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스캇 펙  (2005-12-02 오후 11:55:20, 조회 : 1888) 출판사     열음사  제목     끝나지 않은 여행 / 김영범 옮김  / 2003년 12월 / 340쪽 / 12,000원 ▣ 저자  스캇 펙 하버드 대학과 캐이스 웨스턴 리저브에서 수학했다. 심리상담자로서 미 행정부의 요직을 맡기도 했던 그는 현재 미 코네티컷 주 뉴 밀퍼트에서 정신과 의사로 개업해 있으면서 밀퍼트 종합병원 정신건강 치료센터의 책임자로 있다. 주요 저서로는 사람, 전통적 가치, 그리고 영적 성장에 관한 새로운 심리학을 전개하여 현대인들의 영적 방황에 길잡이를 제시한 『아직도 가야 할 길』, 추리소설적 기법으로 사랑과 구원의 문제를 깊이 탐색한 장편소설 『창가의 침대』, 인간에게 근원적으로 존재하는 악과의 투쟁을 다룬 『거짓의 사람들』, 공동체와 평화의 문제를 다룬 『The Different Drum』등이 있다. ▣ 역자  김영범 현재 성균관대학교 박사과정에서 예술철학과 미술사를 공부하며,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는 『상호상부론』, 『악마 4부작』 등이 있다.  ▣ Short Summary 이 책은 베스트셀러 저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스캇 펙 박사가 인간 내면의 성숙에 대한 심리학적인 양상을 그린 책인 『아직도 가야 할 길』의 후속작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미국 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널리 읽혀졌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의 기록적인 성공 이후 스캇 펙이 그 연장선상에서 쓴 책으로, 그는 여기서 인생이란 복잡다단한 것이지만, 그 길은 외롭게 혼자 걸어가는 길은 아니며, 함께 걸어가는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또 살면서 우리보다 더 위대하다고 인정하는 힘의 도움을 빌릴 수도 있기에 찬미하고 감사할 만하다고 말해 준다.  ▣ 차례  First Step - 성장  1장  의식과 고통의 문제  2장  비난과 용서  3장  죽음의 의미  4장  신비로움에 대한 기호  Next Step - 너 자신을 알라  5장  자기애와 자만심  6장  신화와 인간의 본성  7장  영성과 인간의 본성  8장  중독: 신성한 질병  Ultimate Step - 신을 찾아가는 여러 갈래 길  9장  영적인 성장에서의 종교의 역할  10장  물질과 영혼  11장  뉴에이지: 통합 혹은 분열?  12장  성(性)과 영성  Epilogue - 곤경에 처한 정신의학 First Step - 성장 1장. 의식과 고통의 문제 에덴동산의 신화는 우리 인간 존재가 어떻게 의식을 갖도록 진화했는지를 말해 준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에서 선악과를 따먹자, 인간은 의식을 갖게 되면서 곧바로 자의식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신은 인간이 선악과를 먹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간은 갑자기 부끄럼을 타게 되었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 생기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분열된 존재로 의식하게 되었다. 우리가 자연과 우주의 일부라는 의식을 잃고, 삼라만상의 나머지와 하나라는 의식을 잃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은 천국에서 우리가 추방되었다는 것으로 상징된다. 천국에서 추방되면서 우리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절대로 에덴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오직 앞으로만 갈 수 있을 뿐이다. 사막을 지나 앞으로 곧장 가야만 한다. 하지만 이 여행은 힘들고 의식은 늘 고통스럽다. 그래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던 길을 가능한 한 빨리 그만둔다. 사람들은 진정으로 성숙에 관해서 이야기하길 원치 않는다. 심히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적인 고통이란 것도 있다. 비생산적인 고통과 생산적인 고통의 차이는 성장의 고통을 다룰 때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우리들은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일정한 죄의식이 필요하다. 나는 그것을 존재론적인 죄의식이라 부른다. 그렇지만 너무 지나친 죄의식은 오히려 우리의 존재를 저해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신경증(노이로제)적인 죄의식이다. 감정적으로 고통받고 있을 때 자신에게 이렇게 물으라. “지금 내가 겪는 괴로움(걱정이나 죄의식)은 존재론적인가 아니면 신경증적인가? 이 고통은 나의 존재를 강화할 것인가 아니면 제한할 것인가?” “이러한 걱정이나 죄의식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그리고 나서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두려움이 없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두려움을 모르는 것은 일종의 뇌상이다. 용기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혹은 고통을 무릅쓰고 앞으로 전진하는 능력이다. 사막을 통과해서 아주 멀리 전진하려면, 존재론적인 고통과 기꺼이 대면해서 돌파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통을 대하는 태도를 가장 빠르게 변화시키는 방법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우리의 영적인 성장을 위해 계획되었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선악과를 따먹은 이후 생긴 ‘의식’ 때문에 우리는 고통도 받지만 구원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구원이란 점차 의식을 갖게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숨을 구멍을 파지 않고 사막 안으로 더욱더 깊이 들어가게 된다. 앞으로 여행하면서, 우리는 더 많은 고통을 참아낸다. 바로 그 ‘의식’ 때문에….  구원이란 말은 ‘치유’라는 뜻이기도 하다. 구원은 치료의 과정이며 완전하게 되어 가는 과정이다. 왕년의 무신론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조차도 심리치료의 목적은 무의식을 의식으로 만드는 것, 즉 의식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치유와 의식과의 관계를 인정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칼 융은, 악이란 우리가 부인하고 싶어 하는 인격의 일부이며, 우리가 생각하거나 의식하지 않으려고 지속적으로 의식이라는 덮개 아래 숨겨두고 무의식을 지킴으로써 우리 자신의 그림자를 대면하지 않으려 해서 생겨난다고 설명한다.  여러분이 사막 안으로 충분히 멀리 들어가 보면 이전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푸르고 아담한 오아시스를 발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더 깊숙이 들어가게 되면 모래 밑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들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더 깊이 들어갔을 때 여러분 자신의 궁극적인 운명을 완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치유가 되는 일은 주로 그러한 고통을 없애려고 시도하는 것보다는 옆에 있어 주면서 기꺼이 고통을 함께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더욱 의식을 갖게 되는 행동이다. 영적으로 성장하게 되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더욱더 받아들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진다. 고통을 더 많이 받아들일수록, 더 많은 기쁨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궁극적으로 이 여행을 너무나 가치 있게 만드는 진정한 희소식인 것이다. 2장. 비난과 용서 우리는 용서하는 법을 배우면서 부쩍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받는 고통에 대해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게 된다. 그리고 비난은 항상 분노와 함께 시작된다. 분노란 뇌의 신경 중추에서 비롯되는 강력한 감정이다. 분노는 나름대로의 목적에 기여하므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그런 감정도 필요하다. 분노 그 자체만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종 너무 부적절하게 촉발되기도 하므로 분노에 대처하는 복잡한 일련의 방법들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어떤 식으로 살고 있느냐는 우리가 살면서 어떤 식으로 판단을 내리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비판할 때마다, 자신을 비판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결국 예수께서 “형제의 눈의 티끌을 보기 전에 네 눈에서 들보를 뽑아라” 하신 것도 다른 누군가를 비판하기 전에 자기 자신에 대해서 먼저 비판하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자기비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비난하고 판단할 때가 왔다는 것을 어떻게 하면 정확하게 알게 될까? 우리들 누구라도 고통스러운 결단에 직면하게 될 때마다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럴 때마다 질문을 던지고 다시 한번 그 해답을 찾으려고 고뇌하는 것뿐일 것이다. “주님, 이 일이 당신께서 지금 내가 하기를 원하시는 일인가요?” 우리가 올바른 일을 했다고 확신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무지로 인한 고통을 견뎌내야만 할 것이다. 나는 지금 막 진리와 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두 가지가 가까이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진리에 대해 말하고 있을 때는 우리들 자신보다 더 높은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절대자를 희구하고 스스로 그 힘에 따르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또한 과학 역시 진리를 따르는 행위임을 지적하겠다. 