기는 것은, 타락 이후 인간 자아의 기능에 대한 개념이 완전히 왜곡된 채로 세상을 지배하고 또 세상을 눈멀게 했기 때문입니다. 이 거짓을 파괴하고 진리로 그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인간 자아를 쓰레기통에 내던져 버리는 방법밖에 없으며, 우리가 제대로 된 관점을 회복할 때만이 우리의 자아는 진정한 제자리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런 관점을 갖게 된 것은, 성경이 겉보기에는 수많은 각종 은사들과 은혜들을 가지고 그것을 내어 주시는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유하시는’ 하나님이 아닌 ‘존재하시는’ 하나님 자신(성부, 성자, 성령)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 이후였습니다. 성경은 ‘사랑을 가지신’ 하나님이라고 말하지 않고,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하나님은 빛이시라, 그리스도는 우리의 생명이시라, 그리스도는 우리의 거룩이시라’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속성이라고 부르는 어떤 것들, 하나님이 우리에게 베푸시는 어떤 것들이, 실제로는 우리들 안에서 하나님 자신이 그것 되신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나는 하나님의 종으로서 좀 쓸모 있는 일꾼이 되려고 많은 은사들과 은혜들을 찾아 구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얻은 대답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다. 너에게 줄 ‘무엇’이란 것은 아예 있지도 않다. 이런 것들은 인격이신 하나님의 모든 성품들이며, 온 우주 안에 계신 한 분 인격적인 하나님의 면면이다. 그것들은 실상 그분과 분리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네 스스로 가질 수 없고 너에게 따로 떼어 줄 수 있는 무엇도 아니다.”

이런 결론에 나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선 인간 자아의 위치와 기능에 대한 나의 잘못된 생각부터 뒤흔들어야 했습니다. 나 자신을 하나님의 일꾼으로 치장하기 위해 그분께로부터 얻어 가지려고 했다가 느끼게 된 배타성, 말하자면 절대자의 위엄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감사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습니다. 어쩌면 너무 극단적으로, 또는 전혀 진리가 아닌 것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단번에 그리고 영원히 나 자신의 사고 체계로부터 끌어내야 했던 사실은, 궁극적인 생명은 하나님과 함께 있는 ‘나’이며 또한 나와 함께 계신 ‘하나님’이라는 사실입니다. 아니, 더 극단적으로 말해서 삶이란 단지 하나님의 삶일 뿐입니다. 하나님을 우선 순위에 두는 삶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이 사시는 삶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자신과 사물들은 무엇입니까? 만일 하나님께서 모든 것이 되신다면 이 우주 만물과 사람들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성경에 따르면, 만물은 하나님을 드러내는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이 원래의 목적입니다. 만물은 곧 하나님의 형상입니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말미암았다는 것입니다. 드러남의 차원에서 보면 만물은 하나님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하나님을 어느 한 장소에 가두고 이른바 ‘종교 생활’에 만족하게 됩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종교가 아니라 삶, 우주 존재 전체입니다. 자신의 놀라운 창조 세계, 그 다양함을 통해 하나님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계십니다. 숲길 위로 적당히 흩어져 구르는 낙엽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어떤 예술가가 그런 작품을 그리겠습니까? 색깔들이 서로 어울리는 아름다움을 보십니까? 조화로운 음정들의 화합에서 기쁨을 느끼십니까? 우리는 그런 데서 하나님을 보며 하나님을 듣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모든 물질이 하나의 원자로 환원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그 원자의 기원은 무엇입니까? 과학자들은 인간들이 그 원자의 기원을 결코 알 수 없을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신자들은 그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격이신 하나님입니다. 사도 바울은 2천 년 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가 만물보다 먼저 계시고 만물이 그 안에 함께 섰느니라”(골 1:17). 인간의 이성이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을 믿음으로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모든 세계가 하나님의 말씀으로 지어진 줄을 우리가 아나니”(히 11:3). 그 말씀은 곧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면 이제 눈을 뜨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보든 거기서 여러 모양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계신 하나님을 보십시오.

내가 범신론자가 아니냐구요? 세상에, 하나님이 원자란 말입니까? 원자가 하나님이란 말입니까? 하나님이 빨간 색입니까? 아니면 하나님이 바이올린 소리입니까? 바이올린 소리가 하나님입니까?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인격이십니다. 인격은 어떤 사물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물들은 그분을 나타내는 형태들입니다. “온 땅에 여호와의 영광이 충만함이여!” 그분은 ‘만물을 충만케’ 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에 있든지 사물이 아니라, 만물 안에 거하시는 하나님께 경배드릴 수 있습니다. 기독교는 삶 전체에 대한 설명입니다. 만물을 말씀으로 지으시고 붙드시며 거기서 자신을 보이시는 하나님을 경배하는 삶 말입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하나님입니까? 이제 우리는 원점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사도 바울은 구원받고 또 구원받지 않은 모든 인간에 대하여 아주 대담하게 선언합니다. “우리가 그분을 힘입어 살며 기동하며 있느니라.” 이 얼마나 강력한 선언입니까! 그분이 우리를 만드셨고 우리는 그분의 생명을 얻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은 어느 정도 그분과 분리된 생명을 가지고 살고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사람은 그분 ‘안에’ 있습니다. 우리의 자연적인 생명과 생각과 행동들은 모두 그분의 표현이라는 말입니다. 이 세상의 것이거나 아니면 어디 다른 곳에 있거나 피조된 모든 것들, 그러니까 사탄과 천사들까지 포함해서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 없이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지어진 모든 것들은 영원히 ‘그분 안에’ 있습니다. 그분 자신이 이 모든 존재의 생명을 붙들고 있는 감추어진 능력입니다. 이 모든 존재들의 자아의 배후에는 하나님의 자아가 감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그분께로부터 분리된다는 것은 더 이상 피조물일 수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그러면 이런 질문이 즉각적으로 따라옵니다. 세상에 있는 악도, 악한 사람들도 모두 하나님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까? 이제 우리 인간들에게 하나님의 딜레마로 여겨지는 것과 씨름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 세상의 악한 일들도 하나님이 하시는 것입니까? - 하나님의 딜레마

우리가 인격이라고 말할 때 그것은 자유를 의미하는 자의식(self-consciousness)을 부여받은 존재를 말합니다. 창조주가 인격이시고 그 형상을 따라 지음을 받은 인간 역시 인격입니다. 이것은 같은 형상이라는 점에서 서로 닮은 것이면서 인격적 의지라는 점에서는 아주 딴판이 될 가능성을 애초부터 갖고 있는 것입니다. 자아의 중심에는 그것이 인간의 자아이든 하나님의 자아이든 어떤 갈망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간의 자아는 자신을 기쁘게 하며 자신을 표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즉, 자기를 내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중심으로 삼는 것이 모든 활동의 동기가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가장 근원적인 하나님의 자아는, 성부는 자기 사랑의 대상으로 성자를 낳으셨고, 성자는 성부의 사랑을 받고 또 돌려드리며, 성부와 성자의 성령은 모든 피조물 안에서 그 동일한 사랑을 계속해서 드러냅니다. 우리가 자의식을 가진 자아라고 말할 때 실제로 의미하는 것은, 서로 상반되는 이 둘을 감지할 수 있는 어떤 인격적 주체를 뜻합니다.