그러나 과학적인 방법이란 스스로를 속이고 싶어 하는 너무나 인간적인 경향과 싸우기 위해 수세기 동안 진리를 옹호하며 발전시켜 온 일련의 관습이나 절차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은 더 높은 중재자, 더 높은 힘, 즉 진리를 따른다. 마하트마 간디는 “진리가 신이고 신이 진리다.”라고 말했다. 강한 의지를 가졌다는 것은 자기를 주장할 수 있는 대단한 힘을 가진 것이고 엄청난 축복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모든 축복은 그 안에 저주를 감추고 있으며, 부작용을 수반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강한 의지에서 나타나는 최악의 부작용은 강한 기질, 즉 분노이다. 그러면 어떻게 의지에 마구를 채울 것인가? 여러분 스스로 의지에 마구를 채울 수는 없다. 의지는 자신보다 더 높은 힘에 의해 제어되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악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들보다 더 높은 힘에 대해서 절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악인들은 매우 강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은 자아도취에 빠져 있고 자신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부적절하고 파괴적인 비난에 탐닉하는 사람들이다. 심하면 자신의 눈에서 들보를 빼낼 수 없는,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는 지경까지 간다. 나는 이러한 사람들을 ‘거짓의 사람들’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에게는 물론이고 자신에게도 거짓말을 할 수 있고, 자신들의 결점이나 악행을 고집스럽게 모른 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증거가 이들의 죄나 결점을 드러낸다 하더라도, 항상 자기 자신을 선하게 생각하며, 자기 교정 대신에 종종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까지 증거를 없애 버리려고 한다. 또한 자신의 의지를 타인들에게 강요함으로써 자신들의 망가진 자아를 보호하려고 하며, 이런 식으로 그들 대부분은 악을 저지른다.  우리는 여기서, 비난은 게임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분노나 증오도 게임이다. 즐거움을 주는 다른 행동들과 마찬가지로 비난은 습관이 되어 버려 어느새 그런 행동에 빠져들고 만다. 아마도 모든 심리 게임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비난 게임일 것이다. 대부분 우리들은 이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다. “내가 잔소리를 하는 건 당신이 마음의 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에요.” “내가 마음의 벽을 치고 있는 건 알지만, 그건 당신의 잔소리 때문이야.” 따라서 여기엔 일종의 순환논법이 존재하고 중단하기 힘든 반복적 특성을 가지게 된다. 그러므로 이 게임을 그만두는 유일한 방법은 멈추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게임을 멈추려면 용서가 필요하다.  진정한 용서란 정말로 힘든 과정이지만,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 과정은 너무도 번거롭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값싼 용서’를 선택하고 만다. 하지만 진정한 용서가 발휘될 수 있는 것은 유죄평결이 났을 때만이 가능하다.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대해 누군가를 용서할 수는 없다. 죄가 밝혀진 후에야 비로소 용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처럼 잊어버릴 수는 없다. 용서라는 힘든 일을 회피해 보려고 마음의 상처를 눌러 보지만 결국 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드러내고 용서하는 것뿐이다. 그러려면 죄를 기억해내야 하며, 그런 후에 필요한 것이 바로 분노다. 죄를 재판하고 고발하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분노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일정한 정도를 넘어서면, 다시 말해 오랫동안 분노에 집착할수록, 더 오랫동안 계속해서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줄 것이다. 우리가 용서를 하는 까닭은 우리 자신을 위해서이다. 치료에 도움을 주는 정도를 넘어서 분노에 집착하게 되면, 우리는 성장을 멈추고 영혼은 오그라들기 시작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고통 없이 그 일을 상기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일과 친해지는 것이다.  3장. 죽음의 의미 내가 죽음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사랑과 마찬가지로, 죽음은 신비로움으로 가득하고 상당히 흥미로운 의미가 들어 있다.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죽음과의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사실, 우리가 기꺼이 죽을 수도 있는 어떤 계기가 없다면 완전한 삶을 영위할 수도 없다.  문제는 우리들이 비겁하게 죽음을 부인하는 문화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죽음을 아무런 이유도 알 수 없는 사고로 보는 우리의 문화적 관점은 너무나 명백한 잘못이다.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를 선택한다. 수세기 동안 의사들은 아주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가끔씩 암이 자연적으로 소실되는 사례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희귀한 사례에 나타나는 유사점들 가운데 하나는 환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에 매우 심오한 변화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가 일어나면, 암은 기적적으로 사라져 버린다. 삶에 대한 의지가 결정적으로 생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죽음을 단순히 일종의 사고라고 여기면, 대체로 죽음이라고 하는 현실뿐만 아니라 그 신비로움마저도 무시하게 된다. 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레이몬드 무디는 임사체험을 기억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순서대로 변화를 설명한다고 보고했다. 첫째, 그들은 마치 자신들이 천장에 있는 것처럼 침대에 누워 있는 자기 몸을 보았고 의사와 간호사들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보았다고 기억한다. 그 다음에 일어난 일은, 어떤 종류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 부분인데, 그들이 빠르게 휙 날아서 터널을 빠져나오자 하느님이나 혹은 예수님으로 인식되는 어떤 빛과 맞닥뜨리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신들의 삶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를, 그러나 그 빛과 같은 존재가 엄청난 사랑과 용서를 베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서 그 빛과 같은 존재는 그들에게 돌아가라고 명령하는데 그 빛에 복종하여 마지못해 되돌아온다. 무디에 따르면, 이런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이전부터 영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 경험 이후로 그렇게 되었으며, 그러고 나면 그들은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해 반드시 믿게 되고 죽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훨씬 경감되곤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나는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맬 때, 나의 죽음이 지닌 신비로움과 버둥거리면서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우리는 배우기 위해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생긴 모든 일은 우리가 배우는 것을 도와준다. 그리고 죽음보다 더 많이 배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엉덩이만 붙이고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단 최종 기한만 주어지면 얼마나 재빠르게 움직이는지 놀랄 지경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일정한 단계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단계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발생한다. 1단계: 부인, 2단계: 분노, 3단계: 거래, 4단계: 우울, 5단계: 수용. 이 과정에서 죽음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종교를 갖게 된 사람들이 실제로 더 용기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토록 지나치게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그 이유는 주로 우리 자신의 나르시시즘 때문이다. 통제되지 않은 나르시시즘은 심리적이고 영적인 병의 주요한 전조이다.   정신과 의사들은 자존심이 받는 상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그것을 나르시시즘적인 상처라고 부른다. 우리에게 죽음은 커다란 문제이다. 우리에게 존재론적인 소멸이 다가오는 것만큼 우리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르시시즘적인 애착과 자부심을 위협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현명한 방법이란 가능한 한 빨리 죽음을 직시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의 나르시시즘, 자기중심주의, 오만함을 더욱더 줄여 나갈수록 죽음을 덜 두려워할 수 있으며, 용기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사심 없이 여정을 떠난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우리 자신으로부터 눈을 돌려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되며 사랑을 더 많이 나누게 된다.  이것이 바로 모든 위대한 종교가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이다. “누구든지 생명을 구하려는 자는(즉, 누구든지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고집하는 자는) 생명을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를 위해 자기 생명을 잃는 자는 생명을 얻을 것이니라.” 4장. 신비로움에 대한 기호 우리는 매우 신비로운 우주에 살고 있다. 토마스 에디슨은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어떤 것의 99% 가운데 1%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이 엄청난 기술시대에도, 어떻게 해서 우리가 발을 땅에 붙이고 살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런 진리를 깨달은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 우리는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고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는 어린애라고 생각하기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실제보다도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사는 것이 더욱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또한 나태하기 때문에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기도 하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알 수 없는 것을 대단히 좋아하고 깊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모든 것에서 자극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완전한 정신 건강과 심각한 정신병 사이 그 어딘가에 위치해 있고 대부분의 경우 신비로움에 대한 기호는 잠복해 있다. 이 기호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탐사의 여정이 더 진전할 도리가 없게 되므로 이 내적 공간을 탐사하려면, 탐험가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캐내면 캐낼수록 더 많이 공급되므로 키워나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호이다.   영적으로 완전하게 성숙한 사람이란 교리에 집착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과학자와 같은 탐험가라고 할 수 있으며, 신과 마찬가지로 현실은 우리가 유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영적인 여행은 과학이 진리를 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진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신성에 이르는 길은 모든 현실에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 찾아보라. 그러면 짜맞추기에 충분한 진리의 편린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절대로 그 퍼즐을 완성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조각들을 짜맞추어 완성된 그림을 얼핏 보면서 그것이 정말로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Next Step - 너 자신을 알라 5장. 자기애와 자만심 겸손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려 준다. 진정한 겸손이란 항상 사실에 입각해야 하는데, 사실에 들어맞는 것, 우리 자신이 어떤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 그리고 우리 자신의 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내 생각으로는, 자기애와 자만심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자기애는 자기에 대한 배려, 존중 그리고 책임과 자기 이해를 함축한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 하지만 자기애와 자기중심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자만심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항상 좋은 감정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감으로서 자만심을 가진 사람들은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신들의 자만심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나쁜 행동이 나온다.  우리가 항상 옳다고 생각하게 되면, 당연히 우리 내부의 좋지 않은 부분을 교정할 수 없게 된다. 우리가 성장하려면, 죄의식을 느끼는 순간들, 회개의 순간들, 자만심을 버리는 순간들, 우리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시련을 견디는 순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깨어짐의 순간이 닥쳐오면, 실제로 그 순간은 오히려 편안하고 익숙해지며, 또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 순간만큼은, 자진해서 스스로 변화해 보려는 진실한 의도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그것은 성장을 위해 내딛는 첫걸음이고, 사막을 거쳐서 구원을 향해, 치유를 위해 크게 내딛는 첫걸음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역시 우리 자신을 소중히 하고 사랑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를 사랑해야만 우리 내부에서 뭔가를 움직일 필요, 성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자각을 얻게 된다. 우리 모두가 중요하지도 않고, 사랑스럽지도 않으며 호감도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정신적, 사회적 건강, 그리고 신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자신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바람직한 사람인지를 다시 일깨우면서 스스로를 준비하라. 그리고 최선을 다해 세상으로 나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동경의 대상이 되는지를 가르쳐라. 6장. 신화와 인간의 본성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화를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 60년 이상 동안 정신의학과 심리학에서 이루어낸 발전 가운데 하나는 -주로 칼 융과 죠셉 켐벨과 같은 사람들 덕분에- 신화는 반드시 사실이기 때문에 신화가 된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신화는 모든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이야기들로, 사실상 인간의 본성에 관한 엄청난 진실을 정확하게 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화는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기독교 수사들은 유럽의 수도원에서 고생스럽게 베꼈던 필사본의 가장자리에 용을 그려 넣었다. 중국의 도가, 일본의 불교도, 인도의 힌두교도, 아랍의 이슬람교도들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용인가? 이 같은 신화적인 존재가 왜 그토록 전 세계에 퍼져 보편화되었는가? 그 해답은 용이 인간 존재의 상징물이었기 때문이다. 용은 날개가 달린 뱀이고 날 수 있는 연충이다. 이것은 바로 인간을 상징한다. 파충류처럼 우리는 죄 받을 만한 기질과 편협한 문화적 편견이라는 진흙탕에 더럽혀진 채로 땅바닥에 가까이 붙어 살금살금 걷는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새처럼 하늘로 높이 솟아오를 능력도 가지고 있어서 죄 받을 기질과 편협한 문화적 편견을 뛰어넘을 능력도 가지고 있다. 용은 다면적이고 두 가지 면을 가진 창조물로서 역설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신화가 존재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즉, 다면적이고 종종 역설적이기도 한 인간 본성의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다. 신화는 역설적이고 다면적이기 때문에, 그것을 믿는다고 해도 곤경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동화는 일면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한 경향이 있어 이것을 믿게 되면 상당한 곤경에 빠질 수 있다. 마치 우리 삶에서 어떤 것에 대해서 지나치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곤란을 초래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나치게 단순한 생각은 우리 모두를 힘들게 한다. 우리는 사태가 이것 아니면 저것이기를 바라지만, 우리 삶의 모든 양상들은 대여섯 가지는 아니더라도 동시에 두 가지 측면을 가지고 있다. 신화란 복잡한 인간 본성이 지닌 양상에 대해 배울 수 있는 놀라운 원천이다.  그렇다면 성경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사실 성경은 역설적인 이야기들을 모아 놓은 책이고, 그에 걸맞게 여러 가지 면에서 그 자체로 역설적이다. 성경에는 신화와 은유가 다 들어가 있다. 에덴 동산의 신화만 해도 단 하나의 심오한 진리만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열 가지 이상의 심오한 진리들을 담고 있어 우리에게 인간의 본성에 관해서 가르쳐 주는 특이한 이야기이다. 에덴의 이야기는 또한 선과 악의 모든 발생 과정과 상당한 관계가 있다. 선택이 없으면 악도 있을 수 없다. 신이 우리에게 자유 의지를 허락하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이 세상 안에 있는 악의 문도 열어 놓은 셈이다. 선과 악, 창조와 파괴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는 우리 자신의 몫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책임을 지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한편 죠셉 켐벨이 특히 인상적으로 밝혀낸 것 가운데 하나는 ‘영웅 탄생의 신화’이다. 이 신화도 각 문화권마다 조금씩 다르게 변형되어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뼈대는 똑같다. 