영원 전부터 삼위(三位)로 계시면서 서로 완전히 사랑하며 섬기는 존재라는 의미에서 하나님의 중심에는 십자가가 있었고 또한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임을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자아가 내어 주는 형태로 고정되었음을 의미하며 그것이 근원적 자아의 본질임을 증거합니다. 그러므로 그분의 자아 됨에서 나오는 모든 능력들은 자신을 내어 주는 섬김에 쏟아 부어졌습니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그분은 인간 자아가 갖는 모든 열망의 성취점을 보여 주고 계십니다. “그가 자신 속에 두신 그 선한 기쁨을 맛보아 알지어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쁨이 되십니다. 평화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분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즉, 그분의 자아가 우리를 향하여 내어 주는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하나님이 우리의 자아를 내어 놓으라고 하시면 그것은 그분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우리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근원적 자아의 본질이요, 성취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하나님의 인격을 드러낼 수 있는 존재는 사람뿐입니다. 인격이신 한 분 하나님은 인격인 우리 안에 들어와 계시며, 우리는 그분을 인격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중심에 하나님과 동일한 근원적 자아가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두 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얼마나 두렵고 놀랍게 창조되었는가에 대하여 각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자유롭고 사랑스러우며, 또 지적인 존재로서 전 우주에 한 분이신 인격적인 하나님을 담을 수 있도록 지음받은 존재들인 것입니다.

스스로 사랑이신 그분이 신적 자아의 본성을 인격적 자아인 우리 안에서 드러내실 때, 우리는 그분이 존재하는 것처럼 존재하며 그분이 사시는 것처럼 살고 그분이 사랑하시는 것처럼 사랑하면서, 창조된 우리 존재의 본질에서 솟아나는 완전한 만족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기를 사랑하며 자기를 기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유로운 존재임을 안다는 것은 상당히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인격이시며 사랑의 구조를 가진 근원적 자아로서 우리 안에 거하시는 그분을 밀어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엄청난 균열과 고통이 따를 것입니다. 우리는 잘 알 수도 없고 드러나지도 않는 방법으로 자기 중심주의를 좇아가며 창조된 원래 의도를 거절할 뿐 아니라, 자기 만족을 우상으로 섬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비극은 이미 일어났습니다. 성경은 루시퍼의 타락과 아담의 범죄를 기록합니다. 피조된 존재는 영원토록 하나님 안에서 그분을 힘입어 살며 기동하고 있지만, 그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하나님을 정면으로 대항하는 쪽으로 달려갑니다. 자신을 내어 주는 모든 선 대신에 자기 중심주의의 모든 악으로 자신을 내어 주는 일을 아주 자랑스럽고 대담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하나님의 아들들입니다. 심지어는 사탄마저 그런 류로 불렸습니다. 하나님의 진노의 자식들이며 어둠의 자식들이며 사랑과는 정반대의 것을 경험하고 있는 아들들입니다. 그들 안에 있는 하나님의 능력은 거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능력은 그들을 죄악으로 넘기우며 그들의 마음을 돌처럼 굳게 하고 파멸에 합당한 자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제 질문에 대답할 차례입니다. 악을 행하는 자들도 하나님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까? 이 세상의 악한 일들도 하나님이 하시는 것입니까? 이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 다시금 완전한 지혜와 사랑 가운데 거하시는 하나님 그분에게 돌아가 봅시다. 그분은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모든 일을 이루시며, 우리를 그분의 형상에 따라 지음으로써 그 자유를 주셨습니다. 그 자유는 하나님께로부터 허락받은 것입니다. 우리가 피조물인 한, 그런 자유를 가진 인격으로 살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능자 안에 자유가 있고 우리는 그를 힘입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 자유를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이라면 우리는 창조주가 허락하신 영역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우리에게 그분의 반대편에 설 자유도 주셨지만, 동시에 우리는 자유를 주신 하나님의 영역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것은 일종의 모순입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하나님의 계획과 궁극적인 섭리가 인간의 이해를 넘어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창조주 하나님 안에서 피조물에게 요구되는 것은 겸손한 믿음 외에 다른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인간은 자유를 갖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습니다. 또 그렇게 행동합니다. 그러나 궁극적인 의미에서 우리의 자유는 영원 전부터 하나님이 세우신 목적과 능력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분의 영광을 위하여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누가 이런 모순을 소화해 낼 수 있겠습니까? 믿는 사람들뿐입니다!

인간은 왜 있습니까? - 인간의 유일한 기능

에덴 동산의 타락 사건은 매우 치명적인 것이어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의 일그러진 자아를 실현하는 것을 자아의 정당한 기능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런 활동은 진행되면 될수록 우리가 속해 있었던 인간의 원래 위치를 생각나게 만들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비유로 말씀하셨듯이, 포도나무에 붙어 있는 가지의 자리이며, 바울의 비유대로 머리와 연결되어 있는 몸의 위치가 바로 그것입니다. 인류는 수많은 세월 동안 자신이 자율적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거의 정신 착란 증세를 일으킬 만큼 몰두해 왔으나 기독교는 다시 칼로 베듯 선언합니다. ‘활동하는 자아’에 대한 환상은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수용적인 자아’로 돌아가라고 말입니다. 제 위치를 벗어나 다른 지위를 찬탈한 인간 자아에게 기회를 주기 전에 이것을 분명히 해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단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완전히 동의한다면 그때는 그 이상이라고 믿어도 좋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담고 있는 그분을 그저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분과 아주 밀접하게 생명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릇은 그 안에 담긴 물과 하나 되지 못하지만, 주께서 살아 계신 인격이듯 우리도 살아 있는 인격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분을 담을 때 우리는 하나입니다. 우리는 포도나무와 가지처럼 주님과 연합되어 있고, 우리 안에 주님으로부터 흘러오는 수액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습니다. 한편 바울이 들었던 비유는 우리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해줍니다. 우리는 머리에 연결되어 있는 몸입니다. 몸은 전적으로 머리의 명령에 의존하며 머리는 몸이 없이는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에베소서 1장 23절에서는 몸은 머리의 완성이라는 사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능동적인 자아’ 개념으로 한 바퀴 돌아온 셈입니다. 이 자아는 한 번 죽었고 부활했으며 승천하여, 본질적으로 자신을 다른 존재를 담는 그릇으로서 그리고 그 존재에 의해서 살아가는 자로서 영원히 인식하는 자아입니다. 그 존재는 우리를 통해 그의 삶을 살며,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냅니다. 우리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자유롭게 행동하며, 생각하고, 일하고, 웃고, 말하는 등 정상적인 사람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활동들을 하면서 살지만 한 가지 다른 것이 있습니다. 신자는 불신자, 즉 스스로 수용성의 존재임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들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말입니다. “이는 너희가 죽었고 너희 생명이 그리스도와 함께 하나님 안에 감취었음이니라 우리 생명인 그리스도께서...”(골 3:3-4). 우리는 다른 사람들처럼 인격으로서 움직이고 의지를 갖고 행동하지만, 우리의 생명은 그리스도입니다.

그러나 영을 가진 존재로서 지음받은 대로 즉 인격으로서 인격이신 하나님을 담아내고 드러내는 자로 살기를 거절하는 것은 단지 거절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영을 담아내고 드러내기를 시작합니다. 그것은 자기를 중심으로 삼는 사탄적 영이요, 하나님의 원수의 영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그분 안에서 ‘예’가 되지 않고 ‘아니오’가 된 까닭이며, 그의 기쁘신 뜻 가운데가 아니라 그의 진노 가운데, 그의 빛 가운데가 아니라 어둠 가운데, 그의 자비 가운데가 아니라 그의 심판 가운데 처하게 된 까닭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지음받은 원래의 존재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 존재의 법대로 하지 않는 모든 시도들은 다 삐걱거리며 어긋나게 됩니다. 인류는 기어를 잘못 넣은 채 고속으로 달리는 자동차처럼 파열음을 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기어를 넣을 수 있을까요?

하나님은 무엇을 가르치시려는 것입니까? - 빼먹은 수업

루시퍼라는 이름이 뜻하는 바는 바로 ‘빛의 전달자’입니다. 이사야 14장 12-15절과 에스겔 28절 11-17절에 루시퍼는 가장 탁월한 피조물로 언급되고 있는데, 그는 다른 피조물은 할 수 없는 역할 곧 자기 자신의 빛이 아닌 영원한 빛이신 하나님을 드러내는 자로 지음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질적인 비약’을 시도했다가 결국 지옥의 문을 열고 말았습니다. 거기서 그는 주인 노릇을 하게 되었고 지옥의 신으로 행세했으며, 거짓의 아비요 최초의 범죄자요 악의 영이 되었습니다. 루시퍼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역으로 자신이 신이 됨으로써 하나님의 자리를 찬탈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돌이킬 수 없는 ‘추방’을 당했고 하나님 나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한편 우리 자신을 포함한 아담의 타락은 루시퍼의 그것과 질적으로는 같은 자리였지만 양적으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담의 타락에 관한 기사를 보면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담이 두 그루의 아주 특별한 나무, ‘생명나무’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가 서 있는 동산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둘 다 동산 중앙에 있었다는 것으로 볼 때 서로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그 나무들은 다른 나무와 달리 특별한 이름을 달고 있었을까요? 쉽게 말해, 그 나무들은 특정한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각기 두 신을 나타냅니다. 하나는 삼위 하나님이요, 다른 하나는 이 세상의 신입니다.

아담에게 주어졌던 원래의 명령, 그 유일한 명령은 먹는 행위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먹는다는 것은 받아들이는 행위로서 인간 자아의 본질적 기능입니다. 피조된 인간이 받았던 유일한 명령이 바로 먹는 행위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은 매우 놀랍습니다. 이 명령은 부활하신 주님께서 명령하신 “성령을 받으라.”는 것과 동일한 맥락을 갖고 있습니다. 에덴 동산의 사건은 금지의 차원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교육적인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아담에게 뜻하신 것은 “먹어라. 그러면 그것이 인간의 본래 기능, 즉 수용성이라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라는 의미인 것입니다.

물론 이 안에는 또 다른 미묘한 교육적 요소가 숨어 있습니다. 그것은 이 수업이 누군가 밖에서 억지로 떠 먹이는 방식이 아닌 인간 스스로 받아야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저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는 요구는 아담에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음을 의미합니다. 아담이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는, 즉 유혹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제한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숨겨진 교훈이 있습니다. 인간은 수용적 피조물로서 그리스도의 영이 아닌 다른 영의 소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자기가 순종하는 자의 종으로 살게 되어 있지 스스로 주인이 되어 사는 법은 없습니다. “너희 자신을 종으로 드려 누구에게 순종하든지 그 순종함을 받는 자의 종이 되는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롬 6:16).

생명나무 열매에는 옳은 일을 하고 잘못된 것을 거절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이 나무가 그리스도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담은 이 나무에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아담은 인간이 근본적으로 무력한 존재라는 사실에 직면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죄의 유혹은 스스로의 저항이 아닌, 오직 진리의 성령에 속한 바 되고 함께 연합됨으로써만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아담은 인간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수업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덜미가 잡힌 채 늪에 빠져들어 갔습니다. 이후 인간이 담고 나타내는 영은 자기 만족의 영이며, 자기 중심적인 영이며 미혹의 영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무력함을 발견하기 위해 인간이 기나긴 여정을 떠나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누구에게 연합되어 있습니까? “이는 너희 안에 계신 이가 세상에 있는 이보다 크심이라”(요일 4:6). 여기서 ‘세상에 있는 이’란 사탄의 영입니다. 에베소서 2장에서는 이를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서 역사하는 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 신이 믿지 아니하는 자들의 마음을 혼미케 하여”(고후 4:4) 죄로 빠지게 합니다. 그러므로 죄란 무엇입니까? 마치 거룩과 사랑이 인간의 인격적 성품과 활동을 통해 자신을 나타내는 성령님인 것처럼, 죄란 동일한 인격을 통해 자기를 드러내는 다른 영, 즉 적그리스도입니다. 만약 우리 조상 아담이 그 유혹을 거절할 수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면, 그러한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입니다. 그가 할 수 있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유혹에 대처하는 길은 우리 스스로 그것에 대항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에 계신 그분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배우기 전까지는 우리는 늘 넘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우리가 꼭 밟아야 하는 교육 과정, 즉 고난 가운데로 우리를 밀어 넣으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아들조차도 “받으신 고난으로(유혹들로) 순종함을(성자 안에서 행하고 계신 하나님을 인정하기를) 배워야 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앞서 나는 아담의 타락이 질적으로는 루시퍼의 타락과 같지만 양적으로는 다르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루시퍼의 타락은 총체적이고, 독단적이고, 절대적인 것이었으며, 돌이킬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아담의 타락은 다른 존재의 유혹을 통해서였습니다. 물론 아담에게도 책임이 있었고 유죄이나 그는 하나님을 대적하려 했다기보다, 육의 유혹에 끌렸던 것입니다. 그는 사탄의 아들이 되기로 자원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유괴당한 어린아이 쪽에 더 가깝습니다. 실제로 성경은 우리를 부를 때 악한 자의 아들들(sons)이 아니라, 아이들(children)이라고 말합니다. 사탄이 선을 악으로만 알고 있다면, 아담은 선과 악을 알았습니다. 아담은 도덕심과 양심, 그리고 ‘심비에 새겨진 율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각인된 것이기 때문에 사탄에 의해서도 지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아담이 타락한 직후에도 그를 만나시며 더불어 말씀하실 수 있었습니다. 아담은 여전히 구원받을 수 있는 존재였습니다. 아니 그 이상이었습니다.