태양의 신과 달의 여신이 부부가 되고, 항상 남자 아이를 낳는다. 성장하면서 이 소년은 엄청난 투쟁과 혼란 그리고 고통의 시기를 겪게 되고, 그러면서 영웅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런 신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이 신화는 역시 전형적으로 태양의 신과 달의 여신이 상징하는 대로 남성성과 여성성에 관한 이야기이다. 오늘날 여러 종류의 사고를 지배하는 우뇌와 좌뇌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매우 유행하고 있다. 태양의 신은 남성성, 빛, 이성 그리고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지식, 즉 좌뇌의 분석적인 사고를 나타낸다. 그리고 달의 여신은 여성성, 어둠, 감정 그리고 직관, 즉 우뇌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나타낸다. 이 둘이 부부가 됨으로써 한몸에 태양의 신과 달의 여신이 모두 들어가 있는 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소위 남녀추니(hermaphrodite)에 관한 신화인 것이다.  우리 안의 남성성과 여성성은 매우 힘들게 통합된다. 이러한 과정은 신화 속에서 그 아이가 성장하면서 치러야 하는 싸움이다. 하지만 만일 우리가 힘든 통합의 과정을 겪어내고, 같은 문제에 대해서 우뇌와 좌뇌, 남성성과 여성성을 가지고 동시에 접근할 수 있다면 우리도 영웅이 될 수 있다. 우리도 세상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영웅이 나와서 해결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성경의 문제로 돌아와서 성경에 나온 이야기들을 어떤 식으로 해석해야 할 것인지 수도 없이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항상 문자 그대로 해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성경의 이야기 중에서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는 장년이 된 나에게 심오한 의미를 전해 준다. 청년기나 더 나이가 든 자녀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이 이야기가 정말로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나는 믿는다. 은유적으로 해석해 보면, 이 놀라운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자녀들을 포기해야 할 시기가 닥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물론, 자녀들은 우리에게 주어진 선물이고 우리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지만 영원히 그럴 수는 없다. 어떤 시점을 지나서까지 자녀들을 놔주지 않는다면, 그 자녀들에게는 물론이고 우리 자신에게도 너무나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우리는 이 선물을 되돌려 주는 법을 배우고 우리 자녀들을 신에게 맡기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 자녀들은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소유물이 아니다. 그 아이들은 이제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것이다. 7장. 영성과 인간의 본성 사람들이 내게 “펙 박사님, 인간의 본성이란 뭔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그런 것은 없다고 대답한다. 이런 점이야말로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이라는 존재가 받은 영광이다. 우리 인간이 다른 피조물과 가장 다른 점은, 본능이나 본성과 같은 미리 형성되어 틀에 맞추어진 행위의 패턴 같은 것을 상대적으로 덜 물려받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요인 때문에 다른 피조물들은 우리 인간에 비해서 고정된 본성을 더 많이 갖게 된다. 그러므로 무한한 자유와 변덕스런 행위야말로 우리 인간을 구분지워 주는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의 본성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변화를 지향하는 독특한 인간의 능력은 인간의 영성에도 반영된다. 나이가 들면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사려 깊은 사람들을 보면 우리들이 모두 영적으로나 종교적으로나 같은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영적 성장이나 종교적인 발달 단계들은 저마다 다르다. 『신앙의 단계』라는 책을 쓴 파울러 교수는 영적인 성장을 여섯 단계로 서술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네 가지로 재정의했지만, 결국은 본질적으로 같은 이야기이다.  최초의 근본적인 1단계는 ‘혼돈/반사회’라고 명명한 것이다. 이 단계에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인구의 약 20% 정도가 포함된다. 대체로 이 단계는 영성이란 것이 부재하고 원칙 없이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 단계를 반사회성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실제로 다른 사람과의 모든 관계에서 자기 이익만을 도모하고 겉으로는 안 그런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교묘하게 속이면서 진실한 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혼돈’이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는, 이 사람들은 자기 의지 이외에는 스스로를 통제할 메커니즘이나 원칙이 없다는 뜻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이따금씩 자기 절제를 할 수 있어서 자신들의 야망에 의해 상당한 명성과 권력의 자리에 오르기도 하지만, 자신의 존재가 가끔씩 혼돈에 빠질 때면 인간으로서 유일하게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을 맛보게 되며, 자살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은 2단계로 전환될 수 있는데, 이는 마치 신이 아래로 내려와 그 영혼을 가로채서 위로 확 잡아 올리는 것처럼, 그 사람에게는 의식하지 못한 채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진 셈이다.  나는 2단계를 ‘형식적/제도적’이라고 이름 붙였다. ‘제도적’이라고 이름을 지은 까닭은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통제를 제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며 ‘형식적’이라고 부른 이유는 종교적인 형식에 매우 집착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종교적 형태가 바뀌었을 때 너무나 혼란스러워하는데, 왜냐하면 이러한 형식에 의존해서 어느 정도까지는 혼돈으로부터 벗어나는 느낌을 맛보았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종교적인 행위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신을 외적인 존재로 본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들은 신이 얼마쯤은 우리들 안에 깃들어 있다는 것, 인간의 영혼 안에 신이 주재한다는 것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이들은 대체로 신을 남성적인 모델에 따라 상상한다. 그리고 신은 사랑을 주는 존재라고 믿으면서도 징벌의 힘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치 하늘에 있는 자비로운 경찰쯤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이런 것이야말로 2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2단계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두 사람이 만나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고 생각해 보자. 이 사람들은 아이들을 안정된 가정에서 키우며 원칙주의자가 된다. 그러나 청소년기가 오면 이들은 교회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하고 부모에게는 불필요하게 증오와 유감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이때 이들은 의구심이 많은 회의론자나 불가지론자로 기운다. 바로 이 시점에서 사람들은 내가 ‘회의적/개인적’이라고 명명한 3단계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비록 일상적인 의미에서 종교를 가지고 있지는 않더라도 2단계에 있는 사람들보다 영적으로 앞서 있는 이들은 결코 반사회적이지는 않으며 주로 사회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주로 이런 사람들은 과학자들이거나 과학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다. 그들이 짜맞춘 전체적인 그림을 엿보면 그 모습은 당연히 아름답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단계에 있던 부모들이나 조부모들이 믿었던 원시신화나 미신을 닮아 있다. 바로 그 순간에 이들은 내가 ‘신비적/공동체적’이라는 이름을 붙인 4단계로 넘어가기 시작한다. 나는 이 4단계를 ‘신비적’이라는 말을 통해 설명하려 한다. 비록 신비주의라는 말은 정의 내리기가 어렵고 우리 문화에서 경멸적으로 잘못 정의되기도 하지만, 신비주의자란 사물의 이면에 달라붙어 있는 것을 보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남자와 여자, 인간과 다른 생명체, 지구 위를 걷고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존재들 사이의 관계를 관찰해 왔다. 또한 이들은 항상 역설이라는 측면에서 이야기해 왔다. 이 사람들은 신비로움을 해결하고 싶어 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더 많은 신비를 해결할수록 더 많은 신비와 조우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 사람들은 신비로움으로 둘러싸인 세상에서 매우 편안하게 살아간다. 반면 2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모든 것이 칼로 벤 것처럼 정확하지 않으면 심한 불안감을 느낀다.  이렇게 각기 다른 단계가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가장 커다란 문제는, 그리고 각 단계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영적인 여정에서 각기 다른 지점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감이다. 