구원이란 무엇입니까?(1) - 하나님의 딜레마

하나님께는 풀어야 할 숙제가 두 개 있었습니다. 하나는 그분 자신의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우리들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문제는 법이 깨졌다는 것입니다. 깨어진 법은 불가피한 결과를 수반합니다. 법이란 사물이 마땅히 되어야 하는 방식을 정의할 때 쓰는 단어인데 이 법은 깨뜨리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우리의 폐의 법은 공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신이 숨을 안 쉬면 고통이 따릅니다. 그렇다면 전 우주의 법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사랑입니다. 왜냐고요?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내어 주는 하나님의 사랑이 아닌 모든 것은 다 깨어진 법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 그리스도가 사시지 않는다면 우리의 모든 자연적 생명은 깨어진 법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만이 자신을 내어 주는 사랑이시며,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이 깨어진 법이 가져오는 결과를 성경은 아주 단순한 용어로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하나님의 임재로부터 영원히 소멸되는 것입니다. 거기는 바깥 어둠 속이며 슬피 울며 이를 가는 곳입니다. 분노와 저주, 고통과 괴로움이 있는 곳, 벌레들도 죽지 않으며 뜨거운 불길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못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어떤 방식으로 그러한 형벌에서 우리를 구원하실 수 있습니까? 창세기 첫 장부터 요한계시록 마지막 장까지 성경 전체의 계시는 한 가지 분명한 대답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속적 희생이 “장차 올 진노로부터 구원받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죄를 위한 화목 제물”로 하나님이 보내신 그분의 어린 양 곧 그 아들이 드린 희생 제사였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세상과 화해하신” 분은 바로 하나님 자신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수천 년에 걸쳐 성경의 계시에 의하여 입증되어 왔지만, 자연 철학과는 영원히 모순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피로 의롭다 함을 얻었다는 것을 인간 이성이 어떻게 알아듣겠으며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그리스도께서 육체로 오신 것, 곧 성육신하셨으며 육체로 부활하셨고 부활하신 그대로 다시 오시리라는 것을 인간 이성이 무슨 수로 알 수 있겠습니까? 인간의 이성이 고귀하다고는 하지만, 그것 또한 자기 만족을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눈먼 자아는 자신의 힘으로는 결코 하나님을 알 수 없고, 알지도 못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진리는 이 세상 것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계시에 의해서만 드러나기 때문에 믿음을 통해서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범죄하기 전부터, 아니 사람이 창조되기 전부터 계획하고 준비하셨던 그 일, 단번에 행하신 그 행위로 인해서 소위 하나님의 문제는 전부 해결되었습니다. 우리가 받아야 할 저주를 그분께서 대신 받으심으로 죄의 대가가 지불되었을 뿐 아니라, 죄의식의 실제적 근거 또한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용서가 전 우주적이고 보편적인 패턴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용서하시는 하나님 자신이 그분의 피로 용서를 가능하게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 나은 상태, 곧 바울의 표현과 같이 의롭다 하심을 얻게 하셨습니다. 그것은 정죄받은 죄인이 마치 흠도 없고 티도 없는, 한 번도 죄를 짓지 않은 사람으로 판결을 받고 법정에서 풀려 나오는 것과 같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구원이란 무엇입니까?(2) - 인간의 숙제가 풀리다

그러나 두 번째 문제인 인간의 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의롭다 함을 얻었다는 것은 죄의 결과로부터 깨끗함을 받았다는 것이지, 죄의 근원까지 제거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죄악의 열매뿐 아니라, 그 뿌리까지도 없애 버려야 합니다. 이 모든 문제와 파멸의 원인이 우리 안에 거하는 미혹의 영이라면, 그것이 영원히 쫓겨날 때 즉, 이 거짓 영과 인간의 연합이 파괴될 때 우리의 구원은 비로소 완성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두 가지 서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우리 때문에 죽으신 그리스도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우리가 강조점을 두어야 할 것은 ‘그리스도와 함께 한 나’입니다. 이것은 동전의 양면 중 다른 한 면을 살피는 것과 같습니다. 구세주께서 2000년 전에 우리를 위해 죽으셨다는 역사적 사실은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20세기를 살아가는 내가 어떻게 2000년 전의 현장 속으로 들어가며, 또한 그것이 매일 나의 삶에 어떤 혁명적인 영향을 주는지를 생생하게 이해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해한다고 해서 끝나는 문제도 아닙니다. 이해하는 것은 이중으로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하나의 열쇠에 불과합니다. 또 하나의 열쇠는 바로 믿음입니다.

믿음이란 인간의 이성으로 납득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믿음이란, 우리의 자연적 이성으로는 보이지 않는 그분께 우리의 전 존재를 의탁하는 내적 결단과 외적 행위를 일컫습니다. 이러한 믿음으로 초자연적인 계시와 자연적 이성간의 영원한 분리를 뛰어 넘게 되면, 우리는 그곳에서 내밀하게 계시는 그리스도를 만나게 됩니다. 그런 내밀한 만남이 있게 되면, 즉 십자가의 다른 측면에 기록된 진리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 진리를 이해한다거나 말하는 것이 더 이상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거기서 우리는 그분과 함께 있는 자신을 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아담인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께서 첫 번째 아담 대신 보내신 자입니다. 따라서 그로 말미암아 난 모든 사람들은 하나님이 거하시는 처소가 되며, 하나님을 나타내는 존재가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하나님이 새로운 인류를 창조하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시고, 옛사람을 재창조하여 새사람으로 만드신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구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일을 위해 마지막 아담은 사람들 가운데 사람으로 오셔야 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죄를 알지도 못하신 자”를 우리를 대신하여 “죄를 삼으신 것”입니다. “그의 죽으심은 죄에 대하여 단번에 죽으심이요.”라는 말씀이 어떤 차원에서 언급되고 있는지를 보십시오. 예수께서 죄 있는 자가 되셔서(죄의 영을 가지신 바 되어서) 죽으셨을 때, 그분의 육체는 그 죄의 영과 영원히 분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죽은 육체는 예수만이 아니었음을 기억하십시오. 그 순간, 믿는 우리 모두에게서 악한 영이 떨어져 나간 것입니다.

주님은 죽음으로부터 부활하사 새로운 인간성을 갖고 태어나신 첫 열매가 되셨습니다. “영으로는 살리심을 입었으니” 하나님의 영, 곧 그분 자신의 영이 우리를 대표한 주님과 연합된 것입니다. 우리 모든 믿는 자들도 바로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주님 안에서 옛 연합이 영원히 깨뜨려졌고, 이제 새로운 연합이 옛 연합을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비로소 원래 거하시려던 처소로 들어오신 것입니다. 이것이 온전한 구원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상징하는 성찬 예식을 행할 때마다 우리는 이 온전한 구원의 깊이를 마주 대합니다. 그 피로 인해 우리는 의롭다 함을 얻었으며 지속적으로 깨끗해져 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자유케 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곧 피의 능력입니다.

그러면 살은 무엇입니까? 새 살입니다. 옛 영과 연합했던 육체가 아닌 새로운 육체입니다. 하나님의 성령과 연합된 새 인류로서 예수의 몸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아주 의미 있는 표현을 하게 됩니다. 피와 몸, 바울은 이 두 가지를 서로 구분해서 각기 다른 측면을 가리키는 상징으로 사용합니다. 우선 바울은 우리들이 ‘한 몸’이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죽으실 때 그분 안에 있었고, 부활하실 때도 그분 안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우리가 ‘한 피’를 나누어 가졌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피는 오직 그리스도 자신만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있다는 것을 무엇으로 확인합니까? - 믿음을 얻는 방법

지금부터는 이미 진리로 받아들여진 것들을 어떻게 경험하고 누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다루겠습니다. 우리의 경험 너머에 있는 것들을 어떻게 경험할 수 있습니까? 우리의 이성을 초월한 일들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믿기지 않고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오해 마십시오. 우리가 자주 넘어지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결코 메울 수 없는 틈이 존재한다고 선언하십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이 사실을 부인하지요. 즉 눈에 보이는 모든 틈은 인간의 노력으로 메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주장이 고대 그리스 철학의 출발점이 되었고, 자유주의 신학의 원동력이 되었으며, 윤리학을 비롯하여 모든 종교들이 추구하는 목표가 되었습니다. 물론 기독교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죄가 우리 자신과 하나님 사이에 메울 수 없는 틈을 만들어 놓고 있음을 보십시오! 그것은 무엇입니까?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서부터 인간 역사 안으로 들어오시며, 영원하신 분께서 시간 안으로 들어오시며, 보이지 않으시고 알 수 없는 분께서 사람의 몸을 입고 오시며, 절대적 존재가 상대적 세계 안으로 들어오신 일, 창조주께서 피조물의 형태로 오신 사건이 어떻게 이해되며 설명될 수 있습니까? 이것은 모순의 한계조차 뛰어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믿음이란 우리의 내면 속으로 관통해 들어온 것을 의미합니다. 또 믿음은 단지 일반적인 진리만이 아니라, 바로 ‘나의’ 믿음이어야 합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단순한 복음이 아니라 ‘나에게’ 기쁜 소식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실상, 자기 합리화, 자신과 하나님으로부터 죄를 숨기기 위해 은신처를 찾아 애쓰던 일, 유행이나 감각적인 것에서 만족을 구했던 것, 인간의 윤리와 종교와 철학 그리고 자기 중심적 자아가 실제로 삶을 살고자 할 때 결국 산산이 부서지고야 마는 이상주의 등을 추구했던 것, 혹은 하나님과의 교제를 가장하여 꾸민 일 등, 이 모든 것들이 성령님과의 교통 가운데 들어오면 일대 혼란을 일으키게 되고, 마침내 그 동안 자신이 헛된 것을 좇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며. 말씀과 씨름하다가 결국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때가 옵니다. 하나님이 그 말씀을 우리 안에 두시기 때문입니다. 믿음이란 그 자체가 내 안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온 것입니다. 그분이 성경을 통해 계시하신 것, 특히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것은 진리라고 믿는 것입니다.

47년 전 내게도 이런 믿음이 찾아왔고 나는 나의 모든 것을 그 믿음에 거는 결단을 해야 했습니다. 그때 내게는 두 가지 분명한 확신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내가 100%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라는 것과, 정반대로 하나님은 100% 자신을 내어 주시는 분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분은 그 아들의 인격을 통해 자신을 내게 주사 나로 그의 형상을 닮게 하시는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나는 이 결정적인 사실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피조물을 섬기고 심지어 원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내어 주기까지 사랑하신 하나님을 나는 영원토록 따르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런 분께서 나의 이기적인 자아 안에 거하시며 나의 생명이 아니라 그분 자신의 생명을 나타내신다는 사실 앞에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습니다. 그 고백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불신은 믿음과 마찬가지로 의지의 행위입니다. 반면 의심은 의지의 행위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영역 밖에 있는 것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를 결정하기까지 우리가 취하게 되는 유일한 태도를 말합니다. 불확실성, 즉 의심은 무엇인가를 결정하도록 자극하며,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입니다. 의심이 믿음의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그 순간입니다. 임마누엘 칸트는 그의 책 <순수 이성 비판>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직관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사물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가 대상이라 부르는 것들은 단지 우리의 감각으로 표현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감각과 사물간의 진정한 상호 관계는 표현된 것을 가지고는 확인할 길이 없으며, 또 그럴 수도 없다. 우리가 직관한 사물은 우리가 직관적으로 표현한 것과 동일하지 않다. 사물 그 자체의 본질을 무엇이라 생각하든, 우리 감각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알려질 수 없다.”

그러므로 인간은 사물 그 자체에 대한 완전한 지식에 근거해서 행동하기보다는, 넓은 의미에서 믿음으로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아무리 작은 행동일지라도 그것은 의심을 딛고 선 믿음입니다. 그러므로 행위란 어떤 차원에서든지 불확실성을 딛고 감행하는 믿음에서 나옵니다.

그렇다면 믿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고자 할 때는 어떻습니까? 이 믿음은 우리의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이 믿음은 주님이 말씀을 통해 주시는 내적 확신 외에는 그 어떤 증거도 보여 주지 않습니다. 오직 이 믿음으로만 우리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 보이지 않고 알 수 없고 불가능해 보이던 영역으로 들어갑니다. 주님이 친히 그 다리가 되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인간 편에서 보면 이 강은 여전히 건널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또 건너편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므로 믿음은 그 믿음에 대한 한 개인의 반응에 기초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깨닫지 못한다면, 당신은 여전히 강 이편 즉 인간 편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즉 당신이 진정으로 믿는 것은 당신을 강 저편으로 인도하시는 그분이 아니라 바로 당신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건널 수 없는 강을 앞에 두고 인간은 자기 편에서 안심할 수 있는 증거들과 경험들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그 강 건너편에는 인간이 영원히 알 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하나님이 계십니다. 그리고 믿음이란 바로 건너편에 계신 하나님께 모든 것을 거는 행위입니다. 즉, 인간 편에서는 아무것도 할 것이 남아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직접 담당하시는 신앙 교육은 어떤 면에서 우리로 하여금 견디기 힘든 과정을 통과할 것을 요구합니다. 더 이상 하나님이 느껴지지 않고, 성경을 읽어도 별 감동이 없으며, 기도는 희미해지고, 가슴은 냉랭하고, 열매는 전혀 맺히지 않는 그런 시간들을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때가 우리의 영적 건강을 위해 가장 좋은 기간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기간은 우리가 다음과 같은 한 가지 교훈을 다 배울 때까지 계속됩니다:

“믿음은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 속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계신 그분 자신을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믿음이란 이런 사실 앞에서 긴장을 풀고 편하게 쉬는 것 외에 그 무엇도 아니다. 그분에 대한 나의 느낌이나 지식 또는 경험으로 구성되는 나의 믿음과 하나님의 믿음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우리가 이 믿음을 배우게 되면 어둠 속에서도 빛 가운에 거하는 것처럼, 또한 가뭄의 때에도 결실의 계절을 사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고도 침착하게 걸어가게 됩니다. 이 믿음은 내가 붙들고 있는 믿음, 나에 의해서 좌우되는 믿음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장하시는 믿음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이 세상의 모든 비바람에 조금도 요동되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서 무미 건조함과 신선함, 희미함과 밝음, 뜨거움과 냉랭함과 같은 것도 확정된 믿음 앞에서는 그저 심리적이거나 있다가 사라지는 허상 같은 것일 뿐입니다.

재차 말하지만, 우리는 무엇을 해내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받는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지적이고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한 가지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 자신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입니다. 못하는 것을 못한다고 인정하면 됩니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만일 우리가 뜯어고치기 어려운 습관이나 관계 혹은 어떤 성격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십시오. 우리가 우리 영역 밖에 있는 것을 솔직하게 고백하면, 이제 그것은 ‘그분의 영역’으로 넘어갑니다. 우리는 단순하고도 담대하게, 은혜로 말미암아 그분이 우리 안에서 그분 자신이 되심을 확인하며, 주님께서 변화가 필요한 부분들을 친히 변화시켜 주실 것이라는 사실을 믿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 눈에 보이거나 느껴지는 것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믿음은 우리의 반응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분 안에 그리고 그분의 말씀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느낌이나 증거를 가지고 성도를 미혹하는 것은 옛 뱀의 오래 된 장난이요, 술책입니다. 증거는 살아 있는 믿음이 내뿜는 필연적인 부산물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증거는 그것을 추구함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믿음 안에 있음으로만 경험할 수 있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계시다는 것을 믿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인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믿음으로 그분을 확인하는 일에 온전히 정복당하십시오. 노새처럼 무거운 짐에 눌리며 갈대처럼 나약해지고 폭풍 속에서 모든 길이 막히더라도 그분이 계신 증거가 아니라 단지 그분만을 확인하십시오. 그분을 믿는 채로 그냥 계십시오. 그런 상황을 언제 바꿀지는 그분이 하실 일입니다. 나는 그 어떤 내적 증거도 없이 오직 믿음만으로 살다가 잠든 하나님의 성도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그분을 소유하고 있으면 우리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분이 모든 것 되심을 경험하고 있고, 또한 장래에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새사람 안에 계신 하나님은 어떻게 자신을 나타내십니까? - 성령과 연합한 인간의 영

히브리서 기자는 ‘하나님의 백성의 안식’이란 자신의 일을 멈추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물론 아무 행위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단지 우리 자신의 노력으로 무엇을 해내는 고단함에서 해방된다는 의미입니다. 마음이 겸손하고 온유하신 주님은 인간의 무익함을 아셨기에 아버지의 완전함 가운데 거하실 수 있었으며, 긴장된 시간에 자신의 방법으로 상황을 몰아치는 대신 아버지에게 피하는 방법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주님은 이제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마음이 무거운 자들아 내게로 와 쉼을 얻으라. 내 멍에는 쉽고 내 짐은 가벼움이라.”

선교사로 헌신한 지 30년만에 하나님께서 이 의미를 내게 알려 주셨습니다. 그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주의하여라. 네 멍에가 메고 가기 고되고 네 짐이 무겁다면 너는 노선에서 벗어난 것이다. 어서 제자리로 돌아가거라.” 그 후 이것은 내 사역에서 아주 훌륭한 잣대가 되어 주었습니다.

더 나아가 히브리서 기자는 안식의 경험을 영과 혼을 구별하는 능력과 연결시킵니다. 내 경험으로 보아도, 수많은 하나님의 사람들이 이 구별법을 배우지 못해 대단히 혼돈하고 좌절했으며 잘못된 정죄감에 눌려야 했습니다. 현대 심리학은 인간 인성의 하부 개념이 무엇인지 탐구하여 특별한 용어, 예컨대 무의식(subconscious), 원아(id), 초자아(super ego) 등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미 수세기 전에 인성에 대해 그 어느 것보다 탁월한 정의와 분석을 내리셨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세 부분, 즉 영과 혼과 몸으로 되어 있으며 이 순서대로 중요합니다. 히브리서 본문은 영과 혼의 구분이 매우 미묘함을 강조합니다. 이것을 강조하기 위해 ‘관절과 골수’라는 비유를 사용하는데, 영과 혼의 관계처럼 관절은 몸의 뼈 구조가 움직이도록 유연성을 주며, 골수는 뼈의 생명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이, 즉 성령의 날카로운 검만이 인간의 의식을 깊이 쪼개어 둘을 예리하게 구분해 내고 각각의 역할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는 양자의 적절한 기능을 혼동하지 않고 알 수 있으며, 인간의 인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영을 진정한 자아, 에고로 분명히 인식하는 것입니다. 혼과 몸은 옷처럼 영을 표현해 내는 겉모습입니다. “하나님은 영이시니”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은 모든 존재들의 근원적인 자아로 ‘스스로 계신 분’이며 그분의 자아는 영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하나님은 ‘아버지의 영’이십니다. 모든 인간 자아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았고, 인간의 영으로 우리 속에 계신 하나님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은 가장 본질적인 의미에서 자아입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나’라고 부를 수 있는 부분은 나의 ‘영’뿐입니다. 성경은 우리들이 다른 사람을 안다고 할 때 이 영을 가리킨다고 말합니다. “사람의 사정을 사람의 속에 있는 영 외에는 누가 알리요 이와 같이 하나님의 사정도 하나님의 영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하느니라”(고전 2:11). ‘나 자신’에서 ‘나’는 영이며, 내 안에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에고로서, 내 자신과 내 나머지 부분(혼과 몸)을 아는 주체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운명하실 때 그분의 영(진정한 자아)을 아버지의 손에 부탁하셨습니다. 육체의 부활을 기다리는 성도들도 ‘온전케 된 자들의 영’으로 묘사됩니다. 진정한 자아는 영이기 때문입니다.