어느 정도 우리 모두는 우리가 방금 떠나온 단계에 아직도 머물러 있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새로운 주체성을 확신하거나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러한 위협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다가온다. 우리보다 앞선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받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1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겉으로 보기에 심하게 괴롭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들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2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1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히 위협을 받지 않으나 3단계에 있는 회의주의적인 개인주의자들에게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4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받는 경향이 있다. 2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 4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것과 똑같은 대상들을 믿는 것 같으면서도 자신들이 너무나 두려워하는 자유를 가지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 3단계에 있는 회의론자들은 1단계의 무식한 사람들이나 2단계의 어리석어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위협을 받지 않으나 4단계에 있는 사람들, 즉 자신들처럼 과학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어 멋진 각주를 달 줄도 알면서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신의 일을 믿는 사람들에게 위협을 느낀다. 3단계 사람들에게 ‘귀의’라는 말을 언급하면 벌컥 화를 낼 것이다.  나는 ‘귀의’란 말을 오히려 자유롭게 사용하여 한 단계에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전이과정을 설명해 왔다. 전이과정은 각각의 경우마다 뚜렷하게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1단계에서 2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은 대체로 아주 급작스럽고 매우 극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반면, 3단계에서 4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귀의란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다. 다른 영적인 성장과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과정인 것이다. 나는 내가 죽는 날까지 지속적으로 귀의하기를 기대하고 희망한다. 영적인 성장에 대해서 알아야 할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아무리 우리가 높은 단계로 발전을 했더라도, 마치 우리 몸속에 퇴화된 맹장이 남아 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이전 단계의 흔적이 남아 있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도 1단계의 흔적이 내 성격 어딘가에 숨어서 도사리고 있다. 지금 당장은 4단계로 향하는 올바른 길을 안전하게 걷고 있다고 확신하며 잘난 척을 해도, 깊은 내면을 점검해 보라.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낀다면, 오스카 와일드의 이 말을 기억하라. “모든 성인들은 과거를 가지고 있고 모든 죄인들은 미래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겸손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8장. 중독: 신성한 질병 이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중독이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약물 중독보다도 훨씬 더 위험하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력 중독, 안전 중독…. 어떤 의미에서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면 약물이나 알코올 중독은 폐해가 적은 편에 속한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에덴으로 돌아갈 수 없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하나뿐이고 고된 길이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열망이 너무 강한 중독자들은 앞으로 가지 않고 뒤로 가려고 한다. 이러한 열망은 퇴행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데 이들은 에덴으로 돌아가고자 할뿐만 아니라 자궁으로 다시 기어들어가고자 한다. 그러나 고향으로 가려는 열망에 사로잡힌 중독자들이란 누구보다도 영혼이나 신에 대해서 훨씬 더 강력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가고자 하는 방향이 뒤틀린 것일 뿐이다.  중독성이 가지고 있는 퇴행적인 측면을 무시하려는 것은 잘못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과 치료를 하면서 내가 발견한 것은 대체로 긍정적인 것을 강조할 때 가장 만족스런 결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독자들을 치료할 때, 장애가 가지고 있는 퇴행적인 측면이 아니라 발전적인 측면들을 강조함으로써 가장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 즉, 영혼과 신에 대한 열망이 그것이다.  약 30년 전쯤, 정신과 수련의 시절에, 이미 정신과 의사들은 알코올 협회(AA)가 알코올 중독자들을 치료하는 데 정신과 의사들보다 훨씬 더 나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AA의 12단계 프로그램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그것이 종교를 갖도록 유도하는 유일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실제로 사람들에게 왜 우리가 사막을 통과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즉 우리가 왜 신을 향해 가야 하는지를 가르쳐 주며 사막을 통과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당히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AA가 효과를 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혼자서 사막을 건널 필요가 없다는 것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AA는 공동체 프로그램이다. AA에 속한 알코올 중독자들은 엄청난 축복을 받고 있고 대단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알코올 중독이 축복인 이유는 그 사람에게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 주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그것을 더 이상 숨기지 않는다. 반면에 나머지 우리들은 냉정한 겉모습 뒤에 숨길 수 있다. 정신적 건강을 특징짓는 것은 바로 위기가 없는 상태라고들 생각하나 이것은 정신 건강을 특징짓는 것이 아니다. 정신 건강의 특징은 위기에 일찍 대처하는 능력이다. 위기를 얼마나 잘 피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일찍 위기를 만나서 다음번 위기로 넘어갈 수 있었는지 그리고 어쩌면 얼마나 많은 위기를 살아가는 동안에 담아낼 수 있는지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성장하게 되는 것은 바로 그러한 고통이나 위기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AA 사람들은 항상 회복 중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도와주면서 지속되는 위기에 대처한다. 이것이 바로 공동체라는 것이다. 예수께서 “천국은 네 안에 있다.”라는 말을 했다고 인용하는 것을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예수께서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다.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은 “천국은 너희들 사이에 있다.”라는 데 현재 학자들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들 사이에 있는 천국을 발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동체를 통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Ultimate Step - 신을 찾아가는 여러 갈래 길 9장. 영적인 성장에서 종교의 역할 나는 매우 조심스럽게 ‘종교’라는 말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종교성이라는 말보다는 영성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신이라는 말 대신에 ‘절대자’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다. 이런 말들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사용한다. 이런 말들을 접하게 되면, 사람들은 제도 종교의 위선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되어 더 이상 진정한 의미를 보거나 들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용서가 필요하다. 용서하지 않으면, 교회의 진정한 가르침과 위선적인 모습을 구분해낼 수가 없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진정한 가르침이 필요하다. 나는 사람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모습과 재능에 감명을 받는다. 신께서 사람들이 태어나기 전에 각자의 영혼 속에 그런 독특함을 창조하셨는지 아니면 유전자 안에 들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말씀이 계시자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다양함이란 너무나 커다란 은혜이다. 