자아, 즉 사람의 영은 세 가지 주요한 기능이 있습니다. 즉 마음과 정신과 의지입니다. 성경에서 자주 사용되는 ‘마음(heart)'이라는 단어는 심장(heart)이 인체의 중심부에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한 비유적 표현인 한편, 사랑이 중심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사랑이신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받은 인간의 중심에도 사랑이 있습니다. 사랑이 에고의 근원입니다.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라”(잠 4:23). 따라서 인간의 영은 사랑입니다. 타락하여 악한 자에게 연합한 이후 자기 중심의 사랑이 되었지만, 은혜로 그리스도에게 연합되면 자신을 내어 주는 하나님의 사랑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영의 두 번째 기능인 ‘정신(mind)'은 사물을 이해하는 기준입니다. 사랑이 뭔가에 대해 느끼는 기능인 것처럼, 정신도 사물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느낄 수 있는 수단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정신을 가졌느니라.” 그래서 그리스도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영생은 곧 유일하신 참 하나님과 그의 보내신 자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니이다”(요 17:3). 개념(idea)은 혼의 영역에 속하지만 지식은 영에 속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에 대해 듣고 그에 대해 개념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혼에 속한 것으로 영에 속한 그분을 아는 것과는 다릅니다. 인간의 영은 지식의 주체입니다. 거룩한 성령이 은혜로 인간의 영에 연합할 때 우리는 그분의 지식을 나누어 가질 수 있습니다.

영의 세 번째 기능은 ‘의지(will)'입니다. 이 부분은 마음(사랑)과 정신(지식)의 지시를 따라 선택하는 곳입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인간의 영(에고)은 행동으로 이동해, 혼과 몸을 통해 자신을 표출합니다. 의지는 우리 운명의 결정자입니다. 만일 그 선택이 하나님께 합당한 것이면(대개 성령의 강권하심에 따른 것이지만) 성령은 우리 영을 다스려 선하고 온전하고 만족할 만한 그분의 의지를 우리 안에서 그분의 선한 기쁨을 위해 드러내십니다. 영의 의지는 혼과 몸의 작용으로 나타나고 의지의 작용이 행위에 동기를 부여하지만, 하나님의 의지는 우리의 의지를 통해 나타납니다.

여기 인간의 영, 인간의 에고가 있습니다. 그것은 곧 마음, 정신, 의지로 이루어지며 사랑, 하나님을 아는 지식, 선택의 주체입니다.

그러면 혼은 영과 어떻게 다릅니까? 이것은 매우 중요한 논지입니다. 혼은 우리 안에 보이지 않는 영이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보이지 않는 영이신 하나님은 그 아들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리스도는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이요 ‘그 영광의 광채’이십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이 관계는 혼과 영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혼은 사랑의 주체인 마음이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따뜻함과 차가움, 기쁨과 불쾌감 같은 느낌들을 표현하게 하는 ‘감정’입니다. 또한 혼은 지식의 주체인 정신이 자기의 지식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하는 어떤 추론적 기능, 즉 ‘이성’입니다.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예비하되”(벧전 3:15). 혼이 있어 영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혼과 영의 속성에 대한 명확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상당히 곤란을 겪게 될 것입니다. 혼은 우리 자신과 세상 사이를 잇는 매개체이기 때문입니다. 혼은 영이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세상이 영에게 반응하는 것을 전달하는 통로도 되기 때문입니다. 감정과 이성은 우리 영뿐만 아니라 우리 밖에 있는 세상에도 활짝 열려 있습니다. 우리의 감정이 그렇게도 다양할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이것을 좋아하고 저것은 싫어하며 물건이든 사람이든 끌리거나 거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한 순간에 한껏 부풀 수도 있고 어느새 푹 꺼질 수도 있습니다. 어느 때는 지루하다가 활기를 띠기도 합니다. 담대하다가도 두려워 떨고 동정을 갖다가도 무관심해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혼과 영을 혼동하면 너무나 쉽게 자기 정죄에 빠질 수 있습니다. 왜 그렇게도 내 감정은 변화무쌍한가? 왜 나는 하나님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고 메마르며 냉랭한 것인가? 무엇이 잘못됐길래 내게 싫은 사람이 생기고 참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인가?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공연히 자신을 들볶는 것입니다. 혼은 변화무쌍하고 영은 변함이 없습니다. 내 영이 성령과 연합되면 나는 변함없으신 그리스도와 함께 거하여 나 역시 믿음으로 변하지 않게 됩니다. 나는 혼의 감정이 아닙니다. 나는 영입니다. 만일 우리에게 민감한 혼이 없으면 우리는 그만큼 사람들 사이에 있는 교감에 둔해져 인간적이지 못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들과 영향을 주고받지만 그 지배를 받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이들을 분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혼이 느끼는 감정들에는 허상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 현상들을 그저 느끼도록 방치하게 되면 자신이 영적으로 냉랭하고 죽었고 무감각하며 메마르고 딱딱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무언가 내적인 부흥이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천만에!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혼이 주는 느낌들에 속지 않는 것뿐입니다. 우리 속에 있는 생수의 샘은 쉼 없이 샘솟고 있습니다. 우리 영을 위한 생명의 떡은 곰팡이 나지 않았으며 우리 속에 타오르는 성령의 불은 중생 때 우리에게 내려온 이래 사그라든 적이 없습니다. 부흥은 이미, 그리고 항상 우리 안에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항상 우리 안에 계신 그리스도, 우리의 진정한 자아이신 그분이 변함없는 생명이라는 사실을 믿으며 살아가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부흥에 대한 주장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우리가 제대로 이해하기만 한다면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혼의 반응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은 “내 영(혼)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으니”(마 26:38)라고 하셨으며 겟세마네에서는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39절)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도 어떤 거스르는 의지를 느끼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분이 잘못된 것입니까? 주님은 영과 혼의 차이를 알고 계셨습니다. 인간의 혼을 가지신 주님은 사람의 죄를 담당하기 위해 사람이 느끼는 바를 느끼실 수 있었고 실제로 그러셨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분의 진정한 자아가 아님도 알고 계셨습니다. 주님의 진정한 의지는 그분의 영 안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의 의지였습니다. 주님이 영적 의지와 다른 혼의 의지를 느낀 것은 사단의 공격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공격도 단 3시간 정도의 피나는 땀의 기도로 부서져, 주님의 영적 의지 곧 주님 안에 계신 하나님 아버지의 의지가 그분의 혼을 다스려 마침내 당당한 왕으로서 갈보리 언덕을 향해 걸어가실 수 있었습니다.

신자들은 자주 이 부분에서 혼돈을 겪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진정한 의지는 우리의 영이 있는 곳에 있습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로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빌 2:13). 소원을 두는 주체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자아를 스스로 포기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믿음으로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이 그분의 의지대로 소원을 두실 것과 당신을 이끄실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최근 나는 남편을 잃은 충격으로 크게 상심하고 있는 자매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주님을 사랑했고 또 섬겼지만 주님이 자신에게 행하신 일을 받아들일 수 없어 대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합니다. 나는 혼과 영의 차이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녀가 느낀 상심과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했습니다. 또 이것들이 그녀 안에 있는 진정한 자아가 아니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하나님께 자기 감정을 정직하게 털어놓고, 이런 감정들을 누르며 주님의 방법이 언제나 완전하시다는 것을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분명해졌던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영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연합된 하나의 인격체입니다. 그러나 혼의 상태로는 우리 모두 다르고, 또 그렇게 지음 받았습니다. 이 혼의 구원도 필수적인 것입니다. 우리 혼의 무한한 다양성을 통해 그리스도의 영광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우리들 각자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영광의 풍성을 각기 다른 면에서 드러냅니다. 이 다양성이란 대립이 없는, 단지 차이일 뿐입니다. 맞지 않는 색깔들이 펼쳐진 것을 보며 우리는 색깔이 맞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다양한 색깔이 조화될 때 놀라운 스펙트럼의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마음에 들지만 맘에 안 드는 사람도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을 정죄하게 됩니다. 왜 저 사람이 좋아지지 않을까 고민합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은 혼의 반응인 반면 사랑하는 것은 영의 반응입니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사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그 사람을 하나님은 내 안에서 나를 통하여 사랑하십니다. 이것들 받아들이게 될 때 혼에서 영의 자리로 정죄감 없이 돌아오는 것입니다.

혼의 감정을 통해서 사랑이 표현되는 것처럼 혼의 이성을 통해 지식이 드러납니다. 감정이 그런 것처럼 이성도 다양합니다. 우리는 혼의 이성적인 기능을 사용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설명도 받아들입니다. 나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알 수 없습니다. 그것은 당신의 영 안에서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입니다. 즉 영은 직접적으로 당신의 영에 다가갈 수 없습니다. 당신이 아는 것은 당신 자신의 것이며 당신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것을 나누어 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알고 있는 바를 나에게 설명해 주고 내가 당신에게 의논할 수 있다면, 나 역시 그것을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나의 이성적 기능은 내 혼 안에서 모든 종류의 의문들에 대해 열려 있습니다. 감정과 마찬가지로 두 방향 즉 안을 향하여는 내 영에게, 그리고 밖을 향하여는 세상과 다른 사람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이 때문에 내 영은 변함이 없으면서 동시에 내 혼 안에서는 여전히 불확실함을 느끼게 됩니다. 예를 하나 들어 봅시다. 벙어리 귀신들린 아들을 예수께 데려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때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할 수 있거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느니라.” 이에 대한 그 사람의 대답은 정직한 것이었습니다. “내가 믿나이다 나의 믿음 없음을 도와 주소서.” 예수를 보았을 때 그는 그분이 어떤 분인지 알았고 자기 영으로 믿었기에 그렇게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땅바닥에 거품을 물고 누워 있는 자기 아들을 보았을 때, 그의 혼의 이성적 기능이 의문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이런 의심도 근본적 믿음을 뒤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그의 영이 혼의 이성과 맞부딪혔고 의문들에 굴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는 의심과 싸워 믿음을 확인했습니다. (“주여, 내가 믿나이다.”) 또 의심과 싸우기 위해 도움을 구했습니다. (“나의 믿음 없는 것을 도와주소서.”) 결국 믿음이 의심을 삼켜 버리고 영이 혼을 제압함으로써 그의 아들은 구원을 얻었습니다.

혼의 이성적 기능이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잘못이 아닙니다. 수시로 변하는 감정이 허상일 뿐입니다. 그러나 사실 혼의 다양한 반응들은 영이 행동하게 하는 자극제 역할을 합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아무 것도 증명해낼 수 없기 때문에, 이 사실이 바로 믿음을 가속화시킵니다. 마음과 정신에 대해 이해하고 나면, 우리가 증명해 내지 못하는 것도 숙고하여 믿을 수 있습니다. 믿음은 마음과 정신의 약속으로, 믿음에 있어서 확실한 것은 믿음이 가진 확실성뿐입니다. 그러므로 의심과 의문은 정상적인 혼의 이성이라면 얼마든지 부딪히게 되는 상태들입니다. 우리에게 뭔가 잘못이 있어 이런 상태들이 나타난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정죄감이 없어야겠습니다.

그러나 불신은 이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불신이란 혼의 결정이 아닌 영의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불신은 나의 내적인 자아가 어떤 것을 믿지 않기로 작정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내 혼의 의심들이 영을 사로잡아 내 의지를 지배하도록 허락한 것입니다. 영의 믿음과 이성의 불신 사이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또 삶에서 부딪히는 모든 다양한 가능성들을 다각적으로 대처하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이성적 기능을 이해하게 된다면, 인생 속으로 열정을 가지고 들어설 수 있습니다. 우리는 회의주의의 찬바람을 두려워하거나 믿음을 방해하는 듯한 의문들로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무리 헤아려 보아도 증거를 찾을 수 없는 불확실성 속에서 무지와 무능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혼의 이성적 영역에서만 살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진정한 자기 자신의 자리, 곧 우리 영 안으로 되돌아갑니다. 영원한 결정들이 내려지는 그 곳에서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고 자신이 누구인지 믿음으로 확인합니다. 이성이 명백히 밝혀 주는 부분에서 우리는 강해지고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성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건너야 할 믿음의 다리는, 반대쪽만 드러난 채 가려져 있는 다리가 아닙니다. 이성적인 관점은 없고 살아 계신 그분과만 상관 있는 그런 다리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이성을 반대하는 것도 믿음의 근육을 강화하기 때문에 또한 우리편입니다. “그가 죄인인지 내가 알지 못하나 한 가지 아는 것은 내가 소경으로 있다가 지금 보는 그것이니이다”(요 9:25).

그러므로 혼은 그것이 감정이든 이성이든 우리의 진정한 자아인 영의 대리자입니다. 그것은 우리 영 안에 거하시는 성령을 드러냅니다. 옛사람 안에서는 미혹의 영을, 새사람 안에서는 진리의 성령을 말입니다. 옛사람으로서 우리 영이 자기 사랑의 영이었을 때, 이기적인 반응 속에서 혼이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은 대개 우리 영을 지배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것이 싫어지면 정말 그것을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새사람 안에서는 그와 같지 않습니다. 우리의 혼이 세상의 인상이나, 좋거나 싫음, 의심이나 회의 등을 전달해 줄 때 우리는 더 이상 혼이 영을 지배하게 두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이 혼을 장악해 갑니다. 그래서 점점 더 하나님의 성령을 반영하는 자가 되어갑니다.
이 책은 짧은 분량으로 간단히 요약되는 책이 아니므로, 처음부터 조금씩 묵상하며 정리해 나갔습니다. 정해진 분량을 초과할 수 없는 관계로, 나머지 부분은 특별히 완독을 권유드리고 싶습니다.

록펠러 - 십일조의 비밀을 안 최고의 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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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영적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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