우리의 다양성이 모여 전체를 이룬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길 또한 너무도 다양하다. 우리들은 사막이라고 하는 바위투성이인 가시밭길을 따라 신에게 도달하기 위해 모두가 분투하고 있으며, 어떤 제도 종교와도 다르게 신은 차별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되묻고 또 물으며 다가가는 한, 신은 사람들에게 더 좋은 길을 마련하실 것이다. 우리가 준비되어 있다면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나는 선불교를 통해서 신에게 다가가게 되었는데, 이 사건을 통해 나의 길이 처음으로 확장된 것이었다. 선불교에 입문한 지 20년이 지나서 내가 직접 선택했던 길은 기독교이다. 하지만 선불교가 아니었더라면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지 의심스럽다. 기독교를 받아들이려면, 누구든지 역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선불교는 역설을 배울 수 있는 이상적인 훈련소 역할을 한다. 이런 훈련을 받고 나니까, 나는 기독교 교리에 내재해 있는 그야말로 지독한 역설을 꿀꺽 집어 삼킬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나는 계속해서 내 일생은 신의 소유라는 역설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내가 기독교에 강하게 끌리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기독교 교리야말로 죄의 본질에 대해서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내용은 역설적이고 다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최초의 역설은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기독교의 주장이다. 우리는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역설의 또 다른 측면은 회개를 통해서 자신의 죄를 고백하거나 인정하면 죄가 사라진다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회개’라는 말이 여기서 중요한데, 반드시 괴로움을 느끼고 자신이 저지른 일로 고통스러워해야만 한다. 그러나 이 회개를 통해 자신의 죄를 인정하기만 하면, 과거를 청산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마치 죄가 없었던 것처럼, 매번 새롭고 깨끗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죄가 일단 회개를 통해서 고백되면 잊혀져 더 이상 하느님의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복음서에 나오는 “진심을 다해 온 영혼을 바쳐 그리고 모든 능력을 다해 구주이신 하느님을 사랑하시오. 그리고 당신의 이웃을 당신 몸처럼 사랑하시오.”라는 예수께서 말씀하신 말씀은 기독교인이 어떠한 사람인지 혹은 어떠해야만 하는지를 전해 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 뒤에 숨어 있는 열정을 이해하지 못한다. 마음과 영혼 그리고 능력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분에게 자기 자신을 내준다는 뜻이다. 자기 자신을 하느님께 내주는 행위는 지난하고 힘든 과정이며 나는 기독교인이 된 후 여러 해가 지나도록 아직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분의 존재를 기쁘게 받아들이는 순종을 배움으로써 내 자신을 하느님께 내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독교가 그저 그런 종교라든가 종교란 다 거기서 거기다라고 생각했으면 나는 43살에 기독교인이 되지도 세례를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기독교인이 된 이유는 이성적으로 따져 봤을 때 기독교 교리가 신의 실제 모습과 가장 가깝고 다른 어떤 위대한 종교보다도 전체적인 현실에 훨씬 더 근접해 있다고 점차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른 종교에서는 배울 것이 별로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배워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이 있고 가능한 한 다른 종교의 지혜를 많이 축적해 두는 것이야말로 기독교인들의 의무이다. 기독교 교회가 저지른 가장 큰 죄는 아마도 오만함과 나르시시즘일 것이다. 신을 독점해서 자기들 뒷주머니 속에 넣고 다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론보다 하느님이 더 위대하다는 진실을 깨닫지 못한다. 기독교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편협한 나르시시즘보다 복음을 전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도 없다. 내 인생의 은혜로운 경험을 통해서, 나는 내가 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던 지식이 얼마나 보잘것없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칼 융을 매우 좋아한다. 인생의 말년에 그는 다큐멘터리 인터뷰를 허락했다. 무미건조한 질문을 수없이 한 후에, 질문자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융 박사님, 박사님의 저작에는 종교적인 냄새가 많이 납니다. 신을 믿으십니까?” 노년의 융은 잠시 생각에 잠긴 후 큰 소리로 말했다. “신을 믿냐구요? 뭔가 진실이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실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믿는다’라는 말을 씁니다. 그렇다면 나는 신을 믿지 않아요. 난 신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요.” 10장. 물질과 영혼 “오늘날 우리는 뭔가에 굶주려 있다. 그래서 유물론과 과학적인 진보로 얻어진 해결책에 만족하지 못하고 내적인 삶을 갈망한다. … 점차적으로 미국인들은 정신과 영혼에 호소함으로써 해결책을 찾고 있다.” U. S. 뉴스 & 월드 리포트 잡지에 실린 기사이다. 이 기사는 가운데 5페이지에 걸쳐 죽은 지 30년이나 지나서 왜 칼 융이 그토록 관심을 끌고 있는지 설명하면서 그 이유는 융이야말로 심리학과 영성, 종교와 과학을 절묘하게 결합시켰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신과 영성에 대한 열망은 간직하고 있지만, 모든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신비로움을 다루지 않는 흑백이 분명한 종교적 신앙에는 뼈 속 깊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 이런 사람들은 신선한 공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 사람들에게는 유물론적인 과학과 엄격하게 교조적인 신학 사이의 간극을 메워 줄 방법이 필요하다. 이러한 간극이 왜 존재하는지 이해하려면, 종교와 과학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약 250년 전, 원래 종교와 과학은 하나로 통합되어 있었는데 이러한 형태를 철학이라고 불렀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초기 철학자나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이후의 철학자들은 과학적인 소양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증거에 따라 사유하고 모든 전제들에 의문을 던졌지만, 이들은 또한 신이 본질적으로 실재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러한 풍조는 16세기에 퇴조하기 시작하다가, 갈릴레오가 종교재판에 소환되었던 1633년에 좌초되었다. 또한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있다는 코페르니쿠스 이론에 대한 신념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갈릴레오에게도 불행한 결과가 초래되어 결국 여생을 가택 연금 상태에서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곧바로 사태는 교회에 더욱 불리하게 돌아갔다. 그러자 정부와 과학 그리고 종교 사이의 영역을 구분하는 비밀스런 사회계약이 17세기 말과 18세기 초까지 성행되었다. 이런 계약은 의도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시대적 요청에 따른 거의 무의식적인 대응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계약은 그 이후 과학과 종교의 본질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실제로, 이것은 인류의 엄청난 지적 사건으로도 간주될 수 있다. 이로부터 모든 바람직한 사회관계가 나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종교재판은 자취를 감추고, 종교인들은 마녀 사냥을 중지했으며, 노예제가 폐지되고 무정부주의 대신 민주주의가 성립했다. 그리고 과학이 자연 현상에만 국한됨으로써, 모든 사람들의 서툰 예상을 뛰어넘는 기술적인 혁명이 일어나면서 지구상의 문화를 발전시킬 정도로까지 과학이 크게 발전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비밀 사회계약이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나쁘게 변하고 있다. diabolic이라는 말은 그리스어 diaballein에서 나왔고 그 의미는 ‘갈라놓다, 분리하다, 구분하다’이다. 이 말은 ‘합치다, 통합하다’라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 symballein에서 유래한 symbolic의 반대말이다. 비밀 사회계약으로 인해 우리는 갈라지고 있다. 어떤 제도가 규모가 커져서 상위부서와 하위부서 등으로 구분되면, 그 제도의 정신도 파편화되고 희석되어서 사실상 사라지게 되며 그 조직은 본질적으로 악해지는데, 이와 같은 구획화 현상이 개인들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발생할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이런 사람들을 익히 보아왔다. 일요일 아침에는 교회에 가서 자신이 하느님과 하느님의 피조물들 그리고 다른 사람들까지도 사랑한다고 믿으면서, 월요일 아침에는 유독성 폐기물을 강에 흘려보내라고 하는 회사의 지시를 별다른 갈등 없이 따른다.  완전성이라는 말은 통합이라는 말과 같은 어원에서 유래한다. 이 말의 의미는 구획하다의 반대말로 전체를 달성한다는 뜻이다. 구획하는 일은 쉽다. 완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완전하지 않으면 전체를 이룰 수 없다. 완전함에 이르려면 인생 속에서 서로 충돌하는 힘과 사상 그리고 시련에 전적으로 열려 있어야 한다. 완전성을 염두에 두고자 한다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은 간단한 질문을 기억하는 것이다. “빠뜨린 것이 뭔가?”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기가 항상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들 각자는 일정한 수준에서 모든 일에 책임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조만간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희망이나 신앙 그리고 기타 상황 가운데 하나가 문제가 될 때, 이것이 통합되지 않고 구획화 된다거나 가치의 문제를 무시하게 될 경우 정신의학은 실패하고 만다. 수련의 과정에 있을 때, 우리들은 순수 과학의 모델에 따라 정신과 치료에서는 가치가 배제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가치가 배제된 정신과 치료란 존재해 본 적이 없었다. 정신과 의사들은 자신의 가치체계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들이 널리 활용하고 있는 가치체계는 세속적인 인본주의이다. 이 가치체계는 세속적인 문제를 강조하고 초월적인 관심사는 무시한다. 이 세속적인 인본주의라는 가치체계만 있으면 정신질환 환자의 약 60% 정도를 치료하는 데 충분하다. 하지만 약 40% 안에 들어가는 사람들을 치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영적/종교적 사상이나 개념은 약물 중독자나 알코올 중독자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데 필수적이다. 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들도 이 경우에 딱 맞는 사례이다. 수년 동안, 이런 환자들과 치료를 진행하면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에는 공통적으로 두 가지 두드러진 특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는, 세상을 아주 위험한 곳으로 간주한다. 둘째는 약삭빠르게 대처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이 위험한 세상에서 자신들은 혼자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사람들에게는 보다 편안한 세계관으로 바꿀 수 있도록 시도하지 않고는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즉, 이 세상이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으며 적어도 외롭게 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신의 은혜를 통해서 보호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우울증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어떤 문제에 대해서 특히 평온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과도한 근실함’의 죄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존심이라는 죄의 비뚤어진 형태라고 정확하게 진단된다. 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진짜로 말하고 있는 것은 “신께서 나를 용서하시겠지만 내가 심판자가 될 것이다.”이다. 이 사람들의 가짜 겸손을 벗겨보면 종종 거만함과 나르시시즘이라는 핵심에 도달하게 된다.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여기서 인식이라고 하면, 단지 사고만이 아니라 지각을 포함해서 생각하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특히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세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할 뿐 긍정적으로는 보지 못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이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르게 인식하는 방법을 꼭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으려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배울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이제서야 알게 된 정신과 의사들은 자신들이 알아낸 새로운 ‘인식 치료법’이 약 10년 전에 노만 빈센트 필이 쓴 『긍정적인 사고의 힘』이라는 책에 나온 내용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는 적잖이 놀란다.  한편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과 치료를 해 나가면서, 나는 소위 왕자나 공주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게 되었다. 정신질환은 소위 자기를 신이라고 믿는 과대망상이라고 한다. 이것은 왕자 혹은 공주병과 상당히 유사하다. 우리 모두는 우리 삶의 드라마에서 대본까지 쓸 수 있다는 환영을 끊임없이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대본에 써놓은 대로 혹은 바라는 대로 되지 않으면 분노하고 우울해하며 겁에 질린다. 사실 대부분의 우리들은 인생이란 우리가 보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는 사실에 절대로 순응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순응하지 못하면 우리는 배울 수도 없다. 진짜로 뭔가를 배우고 성장하려면, 예전에 누군가가 말했듯이, “인생에서는 뭔가 다른 것을 계획해 놓으면 뜻밖에 엉뚱한 일이 벌어진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11장. 뉴에이지: 통합 혹은 분열?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은 뉴에이지 운동을 혼란스럽게 여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운동을 긍정적으로 보는지 아니면 부정적으로 보는지 자주 질문을 받는다. 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려면, 질문을 하나 더 던져야 한다. “뉴에이지 운동은 통합하는 힘을 지녔는가 아니면 분열하는 힘을 가졌는가?” 나에게 역설적 사고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결국, 뉴에이지 운동이 통합을 이끌어낼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분열을 조장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봤을 때, 난 “예” 그리고 “아니오”라고 답할 것이다. 내 생각에 뉴에이지 운동은 서구 문명의 제도적인 죄에 대한 반발이다. 또한 과학 혹은 적어도 기술이라는 형태로 변형된 과학이 저지른 너무도 현실적인 죄에 대한 반발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뉴에이지 운동은 자본주의가 저지른 죄, 제국주의와 환경 파괴라는 죄에 대한 반발이다. 그래서 뉴에이지 운동은 약탈에서 벗어나 반전론, 다양성의 포용, 생태학적인 의식과 자연과의 균형을 지향하는 운동이다. 가장 뚜렷한 특징이라면, 그것은 새로운 사상이나 행동양식에 열려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커다란 문제는,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죄를 유발하는 어떤 것에 맞서 싸우면서, 또 다른 극단에 빠져 이전과 마찬가지로 상당한 곤경에 처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대교 전통에 반발하면서 소위 엄청난 영적인 혼란을 야기했다. 이들 조직들은 수피 댄싱에서 주역, 디오니소스 축제에 이르기까지 실제로 온갖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거기에 가면 유대교와 기독교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와 같은 다양한 처방으로 혼란스러워하고 있고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로 이용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뉴에이지 운동 역시 극단에 치우치고 말았다. 뉴에이저들은 기독교인들의 행위 방식뿐만 아니라 죄에 물들지 않은 기독교 신학에 대해서도 반발해 오면서 목욕물과 함께 아이도 버렸던 것이다. 기독교를 포용하지만, 동양의 종교와 기독교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불행히도 혼성 잡종 같은 것으로 귀결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유대교 신학에서 동양 종교로 옮아오면서, 뉴에이저들 역시 자신들의 종교야말로 더욱 영적이고 우수하다고 선전하는 경향이 있다. 모든 종교에서 2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념만이 유일한 진리라고 주장한다. 나는 이런 것을 관용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편, 부적절한 개인주의를 초래할 수도 있는 극단적인 관용이 몸에 밴 사람들도 있는데, 지나친 관용은 많은 ‘자유주의자들’이 실질적으로 함께 모여 일할 수 없게 한다.  기독교 신학과 뉴에이지 운동이 결정적으로 갈라지는 부분은 바로 악에 대한 관심이다. 기독교 교리에서는 악이 실재한다고 주장하는데 반해 동양 종교에서는 악이 실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악을 환영이나 잘못된 지식, 즉 마야라고 간주한다. 난 이런 견해가 고려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악에 대해 생각함으로써 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데 의심의 여지는 없다. 만일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모든 것을 악마적인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마음의 상처가 아물지 않고 분열되어 적개심이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뉴에이지 운동은, 우리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만 있다면 이 세상에 악이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사상을 무비판적으로 퍼뜨렸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악은 흩어져 모두 사라져야 할 것이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고문을 가하고 파멸시키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전쟁을 위한 전쟁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어 버리면 상당히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머지않아 현실에 존재하는 악과 마주칠 것이기 때문이다. 악에 대처하는 것은 뉴에이지 풍의 책에서 주장하듯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 악을 부정함으로써 뉴에이지 운동은 결정적인 함정에 빠지게 된 것이다. 뉴에이지가 과학기술에 반대하는 경우에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다. 서구 문명이 저지른 죄에 대해 반발하면서, 뉴에이지는 과학적인 방법론을 방기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목욕물과 함께 아이를 버린 또 하나의 사례가 된다. 기술이 저지른 죄는 과학적인 방법론 때문이 아니라 과학이 기업이나 정부에 의해 기술로 적용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밖에도 뉴에이저들은 통찰력 부족으로 꽤 유별난 일들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모험이나 영적인 여정을 감행하기 전에 무엇이 유익한 것이고 무엇이 위험한 것인지를 분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야 한다. 지금까지 뉴에이지 운동의 분열적인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어 왔지만, 나는 뉴에이지가 반발했던 죄들이 아주 현실적인 죄이며, 그런 죄들에 대해 맞서 싸워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뉴에이지 운동이 보여 주었던 반응 양태의 문제만 피할 수 있다면, 이 운동은 분명 대단한 미덕을 가지고 있다. 통합과 완전성의 방향으로 갔던 운동이고 그에 합당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의학을 지나치게 세분화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특성을 지닌 의학으로 통합했으며 모든 생명체가 생명의 순환에 기여하는 바를 통합하는 생태운동에서도 과거에 익숙했던 고루한 사고방식보다는 훨씬 더 총체적인 사고방식을 찾아볼 수 있다.   “뉴에이지 운동은 통합적인가 아니면 분열적인가?”라는 질문에 “예” 그리고 “아니오”라고 대답했지만, 나는 아직도 뉴에이지 운동의 미래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다.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더 지난하다. 어려움을 견디면서 개혁을 이루는 것보다는 뭔가 다른 일을 하는 것이 훨씬 용이하다. 완전함으로 가는 길은 쉬운 길이 아니다. 늘 고통스럽다. 완전함을 지향하면서 행동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어렵다. 완전함을 이루기란 늘 고통스러우므로,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더 어렵다. 결국 뉴에이지 운동이 구원을 받을지 아니면 저주를 받을지 여부는 개혁을 지향하는 운동인지 아니면 혁명을 위한 운동인지에 달려 있을 것이다. 12장. 성(性)과 영성 성에 관한 신화는 인간이 태초에 남녀가 결합된 양성이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그러나 양성인 인간들이 재빨리 힘을 얻어 신의 영역을 침해하려 하자, 신은 인간을 반으로 쪼개어,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반으로 나누어진 인간은 더 이상 신에 대항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느끼며 잃어버린 완전성을 갈망하여, 나머지 반쪽을 영원히 찾게 된다. 인간이 나머지 반쪽과 성적으로 결합하는 순간, 신에 가까운 완전성이라는 잃어버린 기쁨을 다시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따라서 적어도 신화에 따르면, 성은 우리가 불완전하다는 느낌으로부터 비롯되며, 완전성을 향한 충동과 신성에 대한 갈망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우리의 영성은 성과 어떻게 다른가? 우리의 영성 역시 불완전하다는 느낌으로부터 비롯되어, 완전성을 향한 충동과 신성에 대한 갈망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성과 영성은 엄밀히 말해 다르다. 둘은 일란성 쌍둥이는 아니다. 그러나 성과 영성은 가까운 친척이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성행위를 통해 영적인 경험에 가장 가까이 간다.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들조차도 오르가슴의 순간, 습관처럼 “오 신이여!”라고 외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위대한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는 10만 명 중 1명꼴로 존재하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고,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으며, 가장 완전한 인간으로 보이는 ‘자기실현을 하는 사람들’을 연구하면서 이들의 공통된 특성을 13가지로 구분했다. 그 중 한 가지가 이들이 일상 속에서 오르가슴을 영적이고 심지어 신비한 사건으로 경험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신비주의자들은 자아의 소멸이 신비한 영적 여정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이야기했으며, 심지어 그것 자체가 목적이자 신비한 여정의 이유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또한 프랑스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오르가슴을 ‘작은 죽음’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각자 경험하는 오르가슴의 정도는 물론 함께 하는 상대와 어떤 관계에 있느냐에 크게 연관된다. 따라서 가능한 최상의 오르가슴을 쫓고자 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깊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비한 오르가슴의 최절정에 이르기 위해서는 사랑하는 상대와의 관계가 필요하지만, 일단 그러한 절정에 다다르고 나면 우리는 사실상 상대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작은 죽음의 그 짧은 절정의 순간, 우리는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지조차 잊는다. 그리고 이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나 신의 나라로 들어섰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난다 초오마라스와미가 말했듯, “서로 절정에 이르는 순간, 각자는 서로를 위한 천국의 문이 되어 주는 것 이상의 중요성을 갖지 않는다.”  나는 사랑(나는 이것을 다른 사람의 영적인 성장에 대한 관심으로 정의한다)과 낭만적 사랑(나는 이것이 자기애의 한 형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을 명백히 구분짓는다. 낭만적인 관계가 영구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끊임없이 실망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그것은 낭만적인 인간관계에서 신을 찾는 것이다. 우리는 배우자나 연인이 우리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아를 실현시키고, 우리에게 영원히 지속되는 지상 낙원을 가져다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짜 신은 잊어버린다. 따라서 지극히 신앙심이 깊은 사람들이 그렇듯 자주 금욕을 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신에 대한 사랑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이다. 그들은 인간의 낭만적 사랑이라는 우상숭배에 희생되기를 원치 않는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그들은 이미 알고 있다. “주여, 우리는 당신 품이 아니면 진정한 안식을 찾지 못합니다.” 나는 영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금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열을 내며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 나름대로 금욕과 순결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면, 전도서의 유명한 한 구절과 같다. “천하의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해야 할 때가 있으며”. 이것은 영적인 지혜일 뿐 아니라 상당히 세속적인 지혜이기도 하다. 섹스는 커다란 선물이지만, 모든 사람이 어느 시기에나 항상 그 선물을 집어들 필요는 없다.  나는 대학시절 이후 수 년 동안, 우리가 신의 본질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자 한다면 가장 그럴 듯한 방법은 우리 인간 본성의 가장 뛰어난 부분을 신에게 투영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신은 인간 속성의 가장 훌륭한 부분을 나타내며, 이것은 신이 스스로의 모습으로 우리를 창조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그러하다는 것과 관련된다. 신은 성행위를 숨쉬는 것이나 먹는 것처럼 세속적인 것으로 만들 수도 있었으나 그것에 영적인 향기를 불어넣었으며, 우리가 신의 향기를 느끼도록 매우 신중히 고안했다. 그건 무엇보다도 우리를 유혹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프란시스 톰슨의 유명한 시, <천국의 사냥개>에 나타난 것처럼 신은 힘차게 우리를 쫓아오며, 우리는 그만큼 힘차게 달려야만 그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잡혔을 때, 우리는 신에게 귀의하게 된다. 신은 우리를 원하며 믿기 어려울 만큼 우리를 사랑한다. 우리가 아무리 빨리, 아무리 멀리 도망치더라도 우리를 소유하려 한다는 것이다.  우리 개인의 투쟁은 기껏해야 얼마나 오랫동안 유치한 저항과 자기 중심적인 침묵을 지속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우리는 결국 신에게 항복하고, 우리 자신을 기꺼이 드러내게 된다. 존 던이 그의 종교 소네트 14번을 썼을 때 그러했듯이 말이다.  내 가슴을 치소서, 삼위일체의 신이여 당신께 나를 데려가, 나를 가두소서 당신의 노예가 되어야만 나는 자유로울 수 있으며 당신이 나를 겁탈해야만 나는 순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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